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북명신공 (2)
신검백가의 죄악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백천화의 욕심에 죽어 간 검사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세요.
조건: 신검백가가 저지른 죄를 고백하고, 관계된 자들에게 사과받기.
보상: 5,000포인트.
백우진과 흑암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가 떠올랐다.
“죄의 고백과 사과라….”
-생각보다 어렵겠는데?
퀘스트를 확인한 흑암이 클클 웃었다.
-한둘이 아니잖냐.
백연휘와 백은경의 말대로라면 이번 일에 관계된 단체는 네 곳이 넘고, 전부 초대형 길드다.
이미 백천화와 거래를 끝낸 길드들이 지난 일을 쉽게 인정할 리가 없다.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될 거다.
또 공짜나 다름없는 퀘스트를 줄까 봐 걱정했지만, 이번 건 여러모로 귀찮은 퀘스트였다.
“아닐걸.”
백우진은 퀘스트를 수락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니? 놈들이 자신들의 죄를 순순히 인정할 리가 없잖아.
“자신들의 치부가 들키는 일이니,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지. 다만 내가 직접 쳐들어간다면 달라져.”
-직접 쳐들어간다고?
흑암이 황당한 듯 검날을 들이밀었다.
-넌 가주잖아. 쉽게 움직이면 가주의 무게감이….
“가주의 무게감 따위는 엿으로도 못 바꿔 먹어.”
픽 웃으며 손을 저었다. 백천화처럼 뒤에만 박혀 있는 가주의 무게감은 필요 없다. 항상 최전방에 서는 가주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앉은 거다.
-흥, 가주라는 놈이 말투하고는.
흑암의 목소리는 퉁명스러웠지만, 그 안에는 백우진에 대한 만족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문제를 일으킨 길드 네 곳을 전부 찾아갈 거냐?
“아니, 하나만 가면 돼.”
백우진이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려 흔들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천무맹주는 분명히 내 제안을 거절하겠지. 그의 성격이라면 절대 인정하지 않아.”
-음, 확실히.
흑암이 검날을 끄덕였다. 중국에서 본 천무맹주는 자존심으로 가득 찬 인간이었다. 증거가 없다면 인정할 리 없었다.
“그 천무맹에 직접 쳐들어가서 털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다른 놈들이 겁을 먹겠지.
“맞아. 천무맹주는 그 자존심만큼이나 강해. 그를 무릎 꿇린다면 다른 길드들은 알아서 죄를 밝히고, 사과를 할 거야. 한 일은 물론이고, 하지 않은 일까지.”
백우진이 빙긋 웃으며 연공실로 들어갔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천무맹주가 너한테 진다고 해서 죄를 인정할까? 좀 얻어맞는다고 죄를 고백할 놈은 아닐 텐데?
“그래서 준비가 필요해.”
-준비?
“천무맹주가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을 때 행검부, 백연단, 블랙마켓의 정보를 모아서 만든 확실한 증거를 내밀어야지.”
장부와 서류는 있으니, 몇 가지 자료만 더 준비하면 완벽한 증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힘으로도, 명분으로도 이기는 거야.”
-백천화와 천무맹주가 거래했다는 증거를 미리 제시하지 않고, 후려 팬 다음에 주겠다고?
“그렇지.”
-허….
흑암이 백우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버, 벌써 보이는군.
백우진에게 얻어터지면서도 진실을 숨기던 천무맹주가 증거를 보고 절망하는 표정이 상상되기 시작했다.
당장 내밀 수 있는 증거를 숨겨 두었다가 다 때려 부수고 제시한다니, 무서운 생각이다.
-얍실한 녀석….
심계와 무력 모두를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
이번 계획이 녀석의 생각대로 된다면 세상은 백우진이 백가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게 된다.
즉, 앞으로 백가의 검사를 건드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나도 갑질 좀 해 봐야지.”
백우진이 능글맞게 웃었다. 백가의 검사들에겐 가족처럼, 백가를 건드리는 놈들에겐 악귀처럼 행동할 생각이었다.
-시작은 왜 천무맹주냐?
“내 목숨을 노렸던 놈이잖아.”
