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91
291화. 어검 (2)
“검후라면 중국에 있는 검각의….”
[맞아요. 그분이에요.]“음….”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후가 누구냐?
‘중국 삼대 길드 중 하나 검각의 문주.’
검각에 속한 무인의 숫자는 딱 111명이다. 그런 작은 길드로 중국 삼대 길드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간단하다.
강함.
문도 하나하나가 다른 길드의 대주급 이상이니, 검각은 소수 정예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파였다.
검각을 이끄는 검후 역시 특별했다.
검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실력을 가졌다고 전해지며, 천무맹주가 직접 자신과 같은 수준이라고 언급해 여중제일인이라 불렸다.
-그런 여자가 왜 너한테 연락을 해?
‘각명주 때문이겠지.’
지금까지 아무런 왕래도 없던 사람이 이 순간에 연락을 해 왔다면 이유는 뻔하다.
검각에 원기나 정신을 다친 사람이 있는 게 분명했다.
“혹시 각명주 때문인가요?”
[맞아요. 저희는 세종시 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찾았는데 뜬금없이 검후에게 연락이 오더군요.]유진아도 의외였던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당황이 담겨 있었다.
[원기와 정신에 손상을 받은 사람을 깨울 수 있는지를 물어보면서요.]“본인이 직접이요?”
[네. 통역기를 사용해서 직접 연락해 왔어요.]“허….”
백우진이 헛바람을 내뱉었다.
‘직접 연락했다니…’
-왜? 연락할 수도 있잖아.
‘검후는 강하다는 거 말고는 베일에 싸여 있는 존재야. 어떤 검술을 쓰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어.’
-근데 왜 강하다는 걸 아는 거냐?
‘혼자서 재해급 던전을 두 번이나 공략했고, 천무맹주가 자기보다 강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으니까.’
천무맹주의 인정을 받은 시점에 검후는 전 세계 여성 중 가장 강하다는 여중제일인의 칭호를 얻었다.
[혹시라도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영약, 도구가 있다면 값을 얼마나 쳐도 좋으니, 꼭 연락해 달라고 했어요.]“환자가 있는 모양이군요.”
[목소리가 다급했던 걸 보면 그런 거 같아요.]예상대로의 상황이다.
‘거래해도 나쁘지 않겠는데.’
별 필요 없는 각명주를 넘겨 주고 영약이나 무예 혹은 대련 기회를 얻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제게 각명주가 있다고 전해 주세요.”
[넘기시게요?]“쓸모없는 물건이니까요.”
[그럼 블랙마켓의 물품으로….]“아뇨. 제가 직접 만나겠습니다.”
[흐음, 나쁘지 않겠군요.]유진아는 바로 백우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목소리를 살짝 내리깔았다.
[다시 연락 드릴게요.]“감사합니다.”
백우진은 테이블 위로 각명주를 굴리며 전화를 껐다.
“예상외로 좋은 걸 얻을지도 모르겠는데.”
-젠장….
흑암은 굴러가는 각명주를 보며 검날을 부르르 떨었다.
-당시에 느낌이 좋지 않았던 이유가 이거였나. 더럽게 불안한데.
백우진이 각명주를 얻었을 때 한참을 놀렸는데 그 각명주로 무언가를 얻을 거라 생각하니, 갑자기 속이 거북해졌다.
“뭘 벌써부터 불안해하냐. 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잖아. 넌… 음?”
백우진은 피식 웃다가 휴게실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발걸음이 가벼운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엥? 검사님 혼자 뭐 하십니까?”
휴게실 문으로 멍한 표정의 무영객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청살은 잘 보내 주고 온 거야?”
“옙. 국밥 든든하게 멕여서 보냈습니다.”
무영객은 귀찮았다고 중얼거렸지만, 얼굴은 아쉬움으로 그윽했다.
“너 혹시 중국도 가 봤냐?”
“아, 제가 누굽니까! 한국의 자랑 무영객 아닙니까! 중국도 안 가 본 곳이 없슴다. 웬만한 건 다 훔쳤죠!”
