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81
281화. 대연문주 (2)
-저놈….
흑암은 대연문주 전수환을 보며 검날을 떨었다.
-강해졌다. 단순히 오러만 늘어난 게 아니라, 무의 경지가 깊어졌어.
‘나도 알아.’
백우진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는 인간마다 강해진 걸 보면, 괴물들끼리 스터디라도 한 건가.’
만나는 절대자마다 강해져서 나타나니, 함께 모여 공부라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쿠구구구!
전수환은 다가오며 더욱더 막대한 기파를 피워 냈다. 그의 발에 밟힌 돌과 모래들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오러의 양은 밀리지 않지만 무의 경지는 네가 낮다. 절대 방심하지 마라.
흑암은 평소보다 말이 많았고, 그 안에 진심을 가득 담았다. 전수환과의 전투가 그만큼 위험하다는 소리였다.
‘방심할 리가 없잖아.’
백우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방심?
그딴 건 할 생각도, 할 수도 없었다.
고오오오!
전수환의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금색의 아지랑이가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저걸 보고서 마음을 놓을 리 없지 않은가.
쿠구구구.
전수환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폭탄 같은 기운을 끌어모은 채로 자신의 앞에 섰다.
‘미쳤군….’
무시무시한 기파가 숨을 옥죄여 온다. 인간이 아니라, 무신을 마주한 기분이다.
“이곳에 오는 동안 고민했다.”
전수환이 백우진의 눈을 보며 입을 뗐다.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강렬한 분노가 묻어나 있었다.
“물러나야 할지. 아니면 밀어 버려야 할지. 허나….”
그는 주먹을 꾹 쥐며 말을 이었다.
“너의 얼굴을 보자, 내 마음은 이미 결정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때 죽이지 못한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를 거다. 현재 대연문의 추락은 전부 네놈 때문이니까.”
“아니, 알고 있소.”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전수환의 눈빛만 봐도 그가 자신을 얼마나 죽이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지만.”
“협잡꾼에게 자존심을 팔아 가며 얻은 기회다.”
전수환이 양손을 펼쳤다. 그의 전신에 쌓여 가던 황금빛 오러가 태양처럼 광대한 빛과 기운을 터트렸다.
빠지지직!
백우진이 묵뢰를 발동시켰다. 밤하늘의 우레가 떨어진 듯 그의 주변이 흑색의 뇌전으로 가득 찼다.
“네놈을 죽이고, 백천화마저 처리하겠다.”
“미안하지만, 아버지는 내 거야.”
오른발을 뻗으며 자세를 낮췄다. 검병에 손을 올리며 마지막 말을 뱉었다.
…….
일순간의 침묵 후 두 사람이 동시에 땅을 박찼다.
치이이잉!
백우진이 흑왕탄을 터트리고, 전수환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흑색의 강기와 금색의 강기가 어우러지며 짙누런 빛이 숲 전체를 뒤덮었다.
쿠구구구!
백우진은 폭삭 무너지는 대지를 벗어나 뒤로 물러났다.
‘저게 천굉권이라고?’
헛웃음이 나온다. 천굉권은 흑우와 광룡을 통해 여러 번 겪어 본 권격이다.
하지만 전수환이 사용하는 천굉권은 그들과 차원이 달랐다. 아예 다른 무예인 것 같았다.
-원래 무예라는 건 사용자에 따라 전혀 다른 힘을 발휘한다. 삼재검법이라도 저놈이 쓰면 희대의 신공이 될 테지.
‘나도 알고 있어.’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끈거리는 손목을 돌렸다.
후우웅!
검게 탄 먼지를 가르며 전수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나이에 그 무력.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렇기에….”
전수환이 발을 뗐다. 땅을 접어 달린다는 축지법처럼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이르렀다.
“널 반드시 죽이겠다.”
놈이 오른 주먹을 내지르며, 왼손으로는 짐승의 발톱 같은 형태를 취했다. 황호가 사용하던 호환조법이다.
쿠아아아!
천굉권의 굉중무와 호환조법의 팔각귀가 동시에 펼쳐졌다.
자신의 오른팔을 찢고, 왼쪽 가슴을 노리는 살기 짙은 공격이었다.
