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83
283화. 경고
뻐어억!
백우진은 오러를 담은 손바닥으로 카이저의 뒤통수를 후려친 뒤 놈의 발목을 잡았다.
“끄어헉….”
“손목보다는 발목이 편할 거 같아서.”
픽 웃고서 뒤로 물러나는 키 작은 암살자를 향해 카이저를 내리쳤다.
퍼어억!
카이저의 머리통과 부딪친 암살자의 가슴뼈가 함몰되었다.
“크헉!”
“끄아악!”
카이저와 암살자의 비명이 합창처럼 울려 퍼졌다.
“생각보다 찰진데?”
제대로 단련한 무인의 신체였기 때문인지 타격감이 제대로다. 때리는 맛이 있었다.
“이거 중독될지도 모르겠어.”
백우진은 히죽이며 얼마 남지 않은 암살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물론 카이저의 발목을 손에 쥔 채로.
-점점 미쳐 가는구만….
흑암은 카이저를 몽둥이로 사용하는 백우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한 가문의 소가주로서 사람을 휘두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저렇게 물리적으로 휘두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무래도 운빨에 대한 대가로 정신이 나간 모양이다.
-뭐, 저런 쓰레기 놈에게는 인과응보긴 하지만.
카이저는 목적을 위해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인 쓰레기다. 그런 놈을 잡을 땐 백우진 같은 미친놈이 제격이다.
“으헉! 크으흑!”
카이저가 꽥꽥 비명을 질렀다.
“제, 제발 그만!”
자신의 몸을 몽둥이처럼 사용해서 암살자들을 때려죽이다니, 세상에 이런 미친놈이 있을 줄은 몰랐다.
‘끄으으윽! 이 미친놈아, 그만 좀 하라고!’
백우진의 오러에 제압을 당하자 심장의 오러가 벽돌이 된 것처럼 굳었고, 전신의 근육도 말을 들어 먹질 않았다.
분신을 사용해서 기운까지 빠졌기에 아무런 힘도 없는 일반인이 된 듯 저항이 불가능했다.
뻐어어억!
백우진은 허겁지겁 도망치던 대머리 암살자의 뒤통수를 깨 버리는 것으로 카이저와 함께 움직였던 라이히의 암살자들을 모조리 처치했다.
“으으! 그, 그만 좀….”
카이저는 머리에서는 피를, 입에선 침을 질질 흘리며 몸을 떨었다.
“기분이 어때?”
백우진은 카이저의 발목을 잡고 들어 올려 눈을 마주쳤다.
“뭐, 뭘 말이냐….”
“압도적인 힘에 제압당해서 아무것도 못 하는 기분이 어떠냐고.”
“나, 나는….”
“아직 모르겠지?”
백우진은 씩 웃고서 바위로 가득한 바닥을 향해 카이저를 내리쳤다.
콰아앙!
적당히 힘을 줬기에 카이저의 몸은 바위를 깨고 돌을 으스러뜨렸다.
“끄아아악!”
“아직 멀었어.”
곡괭이로 바위를 깨듯이 카이저로 바위와 돌이 있는 대지를 마구 두들겼다.
“끄으으….”
백우진은 걸레짝이 되어 신음을 흘리는 카이저를 보면서도 서늘한 눈을 풀지 않았다.
저놈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죄 없는 사람 수백 명을, 아니 수천 명을 죽여 왔다. 안쓰러움은 사치일 뿐이다.
“차, 차라리 죽여….”
카이저가 반쯤 돌아간 눈동자로 중얼거렸다.
처음엔 정보를 물으려나 했지만, 이 미친놈은 질문도 없이 자신을 치는 것에만 집중했다. 지금까지 만난 인간 중 최악의 또라이였다.
“미안하지만 네 역할은 아직 많이 남았어.”
백우진이 다시 카이저에게 다가가려 할 때 박채영과 무영객이 나타났다.
“카이저….”
박채영이 쓰러진 카이저를 보고 이를 바드득 갈았다.
“이제 제 순서인가요?”
“하나만 더 끝내겠습니다.”
백우진은 카이저의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렸다.
우우우웅!
라사둠의 오러를 날카롭게 갈아 카이저의 심장을 휘도는 오러의 흐름을 끊어 버렸다.
퍼어어엉!
북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카이저의 몸에 담겨 있던 오러들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아, 안 돼! 끄아아악!”
카이저는 머리가 깨질 때보다 더한 비명을 내지르며 감전된 것처럼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저건 나도 겪어 보지 못한 건데.
‘오러를 잃으면 고통 이상으로 큰 허탈감에 죽고 싶어져.’
-그러고 보니, 넌 전생에 느꼈었군.”
‘그래. 아버지가 지시를 내렸었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오러를 파괴한 건 백호중이지만, 그 지시를 내린 건 아버지다.
