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지배의 마족 (3)
크레온은 자신의 성으로 돌아와 최상층인 11층으로 올라갔다.
“으윽!”
그가 최상층에 도착하자마자 좌측 구석에서 여성의 신음이 들려왔다. 크레온이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우웅!
물처럼 투명한 사각형의 막이 하얀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그 안에는 백은경과 그녀의 호위 한유라가 열 명의 아이들을 보호하듯 감싸고 있었다.
“뭘 하고 온 거야!”
“나의 영지 앞에 있던 인간들에게 안식을 내리고 왔다. 널 기다리던 인간들도 죽었지.”
“너, 너 이 새끼!”
백은경이 검을 뽑고 달려나가려 했지만 투명한 막에 막혀서 나오질 못했다. 그녀의 붉어진 눈동자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아악!”
백은경이 검으로 막을 계속해서 내리쳤지만, 막은 깨지지도 부서지지도 않았다.
“사용자도 나오지 못한다는 게 그 물건의 장점이자, 단점이지.”
크레온이 빙긋 웃었다. 저 보호막은 백선아가 사용한 게 아니라, 그녀 옆의 여자가 사용한 성자의 기원이다.
딱 한 번 24시간 동안 어떠한 기운도 막아내는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사용자도 구슬의 막을 벗어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내가 죽더라도, 네놈만큼은, 네놈만큼은 죽이겠어!”
“소리 지르지 말거라. 아이들이 놀라지 않나.”
“으으…”
“아….”
크레온이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백은경의 뒤에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벽에 바짝 붙었다.
“대체 뭘 노리는 거야! 아가씨를 노렸던 거냐!”
한유라가 아이들의 시야를 가리며 크레온에게 이를 갈았다.
“처음부터 너희에겐 관심 없었다.”
“뭐?”
“내가 원했던 건 이 성 아래에 묻혀 있는 인간들의 피와 절규가 섞인 악업이다.”
“악업….”
한유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악업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이 성의 원주인이었던 남자의 악업이 분명했다.
“전쟁터보다도 더 지독한 악업이 묻혀 있기에 카토일에게 이 땅을 점령하라 지시를 내렸지.”
“그, 그럼!”
“너희가 죽인 카토일의 마기가 그 악업을 깨워 지금의 현상을 만들어 냈다. 이건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어.”
크레온이 큭큭 웃었다. 처음으로 보이는 악마 같은 웃음이었다.
“너희가 방해해 준 덕분에 십 년은 걸릴 대업이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마기가 끝없이 타오르는 덕분에 권능조차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이제 이 대륙은 나의 손에 들어온 것과 다를 바가 없어.”
“절대! 절대 이루지 못해! 네놈의 숨통은 내가 끊겠어!”
“아, 그 눈을 보니, 이제야 네가 누군지 알겠군.”
크레온이 백은경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때의 아이였어.”
“이제 기억하는 거냐! 지금까지 네놈을 죽이기 위해서 살아왔다.”
“아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너를 지키기 위해서 동료를 죽이고, 내 컬렉션이 된 아이까지 말이야.”
“다, 닥쳐!”
“여기까지 찾아온 기념으로 오랜만에 인사라도 하게 해 주지.”
크레온이 손가락을 튕기자, 검은 연기가 커튼처럼 펼쳐졌다.
후우웅!
검은 커튼이 걷히며 중년의 여성 검사가 솟아났다.
여성 검사는 인간처럼 보였지만 피부는 잿빛이었고, 이마 가운데에 나선의 뿔이 솟아나 있었다.
“아….”
백은경은 전신을 바르르 떨며 무릎을 꿇었다. 눈물을 흘리며 손톱으로 투명한 벽을 긁었다.
두근.
심장 박동 소리가 울리며 여성 검사가 눈을 떴다.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파충류처럼 세모꼴인 눈동자에서 서늘한 살기가 흘러내렸다.
“이 아이가 너를 살리기 위해서 수십 명을 학살하던 그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아, 안 돼….”
