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1
31화. 던전 쓸러 왔습니다. (3)
땅에서 나온 건 작고 고풍스러운 나무상자였다.
“역시 던전 박스였네.”
-던전 박스?
“가끔 이런 상자가 발견될 때가 있어. 던전 박스라고 부르지.”
-상자에서 아이템이 나온다는 고리타분한 소리는 아니겠지.
“잘 아네.”
-허…
흑암은 자신의 검날을 양쪽으로 흔들었다.
-몬스터도 보여주고, 숨겨진 아이템도 보여준다고? 이 지도 진짜 미쳤어!
“어차피 이 퀘스트를 깰 동안만 주는 혜택인데 뭐 어때.”
-그건 그렇긴 하다만…
던전 박스를 들어서 위아래를 살펴보았다. 잠금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바로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뭐하냐? 빨리 열어.
“고리타분하다고 하더니, 궁금하긴 한가봐?”
-끙…
백우진은 흑암을 한 번 놀리고서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서 화사한 노란빛이 번쩍였다.
“장갑?”
던전 박스 안에 있던 건 갈색 가죽 장갑이었다. 살짝 때가 탄 것 같으면서도 손질이 잘 되어있어서 누군가가 아끼면서 쓰던 물건 같았다.
“흑암님! 부탁드립니다!”
-에휴, 하고 있다.
흑암의 말이 끝나고 5초 정도 지나자, 백우진의 눈앞에 아이템 정보가 나타났다.
[자유로운 기사의 장갑.]대륙을 떠돌던 자유기사가 사용한 장갑이다. 깔끔하게 손질이 되어 있어 바로 착용해도 문제가 없다.
등급 : 레어
착용가능 조건 : 없음.
검술 +4
마나 +4
“대박!”
-넌 시스템한테 절이라도 해야 해.
던전 박스에서 나온 아이템 대부분이 꽝이라고 들었다. 검사용 레어 아이템이 나오다니, 운이 제대로 터졌다. 정말 시스템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딱 맞네.”
백우진은 바로 장갑을 착용하고 손가락을 움직여보았다. 손질을 잘해놨다는 게 사실인지 착용감도 부드러웠다.
“얻을 건 다 얻었으니. 끝을 내 볼까.”
-지도를 보니, 네가 2마리만 더 잡으면 될 것 같다.
“그래. 6마리는 맡겨도 되겠어.”
남은 오크의 숫자는 8마리였다. 6마리는 파티 단위로 온 능력자들이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고, 2마리는 왼쪽 구석에 박혀 있었다.
백우진은 구석으로 달려가서, 남은 오크 두 마리를 처리했다.
쿠구구구.
마지막 오크가 쓰러지자, 지진이 난 것처럼 던전에 진동이 일었다. 모든 몬스터가 죽었으니, 던전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가장 높은 기여도를 가진 채로 던전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퀘스트 진행 상황 1/20] -퀘스트도 진행됐군.“이제 나가자.”
던전의 출구로 이동하자, 대웅 길드와 보라매 길드의 능력자들이 보였다. 그들은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든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 넋을 놓아버린 사람들 같았다.
“오늘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파티 쪽에 고수라도 온 건가?”
“아니야. 다 3등급이었어.”
“귀신에 홀린 기분이야.”
“끄응….”
백우진은 밖으로 나가는 능력자들 뒤에 따라 붙어서 조용히 던전을 빠져나갔다.
-쟤들은 신나게 주먹질만 했고, 모든 실속은 다 네가 챙겼군.
“다 지들 업보야. 저것들이 내 욕만 안 했어도 적당히 잡고 끝냈지.”
-큭큭, 그건 그렇지.
“내가 건드리지 않은 파티들은 평소보다 많은 오크를 잡았을 걸.”
백우진은 자신에게 욕을 하지 않은 파티들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 덕분에 9명의 능력자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오크를 잡아서 기뻐하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복이 온다니까.”
-넌 착한 것과 거리가 먼데 복이 따라붙잖아. 오늘만 해도 네가 얻은 게 대체 몇 개냐.
