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12
312화. 북명신공 (3)
백우진은 활짝 열린 천무맹의 정문을 향해 걸었고, 문주영이 그 뒤를 따랐다.
‘모, 몸이 안 움직여!”
‘끄으윽!’
‘말도 안 나오고, 몸도….’
문지기들은 백우진이 펼쳐 낸 무형지기에 짓눌려 침입자가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저벅.
백우진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천무맹의 정문을 넘었다.
-넌 진짜 미친놈이야.
흑암이 백우진의 등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적진이나 다름없는 장소를 셋이서 쳐들어가다니, 미쳤다고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별문제 없을 거야.’
백우진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천무맹주가 어떻게 나올지 너도 알고, 나도 알잖아.’
반대로 천무맹주는 자신들이 대놓고 들어올지 예측조차 못 했을 거다.
이 정문을 넘은 순간 모든 일이 자신의 계획대로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넓군.”
정문을 넘자, 천무맹의 전경이 보인다. 먼지 한 톨 없는 길고 넓은 대로가 나왔다. 너무 넓어서 길드가 아니라, 한 지역구를 보는 느낌이다.
삐이익!
우이이잉!
호루라기 소리와 경보음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렸다.
“오는군.”
비상 경보를 듣고 천무맹의 경비대가 일제히 움직이고 있었다.
숫자는 61명. 한 명은 7등급, 10명은 6등급, 50명은 4등급에서 5등급 수준이었다.
“허억!”
가장 먼저 도착한 경비대장 오정이 백우진을 보고 신음을 흘렸다.
“배, 백우진!”
어떤 천둥벌거숭이가 천무맹에 무단침입을 했나 비웃었건만, 거물 중 거물이 나타났다.
“당신이 왜 여기에….”
“당신네 맹주가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귀 좀 뚫어 주러 왔소. 그를 불러 주시오.”
“으음….”
오정이 입술을 깨물며 백우진의 뒤를 보았다. 정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수많은 구경꾼들이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젠장!’
정문이라도 닫혀 있다면 모를까. 천무맹의 이름값이 있기에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맹주께 이 사실을 알려라.”
오정은 뒤에 있던 조장 한 명을 맹주전으로 보냈다. 백우진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무리 신검백가의 주인이라고 해도 지켜야 할 도리는 있소. 약속을 정한다면 맹주께서도….”
“무시하던데?”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천무맹주는 정중하게 보낸 사과 요청 제안을 무시하고, 소식을 전한 검사를 윽박질러 내쫓았다.
기사로도 백가의 요청을 무시한다고 했으니, 이렇게 쳐들어오는 게 정답이었다.
“조장들은 정문을 닫아라!”
“그럴 수는 없지.”
오정이 명령을 내릴 때 백우진이 오른손을 휘저었다.
뿌드드득!
정문을 닫으러 가던 여섯 명의 경비 조장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멈춰 서고, 거대한 정문이 닭의 날갯죽지처럼 우두둑 뜯겨 나갔다.
쿠구구구!
뜯어진 정문이 벽을 무너뜨리며 더 많은 사람들이 안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어어억!”
오정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저, 저게 뭐야.’
백우진이 기운을 끌어 올리는 것도 느끼지 못했건만 저 거대한 정문이 뜯겨 나가고, 조장들이 굳어 버렸다.
격이 달랐다.
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들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미 하늘에 서서 땅을 굽어보는 절대의 무인이었다.
“하지만….”
오정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에는 자신들만 있는 게 아니다. 혹시 모를 강자에 대비한 절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석탑의 양 끝에 있는 경비들에게 시선을 주어 진법의 발동을 지시했다.
우우우웅!
경비들이 석탑의 머리를 돌려 석탑끼리 바라보게 만들자, 하늘과 대지에서 붉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났다.
침입자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대천홍연진의 개방이다.
화아아아!
