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왕좌를 위한 준비 (2)
백우진은 적위진과 눈을 마주치며 등골 사이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무거워.’
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힐 정도의 무거움이다. 손짓 하나, 발걸음 하나에 막대한 중압이 흘렀다.
“네가 오지 않겠다면….”
적위진이 장포를 뒤로 넘기며 왼발을 앞으로 뻗었다.
“내가 가마!”
쾅! 대지를 터트리며 눈앞으로 쇄도해 온다. 추진력을 받은 포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속도였다.
“큭!”
백우진이 왼쪽으로 몸을 돌리며 암인검을 내질렀다.
치이이잉!
주먹과 검이, 흑왕탄과 패중무가 맞부딪쳤다.
콰아아앙!
강대한 두 기운이 폭발하며 연무장 전체가 뒤흔들렸다.
“크윽!”
백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뼈와 살이 울리는 무거움이다. 암영을 발동하고, 전력의 흑왕탄을 내질렀음에도 충격이 사라지지 않았다.
천무지체와 금강불괴가 아니었다면 뼈가 부러지고, 살이 터져 나갔을 것이다.
‘역시 권황인가….’
적위진의 주먹에 담긴 건 단순한 무거움이 아니다. 뻗어 오는 주먹에 헤아릴 수 없는 무의 묘리가 담겨 있었다.
-또 온다!
‘알아!’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몸을 낮췄다. 머리 위로 권강을 두른 주먹이 스쳐 지나간다. 미처 내려서지 못한 머리카락이 지운 듯 사라졌다.
“흐읍!”
백우진이 순간 숨을 멈추며 위로 검을 뻗었다. 뇌기의 줄기를 하나로 모은 비뢰섬이다.
빠지지직!
거꾸로 솟구치는 벼락의 칼날이 적위진의 허리를 노렸다.
“좋구나!”
적위진은 피하지 않았다. 대기를 녹여 내리는 비뢰섬을 향해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콰르르릉!
우레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적위진이 가볍게 뻗은 주먹으로 비뢰섬을 상쇄시켜 버린 것이다.
“찌릿하구만.”
흡족하게 웃으며 돌진해 온다. 이번엔 속도와 무게만이 아니다. 현묘한 변화가 담긴 권황의 독문 보법 광령보. 그 거대한 체격이 빛살이 되어 폭발한다.
터엉!
백우진이 만상보를 극성으로 펼쳤다. 광령보는 절세의 보법이지만, 만상보는 그 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보법이다. 속도로는 뒤지지 않았다.
치리리링!
극한의 속도를 겨루며 검을 내찔렀다. 백빙을 두른 관일극이었다.
“속성검이라. 재주가 많아!”
적위진은 관일극도 피하지 않았다. 관일극을 향해 왼 주먹을 찔러 왔다.
쿠구궁!
점과 면의 만남.
검극과 주먹의 어우러짐이건만 점은 면을 뚫어 내지 못했다.
적위진의 주먹에 감긴 오러가 지독하리만큼 무겁고 단단했기 때문이다.
치이이익!
백빙의 냉기가 적위진을 휘감았지만, 그것조차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러의 특성인지 혹은 저항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후우웅!
한 번의 공격을 했으니, 이번 차례는 적위진이었다. 그의 철퇴 같은 오른 주먹이 명치를 향해 쏘아져 왔다.
치이잉!
백우진이 암인검을 쳐올렸다. 허공에 그어지는 검흔에서 폭풍 같은 바람이 치솟았다.
바람의 방벽 풍벽검흔의 발현이다. 하지만 그 강대한 바람은 여름이 지난 매미 소리처럼 사그라졌다.
쿠우우우!
적위진이 뻗은 패중무의 전왕격이 풍벽검흔을 뚫어 버렸기 때문이다. 백우진은 위로 올린 암인검을 내리그으며 재빠르게 무령참을 운용했다.
콰아아아앙!
