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13
313화. 북명신공 (4)
고오오오.
백우진은 손아귀에서 솟구치는 혼원벽력신기의 기운을 느끼며 씩 웃었다.
‘이제야 됐어.’
팽지후가 운용하는 혼원벽력신기는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강대했다.
흐름을 보는 눈과 북명신공을 동시에 운용하면서도 그 기운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혼원벽력신기와 계속 부딪치면서도 그 기운을 흡수할 수 없어서 포기하려 할 때 빛이 들어섰다.
[북명신공의 단계가 상승합니다.]북명신공이 3단계에 오른 순간 혼원벽력신기의 흐름이 눈에 생생하게 어리며 그 패도적인 기운을 북명신공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우우웅!
백우진이 넘실거리는 혼원벽력신기를 설영검으로 보냈다. 새하얀 검신이 혼원벽력신기의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아….”
팽지후의 표정이 보인다. 기겁을 넘어 경악하는 표정. 절망 그 자체를 담은 듯한 얼굴이었다.
-당연하겠지….
흑암이 헛바람을 흘렸다.
-이걸 누가 믿겠냐고!
전투 중에 상대의 기운을 흡수하는 능력은 자주 봤었다.
하지만.
전투 중에 상대의 기운을 빼앗아서 그대로 이용하는 건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수백 년간 몇천, 몇만의 전투를 봐 왔어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기겁할 광경이었다.
우우웅!
백우진이 혼원벽력신기가 흐르는 설영검을 들어 팽지후를 향해 겨누었다.
“너,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팽지후가 걸걸한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기운이 적의 손에서 흘러내리는 모습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단순해.”
백우진의 입가에 부드러운 호가 그려졌다.
“네 기운을 흡수해서 쓰는 거지.”
“마, 마공! 설마 흡성대법을!”
“흡성대법을 알고 있나 보네. 그럼 알고 있을 텐데? 그게 아니라는 걸.”
“으으….”
팽지후가 입술을 깨물었다. 놈의 말이 맞다. 흡성대법은 기운을 마기로 바꾸는 마공. 혼원벽력신기를 그대로 이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으드득….
팽지후가 거칠게 이를 갈았다.
‘가짜야. 가짜일 수밖에 없어!’
전투 중에 자신의 기운을, 그것도 혼원벽력신기를 뺏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직접 싸운다면 실체가 드러나겠지.’
환상 혹은 사술이 분명했다. 저건 무신이 강림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가짜 놈! 그대로 베어 주마!”
팽지후가 귀화도를 꽉 움켜쥔 채 땅을 박찼다. 자신을 능욕한 백우진에 대한 분노를 가득 담아 도를 내리쳤다.
콰아아아!
천지를 쪼개 버릴 듯한 혼원벽력도의 광운참이 필살의 의지를 담아 하늘을 갈랐다.
스르릉.
백우진은 팽지후의 강맹한 도격을 피부로 느끼며 설영검을 검집에 넣었다. 도격이 호흡에 닿을 거리에 온 순간 설영검을 뽑았다.
콰아아아아!
혼원벽력신기로 운용되는 갈색의 흑왕탄이 처음으로 그 이빨을 드러냈다.
빠드드득!
혼원벽력신기로 운용되는 광운참과 흑왕탄이 맞부딪치며 갈색의 강기가 공간을 찢어발겼다.
콰아아앙!
그 강대한 오러의 폭발에 건물들이 무너지고, 멀찍이 피한 무인들에게도 속을 울리는 내상을 입혔다.
“끄으으윽!”
“아직도 모르겠어? 이게 진짜라는 걸?”
“다, 닥쳐라!”
팽지후의 눈동자가 빨갛게 물들었다. 진짜였다. 아직도 믿기지 않았지만, 놈은 진짜 혼원벽력신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거 꽤 괜찮네. 패도의 극에 이른 기운이야.”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혼원벽력신기는 극패와 극강, 극중의 기운이었다. 처음부터 힘 위주의 검술을 사용했던 자신에게 딱 맞았다.
“크아아아아!”
