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19
319화. 선택
‘엘릭서가 뭐지?’
백우진은 고귀해 보이는 유리병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리병 내부에서 물처럼 투명한 액체가 찰랑였다. 영약일 수도 있지만, 겉으로 봐서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야. 흑암….”
-저, 정말 엘릭서라고? 그 엘릭서?
흑암을 부르려고 할 때 녀석이 먼저 날아왔다. 그 좋아하는 드라마도 내팽개치고 엘릭서를 살피며 검신을 부르르 떨었다.
-이 형태…. 비, 비슷하지만 아닐 거야. 제발 아니어야 해!
흑암은 시키지도 않은 감정을 하며 누군가에게 빌기 시작했다.
[엘릭서]등급: 레전더리.
사용 형태: 즉발형.
요정의 눈물을 연단해서 만들었다는 전설의 물약. 만병을 다스리고, 조각난 신체를 붙일 수 있으며, 기력을 잃거나, 죽기 직전인 환자조차 완벽하게 회복시킬 수 있다.
-끄르르륵!
순식간에 설명을 읽은 흑암이 침몰하며 거품을 가득 문 듯한 소리를 흘렸다.
“와….”
백우진이 입을 쩍 벌렸다. 설명만 읽어도 엘릭서가 얼마나 대단한 약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거기다 즉발형이야.’
즉발형이라는 뜻은 먹자마자 효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회복에 있어서는 그 어떤 영약이나, 회복사도 견줄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으으, 엘릭서가 나오다니….
흑암이 비에 젖은 나비처럼 힘겹게 떠올랐다. 엘릭서는 설명 그대로 잘린 팔이나 다리도 붙일 수 있고, 상태 이상만이 아니라, 병마저 지울 수 있다.
엘릭서를 가지고 있다는 건 여분의 목숨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좋은 게 나왔네.”
-좋은 정도가 아니지! 네놈에겐 또 하나의 목숨이 생긴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농담이나, 과장이 아니다.
-네가 진원진기를 폭발시켜서 싸운 후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해도 엘릭서를 먹으면 원상 복구가 된다고! 그냥 목숨 하나 더 생긴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진원진기의 복구라….”
-네가 진원진기를 쓸 날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야.
사해의 왕이나 드래곤을 보냈던 부신관장 무리안과의 전투는 거의 확정이고, 마루툰 대륙에 존재하는 기인들과도 싸우게 될지 모른다.
그런 괴물들을 상대한 후 불구의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엘릭서가 있다면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
-하아, 시스템이 널 진짜 아끼기는 하나 보다. 아주 좆같이.
흑암이 한숨을 내쉬었다. 수백 년을 살며 딱 한 번 본 보물을 넘겨주다니, 시스템의 편애에 진심으로 욕이 나왔다.
“시스템이 아니라, 네가 골라 준 건데?”
-엉?
“네가 보던 드라마가 8화라서 8번째 고른 거잖아.”
-카, 카드 뽑는 건 야바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시스템이 그냥 날 놀리는 거야!
“그럴지도.”
백우진은 흑암이 난동을 부르는 것을 보며 씩 웃었다.
-망할 시스템! 언젠가는 진짜 뒤통수 깬다. 진짜 깰 거야!
“그런 날은 안 올 거 같은데.”
-시끄럽고 그거나 내놔. 인벤토리에 넣어 놓게.
“그럴 필요 없어.”
-그 유리병 생각보다 쉽게 깨진다. 보관 잘못하면 그냥 날아가.
“이거 오늘 쓸 거야.”
-으엉?
흑암이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오, 오늘 쓴다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너 어디 아팠냐?
“내가 쓰는 게 아니야.”
엘릭서를 보는 백우진의 눈동자에 희망이 차올랐다.
“이게 필요한 사람이 있어.”
**
“아….”
적연화는 적위진과 적경훈이 함께 누워 있는 병실에 앉아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그랬지?’
아직도 자신이 왜 백우진을 끌어안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때 생각을 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다만 그 뜨거움이 싫지는 않았다.
‘특히….’
마지막에 백우진이 자신을 꽉 끌어안을 때는 제대로 숨쉬기 힘들고,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떨렸지만, 그 이상으로 기분이 좋았다.
“아휴!”
적연화는 자신의 붉어진 뺨을 감싼 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끄응….”