무영객은 콧대를 쭉 세우며 허허허 웃었다.
-한국의 자랑은 지랄….
흑암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검날을 절레절레 저었다.
“중국어도 할 줄 알아?”
“훔치려면 그곳의 언어는 기본이죠. 아시다시피 전 연기나 변장도 하잖아요. 성조까지 완벽하게 마스터했슴다!”
무영객의 모든 일은 도둑질로 시작해서 도둑질로 끝났다. 참 일관성 있는 놈이다.
“뭐, 안내인 하나는 필요하겠지.”
백우진은 피식 웃고서 무영객에게 손짓했다.
“나랑 같이 중국이나 가자.”
“오오! 드디어 천무맹주의 목을 따러 가시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앞장서서….”
“내가 무슨 살인마냐. 가만히 있는 놈 목을 따게!”
-저것도 진짜 미친놈이야.
백우진과 흑암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도둑질할 때 빼고는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이 가질 않는 녀석이다.
“그럼 어디에 가시려는 겁니까?”
“절강성 검각.”
“아, 절강성도 좋죠. 거기에… 엥? 검각이요?”
무영객은 화들짝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절강성 보타산에 있는 검각이요? 여자들만 있는 중국 삼대 길드?”
“그래.”
“에휴, 검사님. 아무리 검각의 여검사가 이쁘다고 해도 거긴 무립니다. 남자는 못 들어가는 금남의 구역이라구요. 괜히 다 잡은 고기 놓치지 마시고… 어욱!”
“괜찮아.”
백우진이 무영객의 주댕이를 탁 치며 웃었다.
“그쪽에서 초대를 할 테니까.”
**
이틀 뒤.
백우진은 문주영, 무영객과 함께 중국 절강성에 도착했다.
“진짜 검각에 갈 수 있는 겁니까? 믿기질 않네요.”
무영객이 보타산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정식으로 초대됐으니까 가는 거지.”
문주영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네가 안 가 봐서 그래! 남자가 검각 근처에만 가도 검사들이 튀어나온다니까!”
“허튼 생각을 하고 가니까 그렇지! 검각은 등산로 정반대 편에 있잖아!”
문주영의 말이 맞았다.
검각의 위치는 등산로로는 갈 수 없는 곳이었기에 그곳에 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다른 마음을 품고 검각을 찾아갔었다.
검후가 검각의 문주가 된 이후 그런 인간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흐음….”
백우진은 보타산의 전경을 천천히 살폈다.
-딱 알겠군.
‘그래. 확실히 느껴져.’
저 산에는 힘을 숨긴 용이 살고 있었다. 하늘에 오를 듯한 강대한 기운을 가진 자가 바로 검후인 것 같았다.
“내가 도둑질하러 간 건지 어떻게 알아!”
“모기 새끼가 피를 안 빨고 그냥 가겠냐!”
“모기? 이 자식이….”
“그만 싸우고 가자.”
백우진은 문주영과 무영객의 어깨를 툭 치고 보타산의 입구로 향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앞에 서겠습니다!”
무영객은 히죽 웃고서 백우진의 앞에 서서 보타산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세 사람이 보타산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흰색 무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고개를 숙였다.
하얀 피부에 선명한 이목구비가 눈에 띄는 여성이었다.
“협제를 뵙습니다.”
번역기가 아닌 육성으로 들리는 한국어였다. 한국인이라도 된 듯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당신은….”
“검각의 칠검주 정소연이라고 합니다. 안내를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
“한국인?”
백우진이 눈을 치켜떴다. 검각에서 안내를 나온 사람이 한국인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맞습니다.”
정소연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한국인도 검각에 들어갈 수가 있었군요.”
“사람에겐 나름의 사정이 있으니까요.”
정소연은 무영객의 생각 없는 질문에 답을 해 준 뒤 올라갈 방향을 가리켰다.
