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끝나지 않은 싸움
이번 사건은 보이는 몬스터를 잡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몬스터로 변한 장수말벌들을 뚫고,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을 제거하세요.
조건: 몬스터로 변한 장수말벌 제거, 사건의 진상 제거.
보상: 5,000 포인트, 특성.
백우진의 눈앞으로 새로운 퀘스트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다.
-진상?
‘감춰진 죽음이라….’
가끔 시스템이 겉이 아닌, 속을 비추는 경우가 있다.
퀘스트 조건과 내용을 확인하니, 이번에도 그런 경우인 모양이다.
-말벌만 때려잡는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진상을 잡으란다.
‘그런 거 같네….’
퀘스트 내용을 보니, 장수말벌들은 차원을 넘어온 게 아니라, 누군가의 능력으로 몬스터처럼 변한 것 같았다.
‘일단 받아야겠네.’
백우진은 망설임 없이 퀘스트를 받았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문주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왔다.
“아냐. 출발하자.”
백우진은 손을 젓고서 앞장섰다.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정문을 향했다.
‘뒤에 누가 있든 상관없어. 모조리 깨부수면 그만이니까.’
**
장수말벌에게 당한 능력자들을 모아 놓은 치료실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능력자들의 고통스러운 신음과 회복 능력자들이 능력을 사용하는 소리가 불협화음처럼 어우러졌다.
“제기랄!”
7등급 회복 능력자이자, 책임자인 김혜연이 욕지기를 내뱉었다.
“대체 왜!”
미칠 지경이다.
환자에게 전력의 회복 능력을 사용해도 내부에 스며든 장수말벌의 독이 사라지질 않았다.
‘이 사람만큼은 구해야 하는데.’
생기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이 남자는 백가의 척검대주로 많은 부상을 입고서도 끝까지 말벌들과 맞서 싸운 사람이다.
척검대주가 시간을 끌어 준 덕분에 결계가 설치되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 영웅을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지만, 독에 섞인 지독한 기운 때문에 회복 능력과 해독 능력이 아무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으으….”
척검대주의 안색은 숯을 바른 것처럼 검게 변했고, 숨소리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낮아졌다.
“젠장….”
“으흐흑!”
그건 다른 침상도 마찬가지였다. 척검대주와 함께 싸운 검사들 대부분이 말벌의 독에 중독되어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탁.
모두가 치료에 집중하느라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할 때 치료실의 문이 열리고 큰 키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차분한 걸음걸이로 척검대주의 침상으로 다가갔다.
“누가 각성제 좀….”
김혜연은 고개를 들어 올리다가 뒤에 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혀, 협제?”
백우진. 현시대 하늘 위에 이름을 박아 놓은 무의 정점에 오른 남자가 뒤에 서 있었다.
“당신이 왜 여기에….”
“척검대주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아….”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는 백가의 검사인 척검대주를 살피기 위해서 온 것이다.
“좋지 않아요. 너무 많이 쏘였어요.”
김혜연이 척검대주를 덮은 이불을 걷었다. 그의 몸 전체에는 말벌의 독침에 찔린 수십 개의 구멍이 나 있었다.
“내부에 독이 들끓는데 정체를 파악할 수가 없어요. 처음 보는 독인데 굉장히 지독하고 차가운 성질이에요.”
“제가 좀 살펴 보겠습니다.”
“아, 안 돼요! 당신에게도 독기가 퍼질 수 있다구요! 독에 대한 저항력이 없다면….”
“저항력은 있습니다.”
백우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척검대주의 몸에 손을 올렸다.
“당신만이 아니라, 척검대주도 위험해요! 제가 회복 능력을 쓰지 않으면 생기가 빠진다구요!”
“괜찮습니다.”
백우진의 옆에 서 있던 문주영이 김혜연을 말렸다.
“저분이 움직여서 안 되는 일은 없습니다.”
“하….”
김혜연이 헛웃음을 흘렸다.
‘미친 건가?’
싸움이라면 인정을 하겠지만, 이건 치료다. 그것도 아주 위중한 중독자의 치료.
