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신검백가의 후계자 (3)
-여기저기서 많이도 왔군. 저놈들은 어디 길드냐?
‘미국.’
백우진은 흑암이 가리킨 머리 색이 화려한 능력자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타이탄이라고, 미국에서 꽤나 명성과 실력이 있는 대형 길드지.’
타이탄은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길드였다. 대충 봐도 얼굴을 알고 있는 능력자들이 상당히 보였다.
‘저쪽은 영걸 길드고.’
백우진은 타이탄 길드 옆에서 푸른 전투복을 입고 있는 덩치 큰 능력자들을 가리켰다.
-육체에 특별한 힘을 담은 놈들이군.
‘맞아. 물리 공격에 특화된 능력자들이지. 보통 특공대 역할을 담당해. 그리고 쟤들은….’
백우진은 흑암이 궁금해하는 길드들을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내가 설명해 준 놈들은 전부 천무맹과 동맹 관계야.’
-거의 대부분이잖아!
‘그래서 여긴 내게 적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백우진이 픽 하고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지금 던전 앞에서 대기하는 길드들 대부분은 천무맹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천무맹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은 백우진 자신과 일본에서 왔다는 쿠모 길드, 그리고 청해성에서 왔다는 봉황 길드뿐이었다.
-음, 쿠모랑 봉황을 빼면 믿을 놈들 하나도 없다는 건가?
‘봉황은 잘 모르겠지만, 쿠모는 백성현이랑 관계가 있는 것 같아.’
쿠모 길드 마스터의 눈은 한 번씩 백성현이 있는 방향을 따라가곤 했다. 우연이라기에는 꽤나 횟수가 많았다.
거기다 백성현은 한동안 일본에 있었기에 의심을 넘어선 확신이 들었다.
-그럼 그냥 전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겠군.
‘그게 정답이지.’
백우진이 주변을 둘러보며 보이지 않게 웃었다. 흑암의 말대로 이들 모두를 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아까 너한테 인사했던 공명이라는 놈. 백성현이랑 대화하고 있다.
‘공명이 아니라, 공위.’
백우진은 흑암의 시선을 따라 벤치에서 대화를 나누는 백성현과 공위를 보았다.
두 사람은 처음 보는 사이처럼 예의를 지키며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나오는 말과 입술의 모양이 미세하게 달랐다.
-전음으로 대화를 하고 있군.
‘겉으로는 평범한 인사를 하고 있지만, 전음으로 다른 대화를 하고 있어.’
백우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저 둘이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딱히 놀라울 것도 없었다.
-저들의 대화가 궁금하지 않냐?
‘뻔하잖아.’
어떻게 자신을 죽일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여간 재미없는 놈이라니까. 그럼 던전에서는 뭐가 나오는 거냐?
‘오크.’
-미쳤냐? 무슨 오크가 8등급 던전에 나와!
‘저 던전에서 나오는 놈들은 그냥 오크가 아니니까.’
백우진이 진중한 눈빛으로 열리기 직전인 던전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저 던전은 전생에서 공략에 실패했고, 던전 앞을 지키던 사람들도 많이 죽었어. 내가 자세하게 알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
전생에서 저 재해급 던전은 공략이 실패해 브레이크가 일어난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기에 던전에서 나온 오크들을 모두 처리한 뒤 연구자들이 던전에 들어가 내부 지형과 지리까지 살폈을 정도였다.
그 정도였기에 던전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는 상태였다.
-약골들만 들어갔냐? 오크 던전에서 어떻게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저 던전에 있는 오크들은 오우거를 때려잡을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어. 오크 10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오크 전사가 투기를 쓸 정도니, 말 다 했지.’
-오, 오크 전사가 투기를 쓴다고? 이 자식, 어디서 장난질이야!
‘직접 보면 알 거야.’
백우진은 흑암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직접 보지 않는 이상 말을 해 줘도 믿지 못할 거라 생각했었다.
콰아아아!
야산에서 광대한 빛이 뿜어지며 둥근 원 형태의 던전 입구가 개방되었다.
“던전이 개방되었습니다! 공략에 참가하는 능력자분들은 앞으로 와 주십시오!”
던전에 들어갈 길드 사람들이 표정을 굳히며 입구 앞에 섰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출발 준비를 해 놓고 있겠습니다.”
공위는 참룡대 서른 명과 함께 가장 먼저 던전으로 들어갔다.
다른 길드들도 줄을 서서 차례대로 던전의 검은 구멍에 몸을 던졌다.
“갔다 올게.”
“몸조심하세요!”
“나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백우진은 억지로 밝은 인사를 건네는 문주영과 검사들에게 미소를 지어 주고서 입구로 다가갔다.
“재해급 던전은 처음일 텐데, 뒤질까 봐 긴장되지 않아?”
