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둥지 (5)
해신 길드의 마스터 카즈마와 타이푼 길드의 마스터 발렌, 괴령 길드의 마스터 서문진은 한 배에 모여 있었다.
“준비는 다 끝났겠지?”
“물론이다. 엠페러 시 서펜트를 잡았을 때보다 3배 이상 많은 준비를 해 왔다.”
“우리도 마찬가지요. 그때보다 더 수준 높은 술사와 무인들을 데리고 왔소.”
카즈마의 질문에 발렌이 주먹을 움켜쥐었고, 서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각자의 배에 마법사들을 배치했소.”
루카스 녹색탑의 수석 마법사 김운성이 팔짱을 낀 채로 눈을 내리감았다.
“흐음, 수고했소.”
카즈마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루카스는 한국의 길드임에도 백우진이 아니라, 해신 길드 쪽에 붙었다.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그들과 백우진의 관계가 견원지간이라는 소리를 듣고 흔쾌히 동맹을 받아들였다.
‘이번 일은 무조건 이기겠군.’
자그마치 대형 길드 다섯 개가 연합했고, 해신, 타이푼, 괴령 길드는 해상 전투 전문이다.
상대가 백우진이라고 해도 밀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압도해서 재미가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우리가 할 준비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다른 것들도 있으니까.”
카즈마가 키득 웃으며 배 아래를 보았다. 평범해 보이지만 저 아래에는 드래곤을 잡기 위해 준비한 도구들이 즐비했다.
전부 도깨비 길드가 지원한 도구들로, 그들은 이번에 드래곤의 사체를 얻어 아케인을 뛰어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었다.
‘다섯이 모였으니 실패할 일은 없겠지.’
해신과 타이푼, 괴령은 함께 손을 맞춰 해상전을 벌인 적이 많았고 전부 승리했다.
이번에는 도깨비의 지원과 루카스의 마법사들까지 있으니, 상대가 드래곤이든, 백우진이든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드래곤만 잡는다면 우리도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어. 백가나 백우진이 아니라, 우리의 이름이 세계의 정점에 선다고!”
카즈마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옆으로 쭉 펼쳐진 배를 보니, 벌써 드래곤을 잡은 것만 같았다.
“당연한 소리를 할 필요 없다.”
“음!”
발렌과 서문진 역시 흥분되는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백우진은 뭘 하고 있었지?”
“바닷가 근처에서 검만 휘둘렀다고 했소”
“멍청하긴!”
서문진의 대답을 들은 카즈마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바다 위의 싸움이 육지와 같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여튼 칼잡이 놈들은 안 된다니까.”
“육지에서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해상은 다르지. 백우진 그놈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거다.”
“드래곤과 싸울 때 은근히 방해해 주면 어쩔 줄 몰라 할 거요. 그건 우리가 맡겠소.”
서문진이 검은 눈동자를 서늘하게 빛냈다.
“그래. 그렇게 하자고. 항상 했던 대로.”
바다 위의 전투는 난잡하다. 하지만 그 나름의 규칙과 전략이 있다.
육지와 같다고 생각하며 해상에 나온 능력자들 대부분은 큰 코가 다친 채로 돌아가거나, 물에 빠져 죽은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드래곤의 시체와 백우진의 명성을 모두 챙겨 가면 그만이야.”
카즈마의 마지막 말에 발렌과 서문진이 새벽의 안개처럼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선박에 결계 설치가 모두 끝났습니다! 20분 뒤에 바로 출항할 테니, 준비를 끝마쳐 주십시오!”
한상윤의 목소리에 발렌과 서문진이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치고 자신들의 배로 돌아갔다.
카즈마는 반대편에 있는 백우진의 배를 보며 주머니 속 동전을 매만졌다.
“바다는 쉽지 않소. 잘난 도련님.”
**
항구에 있던 10척의 전투선이 동시에 출항했다.
해신과 타이푼, 괴령, 도깨비 길드의 전투선 6척은 항구를 나서자마자 탄환이라도 된 듯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배가 출발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선두에 선 해신과 타이푼의 전투선을 향해 다수의 해양 몬스터가 달려들었다.
“쿠어어어!”
“키아아악!”
거대한 가오리 형태의 해양 몬스터 마타룬 다섯 마리와 상어의 머리를 가진 괴인 샤크라이가 떼거리로 전투선 위로 올라왔다.
“공격.”
카즈마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짓을 따라 마법사들이 뇌 속성의 마법을 그물처럼 펼쳤다.
빠지지직!
누런 뇌전에 휘감긴 해양 몬스터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할 때 갑판에 자리 잡은 무인들이 투창을 내던졌다.
퍼버버벅!
수 속성 몬스터들에게 추가 대미지를 주는 독과 뇌기가 동시에 담긴 투창에 샤크라이와 만타룬이 아무것도 못 하고 죽어 나갔다.
“키아아악!”
“카아아!”
강력한 해양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배를 향해 튀어 올라왔지만, 전투선 전체를 휘감은 뇌 속성의 기운과 쏟아지는 투창에 제대로 된 반항도 못 하고 다시 바다로 추락했다.
