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8
28화. 함정은 깨부숴야 제맛 (5)
백우진은 문주영의 안내를 받아 가주전으로 들어갔다.
백천화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외부에 있는 백연휘와 면벽을 하고 있는 백은경을 제외한 모든 직계들이 일렬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백선아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하며 앞만 보고 있었다. 백선아에게 차가운 미소를 지어주고서 백명훈의 옆에 섰다.
“윽….”
백명훈은 백우진이 옆에 오자, 눈치를 보며 한 발 옆으로 이동했다. 백호중이 백명훈을 째려봤지만 딱히 말을 하진 않았다.
-이 호출은 뭐지?
‘나 때문이야.’
-네가 집에 도착한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멍청한 백선아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이번 일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럼 네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았단 말이냐?
‘아버지는, 백가의 가주 백천화는 그런 사람이야.’
흑암은 현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짜 꼬인 집구석이다.
-최근에 여러 가지 활약을 보여줘서, 네게 흥미가 생긴 거 아니었나?
‘내게 관심이 생긴 건 사실이지만, 그건 말 그대로 흥미일 뿐이야. 아버지에게 난 그렇게 아쉬운 자식이 아니니까.’
-이해가 가질 않는군.
‘첫째형, 둘째누나, 셋째형은 나이도 찰만큼 찼고, 나이를 넘어서는 괴물 같은 무력도 가지고 있어. 내가 없어진다고 해도 크게 아쉬울 건 별로 없지. 그래서 놔둔 거야.’
-놔뒀다는 것은…
‘내가 외부에서 닥쳐온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지. 투자해줄 가치가 있는 자식인지 시험해 본거야.’
-허!
감정이 격해진 흑암의 아우라가 크게 출렁였다.
-너희 아버지나, 너희 가문을 보면 화가 솟구친다. 피가 이어진 가문인데, 길드만도 못해!
‘그래서 내가 가주가 된다는 거다. 이 좆같은 가문을 바꾸든. 아예 부숴버리든 해야지.’
아직 확실하게 결정하지 않았지만, 뭐가 됐든 이 냉정한 가문을 바꿔나갈 것이다.
덜컥.
문이 열리고 백천화가 안으로 들어왔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직계와 호위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쿠구구구구.
백천화는 말없이 자신의 자리를 향했다. 그가 지나가면서 거대하고 싸늘한 기파가 모두를 덮쳤다. 일부러 기세를 뿜어내는 것이 아니다. 불편한 감정이 기세로 흘러나오는 것뿐이었다.
“흐윽….”
기세에 짓눌린 백명훈의 고개가 땅으로 떨어졌다.
“음….”
백우진은 주먹을 움켜쥐며 백천화의 기세를 버텨냈다.
“고개를 들어라.”
가주의 자리에 앉은 백천화의 입에서 낮게 깔린 음성이 흘러나왔다.
“백선아, 백우진. 앞으로 나와라.”
“예.”
백천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우진과 백선아가 중앙으로 이동했다.
“백선아.”
“예. 가주님.”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해라.”
백천화의 질문에 백선아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귀가 먹었나? 말하라 했다.”
백천화의 음성이 작아졌지만, 그의 기세는 더욱 거대해졌다. 백선아는 그 기세를 견디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죄, 죄송합니다!”
백선아는 바로 무릎을 꿇고, 피가 터지도록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아버지가 저렇게 나온 다는 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여기서 거짓말을 했다간 정말 죽을 수도 있다. 사실을 밝혀야 했다.
“우, 우진이를 죽이려고 임무를 조정했습니다. 우진이에게 신검의 임무를 내리고, 동행하는 검사에게 그를 습격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게 다냐?”
“그 뒤에 아, 암살자를 침입시켜서 검사들과 우진이가 동귀어진 한 것처럼 만들려고 해, 했습니다.”
“그게 다냐?”
“저, 정말 이게 다입니다!”
백선아는 다시 한 번 머리를 땅에 박았다. 그녀의 이마에서 터진 피가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쿠구구구.
백선아가 모든 것을 밝혔음에도 백천화의 기세는 풀리지 않았다. 더욱 짜증이 난 것 같았다.
“백우진.”
“예!”
백우진은 백선아의 말을 듣고도 전혀 표정 변화가 없었다. 무감정한 눈으로 백천화만 올려보았다.
“백선아의 잘못이 무엇이냐.”
백우진은 머리를 박은 채로 떨고 있는 백선아를 한 번 쳐다 본 후에 대답했다.
“성공시키지 못한 겁니다.”
“성공시키지 못했다?”
