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84
284화. 새로운 검
백천화의 어깨 위로 용암이 분출되는 듯한 붉은 기운이 이글거렸다.
우지지직!
그가 매일같이 앉아 있던 왕좌가 길가의 깡통처럼 구겨졌다.
직접 손을 쓴 게 아니다. 백천화가 펼쳐 내는 막대한 무형지기를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진 것이다.
“끄으으….”
김재환은 그 무시무시한 기운에 마른침을 삼키며 벽에 바짝 붙었다.
‘기, 기세만으로 심장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백천화가 저 정도로 분노를 터트리는 건 백가에 들어온 이후 처음이었다. 어떻게 반응하고 움직여야 할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고오오오!
천장을 올려다보던 백천화의 살기 어린 시선이 카이저의 시체를 향한 순간.
퍼어엉!
카이저는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터져 버렸다.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는 바닥에 들러붙은 채로 증발해 버렸다.
쿠구구구!
백천화가 뿜어내는 기파는 시간이 갈수록 거대해졌다. 가주전만이 아니라, 이 땅 자체가 뒤틀리는 듯한 진동이 일었다.
“김재환.”
“아, 예!”
백천화의 무거운 부름에 김재환이 기겁을 하며 무릎을 꿇었다. 대답만 했을 뿐인데 전신의 힘이 쭉 빠져나갔다.
“설명하라.”
백천화의 말은 간단했다. 그렇기에 그 대답을 내놓기 어려웠다.
“저, 저도 그게….”
김재환이 바르르 떨며 고개를 숙였다. 구역질이 나올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백우진이 이 상황을 어떻게 만든 건지 모른다. 자신 역시 백우진에게 당한 사람 중 한 명일 뿐이었다.
‘끄으윽….’
백천화의 서늘한 시선이 그치질 않았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압박에 폐가 쪼그라들어 숨이 막혀 왔다.
“가주님.”
그때 가만히 있던 강원진이 앞으로 나왔다.
“도련님이 카이저를 생포한 곳에 청살이 있었습니다.”
“청살?”
“최고의 암살자라 불렸던 귀살의 제자입니다. 아무래도 막내 도련님은 그녀의 도움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자세히 설명해라.”
백천화가 촛불을 끄듯이 자신의 기파를 훅 꺼뜨렸다.
“허억! 허억!”
덕분에 목숨을 건진 김재환이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기었다.
강원진은 무표정으로 그의 모습을 보다가 백천화의 앞으로 다가갔다.
“귀살이 카이저에게 목숨을 잃은 이후로 청살은 카이저를 추적해 왔습니다. 그녀가 카이저를 쫓다가 이번 계획을 알아차리고, 도련님에게 그 일을 전한 것 같습니다.”
“그럼 그놈은 함정인 줄 알면서 모른 척했다는 말이냐? 전수환이 올 것을 알고도?”
“도련님은 전수환을 보고도 별 당황을 하지 않고 바로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그 뒤에 다른 지인들을 소환한 것을 보면 저희가 만든 함정임을 알고 간 게 분명합니다.”
“그 미친놈이….”
백천화가 바드득 이를 갈았다. 그의 분노에 동조하듯 단상이 우지직 무너져 내렸다.
“백.우.진.”
증오스러운 아들의 이름을 한 자씩 뱉어 냈다.
백우진이 모든 것을 알고도 능청스럽게 굴었다는 걸 깨닫자, 더욱 큰 분노가 치솟았다.
당장에 뛰쳐나가 백우진 그리고 놈과 관계있는 모두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가주님. 지금 도련님의 무력을 얕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분은 확실히 절대자의 영역에 오르셨습니다.”
“…알고 있다.”
백천화는 지독한 살기를 불태우면서도 백우진의 무력만큼은 인정했다.
흑검대주의 말이 맞다.
전수환을 꺾은 것을 떠나 이곳에서 보여 준 기세만 봐도 놈은 자신에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망할….”
“그래도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백천화가 욕을 내뱉을 때 강원진이 하나뿐인 눈동자를 빛냈다.
“‘그게’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음….”
“다른 것들도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강원진의 말에 백천화의 몸에서 피어나던 폭풍 같은 기세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바로 가시겠습니까?”
“물론이다.”
백천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너진 단상에서 내려왔다. 강원진은 그에게 다가가서 백색 전포를 걸쳐 주었다.
“올해 12월 말까지 가주전을 폐한다.”
백천화는 그 말을 남기고 강원진과 함께 가주전을 나왔다. 백우진이 있을 칠검각을 바라보며 서슬 퍼런 눈동자를 빛냈다.
“기다리고 있거라. 이번만큼은 네 생각대로 되지 않을 테니.”
