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95
295화. 어검 (6)
“위험한 냄새를 피워 낸 게 바로 저 인간이었군.”
크라온은 적월을 띄우는 주술을 외우며 담장에 선 백우진을 살폈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강자.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검후와 비슷한 수준의 강자였다.
‘위험한 놈이야….’
적월의 힘을 받는다고 해도 검후와 저 인간을 동시에 상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물러날 필요는 없다.
‘검후는 대혈귀연을 해제하느라 움직이지 못하니까.’
대혈귀연은 적월과 마찬가지로 블러드 루비를 이용한 주술이다.
해주 아이템을 사용한다고 해도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간이 전력으로 도와야만 해제할 수 있는 지독한 주술이다.
지금 주술을 해제하는 사람이 검후이니, 타이밍만 맞춰서 적귀보를 사용하면 검후와 주술에 걸린 제물을 모두 먹어 치울 수 있다.
‘그럼 끝이지.’
적월을 받고, 제물과 검후의 심장을 먹는다면 저 인간 따위는 가볍게 목을 뽑을 수 있다.
“음?”
크라온이 백우진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저놈!’
손에 닿지도 않은 인간의 검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검후가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던 검술과 똑같은 능력이다.
콰과과과!
허공을 노니는 검은 막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적랑과 흑랑을 학살했다.
늑대만이 아니다. 웨어울프 역시 하늘을 나는 검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몸이 반으로 갈라진 채 대지에 처박혔다.
뿌드드득!
크라온이 거칠게 이를 갈며 적월의 주술을 가속시켰다.
캬아앙!
블러드 루비가 산산조각으로 쪼개지며 노란 달이 피에 잠긴 듯 뻘겋게 칠해졌다.
화아아아!
적월의 빛이 온 세상을 빨갛게 물들인 순간.
크라온의 신체가 우람하게 부풀기 시작했다. 만지면 화상을 입을 듯한 새빨간 털이 솟구쳤고, 탄력 넘치는 근육들이 팽창했으며, 가진 혈기가 몇 배나 늘어났다.
페토보다 작은 키였지만, 지닌 기운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크르륵!”
크라온은 변신을 마치고 다시 인간을 보았다. 놈은 늑대와 웨어울프들의 능력이 강화된 걸 알면서도 여유로웠다.
‘아직 힘을 숨기고 있는 건가.’
그 예상이 맞았는지, 인간의 주변으로 검은 뇌전이 퍼져 나갔다. 놈이 조종하는 검까지 뇌전으로 뒤덮였다.
‘저런 위력이라니….’
검은 뇌전을 두른 검의 위력과 속도는 파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검이 지나가는 공간 자체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강해지긴 했지만, 상정 범위 안이다. 계획대로 검후와 제물의 심장을 먹으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다.
고오오오.
크라온은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가진 혈기를 응축시킨 뒤 아래를 살폈다.
‘지금이다!’
인간이 페토를 향해 검을 쏘아 내는 순간. 대혈귀연의 주술에 걸린 제물이 있는 곳을 향해 적귀보를 사용했다.
우우우웅!
적귀보의 주술이 허공에 펼쳐지며 공간이 접혔다. 한 발을 내딛자 눈앞에 검후와 제물이 있는 건물이 나타났다.
“크허허헝!”
크라온은 포효를 내지르며 건물을 향해 뛰어내렸다.
“허억!”
“마, 막아!”
인간 검사들이 자신을 막으려 할 때 혈기를 터트리며 놈들을 모조리 밀어냈다.
콰아아아!
뒤이어 덤벼 오는 인간들도 걷어내 버리고 제물이 있는 건물로 달려들었다.
뿌드드득!
대지 정령이 만들어 낸 돌기둥을 깨부수고 안으로 향했다.
“크르르!”
크라온의 살기 어린 눈동자가 뻘겋게 번쩍였다.
‘있다!’
돌기둥과 건물의 벽이 무너지며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던 검후가 보였다. 예상대로 주술을 해제하느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죽어라!”
크라온이 땅을 박찼다. 반항조차 하지 못하는 검후의 심장을 향해 손을 내질렀다.