백우진은 자신의 몸을 덮어 가는 홍색의 연기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뭐 하냐? 진법부터 부숴라. 이거 범위가 꽤 넓어.
‘기의 운용 방식이 꽤 재밌네.’
-서, 설마 너 이 진법의 기운을 흡수하려고….
‘그래.’
고개를 끄덕이면서 북명신공을 운용했다. 진법에서 피어나는 붉은 기운을 흡수하자, 이 진법의 생문과 사문이 어디인지, 무엇이 조문인지 전부 알 수 있었다.
“지금이다! 모두 뒤로 빠져! 전투부대에 지원을 요청… 어?”
진법이 개방된 걸 확인한 오정이 후퇴 명령을 내리려 할 때 백우진이 천천히 발을 들어 올렸다.
쿠웅!
그가 들어 올린 발로 땅을 구르자, 바닥이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졌다.
빠지지직!
파괴의 선은 대지를 넘어 허공을 가르고 결국 천지를 메운 대천홍연진의 기운을 찢어발겼다.
후우우욱!
대천홍연진의 기운이 사정없이 깨어지고 세계가 원래의 빛을 되찾았다.
“아….”
오정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대천홍연진은 단순히 정문 앞을 지키는 진법이 아니다. 이 천무맹 전체를 덮는 거대한 진법이다.
‘미쳤어….’
수많은 기관을 조작해서 풀어야 할 진법을 발 구름 한 번에 깨부수다니, 기절할 지경이었다.
-진짜 개사기….
흑암이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백우진과 갈라진 대지를 보았다. 녀석은 북명신공으로 진법의 기운을 흡수한 뒤 그걸 역으로 보내 이 거대한 진법을 단숨에 깨 버렸다.
흐름을 보는 눈과 결계역장, 그리고 북명신공이 이뤄 낸 기적 같은 일이었다.
“가자.”
“예!”
백우진과 문주영은 갈라진 대지와 무너진 경비대를 뒤로한 채 천무맹의 대로를 걸었다.
오정을 비롯한 경비대는 문지기들처럼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괴, 괴물이야….”
**
백우진과 문주영은 대로를 따라 성처럼 솟구친 맹주전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소수의 무인들이 나타났지만, 지켜보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흐릿하게 보이던 맹주전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기와지붕은 새빨간 적색, 건물 기둥은 황금색으로 칠해진 화려한 궁성 같았다.
정원을 지나 투명한 호수 근처에 도착했을 때 세 방향에서 백에 가까운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복장이 다르군.
‘다 다른 단체니까.’
각자의 복장과 무기가 다른 걸 보면 전부 다른 전투 단체인 것 같았다.
백우진은 그중 우측에서 나타난 백색 무복의 무인들에게 집중했다.
‘광검단.’
빛의 검이 그려진 백색의 무복에 허리춤에 착용한 레이피어처럼 얇은 검. 모두 광검단의 특징이었다.
‘광검단주는 없군.’
그 사건부터 지금까지 광검단을 맡아 온 광검단주 금안림이 보이지 않았다.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좌측 건물 뒤를 곁눈질했다.
챠아아앙!
광검단과 백창대, 귀도단이 동시에 무기를 뽑았다.
“더 이상은 가지 못하오!”
“마지막 기회요. 물러가시오.”
백창대주와 귀도단주는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미안하지만….’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한 발 더 앞으로 걸었다.
“물러날 수는 없어. 오늘 끝을 봐야겠거든.”
“공격해라!”
백창대주의 지시에 광검단, 백창대, 귀도단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촤아악!
천무맹 무인들이 세 발 앞까지 다가온 순간 백우진이 설영검을 뽑았다. 흰 검날을 덮은 검은 기운이 가시덩굴처럼 뻗어 나왔다.
콰아아아!
설영검의 검신에서 퍼져 나온 흑색의 기운이 천무맹 무인들의 무기들을 모조리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렸다.
“끄윽….”
“커헉!”
