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어검 (4)
다음 날 새벽.
검후는 아직 어둑한 하늘을 올려다보고서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 들어서지도 않았건만 검이 허공을 스치는 파공음이 들려왔다.
‘벌써 나왔군.’
어제도 밤늦게까지 연무장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새벽부터 나오다니 부지런하기도 하다. 하긴 그렇기에 저 나이에 저런 무력을 가졌겠지만.
검후는 한참 어린 후배에게 대견함을 느끼며 연무장과 연결된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의 중간에는 백우진의 호위인 문주영이 서 있었다.
“호위를 서시는 건가요?”
“아! 검후를 뵙습니다.”
문주영은 흠칫 놀란 후 검후에게 고개를 숙였다.
“두 분 다 부지런하시네요.”
“아, 그것이….”
“무슨 일 있나요?”
“소가주님께서는 어제 숙소에 들어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럼 수련으로 밤을 새우신 건가요?”
“예.”
“음….”
검후가 문주영의 눈동자를 자세히 살폈다. 약간 붉은 기가 보인다. 그 역시 백우진을 따라 이곳에서 밤을 새운 모양이다.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닌데.”
백우진이 어검술의 구결을 얻어 흥분한 건 알고 있었다. 수련의 난항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얻었으니, 피곤한 줄 모르고 연습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무리하는 건 좋은 수련이 아니다.
어검은 하루아침에 익힐 수 있는 삼재검법이 아니라, 연 단위로 수련해야 하는 상승 무예다.
처음부터 수련으로 밤을 보내는 건 좋은 판단이라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좀 말려야겠네요.”
검후는 싱긋 웃고서 연무장으로 내려갔다.
‘정말 그 자리에 있네.’
백우진은 어제 마지막에 본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어디 얼마나 변했나 볼까.’
밤새우며 수련을 했다고 해도 고작 하루이니, 별 기대 없이 백우진의 어검을 바라보았다.
반 토막 난 검.
그 검을 본 순간 검후의 눈동자가 파랑을 맞은 돛단배처럼 격하게 뒤흔들렸다.
“뭐, 뭐야 이게….”
자신도 모르게 생각이 목소리가 되어 흘러나왔다.
말이 안 돼.
백우진의 어검에는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의념이 들어서 있었다.
실보다도 얇디얇은 선이었지만, 그 선은 제대로 된 의념과 오러를 담아 내고 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제대로 된 어검의 길에 올라섰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가능한가?
‘내가 저 수준까지 오르기 위해 1년하고도 반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었는데….’
어검의 묘리를 깨닫고, 검과 자신의 혼을 연결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18개월이거늘 백우진은 단 하루 만에 그 경지에 올라섰다.
미리 어검의 수련을 해 왔다고 해도 너무 빨랐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후우….”
검후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백우진의 옆모습을 보았다. 그는 끊임없이 뭐라 중얼거리며 검을 조종했다.
수련을 방해할 순 없었기에 그의 집중이 풀릴 때까지 대기했다.
“쯧.”
해가 완전히 떠올랐을 때 백우진이 혀를 차고서 검을 회수했다.
눈동자에 빛이 돌아온 걸 보니, 집중이 깨진 것 같았다. 검후는 지금이라 생각하며 백우진에게 다가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어, 벌써 오셨습니까?”
백우진은 자신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고 있군.’
그의 얼굴을 보니, 스스로가 밤을 새웠다는 걸 알지 못하는 눈치다.
“하루가 지났어요.”
“예?”
백우진이 떠오른 태양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하루가 지났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어휴!
흑암이 지하 암반수에서 끌어 올린 듯한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저 여자의 말이 맞다! 이 또라이 자식아! 너 하루 동안 그 지랄 하고 있었다고!
‘전혀 몰랐어.’
하루가 지났다고?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느낌이라, 해가 졌다가 다시 떴다는 게 신기했다.
-네 옆에서 미치는 줄 알았다. 입으로는 계속 주문을 외우고, 눈깔은 하늘의 검만 처보고 대답은 안 하고. 아오!
흑암은 부모에게 장난감을 사 달라는 아이처럼 칭얼거렸다.
‘미안. 너무 집중했나 봐.’
백우진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오러 연공이 아닌, 수련만으로 이렇게 집중하게 된 건 오랜만이었다.
가슴을 넓게 채우는 고양감이 느껴지는 걸 보면 정말 하루가 지난 것 같았다.
“밤새 무슨 일을 한 거죠?”