-그걸 아직도….
“내가 기억력이 좀 좋거든.”
피식 웃고서 백연휘와 백은경에게 연락했다. 두 사람에게 증거가 전혀 없는 척하면서 사과만 요청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북명신공을 써 볼 순간이 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겠는데.”
전화를 끊은 백우진의 얼굴에 서늘한 미소가 피어났다.
**
“후우….”
백우진은 오늘의 마지막 서류에 서명을 끝내고 창밖을 보았다. 무겁게 가라앉은 밤하늘에 둥근 달이 떴다.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와 있었다.
몇 주간 백천화가 손을 놓았던 가주 업무에 집중하느라 수련을 거의 못 했지만, 그의 표정은 덤덤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문주영이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표정이 왜 그래?”
“요즘 수련을 못 하셔서 괜찮으신 건지….”
백우진이 수련광인 건 백가 전체가 알고 있다. 하루만 수련하지 않아도 입에 가시가 돋는 사람이 몇 주 동안 업무만 보고 있으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백우진은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저었다.
“일주일 정도만 더 고생하시면 업무 대부분이 처리될 겁니다.”
“괜찮다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때까지는 제가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쉬십시오!”
문주영은 고개를 크게 꾸벅이고서 가주전을 나갔다. 저 모습을 보니, 밤을 꼴딱 새워서 중요한 업무만 추려 올 게 뻔히 보였다.
“진짜 괜찮은데.”
백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양의심공의 운용을 중지했다.
‘양의심공이 있으니까.’
양의심공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희대의 무예.
양의심공을 이용해서 업무 중에 북명신공의 구결을 해석하는 일은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었다.
-그 떡 먹다가 좀 체했으면 좋을 텐데.
책상 아래에 있던 흑암이 스르륵 올라왔다.
“잘 봤어?”
-나, 나름 괜찮았다.
흑암은 민망한 듯 검날을 휘적거렸다.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고
“하여튼 솔직지 못하다니까.”
백우진이 혀를 차며 바닥에 놓여 있던 태블릿 PC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업무를 보는 동안 흑암이 심심하지 않도록 책상 밑에 태블릿 PC를 놓아서 드라마를 틀어 주었다.
녀석은 오랜만에 보는 드라마에 빠져 기분이 좋은 걸 들키기 싫은지 억지로 심드렁한 목소리를 흘렸다.
-그래서 업무는 좀 익숙해졌냐?
“관심 가지는 척하지 마세요. 머릿속이 드라마로 가득 차서는….”
-크흠….
흑암은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헛기침만 뱉었다.
“근데 북명신공 말이야.”
-음?
“자연의 마나나, 적의 기운을 흡수하는 게 전부가 아닌 거 같아.”
북명신공의 구결을 외우고, 그 내용을 받아들일수록 느껴진다. 더 많은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단순한 무예가 아닌 것 같았다.
그보다 한참 위.
기의 흡수와 흐름에 관한 초상승의 묘리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버, 벌써 알았다고?
“역시 뭔가가 있나 보네.”
백우진이 두 눈을 빛내며 흑암을 보았다.
-네가 느낀 게 무엇인지 말해 봐라.
“북명신공은 단순히 많은 기운을 받아들이는 무예가 아니야. 마나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흑암에게 북명신공을 익히며 느낀 깨달음들을 말해 주었다.
-진짜 더럽게 빠르네.
흑암이 한숨을 내뱉었다. 일부러 북명신공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 주지 않았건만, 백우진은 홀로 그 길을 찾아냈다.
‘빠른 데다가 예측 불능이야.’
무예에 대한 녀석의 발전은 점점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다.
백우진은 자신의 예측을 뛰어넘어 완성된 존재, 즉 초월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정말 질리는군.’
절대의 경지에 오른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그다음을 본단 말인가. 드라마로 고조된 기분이 축 가라앉았다.
‘어떻게 생각해?’
-…네 말 그대로다. 북명신공에는 대자연의 마나와 정제된 기운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그럼 그게….’
-초월의 경지다.
‘초월!’
백우진이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하권을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초월에 닿을 수 있다고 하니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니야. 아직 멀었어.”
