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결전 (4)
백우진은 백천화의 어검을 상대하면서 등 뒤로 기감을 퍼뜨렸다.
-기감을 뒤쪽에만?
‘아까부터 내 뒤쪽을 보고 있었어.’
백천화는 전투 중에도 자신의 뒤쪽으로 눈동자를 돌렸다. 이 상황에서 눈동자로 페이크를 줄 리가 없으니,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올 가능성이 높았다.
‘날 공격할 타이밍은 분명….’
-네가 방심하며 공격할 때겠지.
‘맞아.’
백우진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천화는 이성을 잃은 척하며 스스로를 미끼 삼아 자신을 끌어들였다.
그가 무얼 준비했는지는 모르지만, 뒤에서 기습할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두렵지 않았다.
‘그 미끼, 물어 주마.’
백우진이 라사둠의 오러를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땅을 박찼다.
우우우웅!
은하영검의 힘을 받은 천류검이 심장을 노리고 날아왔다.
콰아아앙!
설영검에 패의 묘리를 담아 천류검을 쳐 냈다. 손이 바르르 떨릴 정도의 충격을 꾹 참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우우우웅!
튕겨 나간 천류검이 더 강맹한 기운을 두른 채 떨어져 내렸다.
치이이잉!
백우진은 내리찍어 오는 천류검을 광호섬으로 흘리고 백천화를 향해 내달렸다.
백천화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어검술이 밀렸다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한 표정.
하지만 그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광기와 희열이 타오르고 있었다.
‘온다!’
백천화의 희열 가득한 눈빛을 보자 그가 준비한 무언가가 움직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우우웅!
기감을 펼쳐 놓은 등 뒤에서 얇고도 예리한 물체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쇄도해 왔다. 보지 않고서도 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천류검이 살아 있는데 저런 속도라니! 두 번째 어검이다! 바닥에 투명한 검을 숨겨 놓았어!
‘양의심공인가?’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처럼 양의심공을 익히지 않는 이상 동시에 어검 두 개를 사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아니, 양의심공과는 달라. 사이한 기운이 느껴진다.
‘확실히….’
흑암의 말대로 뒤에서 날아오는 어검에서는 사이함이 흐르고 있었다.
‘흑암!’
-알고 있다!
백우진이 흑암에게 의념과 오러를 보내자, 둘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검은 실선이 떠올랐다.
우우우웅!
의념의 선을 통해 밀어 넣은 라사둠의 오러가 흑암의 칼날을 예리하게 세웠다.
쩌어엉!
흑암으로 원을 그려 뒤에서 날아오던 어검을 차단한 뒤 백천화의 공간으로 진입했다.
“이, 이익!”
백천화가 경악한 와중에도 적천신기를 끌어모았지만 예상했던 바였다. 설영검의 뇌기와 냉기로 적천신기를 뚫어 버렸다.
촤아아악!
백우진은 창백하게 질린 백천화를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화악!
백천화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며 안개처럼 흩어졌다. 태영보의 절기 영신이 펼쳐지며 이형환휘의 효과가 발휘된 것이다.
“크으….”
코앞에서 사라진 백천화는 서른 걸음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뚝.
그의 흰색 전포를 타고 핏방울이 떨어진다.
푸칵!
그가 걸친 전투복이 사선으로 갈라지며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저 정도 상처라면 끝났군.
‘아니, 확실하게 베지 못했어.’
백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큰 상처임은 분명하지만, 전투가 끝을 맺을 정도는 아니다. 방심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주르륵.
눈처럼 새하얀 색을 유지했던 백천화의 전포가 새빨갛게 물들어 갔다.
“연기가 너무 어설펐습니다. 분노를 그렇게 표현해서는 안 되죠.”
“네, 네놈….”
백천화는 전포를 적시는 피처럼 빨개진 눈으로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대, 대체 어떻게 분심과 어검을 익힌 거냐!”
어검은 제대로 된 구결이 없다면 그 어떤 천재라도 익힐 수 없는 초상승의 검술이다.