타이푼과 괴령, 도깨비 길드의 배도 마찬가지였다.
전투선 전체에서 작동하는 뇌전과 수 속성 몬스터에 특화된 주술과 마법에 몬스터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네 길드의 전투선 6척은 100마리에 가까운 해양 몬스터들을 가볍게 처리하고 미끄러지듯이 바다를 내달렸다.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어.”
카즈마는 뒤를 쫓아오는 아케인의 전투선을 돌아보았다.
‘놀라고 있군.’
백우진의 얼굴이 보인다. 놀란 듯 살짝 입을 벌린 채로 자신들의 배를 훑어보고 있었다.
‘저럴 수밖에 없지.’
비웃음이 나왔다. 검을 수어 번 휘둘러야 잡을 거대 몬스터들을 손쉽게 잡으니, 놀라는 건 당연했다.
“이 기분이라니까.”
카즈마가 주변을 둘러보며 히죽였다.
백우진만이 아니라, 다른 길드의 전투선에서도 자신들을 향해 놀랍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의 감탄과 놀라움의 시선이 주는 이 희열 때문에 능력자를 하고, 특별한 몬스터를 잡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최고의 날이 되겠어.’
드래곤을 잡고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시선과 관심을 받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흥분되기 시작했다.
“네 명성은 우리가, 아니 내가 가져가마.”
카즈마는 마지막으로 백우진을 돌아보며 웃었다.
**
“편하네.”
백우진은 갑판 위에 서서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네놈의 무기는 그 연기일 거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표정이라니….
‘괜찮았지?’
백우진이 씩 웃었다. 카즈마에게 조금 놀란 표정을 보여 주자, 녀석은 좋다구나 하면서 더 신나게 몬스터를 때려잡았다.
신난 해신 길드와 타이푼 길드들이 해양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해 줬기에 손 한 번 쓰지 않고 드래곤이 나타났던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근데 나오질 않네.”
백우진은 장난기를 지운 눈으로 바다를 둘러보았다.
미르 길드의 탐사선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드래곤의 습격을 받았건만 지금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 지점이 맞지?
‘맞아.’
백우진은 해도와 레이더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선 10척은 전부 미르 길드가 습격받은 장소에 위치해 있었다.
‘왜 안 나오는 거지? 미르 길드의 탐사선을 바로 습격해 놓고.’
백우진은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드래곤은커녕 몬스터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글쎄. 마나 적응이 거의 끝나가는 마무리 단계라서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음….’
-무슨 수를 쓰든 빨리 부르는 게 좋을 거다.
‘그럴 필요 없어. 이것도 저쪽이 해 줄 테니.’
백우진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괴령 길드의 전투선을 가리켰다.
붉은 뱀이 그려진 전투복을 입은 주술사 열 명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중국식 북을 꺼내 바다 쪽으로 다가갔다.
주술사들이 붉은 기운을 운용하며 북채로 북을 두드렸다.
신기한 것은 거칠게 북을 치고 있음에도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다만 흔들린다는 점이었다.
쿠구구구.
괴령 길드의 전투선이 있는 곳만 세찬 바람이 부는 것처럼 파도가 거칠게 휘돌았다.
-저게 뭐냐?
‘괴령 길드가 가진 뱀을 부르는 북이야.’
-뱀을 부르는 북이라고?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저 북에서는 인간은 들을 수 없고, 뱀 같은 파충류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나온다고 해.’
-파충류만 들을 수 있는 소리?
‘그래. 저 주술사들은 그 소리가 물속에서 몇 배나 더 크고 빠르게 퍼질 수 있는 능력을 쓰고 있는 거야.’
백우진은 주술사들의 몸에 휘도는 붉은 기운을 가리켰다.
‘저 북소리가 파충류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소리라서 저 소리를 들으면 근처에 있던 물뱀이나 시 서펜트들이 바로 튀어나온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드래곤도 나오겠군.
‘그래서 말했잖아. 재들이 미끼도 해 줄 거라고.’
백우진은 들뜬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북을 친 지 10분이 지났음에도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다.
-안 나오는데?
‘드래곤이 떠난 건가?’
에르윈과 만났던 건 3일 전이다. 블루드래곤 케레스가 떠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이러면 말짱….’
백우진이 인상을 팍 찌그러뜨릴 때 갑자기 바다 전체가 약동했다.
띵!
흔들리는 바다와 함께 그의 시야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
부그그그!
물을 끓인 것처럼 바다 이곳저곳에서 진한 거품이 일고, 하늘이 어둑하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소름을 돋게 만드는 서늘한 바람이 바다 전체를 뒤덮었다.
드래곤이 나오는 것을 알아차린 괴령 길드의 주술사들이 더 강하게 북을 치기 시작했다.
우우웅!
북채에 맞은 북의 표면이 흔들리는 것 이상으로 수면이 폭풍을 맞은 듯 요동쳤다.
“곧 나온다! 전원 전투 준비!”
“전투 준비!”
해신, 타이푼, 괴령 길드들의 무인들이 전력의 오러를 끌어 올리며 전투를 준비했다.
다른 길드들도 긴장 어린 표정으로 전투를 준비하고 있을 때 중앙의 바다가 화산처럼 폭발했다.
