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신검백가의 후계자 (5)
파지지직!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묵뢰의 기운에 전율이 일어났다.
검은 뇌전이 사위로 펼쳐지며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굼벵이처럼 느릿하게 보였다.
세상만 느려진 게 아니었다. 자기 자신의 움직임마저 느릿하게 흘렀다.
치이잉!
암인검을 꽉 붙잡아 좌측에 선 타이탄 길드의 능력자들을 겨누었다.
빠지지직!
암인검의 칼날에서 피어난 묵뢰의 기운이 승천하는 이무기처럼 요동쳤다.
오러의 흐름을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납고 흉포한 움직임이었다.
“후욱….”
백우진은 무거운 숨을 내뱉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능력자들의 움직임과 오러의 흐름이 손에 잡힐 것처럼 눈에 들어왔다.
콰르르릉!
백우진은 108괴령진의 흐름을 읽으며 땅을 박찼다. 내디딘 대지가 종잇장처럼 찢기며 공간이 꿰뚫렸다.
타이탄 길드 능력자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눈에 들어왔다. 당황과 경악으로 뒤덮인 표정들이었다.
“으어어어!”
“마, 막아!”
능력자들이 다급하게 방어를 하려 했지만 한참 늦었다. 백우진은 이미 그들의 코앞에 이르러 있었다.
촤악!
백우진은 능력자들이 만들어 낸 오러의 결을 향해 묵뢰의 기운이 압축된 암인검을 내리그었다.
멈춰선 호수를 가르는 듯한 가벼운 움직임이었지만, 그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콰아아앙!
암인검의 검 끝에서 피어난 묵뢰 기운이 작렬하며 그 앞에 있던 십여 명의 능력자들을 사정없이 터트려 버렸다.
쿠구구구!
검은 광선처럼 쏘아진 묵뢰의 기운은 능력자들만이 아니라, 그 뒤를 지키던 강시들마저 재로 만들어 버렸다.
백우진은 그저 한 번의 도약과 한 번의 검격으로 좌측에 있던 모든 것을 지워 버렸다. 가히 파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력이었다.
**
“아….”
공위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뒤를 돌았다.
‘이, 이게 무슨….’
멀쩡하던 바닥은 포탄이 터진 것처럼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고, 그곳을 지키던 능력자들은 시체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후우욱.
피어나는 회색 연기 뒤로 백우진의 등이 보였다. 그의 몸을 두른 검은 뇌기는 벼락이라도 된 듯 대지를 녹여 내렸다.
빠지지직!
검은 뇌기에 닿는 모든 것이 지우개로 지운 듯 지워졌다.
“저, 저게 대체 뭐야….”
공위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건만, 백우진은 어느새 뒤로 이동해서 능력자들과 강시를 터트려 버렸다.
‘저게 뭐냐고!’
검은 뇌전을 두른 백우진의 속도는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빨랐고,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세상천지에 저런 무예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빠지지직!
백우진의 몸을 휘감은 검은 벼락이 거꾸로 치솟으며 그가 다시 한번 사라졌다.
콰아아아앙!
우측에서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공위가 턱을 달달 떨며 고개를 틀었다.
“허억….”
우측에 있던 십여 명의 능력자들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백우진의 등 뒤로 비산하는 붉은 핏줄기뿐이었다.
능력자와 강시들이 만들어 낸 막강한 오러와 두꺼운 신체가 백우진의 돌진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간 것이다.
학살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절망적인 광경이었다.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공위가 눈을 부릅떴다. 타이탄과 참룡대는 육체와 오러가 2배에서 3배 강화된 상태에서도 백우진의 검격을 버티지 못했다.
자신은 순간 놈의 움직임을 놓쳤다.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야기가 전혀 다르잖아!”
백우진은 분명 강기지경의 중급이었지만, 지금 놈의 무력은 그 경지를 초월했다. 자신의 사부와 싸워도 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허억!”
공위는 백우진의 시퍼런 안광을 마주하고,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무저갱에 들어온 듯 전신에서 오싹한 소름이 돋아 올랐다.
“집령!”
공위가 비명 같은 지시를 내질렀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봐야했다.
“지, 집령!”
