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신검백가의 후계자 (6)
으드득!
백성현이 오크 로드를 보며 이를 갈았다. 공위를 구하기 위해서 달려가려 했지만, 눈앞의 괴물 때문에 발을 뗄 수가 없었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거대한 회색 늑대는 보스가 아니었다. 오우거보다 거대한 이 괴물 오크가 이 던전의 보스였다.
“젠장….”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백우진은 나설 생각이 없는 건지 바위에 올라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욕이 절로 나왔지만, 차라리 다행이었다. 저 녀석까지 달려들었다면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멍청하고 모자란 동생이라 참 다행이었다.
“으윽….”
“저 괴물이 오크라고?”
“저런 몬스터가 있었다니….”
거대한 오크가 뿜어내는 투기가 너무도 강대했기에 능력자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떨었다.
“겁먹을 필요 없다! 보스는 내가 맡을 테니 너희는 남은 오크를 쓸어버려!”
“아, 알겠습니다!”
“명을 받듭니다!”
백성현이 남은 2개의 봉인 반지를 뺐다. 이제 그에게 남은 봉인 반지는 한 번도 뺀 적이 없었던 황금색 반지 하나뿐이었다.
콰아아아!
백성현의 검에서 타오르는 푸른 강기가 태산같이 막대한 기세를 피워 냈다.
“크르륵!”
오크 로드는 사나운 웃음을 흘리며 백성현에게 도끼를 겨누었다. 마음에 든다는 듯 두꺼운 혀를 날름거렸다.
“크아아아!”
“크르르륵!”
오크 로드의 도끼를 따라 오크들이 능력자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고, 공격!”
“막아라!”
마법사들이 가지각색의 마법을 난사하고 무인들이 오러를 내뿜으며 오크들의 앞을 막아섰다.
“크어어어!”
“크르르!”
하지만 오크들은 멈추지 않았다. 왕의 명령에 따라 죽음을 불사하고 단 하나의 인간이라도 죽이기 위해서 개떼처럼 달려들었다.
“뭐, 뭐야!”
“이놈들!”
능력자들의 눈동자가 당황으로 물들었다. 아까 싸운 오크들도 강했지만, 지금의 오크들에겐 강함 그 이상의 기세가 함께했다.
“쯧!”
백성현이 혀를 차며 오크들의 머리를 밟고, 오크 로드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능력자들이 모두 죽을 판이었기에 이 사태를 만든 보스를 먼저 잡아야 했다.
“크르륵!”
오크 로드가 회색 늑대의 등에 올라탔다. 늑대는 당연하다는 듯 백성현을 향해 힘차게 도약했다.
“크어어!”
“짐승 주제에!”
백성현과 오크 로드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투기와 강기를 맞부딪쳤다.
콰아아아앙!
무지막지한 충격파와 굉음이 터져 나오며 백성현과 오크 로드가 땅으로 튕겨 나갔다.
“감히!”
백성현의 눈동자에 핏대가 서며 잠재워 두었던 광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크르르!”
오크 로드는 방금 격돌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큼지막하게 웃으며 늑대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퍼엉!
오크 로드의 지시를 받은 회색 늑대가 재빠르게 발을 놀렸다. 빛살이 되어 백성현을 향해 쇄도했다.
후우웅!
백성현의 코앞에 이른 오크 로드가 칼날 도끼를 그었다.
퍼어억!
백성현은 검날을 틀어 도끼를 비껴 낸 뒤 늑대의 오른 어깨에 칼날을 박아 넣고 돌려 버렸다.
“끼이잉!”
회색 늑대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늑대의 어깨에서 시뻘건 피가 솟구쳤다.
“크르르르!”
회색 늑대는 살기 어린 표정으로 백성현을 노려보았지만 다시 덤벼들지는 못했다. 늑대의 등에서 내린 오크 로드가 그 앞을 막았기 때문이다.
“크룩카!”
오크 로드가 휘돌리던 도끼를 멈춰서 백성현을 겨누었다. 도끼 위로 치솟은 붉은 투기가 대해의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벌레 따위가!”
백성현이 심장에 모아둔 오러를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그의 검을 휘감은 강기가 도깨비방망이처럼 두껍게 솟구쳤다.
콰아아아!
오크 로드는 힘과 힘의 대결이 마음에 든다는 듯 투기를 가득 모아 도끼를 내질렀다.
“멍청한 놈!”
하지만 그건 백성현의 노림수였다.
치이이잉!
백성현은 두껍게 치솟은 강기를 얇게 퍼뜨렸다. 떨어지는 도끼를 흘려 낸 뒤 오크 로드의 허리를 향해 강기를 쏘아 냈다.