“검각의 위치는 등산로와 반대편에 있습니다. 따라오십시오.”
그녀는 별말 없이 산을 올랐다. 안내인치고는 너무 담백하여 먼저 가는 등산객 같은 느낌이었다.
-저 여자, 안내를 할 성격이 아니군.
‘한국인이라서 시킨 것 같아.’
흑암의 말대로 정소연은 안내인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한국인이었기에 보낸 것 같았다.
‘그래도 빠른 건 마음에 드네.’
백우진은 앞서가는 정소연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녀의 걸음은 빠르면서도 멈추지 않았고, 검각이 그리 높이 있지 않았기에 금방 도착할 것 같았다.
예상대로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검각의 문 앞에 도착했다.
검각은 대문파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리 크지 않았고, 정문과 현판도 오래되어 빛이 바랜 상태였다.
스으윽.
정소연은 검각의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낡은 것과 달리 정비를 잘 했는지 문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들어오십시오.”
“와, 이렇게 재미없는 안내는 처음이야.”
“넌 좀 닥쳐! 너 때문에 소가주님이 망신당하잖아!”
백우진은 무영객과 문주영을 놔두고 정소연을 따라 검각에 발을 들여놓았다.
중앙에 사각의 10층 석탑이 세워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목조 건축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길드라기보다는 사당이나 절간을 보는 느낌이었다.
탑 앞에는 백의 무복을 입은 여성 검사들이 줄지어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크군.
흑암의 말은 이 장소가 아니라, 탑 앞에 있는 사람들을 말함이다.
-하나하나가 강자다.
‘그래. 괜히 소수정예라고 불리는 게 아니야.’
어린아이를 제외한 여성 검사들의 수준은 모두 6등급 이상에 7등급도 꽤 보였다. 어디에 내놔도 제 몫을 할 만한 검사들이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측 계단에서 맑은 종소리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백우진은 홀린 듯 고개를 돌렸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부드러운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온다.
눈동자는 흑진주처럼 반짝였고, 흑단 같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여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 안에 천하를 아우를 기운이 느껴졌다.
‘검후….’
검후가 마지막으로 사진에 찍힌 건 6년 전이고, 이미 나이가 일흔을 넘었음에도 그녀의 외모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엄청나군. 우리 대륙에도 저 정도 무인은 흔치 않은데.
흑암이 감탄할 정도로 검후는 막강한 기운을 보유하고 있었다.
가진 힘을 숨기고 있음에도 대기가 요동친다. 하늘에 서서 세상을 굽어보는 절대의 무인이었다.
천무맹주의 말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검후는 마지막으로 본 천무맹주보다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검후를 뵙습니다.”
백우진은 예를 담아 묵례를 취했다.
“협제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검후는 왼손으로 주먹을 만들고, 오른손으로 감싸 포권의 자세를 취했다.
포권의 위로 백우진을 보는 검후의 동공은 흔들리고 있었다.
백우진이 검후에게 감탄한 것 이상으로 그의 무위에 경악을 한 것이다.
‘중단과 상단을 모두 열었어. 20살에 이 수준이라니….’
고금을 뒤져도 약관에 저런 무력을 가진 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천무맹주를 밀어내고, 대연문주를 꺾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이제 내가 모실 테니, 소연이는 가서 쉬도록.”
“예.”
검후의 말에 정소연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좋은 차를 준비했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검후가 천천히 몸을 돌려 자신이 내려온 계단 위의 건물을 가리켰다.
백우진과 문주영, 무영객은 검후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와….”
“저 사람이 20살이라고?”
“기세 자체가 달라. 어느 정도 힘을 숨기고 있는지 파악할 수조차 없어.”
탑 앞에 있던 여성 검사들은 검후와 백우진이 문주전에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자신들의 문주 앞에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처음 봤기에 놀라움을 참지 못하고 백우진에 관해서만 떠들어 댔다.
“…….”
정소연은 네 사람이 들어간 문주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
검후의 방은 조촐하다는 말이 어울렸다.