**
백우진이 검각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문주영과 의검대가 버선발로 달려 나왔다.
“소가주님!”
“수고하셨습니다!”
문주영과 의검대는 그 어느 때보다 정중한 예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눈동자 반짝이는 거 봐라. 이래서 무인은 강하고 봐야 한다니까.
흑암은 문주영과 의검대의 반응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저들은 백우진이 고생을 했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다. 대연문주를 꺾고, 카이저를 죽인 위대한 무인이기에 저런 예를 취하는 것이다.
“저, 정말 대연문주 이기신 거 맞죠?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아서….”
김우혁이 한껏 들뜬 표정으로 다가왔다.
“이 미친놈아! 그게 할 소리냐!”
박혜리가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김우혁의 뒤통수를 때렸다.
“믿기 힘든 건 당연하지. 나도 아직 안 믿기니까.”
백우진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긴 했지만, 일대일로 꺾은 건 맞다.”
“우와아아아!”
의검대는 백우진의 말을 듣자마자 환호를 내질렀다.
‘내가 이런 분을 모시다니….’
홍남기는 등을 적시는 거대한 전율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일대일로 대연문주를 꺾고, 카이저마저 생포했다.
세상 누가 와도 그의 업적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백우진은 수십 년간 깨지진 않던 절대적인 균형을 무너뜨렸다. 이제 명실상부 세계 최강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초극의 무인이었다.
“그쪽은 어떻게 됐어?”
“약간의 부상자는 있었지만, 카이저의 암살자들과 대연문의 무인들을 모두 처리했습니다. 귀서는 생포해서 첫째 도련님이 심문하고 계십니다.”
“수고했다.”
“아닙니다! 도, 도련님이 훨씬 고생하셨죠!”
문주영이 재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비교가 안 돼.’
자신들이 대연문의 무인들을 잡을 때 백우진은 카이저와 대연문주를 모두 꺾었다. 태양 앞의 반딧불처럼 비교가 되지 않는 업적이었다.
“그래. 수고는 네가 했지.”
백천웅이 다가와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전처럼 굳센 힘은 없었지만, 다정함이 담긴 울림이었다.
“감사합니다. 부가주님.”
“이제 부가주가 아니라니까.”
백천웅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끔 들러 의검대의 수련을 봐주고는 있었지만, 자신은 이제 정원사나 다름없었다.
“그런가요.”
백우진은 백천웅의 마음을 알았기에 작게 미소 지었다.
“난 보이지도 않나 봐?”
옆에 빠져 있던 백은경이 팔짱을 낀 채로 툴툴거렸다.
“아, 고마웠어.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크윽!”
백우진의 농담에 백은경이 얼굴을 찡그렸다.
“불평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네.”
당장 따져 주고 싶었지만, 백우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카이저를 떠나 대연문주 하나를 꺾은 것으로 백우진은 수백 아니, 수천 명이 해야 할 일을 이뤘으니까.
“아버지의 반응은 어땠어?”
백은경의 말에 웅성거리던 모두가 입을 닫고, 백우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시험은 끝났고, 내년에 열릴 결투는 확정됐어.”
“축하드립니다!”
“이제 정말 6개월도 안 남았네요?”
“대연문주를 이겼으니, 가주님도 꺾을 수 있을 겁니다!”
“조심해라.”
의검대가 기뻐할 때 백천웅이 바위처럼 무거운 목소리를 흘렸다.
“가주는 그저 강한 사람이 아니라, 그 어떤 시궁창에도 손을 담글 수 있는 남자다. 널 꺾기 위해서 새로운 준비를 계획하고 있을 테니,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알고 있습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너잖아.
‘그렇지.’
아버지가 어떤 인간인지,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는 백천웅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다. 아이템이든, 영약이든, 던전이든 뭐든 이용해서 강해져서 나타날 거다.
“모두 수고 많았다. 오늘은….”
“검사님!”
백우진이 모두에게 휴식을 지시하려 할 때 검각의 문을 열고 무영객이 들어왔다.
“오늘 길에 봤는데 가주전이 닫혔던데요.”
“뭐?”
“오는 길에 살짝 돌아서 가봤는데 정문이 폐쇄되고 흑검대 검사들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슴다. 예전에 폐쇄된 것처럼.”
“음….”
백우진이 돌아보자, 백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움직였군. 널 위한 대비가 아니라, 적가주를 꺾기 위한 대비였겠지만….”
-행동력 하난 빠르군.
‘그러니 이 가문의 가주가 되었겠지.’
백우진이 혀를 찼다. 역시 아버지는 방심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어떻게 할 거냐?”