가문에서 보유하던 어검의 검술서는 모두 불태웠고, 분심으로 어검을 사용하는 건 자신도 간신히 습득한 비기 중에 비기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세상은 넓더군요.”
백우진이 설영검을 휘돌리며 백천화를 향해 다가갔다.
“당신처럼 상승 무예와 보물들을 꽁꽁 싸매고 독점하는 사람도 있지만, 수만 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비전을 아무 대가 없이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검후는 자신을 믿고 백운의 구결을 모두 알려 주고, 어검에 대한 깨달음도 전해 주었다.
홀로 가문의 비기와 보물들을 독점하고, 가문의 검사들을 물건으로 보는 백천화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대체 누가 어검을 그냥 준단 말이냐!”
“당신이 믿든 말든 상관없어.”
백우진이 서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제 끝을 볼 시간이라는 게 중요할 뿐.”
“끝?”
백천화의 눈동자에 붉은 광기가 어렸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피에 손을 적셨다. 그 손을 들어 올려 머리를 쓸어 올렸다.
“어떻게 끝이라는 말이냐!”
기괴한 모습을 연출하는 그의 눈동자가 각기 다른 색으로 번쩍였다. 좌안은 붉은색, 우안은 잿빛 같은 회색이었다.
찌이이익!
백천화의 가슴에서 생겨난 큼지막한 상처가 바느질한 듯 순식간에 봉합되고, 피가 멎었다.
-허억!
“무슨….”
백우진이 두 눈을 부릅떴다. 상처가 아무는 게 아니라, 봉합되고 출혈마저 멈추는 건 무예나 오러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우안에서 빛나는 불길한 회색의 능력 같았다.
“여기까지는 오지 않기를 바랐다.”
백천화의 눈동자가 강렬하게 타오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질적인 기운이 스멀스멀 타올랐다.
-이 기운은….
“마공?”
어설픈 마기가 아니다. 그의 회색 눈동자에서 마족 이상으로 짙은 마기가 느껴졌다.
“아직 부담스럽지만, 네놈을 죽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적천신기의 붉은 화염 위로 그의 우안과 똑같은 회색 기운이 솟구쳤다.
쿠구구구!
백천화의 전신에서 피어나는 회색 기운은 끝을 모르고 확장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적천신기의 기운을 넘어서 하늘까지 치솟았다.
하늘에서 울리는 마신의 북소리에 호응하듯 대지가 요동치고, 허공이 괴이한 형태로 찌그러졌다.
“허억!”
백은경이 눈을 부릅뜨고 벌떡 일어섰다.
“마기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전신에서 피어나는 회색 기운은 마기가 분명했다.
“설마 마족과 계약을!”
“아니.”
백연휘가 고개를 저었다.
“마공이다.”
“마공….”
“어떤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지독한 마공을 익혔어.”
백천화에게서 퍼져 나오는 기운은 상급 마족이 가진 마기와 비교될 정도로 지독했기에 백은경이 오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다만….’
마공을 익힌다고 해도 저렇게 짙은 마기를 가지는 건 쉽지 않다. 이 짧은 시간에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공….”
백우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야 저 회색 기운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마공이다.
정심한 기운과는 궤를 달리하는 마의 힘이 백천화의 전신에서 피어났다.
-이상하군. 마공의 진전이 빠른 건 사실이지만, 백천화가 마공을 익힌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 짧은 시간에 저렇게 순수하면서도 거대한 기운을 쌓는 건 불가능해.
‘그럼 뭘 한 거지?’
-예상할 수 있는 바는 두 개. 특별한 흡수 능력이 있는 마공이든가, 아니면 마족과의 거래를 했든가.
‘두 번째는 아닐 거야.’
백천화는 마족을 죽여서 그 힘을 뺏으면 뺏었지, 마족에게 영혼을 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마기를 직접 흡수할 수 있는 마공이고, 그 능력으로 인간이나 마족의 기운을 흡수했을 가능성이 있겠지.
‘뭐가 됐든 위험한 건 변하지 않지만.’
백우진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백천화가 뿜어낸 마기에 발을 들이밀었다.
‘음….’
