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둥지 (2)
-골렘?
“골렘이 왜 저기 있냐?”
카메라가 확대해서 보여주는 몬스터는 시퍼런 골렘들이었다.
불투명한 물로 이루어진 워터 골렘과 새하얀 냉기를 뿜어 내는 아이스 골렘이 해안가로 들어서고 있었다.
[워터 골렘은 원래 바닷속이 아니라, 해안가나 강가에서 생성되는 몬스터입니다. 저렇게 바닷속에서 나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거기다 아이스 골렘은 북극이나 남극처럼 극지방에서 등장하는….]급하게 대본을 읽는 아나운서의 말이 맞았다.
워터 골렘이 바닷속에서 올라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고, 아이스 골렘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몬스터였다.
가장 이상한 건 골렘 스무 마리 정도가 동시에 등장했다는 점이었다.
골렘은 마나를 찾아다니는 저지능의 몬스터이기에 저렇게 단체 행동을 하지 않는다.
분명 저 바다 깊은 곳에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이상하지?”
-아무래도 바닷속에 수 속성 마법사나 마족 혹은 상위 해양 몬스터가 있는 모양이군.
“마법사라면 범죄자겠지. 수 속성 마법을 사용하는 상급 범죄자가 누가 있더라…. 한번 가 볼까?”
-얀마!
백우진이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수 속성 마법사들을 생각하고 있을 때 흑암이 그의 눈앞으로 튀어 올랐다.
-네가 지금 저런 거 신경 쓰고 있을 때냐? 저 정도 일은 다른 길드나 능력자들도 해결할 수 있다. 넌 검술 수련이나 해! 백천화도 처박혀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데 뭘 하려는 거야!
“맞는 말이긴 한데. 드라마 시간은 꼭 챙겨 달라는 놈이 말해서 그런지 설득력이 없네.”
-으윽, 그, 그건 다른 문제잖아! 휴식 시간이나 네가 잘 때 틀어 달라고 하는 거라고!
“핑계 한번 좋아.”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리모컨을 잡았다. 티비를 끄고 나가려 할 때 흑암이 말을 이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초심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밤낮으로 수련하면 지금 난항을 겪는 묘리들을 깨달을 수 있을 거다.
“그거야!”
백우진이 리모컨을 든 채로 손뼉을 쳤다.
-응?
“초심! 검의 묘리! 그거라고!”
-가, 갑자기 미쳤나….
“그때도 미쳤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
-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백우진이 씩 웃으며 티비에 나오는 골렘들을 가리켰다.
“네 말대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
“검사님!”
백우진이 제주도로 내려가기 위해 검각을 나왔을 때 무영객이 개구리처럼 툭 튀어나왔다.
-요놈. 복장이 정상이 아닌데?
“도둑질 가냐? 오랜만에 본업 복귀?”
무영객의 복장은 평소와 달랐다. 도둑질을 가는 건지 검고 가벼운 업무용 복장을 입고 있었다.
“에이, 손 씻었다니까요.”
-야, 믿으면 안 돼. 쟤는 병이야. 절대 못 고친다.
“너 얼마 전에도 문주영 지갑 훔쳤잖아.”
“그건 장난이죠. 전에 말씀드린 지인 일 좀 도와주려고 하는 거예요.”
“암살자라는 걔?”
“넵!”
무영객이 전시용 풍선처럼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둑놈이 암살자를 어떻게 도와준다는 건데?”
“걔가 쫓는다는 놈 있었잖아요. 그놈 직속 부하의 흔적을 찾았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흔적이 두 군데라 한 곳만 좀 맡아 달라고 해서.”
“그 쫓는다는 놈이 대체 누군데.”
“카이저요.”
“카, 카이저라고?”
백우진은 카이저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눈을 부릅떴다. 그 이름이 여기서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카이저가 누군데?
‘전에 한번 말이 나왔잖아.’
-그런 잔챙이는 기억 안 나.
‘잔챙이가 아니야. 카이저는 범죄자야. 그것도 3대 범죄자 단체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암살자라고.’
