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북명신공 (5)
백우진이 천무맹에 쳐들어갔다는 기사가 뜨자 세계가 활활 타올랐다.
-갑자기 거길 왜 쳐들어간 거지?
-얼마 전에 뜬 기사 때문 아님? 10년 전에 광건단이 위검대를 습격했다는.
-증거도 없으면서 일단 부수고 보는 건가? 백우진 이제 막 나가네.
-예전처럼 자기가 후기지수인 줄 아나 봄. 자칫 잘못해서 전쟁 나면 수백은 죽을 텐데….
-니들 백우진 모르냐? 다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임.
-ㅉㅉ 백빠 대가리 수준 봐라. 진짜 생각이 있었으면 증거를 찾아서 공개했겠지.
-협제 이미지도 끝났네. 갈 때가 되긴 했지. ㅋㅋㅋㅋ.
-일단 중립 기어 박는다.
한국과 중국의 거대 길드가 관여된 대형 사건이었기에 사람들은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다음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다음 기사는 없었다.
백우진이 멀쩡한 상태로 천무맹을 나왔고, 천무맹이 문을 걸어 잠갔다는 누구나 알 만한 이야기만 풀렸다.
그 침묵의 시간 동안 가장 활발히 움직인 건 바닥 깊숙이 숨어 있던 백우진의 안티들이었다.
그들은 전 사이트를 돌며 백우진이 경솔했다고 여론을 조성했지만 극소수만 흔들렸고, 추가 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틀 뒤.
중국의 대형 방송사 CKTV가 천무맹주의 발언을 생방송으로 내보낸다고 발표했다.
한국, 중국 가릴 것 없이 전 세계의 사람들이 그 방송을 보기 위해 모니터 앞에 모여들었다.
CKTV의 방송이 열리고, 왼쪽 팔 전체에 시꺼먼 붕대를 감은 초췌한 표정의 천무맹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무맹주 팽지후입니다.]그는 평소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아닌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는 10년 전 광검단이 위검단을 습격한 사건을 은폐하고 전대 신검백가주 백천화와 거래를 했습니다. 그 사건은….]첫 마디를 사과로 시작한 팽지후는 10년 전 광검단과 위검대의 사건에 대한 비사를 털어놓았다.
신검백가에 대한 경고 혹은 선전포고를 기대하던 백우진의 안티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팽지후가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위검단의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 사건의 주도자인 광검단주 금안림과 광검단을 세계 협회에 출두시키고, 천무맹은 2년간 봉문하겠습니다.]천무맹주는 그 말을 끝으로 회견장을 떠났다.
백우진의 안티들은 천무맹주의 발표가 끝났을 때 새로운 공격 수단을 떠올렸다.
협박.
천무맹주의 잘린 팔 상태와 어두운 표정을 이용해서 백우진이 팽지후를 무력으로 협박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자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 뜬 기사를 보고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증거였다.
팽지후가 사과 방송을 할 수밖에 없는 확실한 증거들이 세상이 풀려났다.
출처는 신검백가. 신검백가는 천무맹만이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해가 되는 증거까지 한 치의 수정도 없이 공개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며 백우진과 신검백가의 명성은 추락하기는커녕 하늘을 뚫을 정도로 솟구쳤다.
그가 스스로 선 가주 취임식에서 맹세했던 대로 거짓 없이 진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10년 전 일을 지시한 건 백천화이고 그 일을 꺼내서 밝힌 사람은 백우진이었으니까.
그 덕분에 백천화는 최악의 가주로, 백우진은 가주에 오른 지 한 달 만에 신검백가 최고의 가주로 이름을 올렸다.
-백까들 다시 쥐구멍에 숨어야지? 이틀 동안 잘 놀았냐?
-내가 말했잖아! 백우진이 그냥 움직일 사람이 아니라니까?
-협제는 다 계획이 있구나! 협제는 다 계획이 있구나! 협제는 다 계획이 있구나!
-근데 진짜 똑똑하다. 일부러 증거 숨기고 움직인 거잖아.
-진짜 난 사람임. 무력과 지략 모두 정점을 찍었음. 이번 일로 안티들 나오지도 못할 듯.
-님들 그 이야기 들음? 백우진이 팽지후의 혼원벽력신기를 사용했다는 소문.
-엄마 난 커서 백우진이 될래요! 엄마 난 커서 백우진이 될래요! 엄마 난 커서 백우진이 될래요!
-하루만, 딱 하루만 백우진이 되면 진짜 잘 살 수 있는데….
팽지후의 사과와 백가에서 공개한 증거들 때문에 백우진을 욕하던 안티들은 절대다수인 대중들에게 욕을 먹고 먼지처럼 사라졌다.
**
백우진은 자신이 전 세계에서 찬양을 받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천무맹주의 사과가 한국의 언론에 퍼지자마자 강원도 화천에 찾아갔다.
“전대 신검백가주 백천화를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위검대의 대주였던 강윤상의 어머니를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아….”