퍼억!
백성현의 노림수는 확실하게 먹혀들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 이게 무슨….”
말이 되질 않았다. 검을 덮은 푸른 강기가 오크에게 닿은 순간 지워져 버렸다. 놈의 몸에 박힌 것은 오직 철검뿐이었다.
오크의 허리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갈비뼈에 막혀 피륙의 상처밖에 되지 못했다.
저런 얕고 작은 상처 따위는 수백 개가 있어도 놈을 쓰러뜨릴 수 없다.
“크아아아!”
오크 로드는 가소롭다는 듯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더욱 막대한 양의 투기를 담아 도끼를 올려쳤다.
“크윽!”
백성현은 당황한 상태였기에 오크 로드의 도끼에 실린 기운을 제대로 흘리지 못했다.
콰아앙!
그는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한 검으로 무시무시한 기운을 두른 칼날 도끼를 막아섰다.
“크윽!”
백성현이 피를 토하며 뒤로 밀려 나왔다. 순간적으로 강대한 힘과 마주쳐 내상을 입은 것이다.
“벌레 새끼가….”
백성현이 광기를 폭발시키며 마지막 남은 반지를 뺐다. 화산에서 분출되는 용암처럼 그의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오러가 솟구쳤다.
콰아아아!
백성현의 검날 위로 천지를 베어 버릴 예리함과 세상을 짓누를 무거움이 동시에 담긴 푸른 강기가 끝없이 타올랐다.
“크어어어!”
오크 로드가 칼날 도끼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투기를 끌어올렸다. 그의 주변으로 투기로 만들어진 붉은 폭풍이 치솟았다.
콰아아앙!
오크 로드가 만들어낸 붉은 폭풍과 백성현의 푸른 칼날이 맞부딪쳤다.
**
“쯧쯧.”
백우진은 백성현의 강기와 오크 로드의 투기가 격돌하는 광경을 보고 혀를 찼다.
-정보도 모으지 않고 저렇게 무식한 공격을 하다니, 머리에 피가 차 버린 건가?
“그럴 수밖에 없지. 상황도 상황이지만, 저놈도 정상이 아니잖아.”
준비해온 모든 계획이 산산조각 나고, 동맹인 공위와 능력자들은 자신에 손에 죽었다.
아무리 멘탈이 좋은 사람이라도 무너질 텐데, 백성현처럼 정신이 이상한 놈이 이 상황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쿠구구구!
투기와 강기가 마주치는 폭풍이 그치고 검과 도끼를 휘두르는 백성현과 오크 로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진짜 놈의 몸에 닿는 순간 오러가 사라지네? 뭐 저런 놈이 다 있냐?
“그래서 사기라고 했잖아.”
오크 로드는 백성현의 강기와 능력자들의 마법을 맨몸으로 처맞으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건 오러나 마법이 아니라, 평범한 무기들뿐이었다.
다만 오크 로드의 가죽과 뼈가 너무 두껍고 단단해서 무기로 찔러도 큰 상처가 나질 않았다.
오크 로드의 체력과 투기 역시 끝을 모를 정도로 막대했기에 능력자들에겐 최악의 상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백성현과 그의 능력자들은 오크 로드와 오크들의 맹공에 버티고 버텼지만, 점점 체력과 오러를 소모하며 백우진이 앉아 있는 바위 앞까지 밀린 상태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백성현이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찬물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건 처음부터 잘못된 싸움이었다.
‘오러가 통하지 않는 몬스터가 있었다니….’
이제 확실해졌다. 저 오크 놈에게는 오러가 통하지 않았다. 놈에게 상처를 입히는 건 오러가 둘리지 않은 무기뿐이었다.
기본적으로도 9등급에 육박할 정도로 강한 놈을 오러의 공격력 없이 잡아야 한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어떻게 잡아야 할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만약 놈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지 않았다면 진즉에 도망쳤을 것이다.
“크으….”
백성현이 피가 흘러내리는 오크 보스의 허벅지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부엌칼로 두부를 가른 듯한 검흔이지만 전력을 다해서 벤 결과다.
투기는 자신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막강하고, 체력과 방어력은 철갑이며, 오러와 마법은 통하질 않았다.
저건 오크이되 오크의 격을 벗어난 괴물이었다.
“크어어어!”
오크 보스가 도끼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능력자들이 죽어 나갔다. 이대로라면 도망도 치지 못하고 전멸이었다.
“힘들어 보이네.”
백성현은 뒤에서 들린 백우진의 목소리에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무시하지 마라! 저 괴물 놈은 그냥 오크가 아니다! 오러를….”