“전에도 말했지만, 난 은혜는 2배로, 복수는 10배로 하는 인간이야. 근본은 착하다는 소리지.”
-웃기고 있네.
백우진이 흑암과 잡담을 하며 던전의 입구를 떠났을 때 문주영이 나타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던전이었어. 고마워.”
“아닙니다.”
문주영은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실전은 많이 경험하셨습니까?”
“보스도 잡았고, 오크도 90마리 정도 잡았어.”
“예?”
보스를 잡았다는 말에 미소를 짓던 문주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신의 귀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심스러웠다.
“바, 방금 오크 90마리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아….”
백우진의 가벼운 대답에 문주영의 입이 쩍 벌어졌다. 백우진의 실력을 알고 있으니, 보스를 잡을 거라는 건 예상했다. 하지만 오크 90마리를 잡다니, 이건 말이 되질 않았다.
‘이분은 진짜 정체가 뭐지?’
어이가 없었다. 보통 2등급 던전에 있는 몬스터 숫자는 150마리 내외다. 그 중에 90마리를 잡았다는 건 던전의 몬스터 3/5를 혼자 잡았다는 소리다.
“혹시 안에서 파티를 하셨습니까?”
“수련하러 간 건데, 그런 걸 할 리가 없지.”
“허….”
문주영의 눈이 격하게 떨렸다. 경쟁자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길드와 파티 단위의 능력자 29명 사이에서 몬스터 90마리와 보스를 잡다니, 정신 나간 수준의 활약이다.
‘이분은 빨리 위로 가셔야 되는 분이야!’
문주영은 백우진이 강해지는데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기로 다짐했다.
“도련님. 바로 다음 던전을 구하겠습니다!”
**
문주영의 전폭적인 도움 덕분에 백우진은 2주 동안 던전 2개를 더 클리어했고, 지금은 4번째 던전으로 가는 중이다.
-오늘 던전까지 깨면 4개째로군.
“유능한 호위 덕분이지.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던전을 굉장히 쉽게 구해오니까.”
-문주영은 네 말이라면 죽으라고 해도 들을 정도잖아. 별 짓을 다하고 있겠지.
흑암의 말에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오늘 들어갈 던전의 경쟁자들을 살펴보았다.
“음….”
-왜?
“쟤네 분위기가 좀 이상해.”
보통 던전에 들어가기 전 능력자들의 얼굴엔 흥분과 긴장이 섞여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능력자들의 얼굴엔 그늘이 져 있었다.
“오늘 던전이 딱히 어려운 던전도 아닌데.”
-보스가 있는 던전이 처음이라 긴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런가?”
-어차피 경쟁자들인데 뭘 신경을 쓰는 거냐. 네 할 일이나 해라.
“간만에 옳은 말을 하네.”
백우진은 피식 웃고 고개를 돌렸다. 흑암의 말대로 저들의 얼굴이 어둡건 말건 자신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열렸다.”
백우진은 던전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 던전은 놀이 나오는 2등급 던전이었다.
[데이라 놀 던전] 지형 : 숲.총 몬스터 : 130.
남은 몬스터 : 130.
잡은 몬스터 : 0.
몬스터 특징 : 무기를 잘 다룸. 상처를 입으면 도망가서 동족을 데려옴. 선공을 한 대상을 먼저 공격함.
보스 : 데이라 놀 투사.
보스 특징 :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빠르고, 접근전에 능함.
“놀 투사라.”
-쌍검을 들고, 접근전을 유도하는 영리한 놈이다. 근접해서는 이빨로도 물어뜯지.
“그럼 접근해서 싸워야겠네.”
-너 내 설명 듣긴 한 거냐? 접근전에 능하다니까.
“상대가 유리한 곳에서 싸워야 수련을 하는 보람이 있지.”
-음, 이번엔 네가 옳은 말을 하는군.
“하하!”
백우진은 웃으면서 지도를 보았다. 그가 보스로 향하는 최단 루트를 계산하고 있을 때 덩치 좋은 중년인이 다가왔다.
