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사해의 왕 (2)
짐승의 목구멍처럼 새까만 싱크 홀에서 피를 덕지덕지 바른 썩은 시체가 기어 올라왔다.
-좀비?
“그런 거 같은데.”
느릿하게 흐느적거리는 움직임만 봐도 최하급 언데드 몬스터 좀비임을 알 수 있었다.
[퍼엉!]싱크 홀에서 나와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던 좀비는 앞을 지키던 검사에게 목이 날아가 다시 구덩이로 떨어졌다.
그 뒤로도 소수의 좀비와 해골이 올라왔지만, 땅을 밟기 무섭게 능력자들의 검과 마법에 시체로 돌아갔다.
[평범한 싱크 홀이 아닌지 지하에서 언데드 몬스터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만 그 숫자가 많지 않고, 등급이 낮기에 백호 길드가 어렵지 않게 처리하고 있습니다.]현장을 중계하는 기자의 말대로 구멍에서 올라오는 몬스터는 하급 좀비와 해골들뿐이었기에 나오는 족족 목이 베여 쓰러졌다.
-이거 네 전생에서 없었던 일이냐?
“없었어.”
백우진이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싱크 홀은 꽤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저 정도 크기의 싱크 홀이 나타난 건 처음이었다.
-저기 가 볼 거냐?
“싱크 홀의 크기에 비해 별일은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연락은 해 봐야지.”
협회에 거대 싱크 홀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다른 건 몰라도 내부에 존재하는 마나의 흐름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우웅!
15분 정도 후에 전화가 울렸다. 액정에는 이영현의 이름이 떠 있었다.
“국장님?”
[검사님이 요청하신 인천 싱크 홀에 대한 정보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전 그냥 마나 수준에 대한 자료만 요청했는데….”
협회에 문자를 보냈을 뿐인데 갑자기 이영현에게 연락이 왔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검사님 담당은 처음부터 저였지 않습니까. 당연히 제가 알려 드려야죠.]늦은 시간임에도 이영현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일단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나 측정에서 나온 싱크 홀의 등급은 2등급에서 3등급 사이였습니다.]“네? 그거밖에 안 되나요?”
[예. 아무래도 싱크 홀 현상과 던전 개방이 동시에 이루어져서 저런 상태가 됐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나오는 몬스터도 해골과 좀비 정도이니, 검사님이 걱정하진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싱크 홀 공략을 준비하는 길드는 어디죠?”
[백호 길드입니다. 백호 길드에는 5등급 신성 능력자도 있으니, 어렵지 않게 내부 공략을 할 수 있을 겁니다.]“그렇군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호 길드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대형 길드로 여러 던전을 공략한 경험이 많았다.
신성 능력자도 있으니, 조금의 피해도 없이 저 싱크 홀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백호 길드면 믿을 만하죠.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나중에 싱크 홀 공략이 끝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백우진은 전화를 끊고 티비로 고개를 돌렸다. 이젠 해골과 좀비들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마나 등급도 낮고 별일은 아닌 모양이야.”
-그렇군.
흑암은 티비 화면을 보며 검날을 끄덕였다. 자신이 보기에도 해골, 좀비만 나오는 곳이라면 백우진이 갈 필요가 없었다.
다만 무언가가 좀 걸렸다. 저 껌껌한 구덩이를 보고 있으니, 아주 오래된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놈이 여기 있을 리가 없지.
**
다음 날 오전 백우진은 평소처럼 백선 길드를 찾아갔다.
“오늘은 여기 들어오실 필요 없습니다.”
특별 회복실로 들어가려 할 때 백선 길드의 마스터 박일섭이 그의 앞을 막았다.
“서, 설마….”
“예. 두 분 모두 깨어나셨습니다.”
박일섭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디에 있어요?”
“일반 회복실 303호에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박일섭에게 세 번이나 고개를 숙이고서 두 사람이 있다는 회복실로 달려갔다.
쾅!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는지 회복실의 문을 거칠게 열었다.
“강도도 아니고, 뭘 그렇게 험하게 들어오느냐.”
“여전히 힘 조절이 안 되시나 보네요.”
백우진은 그리운 목소리가 들리는 우측으로 고개를 돌렸다.
백천웅과 무영객이 앉은 채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의 웃음을 보자 가슴이 울렁거렸다.
“부가주님….”
“아이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그리고 정말 고생 많았다.”
백천웅이 눈을 내리감았다. 일어나자마자 백우진이 어떤 일을 했는지 들었기에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아닙니다. 깨어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백천웅의 야윈 얼굴을 보자, 나무뿌리를 생으로 씹은 것처럼 속이 쓰렸다.