‘저년의 심장만 먹으면… 어?’
순간 오싹한 소름이 돋아 오르며 등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온다!’
좌측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도 무시무시한 힘과 속도를 가진 채로.
많은 싸움을 겪은 후각이 말해 주었다.
죽는다고.
검후를 죽일 수 있겠지만, 심장을 먹을 새도 없이 죽는다고 말한다.
“젠장!”
크라온이 좌측으로 몸을 돌리며 검후에게 향하던 손톱을 내질렀다.
‘검?’
날아오는 건 검이었다.
그 인간이 가지고 있던 반 토막 난 검이 아니었다.
서슬 퍼런 날카로움을 흘리는 흑검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쇄도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크라온은 포효를 내지르며 압축시킨 혈기를 폭발시켰다.
치이이잉!
하지만 흑검은 혈기가 터지기 전에 이미 코앞에 이르러 있었다.
콰아아아앙!
완벽한 힘을 펼치지 못한 크라온은 검에 담긴 막대한 기운을 이겨 내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커어헉!”
크라온의 꽉 다문 입을 뚫고, 피 분수가 뿜어졌다. 검을 막은 양팔과 좌측 옆구리에 뼈가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처가 드러났다.
하지만 적월의 빛을 받은 그의 상처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재생되고 있었다.
“크흐….”
크라온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훔치며 벌떡 일어섰다. 다시 달려들려고 할 때 자신을 밀어낸 흑검이 나타나 심장을 노렸다.
“감히!”
다섯 줄기의 혈기를 채찍처럼 휘둘러 흑검을 잡으려 할 때, 하늘 위에서 그 인간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앙!
인간이 내리찍은 발걸음에 대지가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졌다.
“크흑!”
크라온은 다급히 네 발로 뛰어 백우진이 펼친 검제군림보의 범위를 벗어났다.
고오오오!
백우진은 검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헤치며 크라온의 앞에 섰다.
“치졸한 멍멍아.”
흑암을 오른손으로 잡으며 시꺼먼 안광을 빛냈다.
“네 상대는 나다.”
**
-와, 시벌….
흑암은 부르르 떨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게 된다고?
검후가 꽤 마음에 들었기에 백우진을 도와주려 한 건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포기했었다. 시간이 너무 없었으니까.
하지만 저 미친놈은 그 짧은 순간에 깨달음을 얻어 새로운 검로를 만들어 냈다.
그것도 가장 어렵다는 어검의 검로를.
-왜 저놈만 저렇게 편애하는 건데!
깨달음이란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무인들이 일생을 살며 한두 번 얻을 깨달음을 저 운빨 녀석은 삼시 세끼 찾아 먹듯이 얻고 있었다.
-개빡치네….
이런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아주 배알이 꼴려서 뒤지겠다.
-이건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갔다.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하시든 마시든 나중에 하고. 지금은 싸움에 집중하시죠.’
백우진은 흑암의 불평을 흘려들으며 크라온을 보았다.
‘벌써 상처가 아물었어.’
극리에 얻어맞아 생겨난 상처가 완치 수준으로 아물었다.
인간이라면 죽을 수도 있는 치명상인 상처였건만, 저런 재생력이라니 욕이 절로 나왔다.
-웨어울프 하면 재생력이다. 트롤 이상이지.
‘재생력만이 아니야. 강해.’
웨어울프가 가진 비대하면서도 탄력 있는 근육만 봐도 놈의 육체가 가진 폭발력을 알 수 있었다.
전신에서 피어나는 핏빛 혈기 역시 9등급을 넘어선 막대한 기파를 뿜어냈다.
-너만 하겠냐? 괴물 같은 놈….
웨어울프는 정점에 이른 강함을 뿜어냈지만, 흑암의 말대로 진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크르르르.”
웨어울프 족장이 붉은 눈동자를 뒤르륵 돌리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크허허허헝!”
붉은 달을 올려보며 포효를 내지르자, 웨어울프의 전신이 붉은 혈기로 타올랐다.
고오오오!
적월의 힘을 술자인 자신에게만 집중시켜 5배에 가까운 힘을 끌어올리는 동귀혈이었다.