“어이.”
험악한 인상의 중년인은 능력자라기보다는 건달이나 양아치같았다.
“하이에나 짓을 하려는 거겠지? 80%다.”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80%라니,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지 마라. 네가 얻은 아이템과 마석의 80%를 바치면 우리 뒤를 따라오게 해주겠다는 소리다. 말을 잘 듣는다면 길드에도 넣어주마.”
남자는 그 말을 하며 뒤를 가리켰다. 그의 뒤엔 백우진과 중년인을 제외한 28명의 능력자가 한 곳에 모여 있었다.
‘뭐지?’
-왜 그러냐?
‘여긴 그냥 던전도 아니고, 보스가 있는 던전이야. 저들은 분명 다른 길드들인데 경쟁을 하지 않고, 뭉쳐 있다니 이상하잖아.’
-그러고 보니, 던전 밖에 있을 때 저 놈들은 세 집단으로 나뉘어 있었다.
‘갑자기 길드에 넣어준다는 헛소리도 하고, 뒤에 있는 능력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눈치를 보고 있어. 얘네 좀 많이 이상한데.’
백우진은 의문을 담은 표정으로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앞의 중년인처럼 불량한 기운을 뿜는 몇몇 능력자를 제외하면 전부 무거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네게 선택권은 없다. 거절해놓고 따라왔다간 네 팔을 뜯어버릴 거니까.”
남자는 으르렁 거리듯이 이를 드러내고 백우진을 위협했다.
“허….”
백우진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건드려볼까 했는데, 알아서 시비를 걸어주니 고마웠다.
“나 바쁘니까. 개소리는 네 꼬봉들한테나 해라.”
백우진은 파리를 쫓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그 모습을 본 남자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 올랐다.
“이런 개잡놈이!”
남자가 백우진을 향해 솥뚜껑 같은 주먹을 휘둘렀다.
“말도 행동도 싼티나서 볼 수가 없네.”
백우진은 보법을 밟아서 뒤로 이동한 뒤 검집으로 중년인의 뒤통수를 후렸다.
뽀각.
호두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머리가 땅에 박혔다. 일격에 기절을 했는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나이스 샷이다. 소리 한 번 시원하네!
흑암도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킥킥 거렸다.
“더, 덕철이 형님!”
“이게 무슨!”
“이놈이 선공한 거 봤지? 난 잘못 없다.”
백우진은 그들을 놀리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 자식이!”
“감히! 형님을!”
권사와 검사가 백우진에게 달려들었다.
빠각!
백우진은 검사가 검을 뽑기도 전에 이마를 때려서 뒤로 날려버렸다.
“커헉!”
원을 그리는 보법을 밟아서 권사의 뒤로 이동한 뒤 뒤통수를 날려 땅에 쳐 박았다.
“너희는 안 덤빌 건가?”
백우진은 검집의 먼지를 털고 당황하고 있는 능력자들을 쳐다보았다.
“저, 저흰 친한 사이도 아니고, 다른 길드라서요. 하하….”
칼을 뽑으려던 검사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굽혔다. 그 옆에 있는 마법사도 손을 저으며 이들과 상관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개똥같은 소리다. 뒤에 있는 놈들은 몰라도, 지금 말한 놈들은 모두 한 패다.
‘알아.’
-안다면서 왜 안패냐?
‘내가 깡패냐? 덤비지도 않은 놈들도 패게?’
-그럼 놔둘 거야?
‘지금은 때가 아니야. 쟤들이 누군지 알 것 같거든.’
백우진은 검집을 다시 허리에 찼다. 그는 능력자들을 한 번씩 쳐다 본 후 뒤로 돌아서 보스가 있는 쪽으로 달렸다.
“저 것들 다단계 길드를 운영하는 놈들이야.”
-다단계 길드?
