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선택 (5)
“도망을 가?”
백우진은 닫혀 버린 차원의 벽을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지가 끌고 와 놓고 도망가다니, 별 찌끄러기 같은 놈이 다 있군.
‘그러게 말이야.’
대답하며 뒤를 보았다. 무영객과 문주영도 황당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카바론이 어떤 신이지?’
-내가 모르는 신이다. 일단 제국이 모시던 신은 아니야.
‘그럼 그냥 보낼 수는 없겠네.’
어검술로 흑암과 검령을 연결했다. 흑암이 유형화되며 서릿빛 예기를 뿜어냈다.
치이이잉!
흑암의 특성 차원 간섭을 발동하자, 묵빛의 칼날이 불에 달군 듯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천의.’
백우진이 흑암을 상단으로 들어 올리며 라사둠의 오러를 극성으로 운용했다.
우우우웅!
흑암의 기운과 라사둠의 오러가 순환하며 최강의 검격을 피워 냈다.
[백우진과 흑암의 첫 번째 검 천의가 발동됩니다.]세상이 반으로 쪼개지는 듯한 절삭음과 함께 차원의 벽이 갈라진다.
“크아악!”
차원 간섭이 운용된 천의의 검격은 차원의 벽을 가르고도 모자라, 그 뒤에 있던 무리안마저 베어 버렸다.
‘수고했어.’
백우진은 흑암의 구현화를 풀고, 갈라진 차원으로 향했다.
“끄으으….”
열린 틈으로 무리안이 보인다.
놈은 차원의 벽 아래에 무릎을 꿇고,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대, 대체 그분의 차원을 어떻게!”
“그것도 체질이다.”
-아주 지랄 맞은 체질이지.
놀람을 넘어 경악하는 무리안에게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무리안이 괴성을 내지르며 일어섰다. 그의 몸에서 타오르는 백광이 가슴과 어깨의 상처를 메우기 시작했다. 저 빛에는 치료 능력도 있는 것 같았다.
“버러지 주제에 날 놀리는… 크헉!”
백우진이 암극을 운용하며 땅을 박찼다. 한 줄기 검은 빛살이 되어 놈의 방어를 뚫어 버리고, 어깨에 검을 박아넣었다.
“이제 끝났어.”
무리안이 다른 술수를 벌일 수 없게 설영검의 칼날에 뇌기를 휘감았다.
“끄아아아악!”
전신에서 타오르는 빛으로도 신체 내부에 작렬하는 뇌기를 지울 수 없는지 무리안이 지독한 비명을 터트렸다.
“카바론이 어떤 신이지? 아는 걸 모두 말해라.”
“크으윽, 버, 벌레의 입으로 그분의 이름을 담지 마라!”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백우진이 차갑게 웃으며 더 강렬한 뇌기를 터트렸다.
“아아악!”
“드래곤과 마족까지 보내면서 다른 차원에 있는 날 왜 노린 거지? 카바론이 시키기라도 한 건가?”
“그분의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무리안에게서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빛이 폭발했다.
콰아아아아!
그 강대한 압력에 놈의 몸에 박아 넣은 설영검이 자동으로 밀려 나왔다.
-뭐야….
“이, 이 무슨!”
백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신마의 기운을 두르고 있는 상태에서 힘으로 밀리다니, 말이 되질 않았다.
“벌레 따위가 감히! 감히!”
무리안의 푸른 눈동자가 하얗게 물들고, 흰자가 검게 물든다. 흑백 역전. 다크엘프들에게서 봐왔던 바로 그 눈이다.
쿠구구구!
가냘팠던 무리안의 육체가 수백 년을 단련한 무인처럼 부풀며 처음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막대한 기운이 타올랐다.
그 어마어마한 기운에 차원의 틈이 폭발할 듯 뒤흔들렸다.
-집중해라. 방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알아.’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흑암의 말대로 방심하면 목이 날아갈 정도로 살벌한 기운이다.
“신탁대로다. 그와 관계가 있든 없든 네놈은 위험해.”
무리안의 하얀 눈동자에서 뼈가 시릴 정도의 살기가 일렁였다.
“그분의 힘을 이용해서라도 여기서 네놈을….”
무리안이 양팔을 펼쳤다. 그의 전신에서 심장을 옥죄이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솟구쳤다.
“후우….”
백우진이 호흡을 고르며 가진 기운들을 모조리 끌어 올렸다.
쿠구구구!
백우진과 무리안의 기운이 경합하며 차원의 틈이 뒤틀린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미친 듯이 팽창한다.
쿠웅!
백우진과 무리안은 서로의 눈을 노려보다가 동시에 몸을 던졌다.
콰아아아!