조금만 시간을 끌어도 죽을 위급한 사람을 두고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후우….”
백우진은 실처럼 미세한 기운을 펼쳐 척검대주의 신체를 살폈다.
-쯧, 독이 전신에 퍼졌다.
‘그것도 그냥 독이 아니야.’
독은 끈끈하고, 지독했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내부의 성질이다.
‘사독(死毒).’
말벌의 독엔 여러 가지 독이 섞여 있었지만, 그중 가장 위험한 건 사기의 독. 사독이었다.
은밀하고 지독한 기운을 가진 사독 때문에 회복 능력자의 회복 능력이 먹히지 않은 거다.
“소, 소가주님!”
“조영식?”
척검대주의 옆 침상에 누워 있던 부대주 조영식이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독의 고통에 전신을 부르르 떨면서도 무릎을 꿇었다.
“제, 제발 대주님을 살려 주십시오! 대주님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전멸했을 겁니다!”
“부, 부탁드립니다.”
“소가주님!”
척검대 검사들은 얼굴이 검게 죽어 가는 와중에도 일어서서 머리를 숙였다.
“다, 당신들도 위험한 상황이에요. 전부 다시 누워요! 그리고 아무리 협제라고 해도 이건 독이에요. 부탁해도 안 된다구요! 괜히 부담 가지게 하지 마세요! 뭣들 해! 환자들 눕혀!”
김혜연은 회복 능력자들에게 지시를 내려 다시 검사들을 눕혔다.
“걱정하지 마라. 그는 살 테니까.”
“가, 감사합니다!”
“소가주님 믿겠습니다!”
억지로 버티던 검사들은 백우진의 말을 듣고 나서야 침상에 누웠다. 힘에 겨웠는지 낮은 숨소리를 흘리며 기절하다시피 눈을 감았다.
우우웅.
백우진은 척검대주의 왼 가슴에 오른손을 올린 뒤 라사둠의 오러를 끌어 올렸다.
“자, 잠시만요! 저 사람들의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해독제를 만들 때까지 기다려야….”
“그럴 시간 없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백우진은 입에 손을 올려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해할 수가 없겠지.
‘모르는 게 당연한 거야.’
저들은 자신의 능력을 모른다. 절대자에 이른 무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기에 믿지 못하는 거다.
‘난 내 할 일을 하면 돼.’
백우진은 끌어 올린 오러를 척검대주의 몸에 주입했다.
-독의 제거는 어떻게 할 거냐? 태우기엔 이 녀석의 몸이 너무 약해진 상태다.
‘그럼 두 번째 방법을 써야겠지.’
더 많은 라사둠의 오러를 끌어 올려 척검대주의 몸에 밀어넣었다.
고오오오!
라사둠의 오러가 그의 몸에 모두 퍼졌을 때 흡의 묘리를 운용했다.
‘강한 독은 알아차리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
이미 사기를 감지했기에 말벌의 독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우우웅!
척검대주의 몸에 존재하는 모든 독을 빨아들인 뒤 라사둠의 오러를 몸으로 되돌렸다.
“흐으….”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던 김형운의 안색이 돌아오고, 그의 숨소리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어떻게 이런….”
김혜연은 다리에 힘이 풀려 뒤로 주저앉았다.
‘마, 말도 안 돼!’
대체 뭘 어떻게 했기에 금방 죽을 것 같은 사람의 안색이 돌아온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 능력으로도 소용이 없었는데….’
척검대주가 독침에 찔린 부위는 30곳이 넘었다. 최대의 출력을 발휘한 회복 능력과 해독 능력도 소용이 없었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미친….”
“저, 저게 가능하다고?”
다른 회복 능력자들도 넋이 나간 얼굴로 회복되어 가는 척검대주를 바라보았다.
“보십시오.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문주영은 자신이 직접 치료한 듯 어깨를 쭉 펴며 씩 웃었다.
“당신이 책임자입니까?”
“예? 아, 예!”