팽지후가 귀를 울리는 포효를 터트리며 자신을 뒤로 밀어냈다.
“네놈이 무슨 마공을 썼는지는 몰라도 혼원벽력신공은 도에 가장 잘 맞는 기운이다! 너 따위가 다룰 힘이 아니란 말이다!”
비명 같은 말을 내지르며 달려온다.
“미안하지만 설영검은 베는 맛이 있는 검이거든!”
백우진이 설영검을 휘돌리며 앞으로 뛰었다.
팽지후의 말대로 검은 찌르기에, 도는 베기에 특화된 무기.
하지만 설영검의 검신은 두껍다. 찌르기만이 아니라, 베기에도 특화된 날붙이였다.
콰아아아!
백우진은 사선으로 올려치는 귀화도를 향해 무령참을 내리찍었다.
쿠와아아앙!
고산의 안개처럼 무거운 기운이 귀화도를 짓눌렀다.
“끄으윽! 이놈!”
팽지후의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붉어졌다.
“말했지. 베는 맛이 묵직하다고.”
“아직 멀었다!”
팽지후의 어깨 위로 혼원벽력신공이 하늘의 기둥처럼 솟구쳤다. 보는 것만으로 질릴 것 같은 어마어마한 힘이다.
“벌레처럼 터트려 주마!”
그 압도적인 기운을 휘감아 귀화도를 내리쳐 온다. 태산압정의 극에 도달했다는 만극이었다.
“흐읍!”
백우진이 순간 숨을 멈추고 설영검을 사선으로 그었다.
콰아아아아!
하늘을 담은 듯한 무시무시한 기운이 몸을 짓눌러 온다. 당장이라도 몸이 찌그러질 듯했다.
‘다만….’
백우진이 찡그린 얼굴에 미소를 그리며 북명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했다.
쿠구구구!
혼원벽력신기의 기운의 흐름과 결을 모두 파악했기에 팽지후의 도를 막으면서도 그 기운을 흡수할 수 있었다.
‘역시 이 기운은 강해.’
라사둠의 오러가 올라운더로서 모든 묘리에 특화되었다면 혼원벽력신기는 강과 중, 패에 극으로 특화된 힘이었다.
“네 힘 그대로 돌려주마.”
백우진이 씩 웃으며 검을 비틀어 올렸다.
콰아아아!
팽지후에게서 흡수한 혼원벽력신기가 설영검의 검신 위로 불길처럼 타오른다.
쿠구구구!
귀화도의 도신이 바르르 떨리며 점점 밀려난다.
팽지후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흔들리고, 백우진은 자신이 펼쳐 낸 강대한 기운에 전율을 느꼈다.
콰아아앙!
막대한 갈색의 폭발과 함께 팽지후의 몸이 부웅 떠서 뒤로 튕겨 나갔다.
“커헉!”
팽지후가 내상을 입은 듯 검은 피를 토했다.
“오리지널의 패배로군.”
백우진은 가득 쌓인 혼원벽력신기의 기운을 느끼며 희열 어린 미소를 지었다.
“말도 안 돼!”
팽지후가 대지를 부수며 돌진해 온다. 내리치는 도격에 폭풍같이 거친 강기가 휘몰아쳤다. 전장에서 만들어진 듯한 실전적인 도격이었다.
“소용없어.”
백우진이 도격의 틈을 향해 설영검을 찔러 넣었다. 혼원벽력신기를 얻었기 때문인지 혼원벽력도법도 눈에 익어 갔다.
뻐어억!
귀화도를 비껴 쳐올린 후 팽지후의 명치에 어깨를 박아 넣었다.
“크헉!”
혼원벽력신기와 라사둠의 오러가 겹친 강맹한 철산고에 팽지후가 두 번째 피를 토하며 밀려났다.
치이익!
팽지후가 귀화도를 땅에 박아 넣어 튕겨 나가는 것을 멈췄다.
으드득.
입술에 흘러나오는 피를 닦으며 붉어진 눈동자로 노려본다.
“…인정하마. 네놈의 그 능력이 진짜라는 걸. 다만!”
