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결전
백우진이 입에 고인 피를 뱉어 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그간 깊고 넓은 성장을 이뤄서 흑암과도 맞먹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아주 탈탈 털렸네.’
오른손을 들어 흑암에게 얻어터진 뒤통수를 비볐다.
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녀석의 무력은 더 높은 차원에 도달해 있었다. 절대를 넘어 초월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이기기 힘든 상대였다.
“아이고, 죽겠다.”
백우진이 벌러덩 뒤로 자빠졌다. 오랜만에 전력으로 힘을 썼더니, 전신이 축 늘어지는 기분이다.
“흥.”
흑암은 드러누운 백우진을 보며 콧방귀를 꼈다.
“5년이다. 5년!”
“응? 뭐가?”
“넌 제대로 검을 배운 지 5년 만에 절대자의 경지에 올랐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너희 대륙이나 우리 세계나 사람은 많으니, 몇 명쯤은….”
“없어. 한 명도.”
흑암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의 여지도 없다는 듯 단호했다.
“그 기간을 10년으로 늘린다고 해도 단 한 명도 없다. 네가 성장한 속도는 말 그대로 전대미문이다.”
거짓말이 아니다.
마검으로 산 세월, 그리고 조금씩 생각나는 인간이었을 때의 삶을 비춰 봐도 백우진만큼 빠르게 성장한 녀석은 없었다.
백우진은 남들이 국도를 달릴 때 홀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존재 자체가 사기인 녀석이다.
“거기다 그냥 당하기만 한 게 아니잖아.”
흑암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의복과 팔을 보았다. 옷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팔에도 시꺼먼 멍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백우진에게 공격당한 자리였다.
“네가 양의심공으로 어검을 사용해서 덤벼들었다면 나라도 귀찮았을 거다.”
“웃기고 있네.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으면서.”
백우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흑암과의 무력 차이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녀석이 진심으로 싸웠다면 진즉에 죽었을 거다.
“하여튼.”
흑암은 드러누운 백우진을 보며 옅게 웃었다.
“왜 웃냐?”
“다음에 만난다면 정말 전력을 다해야 할 것 같아서.”
백우진은 끝없이 성장하는 괴물이다. 다시 정신세계에서 만난다면 절대자를 초월해 자신의 위치에 닿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대감과 부러움이 동시에 들었다.
“그 전에 넘어야 할 산이 있잖아.”
백우진이 달팽이처럼 느릿하게 상체를 들어 올렸다.
“네 아버지와의 결투 말이군.”
“그 사람을 꺾지 못하면 다 끝이니까.”
아버지와의 결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흑암하고 다시 만나는 것도 그를 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까지 와서 약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고개를 저으며 일어섰다.
“아버지의 속셈도 알아차렸으니, 제대로 싸워 봐야지.”
“속셈?”
“아버지가 가문으로 돌아와서 대놓고 화를 냈을 때 이상하다고 했잖아. 그 이유를 알았어.”
“그게 뭐지?”
“적색탑주와 똑같아. 내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억지로 분노한 척한 거야.”
분노한 사람에게는 빈틈이 많다.
아버지는 그 빈틈을 보여 주어 자신의 방심을 유도한 후 역습할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탑주들과 엄우성이 아주 좋은 걸 알려 주고 갔지.”
엄우성과 두 탑주 덕분에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들 덕분에 아버지의 술수에 넘어갈 일은 없었다.
“이제 이 그림자 세계도 끝나가는군.”
백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까지 닿았던 그림자가 허리 높이까지 가라앉았다. 저 그림자가 땅까지 내려가는 순간 이 세계는 끝난다.
“이게 마지막 대련이 되겠어.”
설영검에 손을 올리며 자세를 낮췄다.
“그렇게 맞고도 덤비려고?”
“네 뒤통수 한 대는 후려쳐야 잠이 올 거 같거든!”
백우진이 씩 웃으며 땅을 박찼다.
**
“음….”
백우진이 나지막한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눈 내린 숲 위로 검으로 돌아간 흑암이 보였다.
-젠장! 마지막에 얻어맞다니!
‘그냥 당하지는 않는다고 했잖아.’
히죽 웃었다. 그림자의 세계가 사라지기 직전에 흑암의 옆구리에 주먹을 시원하게 꽂아 넣었다.
물론 그 전에 열 대 이상 얻어터졌지만, 마지막에 흑암을 때리고 돌아왔기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원래 싸움은 막빵을 때린 사람이 이기는 거 알지?’
-닥쳐!
“소가주님!”
백우진이 흑암을 놀리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문주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사님!”
