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설영
[주문하신 물건들이 완성됐어요. 연락주세요.]백우진은 서인아의 문자를 확인하고 두 눈을 빛냈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았는데, 검과 흑전호포가 완성되었다고 하니 가슴이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새로운 검이 완성된 겁니까?”
문주영이 들뜬 눈으로 다가왔다.
“그래.”
“용의 이빨과 뼈로 만든 검이라니, 제가 다 기대가 되네요.”
“너한테도 줬잖아. 그거 안 쓸 거야?”
문주영에게도 드래곤의 발톱과 이빨을 줬지만, 녀석은 쓰지 않고 아껴뒀다.
“전 아직 실력이 모자랍니다.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검사가 되면 만들겠습니다.”
“참 너도 한결같아.”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한결같다의 예시를 사람으로 친다면 문주영이라고 적어야 할 거다.
“어? 쟤한테 드래곤 발톱이랑 이빨을 주셨다구요? 저는요!”
무영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쟤 줬으면 저도 주셔야죠.”
“왜?”
“저랑 쟤랑 동급이잖아요!”
“동급은 무슨. 얼어 죽을.”
-이야, 진짜 또라이야….
드래곤의 발톱 때문이 아니라, 문주영과 동급이라는 소리에 헛웃음이 터졌다.
“너와 문주영이 동급은 아니지만 챙겨는 줘야겠지.”
무영객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다.
드래곤의 이빨이라고 해도 주는 건 아깝지 않았다.
“가문으로 돌아가면 꺼내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아자! 아싸비!”
“어휴….”
무영객은 주먹을 흔들어대며 철없는 환호를 내질렀고, 문주영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전화나 해볼까.’
-으으, 어검에 이어 템빨까지. 그것도 두 개나….
‘검 제작이랑, 흑전호포 업그레이드는 한참 전에 맡긴 건데. 왜 난리야.’
-부러워서! 부러워 뒤지겠어서 그렇다! 왜! 떱냐?
‘네 질투도 참 꾸준해.’
운빨에 대한 흑암의 질투는 무영객의 도둑질 수준이다. 대단하다고 중얼거리며 서인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두 번의 신호음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여보세요?]“인아씨. 벌써 완성된 건가요?”
[아, 완성은 됐어요.] ‘음?’무언가 이상했다. 완성됐어요가 아니라, 완성은 됐어요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오오? 설마?
[그게…완성은 됐는데 조금 문제가 있어요.]“문제요? 흑전호포에요?”
[흑전호포도 그렇고, 검도 그렇고….]“으음….”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조금 멀리서 김장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으셨죠? 할아버지 말씀대로 일단 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김장훈의 말이 맞다. 여기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고민할 시간에 아케인에 가는 게 나았다.
-흐음, 무슨 문제가 있구만?
‘즐거워 보인다?’
-네 불행이 내 행운이니까.
‘징한 녀석….’
“문주영, 무영객.”
백우진은 흑암을 툭 밀어내고서 무영객과 문주영을 불렀다.
“바로 떠난다. 준비해.”
“알겠습니다.”
“엑? 바로요?”
“검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짐 챙겨서 다시 이곳으로 와.”
백우진은 두 사람에 떠날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후 검후와 검주들에게 다가갔다.
“좀 이르지만,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벌써요? 절 이겼다고 바로 떠나시다니, 진짜 냉정하시네요.”
“아니, 그게 아니라….”
“농담이라니까요.”
검후가 싱긋 웃으며 손을 저었다.
‘댁 농담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다고!’
-나이를 괜히 먹은 게 아니야. 얼굴에 생각이 보이지 않잖아.
‘그러니까.’
흑암의 말대로 검후의 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생겼나요?”
“제작한 검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백우진이 암인검이 들어 있는 검집을 툭 쳤다.
“아, 드래곤의 이빨로 만드신다는 검이요?”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검후가 단정한 자세로 일어났다. 검각의 제자들도 그녀의 뒤에 섰다.