팽지후가 귀화도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의 등 뒤로 태양처럼 거대한 갈색의 불길이 타올랐다.
콰아아아아!
혼원벽력신기의 불길이 일그러지고 다듬어진다. 장인의 손길이 닿은 듯 얇고도 길게 퍼진 모습은 예리하면서도 두꺼운 도(刀).
극성의 혼원벽력신기가 팽지후가 든 귀화도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고오오오!
그 거대한 도가 귀화도와 맞물리며 하늘까지 솟아올랐다.
“그대로 베어 주마!”
팽지후가 그 거대한 기운을 들어 올렸다. 놈의 어검에 카운터를 치려 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놈을 죽여 버려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쿠우웅!
팽지후가 땅을 박차고 도를 내리친다. 세상이 혼원벽력으로 물든다. 푸른 하늘이 갈색으로 녹아내리고, 검은 대지가 사정없이 갈라진다.
콰아아아!
혼원벽력도의 최종 절기 혼원천하가 해일처럼 일어나며 천지를 집어삼켰다.
치이잉!
천하를 아우르는 그 강대한 기운 앞에서 백우진이 설영검을 세웠다.
라사둠의 오러를 운용하며 그 위를 혼원벽력으로 덮었다. 조화되지 않은 두 기운을 두른 채 검을 그었다.
콰아아아아아!
열다섯 가지 묘리가 담긴 신살이 흑갈색의 오러를 휘감아 세상을 가른다.
쩌어어억!
혼원벽력으로 물들어가는 세계가 찢어지고 원래의 푸른 빛이 피어났다.
털그렁!
귀화도의 도신이 부러지고, 팽지후의 왼팔이 떨어진다. 그의 어깨에서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아….”
팽지후는 자신의 어깨에서 피가 터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반 토막 난 귀화도만을 바라보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뭘 물어. 진 거지.”
어느새 그의 뒤로 이동한 백우진이 팽지후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빠아악!
수박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팽지후의 머리가 검은 구덩이에 처박혔다.
“끄으윽!”
팽지후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고, 그의 어깨에서 더 많은 피가 뿜어졌다.
우웅!
백우진은 팽지후의 어깨에서 흐르는 피를 혼원벽력신기로 지혈해 주었다.
“으윽….”
팽지후가 깜짝 놀란 눈으로 백우진을 올려다보았다. 지가 팔을 자르고, 지가 지혈해 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지혈을….”
“때리기 전에 죽으면 안 되니까.”
“뭐?”
“더 맞으라고.”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다시 뒤통수를 내리쳤다. 이전보다 더 큰 소리와 함께 팽지후의 머리가 바닥에 꽂혔다.
‘넌 죽으면 안 되거든.’
퀘스트의 완료 조건은 제대로 된 사과다. 그 사과를 할 때까지 팽지후는 죽일 수 없다.
“끄으윽….”
“다시 박아.”
백우진은 팽지후가 머리를 들어 올릴 때마다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크윽!”
“맹주님을 도와… 허억!”
“으으….”
주변에 퍼져 있던 천무맹의 무인들이 팽지후를 도우려 하다가 백우진의 전신에서 피어나는 살벌한 기운에 발을 멈췄다.
‘가, 가면 죽어.’
‘일검도 막을 수 없어….’
모두 알아차렸다. 다가갔다가는 자신들이 죽는다는 것을.
“제, 젠장!”
“흐윽….”
천무맹의 무인들은 자신들의 주인이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후드득.
백우진은 팽지후의 머리를 땅에 10번 박아넣고 나서야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끄으!”
“이쯤이면 됐겠지? 말해. 10년 전 위검단을 죽인 사실을….”
“모른다….”
팽지후가 힘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차, 차라리 날 죽여라. 그리되면 네놈은 증거도 없는 일로 남의 길드에 쳐들어와 사람을 죽인 살인마이자, 망나니가 될 테니까. 크흐흐….”
그는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백우진을 비웃었다.
“난 사과 따위 하지 않는다. 내 입은 절대 열리지 않아. 내가 죽어서 네 평판과 명성이 떨어진다면 얼마든지 죽을 수 있다. 이제 협제 같은 칭호는 쓰지도 못할 거다.”
