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신검백가의 후계자 (7)
-인정한다. 진짜 넌 대단한 놈이야.
흑암은 깊은 감탄을 내뱉으며 검날을 저었다. 백우진이 재밌는 게 생각났다고 하기에 백성현의 뒤를 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이 생각한 재밌는 복수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까 말해 주었던 블랙 오크 로드의 특성 중 하나인 도망가는 놈을 따라간다는 능력을 이용해서 백성현을 가지고 놀았다.
미리 준비한 계획도 아니다. 짧은 순간에 재치를 발휘한 계획이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백우진은 이 한 수를 성공시킨 것으로 백성현에게 속아 왔던 세월을 통째로 복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 속이 다 시원하네.”
백우진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백성현의 웃음이 절규로 바뀌는 모습을 보니, 꽉 막힌 속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백우진! 이 망아지 새끼가!”
“그 망아지에게 속은 놈은 얼마나 멍청한 놈일까?”
백우진은 파리를 쫓듯이 손을 내저었다.
“이익!”
백성현은 당장이라도 백우진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살벌한 투기를 쏟아내는 오크 로드 때문에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크어어어!”
오크 로드는 백성현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무시무시한 투기를 폭발시키며 도끼를 휘둘렀다.
“내가 누구인 줄 알고!”
백성현은 어금니를 바드득 갈면서 아껴 둔 오러를 끌어 올렸다. 이제 도망이란 선택지는 사라졌다. 이 괴물과 싸워서 이기는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절대 끝나지 않는다! 이놈을 죽이고, 네놈의 목을 따러 가겠다!”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 봐.”
“크아악!”
백우진은 놀리듯이 목을 쭉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백성현의 눈동자에 귀화가 타올랐다.
“흐음….”
백우진은 고개를 돌려 블랙 오크와 능력자들의 전장을 보았다. 전투는 이미 오크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블랙 오크 로드는 건재했고, 백성현은 도망을 쳤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얼마 남지 않은 능력자들이 하나로 뭉쳐서 버티고 있었지만, 오크들의 흉악한 공격에 금방이라도 뚫릴 것만 같았다.
“사, 살려 주십시오!”
“도와주세요!”
“백우진 님! 구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능력자들은 백우진을 보며 서툰 한국말로 제발 살려 달라, 제발 구해 달라고 부르짖었다.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구해 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도와주신다면 모든 것을 알려…. 크헉!”
능력자들은 백성현도, 신도 아닌 자신들을 유일하게 살려 줄 수 있는 백우진에게 구원을 빌었다.
하지만 백우진은 반응하지 않았다. 산책 나온 듯 여유로운 걸음으로 걸어가 큼지막한 나무에 등을 기댔다.
“내가 왜?”
백우진이 팔짱을 낀 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능력자들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
-죽이려고 한 상대에게 목숨 구걸이라니, 미친놈들이군.
“너희는 날 죽이기 위해서 모였잖아. 근데 나보고 구해 달라?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군.”
“그, 그렇지만 당신은 협제잖아! 약자를 구해 주고….”
“그건 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이름이다. 여기서 너흴 구해 주면 내 칭호는 협제가 아니라 호구로 바뀌어야겠지.”
-그렇지! 내 눈앞에서 그런 고구마를 먹이면 당장 네놈의 마검을 때려치울 거다!
흑암은 백우진의 언행이 마음에 든다는 듯 암암 하면서 검날을 끄덕였다.
“제, 제발! 제가 아는 걸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곳에 온 비밀을 모조리….”
“무슨 비밀을 말해 준다는 거지?”
“처, 천무맹의 선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저희가 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말하겠습니다!”
“말해 봐.”
백우진이 팔짱을 풀고 날카로운 기세를 끌어 올렸다. 그 서늘한 기파에 블랙 오크들이 질겁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처, 천무맹의 끈이 닿은 길드는 봉황, 영걸, 타이탄, 크레인, 레비아탄….”
“저희가 이 던전에 오게 된 건 공위의 지시만이 아니었습니다. 처, 천무맹주 팽지후가 직접 연락을 해서….”
“배, 백성현은 저희 쿠모만이 아니라, 기령 길드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의 안가는 일본과 중국에 있고, 천무맹과 긴밀한 관계를….”
능력자들은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들이 아는 비밀들을 모조리 뱉어 냈다.
죽음이 코앞에 있었기에 그들의 정보 중 거짓말이나, 속임수는 조금도 없었다.
“나쁘지 않네.”
백우진은 천무맹의 영향을 받는 길드들과 능력자들, 백성현의 길드와 비밀들, 그리고 팽지후의 움직임을 확실하게 기억해 두었다.