-그럼 김남길과 동급이라는 건가?
‘사실 그놈에 대해 밝혀진 건 많지 않아. 무예에 특별한 재능을 가졌고, 암살 대상의 집에 직접 쳐들어가서 주변에 있던 사람까지 죽이는 또라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어.’
카이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이유는 하나다.
놈을 만난 사람 대부분이 죽었기 때문이다. 놈은 자신을 본 사람, 암살 대상 근처에 있는 사람까지 모두 죽이는 미친놈이었다.
“카이저는 위험해.”
“저희가 지금 쫓는 건 카이저가 아니라, 놈의 부하 중 하나예요. 멀리서 쫓을 거고, 들키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검사님이 준 영약 덕분에 오히려 능력이 올랐잖아요.”
무영객은 읏차 하는 소리를 내며 양 주먹을 들어 올렸다.
“너 은신술 써 봐.”
“제가 성장하는 남자라는 걸 보여드리죠!”
무영객이 안개처럼 은은한 오러를 끌어 올리며 자신의 기운을 감췄다.
후우욱.
눈앞에 있음에도 그 기운과 기척, 존재감이 흐려지다가 거의 길가의 돌멩이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확실히 좀 괜찮아졌는데?
‘그러게.’
무영객은 본인이 자신 있게 말한 대로 은신 능력이 꽤 올라간 상태였다.
“어때요?”
“나쁘진 않네.”
“그럼 가도 돼요? 카이져가 그 녀석 스승을 죽였기 때문에 이 일은 도와주고 싶거든요. 그 영감님이 절 챙겨 주기도 해서….”
“음….”
위험한 건 확실했지만 친구의 스승을 위해 힘을 보탠다고 하니, 가지 말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저 정도면 웬만해서는 잡히지 않을 거다.
“위험하면 바로 도망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크으! 그 말씀을 들으니까 무서울 게 없네요! 알겠습니다!”
무영객은 사이다를 한껏 들이켠 듯 탄성을 지르고서 고개를 숙였다.
“다녀오겠습니다!”
녀석은 우렁찬 대답을 한 뒤 바로 등을 돌리고 떠나갔다.
“카이저, 카이저라….”
백우진은 무영객의 등을 보며 카이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 이름을 듣자, 왠지 모르게 언젠가 그자와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뭐, 일단은 눈앞의 일부터 처리하고.”
백우진은 쩝 입맛을 다시고서 제주도로 갈 준비를 위해 백위전으로 향했다.
**
“멸치 떼도 아니고, 더럽게 나오네.”
제주도에 터를 잡은 미르 길드의 마스터 강천수는 해안가로 밀어닥치는 몬스터들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아주 끝이 없어. 끝이!”
벌써 일주일째 이 해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몬스터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처음엔 서너 달에 한 번씩 있는 몬스터 웨이브라 생각했지만, 그 수준이 아니었다.
바다에 있던 모든 해양 몬스터들이 전부 몰려온 것처럼 징그러울 정도로 나타났다.
이곳 서귀포만이 아니라, 인근 지역 전체에서 몬스터가 올라오고 있어서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사실 다른 놈들하고 싸우는 건 그나마 낫죠. 저 골렘 새끼들이 제일 문제예요.”
미르 길드 소속 능력자인 유석훈이 주먹밥을 꿀꺽 삼키며 다가왔다.
“그래. 보통 골렘들이 아니니까.”
강천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해안가로 올라오는 골렘들을 보았다.
외부에는 단순한 워터 골렘과 아이스 골렘이라 알려졌지만, 저놈들은 평범하지 않다.
일반 골렘들보다 빠르고, 파괴력이 높으며 더 강한 수 속성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다른 골렘들에 비해 크기는 크지만 핵이 작아서 잡기가 쉽지 않았다.
“저놈들을 빨리 잡고, 바다로 나가야 하는데.”
“그러게요.”
“쯧!”
