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신검백가의 후계자 (4)
-저, 정말 그런 놈이 있다고?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왜 하겠냐.”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암인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럼 그놈은 투기를 쓰지 못하는 건가?
“아니, 아주 잘 쓰는데.”
-지는 쓸 거 쓰고, 남들이 쓰는 마나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9등급 능력자가 들어갔는데도 브레이크가 일어났지.”
9등급 능력자가 들어갔음에도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기 때문에, 이 던전에 관한 내용은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도 놈의 특성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 다만 마나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강기든, 9등급 마법이든 무시한다는 건 확실해.”
-웬만해서는 이런 말 안 하는데, 진짜 지랄 맞은 특성이다.
“동감이야.”
백우진은 블랙 오크들의 마석들을 챙긴 뒤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거냐?
“던전 수색 특성이 있는 놈들의 능력이 발동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그동안 빠르게 중간 보스들을 잡아야지.”
백우진은 기감을 넓게 퍼뜨리며 중간 보스의 기운을 수색했다.
-보스까지 전부 잡게?
“아니, 이 던전의 보스를 잡으려면 꽤나 시간이 걸려. 그래서 중간에 빠지려고.”
-빠진다고?
“딱 2층에 있는 중간 보스까지만 잡고 3층에는 내려가지 않을 거야.”
-아!
흑암은 백우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탄성을 내질렀다.
-놈들을 3층에 있는 보스와 오크들에게 미끼로 던지려는 거냐?
“맞아.”
-그래서 지금까지 분노한 연기를 했던 거였군!
백우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에게 시험 내용을 들은 이후 계속해서 분노한 모습을 연기해 왔다.
백성현은 3층의 입구가 열린 것을 보고 당연히 그 아래로 내려갈 테고, 그 안에서 자신이 아니라 블랙 오크의 왕과 오크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백성현과 공위가 몬스터와 싸울 때 난 뒤를 치는 거지.”
그렇게 되면 보스의 힘도 빼고, 자신을 노리는 놈들도 처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진짜 잔대가리가 미쳐 날뛰는구나….
흑암이 혀를 내둘렀다.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상황에 너무도 잘 맞는 계획이었다. 대단하다는 말로 부족할 정도였다.
-전에도 한 번 말했지만, 네가 내 적이었다면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가장 먼저 죽였을 거다.
“전에도 말했지만 극찬 감사요.”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숲의 중심을 향해 달렸다.
“쿠르르륵!”
“크라락!”
숲을 배회하던 오크 무리가 백우진을 보고 성난 황소처럼 달려오기 시작했다.
“너희는 이제 필요 없어.”
백우진은 암인검에 강기를 둘러 돌진해 오는 블랙 오크 십여 마리를 무기와 함께 베어 버렸다.
“크아아!”
블랙 오크 전사는 부하들이 일검에 죽은 것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았다. 투기를 끌어 올리며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차아앙!
백우진은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오크 전사의 대형 도끼를 부드럽게 흘려 냈다.
“크아아!”
오크 전사는 도끼의 날에 붉은 투기를 휘감아 내려찍었다. 투박하지만 살기와 힘이 넘치는 공격이었다.
쩌정!
백우진은 손가락을 튕기듯이 암인검을 올려 도끼를 밀어 냈다.
“크르륵!”
오크 전사는 숨조차 쉬지 않고 연속해서 도끼를 휘둘렀지만, 백우진의 방어는 철벽이라도 된 듯 깨지지 않았다.
-더 볼 필요 있냐?
“아니, 충분해.”
백우진이 암인검을 사선으로 그었다. 가벼운 검격이었지만 그 결과는 살벌했다.
쩌억!
투기가 타오르던 도끼와 오크 전사의 가슴이 동시에 갈라졌다.
강기가 아니었다. 얇은 오러로 투기의 결을 베어 버린 효과였다.
“오크 전사는 더 이상 안 봐도 되겠어.”