“예?”
검후의 말에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게 무슨….”
“어제 봤던 어검과 완전히 달라졌어요.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이 속도는 말이 되질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채로 두드린 북처럼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무슨 말이지?’
-저 여자가 저렇게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응?’
-넌 양의심공의 능력 덕분에 어검을 수련하며, 검후에게 얻은 어검의 구결을 바로바로 체화시켰다. 초집중의 효과가 발휘되었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뤘지.
흑암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천재도 1년 이상이 걸리는 길을 단 하루 만에 걸었다. 그러니 검후가 저리 놀라는 건 당근빠따라고.
‘난 그냥 수련했을 뿐인데….’
백우진이 손에 쥔 암인검을 바라보았다.
-더 쉽게 말해 주마. 어제 네놈의 검이 비검에 가까웠다면, 지금 네 검은 어검에 가까워졌다. 이제 알아듣겠냐? 검의 신이 있어도 너 정도는 아니었을 거야! 운빨에 튀겨 먹을 자식아!
부러움이 가득 담긴 흑암의 목소리를 들으며 상단전의 기운을 살펴봤다.
‘달라졌어.’
어검의 기운은 어제와 달리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저 풀어헤친 구결을 어검에 적용하며 연습했을 뿐인데, 무시무시한 속도로 성장했으니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중간에 무아지경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저도 기억이 확실치 않아요.”
“하긴 그것밖에는 없겠죠.”
검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아지경이 아니고서야 저 발전은 말이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대단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문주영.”
“예!”
백우진의 부름에 계단 앞에 있던 문주영이 다가왔다.
“너도 계속 있었어?”
“당연히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문주영은 부동자세로 대답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영객은?”
“퍼질러 자고 있을 겁니다.”
“그 녀석답군. 지켜 줘서 고맙다.”
문주영이 ‘아닙니다’라고 말할 때 백우진이 말을 이었다.
“다만 너도 가끔은 그 녀석처럼 대충 넘겨. 여긴 검각인데 날 노릴 사람이 누가 있겠어.”
“전 소가주님의 호위입니다. 그 도둑놈처럼 편히 있을 수는 없죠.”
문주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너답긴 하다만.”
저런 융통성 없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그를 평생의 호위로 선택했지만, 조금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무영객이랑 쟤랑 섞으면 딱일 거 같지 않냐?
‘그렇긴 하겠네.’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흑암의 말대로 무영객과 문주영의 성격을 딱 반반씩 섞으면 평범한 녀석이 나올 것 같았다.
“어쨌든 그만 가서 쉬어. 호위는 무영객을 보내고.”
“그놈이 호위가 되겠습니까? 분명 사고나 칠 텐데….”
“여기서 하루 이틀 있을 것도 아니니까. 가서 쉬고 걔나 깨워서 보내. 명령이야.”
“음, 알겠습니다.”
문주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숙소로 향했다.
“협제께서는 계속 수련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지금 감이 딱 좋거든요. 아시잖아요. 수련은 감이 좋을 때 해야 한다는 거.”
“그건 그렇죠.”
검후는 대답을 하며 백우진의 눈동자를 보았다. 기대와 희열로 타오르는 눈동자. 제대로 된 무인의 눈이었다.
‘무서울 정도야….’
백우진의 재능과 열의에 순간 오싹한 소름이 돋아 올랐다.
반대로 기대도 되었다.
그가 얼마나 빨리 어검을 익힐 수 있을지, 어떤 어검을 만들어 낼지가 기대되어 심장이 요동쳤다.
‘제대로 해 볼까….’
사실 구결을 알려 주고 그의 어검술을 봐주는 거로 각명주의 빚을 갚았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그의 재능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저 재능은 진짜다.
그의 어검이 더 크게 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으음, 저 여자 또 뭔가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흑암은 생각에 잠긴 검후를 보며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어검을 다시 보여 주시겠어요?”
“어렵지 않죠.”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암인검을 허공으로 띄웠다.
‘의념과 오러.’
겉을 두르는 무형지기가 아니라, 검 내부에 의지와 기를 담아서 움직였다.
‘훨씬 빨라.’
무형지기의 조정이 아닌, 의념의 조정이었기에 검의 움직임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치이이잉!
암인검은 한 줄기 뇌전이 된 듯 번쩍이며 대기를 갈랐다.
속도는 훨씬 빨라졌고, 삐걱거리는 움직임은 줄었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한번 따라 해 볼까.’