“크아아아아!”
크라온이 땅을 박찼다. 전보다 더 빠르고 흉폭한 기운을 뿜어내며 직선으로 내달렸다.
뿌득.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흑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더 강해졌어.’
속도, 힘, 혈기 모든 것이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해졌다. 처음에 보여 준 움직임과는 비교조차 되질 않았다.
샤아아악!
좌측으로 움직이던 웨어울프 족장이 번개처럼 방향을 꺾어 심장을 노려 왔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흑암을 올려 쳤다.
쩌어어엉!
묵뢰의 기운을 담아 낸 검격을 마주하고서도 웨어울프는 그리 밀려나지 않았다.
콰아앙!
백우진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돌진해 흑암을 내리그었다.
웨어울프는 부드럽게 허리를 돌려 검격이 떨어지는 자리를 벗어났다.
터어어엉!
놈은 다리에 스프링이라도 장착한 것처럼 검각의 건물들을 부수며 자신의 주변을 돌았다.
‘음….’
놈의 움직임은 변칙적이면서도 빨라 눈으로 찾기 힘들 정도였다.
고오오오!
백우진은 눈이 아닌 기감으로 웨어울프의 움직임을 쫓았다.
쿠구구구!
좌측 후방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쇄도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저게 아니야.’
백우진은 유의 보법을 밟으며 좌측이 아닌, 우측 후방을 향해 몸을 돌렸다.
‘예상대로.’
좌측 후방에서 날아온 건 무너진 건물의 벽면이었고, 우측 후방에서는 소리와 기척 없이 웨어울프가 짓쳐 들고 있었다.
부드럽게 땅을 밟아 벽면을 피해 낸 뒤 웨어울프가 쏟아 내는 혈기의 손톱을 직시했다.
콰아아아아!
혈기가 빛무리처럼 치솟아 전신을 휘감으려 할 때 당황하지 않고 섬야를 내리쳤다.
콰아아앙!
흑암의 칼날에서 타오른 어둠의 손톱이 크라온의 혈기의 손톱과 격돌했다.
쿠구구구!
막대한 충격파가 퍼져 나가며 검붉은 기운이 하늘까지 솟구쳤다.
“크아아아!”
크라온은 그 강대한 충격파를 몸으로 견디며 돌진해 왔다.
“막싸움 좋지!”
백우진은 빙긋 웃고서 달려오는 크라온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쩌어어엉!
크라온은 왼손으로 검을 막아 내고, 오른손으로 백우진의 왼쪽 가슴을 뚫어 버리려다가 멈춰 섰다.
“크으윽!”
왼손으로 막은 검이 너무도 무거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산 자체를 담은 듯한 무게였다.
무령참.
백우진이 중의 묘리에 있어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검로 무령참을 내리친 것이다.
“크오오!”
크라온은 혈기로 소용돌이를 만들어 무령참을 밀어낸 뒤 사선으로 손톱을 내리쳤다.
치이이잉!
백우진은 오러의 벽을 세워 혈기의 파장을 차단하고 흑암을 횡으로 그었다.
쩌저정!
인간과 웨어울프는 혈기와 오러가 폭발하는 기의 파도 속에서 힘을 맞부딪쳤다.
쾅! 콰아앙!
백우진과 크라온이 격돌할 때마다 검붉은 기운이 치솟으며 보타산 전체를 뒤흔들었다.
콰아아아앙!
백우진은 적월과 주술로 강화된 크라온과 싸우면서도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기운만이 아니라, 육체의 힘마저 압도했다.
“크허억!”
크라온이 검은 피를 토해 내며 뒤로 물러났다.
“어, 어떻게….”
괴물이다.
저 인간이 가진 기운이 너무도 파괴적이어서 적월로 얻은 회복력과 재생력도 따라가질 못했다.
“이대로 끝나진 않는다!”
크라온이 가지고 있던 혈기를 최대로 끌어 올렸다. 격렬하게 뿜어지는 혈기를 칼날처럼 갈아 자신의 몸과 함께 쏘아 냈다.