“소가주님!”
“도련님!”
가지각색의 부름을 들으며 뒤를 돌았다. 문주영, 무영객, 의검대가 우르르 달려왔다.
“무사하셨군요!”
“하아, 다행입니다!”
“갑자기 그림자에 휩싸여서 사라지셨을 때는 정말….”
무영객과 문주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홍아라가 울먹거리며 흑전호포의 소매를 붙잡았다.
“별일 없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백우진이 모두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마족을 잡고 왔을 뿐이야.”
“마, 마족이요?”
“그래. 그 붉은 머리 마족이었어. 놈이 만든 세계에서….”
모두에게 그림자 세계에서 그 마족을 처리했다고 말해 주었다.
“대, 대단하시군요.”
박주훈이 말을 더듬으며 다가왔다.
“마족이 만든 결계에서 마족을 잡다니, 그런 일이 가능할 줄은 몰랐습니다.”
놀라움을 넘어 경악스러웠다.
마족이 만든 세계는 마기가 흐르고, 특별한 조건이 있어서 인간에게 굉장히 불리한 장소다. 그곳에서 마족을 잡고 돌아오다니, 대단하다는 말로도 한참 부족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감사의 인사도 드리지 못했네요.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주훈이 90도로 고개를 숙이자, 뒤에 있던 협회의 능력자들도 함께 고개를 내렸다.
“당연한 일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그보다 마법사들은….”
“전부 제압해 놓았습니다. 간략하게 자백도 받아냈구요.”
문주영이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한 녀석이다.
“수고했어.”
뒤쪽을 보았다. 문주영의 말대로 적탑, 청탑, 녹탑의 마법사들이 제압당한 채로 땅을 기고 있었다.
“검사님의 손을 더럽힐 것도 없습니다. 동료의 등을 친 쓰레기 같은 놈들이니, 제가 책임지고 최악의 형벌을 받게 하겠습니다. 물론 언론에도 퍼뜨릴 겁니다.”
박주훈이 두 눈을 빛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게 하세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도 되겠지.’
박주훈과 협회의 능력자들도 마법사들에게 죽을 뻔했으니, 좋은 감정일 수가 없다.
두 탑주와 엄우성도 죽었으니, 현재 루카스는 언론을 막을 힘이 없다. 알아서 하게 놔둬도 될 것 같았다.
“무영객.”
“옙!”
“바포메트는 어디 갔지?”
주변을 살폈지만, 바포메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검사님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녹아 버렸습니다.”
무영객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쩝 다셨다.
-마족 놈과 연결되었던 모양이군. 네가 그놈을 죽이면서 함께 죽은 모양이다.
‘그런가 보네.’
흑암의 말대로 티르안이 죽으면서 바포메트도 함께 죽은 것 같았다.
“그럼 줘 봐.”
“예?”
“달라고.”
“윽….”
백우진이 손을 내밀었다. 무영객의 눈동자가 진동이 온 듯 바르르 떨렸다.
“뭐 해. 그 구….”
“아, 젠장! 알겠어요! 줄게요!”
무영객은 피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서 두꺼운 팔찌 하나를 내밀었다.
“여기 계시지도 않아 놓고 바포메트가 아이템을 떨어뜨린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진짜 귀신이 따로 없다니까!”
-너 바포메트가 아이템을 떨어뜨린 걸 알고 있었어? 대체 어떻게!
“허!”
백우진은 두 개의 뿔이 그려진 팔찌를 받으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난 이 팔찌가 아니라 구슬을 달라고 한 건데.”
-어엉?
“예?”
“네가 엄우성한테 훔친 구슬. 그거 달라고 한 거라고.”
보스급 몬스터를 조종했던 구슬이 어떤 건지 보기 위해서 달라고 한 건데, 갑자기 팔찌를 줘서 당황한 건 오히려 자신이었다.
“그럼 파, 팔찌가 나온 건 모르셨던….”
“내가 귀신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알아.”
“으아아악!”
무영객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젠장! 속았다!”
-무영객! 이 멍청한 놈은 도움이 안 돼! 저걸 왜 줘!
“이건 고맙게 받을게.”
“으윽….”
“이제 구슬을 넘겨.”
백우진이 히죽 웃으며 다시 손을 내밀었다. 팔찌는 팔찌. 구슬은 구슬이다.
-아, 악마. 악마야….
“아아….”
**
가주전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백천화의 연공실.
덜컥.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어둠으로 가득 찬 연공실에 하얀 빛이 스며들었다.
“가주님.”
