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80
280화. 대연문주
“그게 무슨 개소리야!”
전수환이 핸드폰을 향해 악을 내질렀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해진 순서를 따라 9시에 도착해야 할 백우진이 왜 벌써 도착했단 말인가.
‘이놈 설마….’
전수환이 서늘한 눈으로 핸드폰을 내려보았다. 카이저의 목표가 백우진이 아니라,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일이 이렇게 풀릴 리가 없었다.
[나, 나도 모르겠소. 30분 전쯤에 내 하인에게 전화가 와서 백우진에게 단서를 넘겨주었다고 했는데, 놈은 3시간을 건너뛰고 바로 이곳으로 쳐들어왔소!]카이저의 목소리에는 경악이 가득 어려 있었다. 연기라고는 조금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황스러운 것도, 의심이 든다는 것도 알고 있소. 하지만 이건 실제 상황이오. 빨리 와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상황 자체가 끝나게 되오!]“망할….”
[다시 말하지만 내가 당신을 노리려 했다면 이런 방법이 아니라 훨씬 편한 방법을 사용했을 거요. 이건 정말… 젠장! 가 봐야겠소!]카이저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기기 직전 스피커에서 결계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이 새끼가….”
전수환이 핸드폰을 때려 부술 것처럼 테이블에 던졌다.
‘무슨 생각이지?’
사실을 파악하기 너무도 힘들었다.
카이저가 거짓을 말하는 건지, 정말 백우진이 쳐들어온 건지 확인을 해 봐야 했다.
“조영진.”
“예!”
출발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던 귀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귀서가 눈치를 보며 무릎을 꿇었다. 출발하지도 않았건만 전수환은 벌써 한바탕 싸운 듯한 표정이었다.
“문제가 생겼다. 카이저가 있는 곳에 백우진이….”
“하,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전수환의 말을 들은 귀서가 천라지망을 친 무인들에게 연락을 보냈다.
우우웅.
1분도 지나기 전에 답변이 왔다. 내용을 본 귀서가 인상을 찡그렸다.
“너무 멀어 백우진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검은 코트를 입은 키 큰 남자와 암살자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답니다.”
“후우….”
전수환은 한숨을 뱉으며 짧은 고민을 끝냈다.
“백우진이 없다면, 날 농락한 카이저를 죽인다.”
백우진이 있다면 놈부터 잡고, 없다면 카이저를 죽이기로 결정했다. 아니, 백우진이 있든 없든 카이저의 목을 따기로.
이번 일에는 걸린 게 많다. 여기까지 온 이상 포기할 수는 없었다.
“천라지망은?”
“완성되었습니다. 조이기만 하면 됩니다.”
이미 천라지망이 완성되었다면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놈은 없었다.
“가자.”
“알겠습니다. 바로 차원문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귀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문밖으로 나갔다.
쿠구구구.
전수환의 시꺼먼 눈동자에서 황금색 불길이 일어났다.
“누구라도 죽여 주마.”
**
백우진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사람은 카이저와 대연문주만이 아니었다.
“가주님! 무, 문제가 생겼습니다!”
김재환이 창백해진 표정으로 백천화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지?”
백천화가 눈매를 좁혔다. 명상 시간을 방해받은 것에 짜증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방금 카이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계획과는 달리 백우진 도련님이….”
김재환은 그 냉엄한 기세에 몸을 떨면서도 카이저에게 들은 정보를 말해 주었다.
“그 망할 놈이….”
백천화가 타오르는 분노를 가득 담아 의자를 내리쳤다.
쿵 소리와 함께 만년한철로 만든 손잡이가 깡통처럼 찌그러졌다.
“전수환은?”
“부르긴 했지만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합니다.”
김재환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카이저와 백천화의 연락책을 맡았기에 모든 것이 자신의 죄 같았다.
“상황이 다급합니다. 빨리 움직이든, 아예 빠지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흑검대주.”
“예.”
기둥 뒤에서 흑검대주 강원진이 유령처럼 걸어 나왔다.
“우진이가 얼굴과 기운을 모를 만한 흑검대를 데리고 화천으로 가라. 그곳에서의 판단은 맡기겠다.”
“알겠습니다.”
“그 능력의 개방을 허락하마.”
백천화가 허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강원진의 주름진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
카이저, 대연문주, 백천화가 분노를 터트리기 1시간 전.
