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6
26화. 함정은 깨부숴야 제맛 (3)
백우진은 유재우와 김범석의 시체를 나무에 기대놓고, 그 옆에 있는 수풀에 몸을 숨겼다.
-누군가가 왔다. 오른쪽이다.
‘그래. 느껴져.’
흑암의 말을 들으니, 공기의 흐름에 무언가가 끼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어디 있는지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이다! 베라!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듣자마자, 빈 허공을 향해 발검술을 사용했다. 발검술은 안개를 가르며 암살자의 목을 향해 쇄도했다.
쩌어어엉!
암살자는 경악을 하며 클로를 들어서 발검술을 막아내었다. 기습을 막은 것을 보니, 어떤 특수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크으으윽!”
암살자는 발검술을 막은 손목을 부여잡고서 술 취한 사람처럼 뒤로 물러났다.
“배, 백우진?”
암살자 박철현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죽었어야 할 백우진이 살아 있고, 살아 있어야 할 검사들이 죽어 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날 아네.”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얼굴을 아는 것을 보니, 백선아나 그녀의 부하가 보낸 것이 확실했다.
“제기랄!”
박철현이 자세를 낮추고 클로를 들어올렸다. 손목이 부러졌지만, 지금 그딴 것을 신경 쓰다간 아무 것도 못하고 죽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이런 놈이….”
박철현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상황이 변했으니, 백우진을 죽이려고 했건만 도무지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신검백가의 직계라고 해도 어떻게 15살이 저런 기세를 내뿜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크윽!”
박철현이 안개 속으로 물러났다. 그의 몸이 주변의 색에 동화되며 사라졌다. 은신을 사용해서 백우진을 기습하려는 것이다.
‘저 놈 위험해!’
박철현은 은신을 사용한 후 백우진의 뒤로 이동했다. 하체의 근육과 클로에 오러를 집중한 뒤 백우진의 심장을 향해 표범처럼 도약했다.
촤아악!
박철현은 스프링처럼 튀어나가 백우진의 심장과 목을 향해 클로를 찔러 넣었다.
‘끝났어!’
백우진의 등에 클로가 닿았다고 생각할 무렵 박철현의 귀에 소름끼치는 음성이 들려왔다.
“다 보여.”
박철현은 백우진과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은 심해처럼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모든 것을 보고 있는 전능한 눈빛이었다.
스윽!
백우진은 옆으로 한 걸음 걷는 것으로 박철현의 클로를 피해낸 뒤 발검술의 자세를 취했다.
빠지지직!
검은 스파크가 튀겨지며 백우진의 검집에서 기이한 압력이 흘러나왔다. 그의 검이 대기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제, 젠장!”
박철현은 백우진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음을 예감하고, 클로를 쌍으로 교차해 최강의 방어를 준비했다.
콰아아아!
백우진의 검에서 튀어나온 흑왕탄이 박철현의 클로를 조각내버리고 그의 가슴을 통째로 베어버렸다.
“커헉….”
박철현이 피를 내뿜으며 통나무처럼 뒤로 넘어갔다. 흑왕탄의 일격에 그대로 절명해버린 것이다.
“후….”
백우진은 검에 남은 탁기를 털어내고서 검집에 집어넣었다.
-아무리 은신이 특기라고 해도 들킨 능력을 다시 사용하다니. 멍청한 놈이군.
“암살자의 공격은 언제 오는지만 알면 카운터 치기가 쉽지.
-내가 저 놈이 어디 있는 지 알려준 거잖아. 뭘 그리 잘난 척을 하냐.
“너도 내 능력 중 하나잖아.”
-그, 그건 맞지만…
백우진이 이마를 쓸어 넘기며 흑암에게 미소 지었다. 그가 박철현의 은신을 알아낸 방법은 흑암의 감지능력 덕분이었다.
문주영의 위치마저 잡아내는 흑암에게 박철현의 위치를 알아차리는 일은 누워서 떡먹기나 다름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선빵 쳐 맞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백선아의 뒤통수가 깨질 때까지 후려 줘야지.”
-바로 말이냐?
“아니, 지금은 절대 못 이겨.”
백우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백선아의 무력은 5등급 중반에 올라있다. 그녀를 이기려면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거다.
-그럼 백선아가 네 수련을 계속 방해할 수도 있지 않나.
“그걸 막아야지.”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면 알게 될 거야. 아마 소집이 일어날 테니까.”
백우진은 가문에 돌아가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며 씩 웃었다. 아주 재밌는 일이 일어날 거다.
-하여튼 능글맞아 가지고, 도대체 한 번에 얘기를 안 해준다니까.
“바로 말하면 재미없잖아. 지금은 해야 할 일도 있고.”
백우진이 어깨를 돌리며 다시 앞으로 향했다.