열린 문 사이로 흑검대주 강원진이 들어왔다. 그는 연공실의 중앙을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소가주님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
강원진의 낮은 목소리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던 백천화가 눈을 떴다.
우우우우!
그의 눈동자에서 타오르는 강렬한 안광에 방 전체가 살기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제4구역에서 루카스의 탑주들이 소가주님과….”
강원진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서 리젠 4구역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말해 주었다.
“다친 곳은 없나?”
“경상입니다. 결투 전에는 전부 회복될 상처입니다.”
“다행이군.”
백천화의 입가로 북해의 바람처럼 서늘한 미소가 피어났다.
“녀석이 완벽한 상태일 때 죽이지 않는다면 이 힘들을 얻은 이유가 없으니까.”
살기로 얼룩졌던 그의 두 눈동자가 각기 다른 빛으로 타올랐다. 좌안은 피처럼 새빨간 적색, 우안은 다 타 버린 잿빛과 같은 회색이었다.
우우우웅!
기이한 파공음과 함께 백천화의 머리 위로 투명한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날이 기다려지는군.”
**
백우진은 가문으로 돌아오자마자 연공실로 들어갔다.
“오늘 싸움은 쉬웠는데 너 때문에….”
파괴의 마나를 베는 것도, 마족을 상대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흑암과의 대련 때문에 전신에 피로가 가득 찼다.
-연공을 해서 탁기를 털어내라. 그러면 좀 편해질 거다.
“그러려고 여기 온 거잖아. 다만 그전에 얻은 것부터 확인해야지.”
흑암을 향해 무영객에게 받은 팔찌와 구슬을 내밀었다.
-제, 젠장….
“해 주시죠. 감정사님.”
-아오오!
흑암은 제발 구린 게 나오라는 악의를 담아 팔찌와 구슬에 아우라를 펼쳤다.
[바포메트의 괴력 팔찌]산을 깨부수는 바포메트의 괴력이 어려 있는 팔찌다. 힘과 민첩성을 크게 상승시켜 주며, 한순간 힘을 증폭시킬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등급: 레전더리.
착용 가능 조건: 없음.
신체 +40
검술 +40
체력 +40
체력 회복 속도 +300%
특수 능력: 괴력.
“좋은데?”
백우진이 팔찌의 옵션을 보고 만족스러운 고갯짓을 했다. 신체, 검술, 체력을 40이나 올려 주고 괴력이라는 특수 능력까지 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전투용 팔찌였다.
[크라콘의 악주]악 성향의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는 최악의 테이머 크라콘의 유산이다. 악 성향의 몬스터를 제압한 후 마나를 담은 악주에 접촉시키면 그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다.
등급: 레전더리.
특수 능력: 악의 이끌림. (2/3)
“이래서 바포메트를 조종할 수 있었군.”
악 성향의 몬스터만 조종할 수 있다고 해도 무시무시한 옵션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사용 제한이 2번밖에 남지 않았고 현재는 별 필요가 없지만, 언젠가는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아이템이었다.
-또, 또전더리! 그것도 두 개!
흑암이 날개 다친 새처럼 바닥으로 추락했다.
-은행이야? 창구에 가서 레전더리 달라고 하면 주는 거냐고! 어떻게 이래!
남들은 평생 하나 얻기도 힘든 레전더리가 숨을 쉬듯이 튀어나온다. 질투를 떠나서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돌아 버리겠네! 날 말려 죽이려고….
띵!
흑암이 바닥에서 발버둥을 칠 때 청명한 울림이 들려왔다.
“시스템 어서 오고.”
-아, 악마의 종소리! 퀘스트도 없었잖아! 대체 왜!
흑암의 의문은 시스템 메시지가 해결해 주었다.
[최상급 마족 티르안의 기운을 흡수했습니다.]“이제야 왔군.”
백우진이 씩 웃었다. 티르안을 죽이고 얻었던 기운이 흡수된 것 같았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광호섬의 단계가 상승합니다.] [풍벽검흔의 단계가 상승합니다.] [낙일참의 단계가 상승합니다.]“대박….”
입이 쩍 벌어졌다. 티르안은 최상급 마족답게 많은 능력치와 특성의 등급을 올려 주었다.
-나도 같이 잡았잖아! 왜 백우진만…. 아니지! 이번에는 나한테 정화조차 시키지 않았어! 너한테 다이렉트로 줬다고!
흑암이 악을 질렀다. 시스템은 자신을 이용해서 마기를 정화시키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백우진에게 직접 그 기운을 전해 주었다.
-서, 설마….
“왜?”
-널 좀 팼다고 저러는 거야?
확실하다. 백 퍼센트 사심이다.
