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흑암 강림 (2)
흑암은 반쯤 넋을 놓은 황병훈과 백연휘에게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주고,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둘 사이를 스쳐지나갔다.
“뭐, 뭐가 어떻게 된….”
“이게 대체….”
백연휘는 자신을 지나쳐가는 백우진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강환을 지워버린 빛은 무엇이고, 백우진의 변화는 또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특히 지금 앞으로 걸어가는 백우진의 등은 이전과 달랐다.
천하를 짊어질 수 있는 패기와 세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파멸적인 기운이 동시에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인 백천화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수준의 존재감이었다.
“으음….”
타룬은 천천히 다가오는 백우진을 보며 침음을 삼켰다. 인간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존재를 보는 것 같았다.
‘저게 대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준의 존재감과 기파였다. 강대한 오러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격이 자신의 존재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이, 이건 위험해.’
빨리 이 장소를 벗어나라고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렸다. 단 한 번도 자신을 배신하지 않은 위험 경보가 미친 듯이 울고 있었다.
“나, 난 여기까지 하겠소! 연합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다크문은 여기서 빠진다!”
타룬은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고, 바람의 기운을 불러와 몸을 띄웠다. 연합이고 뭐고 일단 자신부터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쿠우우우!
바람의 기운에 오러까지 운용하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바다 쪽으로 도망치려했지만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뭐, 뭐야!”
수백 개의 덩굴이 자신의 다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었다.
“서, 설마…허억!”
타룬은 아래를 내려 보고 기겁을 하며 몸을 떨었다. 백우진이 오른손을 들어 자신을 끌어내리고 있었다.
“미친!”
비명이 나왔다. 백우진이 사용하는 건 무예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오러를 이용한 허공섭물. 흔히들 염력이라 부르는 사소하디 사소한 능력이었다.
‘끄으윽…’
저 괴물은 가벼운 물건을 드는데 사용하는 허공섭물을 이용해서 자신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아, 안 돼! 절대 안 돼!”
타룬이 심장에서 휘도는 오러와 바람의 기운을 동시에 끌어올려 푸른 용오름을 만들었다. 용오름의 폭발력을 이용해서 이곳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쿠구구구!
용오름을 타고 도망치려했지만 이번에도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좀 전보다 더한 무게가 자신의 다리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으아아아!”
타룬이 비명을 질렀다. 전력으로 바람의 기운을 부르고, 오러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백우진이 내리는 오른손을 따라 자신의 몸이 추락하고 있었다.
“이이익!”
이를 악물고 버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오러와 바람의 기운 모두를 이용해도 백우진의 한 손을 이겨낼 수 없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렵다? 이건 그런 수준이 아니다. 무신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쿠웅!
타론의 두 다리가 결국 땅으로 내려섰다. 그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로 턱을 덜덜 떨었다.
“내 허락 없이는….”
흑암이 오른손을 내리며 말을 이었다.
“그 누구도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실로 거만한 어조였지만 그가 가진 거대한 격과 함께하니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닥치고 가만히 있어.”
“흐윽!”
타룬이 충혈된 눈으로 뒤로 물러났다. 전신에서 오싹한 소름이 돋아 올랐다. 백우진의 목소리는 사신의 속삭임처럼 공포스러웠다.
“워, 월인들은 내 앞으로 와라! 나를 지켜! 지키라고!”
타룬이 월인과 부하들을 불렀지만 그 누구도 발을 떼지 못했다.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왔다간 목이 떨어진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으으….”
“아….”
제논의 무인들 역시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했다. 백우진의 다가가는 순간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니, 그건 느낌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뭣들 하는 거야! 빨리 오라고!”
타룬이 소리를 지르며 손짓을 해도 월인들은 끈 떨어진 인형처럼 가만히 있었다. 뱀 앞에 놓인 개구리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 당신은 뭐하는 거야! 빨리 싸우라고!”
타론이 삿대질을 하며 욕을 뱉었지만, 김남길은 멍한 눈으로 백우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 젠장!”
타론은 꽁꽁 숨겨두었던 오러와 바람의 기운을 일순간에 폭발시켰다. 그의 앞으로 거대한 폭풍이 생성되었다.
“마스터를 도와!”
“살 방법은 그것뿐이다.”