중과 중. 무거움이 담긴 검과 무거움이 담긴 권이 격돌하며 무시무시한 오러가 폭발했다.
연무장의 모래가 벗겨지고, 그 아래 깔린 만년한철이 찌그러졌다.
하나 적위진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긴 다리로 바닥을 쓸어 온다.
맞는 순간 신체가 터져나갈 위력의 각법을 향해 낙성위화를 펼쳤다 콰아아앙!
낙성위화의 유성추가 적위진의 은빛 오러와 격돌했다.
첫 번째 격돌은 호각이었다. 백우진은 두 눈을 빛내며 두 번째 검격 개화를 운용했다.
“훗!”
적위진은 심장을 향해 내지르는 낙성위화의 꽃잎을 보며 웃었다. 무릎을 올려 쳐서 꽃이 피기 전에 아예 깨부숴 버린다.
순간적인 판단력도 그걸 이뤄 내는 무력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콰아아아!
무시무시한 오러의 폭풍 속에서 백우진과 적위진이 서로의 무를 극한으로 펼쳐 냈다.
뻗어 나가는 주먹과 내지르는 검에서 치솟은 오러가 별 무리처럼 광대한 빛을 발했다.
“헉!”
적연화가 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입을 쩍 벌렸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이게 뭐야. 어떻게 저런….”
아버지는 권황이다. 한국에서, 아니 세계에서도 한 손에 꼽을 무력을 가진 사람이다.
백우진은 그런 아버지와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콰아아앙!
백우진과 적위진을 감싸고 있는 오러의 폭풍이 축구공 크기로 압축되다가 폭발했다.
강대한 오러가 명멸하며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크하하하!”
적위진이 먼지와 피가 묻은 장포를 털며 광소를 터트렸다. 진정으로 즐거운 듯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후우….”
반면 백우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암인검을 든 손을 털었다.
‘더럽게 아프네.’
금강불괴와 왕의 투벽이 있음에도 살이 터져 나갔다. 권황은 진정으로 괴물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무인이었다.
“괴물이구나.”
적위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할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너와 내가 살았던 시대는 다르다. 고작 스물에 그 정도 무력을 쌓아 놓고 그런 말이 가당키나 하느냐.”
“저도 나름대로 수라장을 헤쳐 왔습니다.”
“그래. 그러지 않고서야 그 정도 무력을 쌓았을 리가 없지.”
-아닌데? 노력도 했고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운빨이 훨씬 심했는데?
흑암은 뭔가 아쉬운 사람처럼 운빨이 가장 컸다고 중얼거렸다.
“네가 나와 같은 무대에 올라왔다는 것을 인정하마.”
“처음부터 알고 계셨지 않습니까.”
백우진이 들리지 않게 입맛을 다셨다. 저 정도 무인이 자신의 무력을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일부러 싸움을 건 것이다.
“미리 말했잖나. 주먹으로 말하는 걸 좋아한다고. 그저 보는 것과 주먹을 나누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그래서 주먹의 대화는 어땠습니까?”
“나쁘지 않더구나. 약속은 약속이니, 네 부탁을 들어줘야겠지.”
“감사합니다.”
“다만….”
적위진이 픽 웃으며 오른 주먹을 들어 올렸다. 잔잔한 바다 같았던 그의 기세가 해일처럼 일어섰다.
“이대로 끝내면 재미없지. 적당한 결착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죠. 그래야죠.”
백우진이 씩 웃었다. 싸워 보고 알았다. 자신은 아직 적위진을 넘지 못했다. 묵뢰와 흑암을 숨긴 것 이상으로 적위진도 강대한 무력을 숨겨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대련은 기연이었다. 전력의 묵뢰가 저 남자를 상대로 어디까지 통하는지 확인해 볼 기회였다.
쿠구구구!
적위진의 등 뒤로 은빛의 기둥이 치솟았다. 타오르는 은빛이 그의 전신을 뒤덮어 격을 초월한 무거움을 만들어 냈다. 무거움의 극에 도달한 최강의 무예 패왕신무였다.