백우진이 입구 앞에 섰을 때 백성현이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어떻게 이런 놈이 그렇게 착한 연기를 하면서 살아온 거지?
“넌 가 본 것처럼 말하는군.”
“네가 모르는 임무를 수행한 게 한두 번이 아니거든. 물론 혼자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혼자? 혼자가 아니잖아.”
백우진은 백성현의 어깨너머로 쿠모 길드를 보며 말을 이었다.
“쟤들 데리고 와 놓고서 어떻게 혼자라고 할 수 있지?”
“…….”
백성현의 얼굴에서 거짓 웃음이 깨졌다. 돌을 던진 호수처럼 그의 표정에 파문이 일었다.
-네 예상이 맞았군.
‘그래. 제대로 짚었어.’
백우진은 백성현의 무너진 표정을 보고 자신의 예측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지?”
“쿠모 길드에 대한 건 이미 알고 있었어.”
백우진은 일부러 자세한 말을 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괜히 많은 말을 했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놈!”
백성현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대체 어떻게….’
쿠모 길드와 자신의 관계는 아버지에게도 들키지 않은 사안이다.
그걸 어떻게 백우진이 알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쥐새끼 같은 놈! 이제 와서 쿠모가 내 길드라는 걸 알았다고 하더라도….”
“어? 진짜였어? 거기다 네 길드라고?”
백우진은 놀랍다는 듯 자신의 입을 한 번 두드리고서 말을 이었다.
“한번 떠봤을 뿐인데?”
“뭐?”
“혹시나 해서 한번 떠본 거라고. 저 길드가 네 건지, 아버지 건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와 반대로 백성현의 얼음 같은 눈빛에선 불같은 살기가 일어섰다.
“네놈이 뭐라 말해도 이미 시험은 시작되었다! 이것도 아버지가 말했던 자신이 쌓은….”
“입 아프게 주절거릴 필요 없어.”
백우진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손을 저었다. 그리고 노골적인 비웃음을 던지며 던전을 가리켰다.
“네가, 아니 너희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난 가로막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고 가장 먼저 던전의 보스를 잡을 테니까.”
백우진은 그 말을 남기고 던전으로 들어갔다.
“망할!”
백성현은 격한 분노를 담아 땅을 굴렀다. 쿠모 길드의 정체를 들킨 것보다, 백우진의 떠보는 말에 자신이 넘어갔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좋다!”
백성현의 눈빛이 금빛 광기로 번들거렸다.
“마지막을 실컷 즐겨라. 네놈은 시체가 되어서도 돌아오지 못할 테니!”
**
던전은 넓은 초원과 신록이 펼쳐진 숲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저 우거진 숲 안에 던전 2층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었다.
“신이치!”
백성현은 이미 들킨 거 막 나가기로 결정했는지, 쿠모 길드의 마스터를 자신의 옆으로 불렀다.
“천무맹은 모여라!”
“타이탄은 이쪽으로!”
다른 능력자들도 길드끼리 모여서 전열과 전략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백우진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인기 쩌네?
‘이런 관심은 사양이야.’
-바로 갈 거냐?
‘아니, 모두의 시선이 떨어졌을 때.’
-시선이 떨어져?
‘곧 올 거야.’
백우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초원에서 11마리의 암녹색 괴물들이 나타났다. 흉악한 무기를 들고 있는 오크들이었다.
-저건….
백우진의 말대로 오크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체형이 일반 오크보다 1.5배는 컸고, 강철 같은 근육으로 전신이 뒤덮여 있었으며, 피부는 녹색과 검은색이 섞인 것처럼 암녹색을 띠고 있었다.
“크어어어!”
“크르르륵!”
오크들은 직검과 대형 도끼를 들고 천천히 다가왔다. 인간을 보면 개처럼 달려드는 멍청한 오크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오크? 오크라고?”
“여기 등급 잘못 매긴 거 아니야?”
능력자들은 오크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비웃음을 터트렸다.
“아, 김이 팍 식네.”
오크들 중 가장 강하다는 무칸 일족이라고 해도 5등급 수준이었기에 능력자들의 비웃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다 처리할 테니, 쉬고들 있으라고.”
타이탄 길드의 마크가 철퇴를 꺼내 들었다. 상대가 오크였기에 약간의 오러만 끌어올렸다.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백우진은 서늘한 목소리로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를 내뱉었다.
“흠, 협제라더니 겁이 많군. 덩치가 좀 큰 것 같다만, 그래 봐야 오크일 뿐이야!”
마크는 휘돌리던 철퇴로 오크의 머리통을 내리찍었다.
모두들 그 한 방에 오크의 머리가 터져나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쩌저엉!
피떡이 되어 날아가야 할 오크가 직검을 들어 마크의 철퇴를 막아 낸 것이다.
“이, 이게 무슨!”