“흐음….”
백우진이 팽지후를 놓고 일어섰다.
‘초대형 길드의 주인다운 패기는 있네.’
다른 놈들처럼 목숨을 구걸하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생각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주영.”
“예!”
백우진의 부름에 백창대주와 귀도단주를 쓰러뜨린 문주영이 달려왔다.
그는 품에서 몇 장의 서류를 꺼내 백우진에게 건네주었다.
“신검백가와 천무맹의 거래는 사망한 위검대 30명의 목숨값으로 하북성에 백가의 지부를 내고, 백천화에게 최상급 영약 3가지를 제공했으며….”
백우진은 받은 서류를 툭툭 턴 다음 읽기 시작했다.
“그 거래를 담당한 사람은 천무맹의 호법 위구릉과 백가의 흑검대주 강원진. 위구릉이 온 건 차원문의 기록과 신검백가의 CCTV 기록을 통해….”
“뭐, 뭐야! 그게 뭐냐고!”
“네가 말한 증거.”
백우진이 든 서류를 팽지후에게 던지며 이곳을 지켜보는 위구릉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
팽지후가 서류를 보고 이빨을 딱딱 부딪쳤다. 진짜였다. 위구릉의 사진과 차원문 이용 기록까지 모두 적혀 있었다.
“통화 기록도 있지.”
“이, 이걸 왜 지금 주는 거냐! 증거가 없다고 했잖아!”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아….”
팽지후가 넋이 나간 얼굴로 입을 벌렸다. 맞다. 놈은 단 한 번도 증거가 없단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날 속인 거냐! 이 더러운 놈이!”
“네가 내 목숨을 노린 게 3번.”
백우진이 서늘한 눈빛을 흘리며 팽지후와 눈을 맞췄다.
“원래라면 네 목을 따고, 천무맹 전체를 밀어 버렸어야 옳은 일이지.”
“아….”
그 무시무시한 냉기에 팽지후가 입을 다물고 마른침만 삼켰다.
“이게 네게 주는 마지막 기회다. 내가 돌아가자마자 방송사를 불러서 모든 진실을 밝히고 위검대 유가족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하도록. 만약에 거절한다면….”
백우진이 아직도 거대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설영검을 땅에 박았다.
콰아아아앙!
맹주전과 그 주변에 세워진 주요 건물들의 바닥이 메마른 논처럼 갈라지며 거대한 강기가 폭발했다.
“으으….”
무너져 내리는 건물들을 보며 팽지후가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너와 천무맹 전체를 쓸어버리러 다시 오겠다.”
백우진은 차가운 눈을 유지한 채로 설영검을 검집에 넣었다.
“가자.”
“예!”
그는 문주영과 함께 출구로 가다 말고 팽지후를 돌아보았다.
“네 기운 쩔더라? 앞으로 잘 쓸게.”
**
당당하게 천무맹의 정문으로 나간 백우진과 문주영은 인적이 드문 산에서 걸음을 멈췄다.
“꽤 잘 싸우던데?”
“예?”
“맡기긴 했지만, 그 둘을 그렇게 빨리 이길 줄은 몰랐어.”
문주영은 백창대주와 귀도단주의 합공을 짧은 시간 내에 꺾었다. 예상보다 훨씬 잘해 주었다.
-이 녀석도 이제 물건이니까.
흑암이 묵직하게 검날을 끄덕였다. 처음의 어설픈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정신과 무력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아, 아닙니다.”
문주영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기는. 그 둘을 이겼다면 7등급의 끝에 도달했다는 거야. 곧 넘을지도 모르지.”
“아직 멀었습니다. 가주님이야말로 정말 대단했습니다. 천무맹주를 검 한 자루로 때려눕혔지 않습니까.”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해 줄 때 그들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내려섰다.
“자기들끼리 그런 말 하면 안 쪽팔립니까?”
검은 그림자가 복면을 벗었다. 무영객의 뚱하고 어벙한 얼굴이 나타났다.
“성공했어?”
