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94
294화. 어검 (5)
검각이 세워진 보타산에는 대연이라는 봉우리가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아니지만, 산세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라 산을 오르는 관광객이 한 번쯤은 들르는 명소다.
만월의 황금빛으로 신비롭게 빛나야 할 대연봉은 붉은 핏물과 갈가리 찢어진 시체로 뒤덮여 있었다.
기습을 당해 반항조차 하지 못했는지 바닥에는 전투의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크라온은 시체 위에 걸터앉아 장난감처럼 작게 보이는 검각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뒤에는 수백 마리가 넘는 적랑과 흑랑, 웨어울프들이 피 냄새를 맡으며 누릿한 살기를 흘리고 있었다.
“곧 만월이 중심에 뜰 겁니다. 바로 가시겠습니까?”
페토가 천천히 다가와 크라온의 앞에 섰다.
“아니.”
크라온이 씹던 살점을 뱉어 내며 고개를 저었다.
“저곳에 강자가 있다.”
“예? 검후가 대혈귀연의 주술을 해주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 여자가 아니야.”
대혈귀연의 주술을 해제하는 자의 기운은 자신을 공격했던 검후라는 여자와 똑같았다.
즉, 검후는 주술을 해주하고 있고, 불길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인간은 다른 놈이라는 뜻이었다.
“검후와는 다른 놈이다.”
이 예감에 가까운 후각은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검후가 힘을 쓰지 못하는 동안 저곳을 지킬 누군가를 부른 것 같았다.
원래라면 물러나야 했지만, 오늘의 달은 만월.
그 만월을 더 강하게 이용할 방법이 있기에 물러날 필요는 없었다.
“그러면….”
“적월을 띄운다.”
“정말 그 정도의 상대입니까?”
페토가 눈을 부릅떴다.
‘적월을 띄우려고 하시다니….’
만월일 때 늑대와 웨어울프의 힘이 1.5배로 강해진다면 적월일 때는 2.5배에서 3배에 가깝게 힘이 증폭된다.
적월 아래의 웨어울프와 늑대들은 무적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적월은 그냥 띄울 수 없다.
적월을 띄우기 위해선 보름달이 떠야 하고, 루비 중에서도 희귀한 블러드 루비를 사용해야 한다.
특히 쌓아 둔 혈기를 소모하기 때문에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적월을 사용해야 하는 자가 저곳에 있다고 하니, 조금 긴장이 되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
크라온은 페토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저었다.
“적귀보를 사용할 테니까.”
적귀보는 적월이 뜰 때 딱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로 자신의 기운이 존재하는 장소로 한순간에 이동할 수 있다.
즉, 적월이 뜨는 순간 대혈귀연의 주술이 남아 있는 검각의 내부로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방비 상태의 검후를 찢고, 그녀의 심장을 먹어 치운다면 날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무, 물론입니다!”
크라온의 말에 페토가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라.”
“크르르르!”
페토는 진득한 살기가 녹아 있는 크라온의 지시를 들으며 변신을 시작했다.
2m가 넘는 거구가 3m에 가깝게 커지고, 전신에서 붉은 털이 돋아났다. 늑대처럼 주둥이가 길쭉하게 늘어났으며 사람의 주먹만 한 이빨들이 솟아올랐다.
“크오오오오!”
“크르르르!”
“크어어어!”
페토가 투창처럼 길쭉하게 쏘아지는 포효를 내지르자, 늑대와 웨어울프들이 검각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크라온은 달려가는 늑대들을 보며 둥글게 세공된 루비를 꺼냈다.
빠직!
혈기를 사용해서 루비를 깨뜨리자, 루비에서 뻗어 나온 붉은 실들이 달을 향해 솟아올랐다.
“라페른 로푼란….”
크라온이 주술의 구결을 외우자, 루비에서 퍼져 나오는 붉은 실의 개수가 늘어나고 굵어졌다.
“모조리 제물로 만들어 주마.”
크라온은 조금씩 붉어지는 달을 보며 서슬 퍼런 눈동자를 빛냈다.
**
“늑대와 웨어울프라….”
백우진이 눈매를 좁혔다. 늑대 중에서도 강력한 적랑과 흑랑이 섞여 있었다.
웨어울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6등급에서 7등급 수준이고, 늑대들도 5등급 수준은 되었다.
숫자도 많고, 사방에서 개미 떼처럼 몰려들고 있었기에 검각의 제자들이라고 해도 위험한 상황이다.
‘검후가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을 노리고 들어오는 걸 보면 보통 놈들이 아니야.’