넓지도 않았고, 사치품은 하나도 없었다. 방에 있는 것들은 전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들뿐이었다.
유일하게 눈길이 가는 건 침상에 누워 있는 금발의 여성뿐이었다.
검후는 백우진과 무영객, 문주영에게 직접 차를 따라 주고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서호용정이라는 차예요. 절강성에서 재배되는 녹차로 꽤 유명하죠.”
“오, 용정차! 검사님도 아시죠?”
번역기가 아니라, 귀로 듣는 무영객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들어봤어.”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로 입을 축였다.
차에서 나오는 깊은 향에 비해, 맛은 그리 진하지 않았다. 이 방처럼 담백하고 순수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연락해서 놀라셨을 겁니다. 급한 일이라 실례를 범했어요.”
“아뇨. 충분히 이해합니다.”
백우진이 뒤에 누워 있는 여성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 여자 때문에 검후가 네게 연락한 거로군.
‘그렇겠지. 죽어 가고 있으니까.’
금발 여성이 가진 기의 흐름은 가닥가닥 끊기고 있었다. 정신이든 정기든, 무언가가 무너진 게 분명했다.
“눈치채신 모양이군요. 맞습니다. 저 아이 때문에 연락드린 겁니다.”
검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혹시 웨어울프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검후가 낡은 탁자를 긁으며 무겁게 입을 뗐다.
“웨어울프라면 늑대인간 말씀이십니까?”
“맞아요.”
“상대한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놈들 꽤 강하지.
흑암의 말대로 웨어울프는 개체 하나하나가 보스급 강함을 가진 몬스터다.
호전적인 성격이라 굉장히 큰 피해를 주며, 영악하여 잡기 쉽지도 않았다.
이야기 속처럼 단순무식한 놈들이 아니기에 공략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웨어울프 중에서도 가장 강한 레드 일족들이 균열을 뚫고 나타난 적이 있었어요. 근처에 있던 마을 하나가 통째로 멸망했죠.”
“그런 건 들은 적이 없었는데….”
“중국 협회에서 정보를 통제했으니까요.”
검후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번역기를 통하고 있음에도 그녀의 서글픈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놈들은 바로 두 번째 마을을 습격했어요. 제가 외출했을 때 벌어진 일이라 저희 아이들이 웨어울프들을 막으려고 갔었지만, 막지 못했어요.”
“어느 정도길래….”
백우진이 눈매를 좁혔다. 밖에 있던 검사들의 실력으로 막지 못했다면 보통 놈들이 아니었다.
“놈들의 보스인 웨어울프 로드는 아무리 못해도 8등급, 주술까지 사용하면 9등급이 넘을 거예요.”
‘9등급….’
저 금발의 여성은 강기지경에 오르지도 못했다. 9등급 몬스터를 상대하고도 살아남았다는 게 대단한 일이었다.
-아마 가지고 놀았겠지. 그래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거고.
“결국 마을을 지켜 내지 못하고 저희도 많은 피해를 입었죠. 제가 뒤늦게 가서 아이들을 구해 내고 웨어울프들을 쫓아냈지만, 여희는 주술에 당해 깨어나지 못하더군요.”
검후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여희의 이마를 쓸어주었다,
“이 아이는 정신과 진원진기 모두에 피해를 받아 영약으로도 깨울 수가 없어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블랙마켓의 정보를 보았어요.”
“그랬군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 검후는 저 여희라는 여성을 위해 정보를 찾다가 연락하게 된 것이다.
“저희 검각이 할 수 있는 그 어떤 일이라도 하고, 어떤 물건이라도 구해 드리겠습니다. 제발 각명주를 넘겨 주세요.”
검후가 의자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아, 저기….”
“걱정하지 마세요!”
백우진이 당황하여 일어서려 할 때 검후의 말을 먼저 들은 무영객이 얼굴을 앞으로 들이밀었다.