오크 전사 둘을 상대하며 놈들의 흐름과 투기의 결, 전투 방식을 파악했다. 더 이상 놈들에게 얻을 것은 없었다.
-그래. 시간 낭비다.
“바로 중간 보스에게 가자.”
백우진이 나무 위로 올라섰다. 조금의 소리도 들리지 않게 부드럽게 나무를 밟고 숲을 가로질렀다.
나무 위로 뛰며 한참을 달렸을 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막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중간 보스가 분명했다.
터엉!
백우진은 방향을 바꿔 중간 보스의 기운을 향해 직선으로 내달렸다.
이미 만상보의 경지에 물이 올랐기에 그의 움직임은 비룡이 구름을 꿰뚫는 것처럼 빠르면서도 힘이 넘쳤다.
-저놈이군.
‘블랙 오크 투사인가.’
오크 전사보다도 더 큰 몸집을 가진 녹색 괴물이 전봇대 같은 창을 땅에 박아 놓고 있었다.
터엉!
블랙 오크 투사는 백우진의 기척을 느꼈는지 장창를 뽑아 들어 허공을 겨누었다.
화르르륵!
거칠게 타오르는 블랙 오크 투사의 투기가 탄환처럼 쏘아졌다.
“장거리 공격까지 해?”
백우진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암인검을 뽑았다.
콰아앙!
투기와 오러가 허공에서 맞부딪치며 거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크르륵!”
블랙 오크 투사는 장창을 고쳐 잡은 뒤 왼발을 뒤로 뺐다. 돌진을 위한 자세였다.
콰아앙!
백우진이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블랙 오크 투사가 대지를 박찼다. 창날의 중심에 투기를 모은 채로 백우진의 머리를 향해 내질렀다.
-영리한 놈이로군.
흑암이 감탄했다는 듯 웃었다. 백우진이 땅을 밟는 순간을 노려서 창을 찌르는 것을 보니, 많이 싸워 본 놈이었다.
-다만 상대가 잘못됐어.
“그렇지.”
백우진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창극을 향해 암인검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투기가 실린 창극과 오러가 담긴 암인검이 격돌하며 압축된 기운이 폭발했다.
“크아아아!”
블랙 오크 투사는 충격파를 몸으로 견디며 백우진의 쇄골을 내리쳤다.
“터프하구만!”
백우진은 씩 웃으며 암인검을 올려쳤다.
콰아앙!
투기와 오러가 맞부딪치며 붉고 검은 폭풍이 치솟았다.
“크아아아!”
블랙 오크 투사는 그 이름답게 공격 일변도의 창술을 사용했다. 뒤가 없이 오직 공격뿐이었다.
-터프한 게 아니라 무식한 거다.
“아무튼 이런 싸움은 좋지.”
백우진은 오크 투사가 터트리는 투기를 향해 한 발 더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쾅! 콰앙!
백우진과 블랙 오크 투사는 서로의 기운을 사정없이 폭발시키며 검격과 창격을 교환했다.
암인검에 담긴 오러가 오크 투사의 창에 휘감긴 투기보다 훨씬 약한데도 전투를 지배하는 쪽은 백우진이었다.
치이잉!
백우진이 암인검을 두껍게 내리치자, 블랙 오크 투사는 제대로 방어를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면 끝을 내자.”
“크르륵!”
백우진이 붉은 투기의 결을 갈라낼 때 블랙 오크 투사가 뒤로 훌쩍 물러났다.
“크아아아!”
도망이 아니었다. 오크 투사는 창을 풍차처럼 휘돌리며 모든 투기를 끌어 올렸다.
쿠구구구!
회전력과 투기가 뒤섞이며 무시무시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크아아아!”
블랙 오크 투사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듯 전력을 다해 창격을 쏟아 냈다.
치이이잉!
백우진은 그 거대한 창격을 향해 얇은 검기가 둘린 암인검을 내질렀다.