-여희라는 여자에게 걸린 주술을 이용해서 틈을 본 거다. 내 생각보다 더 뛰어난 놈들이었어.
검후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다고 하길래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위험한 놈들이었다.
저놈들 중에 순혈 웨어울프의 피를 이은 놈이 있는 게 분명했다.
‘어찌 됐든 준비해야 해.’
백우진이 땅으로 내려서며 두 눈을 빛냈다. 적들이 쳐들어오기 전에 그들의 기운을 느낀 건 큰 수확이다. 이걸 이용해야 한다.
“무, 무슨 일입니까?”
정소연은 사라졌고, 무영객은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적이 오고 있다고 했잖아. 너도 문주영 데리고 검후가 있는 곳으로 가.”
“예? 검각에 쳐들어오는 멍청이가 있다구요?”
“웨어울프랑 늑대들이다.”
“예에? 그놈들이 왜… 억!”
“시끄럽고 빨리 가!”
백우진은 무영객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문주영이 있는 숙소로 보냈다.
땡! 땡! 땡!
무영객이 숙소 쪽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밤을 깨우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소연이 상황을 파악하고 경종을 울렸을 것이다.
‘나도 움직여 볼까.’
백우진이 사방으로 기감을 넓게 퍼뜨릴 때 종을 친 정소연이 달려왔다.
“적이 누구죠? 그걸 알아야….”
“웨어울프가 늑대들을 데리고 달려오고 있습니다. 검후께 검을 맞고 도망친 놈들인 것 같습니다.”
“아!”
“조금만 더 있으면 검주께서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 그놈들이…. 알겠어요! 제자들을 전부 문주전 쪽으로 모을게요. 협제께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백우진의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가라앉았다.
“외부는 제가 맡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정소연은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취한 뒤 검사들을 데리고 문주전으로 달려갔다.
“북쪽이 진짜군.”
백우진은 땅을 박차서 북쪽의 담벼락으로 올라갔다.
늑대와 웨어울프들은 사방에서 몰려왔지만, 가장 많고 위험한 곳은 북쪽이었다.
-북쪽은 네가 막는다고 치고, 나머지는 어떻게 할 거냐?
“밥값을 해야 하는 녀석들이 있잖아.”
백우진이 손가락을 튕겼다.
쿠구구구!
공간이 네 갈래로 갈라지며 이그니스, 설빙, 레오, 크롬이 나타났다.
-진짜 개사기….
“이그니스는 동쪽, 설빙은 서쪽, 레오는 남쪽을 맡아.”
[크르르!] [캬오!] [갸르릉!]“벌레 한 마리도 통과시키지 마.”
정령들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각자 정해진 방향으로 날아갔다.
[크릉?]크롬은 ‘난 뭐 해?’라는 표정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혹시 모르니까. 넌….”
[크릉!]백우진의 마지막 지시를 들은 크롬이 두더지라도 된 듯 땅속으로 들어갔다.
“자, 그럼….”
백우진은 흑전호포의 특성 암운향을 발동시켜 기감을 두 배로 키웠다.
고무줄처럼 늘어난 기감을 주변만이 아니라, 산 전체에 닿을 수 있도록 넓고도 깊게 펼쳤다.
“저놈인가….”
북쪽에서 내려오는 늑대들의 중심에서 3m가 넘는 거대한 웨어울프가 보였다. 속도도, 가진 기운도 정상의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났다.
-못해도 8등급 후반이로군.
‘더 강한 놈이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놈들과 수준이 달랐지만 검후의 말과는 달랐기에 기감을 더 광대하게 퍼뜨렸다.
‘찾았다!’
방금 느낀 웨어울프과 비교도 되지 않는 막강한 기운이 저 멀리서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올려 보름달 바로 아래로 보이는 언덕을 보았다.
붉은 머리의 늑대인간이 있었다. 놈의 손아귀에서 솟구치는 붉은 기운이 달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달이 점점 붉게 변했다.
-적월! 적월이라니!
“적월?”
-웨어울프가 달에 따라 힘이 달라지는 건 너도 알겠지?
“그야 당연히.”
-적월은 웨어울프 중에서도 제대로 된 혈통을 가진 놈들만 쓸 수 있는 주술이다. 늑대족들의 능력을 거의 3배에 가깝게 끌어올려 준다.
“그럼 막아야지!”
-이미 늦었다.
백우진이 당장에 달려가려 할 때 흑암이 앞을 막았다.
-블러드 루비와 혈기가 만났으니, 저놈을 죽여도 멈출 수 없어.
흑암은 짜증 난 듯 혀를 차며 붉어지는 달을 보았다.
