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사해의 왕 (5)
후우우웅!
이그니스의 겁화가 어둠의 기운을 태우며 떨어져 내리는 순간, 본 드래곤이 날개를 펼쳐 비상했다.
죽음의 기운을 이용해서 신체를 띄우는 본 드래곤만이 할 수 있는 쾌속의 움직임이었다.
화르르륵!
이그니스가 상승하는 본 드래곤을 향해 다시 한번 겁화를 쏘아 냈지만, 본 드래곤은 높은 하늘로 올라가 붉은 화염을 피해 냈다.
-재빠르군.
“그러게 말이야.”
백우진과 흑암의 시선은 본 드래곤이 아니라, 그 위에 타고 있는 칸급 데스나이트로 향했다.
본 드래곤의 빠른 반응은 스스로의 능력이 아니라, 칸급 데스나이트가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멍청해.”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검을 휘돌렸다. 그는 이그니스에게 본 드래곤을 추적하라는 지시도 내리지 않고 사해의 왕을 향해 걸었다.
-뭐 하냐? 안 잡아?
“딱히 쫓을 필요 없어.”
-응? 그게 무슨 소리냐?
“저놈들은 사해의 왕이 내게 위협을 느껴서 소환한 놈들이잖아.”
-그런데?
“그런 놈들이 위로 도망쳤으면 난 저기 있는 사해의 왕을 다이렉트로 노리면 되는 거지.”
백우진은 허공에 뜬 본 드래곤과 데스나이트를 비웃으며 대지를 박찼다.
“지들의 왕이 위험하면 알아서 내려오지 않겠어?”
-잔머리는 여전하구만.
무력이 강해진 이후 전략이고 뭐고 없이 다 때려 부순다 했더니, 잔머리는 그대로였다.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퍼어어엉!
백우진이 암인검을 횡으로 긋자, 그의 앞을 막아서던 해골 방패병들이 포탄에 맞은 듯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파지지직!
밀어닥치던 해골 광전사들과 구울들 역시 하나 된 비뢰섬의 강대한 뇌전을 견디지 못하고 뼈와 살이 녹아내렸다.
후우우웅!
죽음의 기운이 백우진의 발목을 붙잡으려 했지만, 흑색 광채의 빛 앞에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쫓겨났다.
사해의 왕이 만들어 낸 소환수, 방어벽, 죽음의 기운은 백우진 앞에서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무용지물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저기 있다!
“이제 제대로 보이네.”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벽과 언데드들을 모조리 때려 부수다 보니, 어느새 사해의 왕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러를 격하게 끌어 올리며 놈을 향해 달렸다.
[키아아악!]높은 하늘에 떠 있던 본 드래곤과 데스나이트가 결국 참지 못하고 아래로 내려왔다.
쿠구구구!
본 드래곤은 주둥이에 서리와 죽음의 기운을 하나로 모아 프로스트 브레스를 쏘아 냈다.
바로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이그니스가 움직였다.
순식간에 백우진의 옆으로 따라붙어 쏟아지는 프로스트 브레스를 향해 흑염을 뿜어 냈다.
화르르륵!
흑염이 서리의 숨결을 지져 버리며 천공으로 치솟았다.
[키이익!]본 드래곤이 프로스트 브레스를 멈추고 다시 떠오르려 했지만, 흑염은 한번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았다.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찰나의 순간에 프로스트 브레스를 타고 올라 본 드래곤의 머리를 휘감았다.
[크르르르!]흑염은 본 드래곤의 전신을 뒤덮은 죽음의 기운을 태우고, 서리로 가득 찬 뼈와 날개를 지져 버렸다.
[키이이….]본 드래곤은 흑염의 강대한 화력에 결국 날개를 잃고, 대지로 떨어져 내렸다.
쿠우웅!
양쪽 날개가 모조리 타 버린 본 드래곤이 걸레짝이 되어 백우진의 앞으로 추락했다.
콰아앙!
이그니스는 버둥거리는 본 드래곤의 몸통을 짓밟아 아예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봐. 알아서 온다고 했잖아.”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의 말대로 됐지 않냐는 듯 뼈가 조각난 본 드래곤을 가리켰다.