크레온 앞에서도 당당했던 백은경은 검을 떨어뜨린 채 여성 검사만을 바라보며 절규했다.
“…….”
반면 여성 검사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서늘한 눈으로 크레온의 명령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극적인 만남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지.”
크레온이 막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깨져라.”
파각 소리와 함께 투명한 막이 뒤틀렸다.
“이제 남은 시간은 8시간 정도겠군. 그 후면 네가 바라던 상봉을 할 수 있을 거다.”
“아….”
“입 좀 닥쳐!”
한유라가 덜덜 떨며 소리를 질렀다. 크레온의 시선이 그녀의 뒤에 있는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그 아이들은 이 땅의 전설이 될 재료들이다. 잘 보호하도록.”
“저, 전설?”
“뱀파이어로 만들 생각이다.”
“저, 절대 못 해! 무조건 막을 거야!”
“너희의 능력으론 무리다.”
크레온이 빙긋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 소리를 들은 여성 검사가 투명한 막 앞으로 다가와 검을 뽑았다.
“너희는 성자의 기원이 깨지는 순간 저 아이에게 목이 날아갈 테니 말이야.”
**
백우진은 브란성 앞에 도착하자마자 소스라치듯 우뚝 섰다.
성 주변은 마기의 파도에 의해 폐허가 되었고, 능력자들은 조세형 한 명만 제외하고 모두 죽어 있었다.
“도, 도련님….”
조세형이 고장 난 장난감처럼 딱딱거리며 목을 돌렸다. 그의 눈동자는 말라붙은 렌즈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너….”
“아, 악마가, 악마가 있었습니다.”
“악마? 마족을 말하는 거냐?”
“그건 마족이 아닙니다. 악마 그 자체….”
조세형은 몸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고장 난 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우, 우진아! 이 능력자들 전부 자살했다.”
“예?”
백우진이 조세형의 옆에 있던 멸검대 검사의 시체를 뒤집었다.
멸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멸검대의 검이 그의 심장에 박혀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심장을 찌른 궤도였다.
-자, 자살이라고? 이 인원이 모두?
“이게 무슨….”
백우진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능력자들 모두가 자살했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모, 모두 그 악마의 짓입니다. 악마가 죽으라 말하니, 스스로 무기를 들어 자신의 심장을 찔렀습니다.”
-뭐?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게 가능하다고?”
이곳에 있는 능력자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이 아니라, 누구보다 건강한 사람들이다.
아무리 지배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들을 동시에 자살하게 만들다니, 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그, 그놈이 바로 아가씨가 찾아다니던 크레온입니다.”
“역시 잘못 느낀 게 아니었어!”
채중현이 두 눈을 빛냈다. 이 지독하면서도 끈끈한 마기는 예상대로 크레온의 마기가 맞았다.
“놈에게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능이 있네. 이 사람들이 자살한 이유도 크레온이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지. 다만 그 힘에는 제한이 있을 텐데, 이렇게 마구 쓰다니….”
-그런 개사기 능력이 있다고?
“미친….”
백우진이 헛바람을 내뱉었다. 크레온에게 지배의 능력이 있다고 들었을 때 혹시나 생각했던 일이 현실에서 이루어졌다.
사방에 증거가 있음에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넌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저, 저는 말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말을 전해?”
“이 땅과 성은 자신의 것이니, 그 누구의 접근도 불허한다 해, 했습니다.”
조세형은 입술을 덜덜 떨면서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 주었다.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고?”
“그,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누구라도 죽을 거라 말했습니다.”
-마족이란 놈들은 단 하나도 제정신이 없어.
“…….”
백우진은 마기로 타오르는 나선의 성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뚫을 것처럼 솟구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그리고….”
조세형은 피가 나도록 자신의 허벅지를 뜯으며 일어섰다.
“아, 아가씨와 아이들이 아직은 살아있다고 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제가 물어봤습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오, 오기로….”
-보기보다 간이 큰 놈이구만.
‘그러게.’
백우진이 의외의 눈으로 조세형을 보았다. 능력자들을 자살시킨 강대한 마족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왔다.