“저, 전부 말했으니, 이제 구해 주십시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건 모두 말했습니다. 이제 오크들을 죽이고….”
“내가 왜?”
백우진은 심드렁한 표정을 어깨를 으쓱였다.
“예?”
“부, 분명 저희를 구해 주신다고….”
“맞습니다. 정보를 말하면 구해 주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내가 언제 그랬는데? 난 그저 말해 보라고 했을 뿐이야.”
백우진의 단호한 말에 능력자들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그제야 백우진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사, 살려 준다고 한 적이 없었어….”
그는 말을 하라고만 했었다. 살려 준다는 말은 조금도 꺼내지 않았다.
“배, 백우진!”
“제발!”
“살려 줘! 살려 달라고!”
“난 나를 노렸던 놈들은 단 한 명도 살려 준 적이 없었다. 너희도 예외는 아니야.”
백우진은 손을 저어 오크들을 막았던 기세를 풀었다.
“크르륵….”
“크룩!”
오크들은 백우진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게걸음을 걸었다.
“크르륵!”
백우진이 가만히 있자, 그가 전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능력자들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제, 젠장!”
“이 악마 같은 놈!”
능력자들은 악을 내지르며 오크들과 마지막 전투를 시작했다.
-악마? 지들이 먼저 목숨을 노려 놓고 저런 말을 해? 아주 미친놈들이야.
“그러게 말이다.”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놈을 구해 주는 건 착한 게 아니라, 호구일 뿐이다.
-저쪽도 거의 끝나 가는군.
“오러가 거의 다 떨어진 모양이네.”
백우진은 백성현과 오크 로드의 처절한 전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체력과 투기가 건재한 오크 로드와 달리 백성현은 한계에 가까웠다. 그의 전신은 오크 로드의 투기에 의한 상처로 가득했다.
“끄아아악!”
“아아악!”
등 뒤에서 능력자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렸다.
가장 뒤에 있던 마법사들이 오크들에게 뜯겨 나가며 능력자들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숨이 끊어졌다.
“크어어!”
“크르륵!”
능력자들을 학살한 서른여 마리의 오크들은 각자의 무기를 꼬나쥐고 백우진을 향해 느릿하게 다가왔다.
“적의 적은 동료지만 이제 끝을 낼 때지.”
백우진이 암인검을 뽑아 가로로 그었다.
쩌어억!
공간이 갈라지는 듯한 파공음이 퍼지며 오크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크륵….”
“끄어….”
오크들은 전신을 바들바들 떨다가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땅에 닿는 순간 그들의 목이 툭 떨어져 나갔다.
백우진이 한 번의 휘두름으로 오크들의 목을 모조리 베어 버린 것이다.
“크르릉!”
오크 로드가 타던 회색 늑대가 자신의 주인을 향해 달려가려 할 때, 백우진이 하나 된 비뢰섬을 쏘아냈다.
빠지지직!
초승달 같은 곡선을 그리며 뻗어 나간 비뢰섬이 회색 늑대를 반으로 갈라 버렸다.
-오크랑 늑대는 고통 없이 죽이고, 인간들은 고통스럽게 죽게 놔두다니, 참 신기한 일도 다 있군.
“날 노렸던 놈들이 어떻게 뒤지든 상관없잖아.”
백우진은 암인검을 검집에 넣으며 몸을 돌려 백성현과 오크 로드를 보았다.
“끝났네.”
백성현의 전신은 뻘건 피로 얼룩져 있었고, 오크 로드의 허벅지에도 큼지막한 상처가 하나 생겨나 있었다.
다만 허우적대는 백성현과 달리 오크 로드는 부상의 영향이 없어 보였다.
“끄으으윽!”
백성현은 추위를 타는 것처럼 이를 딱딱 부딪쳤다. 오러가 바닥이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젠장!’
처음에 오러를 낭비했던 것이 미치도록 후회스러웠다. 그 오러만 있었어도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거다.
“으아아아!”
백성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오크 로드를 보다가 등을 돌려 백우진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
지쳤고, 여러 가지 부상을 입었으며, 대부분의 오러를 사용했기에 그의 움직임은 처음과 달리 너무도 느렸다.
“크르륵!”
오크 로드는 그런 백성현을 비웃으며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갔다.
“우, 우진아!”
백성현이 백우진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았다.
“제발! 제발! 살려다오!”
자존심조차 내다 버리고 싹싹 빌기 시작했다.
“…….”
백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북해처럼 서늘한 눈으로 백성현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다, 다 말해 주마! 네가 모르는 것들을 모두!”
-오! 호구 하나 또 걸렸네!