퍼어억!
화살처럼 쏘아진 검은 기운이 투기의 결을 가르고, 블랙 오크 투사의 심장을 꿰뚫었다.
“크으윽….”
블랙 오크 투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전신을 바르르 떨다가 뒤로 넘어갔다.
쿠구구궁!
1층의 보스인 블랙 오크 투사가 죽었기 때문에 2층으로 향하는 시꺼먼 입구가 열렸다.
“나중에 이런 방식으로 수련도 해 봐야겠는데. 나름 도움이 되는 거 같아.”
-원래 그런 형태의 대련은 굉장히 좋은 수련 방법이다.
“그럼 돌아가서 의검대 애들이랑 해 봐야겠는데?”
-의검대가 죽어 나가겠군.
“그렇게 심하게는 안 하지.”
백우진은 죽은 오크 투사의 마석을 챙겼다. 아쉽게도 아이템은 나오지 않았다.
-너한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뭔가 불안한데?
“불안은 무슨….”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2층으로 내려가려 할 때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돌발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당신의 전생에서 수천의 생명을 학살했던 고대종 오크들의 왕을 죽이십시오.
조건: 던전 3층에 있는 오크들의 왕을 죽이기.
보상: 4,000포인트, 돌발 보상.
블랙 오크들의 왕을 죽이라는 돌발 퀘스트였다. 바로 퀘스트를 수락했다.
-어차피 왕을 죽이려고 왔는데 갑자기 퀘스트를 왜 주는 거야!
“중간 보스가 아이템 안 줬다고 챙겨 주는 건가?”
-그런 개 같은 방식이 세상에 어디 있냐!
“여기 있잖아.”
-내 예감이 맞았어! 불안했다고!
“네네.”
백우진은 흑암의 불만을 한 귀로 흘리면서 2층으로 내려갔다.
“크르르!”
“카아악!”
오크들의 울음과는 달리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둠이 걷히고, 소형차만 한 늑대를 타고 있는 블랙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크 라이더? 저 귀찮은 놈들까지 있었다니.
“재밌겠는데.”
백우진은 이미 오크 라이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웃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그의 검에서 검은 불꽃이 치솟았다.
“멍멍이들아. 재롱 한번 부려 봐라.”
**
백성현은 모두를 이끌고 백우진과 오크 투사가 싸운 장소로 달려갔다.
“젠장!”
기대감에 물들어 있던 그의 눈동자가 바람 빠진 공처럼 찌그러졌다.
“이 미친놈이 정말!”
중간 보스로 보이는 오크가 심장이 터진 채 죽어 있었고, 2층으로 가는 입구가 활짝 열려 있었다.
백우진이 중간 보스를 잡고 2층으로 내려간 것이다.
“생각보다 빠르군….”
공위가 인상을 찌푸렸다. 백우진을 따라잡기 위해서 많은 기운을 소모했건만 벌써 2층에 갔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타이헤이!”
“죄송합니다. 아직입니다.”
백성현의 부름에 더벅머리를 한 중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는 던전 지리를 파악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지만,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일단 내려가자. 2층은 1층보다 좁아. 시체를 따라가면 놈을 잡을 수 있을 거다.”
“전부 2층으로 내려가!”
백성현은 분노를 터트리며 2층으로 내려갔다. 2층의 입구에는 폭격을 맞은 것처럼 오크와 늑대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시체를 따라간다! 달려!”
“가자!”
백성현과 공위의 지시에 따라 모든 능력자들이 한 몸이 되어 움직였다.
처음엔 백우진이 잡은 오크 라이더와 늑대들의 시체를 따라갈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체가 아닌 살아 있는 오크 라이더와 오크들이 나타났다.
오크 라이더들은 오크 전사보다도 흉폭했고, 기동력이 빨랐기에 영걸 길드와 봉황 길드에서 사상자가 나왔다.
다만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음에도 백성현과 공위는 이동 속도를 높였다.