‘대단한 사람이야. 정말로.’
전생에선 근맥과 오러를 터트리고, 현생에선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 어찌 보면 참 일관성 있는 인간이다.
“시작하시죠. 죽이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박채영은 입술을 질겅질겅 씹으며 카이저를 향해 다가갔다.
“날 기억하겠지.”
“처, 청살….”
“사부님은 널 믿었었어!”
그녀는 손날을 세워 카이저의 옆구리를 찔렀다.
“커허억!”
그냥 치는 게 아니다. 급소. 그것도 최악의 고통을 주는 급소를 노렸다. 암살자다운 방식이었다.
“크헉! 으아아악!”
박채영이 고통을 주는 급소만을 쳤기에 카이저는 백우진에게 얻어맞을 때보다 더 지독한 비명을 터트리며 몸부림을 쳤다.
-사부의 원수라고 했던가.
‘맞아. 2년이 아니라, 그녀의 사부가 죽은 이후 평생을 쫓았다고 했지.’
-상당히 좋은 사부였나 보군.
흑암은 씁쓸한 맛을 느끼며 검날을 저었다. 박채영의 주먹질만 봐도 그녀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뻐어억!
박채영이 서른 대 정도의 주먹질을 모두 카이저의 급소에 박아 놓고 일어섰다.
“끄으으….”
카이저는 곧 죽을 것처럼 쉰 목소리를 흘렸다. 하도 소리를 질러 성대가 나간 것 같았다.
“끝났어요. 시원하네요.”
박채영은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시원하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검사님이 아니었다면 평생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고마워할 필요 없습니다. 서로의 도움 덕분에 성공한 일이니까요.”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위험했어.’
진심이다. 박채영과 무영객이 아니었다면 갑작스럽게 나타난 대연문주에게 죽었을 거다.
저들과 자신은 서로가 서로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럴 때 또 정상이란 말이야.
흑암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리 예의 있는 놈이 카이저의 발목을 잡고 암살자들을 때려죽인 건 누구도 모를 거다.
“아, 그리고 저쪽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백가 두 명이 다 해먹고 있어요.”
“그 정도는 해야지.”
백가의 첫째와 둘째인데 귀서 따위에게 진다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그럼 다시 내 차례네.”
백우진은 진득하게 웃으며 카이저에게 다가갔다.
“아, 아….”
카이저는 말을 더듬으며 뒤로 기었지만, 그의 뒤는 큼지막한 바위로 막혀 있었다.
“내가 어떤 놈인지 잘 알았을 테니, 설명은 필요 없겠지.”
“으으!”
카이저는 더 이상 얻어맞기 싫었기에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대연문주를 끌어들였지?”
“그, 그렇습니다.”
카이저는 백우진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즉답했다.
“내 암살을 의뢰한 놈은 누구지?”
“그, 그건….”
카이저가 반쯤 빠진 이를 드러내며 대답을 하려 할 때 무언가가 공기를 가르며 날아왔다.
소리가 없고, 형체도 보이지 않았지만, 빠르면서도, 예리한 기운을 품었다.
‘비수!’
백우진이 빛살처럼 날아오는 비수를 감지하고 두 눈을 빛냈다. 투명한 비수가 카이저의 심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챠아앙!
암인검을 뽑아, 카이저의 심장으로 날아오던 비수를 내리쳤다.
검과 부딪친 비수는 유리로 만든 것처럼 산산조각으로 깨졌다.
-아직 안 끝났다!
‘알아.’
흑암의 말대로다.
깨진 비수 조각들이 자그마한 암기가 되어 카이저의 급소를 노렸다. 신기에 가까운 암기술이었다.
백우진은 조금의 당황도 없이 암인검을 그어 올렸다.
후우우웅!
풍벽이 치솟으며 비수의 조각들을 모조리 걷어 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투명한 조각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나와.”
백우진은 비수가 날아온 숲이 아니라, 그 반대편 숲을 보며 두 눈을 빛냈다.
“도망쳐도 소용없어. 나오기 싫다면 내가 찾아갈까?”
직접 움직이려 할 때 수풀이 살짝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느릿한 웃음소리와 함께 검은 무복을 입은 외눈의 노인이 걸어 나왔다. 흑검대주 강원진이었다.
“도련님을 뵙습니다.”
강원진은 은근한 미소가 그려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뭐 하는 짓이지?”
“암살자는 항상 독을 품고 있는 법입니다. 방심했다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 제가 처리하려 했습니다.”
“오러를 깨뜨리고, 사지를 모두 못 쓰는 놈인데?”
“입이 있으니까요.”
“그게 있었다면 진즉에 썼겠지.”