그저 기운에 노출됐을 뿐인데 피부가 따갑다.
마기와 적천신기가 합쳐졌기 때문인지 지배의 마족에게서도, 그림자의 왕이라 불리던 티르안에게서도 겪지 못한 괴랄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공을 익히다니, 제정신인가? 날 이긴다고 해도 그 이후에는….”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백천화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가주전에서 보여 줬던 특유의 비웃음이다.
“너만 죽는다면 날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백우진만 죽는다면 자신에게 도달할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흡성대법을 익혔으니까.’
흡성대법은 천하만물 모든 존재의 기운을 흡수해서 마기를 만들어 내는 최강이자, 최악의 마공이다.
훗날 적위진이나 천무맹주가 깨달음을 얻어 강해졌을 때 자신은 또 다른 경지에 올라 있을 거다.
‘이 마기가 고작 인간 천 명을 흡수한 정도일 뿐이라니.’
상급 마족 두 마리와 인간 천여 명의 기운을 흡수해서 지금의 마기를 만들어 냈다.
더 많은 마족과 인간의 기운을 얻는다면 신조차 뛰어넘을 수 있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이 길에 서지 못했을 거다.”
백천화가 빙긋 웃으며 손을 펼쳤다. 허공을 노닐던 천류검과 백귀검의 칼날에서 소름이 돋아 오를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솟구쳤다
“날 새로운 길로 갈 수 있게 만들어 준 네게 감사를 표하마.”
그가 땅을 밟을 때마다 대지가 쩍쩍 갈라진다. 공기가 추를 단 듯 무거워져 숨을 쉬기 힘들어졌다.
-아껴 뒀던 힘을 전부 풀어! 경지는 호각이지만, 기운은 저쪽이 한참 위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백우진이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백천화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기운은 이미 자신을 초월하고 있었다.
“죽어라.”
백천화의 손짓을 따라 천류검과 백귀검이 쏟아졌다.
‘흑암!’
어검으로 흑암을 조종하며 백천화를 향해 돌진했다. 설영검으로 천류검을 막아서고, 흑암으로 투명한 검을 차단했다.
쩌엉! 쩌저저정!
네 개의 검이 맞부딪치며 하늘이 무너진 듯한 굉음과 막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크억!”
백우진이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마기와 적천신기가 어우러진 기운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의 효과를 냈다.
한 번의 부딪침에 힘줄이 뒤틀리고, 뼈가 지끈거렸다. 내상을 입은 듯 혀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콰아아아!
이를 악물고 흑암으로 섬야를, 설영검으로 무령참을 내리치며 전진했다.
우우웅!
허나 천류검과 백귀검은 조금 밀려났을 뿐 조금 전보다 더한 기운을 두른 채 자신의 심장과 목을 노려왔다.
콰앙! 콰아아앙!
설영검과 흑암으로 동시에 광호섬을 전개해서 천류검과 백귀검으로 사용하는 적류폭과 청운하를 흘려 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백천화의 눈동자가 진해졌다. 그 빛을 따라 천류검과 백귀검을 덮은 마기가 한층 더 짙고 두터워졌다.
“후우!”
백우진이 거친 숨을 뱉으며 라사둠의 오러를 끝까지 끌어 올렸다.
콰앙! 콰과광!
광풍처럼 몰아치는 두 어검을 흑암과 설영검으로 막아서며 기회를 엿보았지만, 틈이 없었다.
단전의 오러가 점점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천류검과 백귀검이 한 호흡 물러난 뒤 낙뢰처럼 휘황찬란한 빛을 펼치며 포효한다.
강대한 기운과 절대적인 속도로 찌르는 백천화의 공격.
이건 위기이자, 기회였다.
‘흑암!’
-알고 있다!
흑암이 천류검과 백귀검을 막아서며 오로라처럼 아름다운 궤도를 그렸다. 흑암의 네 번째 검 흑현금의 발현이다.
검게 물든 커튼이 내려와 백천화의 두 검을 가둬 버렸다.
-시간을 오래 벌진 못한다!
‘그 정도면 충분해.’