설영검과 무리안의 수도가 격돌하려는 순간. 새로운 휘광이 쏟아지며 차원의 틈이 반으로 나뉘었다.
‘이건….’
백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혀를 씹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무리안의 기운 이상으로 웅대한 힘이다.
[무리안.]빛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노인 같기도 했고, 어린아이 같기도 했다.
[그 힘과 그 육체는 네게 허락된 힘이 아니라, 그분을 위한 힘이다. 돌아와라.] “신관장님!”무리안은 빛을 향해 신관장이라는 칭호를 외쳤다.
“이놈은 여기서 죽여야 합니다! 조금만 시간을….”
[두 번 말하게 만들지 마라.]
백광이 모로 비틀어지며 조명처럼 무리안을 비췄다. 놈의 신체가 쭈그러들며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딜 가려고!”
백우진이 급하게 땅을 박차고 빛을 향해 설영검을 그었다.
촤아아아악!
설영검이 빛을 반으로 쪼개 버렸지만, 무리안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곧 다시 만나게 될 거다. 백우진.]빛 속의 목소리를 듣자, 괴수의 아가리에 들어간 듯한 서늘함이 등골을 스쳤다.
우우우웅!
처음 들렸던 그 귀성이 울리며 빛이 완전히 사그라졌다.
-젠장! 잡았어야 했는데.
“괜찮아.”
백우진이 옅게 한숨을 뱉으며 빛이 사라진 공간을 보았다.
“정보를 얻었으니까.”
-정보?
“첫 번째로 무리안이 터트린 힘은 본인의 것이 아니야. 신관장이라는 놈이 그분을 위한 힘과 육체라고 말했잖아. 신관장보다도 높은 누군가가 맡겨 놓은 힘인 것 같아.”
무리안이 마지막에 폭발시킨 그 기운은 그 크기도, 질도 격이 달랐다. 인간을 벗어난 초월적인 힘. 절대 그놈의 기운일 리가 없었다.
“두 번째 무리안에게 지시를 내리는 놈이 신관장이고, 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차원을 조절할 정도로 강하다는 거. 그 외에도 몇 가지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아.”
-허….
흑암이 헛웃음을 흘렸다.
‘괴물 같은 놈….’
살벌한 전투를 벌이면서도 끊임없이 정보를 파악하고 만들어 내다니,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일단은 끝난 모양이네.”
백우진은 전투의 탁기를 뱉어 낸 후 자신이 나왔던 백색 차원으로 돌아갔다.
“가, 가주님!”
문주영이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좀 전에 무시무시한 기운이….”
“괜찮아.”
마지막 기운의 부딪침 때문에 속이 조금 울렁였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넌 어때?”
“조금 전부터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네.”
무리안이 사라지면서 문주영에게 걸렸던 언령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럼 무영객은….”
백우진이 뒤쪽을 보았다. 무영객이 아직 멈춰 있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녀석은 바닥에 고인 검은 물을 보고 있었다.
“너 뭐하냐?”
“이게 뭔지 아십니까?”
무영객이 먹물처럼 시꺼먼 물을 가리켰다.
“응?”
이렇게 하얀 공간에 검은 물이 있는 걸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아까까지는 분명 없던 물이다.
“아까 그놈의 팔입니다.”
“뭐?”
“검사님이 밖으로 나가시고 나서 팔이 이렇게 검은 물로 변했슴다. 직접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죠.”
“확실히….”
백우진이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무영객의 말대로 자신이 무리안의 팔을 자른 위치가 분명했다.
‘하지만 좀 이상해.’
팔이 물로 변한 것도 이상하지만, 무리안의 팔과 옷, 놈의 기운마저 백색이었는데 왜 흰 물이 아니라, 검은 물이 만들어진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찰랑.
검은 물에 손가락을 담갔다. 꿀을 만진 듯한 찐득한 감각이다.
“에엑! 너무 막 담그시는 거 아니에요? 위험할 수도 있다구요!”
“난 체질이 좋아서 괜찮아. 어쨌든 별건 아닌가 봐. 이거 일단 병에 담아서 보관… 어?”
검은 물에서 손가락을 빼려고 할 때였다. 바닥에 고인 검은 물이 자신의 손가락을 통해 신체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끌어 올리지도 않은 북명신공과 카인의 오러 연공법이 자동으로 운용되며 빨아들인 흑수를 전신에 흩뿌렸다.
띵!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흑수가 가지고 있던 막대한 기운이 전신으로 퍼지며 강렬한 희열을 만들어 냈다. 단전의 마나와 육체가 성장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모든 능력치!’
-가, 갑자기 뭔데! 저게 뭐길래 모든 능력치를 올려 주는 거냐고!