무릎을 꿇은 무인들이 붉은 피를 토했다.
“이, 이런….”
“이게 무슨!”
무기를 쥔 채 서 있는 사람은 백창대주와 귀도단주뿐이었다.
“저 둘은 네게 맡기마.”
“예!”
백우진의 말을 단번에 알아들은 문주영이 백창대주와 귀도단주에게 다가갔다.
“당신들의 상대는 나요.”
“이익! 호위 따위가!”
“꺼져라!”
“못 간다니까.”
백창대주와 귀도단주가 백우진을 막으려 할 때 문주영이 검을 뽑아 두 사람의 진로를 차단했다.
“흐음….”
백우진은 두 사람을 무시한 채 좌측 건물을 향해 달렸다. 뒤편에서 누군가가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추적하자, 백색 무복을 입은 외눈의 중년인이 나타났다. 광검단주 금안림이었다.
“내가 당신에게 좀 물어볼 게 있거든.”
“크윽!”
백우진은 도망치는 금안림을 따라잡아 앞을 막았다.
“이익!”
금안림이 이를 악물며 검을 뽑았다. 빛살처럼 솟구치는 발검술이었지만, 백우진에게는 굼벵이처럼 느리게 보였다.
촤아악!
설영검을 그어 금안림의 광검을 가볍게 갈랐다. 그의 얇은 검신이 반으로 뚝 부러지며 땅에 박혔다.
“흐윽!”
금안림이 기겁을 하며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빠아악!
그의 뒤에 있던 백우진은 틈을 놓치지 않고 뒤통수를 후려쳤다.
“크헉!”
금안림은 뒤통수에 전해진 힘을 이기지 못하고 땅에 머리를 박았다.
“끄윽… 커헉!”
금안림이 머리를 들어 올리려 할 때 백우진이 다시 뒤통수를 내리쳤다.
“으으윽!”
백우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뒤통수만 계속 쳤다. 기절하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정신은 말짱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으아아악! 그만!”
금안림이 땅에 머리를 박은 채 비명을 질렀다.
‘미, 미친놈이야!’
물어볼 게 있다면서 묻지는 않고 뒤통수만 친다. 죽는 것보다 더 무서웠다.
“제, 제발! 그만! 뭐든지 말하겠습니다!”
금안림이 악을 지르며 머리를 들어 올렸다.
“10년 전 위검대와 무슨 일이 있었지?”
“으윽!”
금안림이 신음을 흘렸다. 질문하는 백우진의 눈동자가 새파랗게 번쩍였다. 심장이 꽉 조여들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정말 그것 때문에….’
혹시나 하여 숨어 있었는데, 이 미친놈은 정말 그 옛 진실을 밝히려고 이곳에 쳐들어왔다.
“그, 그 옛날 일을….”
“너한테는 옛날이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다. 평생 뒤통수 깨지는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으면 말이나 해.”
백우진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진심으로 평생 뒤통수만 칠 수 있는 놈이었다.
“규, 균열에서 나오는 보스를 두고 위검대와 경쟁을 했습니다. 보스를 잡다가 사소한 다툼이 있었고, 그게 커, 커져서….”
“시비는 너희가 먼저 걸었겠지? 위검대가 타지에 와서 먼저 시비를 거는 건 말이 안 돼.”
“그건….”
금안림은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했다. 보스를 뺏긴 것에 눈이 돌아 위검단주의 뒤를 쳤으니까.
“생존자가 있었을 텐데?”
“그, 그게….”
흑전호포의 단추를 만지던 백우진이 손을 들어 올렸다.
“히익! 마, 말하겠습니다! 생존자가 3명이 있었지만, 전부 죽였습니다. 그, 그런데 그건 전부 백가주의 허락을 받은… 히익!”
콰아아앙!
백우진이 참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의 손바닥 자국이 땅에 박히며 지진이 난 듯 대지가 요동쳤다.
“매, 맹주님과 백가주는 거래를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건….”