‘하나로는 못 막아. 흑암!’
-한참 전부터 기다렸다!
백우진은 암인검으로 무령참을 내리치며, 왼손을 뻗어 흑암을 잡았다.
치리리링!
흑무처럼 치솟은 흑암의 칼날에 관일극을 운용하여 내찔렀다.
콰아아앙!
찰나의 순간, 네 개의 절기가 맞부딪치며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터트렸다.
쿠구구구!
금광과 흑광이 어우러지며 숲 전체를 먼지처럼 녹여 내렸다.
“크으….”
백우진은 강렬한 통증에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머리 위로 황금빛 채찍이 치솟았다. 백계가 사용하던 성황편이다.
화아아아!
뱀의 목처럼 떨어져 내리는 성황편을 향해 겁화검형을 그었다.
콰과과과!
겁화검형의 아홉 초식과 성황편의 아홉 갈래 강기가 어우러지며 광대한 화기가 폭발했다.
적황색 강기의 불길이 퍼지며 닿는 것을 모조리 불태웠다.
‘지금은 멈춰 설 때가 아니야.’
백우진은 적황색 불길을 뚫고 전수환을 향해 돌진했다.
“황소 같은 놈이로구나.”
전소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뒤로 훌쩍 물러나며 몸을 틀고 양손을 들어 올렸다. 좌수가 앞, 우수가 뒤. 궁사의 자세다.
우우우웅!
놈은 황금빛 오러를 반달처럼 휘어 강기의 활을 만들어 냈다.
콰아아아!
한 발 더 물러나며 다섯 발의 화살을 쏘아 낸다. 하나하나에 필살의 의지가 담긴 강기의 화살이다.
치이이잉!
백우진은 흑암을 내리치며 섬야를 운용했다. 흑색의 칼날에서 맹금의 발톱 같은 어둠이 피어났다.
퍼어어엉!
다섯 발의 황금 화살과 섬야가 격돌하며 포탄이 쏟아진 듯한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하지만 전수환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나의 화살에 극강의 기운을 담은 무제시(武帝矢)가 심장을 노리고 쏘아져 왔다.
후우웅!
백우진이 흑암을 뒤로 돌리고 암인검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빠지지직!
암인검의 검극에 휘감긴 막대한 뇌기가 무제시와 충돌했다.
쩌저저정!
무제시와 비뢰섬이 부딪친 충격에 사위로 막대한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크윽!”
백우진은 적금색 스파크로 가득한 전방을 뚫어 내며 흑암으로 암인을 쳐올렸다.
우우웅!
음울한 괴음과 함께 전수환의 그림자에서 흑색의 칼날이 치솟았다.
“크윽! 기이한 술수까지 쓰는구나!”
전수환은 당황한 와중에도 금빛의 강기로 팔각의 봉을 만들어 암인의 칼날을 쳐냈다. 혼원의 봉술이었던 혼원신주다.
후우우웅!
그는 암인의 칼날을 막아 낸 뒤 머리 위로 봉을 휘돌렸다.
풍차의 날개처럼 강렬한 회전력을 더한 뒤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콰아아아!
막대한 크기와 위력, 거기에 전사경까지 더한 혼원의 최고 절기 파천여의격이었다.
우우우웅!
백우진은 흑암에 흑살의 기운을 휘감고, 암인검으로는 광호섬을 운용했다.
광호섬으로 파천여의격을 흘려 낸 뒤 흑살로 전수환의 목을 노리기 위함이다.
“크윽….”
하지만 백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전수환의 파천여의격은 혼원과는 전혀 다른 절기였다.
몇 번이고 본 기술임에도 광호섬으로 흘리는 것이 버거울 정도였다.
빠드득.
이를 악물며 간신히 흘려 낸 뒤 흑살을 날렸다.
치이이잉!
신룡처럼 펼쳐 나간 흑살의 칼날이 전수환의 목을 가르려는 순간 그의 손아귀에서 황금의 장창이 치솟았다.
터어엉!
장창의 창극과 흑살의 중심이 맞부딪쳤다.
콰아아앙!
축구공 크기로 압축되던 두 절대자의 강기가 폭발하며 무시무시한 오러의 폭풍을 만들어 냈다.
