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지배의 마족 (4)
“벌써 오는 건가.”
크레온은 자신의 성에 침입자가 들어온 것을 느끼고 빙긋 웃었다.
‘한심한 것들.’
능력을 보여 줬으니 단단히 준비한 뒤에 들어오리라 예상했지만, 인간들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쳐들어왔다. 모자라는 걸 넘어 뇌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나 지금이나 어리석은 종족들이야.”
크레온은 서늘한 미소를 피워 내며 백은경과 한유라가 있는 구석으로 향했다.
“너희들을 구하기 위해서 성에 들어온 인간들이 있다.”
“뭐?”
“여길 들어왔다고?”
백은경은 입을 쩍 벌렸고, 한유라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직접 보여 주마.”
크레온이 손가락을 튕겼다. 어둠으로 빚어낸 거대한 판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치이이익!
귀를 따갑게 만드는 노이즈가 울렸다.
검은 판에 빛이 펼쳐지며 세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검은 안개가 낀 복도를 달리는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
한유라는 가장 앞에 선 남자의 얼굴을 보고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오, 오셨어!’
등줄기를 스치는 전율이 일어났다. 백우진이다. 백우진이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아가씨! 막내 도련님이 오셨어요!]한유라가 백은경에게 전음을 날리며 화면을 가리켰다.
“백… 우진?”
백은경이 한유라의 손가락을 따라 화면을 보았다. 백우진이 헬 하운드를 베어 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 돼….”
백은경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네?”
“우진이도 안 된다고.”
“하, 하지만 현재 막내 도련님의 무력은….”
“저놈에게 무력은 중요하지 않아!”
백은경이 여유롭게 팔짱을 낀 크레온을 노려보았다.
‘우진이라도 저놈에겐 힘들어.’
백우진이 자신을 넘어섰다는 건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크레온을 상대할 수는 없다. 놈의 지배는 무력만으로 이겨 낼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다.
거기다 이 성은 크레온의 안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장소라, 놈의 능력이 더욱 강해진다. 이곳에서는 놈을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백우진이라, 저 인간이 백우진이었군.”
크레온이 백은경의 눈동자를 보며 히죽 웃었다.
“우진이를 어떻게….”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내 계획을 망가뜨린 녀석인데 모를 수가 없지.”
백우진 때문에 두 번의 계획이 망가졌다. 저 인간이 아니었다면 한국과 일본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주어 많은 힘을 쌓았을 것이다.
다만 백우진이 그 일들을 망친 덕분에 이 브란성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어떻게 생각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와….”
한유라는 백우진이 열 마리의 헬 하운드를 잡는 것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군더더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검술이었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크레온은 헬 하운드 열 마리가 한 번에 죽는 것을 보고도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우우웅!
백우진 앞에 마기의 마법진이 생성되며 거대한 삼두견이 나타났다.
“저, 저건!”
“케르베로스!”
백은경과 한유라는 삼두견을 보자마자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지옥의 파수견 케르베로스였다.
콰아아!
케르베로스가 백우진에게 마계의 화염을 내뿜었을 때 크레온의 미소는 진해졌고, 백은경과 한유라의 표정은 굳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3초가 지나기도 전에 역전되었다.
백우진이 케르베로스의 화염을 가르고 세 개의 머리를 한 번에 베어 버리는 장면이 나오자, 크레온의 얼굴에 균열이 일어났고, 한유라의 입매가 올라갔다.
“이게 무슨….”
크레온이 눈을 부릅떴다. 마기로 가득 찬 이 성에서 저렇게 가벼운 움직임을 보이고, 2배 이상 강해진 마계의 불길을 맨몸으로 견딘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쯧….”
크레온이 살짝 혀를 찼다. 아무래도 백우진에겐 마기를 흩뜨리는 특별한 아이템이 있는 것 같았다.
“역시!”
한유라는 움켜쥔 주먹을 바르르 떨었다. 마기로 가득 찬 성에서 지옥의 파수견이라는 케르베로스를 저리 쉽게 잡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저 사람은 진짜였다.
“좋아하긴 일러.”
크레온은 다시 손가락을 튕겨 2층의 화면을 잡았다. 이 성은 층을 오를 때마다 난이도가 크게 상승하고, 마기가 더욱 짙어진다. 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2층을 쉽게 통과하지는 못할 거다.
“헤, 헬리톤!”