“베풀어 주신 구명의 은에 다시 감사드립니다. 이 생명의 빚은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검후와 검각의 제자들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다시 없을 듯 예를 다한 인사였다.
“이러시지 않으셔도….”
“각명주를 아무 대가 없이 넘겨주셨을 때부터 당신은 저희의 은인이었습니다. 그 이후 제자들의 목숨마저 구해 주셨으니, 확실하게 인사를 드리는 게 맞습니다.”
검후는 숙인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
“저를 포함한 검각의 제자들은 협제가 원하실 때 그 언제라도 도와드리겠습니다.”
“맹세하겠습니다.”
검후와 검사들이 고개를 들고 포권을 취한다.
감사의 인사는 백우진의 방식으로, 은혜를 갚는다는 인사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전한다.
“아….”
백우진은 검후와 검사들의 눈동자를 보았다. 진중함과 고마움이 담겨 있는 눈빛.
그들의 모습에 심장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자신도 모르게 바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저도 인사를 드려야죠. 외인인 제게 거리낌 없이 어검의 구결과 비술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천천히 일어나며 검후와 눈을 마주쳤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싱긋 웃고서 동시에 몸을 돌렸다.
“다 끝나신 겁니까?”
“인사 한번 빠르시네요.”
짐을 챙겨온 문주영과 무영객이 다가왔다.
“긴 인사는 필요 없으니까.”
무인의 인사도, 감사의 인사도 나누었다. 언젠가는 다시 볼 테니, 그 이상은 사치일 뿐이다.
“돌아가자.”
**
백우진은 무영객과 문주영을 백가로 보내고 홀로 아케인 본사에 찾아갔다.
-무슨 문제일까? 해결할 수 없는 거면 참 좋을 텐데.
‘쯧, 아예 저주를 내려라.’
흑암의 추잡한 질투에 혀를 차며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창고로 향했다.
“어? 벌써 오셨네요?”
창고의 문을 열려고 할 때 서인아가 토끼 눈을 하고 튀어나왔다.
“중국이라고 하셔서 더 걸릴 줄 알았는데….”
“급하다고 하셔서 빨리 왔습니다. 무슨 일이죠?”
“음, 내려가면서 설명드릴게요.”
서인아가 얕게 한숨을 뱉으며 지하로 향하는 입구를 열었다.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제발 망했으면….
“완성은 완벽하게 됐어요.”
-으윽!
“다만 그 완벽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예?”
“너무 잘 만들어졌는지 검이 말을 안 들어요.”
서인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말을 안 듣는다고? 나처럼 자아라도 가졌다는 건가?
“혹시 에고가 생긴 겁니까?”
“그런 건 아니에요. 단순히 말하자면 주인을 선택하기 위해 행패를 부린다고 해야 하는데…. 가보시면 알 거예요.”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인아의 등을 따라 걸었다.
“음?”
계단을 내려가 장인들의 마을에 도착한 순간 이전과의 차이를 느꼈다.
‘기온이 달라.’
이곳은 화산섬을 떼온 곳이기 때문에 더울 정도의 열기가 느껴져야 정상이지만, 지금의 기온은 늦가을처럼 쌀쌀했다.
“혹시 이 기온이….”
“맞아요. 검 때문이에요.”
서인아가 김장훈의 공방을 가리켰다. 공방의 주변으로 검은 서리가 피어나고 있었다.
“검이 뿜어내는 서리와 냉기 때문에 마을의 모든 작업이 멈춰버렸어요.”
-심각한데?
“먼저 가보겠습니다.”
백우진은 서인아에게 양해를 구한 뒤 김장훈의 공방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왔느냐.”
김장훈이 곰방대의 연기를 뿜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었고, 옆에는 검은 천에 덮인 무언가가 둥둥 떠 있었다.
“어, 어르신. 그 옷은….”
웃음이 나올 광경이었지만, 상황 때문인지 황당하기만 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좀 추워서 말이야.”
김장훈이 허허 웃었다.