좌측 담장에 있던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팔랑거리는 그 움직임을 노리며 암인검을 날려 보냈다.
파아아앙!
공기를 뚫어내는 파공음과 함께 쏘아진 암인검이 나뭇잎을 스치고 담장을 뚫었다.
쿠구구구.
담장에 볼링공만 한 구멍이 뚫리고, 그 뒤로 걸어오던 무영객의 경악한 얼굴이 나타났다. 녀석은 입에 물고 있던 물을 주르륵 뱉어 냈다.
“아깝네.”
“아, 아깝다니요! 절 못 죽여서 아깝다고 하는 거예요?”
무영객이 부들거리며 담을 넘어서 달려왔다.
“아니, 너 말고.”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양손과 고개를 동시에 저었다.
“음….”
검후는 무영객과 백우진의 만담을 듣지 않고 구멍 난 담벼락만을 보았다.
백우진이 어검으로 나뭇잎을 맞추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친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날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었다.
‘힘이 분산되지 않았어.’
백우진이 날린 어검은 벽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고, 둥근 구멍만을 만들어 냈다.
‘정신이 나가겠군.’
벌써 힘의 밀도를 모았다는 뜻이다.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았다.
“죄송합니다. 힘 조절을 못 해서 벽을 뚫어 버렸네요. 저건 제가 책임지고….”
“아뇨.”
검후는 낮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실 필요 없으니, 계속 검을 움직여 보세요. 이번엔 검을 느슨하게 잡는다는 느낌으로.”
결정을 내렸다.
백우진이 이곳에 있는 동안 그의 어검을 최대한으로 봐주기로.
‘전설에 한 획을 보태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반면 검후의 들뜬 눈을 보며 짜증이 일어난 사람도, 아니 검도 하나 있었다.
-이 아줌마 왜 이래! 걍 좀 놔둬!
**
번뜩.
크라온의 안광에 진득한 살기가 어렸다.
끼이이잉….
살기를 느낀 늑대들이 털을 바르르 떨며 고개를 내리깔았다.
“때가 다가왔군.”
크라온은 꽉 차기 직전인 달을 보며 손톱으로 바위를 긁었다.
부드드득.
두꺼운 바위가 마치 두부처럼 파여 나갔다.
“페토.”
“예!”
페토가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전사들의 상태는?”
“살의와 굶주림이 뒤섞인 최고의 상태입니다.”
“내일 움직인다.”
크라온이 비릿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물의 상태가 변한 겁니까?”
“몸 상태가 최고조로 올라갔다.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없으니, 내일 주술을 풀려고 하겠지.”
크라온이 흉흉한 기운을 피워 내며 몸을 일으켰다.
우우웅!
검후에게 당했던 어깨의 상처가 달빛을 받아 아물기 시작했다.
“내일 붉은 달을 띄운다.”
**
후우웅.
백우진은 허공을 수놓은 별을 따라 어검을 흘려보낸 뒤 회수했다.
“이제 좀 손에 익네.”
10일간 이루어진 밤낮 없는 수련으로 어검에 더 깊게 파고들 수 있었고, 구결의 해체와 해석도 어느 정도 끝마쳤다.
조금만 더 수련한다면 새로운 검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음….”
달그림자를 훑으며 하늘을 보았다. 꽉 찬 보름달이다.
‘벌써 10일이나 지났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초승달이었던 걸 생각하면 검각에 머문 지 10일이 지났다.
‘10일 치고는 많이 발전했지.’
어검이 지금의 경지에 오른 건 검후가 꾸준히 도와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와 실제 제자를 대하듯이 자신을 가르쳤다.
많은 제자를 키워 봤기 때문인지 딱 필요할 정도의 조언만 해 주고, 나머지는 자신에게 맡겼다.
여러모로 훌륭한 스승이었다.
-아아….
흑암은 땅에 박힌 채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았다.
“괜찮아?”
-괜찮아? 네 눈에는 내가 괜찮아 보이냐!
흑암이 저렇게 나오는 이유는 자신에 대한 부러움과 10일 동안 한 편의 드라마도 보지 못한 금단 증상이 동시에 왔기 때문이다.
-은밀의 숲 시즌 2! 트럼펫을 좋아하세요! 너 때문에 다 놓쳤어!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으니.”
이곳에서 어검의 수련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돌아가면 네가 보고 싶어 하던 거 다 틀어 줄게! 정말!”
-으으….
“그나저나 잘하고 있겠지?”