백우진이 회복의 호흡과 천무지체의 특성 천폭을 발동시키며 백천화를 향해 돌진했다.
콰아아아!
천폭으로 강화된 라사둠의 오러가 설영검의 검신을 타고 장대한 빛을 뿌렸다.
치이이잉!
그간 합쳐 왔던 검의 묘리들을 이어 신을 죽인 검격을 펼쳐 냈다.
열한 가지 묘리가 합쳐진 신살이 퍼져 나간 마기를 가르며 백천화를 휩쓸었다.
“고작 이 정도로 날 죽이겠다는 거냐!”
백천화가 포효를 지르며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손아귀에서 마기의 선이 꼬이고 꼬인 기괴한 형태의 검이 솟구쳤다.
쿠와아아앙!
신살의 검격이 마기의 검을 찢어발겼지만, 백천화가 뿜어내는 마기는 끝이 없었다. 마계의 불꽃처럼 솟아올라 신살을 막아섰다.
퍼엉!
신살의 검격에 온 정신을 집중할 때 뒤에서 풍선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으! 피해라!
천류검이 흑현금을 뚫고 등을 노리고 있었다.
“젠장!”
백우진이 허공을 격하고 뛰어올랐다. 백천화의 천류검은 공간을 가르며 추적해 왔다.
“흐읍!”
호흡을 멈추고 칠흑의 벽을 세웠다. 허나 검은 벽은 잠시도 견디지 못했다. 막대한 마기를 두른 천류검에 바스스 무너져 내렸다.
‘그래도….’
한 호흡은 벌었다. 여유를 가진 호흡을 뱉으며 비뢰섬을 날렸다.
콰르릉!
설영검의 검극에서 뻗어 나간 거대한 비뢰섬이 천류검을 연무장의 끝으로 밀어냈다.
터억!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땅으로 내려섰다.
-그거 하나 처리 못 하냐!
‘마기가 너무 짙어.’
대체 몇 명을 죽였는지 내뱉는 마기가 끝이 없었다. 지독한 마공으로, 그보다 지독한 짓을 했음이 틀림없다.
-못해도 천 명은 죽였을 거다.
흑암이 백천화의 마기를 보며 검날을 끄덕였다.
‘위긴데….’
회복의 호흡을 사용한 덕분에 오러는 남았지만, 천폭을 사용했고, 백천화의 마기는 끝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물러날 수는 없지.’
백우진이 흑암을 옆으로 부르고 설영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흐름을 보는 눈을 최고조로 운용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보는 거야.’
절대자에 오르기 전부터 흐름과 결을 느끼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백천화가 사용하는 마기와 적천신기의 흐름, 그리고 어검의 결을 깨닫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이제 남은 게 없다면 내가 가마.”
승기를 잡은 백천화가 천지를 짓누를 마기를 펼쳤다.
고오오오!
기이한 파공성과 함께 적천신기의 오러와 흡성대법의 마기가 합쳐진 기운이 천지로 펼쳐졌다.
치이이잉!
물 만난 듯한 천류검이 광대한 마기를 흩뿌리며 돌진하고, 투명한 백귀검이 급소를 찔러 왔다.
으득!
백우진이 이를 부러지도록 깨물며 설영검을 올려 치고, 흑암으로 풍벽검흔을 그렸다.
쩡! 쩌저정!
검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뼈가 부러질 듯 아리고, 속이 울렁였다. 분명한 내상의 증상이지만, 왕의 투벽과 높은 회복력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
-벌써 무너지는 건 아니겠지?
‘내일까지도 버틸 수 있어.’
백우진이 옅게 웃으며 두 눈을 빛냈다. 아찔한 고통을 씹어 삼키며 백천화가 만들어 내는 무의 흐름을 살폈다.
“멍청한 놈.”
백천화가 발버둥 치는 백우진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백우진은 자신의 마기가 떨어질 때까지 견디려는 모양이지만, 큰 착각이다.
흡성대법으로 만들어 낸 마기는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그렇게 발악만 하다가 죽어라.’