마구잡이로 뛰는 심장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눈을 감았다. 벌써 흥분해서는 안 된다. 아직 머나먼 일이었다.
‘느긋하게 마음먹고 천천히….’
백우진은 호흡을 조절하며 조급한 마음을 부드럽게 내리눌렀다. 천천히 심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괴물 같은 놈.
흑암은 초월이라는 경지를 듣고서도 냉정하게 감정을 조절하는 백우진을 질린 듯 바라보았다.
-이젠 정말 거물이구만….
**
일주일 뒤.
백우진은 수련에 집중하기 위해서 연공실에 들어갔다.
밀렸던 업무는 모두 끝냈고, 흑암에게 드라마도 보여 줬으니 방해할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이 중요해.’
그간 업무를 보는 중에도 수련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북명신공의 습득은 궤도에 올라 있었다. 이번 연공만 깔끔히 끝내면 북명신공의 묘리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우우웅.
백우진은 눈을 감으며 북명신공의 구결을 외웠다.
천지에 가득 찬 대자연의 마나가 피부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대자연의 마나는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
화수풍토 사대 속성만이 아니라, 뇌기와 냉기 혹은 빛과 어둠으로도 변한다.
무인들과 마법사들은 오러와 마나 연공을 통해 마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듬어서 사용한다.
하지만 북명신공은 다르다.
대자연의 마나를 어떠한 변화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마나만 변하지 않는 게 아니다. 마나를 받아들이는 자기 자신도 불변이어야 한다.
묵직한 바위처럼, 고고한 하늘처럼, 끝없는 바다처럼 변화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그게 북명신공 상권의 요체이자, 묘리였다.
번쩍.
뇌리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낡고 퇴색된 심상이 깨지고 새로운 깨달음의 물길이 솟구쳤다.
우우웅!
백우진은 간신히 잡은 깨달음의 단초를 놓치지 않았다. 미친개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온 정신을 깨달음에 집중하며 북명신공의 구결을 외우고 또 외웠다.
-허어….
흑암이 헛바람을 내뱉었다. 백우진의 상단전이 개방되며 대자연의 마나가 응집되고 있었다.
녀석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른 채 북명신공의 연성에 정신을 집중하며 결국 무아에 빠져들었다.
-벌써 깨달음을 얻었다고?
초상승의 무예를 얻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인가. 저놈을 보고 있으면 체한 것처럼 속이 갑갑해졌다.
-벌써가 아닌가….
백우진은 업무를 보면서도 양의심공을 이용해서 북명신공의 수련을 해 왔다. 그 끈질긴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도 모르겠다.
-어휴!
흑암은 부러움이 담긴 한숨을 내뱉으면서 백우진이 무아에서 깨어나길 기다렸다.
기다리는 게 지루해지고, 드라마가 고파질 때쯤 백우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잠시 뒤 그가 눈을 떴다.
태양을 담은 듯한 장대한 안광이 불길처럼 타올랐다.
-으음….
흑암이 신음을 흘렸다. 백우진의 눈동자만 봐도 녀석에게 큰 발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얻었냐?
“그래. 그것도….”
백우진이 메마른 목소리를 흘릴 때 알림음이 연공실을 울렸다.
띵!
[북명신공을 습득하셨습니다.] [깨달음의 깊이가 깊습니다.] [북명신공이 2단공에 이르렀습니다.] [오성 능력치가 상승합니다.]“2단계까지 올라갔어.”
-이어어억!
흑암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2단계라고? 시작부터?
좀 배우고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고, 습득부터 2단계에 오성까지 오르다니, 무슨 이따위 놈이 있단 말인가.
아직 초월에 닿지는 못했지만, 이런 식으로 성장하면 몇 년이 지나기도 전에 초월에 발을 들여놓을지도 몰랐다.
-시, 시스템 이 자식이 정말….
“이번에 시스템은 가만히 있었는데?”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북명신공의 습득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해낸 일이다. 시스템과는 상관이 없었다.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양의심공도 없었을 거고, 그러면 네가 업무 중에 수련을….
“와, 거기까지 가냐? 흑암 찌질하네.”