백은경이 멸검대를 맡긴 이유를 보여 주는 남자였다.
“후욱, 후욱….”
조세형은 공포심을 이겨 내기 위해서 계속해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성 주변의 바닥을 봐라.
“저건….”
백우진은 성 아래에서 퍼져 나오는 마기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화르륵!
성에서 타오르던 마기가 대지에 옮겨붙기 시작했다. 흡사 산불이 퍼지는 것 같았다.
“저, 저걸 이대로 놔두면 이 땅 전체가 마기로 뒤덮일 거예요!”
채소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저 마기의 불꽃은 실제 불꽃과는 차원이 다른 위험함을 가지고 있었다.
대처하지 않았다간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태울 것이다.
“결국 들어가야겠네.”
“그래야겠죠.”
채중현의 말에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 말라는 건 오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백은경과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든, 저 마기의 불꽃을 지우기 위해서든 저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다만 여러모로 위험할 것 같습니다. 저 혼자….”
“아니, 나도 가겠네.”
“저, 저도 갈게요!”
“도련님!”
백우진이 홀로 움직이려 할 때 채중현과 채소진이 다가왔다. 문주영도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강한 건 알지만, 지배의 능력에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네. 지배를 풀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 함께 움직이세.”
“맞아요. 아이들과 은경 언니를 챙길 사람도 필요하잖아요!”
채중현과 채소진은 미리 준비한 것처럼 빠르게 말을 뱉었다.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다. 크레온과 싸우기 전에 아이들만 구하고 먼저 내보내면 될 테니.
“음….”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면이나 지배 능력은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아이들과 백은경, 한유라를 챙길 사람은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다만 그 마족을 만나게 되면….”
“무조건 물러나서, 자네의 지시에 따르겠네.”
“그럼 됐습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채중현과 채소진은 마족에 대한 경험이 많았기에 무리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저, 저도 가겠습니다.”
조세형이 이를 꽉 깨물며 일어섰다.
“넌 여기서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해. 재해급 던전이 브레이크 된 것보다 위험하다고 알려. 특히 바닥의 마기를 막아야 한다고.”
백우진은 조세형의 어깨를 잡았다. 마족의 공포를 이겨 낸 녀석이기에 남아서 제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아, 알겠습니다. 대신 그분을 꼭 구해서 와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살아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데려오마.”
백우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일 때 새로운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띵!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나선의 성 꼭대기에 지배의 마족 크레온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금 막지 못한다면 크레온의 마기가 이 땅 전체를 뒤덮어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습니다. 크레온을 제거하고 최상층에 있는 사람들을 구해 내세요.
조건: 크레온의 제거, 최상층에 있는 사람들의 구출.
보상: 5,000포인트, 타이틀.
백우진은 퀘스트를 수락하면서 뒤를 돌았다.
“단단히 준비하세요. 들어가면 후퇴는 없습니다.”
**
백우진은 문주영, 채중현, 채소진과 함께 활짝 열린 성문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넓다. 공간 왜곡이 있어.
‘그래.’
흑암의 말대로 성 내부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었다.
지형 자체가 완전히 변했고, 미로처럼 갈림길이 있었기에 조세형에게 받은 브란성의 내부 지도는 쓸모가 없었다.
거기다 공간 자체에 짙은 마기가 녹아 있어서 호흡하는 것만으로 마기에 중독될 정도였다.
“이 장소 전체에 마기가 흐르고 있어요. 전부 이걸 입에 물고 계세요.”
채소진이 하얗게 반짝이는 구슬을 내밀었다. 마기의 영향을 줄이는 도구 피마주였다.
“전 괜찮습니다.”
“네?”
“마기에는 영향을 받지 않아요.”
백우진은 피마주를 받지 않았다. 라사둠의 오러와 흑색 광휘, 왕의 기백 덕분에 마기는 그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 백우진의 몸에서 퍼지는 흑색 광휘와 왕의 기백이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강한 마기에 노출되어 제대로 걷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 그러면….”