콰아아아!
지옥의 귀장이 붉은빛의 화극을 던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끝을 내자는 건가.”
백우진은 공간을 찢으며 쇄도하는 혈기의 창날 앞에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치이이잉!
흑암의 칼날에 묵뢰의 기운을 가득 담아 수직으로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극에 이른 혈기와 강기가 어우러지며 막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번뜩.
강철을 녹여 버릴 듯한 이글거리는 힘의 파장 속에서 크라온의 붉은 눈이 빛났다.
“크아아아!”
크라온은 물러나지 않고 앞을 향해 돌진했다.
강기가 휘몰아치는 파동을 몸으로 견디며 혈기를 내뻗어 왔다.
치이이잉!
백우진이 크라온의 오른쪽 상반신을 베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뿌드드득!
오른쪽 상반신을 줄 테니, 심장을 가져가겠다는 듯 남은 혈기를 펼쳐 냈다.
“내 승리다!”
크라온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숨겨 둔 왼손으로 백우진의 심장을 찔렀다.
“기억력이 나쁘군.”
위기의 순간에도 백우진의 표정에는 조금의 당황도 비치지 않았다.
“뭐?”
“나한테는 검이 두 개야.”
백우진의 시선이 적월 아래에 선 암인검으로 향했다.
“극리.”
암인검으로 사용하는 극리가 밤을 가르는 빛의 길이 되었다.
“아, 안 돼!”
“어딜 가려고.”
죽음의 냄새를 맡은 크라온이 다급하게 도망치려 했지만, 백우진은 그의 왼팔을 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크아아아!”
크라온은 도망을 포기하고 혈기를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자신을 보호했다.
뻐어어억!
하지만 극리는 혈기로 뒤덮인 벽을 뚫어 버리고 크라온의 왼쪽 가슴을 터트려 버렸다.
“커어헉!”
크라온의 등과 입에서 살벌한 양의 피가 뿜어졌다.
‘지금!’
백우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놈의 가슴을 향해 흑암을 박아 넣었다.
“끄으으! 거, 검 두 개를 동시에….”
크라온이 눈동자를 바르르 떨며 무릎을 꿇었다.
고통 때문이 아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 이 인간 때문이다. 이런 능력이 있다니, 검의 신이라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개사기, 아주 개똥 같은 사기….
흑암이 혀를 내둘렀다.
-이걸 어떻게 막아!
앞에서 검으로 싸우다가 어검을 이용해서 뒤를 찌르다니,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완벽한 합공이었다.
-망할 양의심공.
이게 바로 양의심공의 무서운 점이자, 대단한 점이었다.
“죽기 전에 하나 더 알려 줄까?”
“무, 무슨….”
“네 부하들이 너무 늦은 것 같지 않아?”
“어…?”
크라온이 피를 토하며 눈을 부릅떴다. 놈의 말이 맞았다. 한참 점에 왔어야 할 페토와 북쪽의 늑대들이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네 뒤에 꽂힌 검으로 전부 처리했어.”
암인검이 늦게 온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암인검을 뒤에 남겨서 북쪽에서 들어오는 웨어울프와 늑대들을 모두 처리했다.
“사실 마음만 먹었으면 넌 아까 죽었다는 뜻이지.”
“이, 이놈! 네놈만큼은!”
크라온이 피를 뱉어내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네놈만큼은 같이 데려가 주마! 어?”
앞의 인간과 이 장소를 터트리기 위해서 자폭을 하려던 그가 굳어 버렸다.
‘어, 없어!’
주머니에 넣어둔 마지막 블러드 루비가 없었다. 대체 언제 사라진 건지 느끼지도 못했다.
“서, 설마 아까….”
“심장이 깨졌는데도 죽지 않는다니,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군.”
백우진은 쯧 혀를 차고서 크라온의 몸에 박힌 흑암과 암인검을 동시에 뽑았다.
촤아아악!
흑암을 수평으로, 어검을 사용하는 암인검을 수직으로 그었다.
쩌어억!
혈기가 홍해처럼 갈라지며 크라온의 몸에 십자 형태의 붉은 선이 그어졌다.