적위진은 적연화를 보며 신음을 흘렸다. 막내딸은 어제부터 저렇게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어 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뻔히 보였다.
“연화야?”
“으으음….”
이름을 불러도 딸은 대답하지 않고 뭐라 중얼거리기만 했다.
“저기, 연화야?”
“앞으로 그 사람 어떻게 얼굴을 봐야….”
“연화야!”
“아, 네!”
딸은 토끼 눈을 뜨며 어깨를 불쑥 올렸다.
“부르셨어요?”
“그, 그 녀석 말이다. 백우진.”
“아….”
백우진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딸의 얼굴이 다시 뻘겋게 익어 간다. 그 모습을 보자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끄으윽….”
“아, 저 식사 가져올게요!”
적연화는 붉어진 뺨을 감싼 채 병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만 포기해요. 이미 끝났다니까.”
옆자리에 벌러덩 누워 있는 미운 아들놈이 혀를 찬다.
“끝나긴 뭐가 끝나!”
“아버지도 생각해 보세요. 그 누구도 나서지 못한 위기의 상황에 던전의 입구를 뚫어 버리고 가족들을 구해 왔는데 안 반하고 배깁니까? 나라도 반하겠네.”
“으윽….”
적위진이 신음을 흘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 망할 아들놈의 말이 맞다.
발록의 검을 막으며 나타난 백우진의 모습은 남녀노소 누구라도 반할 정도로 멋있었으니까.
“거기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제가 전부터 말했지만, 연화는 한참 전에 우진이에게 빠졌어요. 맨날 각 잡고 수련한 것도 아버지가 아니라, 우진이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였다구요.”
“닥쳐!”
적위진이 베개를 적경훈에게 던졌다.
“고마워요. 안 그래도 발밑에 놓을 게 필요했는데.”
망할 아들놈은 베개를 받아다가 발밑에 깔았다.
“불효자 같은 놈!”
“이젠 불효자까지 나오네…. 전 사실을 알려 드리는 겁니다. 연화도 21살인데 남자가 좀 껴안았다고 저런 상태가 되는 게 가당키나 합니까? 한참 늦었다고요!”
“시끄러!”
적위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귀를 막았다.
‘나도 알고 있다고….’
백우진이 어떤 성격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느 정도 실력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딸을 주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아끼고 아끼며 키운 딸이었기에 그 누구라도 도둑놈으로만 보였다.
“하, 거참.”
적경훈이 축 늘어진 적위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진이 정도면 이쪽이 절을 해야 하는데 왜 저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네. 우진이 놓치고 연화가 이상한 놈에게 시집간다고 하면 어쩌시려구요?”
“으, 그건….”
“사실 연화가 좋아한다고 해도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아케인의 외동딸이랑 블랙마켓의 부본부장, 의검대에 여검사도 우진이 노린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뭣?”
적위진이 벌떡 일어서서 주먹을 쥐었다.
“그게 정말이냐?”
“일단은 소문이긴 한데….”
“그 녀석, 감히 내 딸을 두고 딴 데 정신을 둬? 이걸 그냥….”
“허!”
적경훈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어쩌라는 건지….”
**
백우진은 연무장에서 나와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이 맛깔나게 변했네. 백천웅의 실력이 좀 늘었는데?
‘그러게.’
오랜만에 들른 정원은 흑암의 말대로 깔끔하면서 특색 있게 다듬어져 있었다. 백천웅의 손질 실력이 많이 늘어난 모양이다.
샤각샤각.
정원 가위 소리를 들으며 정원의 외곽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코너를 지나 안쪽을 보니, 백천웅이 몇몇 검사들과 밝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 가, 가주님!”
“가주님을 뵙습니다.”
자신을 발견한 검사들이 황급하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거 할 필요 없다니까.”
백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다가갔다. 저렇게 과한 인사를 할 필요 없다고 말해도 백천화 때문인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아, 죄, 죄송….”
“죄송할 일도 아니야.”
백우진의 미소에 검사들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아직은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았다.
“가주님께서 나를 찾아오신 것 같으니, 자네들은 가 보게.”
“알겠습니다. 그럼.”
백천웅의 말에 검사들은 구세주를 만난 표정으로 정원을 빠져나갔다.
“이해해라. 전대 가주가 너무 공포 정치를 해 놨으니까.”
“알고 있어요. 저… 어?”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백천웅을 보다가 눈을 부릅떴다.