인간의 힘으로 버틸 수준이 아니건만 끝까지 발악하는 모습에 비웃음이 나왔다.
“절망을 보여 주지.”
백천화의 전신에서 비현실적인 수준의 마기가 솟구치며 백가 전체를 휘감았다.
그 지독함과 강대한 기운에 연무장을 둘러싼 결계가 찢어지고, 참관인들이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백천화는 공기보다 더 짙어진 마기로 천류검과 백귀검을 조종해 백우진을 몰아쳤다.
쿠웅! 쿠구구궁!
놈은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았다. 피를 뿜고, 비틀거리면서도 날카로운 눈동자로 자신을 노려보았다.
“저 눈은….”
백우진의 예리한 눈동자를 보자, 뭔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술수를 쓰기 전에 확실하게 죽여 주마. 이곳에 있는 놈들과 함께’
퍼뜨린 마기를 한계까지 압축시켜 천류검과 백귀검의 칼날에 쏟아부었다.
우우우웅!
두 검의 검신에 터질 듯한 기운이 흐르며 수천 마리 벌떼가 우는 듯한 검명이 울렸다.
‘끝이다.’
백천화가 마기를 응집시킨 두 검에 극한의 무리를 담아 쏘아 냈다.
콰아아아!
천류검과 백귀검은 천지를 가르는 신룡처럼 광대한 빛을 뿌리며 대기를 갈랐다. 은하영검의 절기 비룡운이었다.
“후욱….”
백우진은 두 자루의 어검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걸 보면서도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포기했군.”
백천화가 미소를 그렸다. 백우진은 완벽히 포기한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비룡운에 담긴 기운은 백우진의 능력으로 막기 불가능한 수준이니까.
하지만 그가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백천화의 눈동자에 당황이 들어섰다.
‘저놈….’
포기한 자의 눈빛이 아니다. 놈은 아직도 무언가를 노리고 있었다.
“이미 늦었어!”
비룡운은 이미 발동되었다. 백우진에게 남은 건 이 땅과 함께 사라지는 일뿐이다.
“죽어라!”
**
백우진은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두 자루 어검을 보며 눈을 내리감았다.
머리에서 뇌성이 울렸다.
이제야 보인다.
마기과 적천신기의 흐름도, 어검의 결도 모든 것이 눈에 비쳤다.
순간 세상이 느려진다.
깨달음이란 한순간에 온다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쌓이고 쌓인 무리들이 모여 깨달음을 이루고 있었다.
흑백의 세상.
카인의 오러연공법이 9등급이 되었을 때 본 그 세상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다만 이전과는 달랐다.
죽음의 순간에 얻은 깨달음과 달리 진정한 길을 연 깨달음이다.
[라사둠의 오러 특성 5단계 ‘신마(神魔)’가 개방되었습니다.]라사둠의 오러와 카인의 오러연공법은 원래가 하나.
완벽하지 않았던 9단계가 신마를 얻어 끝없는 무의 흐름을 보여 주었다.
세계.
그 모든 것의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백천화의 무시무시한 기운이 숨통을 노려 왔지만 무섭지 않았다.
설영검을 말아 쥐고, 흑암과 함께 나아갔다. 두 검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무의 화신을 쏟아냈다.
[쾌, 강, 중, 뇌, 정, 공, 변, 환, 예, 절, 유, 풍, 패, 와, 비의 격(格)을 담은 검로 신살이 생성되었습니다.]열다섯 가지 묘리가 어우러진 새로운 신살이 설영검의 검신에서 장대한 백광을 터트리고, 신검합일의 극에 이른 흑암이 지하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린 듯한 흑광을 발하며 극리를 뻗어 냈다.
신살과 극리의 상반된 빛이 투쟁하듯 타오르며 마기로 가득한 공간을 찢어발겼다.
쩌어어억!
백천화가 펼쳐 낸 비룡운의 기운이 갈라지고, 천류검과 백귀검의 칼날이 반으로 부러졌다.
화아아악!
어둑한 먹구름이 쪼개지며 순백의 태양 빛이 폐허가 된 연무장으로 내려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