금안림이 그 뒤의 사연을 말했지만, 그 이후의 말은 전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 그때 일은 확실한 거래….”
[그만!]금안림이 10년 전의 비사를 털어놓을 때 하늘이 울렸다.
고오오오!
철탑처럼 거대한 남자가 천공에 두 발로 서 있었다. 그가 계단을 밟듯 허공을 밟아 땅으로 내려선다.
전신을 가득 메운 강철 같은 근육과 풀어헤친 무복, 방금 전장에서 돌아온 듯한 거친 기운이 남자의 전신에 휘감겨 있었다. 천무맹주 팽지후의 등장이다.
-저놈도 강해졌군. 절치부심한 모양이다.
‘알아. 하지만….’
백우진은 옅게 웃으며 뒷말을 흐렸다.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팽지후가 이를 가는 듯한 목소리를 흘렸다.
“할 말이 있는데 받아 주질 않아서 말이야.”
“사과 요청? 10년 전 일을 어디다 가져온단 말이냐! 그것도 가당치도 않은 거짓을!”
“이 녀석이 전부 밝혔는데?”
백우진이 금안림의 멱살을 쥐고 들어 올렸다.
“멍청한! 협박해서 얻어 낸 진술이 효과가 있을 것 같으냐!”
“아예 없지는 않겠지.”
“건방진 놈!”
팽지후의 눈동자가 피처럼 붉어지며, 그의 전신에서 천하를 아우를 거대한 패기가 솟구쳤다. 절세의 무예 혼원벽력신공이다.
“혼원벽력이라….”
백우진은 이 세상의 이치를 벗어난 혼원벽력신기의 강대한 흐름을 느끼며 입맛을 다셨다. 그 막대한 기운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우우우웅!
팽지후가 손을 뻗자, 맹주전에서 거대한 도가 날아와 그의 손에 잡혔다. 팽지후의 애도 귀화도였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도를 가져오지 그랬어?”
“닥쳐라!”
-크하하하! 그건 맞네.
흑암이 동의한다는 듯 검날을 까딱였다.
“천무맹에 무단으로 침입한 대가를 받아 내겠다.”
팽지후가 귀화도를 들어 백우진을 겨누었다.
“난 대화를 하러 왔을 뿐이라니까.”
“무력만 믿고 까부는 것도 오늘까지다. 넌 날을 잘못 잡았어.”
귀화도에서 격한 진동이 일어났다. 도신이 살아 있는 듯 펄떡이며 무시무시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난 이미 하늘에 닿았다.”
팽지후의 눈동자가 진한 갈색으로 번쩍였다.
‘지금이라면 놈을 꺾을 수 있어.’
2년 전 백우진에게 당한 굴욕감을 발판 삼아 혼원벽력신공과 혼원벽력을 모두 9성의 극에 올려놓았다.
상대가 백우진이 아니라, 무신이라고 해도 질 것 같지 않았다.
“크아아아!”
팽지후가 포효를 내지르자, 하늘과 땅이 울렸다, 그가 귀화도를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쩌어어억!
허공에 혼원벽력의 기운을 담은 갈색 선이 그어지며 공간이 길게 찢어진다.
치이이잉!
백우진이 설영검을 횡으로 휘두르며 라사둠의 오러를 끌어 올렸다.
콰아아앙!
검과 도가 십(十)자로 교차하며 어마어마한 기운을 사위에 내뿌렸다.
‘생각보다 강해.’
무시무시한 압력.
팽지후의 혼원벽력은 느껴지는 기파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기감으로 예측한 힘보다 2배는 강했다. 역시나 이치를 벗어난 힘다웠다.
끼이이잉!
백우진이 설영검의 검신을 비껴서 귀화도를 밀어냈다. 동시에 북명신공을 운용하여 혼원벽력의 기운을 상세하게 살폈다.
“이놈!”