“저 부가주님의….”
“내 걱정은 할 필요 없다. 내게 무력은 중요한 게 아니었어.”
-그럴 리가 없지….
“…….”
흑암의 말대로 평생을 키워온 무력인데 중요하지 않을 리가 없다. 백천웅은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저런 말을 한 것뿐이다.
-넌 참 인복이 좋은 놈이야.
흑암의 말에 공감을 하며 백천웅의 손을 주물러 주었다. 그 단단했던 손에 힘이 없는 것이 너무 서글펐다.
“고맙다. 다만 저 녀석에게도 관심을 주거라.”
“음….”
백우진은 백천웅의 눈짓에 뒤를 돌았다. 무영객의 눈동자가 칭찬을 기대하는 아이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턱.
백우진은 주머니에 있던 귀건을 꺼내서 무영객의 손에 올려 주었다.
“네 덕분에 그놈들을 잡을 수 있었어. 용기를 내 줘서 고맙다.”
“크으으! 믿고 있었다고!”
무영객은 사이다를 한 잔 들이켠 듯한 탄성을 흘리며 주먹을 흔들었다.
“검사님이라면 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아니야. 네가 더 대단했어.”
백우진은 기뻐하는 무영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요상한 녀석이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자신은 여전히 이곳에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제논과 다크문을 제거한 1등 공신은 무영객이었다.
“그래서 줄 게 있다.”
백우진은 상급 영약 적사화를 꺼내서 무영객에게 건네주었다.
“이, 이게 뭡니까?”
“알잖아.”
“알기야 알죠! 적사화! 체력, 신체, 오러 모두에 영향을 주는 상급 영약이잖아요!”
무영객은 도둑놈답게 적사화의 등급과 효능까지 모조리 파악하고 있었다.
“네 덕분에 구한 물건이야. 일단 이 영약부터 먹고, 몸이 회복된 후에 적사화를 먹어.”
백우진은 몸을 보신시켜 주는 영약인 정연환도 넘겨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무영객은 일어나자마자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은 몰랐던 듯 감동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부가주님도 먼저 전영환을 드신 다음에 이걸 드세요.”
백우진은 뒤를 돌아 백천웅에게도 정연환과 목갑에 담겨 있는 녹색 단환을 건넸다.
“이건….”
“녹신환이라는 영약입니다. 원기의 보충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그거 딱이네요. 녹신환은 몸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데 최고의 영약이거든요. 역시 검사님은 모르는 게 없으시네.”
무영객은 입맛을 다시며 녹신환에 대한 설명을 읊기 시작했다.
“녹영환의 가장 좋은 효과는 말이죠. 체력과 영기 보충….”
“설명은 됐으니까. 내 주머니에서 손 빼라.”
“허억!”
무영객은 깜짝 놀라며 백우진의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진짜 변하질 않는 놈이라니까….
흑암은 황당하다는 듯 검날을 저었다. 이 녀석은 녹영환의 설명을 하면서 백우진의 주머니에 다른 영약이 없나 뒤지고 있었다. 정말이지 대단한 도둑놈이었다.
“도둑질은 몸이 나으면 해라. 손이 굳어서 바로 티가 나니까.”
“윽….”
백우진은 무영객이 장난을 쳤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쿠헥! 아, 알겠습니다.”
“크허허허!”
무영객은 붉어진 이마를 쓰다듬었고, 백천웅은 즐거운 웃음을 터트렸다.
‘좋네.’
백우진은 두 사람을 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저 둘이 깨어나 웃는 모습을 보니, 가슴에 얹혀 있던 돌덩이가 내려간 느낌이었다.
우우웅!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에서 진동이 일었다. 백우진은 전화가 온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받지 않았다.
“전화가 왔으면 받아라.”
“그럼 잠시만….”
백우진은 창가로 이동해서 액정을 보았다. 이영현이었다.
-싱크 홀 공략이 끝나서 알려주려는 건가?
‘그렇겠지.’
어젯밤에 백호 길드가 들어갔으니, 지금쯤이면 끝내고 나왔을 것이다.
“국장님. 다 끝났습니까?”
[검사님! 그….]이영현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뗐다.
[시, 싱크 홀에 들어간 백호 길드가 전멸했습니다.]-뭐?
“예?”
잘못 들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3등급 수준의 던전에 들어간 백호 길드가 전멸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어, 어제 싱크 홀에 들어간 백호 길드 45명의 생명 반응이 전부 사라졌습니다.]“아니, 어떻게 그런….”