강천수가 혀를 찼다. 바다로 나가서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몬스터가 계속 올라오니 나갈 수가 없었다.
“지원은 안 온대?”
“1차로 지원 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다 퍼졌잖아요. 거기다 백가의 활동이 줄어서 다른 길드들이 그걸 메꾸느라 바쁘대요. 일단 조금만 더 버티라고 하던데요.”
“백가? 아, 그렇겠네. 야, 몬스터 모였다. 더 모이기 전에 내려가서 쓸자.”
“알겠습니다.
유석훈이 휴식을 취하던 미르 길드원들을 부르려고 할 때 해안가로 다가가는 한 남자가 있었다.
큰 키에 흑발, 검은 코트를 걸친 젊은 남성이었다.
“뭐, 뭐야! 저거 어디서 들어왔어!”
강천수가 비명을 질렀다. 남자는 수십이 넘는 몬스터들의 무리 속으로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빠, 빨리 돌입!”
“이런 젠장!”
유석훈과 미르 길드원들이 해안가로 뛰어내릴 때 검은 코트의 남자가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았다.
“어…?”
“허억!”
그의 검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막대한 기운이 타올랐다.
콰아아아!
검극에서 피어오른 흑빛의 기운이 해일처럼 퍼지며 해안가에 모여든 수십의 몬스터들을 단번에 쓸어버렸다.
“이런 미친….”
강천수는 다리에 힘이 풀려 모래 위로 자빠졌다.
저 검은 오러와 막강한 검격을 보자, 저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백우진이야! 협제라고!”
검은 오러를 사용하는 검사는 오직 한 명 백우진뿐이다.
이 난잡한 전쟁터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인이 나타났다.
쿠구구구!
백우진은 그가 만들어 낸 광대한 폭발 속에서 땅을 확인하고 있었다.
“가, 가자!”
강천수는 맨발로 모래를 차며 백우진에게 달려갔다.
“미, 미르 길드의 강천수라고 합니다. 협제를 뵙습니다!”
“몬스터를 막아 놓은 결계가 곧 깨질 것 같아서 먼저 나섰습니다. 죄송합니다.”
“예? 아, 아닙니다! 인사는 저희가 해야죠! 뭣들 하냐! 인사드려!”
“가, 감사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그런 과분한 인사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강천수가 소리치자 뒤에 있던 미르 길드 능력자들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저, 저기 여긴 어쩐 일로….”
강천수의 질문에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백우진에게 향했다.
백천화에게 선전포고를 한 이후 그는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가문에서 수련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이곳에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고, 늦게나마 한 손 보태고 싶어서 왔습니다.”
“우와….”
“오….”
능력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백천화와의 결투를 위해 수련을 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사람이 없다는 소리에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허….”
강천수는 백우진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어떻게 이런 인간이 다 있지?’
젊은 나이에 무력은 절대자급, 예의가 바르며 얼굴은 욕이 나올 정도로 잘 생겼다.
세상에 이런 인간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듣던 그대로의 분이시군요,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요.”
백우진은 손을 저으며 해안가를 보았다. 슬금슬금 몬스터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직도 몬스터들이 계속 나타나는 모양이군요.”
“예. 아주 끝이 없습니다. 여길 지키느라 바다에 나가 탐색할 여유도 없을 정도니까요.”
“바다에 나가는 건 위험할 텐데요?”
“특수 제작한 배라 해상 몬스터들이 접근을 막는 결계와 능력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탐색하고 돌아올 거라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럼 제가 여길 지키고 있을 테니, 다녀오시죠.”
“저, 정말입니까?”
강천수가 입을 쩍 벌렸다. 백우진은 혼자 이 해안가 전체를 막을 능력이 있다. 그가 나서 준다면 탐색을 나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다만 정말 가실 수 있습니까? 뭐가 나올지 모르는데….”
“괜찮습니다. 민감한 레이더와 능력자가 있어서 위험하면 바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다녀오세요. 이쪽 해안은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백우진은 대답과 함께 검을 휘둘러 해안으로 나오는 샤크라이들을 베어 버렸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강천수와 미르 길드의 능력자들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인 뒤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 길드로 돌아갔다.