“크르르르!”
채소진이 다른 물건을 내밀려고 할 때 복도의 끝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짐승형 몬스터인가?
“무언가가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백우진은 채소진을 뒤로 보냈다.
“크르르르.”
낮게 울리는 짐승 소리와 함께 다섯 방향의 통로에서 붉은 눈빛을 발하는 검은 개가 나타났다.
한 번 상대했던 몬스터 헬 하운드였지만, 덩치가 훨씬 컸고 전신이 마기로 타오르고 있었다.
“크르륵….”
헬 하운드들의 주둥이에서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진짜 지옥견이로군….”
채중현은 헬 하운드의 입에서 피어나는 새빨간 불꽃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제가 앞에 나설 테니,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문 호위는 소진 씨를 보호하도록.”
“알겠네.”
“예!”
백우진은 채중현과 문주영의 대답을 듣고서 땅을 박찼다.
콰아아아!
다섯 마리의 헬 하운드가 백우진을 향해 마기의 불꽃을 뿜어냈다.
후우웅!
백우진이 암인검을 사선으로 내리긋자, 전방을 가득 메운 마기의 불꽃이 모조리 사그라졌다.
치이이이!
백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뇌기를 끌어 올려 다섯 줄기의 비뢰섬을 쏟아 냈다. 숫자는 줄었지만, 그 위력과 속도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크르르륵!”
“크헝!”
헬 하운드는 당황한 와중에도 땅과 벽을 박차서 비뢰섬을 피하려 했지만, 비뢰섬은 바람을 탄 벼락처럼 방향을 틀어 헬 하운드의 몸에 작렬했다.
“끼이이잉!”
“끼이익!”
예리한 검기와 뇌전의 힘이 폭발하며 다섯 마리의 헬 하운드가 한순간에 재로 변했다.
“으음, 지원이 딱히 필요 없는데? 대신 길은 내가 찾겠네. 이렇데 다섯 갈래의 길에서 방향을 찾는 방법은….”
“잠시만요.”
백우진은 다섯 방향을 둘러보며 기감을 뿌렸다. 그의 기운은 마기로 둘러싸인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유영하여 정확한 길을 찾아냈다.
“네 번째 길입니다. 가시죠.”
백우진은 네 번째 방향을 가리키고서 먼저 걸음을 옮겼다.
“혼자 다 해 먹는데?”
“힘을 아껴 두세요. 점점 빨라져서 나중에는 따라가기도 벅찰 겁니다.”
문주영이 피식 웃었다.
“아빠! 빨리 가요!”
“아, 알겠어.”
채소진도 채중현의 등을 두드렸고, 채중현은 한숨을 내쉬고서 백우진의 뒤를 따라갔다. 문주영은 뒤를 살피고서 마지막으로 움직였다.
백우진은 가장 앞에서 움직이며 헬 하운드들의 목을 모조리 베어 버렸다.
무영객에게 함정과 미로의 길을 찾는 법을 배웠고, 결계역장의 능력으로 결계를 무효화시켰기에 그 무엇도 그의 걸음을 막지 못했다.
백우진과 일행들은 함정과 헬하운드를 파죽지세로 돌파하여 20분이 지나기도 전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냈다.
“저기가 계단인가 봐요!”
“아직 안 끝났어요.”
백우진은 최소진을 진정시키고 홀로 앞으로 나섰다. 그의 걸음 소리를 듣고, 계단 앞에 숨어 있던 열 마리의 헬 하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릉!”
“크어어엉!”
“크르르….”
헬 하운드들은 부채꼴로 퍼진 상태에서 동시에 마기의 불꽃을 내뿜었다.
치이이잉!
백우진은 암인검을 쳐올려 풍벽검흔을 피워 낸 뒤 암인검에 오러를 모았다.
촤아아악!
풍벽이 마기의 불길을 모조리 막아 냈을 때 일자로 검을 그었다.
투욱.
실보다 얇은 검은빛이 반짝이며 헬 하운드의 목이 동시에 떨어졌다.