“크윽!”
백우진이 눈매를 좁혔다. 적위진이 만들어 낸 은빛 기운을 보는 것만으로 안구가 터질 것 같았다.
그가 펼치는 기운은 인간의 격을 벗고 하늘에 닿아 있었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단전 깊숙한 곳에 가라앉은 뇌기를 깨웠다. 흑색의 뇌전이 오러의 통로를 통해 전신으로 내달렸다.
콰르르릉!
수십 갈래의 낙뢰가 떨어진 것처럼 백우진을 둘러싼 공간 전체가 흑색의 뇌전으로 뒤덮였다.
“막대한 뇌기로 공간을 덮어 무력을 강화하는 건가? 위력은 대단하겠지만, 시간의 제한이 있겠군.”
적위진은 한눈에 묵뢰의 위력과 능력을 파악해 냈다. 단순히 강한 게 전부가 아니다. 무를 보는 눈 또한 뛰어났다.
“…….”
백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검을 든 자세를 유지하며 자세를 낮췄다.
둥! 둥!
심장의 박동이 들리며 시야가 넓어졌다. 보지 못한 결이, 스쳐 지나간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콰아아아!
적위진의 은빛을 눈에 담아내며 땅을 박찼다. 은빛의 기둥이 거대한 주먹이 되었다. 신이 내리는 철퇴처럼 전방의 모든 공간을 휩쓸며 다가왔다.
터엉!
백우진은 왼발을 틀어 몸을 피하려 했지만 적위진의 권은 그저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무식한 공격이 아니다.
변의 묘리가 담겼기에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자신을 따라왔다.
‘피할 수 없다면 깬다! 흑암!’
백우진은 심장이 꾹 조여 오는 서늘함을 느끼며 왼손으로 흑암을 잡았다.
치리리링!
시리도록 서늘한 흑암의 칼날과 막대한 강기가 타오르는 암인검의 칼날을 교차했다.
우우우웅!
암인검에서 신살의 빛이 발하고, 흑암에서 천의의 기운이 펼쳐졌다.
단전에 남은 오러가 미친 듯이 빨려 나간다. 회복의 호흡을 발동시켰음에도 소모되는 속도가 더 빠를 정도였다.
콰아아아아!
천지를 휘감은 절대적인 권격을 향해 두 검을 내리쳤다.
두 개의 칼날에서 광폭한 기운이 폭발하며 적위진의 검격과 맞부딪쳤다.
‘이길 수 있어!’
백우진이 두 눈을 빛냈다. 신살과 천의의 검격이 적위진의 권격을 가르기 시작했다. 조금씩 쪼개지는 은빛이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바로 그때.
“쌍검이라, 숨겨 둔 비밀 무기인가? 그럼 나도 보여 줘야겠군.”
하늘과 땅에 맞닿은 적위진의 권격이 압축되기 시작하며 그 안에 담긴 기운을 증폭시켰다.
수천 년의 세월로 바위를 뚫는 물방울의 힘. 그 천년의 힘이 그 안에 담겼다.
패왕신무의 후 일초 수적천석이었다.
콰아아앙!
내리긋는 검격과 내찌르는 권격이 두 번째로 부딪치며 숨을 쉴 수 없는 막대한 충격파가 세상을 뒤덮었다.
검고 허연 먼지가 하늘로 솟구쳤다.
그 아래 백우진과 적위진은 1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훌륭하다.”
적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제대로 된 무를 겨룬 만족감이 담겨 있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자신의 왼 어깨를 보았다. 적위진의 주먹이 스친 작은 흔적이 있었다. 그가 봐주지 않았다면 그 강대한 주먹에 얻어맞고 머리가 깨졌을 것이다.
“너도 적당히 했으니.”
적위진이 웃으며 손을 털자, 그의 소매가 짧게 잘려져 나왔다. 흑암에 베인 흔적이다.