-주인이나, 정령이나 무식하게 힘만 세가지고.
“근데 네가 했던 말보다는 쉽네.”
-네놈에겐 흑색 광휘가 있잖아.
흑암은 백우진의 몸을 비추는 검은 서광을 보며 검날을 반짝였다.
-내 기술이지만 대단하다니까.
죽음의 기운은 흑색 광휘 앞에서 겁에 질린 것처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자신의 특성임에도 한숨이 나올 정도로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저놈은 저기로 갔군.”
사해의 왕 옆에는 본 드래곤을 타고 있던 칸급 데스나이트가 붙어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니, 마음 놓지 마. 많은 피는 아니라도 짙은 마나가 흐르는 피를 먹어서 꽤나 강한 기운을 품고 있어. 언제 진화를 할지 모른다.
“알겠어.”
백우진은 본 드래곤이었던 뼛가루를 밟으며 사해의 왕을 향해 뛰었다.
콰아아앙!
리치와 데스나이트들이 소환하는 언데드들이 끝도 없이 솟아올랐지만, 백우진의 일검을 견디는 언데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백우진은 무신이라도 되는 듯 파멸적인 검격으로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투웅!
사해의 왕이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앞 공간이 일그러지며 두 개의 해골이 소환되었다.
첫 번째 해골인 데스나이트는 검은 바닥에서 거대한 검을 뽑아 들었고, 두 번째 해골인 리치는 수백 개의 손가락뼈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쥐었다.
“둘 다 칸급인가….”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데스나이트와 리치의 기운은 정상 범주를 한참 넘어서고 있었다.
칸, 그중에서도 상급 이상의 데스나이트와 리치임이 분명했다.
우우웅!
칸급 언데드 둘을 소환한 사해의 왕은 뒤로 물러나서 죽음의 기운으로 자신을 둘러쌌다. 알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무언가를 준비하는 건가.”
-흡수한 피를 완벽하게 소화해서 진화를 하려는 거다!
“그래? 그러면 막아 줘야지.”
백우진은 뒤로 물러난 사해의 왕을 쫓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콰아아앙!
데스나이트와 리치가 계속해서 언데드들을 소환했지만, 오러를 두른 몸통 박치기로 모조리 가루로 만들었다.
처음에 소환된 데스나이트 셋이 백우진에게 검을 날리고, 다섯 리치들이 각종 마법을 쏟아부었다.
치이이잉!
백우진은 왼손을 뻗어 흑암을 잡았다. 북해보다 서늘한 흑암의 칼날에서 흑색의 불길이 치솟았다.
[흑암의 첫 번째 검 섬야가 발동됩니다.]흑암의 칼날에서 타오른 검은 기운이 부채꼴로 퍼지며 데스나이트, 리치를 비롯한 상급 언데드들을 휩쓸었다.
콰아아아앙!
막대한 충격파와 굉음이 사위로 퍼지며 언데드들과 죽음의 기운이 일순간에 터져 나갔다.
“엄청나네.”
백우진이 전방으로 퍼지는 연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섬야의 위력은 이전과는 천지 차이로 달라졌다.
흑암이 직접 섬야를 사용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넓은 범위와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네놈도 꽤나 강해졌고, 나도 성장했으니까.
흑암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뭘 당연한 걸 말하냐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자.”
백우진은 섬야의 파동 때문에 피어오른 검은 안개를 뚫고 사해의 왕을 향해 돌진했다.
치이이잉!
사해의 왕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양옆에서 회색 불길이 치솟았다.
쩡! 쩌저정!
백우진은 예상했다는 듯 흑암과 암인검을 세워 회색 불꽃을 두른 칸급 데스나이트들의 검을 막아 냈다.
“왕께 닿지 못한다….”
“왕을 해하려는 자는 이곳에서….”
칸급 데스나이트 둘은 이글거리는 불검을 내리치며 왕에 대한 충성을 읊었다.
“확실히 검격이 묵직하긴 하네. 응?”
백우진이 말을 멈추고 두 눈을 빛냈다. 데스나이트들을 밀어내려 할 때 중앙에서 푸른 화염구가 날아오고 있었다.