그 강대한 바람에 용기를 얻은 월인과 다크문의 무인들이 타론의 옆으로 붙었다.
쿠구구구!
월인과 무인들이 힘을 보태자, 타룬의 폭풍이 하늘 위로 솟구치며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스르릉!
흑암은 대지를 찢어발기는 거대한 폭풍 앞에서 암인검을 들어올렸다.
“너희에게 주어진 기회는 끝났다.”
가볍게 검을 그었다.
콰아아아!
그 순간 거대한 폭풍이 반으로 쪼개지고, 폭풍 뒤에 숨은 월인과 다크문 무인들의 몸이 갈라졌다.
하늘을 뒤덮은 폭풍도, 하나 되어 모인 다크문의 기운도 흑암의 일검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크아아악!”
“섬야.”
타룬이 진원진기를 끌어올리며 최후의 권격을 내지르려 할 때 흑암이 검을 올려쳤다.
콰아아아앙!
검날에서 뻗어 나온 흑색의 물결이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
쿠구구구!
다크문의 마스터 타룬과 그의 수신 호위이자 간부인 월인들이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고, 대지는 거대한 용이 발톱을 내리친 것처럼 폭삭 갈라져 있었다.
흑암의 절대적인 무력과 존재감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도, 도망쳐….”
“으아아아악!”
간신히 정신을 차린 다크문의 범죄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싸워서는 절대 이길 수 없었다. 무조건 이곳을 벗어나야했다.
“말했잖아. 누구도 여길 벗어날 수 없다고.”
흑암이 암인검을 땅에 박아 넣자, 미친 듯이 튀던 다크문 범죄자들의 그림자위로 검은 칼날이 솟구쳤다. 그의 두 번째 검로 암인이었다.
퍼어어억!
검은 칼날은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고 도망치던 범죄자들의 심장을 뚫어버렸다.
턱.
흑암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암인검을 뽑아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넌…누구냐.”
김남길이 주먹 쥔 손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사용하는 검술이 비슷하지만 건 앞에 있는 놈은 백우진이 아니다. 격이 다른 존재였다.
“난 백우진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네가 몰아붙인 백우진이다.”
흑암은 빙긋 웃으며 백우진의 이름을 말했다.
“같잖은 소리! 넌 절대 백우진이….”
“그리고 지금 그게 중요한가?”
“크윽….”
흑암의 말에 김남길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놈의 정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평범한 허공섭물일 리가 없어. 특별한 무예 중에 하나일거다.’
오러를 이용하는 단순한 허공섭물로 타룬을 끌어내리는 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무력이 존재할 리가 없다!”
김남길이 전신에 퍼진 오러들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백천화를 죽이기 위해서 모아놓은 기운을 모조리 개방했다.
콰아아아!
김남길의 전신에서 이글거리는 백색의 오러가 타올랐다. 정점에 서기 위해서 만들어낸 최강의 무예 백극강환을 극성으로 운용했다.
키이이잉!
김남길의 손아귀에서 무지막지한 크기의 강환이 치솟았다. 오러의 질과 전사력 모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백극강환의 첫 번째 절기 대절환이었다.
“죽여주마.”
김남길은 손에서 휘돌던 강환의 회전 속도를 급속도로 올린 후 백우진을 향해 쏘아냈다.
“결은 보고 베는 게 아니라, 느끼면서 베는 거다.”
흑암은 속에서 듣고 있을 백우진에게 조언을 하며 흔들리는 갈대처럼 자연스럽게 검을 그었다.
촤아악!
강기에 휘감긴 암인검이 대절환의 흐름을 파고들어 그 결을 갈랐다.
대절환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허공에 녹아내렸다.
“허어!”
김남길의 관옥같은 얼굴이 흉악할 정도로 찌그러졌다.
‘어떻게…’
결을 느낄 수 없게 강환을 뒤덮었음에도 백우진은 어렵지 않게 대차륜을 베어냈다. 이해할 수가 없는 검술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믿을 수 없어!”
김남길의 어깨 위로 열 개의 강환이 생성됐다. 강환을 시간차로 날려 상대를 갈아버리는 백극강환의 두 번째 절기 십령살이었다.
콰아아아!
김남길은 지금까지 느낀 백우진의 행동 방식을 파악해서 십령살을 날렸다. 피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강환을 움직였다.