나무가 뿌리째로 뽑혀 나가며 대지에 싱크홀 같은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미친 듯이 강해.”
백우진이 식은땀을 닦으며 진심 어린 감탄을 뱉어 냈다.
‘괜히 무신이라 불리는 놈이 아니야.’
전수환은 여러 무예를 완벽하게 다루는 괴물이었다. 완벽자에 이른 위엄이 흘러넘쳤다.
-조금 밀리는 건 당연한 거다. 이대로 방심하지 말고 가라. 소모전으로 가면 네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
“알겠어.”
백우진은 여섯 묘리의 만상보를 밟아 전수환의 좌측으로 짓쳐 들었다.
쿠구구구!
전수환은 왼손에 천굉권, 오른손에 독돈의 만독장을 운용하며 공격해 왔다.
쩌저정!
흑암와 암인검을 교차로 휘둘러 권과 독장을 튕겨 냈다.
치이잉!
백우진과 전수환은 서로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근접 거리에서 전력의 무예를 펼쳐 냈다.
쾅! 콰아앙!
그들의 움직임에 무신의 의지와 파천의 기운이 실렸다. 대지가 내려앉고, 공기가 짓눌려 터져나갔다.
콰아아아!
백우진과 전수환을 둘러싸고 짙누런빛의 강기가 용오름처럼 치솟았다.
휘몰아치는 강기에 공간이 찌그러지고 주변의 모든 것이 종잇장처럼 찢겼다.
고오오오!
두 괴물의 전투가 극성에 달할수록 용오름의 개수가 늘어났다.
지금에 와서는 백우진과 전수환의 주변으로 열 개가 넘는 용오름이 솟구친 상태였다.
퍼어어엉!
백우진과 전수환은 무령참과 십자호를 격돌하고 강기의 폭풍 밖으로 튕겨 나갔다.
.
백우진이 입 안 가득 고인 피를 뱉어 냈다.
‘더럽게 아프네.’
뼈가 부러질 것처럼 흔들리고, 살이 지끈거렸다.
흑전호포 때문에 보이진 않지만, 실제로는 전신이 피투성이고, 내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내상을 입은 건 자신만이 아니다. 용오름 뒤에 있는 전수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전신이 피투성이였고, 내상을 입어 입가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전력을 다해 죽여 주마.”
전수환이 얼굴을 악귀처럼 일그러뜨리며 오른손을 펼쳤다.
그의 손아귀에서 여의주 같은 금색의 구체가 떠올랐다.
기이이잉!
금색의 구체는 빠르게 회전하며 그 크기를 키워 갔다.
태현광구.
대연문주 전수환이 만들어 낸 최강의 무예가 천공으로 떠올랐다.
콰아아아!
태현광구는 진정한 태양이라도 된 듯 광대한 빛과 오러를 폭발시키며 주변을 잠식해 나갔다.
이대로 놔두었다간 이 공간 자체가 광구로 뒤덮여 아무것도 못 하고 패할 것만 같았다.
-으음, 무언가….
“가야 해.”
백우진이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땅을 박찼다.
파지지직!
단전의 오러를 모조리 끌어 올려 묵뢰를 극성으로 운용했다.
콰아아아!
그 막대한 기운을 두 검에 휘감아 내리쳤다. 두 자루 검으로 펼치는 낙일참이다.
태양을 추락시키기 위해 태어난 참격이 태양이 되고자 하는 태현광구에 떨어져 내렸다.
뚜욱.
낙일참이 태현광구에 닿으려는 그 순간.
전수환이 웃었다.
“알고 있었다. 네놈에게 그 검격이 있다는 걸.”
느려진 시간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치이이잉!
그의 웃음에 서늘함이 피어나며 태현광구가 길쭉한 장창의 형태로 변했다.
“죽어라.”
전수환은 창의 형태가 된 태현광구의 기운으로 백우진의 심장을 노렸다.
-백우진!
“크아아아!”
백우진은 낙일참의 방향을 억지로 틀어 태현광기의 창극을 향해 내리쳤다.
쩌저저적!
하지만 태현광창엔 파천의 기운이 휘감겨 있었다. 억지로 비튼 낙일참으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캬아앙!