[저희도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백호 길드가 전멸한 이후 싱크 홀의 크기가 더 벌어지고, 내부 마나의 반응도 6등급으로 올라갔습니다.]-으음….
이영현의 보고를 들은 흑암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현재 결계를 쳐 놔서 외부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곧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싱크 홀이 점점 커지고, 그 주변 땅으로 검은 안개가 흐르고 있습니다.]“검은 안개?”
[아, 전방에 있던 것과는 다릅니다. 다만 그것과 맞먹을 정도로 지독한 사기(死氣)가 흐르고 있습니다.]“그런….”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며 뒤를 돌았다. 백천웅은 자신에게 따스한 눈빛을 보내며 손짓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가 보거라.”
“그래요. 저흰 이제 이 영약 먹고 건강을 찾아야 하니까. 바빠요.”
두 사람은 부담 가지지 말고 가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수화기를 고쳐 쥐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
백우진은 바로 인천으로 향했다. 협회 직원의 안내를 받아, 싱크 홀에 들어갈 능력자들이 모여 있는 강당으로 들어갔다.
삼삼오오 모여 싱크 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능력자들은 백우진을 보자마자 모두 입을 다물고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 눈빛에는 동경, 감탄, 부러움, 질시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백우진은 이제는 익숙해진 시선을 받아들이며 끝쪽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백호 길드의 전멸로 협회에서도 준비를 단단히 했는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루카스, 불사조, 대룡, 대명회 등 명성이 높은 대형 길드 소속이었다.
‘이 정도면 상대가 누구든 쉽게 당하지는 않겠어.’
“협회 긴급 대책반을 맡고 있는 박진광이라고 합니다. 모두 모이셨으니, 바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백우진이 길드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있을 때 단상 위에 선 정장 차림의 남성이 고개를 숙였다.
“어제 있었던 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백호 길드 마스터 황백호와 검사 25명, 권사 15명, 신성 능력자 4명이 함께 싱크 홀로 들어갔고, 오늘 새벽 그들의 생명 반응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로….”
박진광이 화면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싱크 홀의 마나 파동이 급변했습니다. 현재 마나 수준은 6등급이지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싱크 홀이 점점 커져 가며 사기를 담은 검은 안개가 깔리고 있습니다.”
화면에서 보이는 싱크 홀의 크기는 어제 뉴스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커져 있었다. 어젠 보였던 건물들이 싱크 홀 아래로 묻혀 있었다.
“허….”
백우진은 인상을 찌푸린 채 화면을 보았다. 이대로라면 모든 것이 저 구멍에 먹힐 것만 같았다.
“보시는 대로 싱크 홀의 크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급하게 부를 수 있는 분들을 모두 소집했습니다. 소집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박진광은 백우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이 와서 정말 다행이야.’
적가주와 대연문주도 불렀지만, 적가주는 제주도의 던전에 들어갔고, 대연문주는 소집에 응하질 않았다.
다만 그 둘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는 백우진이 와 주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싱크 홀 내부에는 토끼 굴처럼 여덟 개의 구멍이 있고, 진한 사기가 흐르기 때문에 조를 짜서 그 안에 신성 능력자를 포함하여 움직여야 합니다. 일단 저희가 임의로 조를 짰으며, 지금부터 불러드리겠습니다.”
박진광의 말과 동시에 화면에 조별 명단이 올라왔다. 대부분 같은 길드끼리 조가 편성되었고, 그 안에 신성 능력자들이 두세 명씩 끼어 있었다.
‘나도 조에 들어가 있네.’
백우진이 스크린을 보며 눈을 빛냈다. 자신이 속한 8조 10명 중 5명이 신성 능력자, 3명이 마법사, 나머지 1명은 수색 담당 무인이었다.
-넌 딱히 조가 필요 없다.
‘응?’
-네게는 암흑적응과 흑색 광휘가 있잖아. 저런 사기는 네게 영향을 못 끼친다. 거기다 저 수색 담당이 너보다 수색을 잘할 리도 없지. 혼자 움직이는 게 훨씬 편할 거다.
‘확실히….’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암의 말대로 조를 이뤄서 움직이면 속도만 늦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저 싱크 홀이라는 거….
‘응?’
-아니다. 가 보면 알 수 있겠지.
‘싱겁기는.’
“마지막으로 백우진 검사님은 대명회의 김민경 능력자….”
“전 혼자 들어가겠습니다.”
박진광이 8조의 이름들을 호명할 때 백우진이 손을 들어 올려 거절을 표시했다.
“호, 혼자 가신다구요?”
“네. 전 혼자 들어갈 테니, 8조에 속한 능력자분들을 다른 조에 넣어 주세요.”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네요.”