백우진은 덤덤한 눈동자로 김혜연을 보았다. 김혜연은 고장 난 장난감처럼 고개를 삐걱거렸다.
“유리병 하나 가져다주세요.”
“유리병이요?”
“빨리.”
“네!”
김혜연은 백우진의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봤기에 부하들 시킬 생각도 못 하고 직접 깨끗한 유리병을 가져왔다.
우우웅!
백우진은 유리병의 입구에 검지를 올렸다. 손가락의 모공을 통해 빨아들인 말벌의 독을 배출했다.
일기출(一氣出). 하늘에 닿은 고수들만 할 수 있는 기예의 정수였다.
뚜욱.
백우진의 손가락에서 시꺼먼 독 덩어리가 떨어져 유리병에 내려앉았다.
“허억!”
“저, 저거 설마 말벌 독이야?”
“지금 내가 뭘 보는 거지?”
”
김혜연을 비롯한 회복 능력자들은 자지러지게 놀라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환자의 몸에서 제거한 독을 손가락에서 뽑아내다니, 이게 현실인지 믿기지 않았다.
치이이익!
말벌의 독은 외부에 나오자마자 지독한 사기를 피워 냈다. 백우진은 바로 뚜껑을 닫아서 김혜연에게 넘겨주었다.
“독에 담긴 기운은 사기, 그것도 강한 사기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해독이 되질 않았던 거죠. 이 독을 연구해서 해독제를 만드세요.”
“아, 네….”
“심각한 사람들은 제가 치료하고 가겠습니다.”
“네….”
김혜연은 ‘네’라는 말만 반복하며, 벙찐 얼굴로 백우진이 치료하는 모습만 바라보았다.
“대충은 끝났네요.”
백우진은 척검대와 위급한 능력자들을 치료하고 일어섰다.
“남은 환자들을 부탁합니다.”
그는 부드럽게 웃고서 밖으로 나갔다.
“저게 협제….”
제왕(帝王)이라 불릴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특별한 능력까지 가진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고 보니 사과도 못 했어.’
말도 안 된다고 소리쳐놓고, 사과조차 못 했다는 게 생각났다.
‘아니야. 사과는 나중에. 지금은 할 일을 해야 해.’
김혜연은 손에 든 유리병의 무게감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뭣들 하는 거야! 다 죽이고 싶어?”
멍하니 선 능력자들에게 치료 지시를 내리고, 옆의 부하 직원에게 독이 든 유리병을 넘겨주었다.
“연구실로 보내. 협제께서 주셨으니, 무조건 회복제를 만들라고 꼭 전해!”
**
-말벌의 독에 사기가 담겨 있다니, 신기하군.
‘대충 감 잡았어.’
백우진의 눈동자는 달을 비추는 호수처럼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감을 잡아?
‘사기를 가장 잘 다루는 놈들은 사령술사야.’
-왜 당연한 소리를 하고 앉았냐?
‘그 사령술사들이 가장 많은 곳은 제논이지.’
-제논? 어, 그러면….
‘이번 일에는 제논이 관계되어 있을지도 몰라.’
단순한 의심이 아니다.
하와이 전투에서 사령술사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았던 팔귀 중 로자미어는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사령술사들 대부분은 제논의 보호를 받고 있었으니까 가능성은 충분해.’
백우진은 이름이 알려진 사령술사들을 생각하며 결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결계는 붉고 푸른 기운으로 어우러졌다. 화 속성과 수 속성을 조화시킨 루카스의 카웨인 결계였다.
‘루카스가 왔군.’
“협회 긴급 대책과 강진호라고 합니다. 협제를 뵙습니다.”
결계를 살피고 있을 때 30대 중반의 남성이 나타나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강진호는 감격이 흐르는 눈으로 한 번 더 고개를 내렸다.
“상황 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심각합니다. 결계를 치기 전에 나간 놈들도 있고, 땅굴이 있는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놈들도 있습니다.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백우진은 강진호를 따라 결계의 앞으로 다가갔다.
우우우웅!
결계 앞으로 다가가자, 항공기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말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화면으로 본 것보다 크군요.”