암인검의 칼날이 깨지고, 흑암이 뒤로 밀려나며 심장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작렬했다.
“커허헉!”
백우진은 검게 변한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이 녀석….
흑암이 기겁하며 검날을 떨었다.
백우진이 죽을 위기여서 놀란 게 아니다. 녀석이 마지막 순간에 했던 일 때문이었다.
백우진은 최후의 순간 태현광구의 기운을 흡수했다.
**
두웅!
심장이 약동하는 게 느껴진다.
태산 위에서 들려오는 북소리처럼 심장 소리가 전신을 울렸다.
실수였다.
아니, 방심이었다.
흑암에게 방심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방심을 하는 멍청한 짓을 했다.
태현광구가 언제까지나 둥글리라 믿는 멍청한 생각을 해 버렸다.
자신보다 위의 무인을 무시하는 미친 짓을 하다니, 바보도 울고 갈 짓이다.
죽음이 심장 앞까지 다가왔던 순간.
후회가 아닌, 무슨 짓을 해서라도 버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쾌검으로 한 번 더 칠까, 와검으로 비틀까, 패검으로 밀까.
수많은 생각 중 선택한 건 흡의 묘리였다.
흑전호포와 왕의 투벽, 그 어떠한 기운도 흡수하는 라사둠의 오러를 믿고 태현광구의 오러를 흡수했다.
그 도박이 성공하여 살아남기는 했지만, 지금은 굉장히 위험한 상태였다.
잡아야 할 태현광구의 기운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제대로 흡수할 수가 없었다.
태현광구의 기운을 쫓고 또 쫓았다.
문득 태현광구의 기운을 따라가다 보니, 그 기운이 자신과 다르다면서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무의 묘리가 조화되었기에 자신과는 운용도, 흐름도 달랐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같은 구석이 있었다.
둘 다 극에 이른 무예이니 당연했다.
다르다는 것, 그리고 같다는 것을 직접 깨우치자, 머릿속으로 흑백의 벼락이 내리쳤다.
퍼어엉!
태현광구를 잡기 위해 팽창하던 단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퍼어엉!
단전이 확장됨과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어마어마한 오러가 화산처럼 폭발했다.
쿠구구구!
라사둠의 오러는 존재하는 모든 오러 통로를 불도저처럼 뚫어 내고 백우진의 명치에 존재하는 중단전에 도달했다.
투우웅!
중단전을 막고 있던 광운혈을 단숨에 깨 버리고, 그 안을 광대한 자연의 마나로 채웠다.
라사둠의 오러는 중단전을 개척하고서도 멈추지 않았다. 목 위로 치솟았다.
퍼어엉!
상단전을 보호하는 백회를 뚫어 버리고, 그 안을 순수한 마나로 덮었다.
쩌어억!
머리가 아니, 몸 전체가 쪼개지는 소리가 뇌리를 울렸다.
대자연의 마나가 전신 모공으로 흡수되며 내상과 달궈진 오러 통로를 모조리 회복시켰다.
띵!
[카인의 오러연공법이 구단공에 이르렀습니다.] [대경(大境)에 도달했습니다.] [타이틀 를 얻었습니다.] [천무지체의 단계가 상승했습니다.] [회의 묘리를 습득했습니다.] [비의 묘리를 습득했습니다.]**
눈을 떴다.
세상이 흑백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았고, 모든 것을 비운 것 같았다.
이곳을 지켜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게 적의를 가진 자가 누구인지, 날 걱정하는 자가 누구인지 인간의 감정마저 느껴졌다.
“너….”
전수환이 보인다. 파랑을 맞은 배처럼 뒤틀린 눈동자다.
그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온다. 창백해진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로, 막대한 기운을 끌어모아 태현광구를 내리친다.
보인다.
오러의 흐름이, 오러의 결이.
태현광구의 모든 것이 낱낱이 분해된다.
반 토막 난 암인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석이라도 달린 듯 검이 손아귀로 빨려 들어왔다.
그대로 검을 내리그었다.
백색과 흑색.
하늘이 열리고, 대지가 치솟은 개벽의 그 순간처럼.
태현광구가, 아니 천지가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