백우진이 활짝 웃고, 흑암이 죽을 듯 얼굴을 찡그릴 때 두 번째 알림음이 울렸다.
띵!
[카인의 숨겨진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능력치의 한계가 상승합니다.]-어엉?
‘능력치의 한계가 성장?’
수많은 메시지를 봐 왔지만, 이런 내용의 메시지는 처음이었다.
‘너 이런 거 본 적 있어?’
-처, 처음이다. 나도 처음 보는 내용이야.
‘확인을….’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상태창을 켜려 할 때였다.
쿠구구구!
백색 차원이 뒤흔들리며 천장과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주님!”
“거, 검사님. 이거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문주영과 무영객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대체 여긴 어디고, 아까 그놈은 누구….”
“나중에 설명해 줄게. 일단 내 뒤로 와.”
설명은 나중이다. 일단 안전한 차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게 될지는 모르지만….’
흑암의 차원 간섭은 상대의 차원을 가르는 능력. 차원의 틈 자체를 베는 건 불가능할 확률이 높다.
‘흑암. 해 보자.’
-어쩔 수 없지.
설영검을 넣고, 흑암을 잡았다. 흑암의 칼날에 가진 모든 기운을 쏟아부으며 차원 간섭을 운용했다.
치이이잉!
흑암의 검은 칼날이 녹아내릴 것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마루툰 대륙.’
이미 돌아가기에는 늦었다. 이전에 갔었던 마루툰 대륙과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흑암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아!
흑암의 검신에서 새빨간 화염이 치솟아 차원의 틈을 홍해처럼 갈라 버렸다.
고오오오!
눈앞에 무언지 알 수 없는 차원이 보인다. 그곳에서 언젠가 느껴 본 기운이 감지됐다.
“지금이다! 뛰어내려!”
백우진은 뒤에 선 무영객과 문주영의 팔을 부여잡고 꾸물거리는 차원의 틈새를 향해 몸을 던졌다.
‘제발!’
**
바닥엔 부드러운 모래가 깔려 있고, 양옆에는 수련용 목검들이 주르륵 늘어져 있다. 연무장인 것 같다.
흐릿한 광경과 나른한 신체.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흑암의 기억이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항상 나오는 그 세 사람이 나타났다. 흑암과 금발 남자, 그리고 그의 동생으로 보이는 소녀다.
다르지만, 비슷했다.
조금 전에 본 무리안과 금발 남자의 외모는 확연히 달랐지만, 분위기 자체는 굉장히 비슷했다.
금발 남자는 연무장의 구석에서 책을 펼쳤고, 흑암은 연무장의 중앙에서 몸을 풀었다.
금발 남자 옆에 앉아 있던 소녀는 지루한 듯 발을 까딱거리다가 벌떡 일어나서 흑암에게 다가갔다.
마보를 서며 기초 수련을 하는 흑암의 뒤로 접근해 그의 무릎을 살짝 밀었다.
흑암이 넘어질 듯 휘청거리고서 뒤를 돌아 화를 냈지만, 소녀는 방긋 웃었다.
흑암이 가라는 듯 손을 저었다. 소녀는 물러가는 척하다가 다시 뛰어가 흑암의 옆구리에 드롭킥을 날렸다.
흑암이 분노를 터트렸지만, 소녀를 까르르 웃으며 계속 장난을 쳤다.
흑암이 참다못해 소녀를 거꾸로 들고 흔들었지만, 그녀는 그것도 즐거운 듯 웃을 뿐이다.
흑암은 짜증을 내고, 소녀는 장난을 치고, 금발 남자는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본다.
흑암의 기억에서 처음으로 정겨운 모습이 나왔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미어질 듯 슬퍼졌다.
다만 금발 남자가 움직일지도 모르기에 방심하지는 않은 채로 세 사람을 지켜보았다.
밝았던 연무장이 어둑해지며 세 사람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기억이 끝났는지 달 없는 밤처럼 시야가 꺼멓게 물들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은빛 하늘에서 큼지막한 눈이 내리는 게 보였다.
‘흑… 음?’
흑암을 부르려고 할 때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투?’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무영객이 자신을 지키고 있었고, 문주영이 누군가와 싸우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이, 일어나셨슴까!”
무영객이 코를 훌쩍이며 기어왔다.
“저 망토 놈이 검사님을 보자마자 달려들려고 하길래 문주영이 막았습니다. 근데….”
“근데?”
“저놈, 검사님과 비슷한 검술을 사용합니다.”
“뭐?”
무영객의 말을 듣고, 다시 남자를 보았다. 서리 바람에 후드가 벗겨지고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어?”
“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