백성현은 오크 로드의 능력에 대해 말하다가 백우진의 어색한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아니야. 이놈이 모를 리가 없어!’
백우진의 무력은 무식할 정도로 높고, 눈치도 빠르다. 저 오크에게 오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너도 바보가 아니라면 봤겠지? 저 오크 놈에게는 오러도,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넌 우리 모두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려 했겠지만, 아무리 너라도 저 괴물을 혼자 잡을 수는 없을 거다. 내 말이 틀리나?”
“…….”
백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가오는 오크 로드를 보며 짜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더 끌어들이면 되겠어!’
백성현은 백우진의 표정을 보고 마구 뛰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조금만 더 말하면 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힘을 합쳐 저 괴물부터 잡자. 우리의 싸움은 그 이후에 일대일로 겨루면 되잖아.”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네가 기습을 안 한다는 보장이 없잖아.”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뱉을 정도로 정신이 나간 놈은 아니다. 정 못 믿겠다면 놈의 시선을 내가 끌겠다.”
백성현이 미끼를 맡겠다고 하자, 백우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어차피 내 부하들도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 널 기습할 여유도 없어. 지금 놈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을 때가 기회다.”
“쯧….”
백우진이 혀를 차며 일어났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검을 뽑아 들었다.
“너도 알겠지만, 기회는 얼마 없다. 내가 놈의 도끼와 투기를 막을 테니, 넌 놈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어라.”
“알겠어.”
“내가 먼저 갈 테니, 준비해.”
백성현은 진중한 어조로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버러지는 역시 버러지야.’
자신의 막냇동생은 시궁창에 처박혀 있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강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멍청했고, 여전히 쓰레기였다.
“가자!”
백성현은 웃음을 꾹 참으며 오크 로드를 향해 몸을 던졌다.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백성현의 뒤를 따라 달렸다.
후우우웅!
능력자 하나를 피떡으로 만든 오크 로드가 백성현을 향해 투기를 쏟아 냈다.
치이잉!
백성현은 오크 로드의 도끼를 흘려 내며 백우진을 보았다.
치이잉!
백우진은 강기로 휘감긴 검을 세워 오크 보스의 하체를 노리고 있었다.
“크아아!”
오크 로드는 백성현을 거칠게 밀쳐 낸 뒤 백우진의 검을 향해 도끼를 내질렀다.
콰아앙!
투기와 강기가 일렁이는 검과 도끼가 마주치며 강렬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흡!”
백우진은 퍼지는 충격파를 견디며 오크 로드의 좌측으로 짓쳐 들었다.
‘지금이다!’
백성현이 히죽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전력의 오러를 끌어올려 땅을 박찼다.
“크하하하!”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오러를 많이 소모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싸울 생각은 없었다.
오크 보스의 관심이 백우진에게 향한 순간을 이용해서 이곳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백우진이라면 아무리 못해도 저 보스와 수십 분은 버틸 수 있을 테니, 1층의 수풀에 숨었다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때 빠져나가면 그만이었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속은 놈이…. 어?”
빙긋 웃으며 뒤를 돌은 백성현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백우진이 서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고, 오크 보스 역시 전투를 멈추고 자신을 노려보았다.
“이, 이게 무슨….”
“참 다행이야.”
백우진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이 죽어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거든.”
“뭐?”
“전에 말했지? 속은 놈이 멍청하고, 속은 놈이 잘못한 거라고. 그대로 돌려줄게. 속은 형이 멍청한 거야.”
“네, 네놈 대체 뭘….”
“이 오크는 나보다는 형이 좋다네?”
백우진이 서늘한 미소를 피워 낸 순간 그의 뒤에 있던 오크 로드가 안개처럼 사라졌다.
쿠웅!
백성현은 등 뒤에서 들린 무거운 발걸음 소리와 자신을 내리누르는 거대한 그림자를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
오크 보스였다. 백우진의 옆에 있었던 오크 보스가 어느새 자신의 등 뒤로 이동해 있었다.
“크르륵!”
백성현의 뒤에 나타난 오크 로드의 몸에서 분노를 휘감은 투기가 타올랐다. 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만든 특성 추적자의 추가 효과였다.
“이게 뭐….”
백성현은 백우진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반대였다. 백우진이 백성현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었다.
“난 여기서 형의 부하와 오크들을 처리할 테니, 형은 보스 힘 좀 많이 빼놓으라고.”
“크으윽!”
백성현은 백우진의 놀림을 들으며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얼굴을 짐승처럼 일그러뜨린 채 괴성을 질렀다.
“백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