-거기다 네가 저기로 가는 것 자체가 함정이 될 수도 있다. 저놈도 결국 이곳으로 오게 될 테니, 여기서 늑대들을 막아라.
“그게 맞겠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늑대들과 웨어울프들의 기운이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면 검각의 무인들로는 버틸 수 없다.
“크어어어!”
“크르르르!”
고개를 내렸다. 늑대와 웨어울프들은 살기를 질질 흘려 내며 어느새 검각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여긴 출입 금지다.”
백우진이 암인검의 검집에 손을 올렸다.
치이이잉!
암인검이 홀로 검집을 빠져나왔다.
검날이 부러졌음에도 서늘한 예기를 빛내며 하늘로 떠올랐다.
두근!
심장의 고동과 암인검이 가진 기의 흐름을 동화시켰다.
암인검의 흐름과 심장의 고동이 일치했을 때 하얀 검신 위로 밤하늘보다 어두운 불길이 치솟았다.
“가라.”
백우진의 눈길을 따라 암인검이 낙하했다.
그 모습은 흡사 벼락.
암인검은 천공에서 떨어지는 우레가 되어 선두에 선 흑랑 무리를 덮쳤다.
콰아아앙!
부러진 검 한 자루를 내리쳤을 뿐인데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대지를 뒤덮었다.
십수 마리의 흑랑이 갈기갈기 찢어져 흙먼지에 파묻혔다.
우우우웅!
암인검은 구름처럼 둥실 떠올라 뒤이어 달려오는 적랑들을 향해 검은 불꽃을 뿜어냈다.
콰아아아아!
일자로 뻗어 나가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핏빛 이빨을 들이미는 적랑들을 모조리 갈라 버렸다.
“흩어져라!”
페토의 괴성을 담은 명령에 늑대와 웨어울프들이 부채꼴로 퍼졌다.
“크르르르!”
“크어어어!”
웨어울프들은 퍼지는 거로 모자라 높이가 다른 도약을 하며 달려왔지만, 그 발악은 아무 소용도 없었다.
치이이잉!
암인검은 유도 능력을 가진 빛의 화살처럼 허공을 수놓으며 웨어울프의 심장을 모조리 부숴 버렸다.
쿠구구궁!
검각 근처까지 왔던 적랑과 흑랑, 웨어울프들이 모조리 시체가 되어 땅으로 가라앉았다.
“이래서 어검술, 어검술 하는구만.”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그간의 연습 덕분인지, 어검의 방향 전환, 속도, 위력,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나, 나름 괜찮군.
“10일 동안 수련한 것 치고는 대단하지 않아?”
-끄으윽, 시, 십 일이라는 소리를 들으니까 혈압이….
흑암은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랐는지, 검극이 살짝 붉어졌다.
“어?”
아니다.
흑암의 검극만 붉어진 게 아니라, 세상 전체가 노을이 비친 듯 붉어지고 있었다.
하늘을 보았다. 누렇던 보름달이 피로 칠한 듯 뻘겋게 물들었다. 적월이라는 주술이 효과를 발휘한 것 같았다.
“크르르륵!”
“크아아아아!”
적월의 붉은 빛이 내려서자, 늑대와 웨어울프들의 눈동자에서 시뻘건 혈기가 솟구쳤다.
쿠구구구!
눈만이 아니다. 놈들의 기운 자체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증폭되었다.
“크어어어어!”
늑대와 웨어울프들이 이전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쿠구구구!
강해진 기운 때문에 놈들의 발에 밟히는 대지가 한 움큼씩 파여 나갔다.
“이게 적월인가….”
-그래. 저 정도로 빠르고 강해진다. 네가 빠져나갔다면 검각에 있는 인간들이 전부 죽었을 거다. 아무리 너라도 방심하면 위험하다.
“나도 기어를 하나 올리면 되겠네.”
백우진이 피식 웃고서 암영을 묵뢰로 전환했다.
빠지지직!
밤보다 짙은 칠흑의 뇌전이 사위를 휩쓸었다.
그 무시무시한 뇌전은 보이지 않는 의념을 통해 허공에 뜬 암인검마저 물들였다.
찌지지직!
암인검의 부러진 칼날 위로 2m에 가까운 뇌전의 칼날이 치솟았다.
“바로 어제 완성시켰지.”
묵뢰의 기운을 어검에 담아 위력과 속도, 무의 묘리를 증폭시키는 백우진만의 경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르!”
“크허헝!”