화아아악!
푸른빛을 띠는 화염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었다. 9등급 화염 마법 헬 파이어였다.
헬 파이어의 막대한 열기에 공간이 일그러져 보일 지경이었다.
“헬 파이어라….”
백우진은 열기만으로 주변을 녹이는 헬 파이어의 위력을 보고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미안한데….”
헬 파이어를 무시하고 흑암과 암인검에 오러를 쏟아부었다.
“내 화염 저항은 정령왕도 뚫지 못했어!”
이프리트가 사용한 푸른 불꽃도 자신을 녹이지 못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강한 화염 저항을 가지고 있기에 헬 파이어를 무시하기로 했다.
쩌저저정!
흑암으로 관일극을, 암인검으로 낙성위화를 전개하며 두 데스나이트를 밀어붙였다.
“무슨….”
“인간이 어찌….”
데스나이트들의 목소리에 당황이 깃들었다.
인간이 헬 파이어를 피할 때를 노려서 공격하려 했지만, 이 괴물 같은 인간은 헬 파이어를 몸으로 견디려 하고 있었다.
“빠져라!”
“뒤로….”
“어딜 가려고?”
백우진은 두 데스나이트를 놓아주지 않았다.
화르르륵!
헬파이어를 그대로 몸으로 견뎌 버리고, 흑암과 암인검을 십자로 그었다.
촤아아악!
암인검에서 치솟은 풍벽검흔이 두 데스나이트의 검을 막아서고, 흑암에서 타오른 흑살의 칼날이 데스나이트를 동시에 갈랐다.
“으윽….”
“크으으….”
데스나이트들은 인간과 같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놈들의 가슴팍에서 죽음의 기운이 핏물처럼 뿜어져 나왔다.
라사둠의 오러와 흑암의 기운은 칸급 데스나이트가 쌓아 놓은 죽음의 기운을 뚫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가, 가지 못한다….”
“절대로 왕께는….”
“이미 늦었어.”
백우진은 데스나이트가 한 발 빠진 순간 암인검을 검집에 넣고, 오른손으로 흑암을 들었다.
“이거 맞지?”
-좋은 자세다.
오른손을 뒤로,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활을 쏘는 듯한 자세. 흑암의 다섯 번째 검 암극의 자세였다.
쿠구구구!
백우진의 기운이 폭발하는 화산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막아!]칸급 리치가 죽음의 기운으로 두꺼운 방패와 본 월, 본 실드를 만들고, 자신의 몸으로 사해의 왕의 알을 감쌌다.
화르르륵!
뒤늦게 그 위험을 깨달은 데스나이트들이 자신들의 몸을 버리고 마지막 불꽃을 검에 태웠다.
“소용없어.”
백우진은 흑암의 기운을 온몸에 휘돌리며, 뇌기까지 끌어 올렸다.
파지지직!
암극의 기운에 뇌기가 어우러지며 검은색 뇌전이 백우진의 몸을 둘러쌌다.
[흑암의 다섯 번째 검 암극이 발동됩니다.]백우진이 그 모든 기운을 하나로 모은 채 땅을 박찼다. 흑암은 하나의 극(戟)이 되어 공간을 꿰뚫었다.
퍼어어엉!
죽음의 기운으로 만든 두꺼운 벽도, 뼈로 이루어진 방패도, 데스나이트의 불검도, 리치의 몸도 견디지 못했다.
암극은 모든 것을 부수고, 사해의 왕을 보호하는 알로 향했다.
빠지지직!
검은 불꽃을 세운 칼날이 죽음의 기운으로 뭉쳐진 알을 완벽하게 꿰뚫었다.
퍼어어억!
알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고, 그 안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아니, 피가 아니다, 사해의 왕이 모았던 짙고도 짙은 죽음의 기운이었다.
[우오오오오!]사해의 왕이 내지르는 비명이 알을 벗어나 세상으로 울려 퍼졌다.
“힘을 모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건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크어어어!]백우진이 흑암을 비틀어서 뽑자, 사해의 왕이 다시 한번 비명을 질렀다.
“난 성격이 급해서 네가 힘을 모을 시간을 기다려 줄 생각이 없어.”