이미 팽지후의 사과 방송을 보았는지 그녀의 주름진 노안에는 투명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 이거 꿈이 아니죠?”
박자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윤상 대주의 어머니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주저앉아 흐느낀다.
“아아….”
서러운 듯 통곡을 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10년이 지났어도 슬퍼하는군.
‘그럴 수밖에 없어.’
백우진이 울부짖는 박자운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려 주었다.
‘그녀가 흑검대에 협박당한 사람이니까.’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서 백가에 찾아갔다가 역으로 협박을 받았으니, 저렇게 서럽게 우는 건 당연한 일이다.
“…….”
박자운의 얼굴은 오늘 처음 봤고, 그녀의 아들인 위검대주 강윤상은 몇 번 스쳐 지나간 관계일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감정은 따가울 정도로 가슴에 와닿았다.
자신 역시 전생에 오러를 잃고 힘줄이 끊어진 채 신검백가에서 버려졌기 때문에 그녀의 감정을 모를 수가 없었다.
“고,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박자운은 계속해서 고맙다고만 말했고, 백우진은 고개를 숙였다.
“저도 죄송합니다. 흑검대에 있었으면서도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문주영도 백우진의 옆에서 서서 고개를 내렸다.
“이제, 이제 됐어요. 사과를 받았으니, 윤상이도 편히 갈 수 있을 거예요.”
박자운이 자신의 손을 양손으로 잡았다. 거친 손이다.
위검대주가 남긴 돈으로 편히 살 수 있음에도 아들의 목숨값이라는 생각에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런 어머니였기에 가장 먼저 찾아오고 싶었다.
“부탁이 있어요.”
박자운이 백우진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예. 얼마든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할 수 있는 소원이라면 뭐든 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
“신검백가에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겠죠. 그들의 가족들이 저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게 해주세요.”
-허….
“아….”
백우진과 흑암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부탁이라기에 복수나 아들의 시체에 대한 걸 말할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백우진은 주먹을 꽉 말아 쥐고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박자운을 보았다.
“위검대는 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백우진의 굳은 맹세에 박자운의 처진 입꼬리가 10년 만에 꽃처럼 피어났다.
-크흥! 코, 콧물이….
흑암은 늙어서 눈물이 많아졌다고 중얼거리며 검날을 돌렸다.
**
백우진은 위검대 30명의 가족들을 직접 찾아가 사과한 뒤 신검백가로 돌아왔다.
“우진아.”
밀린 업무들을 처리하고 연공실로 가려 할 때 백연휘가 찾아왔다.
“나머지 세 길드에서 연락이 왔다. 쫄렸는지 알아서 사과하겠다며 방송 스케줄까지 알려주더구나.”
백연휘가 손에 든 서류를 넘겨주었다.
“역시 본보기가 있어야 한다니까. 천무맹을 조지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움직이잖아.”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서류를 받았다. 서류에는 세 길드가 사과하기로 한 방송 시간이 적혀 있었다.
“네가 찾아갈지 모르니, 먼저 움직이는 거겠지.”
천무맹이 폐허가 되고, 천무맹주의 팔이 잘렸다는 소식은 이미 파다하게 퍼졌다.
남은 길드들은 백우진이 언제 증거를 들고 쳐들어올지 모르니, 겁을 집어먹고 숙인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사과는 받아 준다고 해. 다만 이쪽에 모든 증거가 있으니까, 거짓 없이 모든 사실을 낱낱이 밝히라고 해 줘. 조금이라도 감추면 찾아간다고 전해 주고.”
“네 말을 들으니, 내가 다 무섭네.”
백연휘가 씩 웃었다.
‘이제 백가를 건드리는 놈들은 없겠군.’
이번 사건을 통해 백우진은 세계에 못을 박았다. 신검백가를 건드리면 본인이 직접 찾아간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의 못을.
천하제일인이 직접 움직이니, 거대 길드는커녕 범죄 길드들도 신검백가는 피할 게 분명했다.
‘대단한 녀석이야.’
백우진은 한 달 만에 신검백가를 건드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을 지켰다.
이대로라면 예전의 명성처럼 위대한 가문이라는 칭호를 되찾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럼 난 수련을….”
“아, 우진아.”
백연휘가 등을 돌리려던 백우진을 불렀다.
“응?”
“너 천무맹주의 혼원벽력신기를 뺏었다는 거 진짜야?”
말이 안 되는 소문이었지만,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떨 거 같아?”
“다른 사람이라면 묻지도 않았을 거야. 불가능한 일이니까. 하지만….”
“나라면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래.”
“진짜야.”
“허….”
백연휘가 벙찐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
우우웅!
백우진의 손아귀에서 패도적인 갈색 기운이 타올랐다.
“호, 혼원벽력.”
전방에서 봤었던 천무맹주의 혼원벽력신기다. 소문이 진짜였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여러모로 운이 좋았어.”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몸을 돌렸다.