백우진은 화천 풍산리 신월산 근처에서 무영객, 박채영과 만난 상태였다.
“저기 검사님. 바로 여기로 오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응. 아니야.”
백우진은 아래에 보이는 카이저의 암살자들이 설치해 놓은 진법과 결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상황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의심을 할 텐데요?”
“응. 아니라고.”
-대체 왜 아니라는 거냐? 말 좀 해 봐라.
“일단 나는 카이저가 내민 단서를 듣고 움직일 거야. 단순히 말해 놈들이 예측한 시간만 앞당기기 때문에 카이저는 내가 처음부터 이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해.”
백우진은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려 흑암과 무영객, 박채영을 보았다.
“거기다 이번 일에 걸린 건 내 목숨만이 아니야. 대연문주는 나와 카이저를 죽이고 싶어 하고, 카이저는 나와 대연문주를, 아버지는 셋 모두를 죽이고 싶어 하지.”
“아! 그랬군요!”
박채영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이제 알겠어.’
벌써 거기까지 생각한 백우진에게 감탄이 나왔다.
백천화, 카이저, 대연문주 모두 백우진의 목숨보다 더 많은 것을 노리고 있었기에 판이 헤집어졌어도 이번 일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날 죽이고 나서 얻을 것들이 많기에 대연문주는 내가 무엇을 하든 오늘 일을 포기하지 않아. 대연문주든, 흑검대든 무조건 올 거야.”
-허, 너 뇌에 참기름 발랐냐?
흑암은 질렸다는 듯 헛바람을 뱉었다.
-어떻게 그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거야?
백우진은 항상 다른 사람의 머리 위에 올라가 적들의 계획을 꿰뚫고 있었다.
적이 무슨 계획과 준비를 하든 뒤통수를 후려치는 괴물이었다.
“저놈들이 설치한 것들을 말해 줘.”
“일단 저 진은….”
“그건 제가 말씀드릴게요. 일단 저 앞에 있는 건 현운 결계예요. 적들에게 혼란을 주어서….”
박채영은 무영객을 밀어 버리고, 설명을 시작했다. 암살자답게 깔끔한 단어로 진과 결계에 대해 말해 주었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이번 일은 제 복수와도 관련 있으니까요.”
“그것 때문인데 제가 카이저를 죽여도 정말 괜찮으십니까?”
“어차피 전 놈을 죽이기 힘드니까요. 다만 놈에게 주먹질 한 번은 하고 싶은데….”
“한 번이 아니라, 수십 번도 할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백우진은 박채영을 보며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분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믿고 기다리고….”
“나도 알고 있거든. 좀 조용히 좀 해.”
“아, 저 화상….”
무영객과 박채영의 관계는 여전했다. 말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저런 사람들이 암살자와 도둑이라는 게 참 신기했다.
“언제 쳐들어가실 겁니까?”
“문주영에게 연락이 오고 30분 뒤에.”
“네?”
“문주영이요?”
“그 녀석이 가면을 쓰고 적학 길드에 가 있거든.”
문주영에게 만변귀의 가면을 씌워 적학 길드에 보내 자신인 척하도록 지시해 놓았다.
“곧 카이저가 남긴 증거를 발견해서 연락이… 얘도 양반은 아니네.”
백우진은 말하다 말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문주영의 문자였다.
“문주영에게 온 겁니까?”
“그래.”
백우진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주영에게 이곳으로 향하는 증거를 얻었다는 문자가 왔다.
“30분 뒤에 들어간다. 네가 뭘 해야 하는 건지는 알지?”
“아, 당연하죠. 저 바보 아니라니까요. 제가….”
“대연문주나 대연문 무인, 흑검대가 올 때마다 신호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말 좀 끊지 말라고! 어쨌든 구슬도 준비됐어요. 언제라도 부를 수 있슴다.”
무영객은 투명한 구슬을 쥐고 인사하듯 흔들었다.
“부탁할게.”
백우진은 두 사람과 눈을 마주친 뒤 결계와 진법으로 둘러싸인 숲을 내려다보며 명상에 잠겼다.
30분 뒤. 누가 알려 주지 않았음에도 백우진이 눈을 떴다.
터어엉!
낮은 한숨을 뱉은 뒤 카이저의 결계를 향해 돌진했다.
“너흰 사람 잘못 봤어.”