-대체 이곳의 끝엔 뭐가 있는 거냐?
“3등급 몬스터랑 꽃.”
-몬스터는 그렇다 치고. 꽃?
-그래. 붉은 꽃이 있어.
**
임무는 임무였기 때문에 백우진은 남아 있는 몬스터들을 잡고, 위험한 식물들과 함정을 제거하며 균열 변화 구역의 끝을 향해 이동했다.
“음.”
몬스터를 잡을 때도 멈추지 않았던 백우진의 걸음이 처음으로 정지했다. 그의 시선은 갈색 늪지 위에 올라와 있는 언덕을 향하고 있었다.
“저게 내가 말한 붉은 꽃이야.”
백우진은 언덕에 보이는 붉은색 꽃 한 송이를 가리켰다. 새빨간 잎 여덟 개가 겹쳐진 아름다운 꽃이었다.
-저건…
“알아?”
-그래 우리 쪽에선 주양화라고 부른다.
“어? 우리도 주양화라고 부르는데? 8년 후에 알려지긴 하지만.”
아까 가시목 때도 그렇고 주양화도 그렇고 두 식물의 이름이 흑암의 세계와 같은 게 신기했다.
“흑암. 네가 있던 곳에서 이런 것들이 넘어오는 거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군. 몬스터들의 외형과 특성도 역시 내가 태어났던 세계와 똑같으니까.
“자세히 한 번 알아봐야겠는데.”
백우진은 조만간 전이에 참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곳에 가면 정말 흑암의 세계와 이세계가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다.
“그럼 저 꽃의 활용법도 알아?”
-물론이다.
백우진이 다시 주양화를 쳐다보았다. 지금 저 꽃은 이름조차 없지만, 8년 후엔 돈을 쌓아줘도 못 구하는 희귀한 영약이다.
-주양화는 지금이 아니라, 일몰 때나 일출 때만 뽑을 수 있다. 지금 뽑으면 아무 의미 없어.
“맞아. 잘 아네.”
흑암의 말대로 주양화는 일출 때나 일몰 때 꽃의 색이 주황색으로 변했을 때만 채집할 수 있다. 지금 뽑으면 가루가 되어 날아가 버린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몬스터나 정리 할 게.”
백우진이 늪에 발을 담갔다.
부그그그.
발이 닿자마자, 늪에서 거품방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방울이 점점 커지더니, 거대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쿠구구구.
나타난 몬스터는 3m가 넘는 신장에 온 몸에 진흙을 덮고 있는 진흙 골렘이었다.
“쿠어어어.”
하급 골렘이라 속도는 느리지만, 강한 파괴력과 뛰어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몬스터다.
-이곳을 지키는 몬스터는 진흙 골렘이었군.
“그래. 저 2마리지.”
-너 설마 저 놈들의 핵도 알고 있는 거냐?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하나는 오른쪽 허벅지에, 하나는 왼팔에 핵이 있어.”
-아주 공짜네. 공짜야.
백우진은 휘연검을 뽑아들고 진흙 골렘들이 땅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쿠어어.”
백우진은 땅으로 올라온 진흙 골렘이 휘두르는 주먹을 가볍게 피해냈다.
콰앙!
진흙 골렘의 주먹을 맞은 대지가 깊게 파여 버렸다. 진흙이라고 무시했다간 단번에 부침개가 되어버릴 것이다.
샤악!
백우진은 발검술로 골렘의 오른쪽 허벅지를 베었다. 골렘의 허벅지에서 아주 작고 단단한 것이 걸리는 게 느껴졌다. 골렘의 핵이었다.
부르르르.
핵이 부서진 진흙 골렘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진흙 그 자체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운까지 좋군.
흑암의 말에 백우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신의 검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 뭐하냐?
“잘하면 좋은 수련이 될 거 같은데.”
-뭐?
“진흙 골렘의 몸은 진흙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검로를 잡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 바로 재생 돼서 고칠 필요도 없고, 공격을 하니까 보법수련도 되잖아. 천연의 수련장이야.”
-미친…
흑암은 말을 잃었다. 대체 백우진의 대가리에 뭐가 들어서 저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니까 핵의 위치를 알아서 바로 잡을 수 있는 골렘하고 쎄쎄쎄 하면서 놀겠다고?
“아니, 수련하겠다고.”
-너 정말 정신 나간 거 아니냐?
“야, 봐봐.”
백우진이 두 번째 진흙 골렘의 앞에 섰다.
쿠웅!
백우진은 진흙 골렘의 주먹을 피한 후 놈의 몸을 향해 세로 베기를 사용했다.
촤아악!
세로 베기에 의해서 진흙 골렘의 몸에 긴 선이 생겨났다. 선은 일직선이아니라, 삐뚤빼뚤한 상태였다.