“사실 난 결을 베는 것보다 그냥 때려 부수는 걸 더 좋아하거든.”
흑암이 씩 웃으며 암인검에 자신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암인검의 칼날 위로 흑빛의 기운이 하늘 끝까지 솟구쳤다. 세 번째 검 흑살의 발현이었다.
쾅! 콰앙! 콰과광!
흑암은 흑살의 기운을 덮은 암인검으로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열 개의 강환을 모조리 터트렸다.
일검에 무신의 힘이 담겼기에 김남길의 강환은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다.
“마, 말도 안 돼….”
김남길이 이를 딱딱 부딪치며 뒷걸음질 쳤다. 놈은 결을 베지 않았다. 그야말로 힘으로 때려 부숴버렸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거짓말 같았다.
‘크윽, 어쩔 수 없어!’
타룬이 죽은 장소를 보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용이 긁은 것처럼 쫙 찢어진 상흔을 보자 놈에게서 도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쿠구구구!
김남길이 양손을 모았다. 활짝 벌어지는 손에서 거대한 강환 열여덟 개가 치솟았다.
치이이잉!
열여덟 개의 강환이 톱니바퀴처럼 어우러지며 막대한 기파를 만드는 륜을 만들어냈다. 회전하는 강환의 륜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백극강환의 마지막 절기 천마륜이었다. 백천화나 대연문주를 위해서 만든 최강의 무예를 백우진에게 쓰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가라!”
김남길의 손끝을 따라 쏘아진 천마륜이 하늘과 땅을 가르며 백우진을 향해 내리꽂혔다. 그 강대한 회전과 위력에 공간이 갈라져내렸다.
“오늘의 마지막 수업이다.”
흑암이 왼손을 앞으로 암인검을 잡은 오른손을 뒤로 젖혔다. 흡사 궁사가 활을 쏘아내는 듯한 자세였다.
“저런 식으로 여러 개의 강환이 합쳐진 무예라고 해도 결이 한 곳에 모이는 순간이 있다.”
흑암의 두 눈에 기광이 어렸다. 회전하던 열여덟 개의 강환의 결이 일점에 모였을 때 그가 땅을 박찼다.
“이게 내 다섯 번째 검로 암극(暗戟)이다.”
오른손에 든 암인검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야말로 일점. 막대한 오러가 휘몰아치는 하나의 창이 치솟았다.
치이이잉!
흑암은 자신의 몸과 함께 암극을 내질렀다. 송곳처럼 깎아낸 흑색의 극이 천마륜의 결을 관통했다.
쿠아아앙!
압축되었던 강대한 충격이 지축을 뒤틀었다. 일그러진 공간이 되돌아오며 흑암과 김남길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오른쪽에 있던 김남길이 왼쪽으로, 왼쪽에 있던 흑암이 오른쪽에 위치해 있었다.
퍼어어엉!
태양처럼 이글거리던 천마륜이 허공으로 녹아내림과 동시에 김남길의 오른쪽 상체가 터져버렸다.
치이잉!
암극이 천마륜을 가르고, 김남길마저 뚫어버린 것이다.
“크허억!”
김남길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의 어깨에서 살벌한 양의 피가 솟구쳤다.
“마, 마스터!”
“마스터를 구해!”
“전부 달려들어!”
팔귀중과 제논의 무인, 사령술사들이 김남길을 구하기 위해서 백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앙!
흑암이 검을 튕기듯이 그은 섬야에 팔귀중 혈군주와 수십이 넘는 무인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이었다.
저벅.
하늘 아래에서 들리는 소리는 오직 흑암의 발걸음 소리뿐이었다.
“이, 이렇게 되다니….”
김남길이 피를 토하며 백우진을 올려보았다.
“내가 고문을 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감사해라.”
“어쩔 수 어, 없겠어.”
김남길이 합장을 하듯이 손을 모았다. 그 순간 김남길과 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던 제논 소속 범죄자들의 몸이 새파랗게 빛났다.
“이건….”
흑암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뇌검이 자폭할 때와 같은 마나의 흐름이었다.
“배, 백천화와 대연문주를 동시에 죽이기 위해서 준비한 것을 여기서 쓰게 될 줄이야.”