“어떻게 된 거죠?”
“네 검 때문이다.”
김장훈이 곰방대를 내려놓고 일어나서 검은 천을 걷어냈다.
화아아악!
천에 갇혀 있던 막대한 냉기가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뼈까지 아리게 만드는 지독한 차가움이 대지를 뒤덮었다.
“검….”
그 냉기의 바다 위에 한 자루 검이 떠 있었다.
검신의 길이는 대략 90cm 정도, 암인검보다 조금 길었지만, 검폭이 얇지 않아 완벽한 균형을 보여준다.
고오오오!
검신에서 냉기와 뇌기가 타오른다.
상극이라고도 할 수 있는 힘이건만,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상생의 묘리를 피워낸다.
‘미쳤군.’
냉기와 뇌기의 어우러짐을 피부로 느끼자, 전력으로 달린 듯 심장이 요동쳤다.
“완성할 때까지는 약간의 냉기만 흘러나왔는데, 완성하고 나니 저렇게 되었다. 이젠 나도 만질 수가 없어.”
-느껴지냐?
‘너와 내 기운 그리고 블루 드래곤의 냉기도 가지고 있어.’
저 검에는 재료에 담았던 세 가지 기운이 모두 담겨 있었다.
하나도 아니고, 세 기운이 조화를 이루다니, 직접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다.
“후우….”
백우진이 들뜬 숨을 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왔다는 소식 때문인지 마을에 있는 장인들이 모두 모여 이곳을 보고 있었다.
-빨리 처리 해달라는 거 아니냐?
‘그게 아니야.’
저들은 장인이다.
이런 희귀한 상황을 보는 것만으로 흥분하고 있을 거다. 이 검이 제 주인을 알아보는지도 궁금할 테고.
백우진이 검을 향해 다가갔다.
“조심하세요!”
“스스로 주인을 선택하는 검이다.”
서인아가 비명을 지르고, 김장훈이 느릿하게 입을 뗐다.
“아무리 네 힘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손에 냉기가 올라온다면 바로 떼거라.”
“괜찮을 겁니다.”
백우진이 씩 미소 지었다. 검을 보았을 때부터 느낀 뜨거운 고동이 멈추질 않았다.
심장이 말한다.
이 검의 주인은 나라고.
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암인검이나, 흑암을 잡은 듯 손에 착 달라붙었다.
우우우웅!
검병을 통해 거대한 기운이 흘러들어온다. 서리와 묵뢰 그리고 흑암의 마나가 어우러진 막강한 힘이다.
검이 묻는다.
네가 내 주인이 될 자격이 있냐고.
검의 물음과 함께 퍼져나온 거대한 눈보라가 섬 전체를 휘감았다.
“주제를 모르는 검이군.”
살을 터트려버릴 혹한의 냉기 속에서 백우진이 웃었다.
“내가 너의 주인이다.”
막아놓았던 단전의 뚝을 열었다.
쿠구구구!
검이 피워내는 냉기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기파가 치솟았다. 기세만으로 눈보라를 지우고, 장인의 마을 전체를 뒤흔들었다.
치이이잉!
검이 위기를 느끼고 더 강한 냉기를 터트렸지만, 소용없었다.
막대한 기운으로 공간을 장악한 라사둠의 오러가 검에서 피어나는 냉기를 모조리 찢어발겼다.
고오오오!
백우진은 끌어올린 오러를 검에 집중했다.
위이이잉!
검은 냉기나 뇌기를 펼쳐내지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었다. 기세에 짓눌려 숨조차 쉬지 못하는 것이다.
“계속 까불면 부러질 거다.”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강한 기운으로 검을 휘감았다.
우우웅.
백우진의 손아귀에 잡힌 검의 흔들림이 뚝 멈췄다.
검이 다시 냉기를 펼쳤다.
이번엔 공격이 아니라 회수였다. 섬 전체의 기온을 낮췄던 냉기들을 빨아들였다.
콰아아아아!