한유라는 화면에서 나타난 불타는 괴물들을 보고 신음을 흘렸다. 2층의 몬스터는 지옥에서 올라온 인간형 몬스터 헬리톤이었다.
헬리튼은 오러에 저항력을 가졌고, 감각이 극히 예민해서 상대하기 어려운 몬스터였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 따윈 필요 없었다.
헬리온들은 백우진의 일검을 막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모조리 반으로 갈라졌다.
2층의 보스인 헬 카이트 역시 백우진의 강기에 검은 재가 되어 녹아내렸다.
“으음!”
“됐어!”
백은경의 눈동자에 옅은 빛이 돌아왔고, 한유라가 환호를 내질렀다.
“와아아!”
공포에 휩싸였던 아이들의 얼굴에도 희망이 비치기 시작했다.
“…….”
크레온이 팔짱을 풀며 인상을 찌푸렸다. 백우진의 기운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운에 맞지 않게 몬스터들은 너무도 쉽게 죽어 갔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체….”
뒤로 고개를 돌렸다. 죽어 가던 한유라와 백은경, 아이들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설마 희망을 갖는 거냐?”
“뭐?”
“저놈들이 있는 곳은 고작 2층이다. 아직 여덟 층이 남았고, 최상층인 이곳에는 내가 있다.”
크레온이 사이한 웃음을 흘리며 희망을 본 인간들을 비웃었다. 그의 전신에서 흉흉한 마기가 피어올랐다.
“크윽!”
“으….”
백은경과 한유라가 몸을 떨고, 아이들이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누가 오든, 너희가 무엇을 하든 이미 이 성에서 살아나갈 수는 없다.”
그의 말에 동조하듯 백은경의 앞에 서 있는 여성 검사의 눈에서 서슬 퍼런 살기가 일렁였다.
**
-가뿐하구만.
‘예전에 사자의 성을 뚫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야.’
백우진은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랑 비교하냐?
나선의 성의 난이도는 사자의 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지만, 그 이상으로 백우진이 강해졌다.
웬만한 보스 몬스터나, 극악의 함정이 아닌 이상 녀석의 걸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근데 힘은 왜 조절하는 거냐?
‘혹시 모르니까 속이려고.’
-속여?
‘반박귀진에 올랐기 때문에 크레온도 내 기운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 있잖아. 모든 능력을 보여 줄 필요는 없지.’
-점점 얍실해지는군.
흑암이 혀를 내둘렀다. 보기에는 엄청난 활약을 한 것 같지만, 백우진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고 여유롭게 싸우고 있었다.
다만 적당한 힘만 발휘했음에도 채중현, 채소진 부녀는 혼이 반쯤 빠진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3층에 오를 동안 두 사람이 한 일이라곤 백우진의 등을 따라가는 것밖에 없었다.
“화염 사막?”
백우진은 3층의 환경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불길이 일어나는 사막 지형이었고, 그 모래 위를 대형차 크기의 개미가 기어 다녔다.
-지옥불개미라는 놈들이다. 오러 저항과 화염 저항이 높고, 외피가 철갑 이상으로 단단하면서도 재빨라 베기 힘들다.
‘그거야 남들 이야기고.’
백우진이 웃으며 불타는 모래를 밟았다. 입구 근처를 배회하던 지옥불개미들이 들소처럼 달려왔다.
촤아악!
백우진은 암인검에 얇은 검강을 씌워 횡으로 그었다. 허공에 일자의 선이 생겨나며 지옥불개미 세 마리가 동시에 멈춰 섰다.
“끼익….”
“끽!”
지옥불개미들은 초록색 피를 토해 내며 반으로 갈라졌다. 불타는 모래가 자동으로 일어나 지옥불개미의 시체를 묻어 버렸다.
‘여긴 밑도 주의해야겠는데?’
-그래. 모래에서도 튀어나올 거다. 저 인간들을 네 옆으로 불러.
‘부르는 김에 그거나 물어봐야겠네.’
-그거?
‘백은경과 크레온의 사연 말이야.’
-아, 맞아! 등이 가려울 정도로 궁금했다!
“모두 제 옆으로 오세요!”
백우진은 ‘등도 없으면서.’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고 채중현과 채소진을 자신의 옆으로 불렀다.
“이제 내 도움이 필요한가 보구나. 좋아. 지금부터는 내가 바닥을….”
“그건 아니고,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 그러냐. 묻고 싶은 게 뭐길래….”
“백은경은 크레온이라는 마족에게 무슨 짓을 당한 겁니까?”