팽지후가 귀화도를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내질렀다. 혼원벽력도의 절기 맹호추였다.
치이이잉!
백우진의 눈이 퍼렇게 번쩍였다. 맹호추의 도극을 향해 흑염을 담은 관일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설영검의 검극과 귀화도의 도극이 바늘 하나의 선을 두고 부딪치며 막대한 기운을 폭발시켰다.
쿠구구궁!
대기를 꿰뚫는 파공음과 함께 압축된 충격파가 대로를 휩쓸었다. 대지를 울리는 충격파에 주변의 건물들이 폭삭 무너져 내렸다.
샤아아악!
팽지후가 앞으로 다가오며 귀화도를 내리친다. 사선의 도격에 패왕의 기세가 어리며 아름다운 호를 그렸다. 혼원벽력도의 만영회였다.
콰아아아아!
백우진이 자신의 몸과 함께 설영검을 올려쳤다. 톱으로 썰듯이 상승하는 구살의 검격 낙일참이 검날에서 번들거렸다.
쿠와아앙!
만영회와 낙일참이 격돌하며 이전보다 더욱 거대한 기운이 해일처럼 퍼져 나갔다.
“끄아아악!”
“크윽…”
그 거대한 파동에 떨어져 있던 무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 나오고 팽지후의 뒤편에 있는 건물들이 주저앉았다.
콰아아아아!
백우진이 끌어 올린 라사둠의 오러와 팽지후가 폭발시킨 혼원벽력신기가 하늘 끝까지 타오르며 경합했다.
흑룡과 갈색 용이 승천을 겨루는 듯한 장관 속에서 두 괴물은 서로가 가진 막대한 무를 펼쳐 냈다.
**
‘위력은 내가 위야! 이길 수 있어!’
팽지후가 귀화도를 내리그으며 미소를 지었다. 도격과 검격의 차이에 백우진은 계속해서 밀려나고 있었다.
놈에게 어검술이라는 비기가 남았지만, 오히려 빨리 써 주기를 바랐다.
자신도 힘을 숨기고 있었고, 혼원벽력도에는 어검술을 베는 도격 응룡투참이 있으니까.
백우진이 두 번째 검으로 어검을 쓰면서 달려들 때, 응룡투참과 혼원천하를 동시에 사용한다면 10할의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다.
‘이놈만 이긴다면….’
백우진만 꺾는다면 자신이 천하제일이나 다름없다. 놈을 꺾고 자신의 이름과 천무맹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을 생각하니,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니야. 놈을 죽일 때까지는 흥분하면 안 돼.’
팽지후는 혀끝을 씹어 가슴을 냉정하게 가라앉혔다. 귀화도를 두껍게 끊어서 내리쳤다.
쩌정! 쩌어엉!
쇳덩이가 찌그러지는 굉음과 함께 백우진이 뒤로 밀려났다. 녀석이 어검을 쓰도록 더 강하게 압박했다.
쿠구구구구!
혼원벽력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도격을 사선으로 내리쳤다.
우우웅!
쏟아지는 도격 사이로 백우진의 눈동자가 보인다. 기회를 노리는 듯한 붉은 눈.
‘온다.’
백우진이 어검을 사용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응룡투참을 준비했다. 하지만 놈은 움직이지 않았다.
쩌어어엉!
설영검으로 원을 그리며 자신의 도격을 완벽하게 막아 냈다.
그리고.
놈이 든 설영검의 검신에서 갈색 기운이 뭉게뭉게 휘감겼다.
“아아….”
팽지후의 입이 쩍 벌어지며 어눌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정신이 나갈 정도로 아찔해서 표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어, 어떻게!”
혼원벽력.
단순한 색만이 아니었다. 놈의 손에서 진정한 혼원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거 꽤 괜찮은데?”
백우진이 빙긋 웃으며 혼원벽력신기에 휘감긴 설영검을 들어 올렸다.
“다시 붙어 보자고. 네 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