장인의 마을 전체를 휘감았던 냉기가 사그라지고, 가라앉았던 열기가 솟구쳤다.
우우우웅!
냉기를 흡수한 검이 포효하듯 검명을 터트렸다.
“허억!”
“우와아!”
“거, 검명.”
장인들은 사자의 울음소리 같은 검명을 듣고서 탄성을 질렀다.
“흘흘.”
김장훈은 내려놓은 곰방대를 입에 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인정했군.
검의 맹세.
검은 백우진을 주인으로 인정하고, 주인만을 위해서 힘을 쓰겠다고 맹세했다.
이제 저 검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백우진뿐이다.
“해낼 줄 알았다.”
김장훈은 백우진이 들고 있는 검신을 만져보았다. 차갑지도, 따갑지도 않았다. 주인을 받아들여 가진 힘을 갈무리한 상태였다.
“어떠냐?”
“마음에 쏙 듭니다.”
백우진은 활짝 웃으며 흑암을 흘낏 보았다.
-제, 제발 중급의 레전더리. 아니, 상급까진 인정해줄게. 그 이상은 오버야.
흑암은 검의 신에게 기원을 드리며 새로운 검을 아우라로 감쌌다.
띵!
맑은 알림음과 함께 휘황찬란한 무지갯빛 메시지가 떠올랐다.
[설영검]대장인 김장훈이 자신의 모든 기술과 혼을 불어넣어 만든 대작이다. 드래곤의 뼈와 발톱, 송곳니, 뿔이 재료로 쓰였고, 백우진의 오러와 마검의 기운이 그 안에 어려있다.
등급 : 신화.
착용가능 조건 : 백우진.
오러 공격력 30% 상승
오러 유지력 30% 상승.
검로 공격력 30% 상승.
흑암의 검 공격력 30% 상승.
모든 능력치 + 50.
검을 잡고 있으면 수속성이 들어간 마법이나, 오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특수능력 : 설화흑영.
“아….”
백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침을 흘렸다.
‘신화라니….’
신화라는 건 재료가 좋다거나, 장인이 만든다고 나오는 물건이 아니다.
때와 상황, 재료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에 운까지 내려와야 만들어지는 게 신화다.
상급 레전더리를 생각했는데 기대를 초월한 대작이 나왔다.
-끄어억….
흑암은 옵션을 읽다 말고 뒤로 넘어갔다.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검날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 검의 이름은….”
“설영.”
김장훈이 검의 이름을 말하기 전에 백우진이 입을 열었다.
“으음? 어떻게 알았느냐?”
“검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습니다.”
검의 정보창을 보자마자 알았으니, 거짓말은 아니다.
“검날의 흑백이 변하는 것을 보니, 그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림자라고 검기만 한 건 아니니까요.”
“역시 감이 있다니까.”
김장훈은 백우진의 손에 들린 설영검을 보며 클클 웃었다.
“오직 너만을 위한 검이자, 내 일생일대의 역작이다. 그 누구에게도 져서는 안 될 것이야. 물론 그 남자에게도.”
“약속드리겠습니다.”
백우진이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와 다짐을 전했다.
“어우….”
서인아가 넋이 나간 얼굴로 설영을 바라보았다.
‘저걸 저렇게 쉽게?’
아무리 백우진의 기운이 들어갔다고 해도 검이 가진 기운과 성향은 광폭했다.
저렇게 쉽게 검을 제압하고 주인으로 인정받다니, 역시 난 사람은 난 사람이다.
“인아씨. 흑전호포는 어디 있죠?”
“아! 이쪽이에요.”
서인아는 넋을 놓고 있다가 흠칫 놀라고서 자신의 공방을 가리켰다.
백우진은 서인아를 따라 그녀의 공방에 들어갔다.
“허….”
백우진이 눈썹 치켜올렸다. 서인아의 공방 전체에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냉동 창고 이상으로 싸늘한 냉기가 퍼져있었다.