이대로 가다간 눈앞에서 모든 것을 뺏기고, 백우진도 잡지 못한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 죽일 놈, 모든 계획을….”
“마스터! 던전 수색 능력이 발동되었습니다!”
백성현의 짜증이 극에 달했을 때 타이헤이가 움직였다. 던전의 지리를 파악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드디어 발동한 것이다.
“잘했다! 앞으로 와라!”
“예!”
타이헤이는 백성현과 공위의 보호를 받으며 일행을 2층의 끝으로 데리고 갔다.
“으음….”
하지만 2층의 끝에 도착한 순간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오우거라고 해도 믿을 법한 무식한 크기의 오크가 목에 베인 채로 쓰러져 있었고, 그의 뒤로 3층으로 향하는 입구가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아니야.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거의 따라왔어!”
백성현이 오크의 몸을 만져 보고 주먹을 말아 쥐었다. 오크의 피는 뜨거웠다. 백우진과 전투를 벌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바로 내려간다!”
“가자!”
백성현과 공위는 능력자들을 한 번 돌아보고서 3층의 입구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곳에는 오크들의 시체도, 백우진도 없었다.
보이는 건 검게 물든 숲 앞에서 잠을 자는 집채만 한 회색 늑대뿐이었다.
“뭐야! 백우진은 어디 있어!”
“이, 이곳에 없습니다. 아니, 아예 3층에 내려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뭐? 그게 무슨 개소리야!”
백성현이 타이헤이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정말입니다. 여, 여긴 저 숲뿐인 좁은 공간입니다. 여기에 숨을 곳은 없습니다!”
“이게 무슨….”
“당했다!”
광기에 휩싸인 백성현과 달리 공위는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놈은 우리에게 보스를 가장 먼저 죽인다고 말해 놓고, 2층의 보스만 잡고 빠진 거야.”
“그럼 그 이유는….”
“저놈 때문이겠지.”
“크르르!”
백성현과 공위를 비롯한 모든 능력자들의 시선이 푸른 눈을 뜬 회색 늑대에게 향했다.
쿠구구구!
늑대에게서 살을 아리게 만드는 지독한 살기가 피어났다. 자신의 잠을 깨운 인간들을 향한 분노였다.
“크오오오오!”
늑대가 날카로운 울음을 터트리자, 숲속에서 암녹색 파도가 밀려 나왔다.
쿠구구구!
100마리가 넘는 오크와 오크 전사, 오크 라이더가 한 번에 나오자, 숲 전체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버러지 놈이! 감히!”
백성현이 이를 악물었다. 백우진이 왜 3층에 내려오지 않은 건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놈은 자신들을 먼저 3층에 보내서 보스를 비롯한 몬스터들과 싸우게 만들려고 한 것이다.
“크으….”
“이렇게 된 이상 계획대로 간다.”
“뭐?”
“저놈들과 싸우다가 백우진이 나타나면, 네가 참룡대와 타이탄 길드를 데리고 가서 놈을 막아.”
“젠장!”
공위가 거대한 늑대를 보며 이를 갈았다.
‘모든 게 그놈의 술수였다니.’
백우진이 사라지고, 1층과 2층의 중간 보스를 빠르게 잡은 것부터가 그놈의 속임수였다.
놈은 처음부터 이 상황을 노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이미 충분히 싸워 본 놈들이다!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어! 가자!”
“으아아아!”
백성현은 쿠모, 영걸, 봉황 길드와 함께 오크를 향해 돌진했다.
공위와 참룡대, 타이탄 길드는 2열에서 서서 언제라도 물러설 수 있도록 준비했다.
“우리는 오러와 체력을 아낀다! 절대 전력을….”
“재밌는 상황이지?”
공위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에 지시를 내리다 말고 뒤를 돌았다.
“백우진!”
백우진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 허허로운 기운이 풀려 나왔다.
“이게 무슨 짓….”