“저도 준비를 해야죠.”
백우진이 암인검이 들어 있는 검집을 툭 쳤다.
“일단 검부터.”
**
백우진은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아케인을 찾아갔다.
“검사님! 아니지, 소가주님!”
미리 이야기를 해 놓았기에 정문 앞에는 서인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그녀는 백우진의 얼굴과 몸을 훑어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연문주하고 싸웠다고 해서 많이 다치셨나 했는데, 상처가 없으셔서 다행이에요.”
“전화로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소가주님은 워낙에 내색을 안 하시는 분이잖아요.”
서인아는 생긋 웃고서 백우진을 안으로 이끌었다.
“갑자기 대연문주를 꺾었다는 기사가 떠서 정말 놀랐어요. 이젠 정말 절대자라고 불리셔도 되겠네요.”
“여러모로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요? 겸손이 과해요! 운으로 어떻게 대연문주를 이겨요.”
“정말입니다.”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거짓이 아니다. 운이 없었다면 자신은 이곳에 없었다.
-흥, 이제야 인정하는군.
흑암은 고럼고럼 하면서 검날을 끄덕였다.
“인아 씨와 장인님 덕분이기도 하죠.”
김장훈과 서인아가 만들어준 흑전호포와 암인검 덕분에 목숨을 구하기도 했기에 두 사람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정말 변하질 않으시네요.”
서인아는 부끄러운 듯 어깨를 으쓱이고서 지하 통로의 문을 열었다.
“암인검 때문에 오신 거죠?”
“검도 있고, 인아 씨에게 부탁드릴 것도 있고.”
“네? 저요?”
“네. 다만 장인님과 인아 씨에게 혼날까 봐 좀 걱정이네요.”
“에이! 그 검으로 누굴 꺾었는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면 제가 따져줄….”
“네가 뭘 어쩐다고?”
장인의 마을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김장훈이 귀신처럼 불쑥 나타났다.
“하, 할아버지! 왜 여기까지….”
“내 검으로 절대자를 꺾은 검사가 온다는데 어찌 가만히 기다리고 있겠느냐.”
김장훈은 서인아의 뒤에 있는 백우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크하하하하!”
그는 백우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서 기꺼운 웃음을 터트렸다.
“느껴지는 검력이 하늘에 닿아 있어. 고생 많이 했겠구나.”
처음 암인검을 만들어 줄 때는 검에 비해 많이 모자란 녀석이었지만 지금은 그 어떤 검을 가져와도 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일단 공방으로 가자. 인아는 마실 것 좀 가지고 오거라.”
“으으, 알겠어요!”
서인아는 ‘맨날 방해야.’라고 중얼거리며 자신의 공방으로 뛰어갔다.
“뭐 해. 따라오거라.”
“예.”
백우진은 김장훈의 느릿한 걸음을 따라 그의 공방으로 향했다.
“고생했겠구나.”
“아뇨. 즐거웠습니다.”
“즐거웠다? 하여튼 검사란 놈들은 이해가 안 된다니까.”
김장훈은 퉁명스러운 말투와 다르게 기껍다는 듯 웃었다.
“암인검을 꺼내 보거라.”
“예.”
공방에 도착하자마자, 김장훈이 손을 내밀었다. 백우진은 김장훈에게 암인검을 검집째로 넘겼다.
스르릉.
반 토막 난 암인검을 본 김장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으로 대연문주를 베었다는 말이지?”
“제 목숨도 구했습니다. 다만….”
“운이 좋았다는 헛소리는 하지 말 거라. 승자는 승자일 뿐이니.”
김장훈은 그 말을 끝으로 집중해서 검을 살폈다.
“장인님도 알고 계시겠지만 제게 좋은 재료들이 있습니다. 어떤 재료를 써도 좋으니, 검을 고쳐 주십시오.”
흑암의 인벤토리에 드래곤의 뿔, 이빨, 발톱, 비늘에 뼈까지 있었기에 수리할 재료는 충분했다.
“흐음….”
김장훈은 암인검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고칠 수는 없겠어.”
“예?”
백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이 녀석은 수명을 다했다.”
“그게 무슨….”
“이 검에 네 오러를 집어넣었던 거 기억나나?”
“기억납니다.”
“이 녀석은 그 기운을 사용했어. 인간으로 따지자면 진원진기를 사용한 거지.”
김장훈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그 원기가 전부 빠져나갔기에 고친다고 해도 원래의 암인검이 되지 못해. 그 차이는 네가 가장 잘 알 거다.”
-대연문주가 태현광창을 찔렀을 때 암인검은 널 지키기 위해 검날을 부러뜨렸다. 그게 아니었다면 넌 그때 죽었을 거다.