단순히 호기심으로 질문한 게 아니다. 이 위에 그 둘이 있기에 알아 두는 게 맞았다.
“남의 사연을 떠드는 성격은 아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채중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나도 그 자리에는 나중에 도착했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을 수도 있네. 은경이에게 간략하게 들은 내용과 내 추측이 들어가 있어.”
“상관없습니다.”
백우진은 땅에서 솟구친 지옥불개미를 반으로 베어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은경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아이는 지금보다 훨씬 차가운 아이였네. 자네 가문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더.”
-지금도 차가운데?
‘가만히 좀 있어 봐.’
“그 아이가 그렇게 된 이유는 냉정한 자네 아버지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서였어. 그의 시선을 한 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모든 것을 따라 하려 했지. 그 냉정한 성격까지 말이야.”
“그렇군요.”
백은경만이 아니라, 백호중과 백명훈도 그런 식으로 살았기에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은경이가 냉기가 풀풀 날리는 아이가 되었을 때 가문의 호위가 정해졌네. 박소민이라는 웃음이 많고 다정한 검사였지.”
“다정하다구요?”
“그래. 소민이는 백가에 있음에도 웃음과 정을 잃지 않는 친구였어.”
채중현은 박소민의 웃음을 떠올리며 맑은 미소를 그렸다.
“소민이는 은경이에게 호위가 아닌 사람으로서 다가갔네. 은경이는 소민이를 밀어내고 냉대했지만, 소민이의 웃음과 다정함에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지.”
‘당연한 일이겠지.’ 백가처럼 징그러운 집안에서 제대로 된 정을 주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백은경이 녹아내린 건 당연한 일이다.
“은경이는 정을 그리워하던 아이였기 때문에 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졌어. 소민이는 은경이에게 언니이자, 친구이자, 부모가 되어 주었네. 덕분에 은경이는 원래의 따스한 성격을 찾아갔지.”
“음….”
“은경이의 성격이 변해 가는 걸 보고 백천화가 개입을 하려 할 때 그 사건이 일어났네.”
다정하게 들렸던 채중현의 목소리가 급변했다.
“은경이는 소민이와 함께 3등급 던전을 공략하고 나왔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공략했기에 30명 정도가 한 번에 나왔지.”
“…….”
백우진은 뒷이야기를 듣지 않았음에도 무슨 말이 나올지 알 것만 같았다.
“던전에서 나온 능력자들은 모두 말을 잃었네. 던전 주변에 있던 인간들이 웃으며 자살을 했고, 그 위에 나선의 뿔 세 개가 달린 마족이 떠 있었으니까.”
“크레온….”
“맞네. 크레온이 지배의 힘을 이용해서 능력자들을 자살시킨 거네. 놈은 본보기로 능력자 몇 명을 더 죽인 뒤에 한마디를 뱉었어. 이곳에서 딱 한 명만 살려 줄 테니, 서로 죽이라고.”
“지배의 능력이었습니까?”
“아니, 그 힘은 사용하지 않았어. 그저 지켜보았네. 인간들이 서로 죽이는 모습을….”
-지독한 새끼!
“망할 놈이….”
백우진이 바드득 이를 갈았다. 지독하다 못해 구역질이 나오는 놈이었다.
“소민이는 크레온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검을 휘둘렀어.”
“그럼….”
“그래. 그 아이는 은경이를 살리기 위해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죽였네. 은경이만 소민이에게 정을 준 게 아니라, 소민이도 은경이를 딸처럼, 동생처럼, 친구처럼 생각한 거지.”
-…….
“…….”
백우진의 몸에서 분노의 기운이 피어났다. 그 분노를 담아서 휘두른 검격은 지옥불개미만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울렸다. 검을 휘두른 것으로 모래의 산이 폭발했다.
“소민이는 마지막 남은 능력자를 죽이고, 은경이를 살리기 위해서 자살을 하려고 했네. 그 아이가 스스로 심장을 겨누었을 때….”
채중현이 입술을 떨며 말을 이었다.
“크레온이 지배의 능력으로 소민이를 자신의 공간에 가둬 버렸네. 나와 다른 능력자들이 도착한 게 바로 그때였어. 놈은 우리를 비웃으며 사라졌네.”
“박소민이라는 검사는….”
“크레온이 데리고 가 버렸지. 사실 크레온이라는 마족은 높은 위험도를 가진 놈이네. 다만 놈의 능력이 너무도 흉악했기에 외부에 알리지 않은 거야.”