“좀 더 단단하게 만들려고 했을 뿐인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그 검만큼은 아니지만, 흑전호포에서도 냉기가….”
서인아가 천장에 매달린 검은 천을 걷었다.
뿌드드.
그 안에 흑전호포가 걸려 있었다. 한겨울의 처마처럼 고드름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이다.
‘이것도 마찬가지야.’
-응?
‘보자마자 심장이 뛴다고.’
-나 죽으면 질투하다 죽었다고 전해라.
백우진은 비틀거리는 흑암의 말을 흘려들으며 흑전호포에 손을 뻗었다.
빠직! 빠지지직!
얼음들이 바스러지며 흑전호포가 원래의 흑빛을 되찾았다.
“아….”
“오!”
서인아와 문 앞에 서 있던 김장훈이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달라졌어.’
백우진이 흑전호포의 단단한 촉감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손에 쥐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녀석은 드래곤의 비늘과 흑목으로 인해 크게 성장해서 돌아왔다.
‘흑암.’
-제기랄! 으흑….
흑암은 울먹이며 흑전호포를 감정해주었다.
[백우진의 흑전호포]검사 백우진의 능력에 의해서 태어나, 장인 서인아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오직 백우진만이 착용 할 수 있으며, 그의 모든 능력을 상승시켜준다.
등급 : 신화.
착용 가능 조건 : 백우진.
모든 능력치 +50
물리 데미지 감소 + 30%
라사둠의 오러 강화 +25%
흑암의 검기 공격력 +25%
사대속성 감응력 +40
사대속성 저항력 +50
특수능력 : 흑찬석, 암운향, 자가 수복, 설연.
-갸르르륵!
흑암은 입에 거품을 물은 소리를 내며 땅에 처박혔다.
‘많이 올랐어.’
옵션을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옵션들이 모조리 올라갔고, 특수능력도 하나 추가됐다.
“어, 어때요?”
서인아가 불안한 얼굴로 손톱을 깨물었다.
“최곱니다.”
백우진이 씩 웃으며 흑전호포를 걸쳤다. 딱 맞는다.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조금의 불편함도 없었다.
“그런데….”
왼쪽 가슴 부분에 닿는 부분의 감각이 조금 달랐다. 기분 좋은 시원함과 단단함이 느껴졌다.
“느끼셨나 보네요.”
서인아가 볼을 긁적였다.
“왼쪽 가슴 부분은 심장이 있으니,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드래곤의 비늘과 흑목을 통째로 사용했어요.”
“그랬군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인아가 20일 넘게 공방에서만 지냈다. 왼쪽 가슴 부분은 강기에도 버틸 수 있을 게야.”
김장훈이 허연 연기를 뿜어내며 빙글거렸다.
“….”
백우진은 설영검의 무게감과 흑전호포의 따스함을 느끼며 눈을 내리감았다.
고작 몇 번의 도움을 주었다고, 이런 걸작들을 얻다니 고마워서 뭐라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진심을 담아 하는 인사 말고는 두 사람에게 해줄 게 없었다.
“AS는 확실하게 해드려야죠. 후후.”
“말했잖냐. 내가 부끄럽지 않게 그 남자에게 지지 말거라.”
서인아와 김장훈은 어떠한 사심도 없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우와아아!”
“역시 협제….”
“명품에는 주인이 있는 법이지! 축하합니다!”
공방의 밖에 있던 장인들도 축하하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시, 신화가 두 개?
모두가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을 때 흑암은 홀로 공포를 느꼈다.
-미쳤어. 시스템도, 너도, 장인들도 다 미쳤다고!
신화 장비 두 개를 가진 자는 마루툰 대륙에서도 전설이 된 사람들 뿐이다.
그런 위대한 업적을 요놈은 운빨로 가져가 버렸다. 너무 열 받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제발….
흑암은 기도하는 사람처럼 땅에 칼날을 박아놓고 눈을 감았다.
-시스템 대가리 깨고 지옥 가겠습니다! 기회 한 번만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