정신을 반쯤 내려놓았던 참룡대 무인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공위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쿠구구구!
공위의 뒤로 모여든 참룡대와 강시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오러를 끌어 올려 공위에게 쏟아 냈다.
콰아아아!
사다리꼴로 압축되던 오러가 공위의 등 뒤에 자리를 잡고, 태양처럼 광대한 기운을 뿜어냈다.
한 명의 고수에게 108명의 기운을 모아주는 108괴령진의 최종형태 집령진이었다.
“무식한 양의 오러로군.”
백우진은 공위의 몸에서 뿜어지는 거대한 크기의 오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원래 저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진법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겠지.’
공위의 지시에 따르는 참룡대의 움직임이 체계화되어 있었고, 오러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처음부터 저런 형태의 진법임이 분명했다.
“언제 그 정도의 무력을 쌓았는지는 모르지만 이대로 끝나지는 않는다.”
공위는 자신의 등 뒤로 모여든 오러를 전신의 모공으로 빨아들였다. 그의 몸 전체가 백색 오러의 불꽃으로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쿠구구구!
무식할 정도의 오러의 양에 던전의 대지와 벽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이 힘이라면 지지 않는다.”
공위가 뚝뚝 끊기는 음성을 내뱉으며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정도로 살벌한 기세가 피어났다.
“안 될걸?”
반면에 백우진은 여유로운 걸음을 걸으며 암인검을 휘돌렸다.
[크아아아아!]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이려 할 때, 몬스터와의 전투가 일어나는 전장에서 갑작스러운 괴성이 울려 퍼졌다.
평범한 포효가 아니었다.
많은 것을 쌓아 올린 존재가 스스로의 격을 실어 적들의 영혼을 내리누르는 흉흉한 포효였다.
“이건 또 무슨….”
“이제야 나타나는군.”
당황하는 공위와 달리 백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이 던전의 주인이 깨어나서 나오고 있었다.
“저, 저 늑대가 보스 몬스터가 아니었다고?”
“신경 끄는 게 좋아.”
“뭐?”
“어차피 너희들은 진짜 보스를 보기 전에 죽을 테니까.”
“크윽!”
공위가 살기로 얼룩진 붉은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이 막대한 오러를 보고도 그따위 말을 하는 거냐! 내가 가진 무리에 이 오러를 조화시킨다면….”
“말 한번 더럽게 많네. 내 진짜 전장은 여기가 아니야. 빨리 덤벼.”
백우진이 차게 웃으며 암인검을 검집에 넣었다.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치는 망둥이 놈이! 감히!”
공위가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의 칼날에서 천장의 대검 같은 거대한 강기가 타올랐다.
쿠구구구!
공위의 강기에 닿는 모든 것이 깨져 나갔다. 그의 강기는 크기만이 아니라, 질마저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파지지직!
백우진은 사라져 가는 묵뢰의 기운을 다시 한번 끌어 올려 전신을 휘감았다.
콰아앙!
검은 벼락이 온몸을 뒤덮었을 때 대지를 박찼다.
“죽어라!”
공위는 압축된 강기를 폭발시키며 검을 내리쳤다. 하늘의 중심에서 거대한 검이 떨어져 내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쿠구구구!
백우진은 전신으로 쏟아지는 막대한 압력을 견디며 암인검을 뽑았다. 암인검에서 치솟은 검은 파도에 묵뢰의 기운이 어우러졌다.
파지지직!
백우진은 그 강대한 위력의 흑왕탄을 그저 내지르지 않았다.
공위가 만들어 내는 무의 흐름을 찾아낸 뒤 그 틈새를 향해 쏟아 냈다.
콰아아아!
무시무시한 위력의 검격이 공위가 만들어 낸 결을 가르고 파고들었다.
막강한 기운과 상승의 무리가 녹아든 백우진의 흑왕탄은 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쩌저저적!
공위와 108명의 오러가 함께 만들어 낸 초극의 강기가 종잇장처럼 찢기며 녹아내렸다.
“부, 불가능해! 이건 불가능하다고!”
공위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자그마치 108명의 상급 능력자의 오러가 모인 기운이다. 이 기운이 무너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게 날 죽일 거면 빨리 쳤어야지.”