“쓸 수 있는 수를 모두 사용하고도 저를 죽이지 못한 게 누님의 잘못입니다.”
백우진의 말에 가주전 전체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고산지대에 온 것처럼 숨을 쉬기 거북해질 정도였다.
“으음….”
백호중과 백명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신음을 삼켰다.
“….”
넷째인 백소희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가만히 있었고, 셋째인 백성현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큭큭….”
그 무거운 침묵을 깬 건 백천화의 웃음 소리였다.
“정답이다.”
백천화의 목소리에 백선아는 오한이 들린 것처럼 전신을 떨었다. 살벌했던 백천화의 기세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윗사람의 힘을 빌리고, 숨겨둔 검사를 사용하고, 준비해 놓은 암살자를 불러서도 일을 끝내지 못한 게 네 잘못이다. 백선아.”
“으으윽….”
백천화의 메마른 목소리에 백선아는 손톱으로 바닥을 긁으며 신음했다.
“그럼 넌 무얼 해야 하는지 아느냐?”
“복수입니다. 절 먼저 건드린 누님에 대한 복수.”
“할 수 있느냐?”
“할 수 없습니다.”
백우진은 거리낌 없이 바로 대답을 했다. 백천화가 다시 입을 열기 전에 백우진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은!”
“‘지금은’이라? 큭큭, 크하하하!”
백천화가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광소를 터트렸다. 견디지 못한 백명훈이 귀를 잡고 쓰러졌지만 백우진은 미동도 없이 고요한 자세를 유지했다.
“후후후….”
백천화는 막내의 대답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위기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냈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가릴 줄 알고 있었다. 현명하고 영악한 놈이었다.
“선아는 한참 전에 5등급에 오른 검사인데다가 자신의 검대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길 수 있다는 거냐?”
“말씀드렸듯이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길 수 있습니다.”
“건방져. 하지만 마음에 드는군.”
백천화가 오른팔로 턱을 괴었다. 그는 백우진과 백선아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마음을 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백선아.”
“예….”
“네가 가진 아검대(牙劍隊)의 검사 20명을 무소속 검사로 전환한다.”
백선아 소유의 아검대의 현재 인원은 55명이다. 그중 20명을 무소속으로 바꾸는 건 그녀의 세력 2/5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굉장히 큰 징계였다.
“아, 아버지! 그건!”
“두 번째로 네게 9개월간 면벽을 명한다.”
“9, 9개월….”
“명한다 했다.”
“끄으윽, 며, 명을 받들겠습니다.”
백선아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9개월이라, 생각보다 짜게 주는군.’
1년 정도 면벽을 시킬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면벽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백천화의 뒤에 있던 흑검대의 검사가 걸어와 백선아의 팔을 잡았다. 외부의 접촉을 금지하고 바로 면벽동으로 보내는 것이다.
“막내야. 9개월은 짧아.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백선아가 끈적한 살기를 담아서 말했다.
“맞아. 9개월은 짧지. 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누나의 대가리를 깨버릴 정도로 긴 시간일 수도 있어.”
백우진은 양팔이 잡혀서 끌려가는 백선아를 비웃으며 말했다.
“너 이 새….”
백선아는 마지막 말도 뱉지 못하고 흑검대의 검사들에게 끌려갔다.
“백우진.”
“예.”
“9개월이면 충분하겠지?”
백우진은 이 상황을 재밌어하는 백천화를 올려보며 속마음과는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충분합니다.”
**
“후….”
백우진은 가주전에서 돌아온 뒤 침대에 드러누워서 아쉬운 한 숨을 내쉬었다.
“9개월 만에 백선아를 따라잡을 수 있어?”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지.
“백선아가 끝이 아닌데….”
백우진이 턱을 긁으며 중얼거렸다.
-뭐가 끝이 아니라는 거냐?
“아버지가 말했잖아. 백선아가 윗사람의 힘을 빌렸다고.”
-그럼 너를 노리는데 도움을 준 놈이 있다는 거냐?
“그래.”
-네 아버지는 그게 누구인지 왜 말해주지 않은 거냐?
“뻔하지.”
백우진이 손바닥으로 소파를 내리치며 대답했다.
“백선아를 쓰러뜨리고 알아서 찾으라는 소리야.”
-그것도 시험이냐?
“시험이고 자시고 날 먼저 건드렸으니, 내가 찾아서 조져버릴 거야. 뒤통수를 뽀사 버려야지.”
-너 왜 그렇게 뒤통수를 좋아는 거냐?
흑암이 말을 할 때 조용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형?”
문 앞엔 어색한 표정의 백성현이 서 있었다.
