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프레스톤 성 (6)
“허….”
세인은 크라켄을 향해 달리는 백우진을 보며 손톱으로 손바닥을 긁었다.
‘검만이 아니었다니….’
물 위를 달리는 보법은 자신도 쓸 수 있지만, 백우진처럼 격한 파도가 치는 바다를 달리는 건 무리다. 검술 실력에 못지않은 무서울 정도로 뛰어난 보법이었다.
우우우웅!
백우진이 검을 든다. 끝도 없이 솟아오른 강기가 허공을 가르자, 북해를 뒤덮는 흑색의 바다가 일어났다.
“아!”
세인이 찢어질 정도로 눈을 부릅떴다.
‘북해현환!’
펼쳐지는 검극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가 사용한 초식은 북천명검의 최종 절기 북해현환이었다.
콰아아아아!
백우진이 펼쳐 낸 검은 바다는 강하기만 한 자신의 북해현환과 너무도 달랐다. 잔잔했던 바다가 급변하여 무시무시한 폭발을 일으켰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그가 만든 흑해로 물드는 것 같았다.
[끼에에에에!]묵빛의 용오름과 해일에 휘감긴 크라켄이 비명을 지르며 녹아내린다. 저 강대한 괴물이 저렇게 약한 모습을 보일 거라고는 정말 상상조차 못 했다.
“으….”
“어억!”
뒤에서 들려 온 신음에 몸을 돌려 무인들을 살폈다.
“부, 북해현환….”
“저게 저런 초식이었어?”
“지, 진짜 바다 같아. 아니, 바다 그 자체야!”
무인들은 백우진의 북해현환을 보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상태였다. 크라켄의 거대한 본체를 봤을 때보다 더 놀란 것 같았다.
‘당연한 반응이겠지.’
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을 수련했던 초식의 진정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으니, 저렇게 경악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쿠구구구.
크라켄을 지워 버린 흑색의 해일과 용오름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백우진은 푸른빛으로 되돌아오는 북해를 밟으며 자신의 앞에 섰다.
“이게 진짜 북천명검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가야 할 길이죠.”
“내가 가야 할 길….”
‘가야 할 길’이라는 말을 듣자, 심장이 거세게 뛰고 얼굴이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백우진이 보여준 북천명검을 얻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그의 검은 자신의 검에 비해 너무도 높은 경지에 있었다. 자신이 정말 그 검에 닿을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제가 그런 검을 펼칠 수 있을까요?”
세인이 그림자가 드리워진 얼굴로 입을 뗐다.
“물론입니다.”
백우진이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해안가로 내려섰다.
“성주님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무인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제가 그리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아….”
세인이 자신의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의 말을 듣자, 잦아들었던 심장이 다시 거세게 울렸다.
“고마워요. 덕분에 결정을 내렸어요.”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몸을 돌렸다. 자신과 백우진을 바라보는 무인들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진정한 북천명검이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너희의 눈과 심장으로 느꼈을 거다. 우리가 익혀 왔던 북천명검은 알맹이가 빠진 검술이었다. 프레스톤 성주 세인의 이름으로 선언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잘못된 북천명검을 버린다!”
세인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무인들의 눈동자에 파랑이 일었다.
백우진은 단호한 세인의 모습과 당황한 무인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이제 첫걸음을 밟았군.”
**
백우진은 크라켄을 처치한 뒤 데플이 있는 병실을 찾아갔다.
“스, 스승님!”
“누워 있어.”
억지로 일어나려는 데플을 눕혔다. 아직 뼈가 완전히 붙지도 않고 내상을 입은 녀석이 움직이려 하다니, 여전하다.
“계속 땅이 울리고 난리가 났던데….”
“크라켄이 쳐들어왔었다.”
“크, 크라켄! 그럼 그놈은….”
“처리했으니 걱정하지 마.”
“역시! 스승님이십니… 윽!”
데플이 움켜쥔 주먹을 마구 흔들다가 신음을 흘렸다.
“가만히 좀 있으라고.”
“요새 수련을 쉰 적이 없어서 그런지 누워만 있으니 몸이 근질근질해서요.”
“그래. 열심히 수련한 티가 났다. 다만….”
백우진이 장난기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가르쳐 주지도 않은 기술을 따라 하다니, 많이 건방져졌어.”
“죄, 죄송합니다!”
데플이 침상에 머리를 박았다.
“보고 배우라고 하셔서 따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스승님의 검로들은 너무 멋있어서….”
-큼, 멋있긴 하지.
흑암이 검날을 끄덕였다. 검술을 아는 사람이 보든, 모르는 사람이 보든 백우진의 검술은 화려했다. 누구라도 따라 해 보고 싶은 검술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본 검술은 훌륭해. 이제 군더더기가 없어. 다만 검로들은 난잡하다. 네가 기본 검술만 사용했다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었을 거다.”
“아….”