“그럼 시작해 볼까.”
백우진은 떠나는 미르 길드원들을 보며 주머니에 있는 호두만 한 구슬들을 만지작거렸다.
**
백우진은 설빙을 소환해서 해안가로 나오는 몬스터들을 모두 얼리고, 골렘들에게선 수 속성 기운을 흡수하라 지시했다.
그 후 외부에 보이지 않게 환상진을 설치한 뒤에 주머니에 있던 호두 크기의 구슬을 땅으로 던졌다.
우우웅!
구슬을 덮은 라사둠의 오러가 사라지자, 구슬에서 수기와 냉기가 치솟으며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5m가 넘게 부풀던 수기과 냉기는 각진 형태를 갖추며 골렘이 되어 갔다.
-왜 골렘을 죽이지 않았나 했더니만….
흑암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백우진은 마나에 대한 감각과 수 속성 감응력이 높아서 골렘의 핵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핵을 터트리는 게 아니라, 핵이 없는 부분만 터트린 후 골렘의 핵을 챙겼다.
-그 미친 짓을 또 하려고 하다니….
백우진이 골렘의 핵을 챙겨서 다시 재생시킨 이유는 수련 때문이었다.
이전에 무령참을 얻을 때처럼 골렘을 이용해서 검술 수련을 하려는 것이다.
“딱 좋은 수련이잖아.”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이곳의 골렘들은 6등급 수준의 마나와 수 속성 감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로 흡검과 폭검 수련을 하면 딱 좋을 것 같아서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다.
-지 수련을 위해서 와 놓고서 남들을 위한 척을 하다니….
“아예 그런 생각이 없던 것도 아니고, 좋은 게 좋은 거잖아.”
-하여튼 얍실한 거로는 따라갈 수가 없어.
백우진은 수련을 위해 찾아와 놓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 온 척을 했다.
수련과 평판, 인기를 동시에 챙기는 것을 보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재생이 끝났네.”
백우진은 암인검을 뽑아 골렘을 가리켰다. 완전히 몸을 재생시킨 워터 골렘이 다가와 주먹을 내리쳤다.
백우진은 암인검을 긴 방패처럼 옆으로 세워 워터 골렘의 주먹을 막아섰다.
처어억!
큼지막한 주먹과 검이 부딪쳤음에도 큰 충격음이 나오지 않았다.
백우진이 흡검의 묘리를 이용하여 충격과 수 속성의 기운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쿠어억!”
“쿠어어어!”
재생을 마친 워터 골렘과 아이스 골렘 여덟이 백우진을 둘러쌌다. 폭격을 때리듯 백우진을 향해 연속으로 주먹을 내리찍었다.
퍼버버버벅!
백우진이 암인검으로 원을 그렸다. 흡검의 묘리를 두른 검막이 골렘들의 공격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치이익!
골렘들의 공격과 수기, 냉기를 흡수한 뒤 정면에 있던 워터 골렘의 어깨를 향해 검을 찔러넣으며 폭검의 기운을 운용했다.
퍼어어엉!
바다 위로 폭격이 떨어진 것처럼 워터 골렘의 어깨가 터져 나갔다.
오러의 힘이 아니라 폭검의 묘리만 발휘했음에도 파괴력이 수준급이었다.
“허공에 쓰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
백우진이 검을 휘돌리며 웃었다.
“오길 잘했어.”
골렘의 몸을 이용해서 수련하니, 검각에서보다 훨씬 빠르게 성취가 오르고 있었다.
처어억! 퍼어억!
골렘들의 수 속성 공격과 물리 공격을 흡검으로 막아 내고, 폭검으로 반격하며 두 묘리를 동시에 수련했다.
게다가 골렘들이 알아서 몸을 재생시키기에 귀찮은 정비를 할 필요도 없었다.
-하아….