“나 수련 좀 해야 할 거 같으니까 연공실에 있을게. 무슨 일 있으면 알려 줘.”
“아, 알겠다.”
“나중에 능숙해지면 형한테도 알려 줄게.”
“어? 어!”
백연휘는 귀신에 홀린 듯 대답하며 연공실로 향하는 백우진의 등을 보았다.
“그걸 알려 준다고?”
무슨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초고등 기예를 그냥 알려 준다니, 경악스러운 말이었다.
특히 이 백가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동생 하나는 잘 뒀군.”
백연휘는 귀밑머리를 긁적이며 집무실로 돌아갔다.
**
-끄응….
흑암은 연공실에서 수련을 준비하는 백우진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이 자식은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건지….’
백우진의 무력은 북명신공 덕분에 절대를 넘어 초월을 향하고 있었고, 지략은 적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간 수준이다.
특히 이번에는 무력과 전략 모두를 사용해서 천무맹과 천무맹주를 아예 걸레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젠 녀석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무서울 지경이었다.
‘다만….’
희생된 검사들의 가족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에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다.
사실 사과하러 가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백우진과는 관계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갔다.
언론에도 알리지 않고 문주영만 대동한 채 직접 움직였다.
그걸 보고도 마음이 울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시스템의 편애 때문에 질투가 나고, 부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근데 말이야.”
백우진이 연공실의 바닥에 주저앉으며 흑암을 불렀다.
“혼원벽력신기랑 라사둠의 오러랑 섞이질 않아.”
이동을 하면서 두 기운을 조화시키려 했지만 물과 기름처럼 조화되질 않았다.
-그건 당연한 거다.
“왜?”
-북명신공의 마지막에 적힌 내용 기억 안 나냐?
“아….”
백우진이 손가락을 튕겼다. 흑암의 말을 듣자, 그 글귀가 생각났다.
[북명신공 상권에는 그 어떤 기운도 받아들일 수 있는 흡공의 진수가 어려 있고, 하권에서는 흡수한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스릴 수 있는 조화를 배울 수 있다.]즉, 상권은 흡수, 하권은 흡수한 기운을 조화시키는 능력이었다.
“결국 하권을 구할 때까지는 따로 이용해야 한다는 거네.”
백우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혼원벽력신기를 이용해서 라사둠의 오러를 강화하려고 했지만,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조화되지 않아도 세기는 하니까.”
-이, 이 욕망의 항아리 같은 놈!
흑암이 검날을 비틀며 백우진을 노려보았다.
-북명신공과 혼원벽력신기를 얻어놓고 여기서 또 욕심을 부려? 돼지도 너만큼 욕심이 많진 않을 거다!
“욕심? 욕심이 난 김에 제대로 시작해야겠네.”
-응?
“이거 잊었어?”
백우진이 품에 가지고 있던 유리병을 꺼냈다.
-고, 공청석유….
“이걸 또 먹을 줄이야.”
-젠장! 공청석유를 두 병이나 처먹는 놈이 세상에 어디 있어!
“여기.”
피식 웃으면서 병을 열었다. 몸의 피로를 풀어 주는 듯한 기분 좋은 향기가 퍼져 나왔다.
-왜 하필 공청석유냐고!
같은 종류의 영약을 두 번째로 먹게 되면 영약의 효과가 반감하지만, 공청석유는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기운을 모은 액체가 바로 공청석유였기에 영약의 반감 효과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운이 터지려면 너처럼 터져야 해. 어설픈 게 하나도 없어!
“예. 감사요.”
-끄응….
백우진은 흑암을 놀리고서 공청석유를 입에 털어 넣었다.
입에 넣은 사탕이 단숨에 물이 된 듯한 달콤한 액체가 혀를 녹이고 목구멍으로 내려간다.
그 시원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기운이 순수한 자연의 기운으로 전환되며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며칠 후에 보자.”
많은 영약을 먹어 왔지만, 순수한 기운은 공청석유가 으뜸이었다.
전신을 휘감은 공청석유의 시원한 기운을 느끼며 오러 연공을 시작했다.
-얌마!
흑암이 격한 짜증을 내며 검날을 내리쳤지만, 백우진은 이미 연공에 빠져들어 듣지 못했다.
후우욱.
백우진의 전신 위로 라사둠의 오러가 불길처럼 치솟았다. 저 불길이 단전에 갈무리되고 나서야 녀석의 연공이 끝날 거다.
-에휴, 내 팔자야.
검날을 절레절레 젓고 바닥에 내려앉았다. 뭘 하면서 기다릴까 고민할 때, 백우진에게서 새로운 기운이 솟구쳤다.
-헉!
흑암이 기겁하며 벌떡 섰다. 라사둠의 오러로 가득 한 백우진의 어깨 위로 혼원벽력신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야….
라사둠의 오러를 운용하는데 왜 혼원벽력신기의 기운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너 또 뭔 짓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