“우진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임무를 다녀왔더니, 뭐가 뭔지….”
백성현은 임무를 다녀왔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호중이 형과 대련을 해서 이겼어. 그 이후에….”
백우진은 백성현에게 그간의 사정을 간단하게 이야기 해줬다.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하려고? 9개월은 짧아.”
백성현이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수련해야지.”
“검술도 검술이지만, 선아에겐 따르는 검사가 많아. 내가 도와줄 테니, 화해를 하는 것이 어떨까?”
“그건 안 돼.”
백우진의 단호한 말에 백성현의 손이 멈췄다.
“아버지가 보고 있는 이상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어. 거기다 난 일방적으로 죽을 뻔했지. 누나가 사과를 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생각은 없어.”
“후우….”
백성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아무 죄도 없이 죽을 뻔했지. 네 마음을 생각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아니야. 걱정해줘서 고마워.”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라도 말해. 뭐든 도와주마.”
“고마워. 형도 고생했을 텐데, 가서 쉬어.”
“그래.”
백성현은 아쉽고, 걱정되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네 형이 당황하는 게 눈에 보이는군.
“내가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사실 변한 건 없는데.”
백우진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았다.
“아까 하던 말이나 해봐. 주양화가 뭐 어쨌다는 거야?”
-주양화엔 제대로 된 사용법이 있다고 했다.
“제대로 된 사용법?”
-그래. 그대로 복용하면 4대 속성의 저항력을 상승시켜 주지만, 내가 아는 방법을 사용하면 마나의 감응력과 오러의 저항력도 올려준다.
“저, 정말이야?”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방법이 있다는 건 10년 후에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 방법이 뭔데?”
-꽃잎들을 오러를 사용해서 가루로 만들어라.
“그렇게 만든 주양화를 먹으면 마나 감응력과 오러 저항력까지 올라간다는 거야?”
-그렇다.
“미친!”
당장 그릇을 들고 와서 바닥에 놓았다. 손에 아주 얇게 오러를 두른 후 주양화의 꽃잎을 하나씩 가져다댔다.
-그 강도가 좋다. 잎의 모든 부분을 오러로 녹여라. 태우지 않도록 주의 해.
“알겠어.”
태우지 않도록 오러의 세기를 조절하면서 주양화의 꽃잎을 가루로 만들었다.
-이제 그 가루를 먹어라.
“이대로?”
-그럼 그대로 먹지. 밥에 비벼먹을 거냐?
“가루 상태로 먹었다가 기침해서 토할 수도 있고, 그릇에 남을 수도 있잖아. 물에 타먹으면 안 돼?”
-해본 적은 없다만 상관없겠지. 오러로 녹인 상태에서 완성 된 거니까.
“알겠어.”
주양화 가루가 한 톨이라도 남으면 아까울 것 같아서 끓는 물을 가져와서 부었다.
화아악!
젓지도 않았건만 가루는 물에 스르륵 녹아들었다. 유명한 음료수처럼 선명한 주황빛을 가진 주양화 차가 완성되었다.
-넌 진짜 특이한 놈이야.
“나처럼 먹는 사람 없었어?”
-내가 알기론 한 놈도 없다.
“가루가 남으면 아깝잖아.”
백우진은 주양화 차를 살짝 저은 뒤 단숨에 마셨다. 차의 첫맛은 달달했고, 중간엔 신맛이 났고, 끝 맛은 씁쓸했다. 3가지 맛이 이어지는 특이한 맛이었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데?”
백우진이 자신의 몸을 훑어보며 중얼 거렸다.
-이상하군. 원래는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데.
“내가 물에 타먹어서 그런 거 아니겠지?”
-으음, 그럴 지도 모르지. 너 같은 놈은 없었으니까.
“이런 제기랄!”
백우진이 불안에 떨고 있을 무렵 그의 눈에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4대 속성 저항력 20포인트가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마나 감응력 20포인트가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오러 저항력 20포인트가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상태 창을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귀한 영약이 허공에 날아간 줄 알았잖아.”
-너랑 있으면 하루하루가 스펙타클하군. 이젠 질릴 정도야.
흑암은 혀를 내두르며 검날을 흔들었다.
-넌 앞으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 혼자 뭘 했다간…
[주양화의 정확한 복용법을 처음으로 사용하셨습니다.] [추가 능력이 제공됩니다.] [4대 속성 감응력 20포인트가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4대 속성 저항력 10포인트가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마나 감응력 10포인트가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오러 저항력 10포인트가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주르륵 뜬 홀로그램 창을 본 백우진이 흑암을 빤히 쳐다봤다.
“흑암아. 다시 말해 볼래?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