데플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스승이라 생각하는 백우진의 꾸지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니 앞으로는 더 잘 봐야 할 거다.”
백우진의 경쾌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가 웃으며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제대로 보여 줄 테니, 잘 따라오라는 말이다.”
“아, 예!”
데플이 활짝 웃으며 머리를 마구 끄덕였다.
“주, 죽어도 따라가겠습니다! 아니, 배우겠습니다!”
“그리고 동맹 건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어? 정말이십니까?”
“그래.”
백우진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거의 끝났거든.”
**
일주일 뒤.
세인은 새벽 수련에 참여하는 자들에게 먼저 백우진의 북천명검을 전수해 준다고 공표했다.
프레스톤 성의 무인들은 자신 못지않게 전통을 중시하는 자들이라 전원이 불참할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무인들은 더 좋은 자리에서 검술을 배우기 위해 원래 수련 시간보다 2시간은 일찍 나와 자리를 잡았다.
‘생각해 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
절대적인 무위를 보인 백우진의 북천명검을 제대로 알려 준다는데 그 누가 거절하겠는가.
매일 전통만 부르짖던 간부들조차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해가 떠오르기 한참 전에 연무장에 나왔다.
‘진짜는 전수 이후였지.’
2주간 북천명검을 전수한 이후 무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기존의 북천명검보다 어려웠지만, 그 검술이 끝에 어떤 모습이 되는지 알고 있으니, 무인들은 열과 성을 다해서 진정한 북천명검을 수련했다.
연무장이 꽉꽉 차서 해안가로 나가 수련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많이 달라졌네.”
세인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성을 내려다보았다.
연무장은 북천명검을 수련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검술 토론으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조용하고 힘이 빠진 것 같았던 프레스톤 성이 북방의 지배자라 불리던 초창기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니, 곧 돌아갈 거야.’
이대로라면 그때의 명성과 힘을 찾는 건 금방이다.
‘이 모든 게 그 사람 때문이지.’
이곳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내다니, 경악스러운 사람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백우진은 북천명검으로 크라켄을 잡을 때부터 이런 모습을 예상했던 것 같다.
“후후.”
세인은 빙긋 웃으며 지하로 내려갔다. 평소 웃음이 없지만, 백우진을 만날 생각만 하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
백우진은 성의 지하 공간에서 세인과 마주 선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할게요.”
세인은 긴장한 눈빛으로 검을 뽑아, 은하추부터 북위삭풍까지 북천명검의 서른한 초식을 내리 펼쳤다.
-이제야 프레스톤의 후예답군. 봐 줄 만해.
‘그녀의 성장을 억지로 막고 있던 전통이라는 벽이 깨졌으니, 강해지는 건 일사천리지.’
그녀의 검술은 지난 한 달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금방 극복할 수 있을 거다.
“좋네요. 이젠 가르칠 게 없겠어요.”
“전부 우진 님 덕분이에요.”
세인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요즘 자신만 보면 눈을 피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이제 저 기둥에 북해현환을 써 보세요.”
“네? 아직 부족한데….”
“그래도 한번 해 보세요. 이전과는 전혀 다를 테니까.”
“음, 알겠어요.”
백우진이 할 수 있다고 힘을 주자, 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둥 앞으로 향했다.
-할 수 있을까?
‘아니.’
흑암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근데 왜 시켜?
‘자신의 성취를 눈으로 봐야 할 때니까.’
평생 흠집조차 내지 못한 저 기둥에 꽤 큰 상흔이 생겨나면 세인도 스스로가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자신감이 그녀를 더 높은 경지로 이끌 거다.
-음….
흑암은 기둥 앞에서 호흡을 조절하는 세인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왜?’
-고, 고….
‘고?’
-고, 고맙다.
흑암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맙다는 말을 내뱉었다.
-친우의 후손들이 멍청한 꼴을 하고 있어서 속이 터지도록 답답했는데, 네 덕분에 좀 풀린다.
‘네가 해 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거 가지고.’
-커흠….
백우진이 웃으며 팔꿈치로 흑암을 쳤다. 흑암은 민망한 듯 헛기침만 했다.
“시작할게요.”
세인이 기둥을 노려보며 검을 세웠다.
철렁!
그녀의 검극에서 은빛의 바다가 피어난다. 진흙처럼 평탄한 바다가 급작스럽게 치솟아 천장에 닿을 듯한 거대한 해일을 만들었다.
콰아아아아아!
은빛의 파도가 기둥을 덮친다. 꽉꽉 들어찬 기둥이 천천히 베어지기 시작했다.
치이이잉!
하지만 세인의 북해현환은 기둥의 절반 정도를 가르다가 멈춰 버렸다.
우우웅!
기괴한 소리와 함께 기둥이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다.
“꺅!”
세인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그녀의 얇은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보, 보셨어요? 갈라진 거 보셨냐구요!”
“봤습니다.”
“처음이에요! 매번 흠집만 났는데 이렇게 갈라지다니!”