“이번 일에는 아버지도 관계되어 있었다. 깊게 관여하진 않았지만, 널 죽인다면 내게 바로 후계자의 자리를 준다고 했다.”
-미친….
“그게 다야?”
백성현의 말에도 백우진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백천화가 자신을 이곳에 보낸 것으로 그의 생각은 어느 정도 예측했었다.
“그, 그리고 내게 천검서고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준다고 하셨다.”
-천검서고?
‘백가의 가주만 들어갈 수 있는 서고야.’
천검서고는 말이 서고지, 없는 게 없는 보고였다. 최상급 무예서,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 등 백가가 구한 신검이기를 모아 둔 장소였다.
“그리고?”
백우진은 말을 아꼈다. 지금 상황을 지배하는 사람은 자신이었다. 길게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으….”
백성현은 백우진이 흥미를 가질 만한 정보를 뱉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아! 네, 네가 죽였던 김남길! 김남길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카이저에 대한 정보도….”
“크르르륵!”
백성현이 말을 멈추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뒤에서 오크가 아니, 오크의 격을 벗어난 괴물이 다가오고 있었다.
“김남길이 살아 있다고! 넌 알잖아!”
“그놈이 어디 있는데.”
“뭐?”
“그놈 지금 어디 있냐고.”
“그, 그건….”
“모르겠지.”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김남길이 살아 있는 건 흑암에게 말해 줬듯이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알맹이가 빠진 정보는 아무 필요도 없었다.
“크아아아!”
“제, 젠장!”
블랙 오크 로드는 백성현의 뒤에서 칼날 도끼를 내리쳤다.
콰아앙!
백성현은 바닥을 드러낸 오러를 끌어 올려 간신히 도끼를 막아 냈다.
치이이잉!
도끼와 검이 십(十)자로 교차되며 격한 떨림을 만들어 냈다.
칼날 도끼에 휘감긴 투기는 짙어지는 반면 백성현의 오러는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우, 우진아! 제발! 부탁이다! 살려다오! 아직 네게 말해 주지 못한 게 많다!”
백성현이 전신을 바르르 떨며 살려 달라 비명을 질렀다.
“아니다! 자, 잘못했어! 앞으로 네 뒤에 서겠다! 가주를 포기하고, 널 가주로 만들어 줄…. 크으윽!”
백성현은 말을 하다 말고 신음을 흘렸다. 오크 로드의 도끼가 그의 오러를 뚫고, 검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조, 좋다! 차라리 네 손으로 죽여다오! 제발!”
-지랄하네. 저거 구라다. 어떻게든 살려고 저러는 거야.
“아, 맞다.”
백우진은 차분한 걸음으로 백성현에게 다가갔다.
“우, 우진아! 고맙다! 날 구해 준다면….”
-야 이 미친놈아! 구해 주면 안 되지! 이러면 막장이라고!
“예전부터 말이야.”
백우진은 오른손을 쫙 펼쳐 올리며 말을 이었다.
“네 뒤통수를 후려쳐 보고 싶었어.”
백우진이 폭풍 같은 회전을 일으키며 백성현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빠아악!
수박이 쪼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백성현이 검을 놓치고 바닥에 꼬꾸라졌다.
퍼어어억!
그 순간 오크 로드의 칼날 도끼가 백성현의 오러와 검을 뚫고 그의 오른 어깨를 찢어발겼다. 뜯겨 나간 어깨에서 피 분수가 뿜어졌다.
“으으아아!”
백성현이 지독한 고통이 담긴 비명을 내질렀다.
“아, 악귀 같은 놈….”
-쯧, 내로남불 하는 것들은 항상 비슷한 말을 하네. 패시븐가?
“악마는 너겠지. 날 죽이고 싶었다면 네가 직접 왔어야 했다. 백선아를 보내서 함께 자폭시키려 했던 건 악마조차 실직할 계략이었어.”
백우진은 창백하게 질린 백성현을 벌레처럼 내려봤다.
“크르륵!”
“허억!”
등 뒤에서 들린 오크 로드의 소리에 백성현이 비명을 질렀다.
“아, 자, 잠…. 끄아아악!”
오크 로드는 백성현의 비명을 즐기며 도끼를 내리쳤다. 놈의 도끼질은 인정사정없이 백성현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끄….”
백성현은 걸레짝이 된 몸으로 지독한 고통을 느끼며 숨이 끊어졌다.
-놈에게 맞는 적당한 최후로군.
“다행이야.”
-뭐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서.”
백우진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혹시라도 백성현의 죽음에 슬퍼하는 자신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아니었다. 슬픈 감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음….”
백우진은 흑전호포의 어깨에 달린 작은 구슬을 만지며 인상을 찡그렸다. 계획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크르륵!”
