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사해의 왕 (3)
“지, 진입!”
박진광은 등 떠밀린 것처럼 다급한 목소리로 싱크 홀 진입을 지시했다.
각 조의 능력자들은 백우진을 한 번씩 힐끔거리고서 싱크 홀 아래로 몸을 날렸다.
다만 진입하자고 가장 먼저 이야기했던 백우진은 내려가지 않고,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깊고 깊은 구덩이 아래에 죽음의 기운을 흘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 존재를 제거해 확산되는 사기를 막으세요.
조건: 지하 깊은 곳에서 죽음의 기운을 흘리는 존재를 제거하기.
보상: 5,000포인트, 타이틀.
‘퀘스트 보상이 상당한데?’
타이틀을 제외하고, 포인트만 봐도 지금까지 중 가장 높은 수치의 보상이었다.
‘상당히 어렵다는 뜻이겠지.’
백우진은 퀘스트를 수락하고 싱크 홀이 아닌 박진광에게 다가갔다.
“어? 안 가시고 무슨 일로….”
“이걸로 저 안에 들어간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할 수 있나요?”
백우진은 박진광에게 지급받은 이어폰 형태의 도구를 꺼냈다. 외부와의 연락을 위해 건네받은 무전용 도구였다.
“아뇨. 모든 무전 도구는 저에게만 연락할 수 있습니다.”
“그럼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무전 도구를 왼쪽 귀에 꽂아 넣었다.
“제가 후퇴하라고 말하면 저 안에 들어간 사람들을 전부 퇴각시키세요.”
“예? 그, 그게 무슨….”
“저 싱크 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곳일 수도 있습니다.”
“아….”
박광진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백우진의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심각했다. 장난 따위가 아니었다.
‘무언가가 있는 건가?’
백우진의 무력은 이곳에서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이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고마워요.”
백우진은 박광진에게 인사를 건네고 싱크 홀로 다가갔다.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다가 땅에서 발을 떼고, 뱀의 아가리 같은 구덩이로 몸을 던졌다.
쿵!
싱크 홀의 깊이는 그렇게 깊지 않았기에 금방 바닥에 발이 닿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각자 정해진 굴속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그렇게 독하지 않네.”
싱크 홀의 바닥에 깔린 죽음의 기운은 외부와 별 차이가 없었다. 백우진은 라사둠의 오러를 유지한 채 자신에게 배정된 여덟 번째 굴로 들어갔다.
-…….
“너 어제부터 왜 이렇게 조용하냐.”
백우진은 팔꿈치를 들어 올려 흑암을 툭 건드렸다.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 답답하게 굴지 말고 말 좀 하지?”
-여길 보면서 생각난 게 있다.
“그니까 그게 뭐냐고.”
-…내가 처음 마검으로 깨어나, 첫 번째 주인을 성장시켰을 때 대륙에 강림한 강대한 적이 있었다.
흑암의 어조는 바위를 얹은 것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와 내 주인은 전력을 다해 그놈과 싸웠지만 놈을 죽일 수 없었다. 결국 놈을 봉인하는 데 그쳤고, 힘을 다한 내 주인은 결국 생을 마감했지.
“음, 네 첫 번째 주인이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데?”
-너 정도로 다재다능하지는 않았지만, 검술만큼은 지금의 네게 밀리지 않았다.
“그 정도의 검사가 목숨을 바쳐서 겨우 봉인했다고? 그놈이 대체 뭔데!”
-죽음의 바다에서 일어선 자들의 왕. 사해의 왕이다.
“그럼 그놈이 여기에 있다는 거야?”
백우진은 걸음을 멈췄다. 그런 위험한 놈이 있다면 지금 당장 되돌아가라고 지시를 해야 한다.
-사실 놈이 이곳에 있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놈의 혼은 봉인된 채로 북해의 지하에 가라앉아 있으니까. 그래서 네게 말을 하지 않았던 거고.
“그럼 왜 그 사해왕이라는 놈을 생각한 건데?”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이 구멍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음….”
-내 착각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일단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 이 정도 죽음의 기운은 칸급 데스나이트나 리치도 흘릴 수 있다.
데스나이트와 리치의 등급은 룬, 쿤, 칸으로 나뉜다. 칸급에서도 최상에 이른 데스나이트나 리치라면 이보다 더한 죽음의 기운을 뿌릴 수 있다.
“그럼 그 사해왕이라는 놈이 여기 있으면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놈의 기사를 보면 된다.
“기사?”
백우진이 흑암에게 되물을 때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뿌드드득!
씨앗이 발아하듯 솟아오른 뼈들이 뒤틀리며 수십 구의 해골이 되었다.
바닥에 가라앉은 죽음의 기운들이 해골을 뒤덮어 놈들을 강화시켰다.