시스템은 백우진을 때렸다고 자신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마기를 직접 정화시켜서 준 게 분명했다.
-으아아악! 이렇게는 못 산다!
흑암이 빽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튀어 나갔다.
“오랜만에 확인 좀 해야겠네.”
백우진은 흑암을 쳐다보지도 않고, 상태창을 켰다.
이름: 백우진.
나이: 20세.
타이틀: 마검의 주인 외 19개.
등급: 8등급.
기술: 카인의 오러연공법(9단계), 라사둠의 오러(묵뢰), 초집중(5단계), 흑왕탄(6단계), 무령참(5단계), 비뢰섬(5단계), 투현지체의 전투 특성(4단계), 관일극(4단계), 낙성위화(4단계), 잠룡혼(3단계), 천독불침, 겁화검형(3단계), 명경지수, 흐름을 보는 눈, 광호섬(4단계), 초회복(회복의 호흡), 완벽한 검의 지휘자, 풍벽검흔(4단계), 검희(3단계), 사성류, 낙일참 (4단계), 결계역장, 신성 적응, 암흑 적응, 신살 (2단계), 금강불괴(6단계), 천무지체(5단계), 신령의 옥(5단계), 흑색 광휘. 왕의 강벽, 왕의 투혼, 칠흑의 벽, 홀로 싸우는 자, 양의심공.
신체: 89/100 (최상급) (+92)
검술: 92/100 (최상급) (+139)
마나: 91/100 (최상급) (+117)
오성: 91/100 (최상급) (+57)
체력: 90/100 (최상급) (+108)
정신력 : 90/100 (최상급) (+103)
포인트: 11,900포인트.
“지금 수준에서 모든 능력치가 오르다니….”
현재 능력치는 전부 최상급이다. 이런 상태에서 모든 능력치가 올랐다는 건 18,000포인트에 가까운 이득이었다.
‘로또가 터졌네.’
특별한 특성이나 검로가 생긴 건 아니지만, 퀘스트 이상의 보상을 받았다. 역시 최상급 마족의 기운다웠다.
-후욱, 뭘 올릴 거냐?
어느새 돌아온 흑암이 어깨에 내려앉았다.
“올리긴 해야 하는데 100포인트가 아쉽네….”
딱 100포인트만 있다면 포인트 4개를 올릴 수 있기에 영 아까웠다.
-이제 퀘스트도 없을 거다. 그냥 3개라도 올려….
띵!
[단 한 명의 희생자 없이 악의에 가득 찬 습격을 막아 내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3,1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남은 포인트가 15,000이 되었다. 100을 바랐는데 3,100으로 돌아와 버렸다.
“어? 진짜?”
-허억! 으억!
웃음을 참지 못하는 백우진과 달리 흑암이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퀘, 퀘스트도 아니잖아! 포인트를 왜 줘!
퀘스트도 아닌데 포인트 추가라니, 자신의 눈이 잘못된 줄 알았다.
-너 지금 반항하는 거지! 네 새끼 좀 쳤다고 이 지랄 하는 거잖아!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지.”
-가끔? 가아아끔?
진심으로 화가 났는지 흑암의 검날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맨날이지 무슨 가끔이야! 너한테 평범한 보상이 간 적 있냐고!
“왜 이렇게 화를 내냐. 나 패면서 스트레스 다 풀었다며.”
-아이 씻팔! 시스템 이 새끼가 꼴 받게 하잖아!
흑암은 진짜 못 참겠다고 소리치고서 다시 뛰쳐나갔다.
“지겹지도 않나.”
백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15,000포인트로 신체와 검술, 마나, 체력, 정신력 능력치를 1씩 올렸다.
‘이게 마지막이겠지.’
결전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 리도 없고,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 이번 보상이 마지막이었다.
이젠 지금까지 얻은 능력과 특성을 되새기며 결투를 준비해야 했다.
백우진의 눈동자는 기대감과 자신감으로 어우러져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해 보자고.”
**
백천화와의 결투가 1달이 채 남지 남았어도 백우진의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새벽 연공을 시작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검술 수련을, 그 이후에는 연공실에서 심상 수련과 오러 연공을 반복했다.
하루하루가 수련의 연속이었지만, 새로움과 익숙함이 뒤섞여 지루하지 않고 즐겁기만 했다.
다음 날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인지 흑암은 간략한 조언만 할 뿐 별말을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죽을 맛이었겠지만.
흑암의 배려를 가슴에 새기며 그날을 위해 전력을 다해 수련을 계속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되어, 결국.
1월 1일 결전의 날 아침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