오크 로드는 난도질한 백성현의 시체를 던져 버리고 씩씩거리며 백우진에게 다가왔다.
“이제 본 게임을 시작하자는 건가?”
“크어어어!”
오크 로드가 백우진의 질문에 대답하듯 두 눈을 빛냈다. 놈의 붉은 눈은 광기와 살기가 어우러져 있었다. 장정이라도 오줌을 지릴 무시무시한 눈빛이었다.
후우웅!
오크 로드가 칼날 도끼를 세워 횡으로 휘둘렀다.
백우진은 철판교를 사용하여 도끼를 피해 낸 뒤 암인검으로 오크 로드의 발목을 노렸다.
쩌어엉!
오크 로드는 압도적인 힘으로 도끼의 방향을 틀었다. 자신의 발목 앞에 내려찍어 백우진의 검을 막아 냈다.
쿠구구구!
붉은 투기에 휩싸인 칼날 도끼와 검은 강기에 물든 암인검이 격돌하며 강렬한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미안하지만 네 흐름은 이미 파악했어.”
백우진이 씩 웃으며 검을 쳐올리자, 칼날 도끼의 날에서 타오르던 투기가 홍해처럼 갈라졌다.
‘미리 봐 둔 보람이 있네.’
미리 오크들이 가진 투기의 결을 확인하고, 오크 로드의 전투를 보았기에 놈의 투기의 흐름과 결은 눈에 선하게 보였다.
화르르륵!
오크 로드는 꾸르륵거리는 괴성을 흘리며 더 짙은 투기를 쏟아 냈다. 도끼의 날에서 횃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투기가 치솟았다.
“소용없어.”
백우진이 손목을 살짝 돌려 암인검의 각도를 바꿨다. 전환된 투기의 결을 따라 칼날 도끼를 찍어 눌렀다.
뿌드드득!
암인검이 투기를 가르고 칼날 도끼의 날을 깨뜨릴 때 오크 로드가 다급하게 팔을 휘둘러 백우진을 밀어냈다.
치이잉!
백우진은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 암인검으로 칼날 도끼의 약화된 곳을 찌르며 뒤로 빠졌다.
콰아앙!
투기와 오러의 충돌로 검붉은 불똥이 튀기며 시꺼먼 날이 한 움큼 떨어졌다.
백우진의 공격에 칼날 도끼의 날이 뜯긴 것이다.
“크르륵….”
블랙 오크 로드가 백우진을 노려보며 인상을 구겼다. 저 인간은 다른 인간들과 달랐다.
자신의 투기에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고, 어렵지 않게 투기를 갈라냈다. 다만 못 이길 수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크아아아아!”
오크 로드는 던전 전체가 뒤흔들릴 법한 괴성을 내지르며 숨결의 끝까지 투기를 끌어올렸다.
콰아아아!
대지가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칼날 도끼의 깨진 날에서도 지독한 투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쉽지만 소리만 지른다고 세상일이 다 되는 게 아니야.”
백우진은 회복의 호흡을 발동시킨 뒤 오러를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묵뢰를 쓰려고?
“좋은 실험 대상이니까.”
오크 로드의 투기는 바다처럼 광대했고, 맷집과 체력도 생명체의 수준을 벗어났다. 묵뢰의 속도와 파괴력을 실험해 보기에는 최적의 상대였다.
빠지지직!
백우진의 전신이 검은 뇌전의 광채로 휘감겼다. 그의 기세와 오러가 폭주하듯 솟구치며 장대한 빛을 발했다.
콰아앙!
백우진이 일그러지는 공간을 가르며 오크 로드의 앞으로 쇄도했다.
“크륵!”
오크 로드가 당황한 와중에도 자신을 향해 도끼를 내리치는 것이 보였다.
‘느려.’
하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은 이미 도끼를 지나쳐 놈의 좌측에 닿아 있었다.
찌지지직!
백우진은 오크 로드의 옆구리를 향해 관일극을 내질렀다. 송곳처럼 예리한 뇌전이 붉은 투기를 가르고 오크 로드의 몸에 작렬했다.
퍼어억!
묵뢰도 오크 로드의 특성을 이겨 내진 못했다. 놈의 살에 닿는 순간 묵뢰의 기운이 지워지고 암인검의 칼날만이 남았다.
하지만 오크 로드의 반응은 백성현의 공격이 적중했을 때와 천지 차이였다.
“크르륵….”
오크 로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떨며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의 눈동자는 파랑을 맞은 것처럼 격하게 흔들렸다.
“어때? 그놈과는 다르지?”
백우진은 씩 웃으며 암인검을 휘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