그그그극!
해골들은 녹이 슨 칼과 낡은 방패를 들고 백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어어엉!
백우진은 검을 뽑지도 않은 채 검집만으로 20마리의 해골을 일격에 박살 내 버렸다.
“기사라면 데스나이트? 이런 놈들로는 알 수 없어?”
-이런 잔챙이로는 알 수 없다.
흑암은 검날을 반짝이며 저 지하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정말 사해왕이 있다면, 죽어서도 왕을 따르는 죽음의 기사들을 만나게 될 거다.
**
치이이잉!
백우진이 암인검을 뽑아 횡으로 길게 휘두르자, 막대한 기운이 터져 나와 대지를 휩쓸었다.
콰아아앙!
암인검의 검격은 죽음의 기운을 가르고 수십 마리의 구울들을 모조리 터트려 버렸다.
“던전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넌 어때?”
-그래. 아직까지는 특별한 건 없다.
“그렇지?”
아직까지는 강한 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조의 사람들도 가볍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 더 내려가야겠네.”
백우진은 암인검을 검집에 넣고 지하로 내려갔다. 5분 정도 내려가자 강한 죽음의 냄새가 퍼져 나왔다.
“듀라한에 해골 마법사인가?”
2차선은 될 법한 넓은 통로에 듀라한 세 마리와 해골 마법사 열다섯이 길을 막아섰다.
기기긱!
해골 마법사가 합장을 하듯 손을 모으자, 대지에서 검은 기류가 올라와 듀라한을 감쌌다.
-듀라한을 강화시킨 거다. 단단해지고, 능력치도 올라가지.
“딱 보면 알아.”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검병에 손을 올렸다.
“크어어어!”
“크아아아!”
듀라한 세 마리는 거대한 도끼를 풍차처럼 휘돌리며 돌진해 왔다.
스르릉!
백우진은 세 듀라한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내리칠 때 검을 뽑았다.
촤아아악!
검집에서 치솟은 검은 광채가 공간을 찢어발겼다.
도끼를 내리치던 듀라한도, 각종 마법을 쏘아 낼 준비를 하던 해골 마법사도 움직임을 멈췄다.
저벅.
백우진은 검을 집어넣은 채 몬스터들의 사이를 걸었다.
그가 다섯 걸음을 걷기도 전에 해골과 듀라한이 동시에 가루가 되어 무너졌다.
라사둠의 오러가 가진 기운에 의해 언데드들은 몸을 재생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흙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도 스캘러, 듀라한, 해골 광전사, 해골 투사들이 우르르 나타났지만, 백우진은 언데드들을 가볍게 뚫어내며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지하의 끝을 향했다.
“음….”
백우진이 싱크 홀에 들어선지 3시간이 넘었을 무렵, 언데드들을 파죽지세로 깨부수던 그의 걸음이 처음으로 멈췄다.
둥근 형태의 공간에 은빛의 갑옷을 입은 데스나이트가 땅에 검을 박은 채로 서 있었다.
“전혀 다르네.”
데스나이트의 몸에 담긴 기운은 지금까지 만난 언데드들과 궤를 달리할 정도로 강대했다.
후우욱!
백우진이 데스나이트의 공간에 들어가기 무섭게 바닥에서 죽음의 기운이 치솟았다.
화르르르!
데스나이트의 몸에 흡수된 죽음의 기운은 잿빛 불꽃이 되어 전신으로 피어올랐고, 그의 빈 안구에서도 회색빛 광망이 치솟았다.
“…인간인가.”
데스 나이트의 턱이 삐걱거리며 타루툰 대륙의 언어가 흘러나왔다. 인간처럼 부드러운 발음이었다.
“왕에게 닿을 수 있는 강대한 힘이다. 더 이상은 가지 못하리라….”
데스나이트가 땅에 박힌 검을 뽑았다. 그의 검에서 회색 불꽃이 이글거렸다. 강기는 아니되, 그에 못지않은 기운이었다.
-놈이다….
“뭐?”
-저놈, 사해왕의 기사라고! 놈의 기사들은 인간 기사처럼 왕을 따르며 죽음의 기운을 회색 불꽃으로 전환해 기운을 폭발시킨다!
흑암에게서 톱니가 갈리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혀 다른 차원에서 숙적의 부하를 만났으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치이이잉!
데스나이트는 쾌속의 보법을 밟아 백우진의 앞에 이르렀다. 거침없이 검을 내리쳐 백우진의 머리를 노렸다.
쩌어엉!
백우진이 부드럽게 들어 올린 암인검과 거칠게 떨어지는 데스나이트의 불검이 맞부딪쳤다.
“크으음!”