“마, 망할….”
크라온은 허우적대며 뒤로 넘어갔다. 억울했는지 숨이 끊어진 상태에서도 부릅뜬 눈으로 문주전을 보고 있었다.
“먼저 공격해 놓고, 억울한 건가? 양심도 없는 놈들.”
백우진은 암인검의 피를 털어 낸 뒤 검집에 넣었다.
우우우웅!
하늘에서 내려오던 불길한 적빛이 사그라지며 원래의 노란 달이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끝났네.”
백우진은 주변을 돌아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문주전은 크롬이 있어 준 덕분에 완벽하게 보호되었고, 다른 곳 역시 정령들 덕분에 큰 피해가 없었다.
부서지고 무너진 곳은 자신과 웨어울프 족장이 싸운 이 장소뿐이었다.
-양심은 네놈이 없지.
“응?”
-어떻게 그따구로 성장하는 거냐?
흑암은 백우진의 손에 들린 상태에서 발버둥 쳤다.
-양의심공에 어검술에, 어검술 검로? 아주 지랄을 해요!
보상을 받을 때마다 로또가 터지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근데 얘 마지막에 좀 이상하지 않았어?’
백우진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크라온을 가리켰다.
-말 돌리지 말고!
‘무언가를 놓친 듯한 표정이었잖아.
-검후에게 복수하지 못해서 아쉬웠나 보지. 봐라. 눈도 문주전을 보고 있잖아.
‘그런 거 같지는 않았는데….’
백우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주전으로 걸어갔다.
“와….”
“어….”
“으억….”
검각의 검사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턱이 나갈 정도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문주영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이 실전에서 어검술을 쓴 것에 감격한 것 같았다.
“별거 아니….”
“히히!”
손을 저을 때 돌무더기 뒤에서 무영객의 얍실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롬.”
백우진은 크롬을 쓰다듬으며 돌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쿠구구구!
사라지는 돌무더기 뒤로 무영객의 모습이 드러났다. 녀석은 빨갛게 반짝이는 보석을 보며 히죽이고 있었다.
“억?”
백우진을 발견한 무영객이 움찔 놀라고서 보석을 황급하게 뒤로 숨겼다.
“어, 언제 끝나셨습니까?”
“그거 뭐냐?”
“예? 아무것도 아닙… 으헉!”
백우진은 무형지기를 이용해서 무영객이 가진 보석을 끌어왔다.
“이 안에 아까 그놈이 사용한 기운이 들어 있는 것 같은데….”
보석의 내부에서 웨어울프 족장이 사용했던 혈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아, 그게….”
무영객은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 아까 훔쳤어요.”
“어엉?”
-에엥?
“허억!”
백우진, 흑암, 문주영이 동시에 헉 소리를 뱉었다.
“대체 언제?”
“아까 늑대인간이 갑자기 튀어나왔잖아요.”
“그래.”
“빠르게 스캔했는데 늑대의 주머니가 불룩하더라구요.”
“허….”
“사람들이 달려들 때 같이 접근해서 빼냈습니다. 헤헤.”
무영객은 쑥스럽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딱 보니까 귀중한 것 같아서 손이 저절로 갔슴다.”
“어?”
문주영이 눈을 부릅뜨며 무영객에게 다가갔다.
“서, 설마 나 받아 줄 때?”
“맞아.”
“이익! 난 네가 날 구하느라 뛰어든 줄 알았다고!”
웨어울프에게 당해서 바닥으로 떨어질 때 무영객이 자신의 몸을 받아 주어서 친구를 잘 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 망할 놈은 보석을 훔친 뒤 자신의 몸을 받쳐 주는 척하며 빠져나온 것이다.
“너한테 감동했는데. 악마 같은 도둑 새끼!”
-와….
흑암은 진심으로 무영객에게 감탄했다. 이 도둑놈은 진짜 중의 진짜였다.
‘늑대가 왜 저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겠네. 요놈 때문이었어.’
-야, 너희 세계의 최강자는 저 도둑놈이 아니냐?
‘그럴지도….’
백우진은 무영객을 보며 질린 듯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