김남길의 몸 역시 파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 공간에 있는 제논의 무인들 대부분이 동시에 자폭을 하는 것이다.
치이잉!
흑암은 암인검을 위로 쳐올렸다. 그의 검을 따라 파란빛을 내뿜는 무인들이 모두 허공으로 떠올랐다.
대상을 정해서 공격하는 암인과 허공섭물을 응용한 기예였다.
“소, 소용없다. 이 폭발은….”
“소용 있어.”
흑암은 암인건을 부드럽게 그어 하늘을 갈라냈다. 암인검의 궤도를 따라 피어난 검은 커튼이 자폭을 준비하던 무인들을 휘감았다. 그의 네 번째 검로 흑현금이었다.
“이런! 망할!”
김남길의 분노어린 포효와 함께 흑현금의 내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앙!
어마어마한 충격파와 굉음이 터졌지만, 흑현금의 방어 덕분에 부상을 입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아….”
“저게 검술이라고? 저, 저게?”
“어떻게 저런 무력을….”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 것을 본 것처럼 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흑암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르릉.
흑암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암인검을 검집에 넣었다.
[강림이 해제됩니다.]눈앞으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쯧, 조금 더 놀고 싶었는데.”
흑암이 혀를 찼다. 마지막 폭발을 막아내느라 힘을 너무 많이 소모해서 강림이 해제되는 것 같았다.
“복 받은 줄 알아라. 백우진. 이런 스승이 세상에 어디 있냐.”
흑암이 웃으며 백우진의 몸을 두드렸다. 잠시 뒤 그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
백우진은 흑암의 전투를 모두 보았다. 그에 강대한 무력에 대한 감탄을 내뱉기도 전에 시야가 어두워졌다.
다시 빛이 발했고,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저택 내부에서 정신이 들었다.
백위전에 있는 자신의 방보다 더 크고 화려한 방안에 이전에 흑암과 싸웠던 금발의 미남자가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큼지막한 침대에 누워있는 금발의 여자 아이를 보고 있었다.
여자 아이는 몸이 좋지 않은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미남자는 흑암에게 검을 겨눌 때와 달리 서글픈 표정으로 여자 아이의 땀을 닦아주었다.
예상했던 대로 흑암과 미남자는 처음부터 적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여기서 보기에는 친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흑암과 남자는 중천에 떠 있던 태양이 서산 아래로 사라질 때까지 여자 아이를 지켜보다가 방을 나갔다.
저택을 나선 두 사람은 정원으로 보이는 장소에 주저앉아 달을 바라보았다.
하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술잔과 술동이를 가져왔다.
흑암과 미남자은 하늘에 뜬 붉고 푸른 달을 안주삼아 끊임없이 술을 펐다.
달이 지고, 다시 해가 뜰 때까지 술을 마시던 미남자가 흑암에게 뭐라 말하며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큰 결심을 한 것처럼 단호한 빛을 띄었다.
흑암은 테이블을 걷어차며 남자의 앞을 막아섰다. 격분한 표정으로 미남자에게 안 된다고 손을 저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금방이라도 출수를 할 것 같았지만 결국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남자는 떠나갔고, 흑암은 그 자리에 남았다. 흑암의 표정은 세상 그 누구보다 서글퍼보였다.
‘시간의 역행인가…’
지금까지 본 흑암의 기억들을 생각해보면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전에 저 미남자와 싸울 땐 정말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검을 휘두르는 것 같았고, 동료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죽일 때는 지금보다 얼굴이 더 늙어 있었다.
시스템이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아직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사건을 역순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확실하게 머리에 이 기억을 확실하게 새겨 놓았다.
흑암은 미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한참 바라보다가 술기운을 날려버리고, 여자 아이가 누워 있는 저택으로 발길을 돌렸다.
흑암이 저택으로 들어가는 순간 백우진의 시야가 다시 어두워졌고, 그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흑암과의 친밀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흑색의 왕의 업을 입고, 흑색의 왕의 격을 행했습니다.]띵!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타이틀 가 생성되었습니다.] [흑암의 다섯 번째 검 암극(暗戟)이 개방되었습니다.] [특성 흑색 광휘가 생성됩니다.]-…
백우진은 정신을 잃어 이 메시지를 보지 못했지만, 한 존재는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