데스나이트는 먼저 공격을 하고서도 암인검에 담긴 거대한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어떻게 인간이 이런 기운을….”
데스나이트의 안구를 채운 회색 불꽃이 꺼질 것처럼 뒤흔들렸다. 인간이 가볍게 휘두른 검에 이런 위력이 담긴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칸급인가? 꽤 무거운데.”
-쿤급이지만, 사해왕의 기운으로 강화된 놈이다.
“그러면 좀 귀찮겠어.”
백우진이 단전의 기운을 끌어올려 암인검에 담아냈다.
치이이익!
암인검에 휘감긴 검은 광채가 데스나이트의 검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가르기 시작했다.
“왕에게 다가갈 수는….”
“난 그 왕을 죽이려고 왔다.”
암인검에 치솟은 막강한 강기가 데스나이트와 그의 불검을 동시에 베어 버렸다. 날개처럼 펼쳐진 라사둠의 오러는 데스나이트의 혼까지 찢어발겼다.
후우욱!
데스나이트는 반쪽 난 갑옷만을 덩그러니 남겨 두고,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박진광 부장님. 들립니까?”
백우진은 데스 나이트를 잡자마자, 무전 도구를 이용해서 박진광에게 신호를 보냈다.
[예! 들립니다! 안은 어떻게….]“전부 복귀하라고 하세요.”
[예? 저, 정말입니까?]“이곳에 들어온 능력자들로는 상대할 수 없는 존재가 있습니다. 모조리 복귀시키세요.”
[아, 알겠습니다! 바로 복귀시키겠습니다. 그런데 검사님은….]“전 계속 내려가 보겠습니다. 나중에 뵙죠.”
백우진은 연락을 끊고, 이어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사해왕의 특징은 뭐야?”
-죽음의 기운을 그 누구보다 잘 이용할 수 있다. 셀 수조차 없는 숫자의 언데드들을 소환하고, 강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기본이지.
“이런 데스나이트들도?”
-데스나이트, 리치도 예외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놈에게 접근하는 것만으로 힘이 빠질 거다. 다만 이곳이 넓은 장소가 아니기에 네게 유리해.
“확실히….”
사해의 왕이 넓은 공간에서 언데드들을 소환한다면 놈을 잡기 힘들겠지만, 이런 좁은 공간이라면 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사해왕은 봉인되었다가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거다. 기운이 약하고 아직 많은 피를 마시지 못했어. 너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놈이 힘을 되찾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거지?”
-그래. 빨리 가라. 놈의 기사가 죽었으니, 놈도 위기를 느끼고 행동을 시작했을 거다.
“알겠어.”
백우진이 오러를 전력으로 끌어 올렸다. 뇌, 풍, 쾌의 묘리를 담은 만상보로 대지를 터트리며 지하로 내려갔다.
**
“네? 돌아오라니요!”
김민경이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싱크 홀의 끝에 닿으려면 아직 멀었건만 갑자기 복귀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누가 그런 명령을 내렸는데요!”
[백우진 검사님입니다.]“백우진?”
백우진이라는 이름을 듣자, 김민경의 인상이 더 심하게 구겨졌다.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데요!”
[이 싱크 홀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라고 전부 빠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럼 그 사람도 물러나는 건가요?”
[아뇨. 그분은 계속 내려가시겠다고 했습니다. 역시 듣던 대로 대단한….]김민경은 짜증 어린 얼굴로 무전 도구의 전원을 꺼 버렸다.
“뭐라고 했기에 그런 표정을 된 거냐.”
1조 조장이자, 불사조 길드의 부마스터 문건후가 김민경의 옆으로 다가왔다.
“백우진이 물러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하네요. 자기 혼자 공을 독식하려는 게 분명해요!”
김민경이 주먹으로 벽을 후려쳤다. 이 싱크 홀은 죽음의 기운에 비해 언데드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다.
백우진은 이곳의 난이도가 쉽다는 것을 알고, 홀로 싱크 홀을 공략해 모든 명성을 챙기려는 게 분명했다.
“그걸 떠나서 우리가 그놈의 명령을 들을 필요는 없지.”
문건후가 피식 웃었다. 백우진은 이곳에 함께 들어온 무인일 뿐이기에 그의 명령 따윈 들을 필요가 없었다.
거기다 불사조 길드는 백우진에게 대놓고 망신을 당한 적이 두 번이나 있었다. 그 복수를 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우린 이대로 간다. 백우진보다 빨리 싱크 홀의 끝에 도달해서 모든 공을 챙기는 거다!”
“예!”
문건후와 불사조 길드 그리고 김민경과 대명회의 신성 능력자들은 박진광의 지시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수많은 언데드들이 나타났지만 모두가 전투의 베테랑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길을 뚫어 냈다.