마크가 당황한 와중에도 빠르게 오러를 끌어 올리려 했지만, 좌측에서 쇄도한 오크의 도끼가 더 빨랐다.
촤아악!
살점이 붙은 대형 도끼가 마크의 양다리를 갈라 버렸다.
“크아아악!”
“마크!”
“이런 젠장!”
마크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퍼어억!
다른 능력자들이 다급하게 달려가려 할 때 거대한 장창이 날아와 마크의 머리를 꿰뚫었다.
“끄으윽….”
마크는 제힘도 발휘하지 못한 채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아….”
“저, 전투 준비!”
“평범한 오크라고 생각하지 마!”
능력자들이 전부 무기를 뽑아 들고 강렬한 오러를 피워 냈다.
“크르르륵!”
“크어어어어!”
능력자들이 오러를 피워 내고 무기를 겨누고 있음에도 오크들은 죽은 마크의 살점을 뜯고, 피를 마셨다.
“으으….”
“무슨 저런 놈들이!”
저런 오크가 존재한다는 건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오크의 외모였지만, 존재 자체가 다른 것 같았다.
퍼억!
다른 오크들보다 한 뼘은 더 큰 외눈의 오크가 다가와 마크의 머리를 꿰뚫은 장창을 뽑아 들었다.
쿠구구구!
그 순간 외눈의 오크의 전신에서 붉은 기운이 치솟았다.
“투, 투기?”
“오크가 투기를 쓴다고?”
능력자들이 눈을 부릅떴다. 오크가 투기를, 그것도 던전의 보스도 아닌 입구에 있는 놈이 사용하고 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전부 정신 차려!”
공위가 오러를 가득 담아 함성을 내질렀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 재해급 던전이다!”
“으음.”
“놈들이 동료를 불러오기 전에 공격해! 오크라고 방심하지 마!”
공위는 참룡대에게 지시를 내리며 오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외눈의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그 뒤를 따라 참룡대만이 아니라, 다른 길드들도 오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
공위는 처음부터 강기를 사용해서 투기를 사용하는 외눈의 오크의 목을 노렸다.
쩌어엉!
오크는 투기가 강기에 밀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든 투기를 창날에 세워 공위의 강기를 막아 냈다.
“이놈이!”
공위는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는 놀라움을 감추고 연속해서 검을 날렸다.
뿌드드득!
붉은 빛과 푸른 빛이 번쩍이며 검은 창대가 부러지고, 오크의 오른팔이 통째로 날아갔다.
“크르르!”
하지만 오크는 멈추지 않았다. 왼손으로 부러진 창을 잡아 공위의 심장을 향해 내질렀다.
촤아악!
공위는 보법을 밟아 좌측으로 공격을 흘려 낸 뒤 오크의 목을 베어 버렸다.
“뭐, 이런 놈이….”
공위가 마른침을 삼켰다.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지만, 팔이 떨어진 상태로 공격을 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후우….”
“이, 이게 오크라고?”
다른 능력자들 역시 오크들을 상대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오크이건만 오우거보다 강한 힘, 트롤보다 많은 체력, 리자드맨 이상의 민첩성과 전투 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가장 무서운 점은 야생성이었다. 평범한 일반 오크들이 강아지로 느껴질 정도로 흉폭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제대로 상대하면 어려운 적은 아니다! 그저 끈질기고 강할 뿐이야. 오크가 아니라, 새로운 종족이라고 생각해!”
공위는 힘이 담긴 목소리로 능력자들의 불안을 가라앉혀 주었다.
‘음? 그런데 그놈은….’
사람들을 살피다 보니, 가장 중요한 인물이 보이질 않았다. 양옆 어디에도 놈이 없었다.
“뭐, 뭐야! 어디 갔어!”
공위가 당황한 눈으로 백성현을 보았지만, 그 역시 모른다는 듯 부릅뜬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미친!”
오크에 정신이 팔려있던 동안 백우진이 사라져 있었다.
“그놈은 정말 혼자 보스를 잡으러 갈 생각이다!”
백성현이 악귀 같은 얼굴로 공위에게 다가왔다.
“그러면 여기서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놈을 잡는 게 낫지 않나? 계획대로 우리가….”
“계획은 다 틀어졌어! 그놈에겐 은신 능력이 있다!”
백우진에게 시선을 뗀 건 오크가 투기를 썼던 그 한순간뿐이었다. 그사이에 자신의 감각을 벗어난 것을 보면 보통 은신 능력이 아니었다.
“그럼….”
“놈을 쫓아야 해.”
백성현은 빠르게 손짓해서 쿠모 길드와 영걸 길드를 불렀다.
“중간 보스나 보스를 잡는 동안 놈도 시간이 걸리겠지. 그때를 노려서 놈을 친다!”
**
백우진은 모두의 시선이 오크에게 쏠렸을 때 잠룡혼을 사용해서 그들의 시선을 벗어났다.