흑암은 골렘들을 자동 복구 인형으로 사용하는 백우진을 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이 정신 나간 짓을 또 보게 될 줄이야.
“너 때문이야.”
-나 때문?
“네가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했잖아. 그거 듣자마자 그때 일이 바로 생각나더라고.”
-끄응….
흑암이 신음을 흘렸다. 성장하는 건 좋지만, 이런 꼼수를 이용해서 성장하는 걸 보니 너무 얄미웠다.
-대체 몇 개를 얻는 거야!
백우진이 이곳에서 얻는 건 흡검과 폭검의 묘리만이 아니었다.
설빙이도 바다에서 올라오는 골렘들의 기운을 흡수하며 성장을 했고, 해안을 수비하며 좋은 이미지까지 쌓았다.
1석 4조의 이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꼼수의 악마 같은 놈….
“재생이 왜 이렇게 느리냐. 빨리들 일어나.”
백우진은 흑암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워터 골렘들이 재생하길 기다렸다.
-골렘들이 눈물을 흘리는 거 같지 않냐?
“눈물은 무슨. 너 드라마 너무 많이 봤어.”
-잘 봐. 재생하는 모습이 우는 것 같잖아.
골렘들이 부글거리며 재생하는 모습은 죽여 달라며 눈물을 쏟아 내는 것 같았다.
-내가 대신 사과하마. 인간이 미안해….
흑암은 코를 훌쩍이며 이 일이 끝난 뒤 골렘들이 극락왕생하길 빌었다.
**
백우진은 골렘 여덟 마리를 이용해서 두 개의 검로를 빠르게 숙달시켰다.
찌르고 막는 대상이 있고 집중도가 높기 때문인지 검각에서 수련할 때에 비해 성장이 훨씬 빨랐다.
-야. 저기 봐라.
“음?”
골렘 여덟을 모두 부수고 재생을 기다리고 있을 때 흑암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저 배는 뭐냐?
“미르 길드의 탐색선.”
푸른 바다 위를 은색의 배가 내달리고 있었다.
오러와 신성이 어우러진 기운이 배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저게 몬스터를 막는 특별한 능력과 결계인 모양이다.
“저 사람들도 프로고, 간단한 조사만 하고 온다고 했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
백우진은 탐사선에 관심을 끄고 재생을 끝마친 골렘에게 다가갔다.
이곳에 온 이유는 골렘으로 수련을 하고 해안을 막는 것이었으니, 일단 그 목적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보스 나오면 그놈도 챙길 거면서.
“오, 눈치 빨라! 이제야 나를 좀 아네.”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흑암의 말이 맞았다. 보스가 나타나면 분명 도움을 요청할 테니, 그들을 따라 보스까지 잡을 생각이었다.
“다만 그건 나중 일이니, 다시 수련이나 봐 줘.”
백우진은 다가오는 워터 골렘의 주먹들을 흡검을 이용하여 막아 냈다.
타악.
그간 수련해 왔던 흡검의 성취가 수준급이 되어 이제 막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으음….
흑암이 입맛을 다셨다. 얄밉긴 해도 이 수련 방식은 효과가 좋았다.
정체되어 있던 흡검과 폭검의 성취가 확 뛰어올랐다. 너무 빨리 올라서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탁.
화산처럼 거친 기운으로 골렘들을 부수던 백우진의 폭검이 멈췄다.
-뭐 하냐? 아직 두 마리 남았어.
“저기….”
백우진이 바다를 가리켰다. 흑암은 그 손을 따라 몸을 돌렸다.
-어?
미르 길드의 탐사선이 떠 있는 해수면이 불룩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쿠구구구!
탐사선은 급하게 빠져나가려 했지만, 바다는 늪지라도 되는 것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언덕처럼 치솟은 바다가 갈가리 찢어지며 길쭉하고 거대한 몸체가 솟아올랐다.
-아….
“미친!”
바다 위로 솟구친 존재를 본 백우진이 암인검을 놓치고, 흑암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
-드, 드래곤이 왜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