“후후.”
김민경이 빙긋 웃었다. 내려갈수록 강한 언데드가 나오고 있었지만, 자신의 신성 능력은 그 언데드들에게 탁월한 효과를 발했다.
조금 전에 싸운 듀라한과 해골 마법사들도 신성의 빛과 불사조 길드의 무력으로 손쉽게 뚫어 냈다.
“역시 거짓말이었어.”
고작 이런 놈들 때문에 물러나라고 하다니, 역시나 백우진은 이곳을 홀로 정복하려고 다른 사람들을 내보내려 했던 것 같았다.
“휴식 끝! 다시 내려간다!”
“예!”
문건후의 지시에 휴식을 취하던 1조의 조원들이 일어섰다. 정비한 뒤 움직이려 할 때 멀리서 쇳소리가 들려왔다.
철걱!
철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통로의 벽으로 불꽃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문건후와 김민경을 포함한 1조는 걸음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서 무기를 들어 올렸다.
철그럭.
쇳소리와 불꽃의 그림자가 점점 커지며 그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 데스나이트!”
“데스나이트다!”
그건 전신을 회색 불꽃으로 뒤덮은 데스나이트였다.
“버, 벌써 데스나이트가?”
김민경이 눈을 부릅떴다. 이제 막 듀라한과 해골 마법사를 잡았는데 벌써 데스나이트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거기다 저 기운은 뭐야….’
언데드가 등장한 이후로 몇 번이나 상대했던 데스나이트지만 저런 강대한 기운을 가진 놈은 처음이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라!”
“예!”
문건후는 데스나이트의 기운을 느끼고 오러를 모두 끌어 올렸다. 그의 지시에 불사조 길드의 능력자들도 심장을 휘도는 오러를 무기에 쏟아부었다.
“왕에게 경의를….”
데스나이트는 백우진에게 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을 뱉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철그럭.
데스나이트와 1조가 싸우기 직전 그들이 지나온 통로에서도 쇳소리가 들려왔다. 데스나이트가 나타날 때와 똑같은 갑옷 소리였다.
“설마….”
“허억!”
“아….”
“또, 또 나왔어!”
뒤를 돌아본 모두가 경악하여 얼굴이 창백해졌다. 뒤쪽 통로에서도 회색 불꽃의 데스나이트가 나타났다.
“모, 모두 벽으로 붙어!”
문건후는 양쪽에서 공격당하지 않게 뒤로 물러나 벽에 붙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데스나이트의 갑옷 소리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갑옷 소리가 들려왔다.
“아….”
김민경의 얼굴은 공포로 인해 퍼렇게 질렸다. 둘까지라면 어떻게 될 수도 있지만 저 쇳소리대로 데스나이트들이 나타난다면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거대한 후회가 밀려들었다. 처음 후퇴 지시를 들었을 때 돌아갔어야 했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부, 부장님! 부장님!”
김민경은 다시 무전 도구를 착용해서 박진광을 불렀지만 응답이 없었다.
철그럭 소리와 함께 데스나이트 2마리가 더 나타났다.
“아….”
“끄, 끝났어….”
불사조 길드의 무인들이 입술을 깨물었다. 데스 나이트 4마리가 피워 내는 회색 불꽃을 보자, 절망감이 엄습했다.
모두는 차마 입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백우진의 경고를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전신을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이곳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었다. 일곱 개의 굴 중 백우진의 지시대로 후퇴한 조는 고작 3개 조뿐이었다.
나머지 4개 조에서는 이곳에 있는 1조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콰아아아아!
백우진은 모든 것을 무시하고 지하로 파고들었다. 리치도, 데스나이트도, 스펙터 킹도 그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쿠구구구!
지하의 끝에 도달하기 직전 갑자기 굴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건 또 무슨 일인데!
-제, 젠장!
“왜?”
-네 경고를 들은 놈들이 돌아가지 않은 모양이다. 사해왕이 또 피를 마셨어!
“음….”
백우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김민경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던 능력자 중 자신을 마음에 들지 않게 여겼던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그들은 분명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아래로 내려가다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한두 마리의 데스나이트라면 승리했겠지만 그 이상의 숫자로 몰아쳤을 거다.
“그 멍청이들을 구하기엔 늦었어. 사해왕인지, 개뼉다군지부터 처리해야…. 헉!”
백우진은 다시 내려가기 위해 오러를 끌어 올리다가 눈을 부릅떴다.
쿠구구구구!
상상조차 하지 못한 거대한 기운이 마룡처럼 솟구치며 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놈이 깨어났다! 더 많은 피를 마시기 위해서 위로 올라가는 거다!
“젠장!”
백우진이 이를 악물며 손가락을 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