“저놈들의 원형인 장수말벌들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흉폭한 놈들이라고 하더군요. 저것보다 더 큰 놈들도 있었습니다.”
“흐음….”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수말벌을 좀 더 자세히 살폈다.
크기는 대략 1.7m에서 2.2m 정도 되었다. 검고 노란 외피는 철갑처럼 단단해 보였고, 날개는 우산처럼 길쭉하면서도 두꺼웠고, 주둥이에 난 두 개의 이빨은 사람의 몸통을 가를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문제는 사기인가.’
예상대로 장수말벌들의 몸속에는 사기가 흐르고 있었다.
먼저 독을 보지 않았다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은밀하고 끈끈한 사기였다.
-사기도 사기지만, 저놈들에게서 피 냄새가 진하게 난다.
‘그래. 한두 명을 죽인 게 아니야.’
뉴스에선 장수말벌들을 잘 막았다고 했지만, 놈들에게서 독한 피 냄새가 풍겼다. 못해도 수십의 사람들을 죽인 살기와 혈향이다.
강진호의 말대로 다른 지역에서 인간들을 죽였던 게 분명했다.
-거기다 저놈들, 일부러 결계를 깨지 않고 있다.
말벌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흉흉했다. 동시에 달려들면 결계를 부술 수 있음에도 주변을 돌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주인의 지시를 기다리거나, 간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제논은 몰라도 사령술사는 확실하군.’
장수말벌에게서 퍼지는 사기와 정제된 움직임을 보자, 사령술사가 있는 건 확실해졌다.
“돌입은 언제 할 생각이죠?”
“저희 쪽은 준비가 끝났습니다. 협제께서 들어가시는 시간에 맞추겠습니다.”
“그럼 10분 뒤로.”
“10분 뒤?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그리고 저 말벌들이 가진 기운은 사기입니다. 협회에 연락해서 신성 능력자들을 불러오세요.”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돌아 검사들을 보았다.
“사, 사기요?”
“독에도 사기가 묻어 있었으니, 확실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전부 전하겠습니다!”
강진호는 직접 뛰어서 다른 능력자들에게 진입 시간과 사기에 대한 정보를 말해 주었다.
“응?”
백우진은 강진호와 대화를 나누고 물러나는 여성 권사에게 다가갔다.
“적연화?”
“윽!”
뒤쪽 바위에 앉으려던 적연화가 흠칫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네가 왜 여기 있지?”
“다, 당신들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지원 요청이 저희에게 왔어요. 오빠가 임무에 나가서 제가….”
“그랬군.”
대연문은 망했고, 백가는 움직이질 않았으니, 적가와 루카스가 움직인 건 당연했다.
“근데 왜 떨고 있냐?”
“에?”
“왜 떠냐고.”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연화와 자주 만났기에 알 수 있다. 지금 그녀는 겁을 먹은 듯 떨고 있었다.
“그, 그게….”
“네가 긴장을 했을 리는 없고. 벌레를 무서워할 리도….”
“흡!”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적연화가 움찔거렸다.
-저 철갑녀가 벌레는 무서워하는 건가?
“정말 벌레를 무서워하는 거야?”
“무, 무슨 헛소리를! 그냥 컨디션이 좋지 않을 뿐이에요!”
“흐음….”
백우진은 주변을 훑다가 발밑을 지나가던 노린재를 잡아 적연화에게 슥 내밀었다.
“꺄아악!”
적연화는 비명을 지르고서 바위 뒤로 넘어가 버렸다.
“너도 무서워하는 게 있었군.”
“꼬, 꼭 놀려먹어야 속이 시원해요?”
“놀리는 게 아니야.”
백우진의 눈동자엔 장난기가 담겨 있지 않았다.
“저 안은 네 생각보다 훨씬 위험할 거야. 이런 벌레에 겁을 먹어서야 방해만 된다.”
“으으, 하지만….”
“아니면 극복하고 따라오든가. 네가 당황하면 죽는 건 너만이 아니야.”