“내 말 맞지? 오크지만 오크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잖아. 피부가 암녹색이라 전생에서는 놈들을 블랙 오크라고 불렀어.”
-그놈들 고대종이다.
‘고대종?’
-고대 시대. 대륙의 한 축을 지배했던 강대한 종족이 바로 저들이다. 지금처럼 멍청한 놈들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줄 아는 놈들이지.
처음 고대종 오크들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었다. 대륙에서 사라진 존재들이 던전에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저놈들이라면 네 말대로 던전이 브레이크 되어도 이상하지 않지.
“그렇겠지. 전생에 이 던전에 들어왔던 사람 중엔 9등급 능력자도 있었거든.”
-9등급? 그런데도 실패했다는 거냐?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들의 숫자와 그 강함도 위험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던전의 보스이자, 오크들의 왕 때문이었다.
-엄청나게 강하겠군.
“강한 게 다가 아니야.”
-응?
“놈에게는 무식한 특성이 있어.”
-무식한 특성?
“사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특성이지.”
그놈의 특성은 능력자들에게 절대적 우위를 가진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특별한 사기 능력이었다.
-대체 무슨 특성인데?
“그 특성은….”
“크르륵!”
백우진이 말을 하려 할 때 20마리의 오크 무리가 다가왔다.
“크라라락!”
“쿠루륵!”
블랙 오크 전사의 포효와 함께 블랙 오크들이 백우진을 향해 돌진해 왔다.
쩌어엉!
백우진은 암인검에 얇은 오러를 둘러 가장 먼저 달려온 오크의 검을 쳐냈다.
촤아악!
오크가 들고 있는 직검이 격한 충격으로 뒤로 밀린 순간, 한 발 앞으로 파고들어 오크의 목을 베었다.
“크아아아!”
“크르르!”
오크들은 동료가 당한 모습을 보고도 겁을 먹지 않았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더 빠른 움직임으로 달려들었다.
백우진은 뒤로 물러서지도, 그렇다고 선공을 취하지도 않았다.
쩡! 쩌정!
블랙 오크들이 공격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놈들의 무기를 쳐내거나, 흘려 낸 뒤 역습만을 노렸다.
백우진의 기본 검술은 간결하면서도 힘과 속도가 모두 실려 있었고, 모두 급소를 노렸기에 20마리의 오크들은 피를 뿌리며 쓸려나갔다.
“크르르르!”
블랙 오크 전사가 거친 투기를 끌어 올리며 땅을 박찼다. 상위 등급 무인의 움직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속도였다.
쿠구궁!
백우진은 암인검을 사선으로 쳐올려 오크 전사가 내리치는 대검을 막아 냈다.
“꽤 무거운데?”
블랙 오크 전사의 검에서 다른 오크들과는 격이 다른 무게가 느껴졌다.
“크어어어!”
블랙 오크 전사는 두 번째 포효를 내지르며 광기 어린 검격을 연속으로 내리쳤다.
쩡! 쩌정! 쩌저정!
백우진은 암인검을 굳게 움켜쥐고 오크 전사의 공격들을 모조리 흘려 냈다.
-너 대체 뭐 하냐?
이해가 되질 않았다. 블랙 오크 전사가 강한 건 맞지만 백우진이 저렇게 수비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베어 버려! 할 수 있잖아!
강기 한 번이면 죽일 수 있는 놈하고 왜 검술을 겨루고 있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챠쟈쟈쟝!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무시하고, 오크 전사의 검을 몇 번이고 관찰했다.
“크어어어!”
“이게 끝인가?”
블랙 오크 전사의 검이 무너지는 순간 백우진이 두 눈을 빛내며 암인검을 뻗었다.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힘과 속도였다.
쩌억!
블랙 오크 전사와 그가 들고 있던 대검이 동시에 반으로 갈라졌다.
“음….”
백우진은 부르르 떨며 죽어 가는 오크 전사를 내려다보며 암인검에 흐르는 피를 털어 냈다.
-너 대체 뭐 하는 거냐?
“연습.”
-연습?
“오크가 검을 어떻게 휘두르는지, 검의 흐름과 호흡은 어떤지를 보고 있잖아.”
-그걸 갑자기 왜?
“아까 말했잖아. 여기 보스는 특성이 있다고. 그걸 부수기 위한 연습이야.”
백우진은 오크들이 사용했던 호흡과 흐름을 확실하게 익히기 위해서 허공에 몇 번 검을 그었다.
-대체 그 특성이 뭐냐? 대체 뭐기에 연습까지 해?
“놈에게는 마나에 의한 공격이 통하지 않아.”
-마, 마나에 의한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강기도, 마법도 통하지 않아.”
백우진이 암인검을 휘감은 오러를 지웠다. 아름답게 세워진 칼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놈을 죽일 수 있는 건 오직 칼날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