채중현은 다시 생각해도 질린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그런 일이….”
채소진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손을 떨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문주영은 입을 열지 못하고 입술만 깨물었다.
“그 일 이후로 은경이는 자네가 알다시피 마음을 꼭꼭 닫고, 마족만을 찾아다녔네. 크레온을 찾아서 죽이기 위해.”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우진이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백은경이 어떠한 사연을 가져도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중현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움직였다. 그녀를 구하고, 크레온의 목을 따 버리고 싶었다.
-아, 개빡치네….
흑암의 입에서 오랜만에 분노의 감정이 흘러나왔다.
-야, 그 악마 새끼 나한테 보내. 사지를 찢어 줄라니까!
‘아니.’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먼저야. 내가 먼저 조진다.’
**
“음….”
백우진은 3, 4, 5층을 파죽지세로 돌파하고 6층으로 올라갔다.
-6층은 다르군. 몬스터가 없다.
‘지독한 마기로 얼룩진 곳이야.’
6층에선 몬스터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곤 창 없는 밀실처럼 깜깜한 어둠뿐이었다.
“아….”
채소진이 6층의 어둠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 이곳에 있는 마기는 다른 층보다 훨씬 짙어요. 마계의 마기를 그대로 끌어온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풀죠?”
“결계를 깨고 쌓인 마기를 흩어 내야 해요. 다만 이곳의 마기는 너무 지독해서 저도 제대로 버틸 수 없어요. 피마주도 소용없을 정도예요.”
채소진은 불안한 시선으로 어둠을 바라보았다.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수준의 마기였기에 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혔다.
“흐음….”
백우진은 입구에서 6층을 살피며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마기가 진하기는 하네.’
-지금까진 맹탕 같았지만, 여긴 간이 꽤 삼삼하다.
‘그런 표현은 또 어디서 배웠냐?’
-당연히 드라마지. 이 세상 모든 것이 드라마에 있다.
‘대단하구만.’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6층의 입구 앞으로 다가갔다.
“어? 거, 검사님! 아직 준비가….”
“괜찮아요. 제가 뚫어 놓을 테니, 마기가 풀리면 들어오세요.”
손을 저은 뒤 6층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 순간 시야가 새까만 어둠으로 물들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도 모든 것이 막혔다. 작은 나무 상자에 몸이 갇힌 느낌이었다.
백우진이었기에 이 정도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6층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쓰러져서 죽어 갔을 것이다.
‘이런 느낌이었군.’
-갑갑해! 빨리 좀 부숴라!
‘그래. 맛은 봤으니, 깨야지.’
백우진은 천천히 라사둠의 오러를 끌어 올리며, 가둬 두었던 흑색 광휘와 왕의 기백을 개방했다.
콰아아아!
지옥의 마기보다 짙은 묵색의 오러가 장대한 빛을 발하며 마계에서 올라온 마기를 씹어 삼켰다.
쿠구구구!
뒤를 이어 피어나는 왕의 기백이 남은 마기를 지워 내고, 마계의 마기를 끌어 올린 크레온의 결계를 노출시켰다.
쿠웅!
백우진이 결계역장을 운용하며 땅을 굴렀다. 성 전체가 뒤틀리는 듯한 충격과 함께 바닥이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졌다.
콰아아아!
결계가 완전히 찢겨지고, 갈라진 땅의 틈새로 마기가 흩어지며 텅 비어 버린 6층의 모습이 드러났다.
“원래 이런 곳이었군.”
백우진이 6층을 둘러보며 웃었다. 다른 층에 비해 굉장히 좁은 원형의 공간이었고, 바로 눈앞에 7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끝났습니다. 가시죠.”
백우진이 뒤를 돌아 손짓했다.
“자, 자네는 정말이지….”
“허억! 대,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이건 말이 안 돼….”
채중현은 이마 위로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고, 채소진은 부끄러운 것도 잊고 백우진에게 달려와 소매를 잡고 흔들었다.
“어, 어우.”
문주영도 감탄하여 말없이 턱만 떨었다.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일단 먼저 올라가요.”
백우진은 옅게 웃어 주며 먼저 7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았다.
-7층은 또 뭐가 있으려나?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데?
‘좀 더 위험한 무언가가 있겠지.’
몇 가지 예측을 하며 7층의 입구에 섰다.
“어?”
백우진이 눈을 치켜떴다. 7층은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