백우진은 적연화를 따르는 풍신단을 가리키고서 검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
적연화는 입술을 깨물며 백우진의 등만을 바라보았다.
“외부에 정보도 전했고, 준비도 끝났습니다. 협제께서 들어가시면 다른 능력자들도 움직일 겁니다.”
백우진과 의검대가 준비를 마쳤을 때 강진호가 달려와 뒤쪽을 가리켰다.
모든 능력자들이 준비를 마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적연화는 마음을 먹었는지 물러나지 않고 결계의 정면에서 말벌들을 노려보았다.
-극복이 빠른데?
‘지는 걸 싫어하잖아.’
백우진은 피식 웃고서 고개를 돌렸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입구에 있는 놈들을 정리할 테니, 따라 들어오세요.”
그 말을 마치고 결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부우우우웅!
수천 대의 드론이 떠오르는 듯한 굉음과 함께 스무 마리가 넘는 장수말벌이 이빨과 독침을 세운 채로 달려들었다.
-빨라. 그리고 복잡한 움직임이다.
흑암의 말대로 장수말벌들은 바람처럼 빠르면서도, 벼락처럼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취했다.
끼이이이!
동료 의식까지 있는지 협공에도 능했다. 도망칠 구석 없이 독침과 이빨을 들이밀어 왔다.
평범한 무인이라면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즉사할 상황이지만, 백우진은 평범한 무인이 아니었다.
“막기 전에 죽이면 되지.”
백우진은 손을 뻗어 흑암을 잡았다.
서늘한 기운과 함께 흑암의 칼날이 해 질 녘의 그림자처럼 치솟았다.
치이이잉!
흑암을 일자로 그었다.
쩌어어억!
짐승이 아가리를 벌리듯 치솟은 칠흑의 검기가 시야를 뒤덮었다.
콰아아아앙!
더욱 강하고 넓어진 섬야의 일격에 눈앞을 가리던 장수말벌들이 소멸했다.
“허억!”
“돌았어….”
“저, 저게 절대자급인가….”
결계로 들어가려던 능력자들은 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걸음을 멈췄다.
고작 한 번.
한 번의 휘두름으로 저런 무시무시한 위력을 만들어 낸 백우진이 정말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흐음….”
사람들이 경악할 때 백우진은 장수말벌의 사체를 살폈다.
놈들의 사체에서 은은한 보라색 기운이 올라왔다. 놈들을 변화시킨 사기였다.
“예상대로네. 제논 소속인지는 몰라도 사령술사는 분명히 있어. 그것도 뛰어난 놈이야.”
-야, 저기 한 마리 놓쳤다.
흑암의 목소리를 따라 좌측 하늘을 보았다.
1m를 간신히 넘는 작은 장수말벌이 입에 무언가를 물고 숲 안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덩치가 큰 장수말벌보다 강한 기운을 가졌고, 속도도 더 빨랐다.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을 보니, 다른 임무를 받은 게 분명했다.
빠지지직!
백우진은 흑암에 뇌기를 휘감아 십자로 그었다.
막대한 크기의 비뢰섬 두 줄기가 장수말벌의 뒤를 쫓았다.
위이이잉!
장수말벌이 좌측으로 물러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백우진이 미리 비뢰섬의 각도를 비틀어서 쏘아 냈기 때문에 말벌의 회피하기 전에 놈의 몸통이 갈라졌다.
“끼이이익!”
장수말벌은 몸통과 날개가 반으로 쪼개졌음에도 죽지 않았다. 얇은 다리로 뛰어올라 백우진의 목을 노렸다.
“무슨 생명력이….”
백우진은 인상을 찌푸리고 장수말벌의 두꺼운 머리통에 흑암을 박아넣었다.
뿌드드득!
벌레의 머리가 아니라, 철갑이 뚫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말벌의 움직임이 멈췄다.
툭.
놈은 입 안에 물고 있던 투명한 구슬을 떨어뜨렸다.
“이 구슬은 또 뭐….”
떨어진 구슬을 확인하던 백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