“다단계 길드라고도 하고, 조폭 길드라고도 하지. 간단히 말해서 능력을 가진 깡패 놈들이 운영하는 길드야. 약자들을 등쳐먹고, 억지로 부려먹는 놈들이지. 살인도 하고, 강도질도 하고, 도둑질도 하고, 돈도 빌려주고 이득이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해.”
전생에 다단계길드가 성장해서 거대 길드가 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백우진은 그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고 있었다.
“저놈들 길드가 3개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한 길드라고 봐도 무방할 거야.”
-설마 던전을 독식하려고 그러는 거냐?
“맞아. 나한테 80%의 제안을 넣은 것도 그 이유지. 소개해준다는 건 다단계 길드일 거고.”
-허…
백우진은 흑암의 어이없어 하는 반응을 이해하며 말을 이었다.
“앞에서 건들거리던 놈들이 다단계 길드의 진짜 길드원이고, 뒤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사람들은 약점을 잡혀서 억지로 가입한 사람들일 거야.”
-쓰레기 같은 놈들이군. 도망치기 전에 가서 조져버려라!
“지금은 때가 아니라니까. 저런 양아치 놈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뻔해.”
백우진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보스를 잡고 돌아가면, 놈들이 출구에서 친절하게 맞이해줄 거야.”
**
“덕철이 형님. 몬스터의 아우라가 사라졌습니다. 그 놈이 보스를 잡은 것 같습니다.”
“앞의 몬스터 처리하고 전부 입구로 이동해!”
백우진에게 뒤통수를 맞고 기절했던 김덕철은 이를 갈며 능력자들을 이끌고 입구 쪽으로 움직였다.
“보스를 잡았으니, 그 망할 놈도 부상을 입었을 거다. 놈이 나타나면 바로 화염구를 날려. 화염구가 적중되면 독침을 뿌리고, 화살을 쏴. 나머지는 동시에 놈을 치는 거다. 알겠어?”
“형님. 그 놈 강한 거 같던데, 이게 통할까요? 보스도 혼자 잡았고….”
“장사 하루이틀 해? 얼마 전에도 이 방법으로 4등급 검사를 죽였잖아. 똑같이 하면 돼! 기습과 다굴에 장사 없어!”
김덕철과 그의 부하들은 자신들보다 강한 능력자를 기습해서 죽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들은 그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백우진을 살해 할 계획을 세웠다.
“던전의 무서움을 알려주마.”
김덕철은 자신의 뒤통수를 후린 놈을 그냥 보내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고통스럽게 죽이고 가진 아이템과 마석을 빼앗을 것이다.
“너희들 이번에도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돌아가서 뒤질 줄 알아. 알았어?”
“아, 알겠습니다.”
뒤에 있는 20명의 능력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왔다. 전부 준비해.”
30분 정도 지나자, 백우진이 출구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옷의 반이 피로 물든 것을 보니, 예상대로 부상을 입은 것 같았다. 김덕철은 손을 올려서, 모두에게 준비신호를 보냈다.
‘지금이다!’
백우진이 입구에 들어선 순간 양옆에 숨어 있던 마법사 2명이 화염구를 사용했다.
화아아악!
뱀의 혓바닥처럼 넘실거리는 불꽃이 백우진을 향해 쇄도했다.
콰아앙!
화염구가 터지면서 백우진이 서 있던 장소를 화염 폭풍이 휩쓸었다.
“지금이다. 독침이랑 화살을 날리고 전부…어?”
달려가면서 지시를 내리던 김덕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화염구를 맞았어야 할 백우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놈이 없어졌다! 조심….”
“크아악!”
오른쪽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화염구를 날린 마법사의 비명소리였다.
“아….”
김덕철은 손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돌렸다. 마법사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그 뒤에서 백우진이 나타났다.
“히이익!”
백우진의 싸늘한 눈빛을 보자, 알 수 없는 오한이 전신에 스며들었다. 던전이 얼음 동굴로 변한 것처럼 한기가 느껴졌다.
“아아….”
김덕철은 이제야 깨달았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괴물을 건드렸다는 것을.
저벅.
천천히 다가오는 백우진의 입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후회해도 늦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