-크윽! 찌, 찌질이라니!
흑암이 검날을 바르르 떨었다. 솔직히 할 말이 없었지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으으윽….
“드라마 보여 줄게.”
흑암이 짜증을 폭발시키려 할 때 백우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엉?
“그동안 태블릿으로 드라마 보느라 짜증 났지? 대형 TV로 보자고.”
백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흑암을 툭 쳤다.
-저, 정말이냐?
“목표를 더 크게 이뤘으니, 이번엔 네 소원을 들어줘야지. 은밀의 숲 반 남은 거랑, 슬기로운 검사 생활도 남았잖아. 그거 전부 TV로 보자.”
-너 기억하고 있었구나!
흑암이 감동한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맨날 타박한 것과 달리 녀석은 자신이 어느 드라마를 보고 싶어 했는지 다 알고 있었다.
“가자. 바로 틀어 줄게.”
-조, 좋다! 오늘 드라마 다 뒤졌다! 크하하하!
“귀 아파, 살살 웃어.”
백우진과 흑암은 미소를 지은 채 연공실을 나서다가 멈춰 섰다.
“가주님.”
연공실 앞에서 기다리던 문주영이 다가왔다.
“무슨 일 있어?”
“그 길드들이 답장을 보내 왔습니다.”
백우진은 문주영이 내민 서류를 받아서 펼쳤다.
“스스로 죄를 밝히라고 요청한 네 길드 모두 저희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특히 천무맹은 아예 무시했습니다.”
“그렇군.”
읽은 서류를 구기며 서늘한 미소를 피워 냈다.
“예상대로네.”
“예. 가주님이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그럼 계획대로 해야겠지.”
“언제, 어디부터 가실 겁니까?”
“내일. 천무맹.”
백우진이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고, 간신히 얻은 북명신공을 실전에서 써 보고 싶기도 했다.
“그럼 차원문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추가로….”
백우진은 숙소가 아닌 집무실로 향하며 문주영에게 지시를 내렸다.
-…….
흑암은 죽이 맞는 두 사람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형 티비는? 드라마는?
**
중국 산둥성에는 산둥의 자금성이라 불리는 웅대한 장원이 세워져 있었다.
산처럼 솟아오른 장원의 정문에는 적룡과 황룡이 승천했고, 그 문 앞에는 철탑 거인 같은 문지기들이 무거운 위엄을 피워 냈다.
고대의 왕성이라고 해도 될 법한 이곳이 바로 중국의 자랑이라는 천무맹의 대지였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천무맹의 정문 앞에 멈춰 서서 거대한 전경을 향해 셔터를 눌러 댔다.
“여기가 천무맹인가?”
문지기이자 경비대 소속인 왕전이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그 셔터 세례를 즐기고 있을 때, 옆에서 모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억!”
“뭐, 뭐야!”
“물러나라!”
왕전만이 아니라, 정문 앞에 선 모두가 기겁을 하며 남자에게 창을 겨누었다.
‘대체 언제….’
느끼지도 못했건만, 어떻게 여기까지 다가온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 어어?”
창을 세우며 남자를 본 왕전이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뒷걸음질 쳤다.
“배, 배….”
검은 코트와 백색의 검집, 그림으로 그린 듯한 미모의 얼굴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를 모를 수가 없었다.
“배, 백우진!”
“협제!”
백우진이라는 높고도 거대한 이름에 정문 전체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끄윽!”
“으으….”
문지기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창을 쥔 손을 바르르 떨었다.
“무, 무슨 일로 여기에….”
경비대 조장인 화연후가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천무맹주를 보러 왔소.”
“약속을 잡고 오신 겁니까?”
“그럴 리가.”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 그렇다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화연후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창을 꽉 쥐었다.
“그런 당당함을 좋아하지만, 오늘은 안 되겠어.”
백우진이 가벼운 걸음으로 정문을 향했다.
콰아아아!
기운을 흘린 것 같지도 않은데 앞을 막은 문지기들이 미끄러지듯 물러났고, 꽉 닫힌 정문이 쿠웅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렸다.
“천무맹주의 사과를 받아야겠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