너무 기뻤는지 방방 뜨면서 좋아한다.
-이게 마흔 넘은 여자라는 게 믿기질 않는군.
‘이런 오지에서 성주로 살았으니까.’
백우진이 피식 웃었다. 남들 앞에서 세인은 여전히 냉미녀였지만, 자신의 앞에서는 느슨하게 풀어져 있었다.
“고마워요! 정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괜찮아요. 말씀드렸듯이 저희 스승님과 인연이 있어서 도와드린 거니까.”
“하지만….”
“그렇게 감사하면 동맹에 대해서 생각해 보세요.”
“그래야죠! 우진 님이 알려 주신 북천명검 덕분에 간부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거예요!”
세인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바로 가서 이야기해 볼게요. 그 전에 몇 번 더 써 보구요.”
그녀는 다시 기둥 앞으로 달려가 북해현환을 운용했다.
-신났군.
‘말했잖아. 그녀에겐 눈에 보이는 성취가 필요했다고.’
기둥이 갈라졌으니, 말로 성장했다고 듣는 것보다 훨씬 큰 보람을 느꼈을 거다.
-너도 좋은 스승이….
띵!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의 보상을 계산합니다.] [6,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타이틀 이 지급됩니다.]띵!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활약에 경악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검술에 감격했습니다.] [6,000포인트가 추가로 지급됩니다.] [타이틀 이 레전더리 타이틀 로 전환됩니다.]‘드디어 왔어!’
백우진이 눈앞에 뜬 메시지를 보며 환호를 내질렀다.
-어, 이, 이게….
‘너 까먹고 있었지?’
퀘스트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흑암은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넌 그럼 안 잊고….
‘잊을 리가 있나. 이렇게 될 줄 알고, 세인과 무인들을 가르치고, 저 기둥에 북해현환을 쓰라고 한 건데.’
-이, 이 자식! 분명 나를 위해서 가르쳤다고 했잖아!
‘그것도 있고, 이것도 있는 거지.’
-아, 악마 같은….
흑암이 백우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놈은 자신의 부탁이 아니라,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 세인을 가르친 거다. 지독한 놈이다.
-내 감동! 내 고마움 돌려줘!
백우진에게 진심으로 감동하고 고마웠던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하하!’
-웃지 말고 이 자식아!
“우진 님.”
백우진이 흑암을 놀리고 있을 때 세인이 다가왔다.
“네?”
“우진 님의 북해현환을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제 것과 비교를 해 보고 싶어서….”
“어렵지 않죠.”
기분이 좋았기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이쪽으로 해 볼게요.”
백우진은 기둥이 있는 반대편에 북해현환을 작게 펼쳤다. 세인이 펼친 북해현환보다 훨씬 생생한 바다가 피어났다가 사그라졌다.
“역시 대단하세요. 저랑은 다른… 어?”
“응?”
백우진과 세인은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에 동시에 뒤를 돌았다.
쿠구구구!
방의 중앙에 세워진 기둥이 반으로 갈라지며 무너져 내렸다.
“헉!”
“뭐, 뭐야!”
완벽한 북해현환이라고 해도 기둥의 반대편을 향해 썼는데 대체 왜 갈라진 건지 모르겠다.
-이 방 어디에서 북해현환을 써도 기둥이 갈라지게 되어 있었던 모양인데? 하여튼 프레스톤 이 덜렁이 자식….
“허!”
백우진, 흑암, 세인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갈라진 기둥이 바닥으로 녹아내리며 둥근 구멍이 열렸다. 구멍 안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
“계, 계단이라니….”
“모르셨습니까?”
“네. 전혀 몰랐어요.”
세인도 몰랐던 건지 놀란 눈으로 계단을 바라보았다.
“음….”
백우진이 입맛을 다시며 계단 아래를 살폈다. 아래에서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내려가 봐요.”
“저도요? 괜찮겠습니까?”
“결국 이 문을 연 건 제가 아니라, 우진 님이니까요.”
한 번 전통을 깼기 때문인지 세인은 거침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녀의 허락을 받고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여긴….”
-보고였군. 녀석이 창고에 있던 보물들을 이쪽으로 옮긴 모양이다.
지하는 이전 방의 반 정도 되는 크기였다. 방에 꽉꽉 찬 보물들을 보니, 흑암의 말대로 보고로 쓰인 곳인 것 같았다.
“하아….”
보고를 둘러보던 백우진의 시선이 우측 끝 천장으로 향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와.”
“예?”
“뒤지기 전에 나와.”
당황하는 세인이 아니라 천장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투둑.
평범해 보이던 천장에서 큼지막한 보자기 같은 게 떨어지며 야행복을 입은 남자, 무영객이 내려섰다.
“여, 역시 검사님은 속일 수가 없네요.”
무영객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헤헤 웃었다.
-무영객이 왜 여기서 나와!
“이제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