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어검 (7)
땡! 땡! 땡!
검각에 침입자가 들어왔을 때만 울리는 경종 소리.
검후는 그 긴급한 소리를 듣고서도 움직이지 못했다.
‘하필 이런 상황에….’
여희에게 걸린 주술은 생각보다 훨씬 지독했다.
각명주만이 아니라, 백운선공의 오러까지 이용하고 나서야 간신히 밀어낼 수 있었다.
주술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고, 여희의 몸에 백운선공의 오러를 주입시켜 놓은 상태였기에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오고 있어.’
경종 소리를 들은 제자들이 문주전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누가 공격해 온 거지? 어?’
해주를 최대한 빠르게 끝내기 위해서 각명주와 오러의 순환을 가속시키려 할 때 주술에 담겨 있던 혈기가 크게 출렁였다.
겁에 질린 듯 밀려나던 주술의 기운이 갑자기 상승하다니, 너무도 이상한 일이다.
‘설마….’
검후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딱 하나.
주술의 술자인 웨어울프가 가까이 왔다는 뜻이다.
‘젠장….’
하필 이 순간에 오다니, 운도 더럽게 없다. 아니, 이 순간이기에 왔을지도 모르겠다.
‘잠깐만.’
생각해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주술이 반응한 건 조금 전인데 제자들은 적이 온 걸 어떻게 알아서 경종을 치고 이곳에 몰려왔단 말인가.
‘협제!’
이제야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백우진이 웨어울프들의 접근을 알아차린 덕분에 미리 경종을 치고 제자들을 부른 게 분명했다.
‘그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어.’
어검술의 성취는 자신이 높지만, 전투에 있어서는 그가 위다.
백우진이라면 웨어울프들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막아 줄 수 있을 거다.
우우웅.
검후는 여희의 몸에 주입한 오러를 조금 빼내서 주변으로 흘렸다.
제자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고, 백우진의 기운은 북쪽에서 느껴졌다.
‘말도 안 되는 오러야.’
그가 가진 무시무시한 기파에 몸이 떨릴 지경이다. 지금의 백우진이라면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으리라.
‘그럼 내가 할 일은….’
검후는 백우진을 믿고 주술을 제거에 온 힘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정신을 집중해서 마지막 발악을 하는 주술을 공격하려 할 때.
‘아….’
전신에 소름이 돋아오르게 만드는 흉포한 기운이 느껴졌다. 자신이 상처를 입혔던 웨어울프 족장의 혈기였다.
콰아아아!
웨어울프가 혈기를 뿜어내서 검사들을 밀어내고 벽을 부수는 소리가 생생히 들려왔다.
‘마, 망할!’
여희의 몸에서 오러를 순환시키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연결을 억지로 끊는다면 자신과 여희 모두가 위험해진다.
샤아악!
놈의 손톱이 다가오는 파공음이 들려왔다. 어찌할 바가 생각나지 않았다.
‘늦었어.’
머릿속에 죽음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질 때 북쪽에서 어마어마한 힘이 폭발했다.
콰아아앙!
단 한 번도 감지한 적 없는 속도를 가진 무언가가 날아와 웨어울프를 밀어내는 굉음이 들려왔다.
‘이건….’
백우진의 기운이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격이 달랐다.
강하면서도 빠르고, 현묘한 변화마저 섞여 있었다. 어우러진 무의 묘리가 몇 가지인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쿠웅! 쿠구구궁!
멀리서 백우진과 웨어울프가 격전을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대한 빨리!’
검후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여희의 주술을 지웠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백우진을 믿고, 저주를 없애는 일이었다.
‘거의 다 됐어. 음?’
주술을 거의 밀어냈을 때 주술이 크게 뒤틀렸다.
아까처럼 발악하는 게 아니라, 마른 낙엽처럼 스스로 바스러졌다.
‘지워졌어.’
여희의 몸에 남아 있던 주술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몇 번이나 확인해도 마찬가지였다.
‘놈이 죽은 거야!’
주술을 건 웨어울프가 백우진의 손에 죽었기에 주술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다.
‘후우….’