백우진이 진각을 밟으며 암인검을 끝까지 그었다.
콰아아앙!
묵뢰의 힘을 받은 흑왕탄의 검은 해일이 공위와 그 뒤에 있는 능력자들을 휩쓸었다 치지지직!
무너진 대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공위와 참룡대, 강시들은 한 톨의 비명은커녕 한 톨의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후우….”
백우진은 깊은숨을 내뱉으며 묵뢰를 해제했다.
-진짜 벼락 맞을 능력이구만, 무슨 이런 위력이 있지?
“그러게. 여러모로 빡센 능력이야.”
백우진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러와 체력 소모가 너무 커.”
-그 위력과 속도를 내니, 그 정도 소모는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소모량이 좀 많아.”
묵뢰의 능력은 무력의 극대화다.
현재 자신의 힘과 속도를 극대화하고, 검격의 위력을 배로 만든다. 한계가 정해진 강함이 아니었기에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막강한 힘과 속도였기에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사용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처럼 실전 연습이 필요했다. 죽여도 아무런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놈들을 상대로 한 실전 연습이.
다행히 묵뢰는 자신의 기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고, 연습 덕에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았다.
“사실 천무지체가 아니었다면 쓰기도 힘들었겠지.”
이렇게 보니, 천무지체를 얻고 뇌검의 뇌기를 얻은 것이 모두 묵뢰를 얻기 위한 발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콰아아앙!
백우진은 숲 쪽에서 들린 폭발음에 뒤를 돌았다.
-…저놈이 네가 말했던 로드인가?
“맞아. 저게 이 던전의 보스 블랙 오크 로드야.”
백우진은 회색 늑대의 옆에 선 블랙 오크 로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징하게 못생겼네.
“못생겼다기보다는 무섭게 생겼지.”
오크 로드의 송곳니는 놈의 광대뼈까지 올라와 있었고, 피부는 암녹색보다도 진해서 검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덩치도 오우거와 맞먹을 정도로 컸고, 근육의 크기와 밀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놈을 가장 괴물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숨결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붉은 투기였다.
쿠구구구!
블랙 오크 로드는 무기인 칼날 도끼만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옆에 선 늑대까지 투기로 뒤덮었다.
투기의 양만 많은 게 아니다. 놈의 투기는 보는 것만으로 살을 아리게 만들 정도로 흉흉한 기운을 흘려 냈다.
오죽하면 백성현이 자신을 돌아보지도 못하고 오크 로드에게만 집중하겠는가.
-저게 오크라니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군.
“진짜 문제는 저 투기가 아니라는 거지.”
오크 로드가 가진 막강한 투기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마나가 통하지 않는 놈의 특성이었다.
-또 다른 특성은 없냐?
“도망치는 놈을 따라가는 특성 같은 게 있긴 하지만 중요하진 않으니까.”
오크 로드에겐 몇 가지 특성이 더 있긴 했지만 자신에게 위협이 될 건 없었다.
“크아아아!”
오크 로드가 회색 늑대의 위에 올라탄 뒤 웅대한 포효를 내질렀다.
“크어어어!”
“크르륵!”
로드의 포효를 들은 오크들이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능력자들에게 밀리며 바닥에 처박혔던 오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
-넌 안 가냐?
“내가 왜 가?”
백우진은 팔짱을 낀 채로 바위 위에 올라갔다.
“묵뢰도 시험했고, 천무맹 놈들도 전부 죽였는데. 여기서 더 힘을 뺄 필요는 없지. 저기에 살릴 인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긴 그게 맞긴 하지. 저 망할 놈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흑암이 피식 웃었다. 능글거리던 백성현의 당황한 얼굴을 모습을 보자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느낌이었다.
“그래. 여기서 움직일 필요는 없어.”
백성현과 오크 로드가 싸운 뒤 그 승자를 치는 게 최고의 전략이었다. 다만 승자는 십중팔구 오크 로드일 것이다.
“어, 그게 아니지!”
-응?
“재밌는 거 한번 해 볼까?”
백우진이 턱을 괴며 방실 웃었다.
“힘 좀 써 보라고. 한때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