적월의 영향을 받은 늑대와 웨어울프들의 속도와 힘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묵뢰의 기운을 받은 암인검의 속도는 빛살과 같았고, 그 힘은 파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삭풍처럼 쏘아진 어검의 파장에 대지가 반원형으로 파여 나갔고, 늑대와 웨어울프들의 몸통이 사정없이 쪼개졌다.
위이이이이!
암인검은 눈이라도 달린 듯 검각으로 접근해 오는 늑대와 웨어울프들을 모조리 갈라 버렸다.
-무시무시하군….
흑암이 혀를 내둘렀다. 어검에 묵뢰의 기운이 담기니 검환보다도 막대한 위력이 터져 나온다.
적월이고 지랄이고 아무 소용도 없었다.
“다른 쪽도 잘 막고 있네.”
백우진은 다른 방향들을 둘러보며 씩 웃었다.
정령들이 남은 세 방향을 막고 있어서 검각에 침입한 늑대나 웨어울프는 한 마리도 없었다.
‘이제 저놈을 노려도 되겠어.’
좌측에서 달려오는 거대한 웨어울프를 보며 안광을 빛냈다.
‘족장은 아니라도, 부족장은 되겠지. 저놈을 처리하면 저 언덕 위에 있는 녀석도….’
백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없어!’
언덕 위에 있던 가장 강한 웨어울프가 사라졌다. 기감에 잡히지도 않았다.
‘도망쳤을 리는 없을 텐데…어?’
-뒤다!
흑암의 경호성이 터지기 전에 이미 알아차렸다. 검각의 내부에서 흉포한 기운이 솟구쳤다.
황급히 몸을 돌리며 담을 박찼다.
쿠웅!
언덕에서 사라졌던 웨어울프가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며 문주전의 지붕 위로 내려서고 있었다.
-허!
‘이 무슨!’
저 언덕에서 도약으로 이곳까지 온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만약 가능했다고 해도 놓쳤을 리가 없다. 어떤 능력을 이용한 게 분명했다.
“마, 막아!”
“문주전을 지켜!”
“크아아아!”
아홉 명의 검주와 문주영, 무영객이 동시에 달려들었지만, 웨어울프의 손톱에서 십(十)자로 뿜어진 혈기에 모두가 피를 뿌리며 튕겨 나갔다.
[크아아아아!]놈은 무시무시한 포효를 터트리며 문주전을 향해 뛰어들었다.
쿠구구구!
웨어울프의 혈기 어린 손톱이 문주전으로 쏟아질 때 거대한 돌기둥이 솟구쳤다.
[크릉!]혹시 모를 대비로 남긴 크롬이 석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웨어울프는 막강하면서도 민첩했다.
크롬이 두 번째 기둥을 만들어 내기도 전에 두꺼운 돌기둥을 파괴하며 문주전의 벽면을 깨부쉈다.
무너지는 벽면 뒤로 눈을 감은 검후와 여희가 보였다.
검후는 여희에게 걸린 주술을 해제하느라 웨어울프에게 대응할 수 없는 상태.
-저대로면 죽는다!
‘젠장!’
암인검은 다른 웨어울프에게 날려 보낸 후라 그걸 되돌리는 건 늦다. 직접 달려가는 건 더 늦다.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검후는 자신에게 진심을 보여 준 사람이다.
존경할 만한 무인에, 선배에, 문주였다. 그녀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뿌드득!
백우진이 이를 악물며 흑암을 쥐었다.
-야, 너!
‘이 방법밖에 없어.’
흑암은 손에서 떨어지면 힘을 잃기 때문에 어검술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선택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흑암으로 어검을 날리는 방법뿐이다.
치이이잉!
흑암을 향해 의념과 오러를 쏟아부었다.
-하여튼 이 막무가내는!
녀석은 다급한 상황에 그 뜻을 알아차리고 완벽하게 자신의 몸을 맡겨 주었다.
흑암의 기운과 의지를 받아들이며 웨어울프를 향해 시꺼먼 칼날을 겨누었다.
웨어울프의 시뻘건 손톱이 검후의 심장을 꿰뚫으려는 순간.
정전이 일어난 듯 머릿속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그건 어둠이 아니라, 새로운 빛이었다.
극에 이른 무의 묘리들이 어우러지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다.
뇌리의 끝에서 피어나는 깨달음을 따라 흑암을 쏘아 냈다.
[쾌, 강, 뇌, 정, 공, 변, 예, 절, 풍, 폭, 비의 격(格)을 담은 어검(御劍) 극리(極理)가 생성되었습니다.]그 무엇으로도 쫓을 수 없는 이질적인 빛이 공간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