검후는 천천히 오러를 회수한 뒤 눈을 떴다.
여희의 몸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창백했던 혈색이 붉어지고 있었고, 끊어지던 호흡이 안정적으로 돌아왔다. 주술의 흐름은 느껴지지 않았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유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괜찮은 것 같았다.
여희의 이마를 쓰다듬어 준 후 뒤를 돌았다. 무너진 벽면 사이로 녹아내리는 붉은 달이 보였다.
황금빛으로 바뀌는 달빛을 받으며 백우진이 다가온다.
‘달라졌어.’
보는 즉시 알 수 있었다. 그가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뤘다는 걸.
‘정말 대단하다니까.’
검후가 헛웃음을 흘렸다. 어검술의 묘리를 알려주고 지도해 준 지 10일 만에 저런 경지에 오르다니 앞에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다.
“음?”
검후는 백우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일어나다가 멈췄다.
“으….”
여희가 몸을 바르르 떨고서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여희야!”
“사, 사부님? 제가 왜….”
“아아!”
검후가 여희를 꼭 끌어안았다. 기억도 온전했고, 눈동자에 주술의 잔재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행이구나. 정말 다행이야.”
“사부님….”
여희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검후의 따스한 온기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문제없이 일어나신 모양이네요. 축하드립니다.”
뒤에서 들린 진중한 목소리에 검후가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벽면 옆으로 백우진이 부드럽게 웃고 있었고, 제자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백우진 님.”
검후는 백우진에게 다가가 머리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였다. 포권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백우진의 인사를 따라 했다.
“저와 이 아이만이 아니라, 검각에 있는 모두를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검후를 따라 검각의 모든 검사들이 백우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음!”
“쩝….”
문주영은 흐뭇하게 웃으며 가슴을 움켜쥐었고, 무영객은 백우진의 손에 들어간 블러드 루비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 은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할 일을 했을 뿐이니, 갚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백우진은 검후를 일으키며 싱긋 웃었다.
“검사끼리 돕고 사는 거죠.”
“허….”
검후가 백우진의 눈을 보며 헛숨을 뱉어냈다. 백우진의 눈동자에는 사심이 없었다. 그는 이 일을 정말 그리 대단한 은혜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성격은 그 강함 이상으로 경악스러웠다.
“저도 나름의 수확이 좀 있습니다.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아! 깨달음을 얻은 것을 축하드립니다!”
“알고 계셨나요?”
“기운을 느꼈을 뿐이지만, 훌륭한 어검이라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백우진의 어검술은 자신이 펼쳐놓은 감각을 벗어날 정도로 빠르면서도 난해했다.
“이곳에 온 지 고작 10일 만에 제 10년을 따라잡았네요. 질투가 일어나야 정상이지만, 질투는커녕 부러움도 들지 않아요. 협제께서는 그런 매력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금칠해 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직 멀었어요.”
“금칠이라뇨. 전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렸을 뿐이에요.”
백우진과 검후는 서로를 보며 둥실한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사람들도 그 둘과 함께 보름달 같은 미소를 지었다.
-매력은 지랄! 난 부러워 뒤지겠다!
“아, 내 루비….”
한 검과 한 도둑을 제외하고.
**
부서진 곳의 정리는 날이 밝은 후 시작하기로 하고 백우진은 숙소로 돌아왔다.
“읏차.”
방에 들어오자마자 대자로 드러누웠다.
“어우, 생각보다 피곤하네. 머리가 어지러워.”
-어검술을 그렇게 마구잡이로 퍼부어 놓고 멀쩡한 게 신기한 일이지.
흑암이 툴툴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넌 오러가 많을 뿐이지, 무한의 오러를 가진 게 아니야. 주의해라.
어검술의 오러 소모는 검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양의심공까지 운용해서 두 곳에서 전투를 치렀으니, 당연한 일이다.
“어검술로 싸운 첫 번째 전투잖아. 폭주 정도는 해 줘야지.”
-첫 번째….
흑암은 첫 번째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백우진은 오늘 전투를 수십 년 동안 어검을 써 온 무인처럼 실수 없이 해냈다.