“전부! 마법과 투창을… 어?”
“공격하… 뭐, 뭐야!”
공격 명령을 내리던 카즈마와 발렌이 눈을 부릅떴다.
터져 나오는 물보라에서 나온 건 드래곤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었다.
뒤로 넘긴 긴 푸른빛 머리에 선이 굵은 미남이었다. 다만 그의 눈은 불길하게 보일 정도로 시꺼멓게 물들어 있었다.
꿀꺽.
카즈마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저 남자에게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기운에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벌레 같은 인간 따위가 감히!”
남자는 태양이 사라지는 어둑한 하늘로 떠오르며 분노를 토해 냈다.
처음 듣는 언어였지만 무슨 뜻인지 뇌리에 확실하게 박혀 들었다.
“반항조차 할 수 없게 모조리 죽여 주마!”
남자가 오른손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들어 올렸다.
쿠와아아!
수십 줄기의 용오름이 치솟아 10척의 배를 모조리 가둬 버렸다.
쿠구구구!
무거운 전투선들이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처럼 뒤틀리기 시작했다.
“저, 정운!”
“알겠습니다!”
카즈마의 지시에 갑판장이 배의 곳곳에 있는 버튼을 두드렸다.
우우웅!
배 전체에 하얀 기운이 씌워지며 파도와 해일로부터 배를 보호했다.
10척의 전투선들 모두 같은 결계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파도에 뒤집히는 전투선은 없었다.
“공격해라! 있는 걸 전부 퍼부어!”
카즈마의 지시에 선두에 있던 전투선들이 마법과 오러, 투창, 화살들을 쏘아 냈다.
퍼어어엉!
강대한 마법과 오러가 작렬했음에도 남자의 몸엔 조금의 상처도 없었다.
그의 몸에 둘린 투명한 막이 인간들이 쏘아 낸 공격들을 모조리 막아 낸 것이다.
“버러지 같은 것들!”
남자가 불같은 분노를 쏟아 내며 스스로 제한을 건 폴리모프 마법을 해제했다.
콰아아아!
그의 전신이 퍼렇게 번쩍이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몸이 확장되었다.
상어처럼 삐죽하게 변한 머리 위로 두 개의 뿔이 솟아났고, 하얀 피부 위로 파랗게 빛나는 가시 형태의 비늘이 돋아났으며, 꼬리는 끝을 모를 정도로 길어졌다.
쿠구구구!
수평선에 닿을 정도로 커지던 남자의 변화는 60m가 넘는 해룡이 되고 나서야 멎었다.
하늘 위로 솟아오른 드래곤의 머리가 구름 구멍 사이로 비치던 태양을 가렸다.
세상은 빛이 사라진 것처럼 암울하게 가라앉았다.
고오오오!
드래곤의 서늘한 시선이 굳어 버린 인간들을 향해 쏘아졌다.
“아….”
그 흉악한 시선을 본 카즈마가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리고 무릎을 꿇었다.
‘아, 안 돼….’
안 된다. 저건 인간이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백우진의 말이 맞았다. 드래곤은 몬스터가 아니다. 신에 가까운, 인간이 상대할 수 없는 재앙이었다.
‘저건 못 잡아….’
이곳에 있는 인간 모두가 달려들어도 저 존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
[크오오오!]드래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피어를 개방했다.
정점에 선 존재의 포효에 모든 생명체들이 얼어붙은 듯 굳어 갔다.
쿵!
인간들이 무릎을 꿇고 자신의 목을 부여잡았다.
“꺼어억….”
“끄으윽!”
생각도, 움직임도,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지독한 공포를 느끼며 곧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쿠구구구!
드래곤이 인간들을 향해 입을 쩍 벌렸다.
시꺼먼 목구멍 속에서 무시무시한 냉기가 소용돌이쳤다.
“으으!”
서공명이 턱을 덜덜 떨었다.
‘이건 아니야….’
백우진을 믿고 왔지만, 그라고 해도 저 드래곤이라는 괴물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인세의 격을 벗어난 존재감이다. 세상 그 무엇도 저것을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벅
죽기 전 늦게 얻은 딸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갑판을 밟는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계세요.”
“아….”
봄이 다가온 듯한 따스한 목소리에 얼어붙은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고오오오!
백우진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작았던 존재감이 무섭도록 확장되기 시작했다.
빠지지직!
그의 전신에서 치솟은 흑색의 뇌전이 배 전체를 덮은 서리를 녹여 내린다.
쿠구구구!
백우진의 존재감과 기파는 저 하늘에 선 드래곤에 맞먹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저벅.
무거우면서도 진중한 그의 걸음 소리는 이 공포의 순간에도 모두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터엉!
드래곤이 입 안 가득 모은 아이스 브레스가 쏟아지기 직전, 백우진이 배를 박찼다.
공포에 미쳐 가던 사람들의 시선에 펄럭이는 검은 코트가 어렸다.
치이이잉!
백우진이 세계를 얼려 버릴 냉기의 숨결을 향해 암인검을 뽑았다.
콰아아아아!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칠흑의 빛이 암인검의 검극에서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