이미 확인했다. 카이저는 암살자임에도 자신이 진다고 생각하지 않은 놈이기에 입에 독단도 숨겨 두지 않았다.
“이놈은 내 시험이다. 날 보호하기 위해서 아버지의 최측근인 네가 움직이는 건 말이 되질 않아.”
“전 정말 도련님을 위해서 움직였습니다. 가주님께는….”
“개소리를 잘도 하는군.”
백우진이 카이저를 뒤로하고 일어서 강원진에게 다가갔다.
“날 죽이지 못하면 이놈이라도 죽이라고 했나 보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대답하라.”
백우진의 전신에서 대기를 일그러뜨리는 무시무시한 오러가 치솟았다 그 기운은 뜨거운 불길처럼 흉폭했으며, 대해의 해일처럼 광대했다.
“끄윽….”
강원진은 자신도 모르게 모든 오러를 끌어 올렸다. 그렇지 않았다간 이대로 짓눌려 죽을 것만 같았다.
‘우, 우연이 아니었어….’
백우진이 전수환을 잡은 건 운이 아니었다.
자신을 이 정도로 압도하는 기파는 가주를 제외하곤 그 누구에게도 느껴 보지 못했다.
야산에서 만난 맹수가 으르렁대며 이를 드러내는 것처럼 오싹한 소름이 돋아올랐다.
“크윽!”
강원진이 마른침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백우진의 기파를 견딜 수가 없었다.
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이 파악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가주가 직접 오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네 덕분에 좋은 생각이 났어.”
“예?”
백우진이 카이저를 가리키며 웃었다.
“이놈을 데리고 아버지에게 가야겠다.”
**
백우진과 대연문주의 생사결에 대한 소식은 싸움이 끝난 직후부터 퍼져 나갔다.
그것도 백우진이 카이저를 잡으려 할 때 대연문주가 나타나 기습을 했다는 진실 그대로.
대연문이 소문을 막으려고 다급하게 움직였지만, 블랙마켓이 작정하고 나섰기에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 덕분에 백우진은 협의를 가진 위대한 무인이 되었고, 대연문주는 사소한 원한을 노리고 자신의 손주뻘 무인을 기습한 협잡꾼이 되었다.
더군다나 백우진에게 패했기에 그의 명성은 시궁창으로 처박혔다.
-지금 내 눈이 제 역할을 한 게 맞냐? 백우진이 대연문주랑 카이저를 둘 다 잡았다고? ㄹㅇ?
-오지고, 지렸다. 일단 팬티 갈아입고 옴.
-협제가 절대자급인건 알았지만, 대연문주를 이길 줄은 몰랐는데….
-와, 기사만 읽고 소름 돋은 거 처음임.
-나도 마찬가지임. 기사를 읽는데 ㅈㄴ 쫄렸음. ㅋㅋㅋ-카이저에 대연문주. 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친놈이다.
-전수환이 백우진에게 원한 있는 건 알았지만, 저렇게 치졸한 짓을 할 줄은 몰랐네.
-사대 세력도 다 끝났네. 귀서도 잡혔으니, 대연문은 이대로 몰락 확정.
-이건 동영상 없음? 아, 싸움을 직관한 인간들이 ㄹㅇ 승리자다.
-백우진 까는 새끼들 다 어디 갔냐! 대연문주나 천무맹주 못 이긴다고 했던 새끼들 다 나와!
-이제 백우진 까는 놈들 아무도 없을 듯. 무력, 인성 아무것도 깔 게 없음. 저런 사람을 어떻게 싫어함.
-이제 신검백가가 다 누르고 세계 1위 길드 된 거나 마찬가지네. 백우진 한 명으로 다 조질 수 있음.
-하악, 하악! 하르….
-ㅋㅋㅋㅋㅋ 하루만좌 기절했다.
**
백우진은 카이저를 데리고 백가로 돌아왔다. 휴식조차 취하지 않고 바로 가주전을 찾아갔다.
“아….”
가주전 앞에 선 김재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항상 일(一)자였던 그의 입 모양이 지진 난 듯 흔들렸다.
“왜?”
백우진은 그의 놀란 모습을 눈에 담으며 웃었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왜 그렇게 당황하냐고.”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럼 문이나 열어.”
“가주님께서 아직….”
“열라고.”
백우진은 앞으로 한 걸음 걸었다. 그 한걸음에 담긴 막대한 기운에 김재환은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물러났다.
“크윽!”
김재환은 마른침을 삼키며 몸을 떨었다.
‘어, 어찌 이런 기운이….’
백우진의 기운에 노출되자마자 등이 축축하게 젖었다.
저 남자는 인세의 무신이 되어 돌아왔다.
그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혀 어떠한 생각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터엉!
백우진은 스스로 가주전의 문을 열고, 뒤로 고개를 돌렸다.