**
치이이잉!
백우진은 카이저와 라이히가 몸을 숨긴 환상진과 현운 결계, 보호 결계를 향해 흑왕탄을 내질렀다.
단순히 힘으로 내지른 검격이 아니다.
흐름.
결계역장을 운용하며 결계와 진법의 흐름을 향해 검을 그었다.
콰아아아앙!
흑왕탄의 막강한 파괴력이 여러 겹의 결계를 단숨에 터트려 버렸다.
쿠구구구!
숲을 둘러싸고 있던 결계와 진법이 초대형 풍선이 터진 것처럼 사그라졌다.
“뭐, 뭐야!”
“백우진! 혀, 협제다!”
“카, 카이저 님을 불러와!”
흑의를 입은 암살자들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리는 게 보였다.
후우웅.
검을 휘돌리며 놈들을 향해 다가갔다.
“너희의 주인을 불러와라.”
백우진은 분노와 살의를 담아 오러를 개방했다.
쿠구구구!
용을 베었던 업적이 그의 등에 실려 막대한 기파를 펼쳐 냈다.
날개처럼 피어난 암영이 그의 전신을 휘감고, 숲을 짓눌렀다.
“아….”
“흐읍!”
“끄으윽….”
그 패도적인 기운에 최고의 암살 집단이라는 카이저의 암살자들이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하고 얼어 버렸다.
쿵!
백우진이 무거운 진각을 밟으며 암인검을 들어 올렸다.
빠지지직!
칼날에 광대한 뇌기를 휘감아 화살처럼 쏘아 냈다.
비뢰섬의 무지막지한 속도에 중앙에 선 암살자들은 피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끄아아악!”
“크허억!”
“끄으윽….”
반달처럼 펼쳐진 비뢰섬 한 발에 암살자 열둘의 목숨이 끊어졌다.
“주, 죽여!”
“막아라!”
“곧 카이저 님이 오신다! 놈을 막아서!”
라이히는 괜히 암살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겁을 먹었음에도 억지로 몸을 움직여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봐줄 생각은 없다.”
백우진은 쾌와 풍의 만상보를 밟아 암살자들이 흩어지기 직전 그들의 뒤로 이동했다.
쿠구구구!
암인검을 내리치며 강대한 중의 묘리를 운용했다.
콰아아앙!
하늘이 뒤집힌 듯한 무령참의 막강한 검격에 스물에 가까운 암살자들이 짓눌려 죽었다.
“어, 어찌 이런 검술이….”
“괴물이다! 저, 저건 못 죽여!”
“아아….”
암살자들이 뒷걸음질 친다.
카이저에 대한 충성으로 가득했던 암살자들의 눈동자에 공포라는 가시가 돋아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고, 일검에 수십이 죽어 나가는데 겁이 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빨리 나오지 않으면 한 명도 남지 않을 텐데.”
백우진은 풍뢰의 만상보를 밟았다.
빠지지직!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뢰처럼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흩어지는 암살자들을 쓸어버렸다.
백우진은 불과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7할이 넘는 암살자들을 죽였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에 오러와 체력도 거의 소모하지 않았다.
“이대로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얼마 남지 않은 암살자들을 처리하려 할 때였다.
등 뒤에서 무언가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쇄도하고 있었다.
속도가 빠르고 기운이 강렬했음에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은밀한 공격이었다.
‘온 건가.’
백우진이 뒤로 물러서며 몸을 돌렸다.
푸른 눈을 가진 남자가 자신의 심장을 향해 손날을 내질러 오고 있었다.
치이잉!
남자의 손날을 향해 패의 묘리를 담아 암인검을 내리쳤다.
쩌저저정!
손날과 철검이 부딪쳤음에도 철과 철이 격돌하는 굉음이 흘러나왔다.
“쯧.”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훌쩍 뒤로 물러났다.
‘카이저.’
금발에 푸른 눈, 미친놈이지 않을까 싶은 특색 있는 복장. 최흉의 암살자 카이저였다.
-저러고 밖에 돌아다닐 생각을 하다니, 미친놈이로군.
‘그러니 스스로 황제라 칭하는 거겠지.”
백우진이 픽 웃었다. 흑암의 말대로 카이저의 복장은 정상적인 전투복이 아니었다.
뿌드득.
카이저는 죽어 있는 암살자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백.우.진.”