백우진은 검후와 여희가 있는 문주전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후는 10일 동안 여희의 몸 상태를 최대로 끌어 올렸기에 오늘 각명주를 사용한다고 했었다.
-그 여자 준비하던 거 못 봤냐? 문도 사랑이 아주 각별하잖냐. 실수할 리 없을 테니, 걱정 놔라.
“그렇긴 하지.”
검후는 여희의 몸 상태를 올리는 준비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확인했다. 스승으로서도, 문주로서도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럼 나는 오랜만에 연공이나… 응?”
백우진은 우측으로 고개를 돌렸다. 입구 쪽에서 무영객의 가식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도둑놈 또 사고 친 건가?
“한동안 조용하긴 했지.”
한숨을 내쉬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했다.
무영객과 칠검주 정소연이 서로에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빨리 돌려주세요.”
“저 아니라니까요. 생사람을 잡으시네.”
정소연은 손을 내밀었고, 무영객은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지?”
“헉!”
백우진을 본 무영객이 헛바람을 뱉어 냈다.
“너 무슨 사고를 쳤냐.”
“예?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수련은 벌써 끝나셨나요? 헤헤….”
“하아….”
백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의 표정만 봐도 감이 왔다.
‘이럴 때 보통 팔은 안으로 굽지만.’
-저 녀석은 예외지.
‘그래.’
문주영의 말대로 파리가 똥을, 모기가 피를 놓칠 리가 없다. 저 녀석이 무언가를 손댄 게 분명했다.
“수련은 끝나셨습니까?”
정소연이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가볍게 끝냈습니다. 저쪽 일도 있으니까요.”
백우진은 검후가 있는 문주전을 가리켰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헌데 무슨 일이죠?”
“처음 검각에 들어오셨을 때 입구 앞에 서 있던 석탑을 기억하시나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석탑의 층마다 운화라는 물건을 넣어 놨습니다.”
“운화?”
“바닥에 터트리면 구름 같은 운무가 퍼져 나오는 도구입니다. 정기가 있는 산에서만 만들어지는 영기 있는 물건이죠.”
정소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운화에 대해서 알려 주었다.
“혹시나 검각에 문제가 생기면 어린 제자들도 사용할 수 있게 탑에 넣어 두었는데 이분이 탑을 지나가신 이후에 그게 사라졌습니다.”
“아하.”
-정답이 바로 나오네?
“내놔.”
백우진은 고개를 젓고서 무영객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니, 검사님! 절 못 믿으시는 거예요? 절 어떻게 보시고….”
“이게 널 믿는 거야. 맞고 줄래? 그냥 줄래? 아니면 여기서 빨가벗어 볼래?”
“크윽….”
무영객은 입술을 부르르 떨다가 겨드랑이 속에 숨겼던 하얀 꽃봉오리들을 꺼냈다.
“저, 전 비누인 줄 알고… 커헉!”
“넌 나중에 뒤질 준비 해.”
백우진은 무영객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운화를 받아 정소연에게 돌려주었다.
“죄송합니다. 이 일은 검후께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아닙니다. 저분만 잘 관리해 주시면 됩니다. 이것 말고도….”
“예?”
“다른 제자들에게 꺼, 껄떡대시는 경우가 있어서요.”
정소연은 껄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얼굴을 붉혔다.
“예. 아주 확실하게 교육하겠습니다. 어?”
백우진은 무영객에게 이를 갈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이 기운은….”
검각을 둘러싸고 백 단위가 넘는 기운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절대에 오른 감각은 기운만이 아니라, 그 기운에 섞인 감정도 알아차렸다.
‘살기.’
살기로 타오르는 기파가 파도처럼 치솟았다.
“이거 운무를 뿜어내는 거라고 했습니까?”
“예? 아, 네.”
정소연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멀리 있었기에 그녀는 살기를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그거 전부 챙긴 뒤에 검각의 제자들을 데리고 문주전의 앞으로 가세요. 당장!”
“갑자기 그게 무슨….”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적이 오고 있습니다.”
백우진은 말을 마치고 담장을 박차고 천공으로 떠올랐다.
안력을 집중해 검각을 노리는 놈들을 살폈다.
-저놈들은….
‘웨어울프.’
수백 마리의 늑대 그리고 레드 웨어울프라 불리는 붉은 늑대인간들이 송곳니를 세우며 달려오고 있었다.
“얻어맞고 도망쳤다는 놈들이군.”
백우진은 몰려드는 웨어울프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안 그래도 움직이는 표적이 필요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