“봐. 그냥 허공에 세로 베기를 쓸 때는 똑바로 가는 것 같지만 진흙에 걸리니까 저렇게 꼬여 있잖아.”
-어?
“어차피 일몰이 되려면 시간이 남았는데, 저 선이 똑바르게 될 때까지 연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어라?
흑암은 솔직히 미친놈이 또 괴상한 짓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휘두른 검의 궤적이 보이는 것을 보니, 정말 괜찮은 수련 같았다.
촤아악!
백우진이 진흙 골렘에게 가로 베기를 날렸다. 골렘의 몸에 똑바른 일자의 선이 나타났다.
“가로 베기는 숙련도가 높으니까. 저렇게 일자로 된 선이 생기잖아.”
-괘, 괜찮은 것 같은데…
“그치?”
백우진이 빙긋 웃고 골렘에게 세로 베기를 사용했다. 흘러내리는 진흙 때문에 검로가 어긋난다. 하지만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미친 것 같긴 한데, 나쁜 수련은 아닌 것 같군.
“일몰이 될 때까지만 할게.”
-그렇게 해라. 나도 봐주마.
“오케이.”
백우진은 온 정신을 집중해서 진흙 골렘을 향해 세로 베기를 사용했다. 진흙 골렘의 주먹을 피한 뒤 놈의 허벅지에 검을 찔러 넣었다.
“찌르기도 흔들려. 내 수련이 부족하다는 거겠지.”
-네 문제가 뭔지 바로 알 수 있다는 게 이 수련의 최고의 장점이군.
“이제야 인정하네. 하하!”
-어차피 할 거면 검의 속성도 확실히 정해라.
“그건 이전부터 생각했어. 세로 베기는 빠름과 무거움, 찌르기는 빠름과 정확함으로.
-그럼 쾌와 중, 괘와 정이군. 그 의지를 담아서 휘둘러라.
“알겠어.”
흑암의 인정까지 받았으니, 눈치 볼 것도 없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세로 베기와 찌르기를 사용했다.
“쿠어어어.”
진흙 골렘은 상처를 바로바로 재생했기 때문에 백우진은 쉬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정말 최고의 수련상대였다.
-왼쪽 각도가 흔들린다.
흑암은 어느새 백우진에게 동화되어 검로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둘은 수련에 정신을 집중하여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 지도 모르고 계속 검을 휘둘렀다.
-백우진!
“응?”
흑암의 목소리에 진흙 골렘만을 바라보던 백우진이 정신을 차렸다.
-이 미친놈아! 해가 완전히 져버렸잖아! 주양화 뽑을 시간이 지나갔다고!
“그래?”
흑암의 말에도 백우진은 별 반응이 없었다. 주양화도 좋지만 지금 하는 수련이 너무 재밌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세로 베기와 찌르기가 새로운 경지에 오를 것만 같았다.
“주양화는 일출 때 따면 되잖아.”
백우진은 간단하게 대답하고, 다시 진흙 골렘에게 세로 베기를 사용했다.
-내가 살다 살다 진흙 골렘이 불쌍하다고 느낀 건 처음이다. 허어…
진흙 골렘은 벌써 8시간째 수련에 미친놈을 상대하고 있었다. 진흙 골렘의 눈에서 진흙이 아니라,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골렘아. 미안하다…
**
-헉!
흑암은 백우진에게 동화되어 무아지경에 빠져 있다가 깨어났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해가 뜨고 있는 중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음…
자신과 달리 백우진은 여전히 무아지경에 빠져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홀린 것처럼 골렘의 주먹을 피한 뒤 세로 베기와 찌르기를 사용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확실히…
백우진의 세로 베기와 찌르기는 이전과 천지차이로 달라져 있었다. 가로 베기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방해를 해선 안 되겠군.
무아지경은 쉽게 찾아오는 순간이 아니다. 다시 일몰까지 기다리더라도 지금은 방해해선 안 된다.
화아악!
일출이 시작 될 무렵 백우진의 검에서 새벽안개 같이 새하얀 기운이 모여들었다. 하얀 기운에서 태산같이 무거운 중압감이 느껴졌다.
-미친!
새로운 검로다. 백우진은 고작 하룻밤에 빠름과 무거움의 의지를 담은 새로운 검로를 개척해낸 것이다.
고오오오!
백우진은 무아지경에 빠진 채로 하얀 기운을 검에 응집시켰다. 그는 검에 실려 있는 거대한 힘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백우진의 검에서 터져 나온 하얀 기운은 진흙 골렘을 짓눌러 터트려버리고, 뒤에 있는 늪을 절반으로 갈라버렸다.
[초집중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그제야 백우진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뜬 홀로그램 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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