백우진이 찰나의 순간 강기를 운용해 헬 하운드들의 목을 베어 버린 것이다.
“허!”
채중현이 감탄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강기를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 필요한 순간에만 강기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기예였다.
“완벽하구만….”
백우진은 단순히 무력만 강한 게 아니었다. 많은 경험과 능숙한 기예마저 가지고 있었다. 20살이 아니라, 쉰이 넘은 고수를 보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할 게 없어.”
“곧 할 일이 생기실 겁니다.”
백우진이 헬 하운드들의 시체를 넘어 계단으로 향할 때였다.
화르르륵!
계단 앞에 검은 불길로 이루어진 팔각의 마법진이 타올랐다.
쿠웅!
마법진 위로 검은 개가 나타났다.
헬 하운드와 비슷한 외형이지만, 몸집이 집채만 했고 한 몸통에 세 개의 머리가 달려 있었다.
“케, 케르베로스.”
채중현의 입술을 뚫고 신음 같은 이름이 흘러나왔다. 지옥의 불길을 뿜어내는 삼두의 파수견 케르베로스였다.
“크르릉!”
“크르르….”
“쿠어어!”
케르베르스의 세 머리에서 지옥의 불길이 피어났다.
콰아아아!
케르베로스가 앞발을 들어 땅을 내리치자, 1층을 뒤덮은 마기가 요동쳤다.
-지옥문을 지키는 파수견 케르베로스다. 저놈이 여기에 있었다니.
‘그니까 집 지키는 개라는 거잖아.’
-으음, 말하자면 그, 그렇지?
“원래 개가 맞으면 주인이 나오게 되어 있지.”
백우진이 케르베로스를 향해 다가갔다.
“크르륵!”
케르베르스의 세 개의 머리가 동시에 입을 쩍 벌렸다. 시꺼먼 목구멍에서 새빨간 불꽃이 치솟았다.
콰아아아!
케르베르스의 세 주둥이에서 쏟아진 새빨간 화염이 백우진을 뒤덮었다. 그 지독한 열기에 바닥과 벽이 촛농처럼 녹아내렸다.
“꺄악!”
“우진아!”
채중현과 채소진이 지옥의 불길에 뒤덮인 백우진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
하지만 문주영은 백우진을 믿고, 아무 말 없이 그저 지켜만 보았다.
후우우욱!
휘몰아치는 화염 속에서 백우진의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그가 검을 내리긋자, 화염이 안개처럼 지워졌다.
“크르륵?”
케르베르스의 여섯 눈동자가 극심한 당황으로 물들었다. 강철조차 녹여 버릴 화염이건만, 인간은 화상조차 입지 않았다.
“크어어어!”
케르베르스가 뒤로 물러서며 마계의 화염을 끌어 올렸다.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화력으로 인간을 향해 쏟아부었다.
치이이잉!
마계의 화염이 닿기 직전 백우진이 암인검을 세웠다. 새하얀 검신을 타고 칠흑의 광채가 피어났다.
촤아아악!
지옥의 불길이 홍해처럼 갈라지고, 케르베로스의 당혹스러운 얼굴이 드러났다.
“크르륵!”
“크허엉!”
케르베로스가 백우진의 살기를 느끼고 긴급하게 허공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백우진이 더 빨랐다.
쩌어억!
극쾌의 만상보를 밟아 케르베로스의 머리 위로 떠올라 낙일참을 내리쳤다.
해를 가라앉히고 피어나는 초승달처럼 예리한 검격이 케르베로스의 머리 위로 그어졌다.
“끼이잉….”
하나의 비명과 함께 케르베로스의 삼두가 비스듬히 갈라져 추락했다.
쿠우웅!
목을 잃은 파수견의 거체가 땅으로 처박혔고, 그 위로 백우진이 내려섰다.
“아….”
“어….”
채중현과 채소진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백우진의 등만을 바라보았다.
“빨리 가죠.”
백우진은 암인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았다.
“개를 잡았으니, 주인이 화가 좀 났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