그 분노를 담아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씩 뱉어 냈다.
“여기에 어떻게 온 거냐.”
“어떻게 오긴. 네놈이 남겨 둔 단서를 쫓아왔지. 황제라는 놈이 그렇게 칠칠치 못하게 흘리고 다니면 어떻게 하냐?”
“네놈!”
카이저는 살기가 뚝뚝 흐르는 눈으로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대체 어떻게?’
적학 길드에 남긴 단서는 2시간에서 3시간에 걸쳐 이곳에 도착하게 만드는 힌트였다.
거기다 장소도 여기가 아니라 반대편이다.
이곳은 백우진과 대연문주의 결투를 관찰하기 위해 만든 곳이기에 힌트와 상관없는 장소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고민이 많나 보네. 원래 머리도 쓸 줄 아는 사람이 쓰는 거야.”
“닥쳐라!”
카이저가 백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쾌속의 보법에 막대한 오러를 실어서 주먹을 내질러 왔다.
“그 정도론 안 돼.”
백우진은 서늘하게 웃으며 암인검을 내리찍었다.
쿠구구구!
검강과 권강이 맞부딪치며 강렬한 스파크를 튀겨 냈다.
다만 미소를 유지하는 백우진과 달리 카이저의 얼굴은 나무껍질처럼 굳어져 있었다.
“뭐, 뭐야!”
카이저가 턱을 덜덜 떨었다. 자신의 권강이 찌지직 소리와 함께 찢겨 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자신의 권강은 무의 의지를 담아내는 강기다. 그것도 철과 경의 의지를 담았음에도 사정없이 갈라지고 있었다.
“마음대로 안 되나 보네?”
백우진은 도발적인 말로 카이저를 더욱 자극했다.
“이익!”
카이저가 입술을 깨물며 극성의 오러를 끌어 올리는 게 느껴졌다.
우우웅.
카이저가 왼손을 펼치는 모습이 보인다. 권이 아니라, 장법이다.
콰아앙!
폭의 묘리로 카이저의 오른 주먹을 밀어냈다. 바로 검을 휘돌려 놈이 사용하려는 장법을 막아섰다.
“예상대로다!”
카이저는 장과 검이 맞부딪치는 충격을 이용하여 뒤로 물러났다. 시간을 벌어서, 정비를 하려는 것이다.
“어딜 가려고.”
백우진은 그를 놓아 줄 생각이 없었다. 쾌와 풍, 유의 묘리를 활용하여 만상보를 밟았다.
“꺼, 꺼져!”
“천부적인 무의 재능이라며? 그게 다야?”
카이저에게 따라붙으며 겁화검형을 그었다.
화아아악!
암인검의 검극에 피어난 새빨간 불꽃이 카이저의 전신 급소를 노리며 휘어진다.
“크으윽!”
카이저는 양손을 모두 펼친 뒤 허공을 향해 내질렀다. 백철강기의 태궁장이 벽처럼 펼쳐졌다.
콰과과광!
검강과 장강 그리고 겁화가 어우러지며 광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 정도로 최흉? 이름이 아깝군.”
백우진은 폭발에 밀려나지 않았다. 강기의 폭풍을 몸으로 뚫으며 앞으로 돌진해 암인검을 올려쳤다.
쩌저저적!
카이저가 기겁을 하며 펼쳐 낸 권강의 벽이 종잇장처럼 갈라졌다.
‘이, 이 정도였다고?’
카이저가 마른침을 삼켰다. 의지의 강기에 강과 경, 철의 묘리를 담아내도 백우진의 검각을 막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저게 백우진의 전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놈은 아직 그 흑색의 뇌전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그런 무력이….”
“말버릇이 ‘어떻게’인가? 황제치고는 어휘력이 처참하네.”
“크으윽! 닥쳐!”
“‘닥쳐’도 몇 번째인지.”
백우진의 두 눈이 기광을 발했다. 그의 전신에서 놀리는 듯한 어투와 다른 절대적인 기파가 대붕의 날개처럼 펼쳐졌다.
“너보다 약한 자를 죽일 때는 좋았겠지. 이제 네 차례다.”
“다, 닥치라고!”
카이저가 권강과 장강을 산탄총처럼 쏘아 냈다. 백철강기의 절기 대풍우였다.
치이이잉!