흑암을 다시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암인검을 잡았다.
우우우웅!
오러를 극성으로 운용하며 암인검을 뽑았다.
콰아아아앙!
흑왕탄의 무시무시한 기운이 쏘아지며 사해의 왕을 덮은 죽음의 기운이 모조리 깨져 나갔다.
“끄으으….”
깨진 알껍데기들이 후드득 떨어지며, 사해의 왕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림자처럼 모든 것이 검게 물든 것은 여전했지만 인간처럼 확실한 형태의 이목구비가 생겨났고, 왕관의 크기가 더 커진 상태였다.
-역시 진화를 준비하고 있었군.
“중간에 멈췄는데도 놈의 기운이 강해졌어.”
변화를 멈추게 했음에도 사해의 왕의 기운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이, 인간 따위가 감히….”
사해의 왕은 인간의 언어를 내뱉으며 흉악한 살기를 피워 냈다. 그의 분노를 따라 죽음의 기운이 요동쳤다.
“흠!”
백우진은 가시처럼 솟구치는 죽음의 기운을 피하지 않았다. 흑색 광휘를 두른 발로 그대로 찍어 눌렀다.
우우웅!
흑색 광휘와 라사둠의 오러에 밀려난 죽음의 기운이 쪼그라들며 사해의 왕에게 흡수되었다.
“그 검! 네놈이었어! 네놈이 또 내 앞을 막아서는 거냐!”
사해의 왕은 흑암을 노려보며 바드득 이를 갈았다. 그의 손짓에 파랑이 일던 죽음의 기운이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쿠구구구!
태산처럼 일어난 죽음의 기운이 태양을 가리고, 천지를 메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날 막지 못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지워 버리겠다!”
-날 알아봤나 보군.
“자신을 봉인한 검인데 못 알아보는 게 이상하지.”
백우진이 흑암을 양손으로 잡고, 남은 오러를 모조리 쏟아부었다. 흑암 역시 백우진에게 자신의 기운을 전해 주었다.
우우우웅!
검과 인간이 하나의 의지를 세워 진정한 의지를 피워 냈다.
[백우진과 흑암의 첫 번째 검 천의가 발동됩니다.]백우진은 흑색 광휘의 기운을 천의가 담겨 있는 흑암의 칼날에 흩뿌렸다.
치이이잉!
흑암의 칼날을 타고 죽음의 기운보다 더욱 짙은 어둠의 서기가 치솟았다.
콰아아아!
천지를 물들이는 죽음의 기운을 향해 흑암을 내리그었다.
흑암에 담긴 장대한 서기가 죽음의 기운을 가르고, 그 뒤에 몸을 숨긴 사해의 왕을 베었다.
쩌어억!
죽음의 기운이 허공으로 녹아내리고, 사해의 왕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어, 어떻게….”
사해의 왕은 녹아내리는 자신의 몸을 보고 눈동자를 뒤틀었다.
진화를 포기하고 발동시킨 힘이다. 인간 따위가 자신의 힘을 넘어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난 돌아온다! 다시 돌아와서 네놈과 그 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죽었으면 곱게 가라.”
백우진은 내려그은 흑암을 위로 올려쳤다.
화아아악!
허공에 남아 있던 죽음의 기운과 함께 붕어처럼 뻐끔거리던 사해의 왕이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확실하게 죽은 건가?”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걸 보면 그렇겠지. 다만 저놈이 어떻게 여기에 온 건지는 모르겠군.
“내 생각엔 그놈 같아.”
-그놈?
“시험의 탑에서 나한테 ‘찾았다.’라고 한 녀석이 있다고 했잖아.”
-아!
“바다 깊은 곳에 있는 혼을 꺼내서 이곳으로 부를 수 있는 놈은 거의 없을 테니까.”
백우진이 허공으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보며 눈을 빛냈다. 예측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었다.
투욱.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백우진이 고개를 내렸다. 사해의 왕이 죽은 대지에 네모난 형태의 검은 보석이 떨어져 있었다.
-음?
“큐브?”
백우진이 다가가 검은 큐브를 잡았다. 바로 그 순간 검은빛이 그의 몸을 에워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