“너도 들어와라.”
“아….”
그의 목소리엔 언령처럼 힘이 담겨 있었다. 김재환은 사슬에 잡힌 것처럼 백우진의 뒤를 따랐다.
터억.
백우진은 가주전의 중앙으로 다가가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단상 위의 왕좌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백천화가 보였다. 의자의 팔걸이는 고철처럼 찌그러져 있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카이저를 옆에 던져놓고 무릎을 꿇었다. 예전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고, 백천화를 똑똑히 올려보았다.
-네 아버지 눈동자 흔들리는 거 보이냐?
‘그래.’
흑암의 말대로 눈을 뜬 백천화의 눈동자는 해일을 맞은 돛단배처럼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이 태어나서 본 이후로 가장 큰 경악을 담고 있었다.
“…그놈은 뭐냐.”
백천화는 찰나의 순간 마음을 다잡고, 평온한 목소리를 흘렸다.
“이놈이 최흉의 암살자라 불렸던 카이저입니다.”
“난 그놈을 죽이라고 말했을 텐데.”
“아주 재밌는 말을 해서 가주님께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재밌는 말?”
“네 입으로 다시 말해라.”
백우진의 시선을 받은 카이저는 부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는….”
카이저가 말을 하려 할 때 백천화의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피어났다.
카이저를 압박해 입을 막거나 질식시키려는 게 뻔했다.
“추우신가 봅니다.”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기세를 펼쳤다. 이미 백천화가 저렇게 나올 것을 알고 있었다.
쿠구구구!
백우진의 몸에서 피어난 돌풍 같은 기파가 백천화의 기세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으음!”
백천화의 눈동자가 터져 버린 풍선처럼 뒤틀렸다.
“말해.”
“자, 자신을 흑검대라고 말한 놈이 백우진님을 움직여 줄 테니, 대연문주와 싸우게 만들 계획을 짜라고 의, 의뢰를 요청했습니다. 저, 전 그걸 받아들였고….”
카이저는 실제 일어났던 일을 모두 밝혔다. 백천화도 무섭지만, 바로 옆에 있는 미친놈이 훨씬 무서웠기 때문이다.
“결국 계획은 틀어졌고, 저, 전 백우진 님에게 패해서 여기에 왔습니다. 제, 제게 의뢰를 한 검사는 저기 뒤에 있는….”
“닥쳐라!”
카이저가 김재환을 가리키려 할 때 백천화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어마어마한 기파를 펼쳐 냈다.
“지금 저따위 암살자의 말을 믿는 거냐! 네놈도 머리가 있다면….”
“실제로 물증이라고 할 법한 증거는 없더라구요. 누가 참 빨리 손을 써서요.”
백우진은 백천화의 기파를 정면에서 마주하고도 위축되지 않았다.
“그럼 네가 말하고 싶은 게 뭐냐. 아무 증거도 없는 내용을 가져온 이유가 뭐냔 말이다!”
“이겁니다.”
백우진은 암인검을 뽑아, 카이저의 목을 단칼에 베어 버렸다.
터억.
목을 잃은 몸뚱이가 모로 쓰러졌다.
“네, 네놈….”
“헛소리를 뱉어 내는 놈의 목을 베는 걸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추잡한 일을 아버지가 계획했을 리가 없죠.”
백우진은 말과는 달리 살기등등한 눈으로 백천화를 노려보았다.
이건 경고.
이따위 잡스러운 짓을 했다가는 가만있지 않겠다는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였다.
철퍽.
백우진이 흘러내리는 핏물을 밟으며 일어섰다.
“내리신 임무는 완수했습니다. 저기 있는 흑검대주가 전부 봤을 테니, 물어보시면 될 겁니다.”
오른쪽 기둥을 가리켰다. 의도적으로 대연문주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
백천화는 계속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죽이려 했던 아들에게서 자신을 위협할 정도로 막대한 기운이 밀려오니, 어떠한 말도 나오질 않았다.
“이번에 절 노린 사람 덕분에 큰 기연을 얻었습니다. 누군지 안다면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고 싶은데 참 아쉽네요.”
백우진이 웃으며 피 묻은 암인검을 털었다.
“시험은 완수했으니, 약속의 이행만이 남았습니다. 내년 1월 1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내고 뒤를 돌았다. 서슬 퍼런 눈으로 당황하는 김재환을 보았다.
“허억!”
김재환은 백우진과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주저앉아 뒤로 기었다.
백우진은 그를 무시하고 그대로 가주전을 나갔다.
콰아아앙!
문이 닫힌 가주전에서 무시무시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크하하하하! 분통이 터지겠지! 아오! 속 시원해!
‘끝이 다가오는군.’
백우진은 가주전을 한 번 돌아본 후 검각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