백우진은 흡과 유의 묘리를 이용하여 강기들을 흘리고, 튕겨 내며 카이저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아아!
오러의 크기, 무의 묘리, 경험 모든 것이 백우진이 절대적으로 앞서고 있었기에 카이저의 대풍우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뻐어억!
백우진은 카이저에게 짓쳐 들어 놈의 가슴을 어깨로 후려쳤다.
뿌드득!
놈의 가슴뼈가 내려앉는 소리가 들려왔다.
“끄아아악!”
카이저가 뒤로 밀려나며 막대한 크기의 권강을 뿜어냈다.
콰아아아!
포탄이 압축되어 터지는 형태를 형상화한 백철강기의 절기 백강포였다.
스르르릉!
백우진은 암인검을 납검한 뒤 바로 뽑아 흑왕탄을 터트렸다.
콰아아앙!
백철포와 흑왕탄이 격돌한 충격으로 주변의 나무가 뿌리째로 뽑히고 대지가 쩍쩍 갈라졌다.
“크허헉!”
카이저는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가 땅에 처박혔다. 괜히 천재라 불린 건 아니었는지, 유연한 움직임을 취해 부상을 줄였다.
“이, 이대로는 안 돼.”
그는 이를 갈며 일어서 황색 연기로 가득한 곳을 노려보았다.
‘너무 강해.’
백우진의 무력은 상상 이상이다.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고 해도 분신을 아꼈다간 죽을 위기였다.
“어쩔 수….”
“어쩔 수 없다고?”
카이저는 머리 위에서 들린 목소리에 황급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 언제!”
백우진이다. 먼지 속에 있어야 할 놈이 나무 위에서 내려오며 검을 긋고 있었다.
“크아아아!”
카이저는 질겁한 와중에도 심장을 휘도는 오러들을 끌어모아 강기의 벽을 펼쳤다.
파지지직!
그 순간. 백우진의 전신이 검은 뇌전으로 물들며 무시무시한 기파를 펼쳤다.
“아….”
카이저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저건 막지 못하니, 피해야 한다는 경고였다.
“제기랄!”
카이저는 방어를 포기하고 몸을 던졌다.
콰아아아앙!
묵뢰의 막대한 기운을 휘감은 낙일참의 검격이 숲을 갈랐다.
무시무시한 검격의 위력에 숲 전체가 내려앉은 듯한 굉음과 충격파가 울려 퍼졌다.
“눈치가 빠르군.”
그 파괴의 중심에서 백우진이 일어섰다. 그의 발밑에는 걸레짝이 된 카이저의 왼팔이 떨어져 있었다.
-막으려 했으면 죽었을 텐데 말이야. 근데 분신도 안 보고 죽일 거냐?
‘볼 필요 없잖아.’
만화도 아니고, 적이 기술을 쓸 때까지 기다려 줄 필요는 없었다.
“끄으윽!”
카이저는 통째로 떨어져 나간 왼쪽 어깨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여기까지다.”
“마, 막아! 막으라고!”
백우진이 발을 떼자, 카이저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암살자들을 불렀다.
“마, 막아!”
“카이저 님을 지켜라!”
“목숨을 바쳐!”
암살자들은 겁을 먹은 와중에도 무기를 쥐고 백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의미 없는 희생이다.”
백우진은 묵뢰조차 사용하지 않고 검을 내리쳤다. 그 일검 일검에 암살자들이 파리 목숨처럼 쓰러져 나갔다.
“아, 아아….”
카이저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암살자들은 그가 분신을 사용할 시간조차 벌지 못했다.
‘처음부터 분신을 쓰고 나타났어야 했는데….’
너무도 후회되었다. 분신의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다가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다.
“끝을 내자. 너는….”
백우진은 카이저에게 다가가다 말고, 우뚝 멈춰 섰다.
-왔군.
“쯧.”
혀를 찼다. 저 쓰레기 놈을 죽이고 나서 맞이하고 싶었는데 오늘의 주인공이 생각보다 빠르게 등장했다.
천천히 뒤를 돌았다.
대연문주 전수환이 황금빛 기운을 넘실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쿠구구구!
그 무거운 걸음에 대지의 축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스르르릉.
백우진이 암인검을 납검하며 두 눈을 빛냈다.
‘먹다 죽을지도 모를 초대형 경험치가 오셨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