백우진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전혀 놀라지 않은 채로 무영객을 돌아보았다.
“흐흐흐!”
무영객이 능글맞게 웃으며 아공간 주머니를 펼쳤다. 후드득 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유리병이 쏟아져 나왔다.
“전부 털었슴다!”
무영객은 판촉 사원처럼 팔을 활짝 벌린 채로 유리병 안에 든 영약들을 늘어놓았다.
-이, 이게 뭐냐?
“이, 이게 뭡니까?”
흑암과 문주영이 대체 무슨 일이냐는 듯 목소리를 떨었다.
“검사님이 지시를 내렸거든. 팽지후하고 싸우는 동안 천무맹의 영약을 훔치라고.”
“어억!”
문주영이 입을 쩍 벌렸다. 무영객을 데려와서 왜 숨겼나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다.
‘미쳤어….’
천무맹주와 싸우는 동안 무영객을 시켜서 영약 도둑질을 시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천무맹 하면 영약이잖아. 숨겨 둔 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
“사실 많이 못 찾았는데, 맹주전이 무너지면서 비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거 일부러 그런 거야.”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백우진과 무영객이 손뼉을 마주치며 활짝 웃었다.
-어? 그, 그러면 너 혼원벽력신기를 퍼뜨려서 다른 건물들을 무너뜨린 것도….
‘일부러 터트렸지.’
무영객의 도둑질을 도와주기 위해서 건물들을 일부러 깨부쉈다.
-와, 진짜 못 따라가겠네….
백우진은 하늘을 넘볼 정도로 강하면서도 얍실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에 주저가 없다. 그렇기에 계속 강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 이거 설삼이잖아. 요건 소환단? 역시 더 있었네.”
백우진은 영약들을 확인하면서 팽지후를 쓰러뜨렸을 때보다 더 진한 미소를 피워 냈다.
“아직 남았습니다. 진짜가 남았다구요!”
무영객이 품에 숨기고 있던 병 세 개를 내밀었다. 투명한 우윳빛 액체. 공청석유였다.
“공청석유! 그것도 세 병입니다!”
“대박….”
백우진이 입을 쩍 벌렸다. 공청석유가 한 병도 아니고 세 병이다. 대박 수준이 아니라, 초대박이 터졌다.
“저희가 한 병씩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자.”
고개를 끄덕였다. 무영객에게 받은 공청석유를 다시 넘겨주었다.
“감사합니다!”
무영객이 활짝 웃으며 공청석유병을 받았다. 녀석은 황홀한 표정으로 병을 흔들었다.
“너도 받아.”
백우진은 두 번째 병을 문주영에게 건넸다.
“이거 도둑질을 한 거지 않습니까….”
문주영은 받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지만, 저는 받을 수가 없습니다.”
-역시 문주영! 믿고 있었다고!
흑암이 백가의 마지막 양심이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호위. 생각해봐. 천무맹주가 날 죽이려고 했던 게 3번이야. 너도 함께 죽을 뻔한 적도 있었지. 놈의 목숨을 살려 준 대가로 이 정도면 헐값이야.”
“맞아. 천무맹이 검사님하고 네 목숨도 노렸다면서. 공청석유 정도면 사과로 딱 좋지.”
“으음….”
백우진과 무영객의 유혹에 문주영의 단호하던 표정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너 지금 7등급 후반이잖아. 이거 먹으면 8등급의 벽도 넘을 수 있을걸?”
“아….”
문주영의 눈앞에서 공청석유 병을 흔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병 안에 든 공청석유를 따라 시계추처럼 흔들렸다.
-자, 잠깐만 주영아! 표정이 왜 그래! 침착해! 침착하라고!
“받아.”
문주영의 정신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지만, 그의 손은 어느새 공청석유를 마중 나가고 있었다.
받을 수 없습니다!
라고 거절하기엔 너무도 큰 영약이었다….
삐익.
공청석유를 받은 문주영이 병을 너무 세게 쥐는 바람에 밀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백우진과 무영객은 한 양심을 타락시킨 즐거움에 서로를 보며 히죽였다.
-악마 같은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