-왜 그러냐?
‘열렸어!’
-응? 뭐가 열렸다는….
‘부가주님의 중단전에서 오러가 느껴져.’
-어억!
흑암도 그 기운을 느끼고 검신을 곧추세웠다.
‘하단전이 망가졌는데 중단이 열리는 게 가능해?’
-깨달음을 얻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다만 확률이 천만분의 일도 안 될 거다.
“부가주님.”
흑암의 놀란 음성을 들으며 백천웅을 향해 다가갔다.
“대체 언제 중단전을 개방한 겁니까?”
백천웅의 하단은 여전히 망가져 있었지만, 그의 중단전이 열려 있었다.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깨달음이 있었다.”
“깨달음이요?”
“네가 전대 가주를 꺾은 그날. 너무 흥분돼서 밤에 잠이 오지 않더구나. 홀로 술을 한잔 걸치다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생각했다. 얼마 남지 않은 이 목숨을 너를 위해서, 이 가문을 위해서 쓰겠다고 다짐하자 부서진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이 열렸다.”
백천웅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단전이 고쳐지지 않았지만, 중단전이 열리고 중단을 키울 수 있게 되었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역시 넌 다르군.”
“축하드립니다!”
백우진이 백천웅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오러를 잃은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기에 자신의 일처럼 기뻤다.
“전부 네 덕분이다. 좀 더 키워서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아뇨. 지금도 놀랍습니다. 그리고 정말 잘됐어요!”
“응?”
“이걸 드시면 이전보다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백천웅을 향해 엘릭서를 내밀었다.
“이건….”
“엘릭서라는 영약입니다. 아니, 영약이라기보단 치료제로….”
백우진은 백천웅에게 엘릭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특히 다친 단전을 고치고, 진원진기마저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가주님은 스스로 중단을 열었으니, 하단전을 회복하시면 절대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허….
흑암은 활짝 웃는 백우진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 녀석은 진짜….’
녀석이 정원에 가는 걸 보고 백천웅에게 엘릭서를 주려는 건 예측했었다.
하지만 저 귀중한 보물을 넘기면서 즐거워하는 걸 보니 웃음만 나온다.
돈과 명성, 권력이 아무리 많아도 구할 수 없는 보물을 한치의 거리낌 없이 공짜로 넘기다니, 저건 자신조차 못 할 일이다.
‘저래서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시스템이 백우진을 편애하는 것도, 자신도 짜증을 내면서 백우진을 최대한 도와주려는 것도 저런 정대한 심성을 가졌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음….”
백천웅은 엘릭서와 백우진을 번갈아서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못 받는다.”
“예?”
“네가 어떤 생각을 해서 내게 이걸 주려는 건지 알고 있다. 그렇기 받을 수가 없어.”
“하지만….”
“난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정원을 가꾸는 것도, 하루하루 중단전의 기운이 발전해 나가는 것도, 네가 백가의 이름을 높이 드높이는 것도 모두 만족스럽다. 지금의 내게 이런 건 불필요한 물건이다.”
백천웅은 엘릭서를 다시 백우진에게 돌려주었다. 그의 눈에선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백우진처럼 물욕을 넘어선 눈빛이었다.
“엘릭서는 네가 가지고 있거라. 가주면서도 가장 앞에서 싸우는 네게 필요한 물건이야. 무조건 너를 위해 쓰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꼭 필요한 곳에 사용했으면 좋겠구나.”
“…….”
백우진은 백천웅이 돌려준 엘릭서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둘 다 똑같은 놈들이로군.
흑암은 백우진과 백천웅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두 번째 목숨이나 다름없는 엘릭서 앞에서는 현자도, 영웅도 욕심을 감출 수 없을 거다.
하지만 백우진은 그 엘릭서를 백천웅에게 넘겨주려 했고, 백천웅은 받지 않았다.
둘 다 망설임이라고는 없었다. 대단하다는 것을 초월한 마음가짐이었다.
“알겠습니다.”
백우진이 약간의 아쉬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아쉬울 때는 언제라도 찾아와 주세요.”
“물론이다”
백천웅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가 엘릭서를 위해 찾아올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를 보는 것 같군.
흑암은 기꺼운 웃음을 흘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현실에도 너희 같은 사람들이 있는 걸 보니, 가슴이 따땃해진다.