“…….”
백우진은 떨리는 눈으로 암인검을 바라보았다. 검이 부러졌을 때 그런 상황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래도 이 녀석은 너와 지내며 즐거웠던 모양이다. 검혼에 미련이 없어.”
-있을 수가 없지. 주인의 목숨을 구하고 떠났으니….
흑암은 그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만 보내 주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김장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검을 돌려주었다.
“검으로 태어나 대연문주라는 절대자를 베었으니, 이 녀석도 즐겁게 떠났을 거다.”
“정말 그럴까요?”
“내가 만들었잖냐. 확실하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돌려받은 암인검을 소중하게 받아들었다.
“새로운 검을 만들어야겠구나. 사실 암인검이 멀쩡했어도 새로 만들자고 했을 거야.”
“예? 그건 왜….”
“암인검을 만들었을 때에 비해 네가 너무도 강해졌다. 암인검으로 감당하기 힘든 검력을 가졌다는 말이지.”
김장훈은 공방 옆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훌륭한 검사는 검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그 능력을 발휘하기에 최적의 검이 있다. 암인검으로는 지금의 네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기에 부족해.”
“아….”
“내년의 결투도 있으니, 빨리 마음을 정하는 게 좋을 거다.”
백우진은 암인검을 꼭 쥐며 그 무게를 느꼈다.
‘고마웠다. 이젠 쉬어라.’
암인검의 고마움을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결정했다.
우우웅!
흑암의 인벤토리에 있던 드래곤의 뿔, 이빨, 발톱, 뼈에 흑목까지 꺼냈다.
“새로운 검을 부탁드립니다.”
“허, 서공명이가 가져온 이빨과 발톱을 보긴 했지만, 네 것들이 훨씬 좋군.”
앉아 있던 김장훈이 벌떡 일어나서 다가왔다. 그의 눈동자는 별을 보는 듯 반짝였다.
“좋은 건 제가 챙겨야죠.”
“크하하하! 맞아. 그게 당연하지!”
김장훈은 클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 녀석 덕분에 재료에 대한 파악은 어느 정도 끝났다.”
“파악이요?”
“그래. 용의 뿔은 마나를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고, 이빨은 단단하며 발톱은 예리해. 뼈는 그 모든 능력들을 골고루 가지고 있지만 다 어중간하다. 즉,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는 말이지.”
“그럼 그 네 가지 재료 중에 선택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김장훈이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선택을 왜 해. 네겐 모든 재료가 있으니, 모든 재료를 합쳐 보자는 말이다.”
“네 가지 재료를 합친다구요?”
“그래. 내 인생을 건 역작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구나.”
“그, 그게 됩니까? 재료가 다른데….”
“내가 누구냐. 김장훈이다. 망치만 쥐면 못 할 게 없다.”
김장훈이 강렬한 안광을 빛냈다. 절대자급 무인이 적을 마주한 듯한 눈빛이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검을 만들 정도의 크기가 되도록 잘라야겠어. 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백우진은 암인검에 강기를 둘러 김장훈이 원하는 만큼 뿔과, 발톱, 이빨, 뼈를 베어 냈다.
“이 재료들에 네 오러를 집어넣거라. 네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발휘한 채로.”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묵뢰를 발동시켰다.
콰르르릉!
우레의 신이 강림한 듯한 뇌성과 함께 대지가 검은 뇌전으로 물들었다.
“허….”
김장훈이 넋이 나간 얼굴로 백우진을 보았다.
‘진짜 괴물이 됐군.’
천지가 전부 검은 벼락이건만 자신에겐 조금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모든 것이 백우진의 통제 속에 있다는 뜻이었다.
이 정도라면 그에게 새로운 부탁을 해도 될 것 같았다.
“우진아. 이빨과 뿔, 발톱, 뼈를 뭉친 채로 네 기운을 넣을 수 있겠느냐.”
“해 보겠습니다.”
백우진은 떨어진 네 개의 재료들을 하나로 모은 후 그 안에 묵뢰로 증폭된 기운을 밀어 넣었다.
쿠구구구!
라사둠의 오러가 재료들의 중심에 들어갔을 때 흑암을 잡았다.
-어엉?
‘네 힘도 빌려줘.’
-야, 얀마! 난 아직 아무 말도….
‘이제부터 이 기운은 제 겁니다.’
-이런 미친!
백우진은 강제로 흑암의 기운까지 끌어와 재료들에 집어넣었다.
우우웅!
백우진과 흑암의 기운이 어우러지며 재료들의 속을 가득 채울 때 새로운 빛이 번쩍였다.
-이 깡패 같은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