“이제 와서 모른 척하지 말자고.”
백우진이 손가락을 돌려 이곳에 있는 능력자 모두를 가리켰다.
“여기 있는 놈들 전부 날 노리고 온 거잖아. 괜한 헛소리 말고 바로 시작하는 게 어때?”
“참룡대! 타이탄!”
공위의 찢어지는 부름에 참룡대 서른 명과 타이탄 길드의 능력자 스물다섯 명이 발걸음 소리 없이 백우진을 둘러쌌다.
“다 알고 있다면 네 말대로 시간을 끌 필요는 없겠지.”
공위는 몬스터와 전투를 시작한 뒤쪽을 힐끗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 때문에 천무맹의 이름이 땅에 떨어졌다. 오늘 그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그건 내 탓이 아니라, 네 모자란 사제들 때문이지. 난 먼저 시비를 건 적이 없어.”
“닥쳐라! 가문에서도 버림받은 놈이!”
“그건 할 말이 없네.”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백성현을 보았다. 그는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오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빠르게 보스를 잡고 자신을 합공할 생각인 게 뻔했다.
하지만 그건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저들의 생각과는 달리 저 거대한 늑대는 보스가 아니니까.
“근데 이 정도로 날 잡겠다고?”
“이게 다가 아니다.”
참룡대가 불투명한 구슬을 꺼내서 깨뜨렸다. 구슬 안에서 창백한 피부에 대검을 들고 있는 인간들이 셋에서 넷씩 튀어나왔다.
“인형? 아니, 인간인가?”
“널 위해 준비한 강시다.”
“강시? 명문 문파에서 강시를 쓰고도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여기 있는 능력자들은 전부 널 죽이기 위해서 모였다. 비밀이 새어 나갈 일은 없어.”
“전부 날 위해서 모였다? 그거참 영광이네.”
“그 주둥이를 닥치게 해 주마! 개진!”
공위가 함성을 내지르자, 강시들이 참룡대와 타이탄의 뒤로 물러나서 오러를 끌어 올렸다.
화아아아!
강시들의 몸이 푸른빛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백팔 명의 강시가 끌어 올린 오러가 용오름처럼 모여들어 백우진과 공위, 타이탄 길드와 참룡대를 휘감았다.
“너는 진이나 결계의 영향을 적게 받는 능력이 있는 것 같더군. 그래서 준비한 백팔괴령진이다.”
공위가 히죽 웃었다. 백팔괴령진은 백우진을 약화하는 진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운을 강화하는 진법이었다.
백우진의 특성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백팔괴령진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음….”
백우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공위의 말대로 자신을 둘러싼 능력자들의 기운이 몇 배로 늘어났다.
하늘 전체가 자신을 내리누르는 듯한 압박이었다.
“네놈의 검술도 연구했고, 정령을 막을 방법도 준비했다. 네놈은 여기서 끝이야.”
“인정하지. 넌 지금까지 날 노렸던 놈들 중에 제일 많은 준비를 해 왔어. 다만….”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밍이 좋지 않아.”
“개소리! 네놈이 정령을 소환해도 막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정령은 안 써.”
“뭐?”
“사실 지금 타이밍도 나쁘지는 않지만, 너희 모두가 죽은 이후에 나와도 상관없었거든. 근데 내가 왜 먼저 나왔을까?”
“네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새로 얻은 힘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나온 거야.”
백우진은 검병에 손을 올리며 라사둠의 오러를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전신에서 타오른 검은 불꽃이 칠흑의 뇌전이 되어 공간을 뒤덮었다.
천지를 가르는 수백 줄기의 벼락 속을 걸었다.
그 보보마다 대지가 터져 나가고, 공간이 일그러졌다.
검은 하늘에서 강림한 뇌신이 천하를 불태우는 듯한 모습이었다.
[라사둠의 오러 특성 가 발동됩니다.]백우진은 넋이 나간 적들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아직 힘 조절이 안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