그게 어떻게 어검으로 싸우는 첫 번째 전투였단 말인가. 누구도 믿지 않을 거다.
“이곳에 와서 수확이 크네.”
백우진이 씩 웃었다.
각명주를 주고 적당한 영약이나 무예를 얻으려 했는데, 제대로 된 어검술을 익히고, 그 어검술의 검로마저 만들어 냈다.
벼락을 맞는 확률의 행운이 연속으로 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큰 게 아니지. 이 짜식아!
흑암은 진동이 온 듯 칼날을 바르르 떨며 다가왔다.
-네 운빨은 사기라는 단어로도 설명이 안 된다고!
백우진의 운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깨달음을 얻어서 11가지 묘리가 담긴 어검의 검로를 만들다니.
이놈의 운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이게 다 노력의 결과….”
-똥 싸고 있네!
흑암이 빽 소리를 질렀다.
-노력은 좆이나! 넌 아예 격이 달라! 심심하면 무아지경에 들어가고, 밥 먹듯이 깨달음을 얻잖아!
“왜 화를 내냐.”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운이 좋은 건지, 때가 잘 맞는 건지.
-웨어울프가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고.
앞에는 괴물, 뒤에는 괴물 이상의 어검이 공격하는데 웨어울프가 아니라, 고대종이라 해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웨어울프 하니까 생각나네.”
백우진은 주머니에 넣어둔 블러드 루비를 꺼냈다.
“이거 감정 좀 해 봐.”
-무영객의 코 묻은 보석도 뺏고 아주 잘나셨어.
“다른 거 챙겨 줄 거야. 걘 이거 못 쓰니까.”
이 보석에 들어 있는 기운은 웨어울프가 뿜어내던 혈기와 같았다. 자칫 잘못해서 깨진다면 위험하다.
-젠장! 느낌이 좋지 않은데….
흑암은 짜증을 내면서 아우라로 보석을 덮었다.
[블러드 루비]등급: 레전더리.
혈해에서 만들어져 혈기가 가득 담겨 있는 보석이다. 최상급 주술이나 저주의 힘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걸 써서 그 여자에게 주술을 걸었던 모양이네.”
각명주를 썼는데도 쉽게 주술이 풀리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블러드 루비로 주술을 걸었기에 깨기 힘들었던 거다.
-이걸 어쩌냐?
흑암이 히죽 웃었다.
-주술이나 저주면 너랑은 거리가 한참 멀잖아. 각명주 이상으로 무용지물이네.
각명주는 다른 사람을 치료하기라도 하지, 이건 정말 쓸데가 없었다.
좋지 않은 물건이기에 남에게 넘기거나 팔 수도 없었다. 분명 범죄에 이용될 거다.
“쓸 방법 있는데?”
백우진이 씩 웃었다.
-뭐?
“네가 정수기를… 아니, 네가 정화를 해 주면 되잖아.”
-너 방금 정수기라고 하지 않았냐?
“정화라고 했어.”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덤덤하게 고개를 저었다.
“너한테는 정화 능력이 있으니, 혈기를 정화시켜서 나랑 나눠 가지면 되잖아.”
-말을 돌리는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 이건 너한테도 좋은 일이야. 시스템의 관여도 없을 테니, 루비에 담긴 기운을 반땡 할 수 있다고. 네가 정수, 아니 정화만 해 주면 돼.”
-너 자꾸 정수기라고!
흑암이 적월을 받은 것처럼 검날을 붉게 물들였다.
“진짜 실수야! 그러면 네가 3분의 2 먹고, 나한테는 3분의 1만 줘.”
-응? 지, 진짜?
“난 얻은 게 많으니까. 친구를 위해 양보 정도는 할 수 있지.”
백우진이 너그럽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커, 커흠! 그렇다면야 뭐, 맘 넓은 내가 받아들여야지.
흑암은 못 이기는 척하며 백우진의 손에 내려앉았다.
치이이잉!
서슬 퍼런 흑빛을 내뿜으며 흑암의 칼날이 길쭉하게 치솟았다.
백우진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앞에 블러드 루비를 내려놓았다.