‘웬일로 칭찬이야?’
-너희 둘이 진심이라는 게 보이잖냐. 나도 이럴 때는 널 인정해야….
띵!
오랜만에 흑암의 칭찬을 들을 때 알림음이 울렸다.
[흑암의 진심 어린 인정을 받았습니다.] [3,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흑암 덕분에 3,000포인트가 지급된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 흑암!’
-…….
메시지를 보며 웃을 때 흑암은 넋을 놓아 버렸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의 표정으로 메시지만 바라보았다.
-이, 인정한 적 없어! 아직 내 말이 끝나질 않았잖아!
‘역시 흑암의 인정이야. 성능 확실하구만.’
백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팔꿈치로 흑암을 툭 건드렸다.
-순수한 날 이용해서 포인트를 벌다니! 이 악마 같은 놈!
흑암은 갓 잡은 활어처럼 펄떡이며 난동을 부렸다.
‘난 아무것도 안 했고 네가….’
-닥쳐!
백우진이 뭐라고 하든 흑암의 분노는 풀리지 않았다.
-이제 네놈의 말은 뒤져도 안 믿어!
**
광화문의 던전이 지워진 지 한 달이 지났다.
백우진은 그 시간 동안 백가의 체계를 바꿨다.
첫 번째로 백가의 조직 자체를 개편했다.
허수아비에 불과했던 집법당에 힘을 실어 다른 단체들을 견제할 수 있게 만들고, 백천화의 범죄에 가담한 검사들을 철저하게 골라냈다.
백연단과 행검부는 권력을 가진 단체였기에 전원 교체하고, 믿을 수 있는 인원들만 배치했다.
두 번째로 흑암과 함께 기본 검술을 응용한 백암검법을 만들어 수련생과 하급 검사들에게 전수했다.
백암검술은 기본 검술로 만들었기에 익히기 쉬웠지만, 뛰어난 무리가 녹아 있어 열심히 수련하면 누구라도 5등급까지는 올라갈 수 있는 뛰어난 검술이었다.
추가로 수련생과 하급 검사들을 위해 연무장을 늘리고, 교관도 늘려서 뒤떨어지는 검사들을 케어할 수 있도록 안전고리를 만들었다.
“음….”
백우진은 가주전의 꼭대기에서 조금씩 변해 가는 신검백가를 내려다보았다.
수련하는 검사들,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검사들, 각자의 업무에 바쁜 검사들.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바뀌어 가는 백가에서는 이전과 다른 따스함과 웃음이 흐르고 있었다.
-만족스럽냐?
“조금은.”
많은 것들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 멀었다. 더 많은 것들을 바꿔 백가를 최강이면서도 넉넉한 길드로 만들고 싶었다.
-사실 이미 최강이긴 하지.
흑암이 신검백가를 내려다보며 검신을 끄덕였다.
-위대한 가문이라 불리는 백가를 누가 건드리겠냐.
백우진이 던전 자체를 지워 버리는 영상이 뜬 이후로 백가를 건드리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일반 길드, 대형 길드는 백가가 떴다고 하면 고개를 숙이며 협조하기 바빴고, 범죄 길드는 알아서 도망친다.
지금에 와서 백우진은 천하제일인이자 위대한 검사, 신검백가는 위대한 가문이라 불리고 있었다.
“힘이 다가 아니잖아.”
백우진은 씩 웃고서 가주전 아래로 내려왔다. 오전 수련을 위해 연무장으로 향했다.
-징한 놈.
흑암이 검신을 절레절레 저었다. 백우진의 일과는 딱 두 가지다. 가주 업무와 수련. 녀석은 한 달간 저 두 가지만 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괴물이었다.
“연무장에 너 볼 드라마도 준비했으니까 빨리 와.”
-오!
“하하하!”
백우진은 ‘오!’ 하면서 날아오는 흑암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변하지 않듯 흑암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의 관계가 끝없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두웅!
연무장의 문을 열려고 할 때 귓속으로 무거운 소리가 울렸다. 알림음과 비슷한 방식으로 들렸지만, 그 청아함과는 결이 달랐다.
“대체….”
백우진이 긴장 어린 표정으로 주변을 살필 때 그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퀘스트 창은 이전과 달리 고풍스러운 곡선의 형태였고, 그 색은 먹처럼 꺼멓게 물들어 있었다.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