반대편 의자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이 벌떡 일어섰다. 날카로운 눈매로 백우진을 쏘아보았다.
“대명회의 김민경이라고 합니다. 백우진 검사님이 강한 건 알고 있습니다. 아마 여기서 가장 강하겠죠. 하지만 이번 일은 무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김민경은 스크린에 보이는 싱크 홀 주변의 검은 안개를 가리켰다.
“싱크 홀 주변은 어제와 달리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신성 능력자가 없다면 계속해서 오러를 낭비하게 되고, 오러 자체의 위력도 크게 감소하게 되며, 체력과 정신력마저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갑니다.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 백우진님의 발언은 자기 과신일 뿐입니다.”
“…….”
백우진은 작게 웃었다. 일반적으로 볼 때 김민경의 말은 정론이었다. 다만 그 대상이 자신인 이상 그 말은 정론이 될 수 없었다.
‘모르는 게 당연한 일이지.’
김민경은 모른다. 자신이 어떤 무력을 가졌는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모르기에 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젊은 놈이 무력만 믿고 건방지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이들도 모른다. 전방의 싸움이 어땠는지, 뇌검과의 전투가 어땠는지 전혀 모른다. 이 따뜻한 곳에서 이야기로만 들은 자들은 알 수가 없다.
그러면 보여주면 된다. 자신이 그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걱정해 주시는 건 고맙지만, 전 죽음의 기운을 막는 능력이 있어서 혼자 움직이는 게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거기다 8조에서 빠진 인원들이 다른 조에 들어가게 될 테니, 더 안전해질 수 있을 겁니다.”
“으음….”
박진광은 백우진과 김민경을 번갈아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8조는 백우진 검사님 혼자 들어가시고, 원래 8조였던 분들은 한 명씩 다른 조로 편입하겠습니다.”
당연한 결과였다. 대명회의 김민경이 최고의 유망주라고 해도 백우진의 이름값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백우진 검사님은 혼자 들어가신다고 하셨으니….”
“제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제 책임입니다.”
“음, 그럼 다시 브리핑을 계속하겠습니다. 내부의 구멍은….”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박진광이 설명하는 스크린에 집중했다. 김민경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익….”
김민경은 분한 듯 주먹을 말아 쥔 채로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
브리핑이 끝나고 모든 능력자들이 싱크 홀 앞에 모였다.
‘저길 그냥 들어간다고? 바보 같은 놈!’
김민경은 싱크 홀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벌써 지독한 사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신성 능력자 없이 혼자 움직이겠다는 백우진의 멍청함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훨씬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여튼 힘만 센 인간들은 어쩔 수 없다니까.’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백우진은 의협을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 역시 무력을 믿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폭군일 뿐이었다.
“으음….”
“생각보다 너무 독한데?”
“여길 혼자 가는 건 무리 아닌가?”
싱크 홀 앞에 선 능력자들은 사기의 지독함에 인상을 찌푸렸다.
백우진이 아무리 강해도 저곳을 맨몸으로 뚫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진입 준비를 하겠습니다. 신성 능력자분들은 능력을 발동시키십시오!”
박진광의 외침에 신성 능력자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동시켰다. 새하얀 빛들이 동심원처럼 퍼지며 바닥에 깔린 사기를 지워 내기 시작했다.
“오오!”
“사기가 지워지고 있어!”
“역시 신성 능력자들이 있어야 편하네.”
전투 담당 능력자들이 신성 능력자들의 따스한 기운을 느끼며 감탄의 눈빛을 보냈다.
일곱 개의 조가 신성을 퍼뜨리며 진입 준비를 마쳤을 때 백우진이 걸어왔다.
저벅.
백우진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사기로 일렁이는 장소를 향해 다가갔다.
모두 긴장감과 기대감을 가진 채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그도 이 지독한 사기에 얼굴이 굳어져 혼자 간다는 말을 물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났다.
콰아아아!
백우진이 사기를 밟은 순간 그의 전신에서 검은 휘광이 치솟았다.
왕이 걸치는 망토처럼 펼쳐진 진득한 어둠이 사기를 가르고 검은 길을 만들어 냈다.
신성 능력자들의 빛으로도 사기를 밀어내는 게 다였건만 백우진의 흑색 빛은 사기 그 자체를 뚫어 버렸다.
“아….”
김민경은 넋이 나간 표정이 되어 눈을 비볐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녀만이 아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듯 눈을 부릅떴다.
백우진은 턱을 쩍 벌린 박진광을 향해 손짓했다.
“올 사람 다 왔는데 시작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