“혈기가 흘러가지 않게 전부 다 흡수해야 해.”
-식은 죽 먹기다. 너나 잘해.
흑암은 빨리하라는 듯 검날을 떨었다.
빡.
백우진은 흑암의 검극으로 블러드 루비의 중앙을 꿰뚫었다.
뿌드득!
사탕을 깨물어 씹는 듯한 감각과 함께 막대한 혈기가 터져 나왔다.
“흑암!”
-알고 있다!
흑암은 자신의 기운을 둥글게 퍼뜨려서 흘러나오는 혈기를 모조리 빨아들였다.
-너도 오러 연공을 시작해라.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오러 연공을 시작했다.
흑암은 혈기의 독소들을 정화시킨 뒤 순수해진 기운을 넘겨 주었다.
‘마나의 양도 양이지만, 순도가 높아.’
단전으로 들어오는 순도 높은 마나에 전율이 일었다.
역시 흑암의 정화는 최상급 정수기에도 뒤지지 않았다. 좋지 않은 기운은 모두 거르고 순수한 기운만을 내주었다.
‘잘하면 마나 능력치가 올라갈지도 모르겠는데.’
더 효율 높게 오러를 쌓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하고 연공법을 극성으로 운용했다.
고오오오!
백우진과 흑암은 정화된 혈기를 공유하며 서로가 가진 기운을 함께 상승시켰다.
-이쯤이면 됐군.
약속은 약속.
흑암이 30분 동안 정화된 혈기의 3분의 1을 넘겨주고 멈추려 할 때였다.
우우우웅!
백우진이 오러 연공을 하며 흡의 묘리를 운용해 더 많은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야 이 자식아!
흑암이 다급하게 비명을 질렀다.
-약속이랑 다르잖아!
“…….”
대답이 없다.
상태를 보니, 그사이에 연공에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어! 악마도 찜쪄먹을 사악한 놈아! 내가 질 거 같으냐!
의식이 있는 것보다 무의식이 된 게 더 빡친다. 절대 넘겨줄 수 없었다.
-크아아아!
흑암은 밤새 씨름을 한 덕분에 간신히 혈기의 절반을 지켜 낼 수 있었다.
-너랑 다시는 거래 안 해!
**
푸르름으로 가득 찬 정원이 보인다.
수분을 머금은 수풀은 생명의 빛을 뿜어내고, 수려하게 가꾼 나무들은 부드럽게 대지를 감쌌다.
다듬은 나무와 수풀들 뒤로 붉은 지붕을 가진 거대한 저택이 있었다.
꿈이다.
저 저택을 본 순간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님을 깨달았다.
흑암의 기억.
오랜만에 마주한 흑암의 기억이기에 꽤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이 꿈을 꾸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마족을 잡아서 나오기도 하고, 대륙에서 넘어온 놈을 잡았을 때 꾸기도 하기에 이 꿈에 들어오는 때는 대중이 없었다.
좀 체계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정원을 걸었다.
정원의 중심에 들어서니, 흑암이 보였다.
녀석은 이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밝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그 옆에는 서로 죽일 듯이 싸웠던 금발 미남이 서 있고, 둘의 사이에는 금발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저 아이는….
상태가 꽤 달랐지만 누군지 알았다.
이전에 본 꿈에서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던 그 아이였다.
지금은 그때의 병에 걸리지 않았을 때인지 밝게 웃으며 뛰어놀고 있었다.
세 사람은 조금의 구김도 없이 정원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걸 왜 보여 주는 거지?
흑암의 꿈에서는 항상 문제가 일어났기 때문에 시스템이 왜 장면을 보여 주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세 사람을 지루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 햇볕 쨍쨍했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와 동시에 잔디에 앉아 있던 여아 아이가 픽 쓰러졌다.
장난인 줄 알았던 흑암과 금발 남자가 동시에 달려가 여자아이를 안았다.
두 사람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보통 병이 아닌 건가?
여자아이의 상태를 보기 위해 다가가려 할 때 금발의 남자가 고개를 홱 돌렸다.
흉흉한 백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이제야 보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