“저희 검사님 칭호가 뭡니까! 협제 아닙니까. 협제! 팔다니요! 그냥 주실 겁니다!”
무영객은 말릴 틈도 없이 중국어로 자신만의 의견을 내뱉었다.
“너도 옹이눈은 아니로군.”
문주영이 번역기로 무영객의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 소가주님께서는 의협에 목숨을 거시는 분입니다. 다친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거래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무영객과 문주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백우진을 돌아보았다.
“…….”
백우진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 자신을 보는 시선들을 느꼈다.
‘이게….’
-크하하하!
흑암은 테이블 위로 올라가 폴짝 뛰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너 좆 됐다! 이제 거래라는 말을 꺼내면 죽일 놈 되는 거잖아!
‘으음….’
낄낄거리는 흑암의 말이 옳았다. 저렇게 반짝이는 눈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조건을 내미는 건 미친 짓이었다.
-무영객은 역시 또라이야. 아, 재밌어.
‘하여튼 무영객 저놈은 도움이 안 돼.’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도 부드럽게 거래로 제시할 수 있겠건만, 저 도둑놈의 주둥아리 때문에 다 망해 버렸다.
탁.
백우진은 살짝 손을 떨면서 테이블 위에 각명주를 올려놓았다.
“무, 물론이죠. 일단 사람부터 살려야지 않겠습니까.”
“아….”
각명주를 보는 검후의 눈동자가 바르르 흔들렸다. 그 눈빛에는 제자를 살릴 수 있는 기대감과 이 상황에 대한 당황, 그리고 의문이 담겨 있었다.
‘에휴….’
검후의 표정을 본 백우진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왜, 아쉽냐?
‘아니, 사람 목숨으로 뭘 받아 낼까 생각했던 내가 우스워서.’
물론 저 여성이 저리 심각한 상태일 줄은 몰랐지만, 사람의 생사를 가지고 장사를 하려 했던 자신이 한심했다.
‘그리고….’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검후의 자세.
그녀는 후계자나 가족이 아닌, 일반 문도를 위해 한참 어린 자신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떤 일이든, 무엇이든 주겠다고 말했다.
내가 원했던 길드의 모습.
저 모습은 자신이 항상 바라 왔던 문파의, 윗사람의 자세였다.
제대로 된 문파와 문주를 보았기에 마음의 망설임을 훌훌 털어 낼 수 있었다.
“이 녀석들 말이 맞아요. 이런 상황에서 무얼 요구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받으세요.”
백우진은 마지막 아쉬움을 털어 내며 각명주를 건넸다.
“역시 검사님이라니까!”
“소가주님!”
무영객과 문주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씩 웃었다.
“으음….”
검후는 백우진의 무력을 느꼈을 때보다 경악한 눈으로 백우진을 보았다.
처음엔 그의 눈동자에 아쉬움이 비쳤었지만, 지금은 그 아쉬움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이걸 그냥 주겠다고?’
각명주는 귀한 물건이지만, 그 이상으로 희귀하다.
천문학적인 금액이나 조건을 불러도 이상하지 않건만 그냥 준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많은 강자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백우진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너무 놀라 뭐라 대꾸가 나오질 않았다.
“저, 정말 이걸 그냥 주시겠다는 건가요?”
“차가 꽤 좋더라구요. 찻값으로 치죠. 저 여희라는 분이 건강하게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백우진은 차를 모두 마신 뒤 웃으며 일어섰다. 고개를 숙인 뒤 아무 망설임 없이 밖으로 나가려 문을 열었다.
그때 그의 상단전에서 피어나는 기운이 느껴졌다. 익숙하면서도 부족한 흐름이었다.
“잠깐만요!”
검후는 자신도 모르게 백우진을 불렀다.
“혹시 어검을 익히고 계십니까?”
굉장히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지금 꼭 물어봐야 했다.
“어, 어떻게….”
백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조금의 기운도 풀지 않았는데 자신이 어검을 익히고 있는 걸 어찌 알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제가 도움을 드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