-제대로 붙었다면 넌 죽었고, 적위진은 왼손을 잃었을 거다. 네 패배다.
흑암의 말이 맞았다. 자신이 가른 건 소매였고, 적위진은 자신의 머리였다. 머리와 손. 엄청난 차이였고 자신의 패배였다.
“제대로 쌓아 올린 무예였다. 오랜만에 만족스럽게 몸을 풀었어.”
적위진은 손뼉을 치며 황폐해진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참 떨어진 곳에 선 딸이 보였다. 넋이 나간 채로 이곳을 보고 있었지만, 그 방향은 자신이 아니라 앞의 백우진이었다.
“약속대로 1월 1일에 찾아가마. 다만 재밌는 일을 준비해 놔야 할 거야.”
적위진은 약간의 씁쓸함과 즐거움을 느끼며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느릿하게 고개를 숙이고 일어났다. 주먹으로 말을 나눴기에 그 이상의 말은 불필요했다.
다른 인사말 없이 뒤를 돌아 적연화가 있는 출구 쪽으로 향했다.
“잘 봤어?”
“다, 당신. 대체 어떻게….”
적연화의 눈동자에 담긴 건 혼란이다. 백우진이 강하다고 해도 아직 아버지의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권황이라 불리는 자신의 아버지와 비등한 무력을 선보였다.
“스승이 좋았고, 운도 좀 많이 좋았지.”
“스, 스승이랑 운?”
“드라마에 미친 스승 있어.”
-얀마! 미치진 않았어! 그냥 좋아할 뿐이라고!
“또 보자.”
백우진은 어깨에 떠 있는 흑암과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적연화를 스쳐 지나갔다.
“제대로 보기 힘들었지?”
“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죠? 정말 운으로….”
“운이야 당연히 있었겠지. 여러 기연을 만났을 거다. 다만 그 안에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을 거고.”
적위진이 걸어가는 백우진의 등을 보았다. 주먹을 나누며 그가 어떤 무인인가 깨달았다.
하나를 얻을 때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했고, 목숨을 건 수많은 전투를 이겨 냈을 거다. 방구석에서 얻은 운만으로는 절대 저 영역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런 말이 있지. 자연재해는 그냥 피해 가라는 말이.”
“네? 아, 네.”
“저 녀석이 바로 그런 자연재해다.”
적위진이 따스하게 웃으며 적연화의 어깨를 감쌌다.
“먼저 가라고 길을 비켜 주고 네 길을 걸어가거라.”
**
백우진은 적위진과 대련을 마치고 가문으로 돌아와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 구석에 있는 작은 호수로 가자 백발이 된 백천웅이 정원 가위를 들고 소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부가주님.”
“다녀왔느냐.”
“네. 와 준다고 합니다.”
“그래. 너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백천웅이 사다리에서 내려오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은 이전과 달리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인상 자체는 더 부드러워져 있었다. 오러는 없지만, 그의 영혼에서 빛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럼 준비는 전부 끝났겠구나.”
“사소한 것들이 남긴 했지만 거의 다 끝났습니다.”
“내가 평생이 걸려도 하지 못한 일들을 이뤄 주는구나. 정말 고맙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어.”
“아뇨. 고맙다는 말씀은 제가 드려야죠. 부가주님이 응원해 주셨기에 저도 이 일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백우진이 백천웅의 꺼끌꺼끌한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부할 필요 없다. 부가주직도 박탈당했고, 이젠 정원사나 다름없지. 다만 마음은 편하구나.”
“아부가 아니라, 진심입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다. 이 냉혹한 가문에서 홀로 싸워 온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백천웅과 문주영이 아니었다면, 참지 못하고 급발진을 했을지도 모른다.
“내 인생이 네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비할 수 없이 큰 위로가 되는구나. 고맙다.”
백천웅은 자신이 처음으로 가꾼 소나무 쪽으로 고개를 돌린 후 몸을 떨었다.
백우진은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다시 한번 백천화에 대한 감정을 다잡았다.
‘1년 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