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3
33화. 던전 쓸러 왔습니다. (5)
“하, 자네가 방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아나?”
정형운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2주 동안 던전 14개를 달라고 했소.”
“그런 페이스로 던전을 구하는 건 신검백가같은 거대 길드나 가능한 일이야.”
“당신네들도 가능하잖소. 밑에 길드가 한두 개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걸 자네에게 다 주면 우린 뭘 먹고 살란 말인가?”
“지금 당장은 굶을 수도 있겠지만, 쓸 만한 칼을 얻겠지. 어떤 명령도 들어주는 예리한 칼을.”
“그 칼이 자네라는 소린가?”
백우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알아서 생각하라는 뜻이었다.
“좋아. 2주 동안 던전 10개를 주지. 그 정도라면….”
정형운은 백우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에게 던전을 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12개.”
정형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우진이 손가락을 2개 들어올렸다.
“지금 흥정이라도 하자는 건가?”
“내가 12라는 숫자를 좋아해서.”
“11개. 그 이상은 불가야.”
“3일 정도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좋소.”
백우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앞에 있는 차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다만, 자네가 던전을 모두 클리어하면 바로 해줘야 할 일이 있네.”
“당연히 해드려야지. 그 무엇이라도.”
백우진은 손가락으로 원을 그려서 알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내 연락처는 알고 있을 테니, 연락 기다리겠소.”
백우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저렇게 건방진 놈일 줄은….”
백우진이 나가자마자 손태웅은 정형운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니야. 아주 재밌는 놈이야.”
정형운은 미소를 지으며 흑당 라떼를 입에 머금었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알고, 그에 맞는 욕심을 부리는군. 특히 자신을 칼이라고 표현한 게 마음에 들어. 시키면 뭐든지 한다는 뜻이잖아.”
“그래도 던전 11개를 주는 것은….”
“네 말대로 무력도 적당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놈이야. 우린 돈은 있어도 사람은 없지. 저런 인재를 얻으려면 팍팍 투자해줘야 해. 내일부터 던전 11개 보내주고, 지원도 최대로 해줘.”
“분부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손태웅이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탁.
정형운은 창가로 다가가 백우진이 건물을 나가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새로 얻을 칼날이 얼마나 날카로울지 기대가 되는군.”
**
-던전이 11개로 줄어들 줄 알고, 일부러 14개를 부른 거였냐?
“당연하지.”
-그걸 그 와중에 생각했다고?
“아니, 연락이 늦게 올 거라 예상했을 때부터 생각해둔 거야. 처음부터 11개를 불렀으면 9개로 흥정을 했을 테니까.”
-네 머리통과 간땡이를 보고 싶다. 정말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 건지…
흑암의 입에서 어처구니가 없는 헛바람이 나왔다. 아무리 미래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해도 그걸 조합해서 계획을 짜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정말 신기한 녀석이다.
-네게 속은 것을 알면 저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군.
“곧 보게 될 거야.”
백우진은 흑암과 대화를 하며, 문주영이 숨어 있는 건물 뒤편을 곁눈질 했다. 지금부턴 그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현우에겐 몇 개의 아지트가 있어. 그 중에 하나에 다단계에 관련 된 서류들이 보관되어 있을 거야. 그걸 꼭 찾아야해.] [걱정 마십시오. 어떻게든 찾아내겠습니다.] [그래. 부탁할게.]**
다음날 백우진은 홍태웅에게 연락이 온 던전 앞으로 향했다.
-저 녀석들도 그 길드인가?
‘그래. 전부 트리본 길드에 속한 녀석들이야.’
던전 앞에 있는 29명의 능력자들은 트리본 길드의 하위 길드에 속해 있었다.
-백우진.
‘응?’
-저 앞에 서 있는 남자, 예전에 던전에서 만난 남자 아니냐? 너한테 오지랖 부리던.
‘저 아저씨가 왜…’
흑암이 가리킨 사람은 첫 번째 던전과 리젠 구역에서 만났던 홍인수였다. 그는 평소와 달리 어두운 안색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저 자에게도 다단계의 마수가 뻗쳤나보군.
‘후…’
-안타깝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지 마라.
‘알고 있어.’
지금 나서면 모든 것이 망가진다. 모른 척하고 참아야 한다.
“김지훈 형님!”
백우진이 씁쓸함을 씹고 있을 때 그의 앞으로 머리에 스크레치를 낸 청년이 달려왔다.
“오늘부터 형님을 모실 박성한이라고 합니다.”
“모신다고?”
“던전에 들어가시면 무슨 뜻인지 아시게 될 겁니다. 들어가시죠.”
“알겠다. 안내해.”
백우진은 긴장을 풀지 않으며, 박성한의 뒤를 따라 던전으로 들어갔다.
“전부 흩어져서 몬스터를 몰아와!”
박성한은 던전의 입구를 벗어나자마자 능력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형님은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저 노예들이 몬스터를 몰아올 테니까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장 먼저 달려간 능력자들이 몬스터를 끌고 왔다.
“형님은 이곳에서 몬스터를 잡기만 하면 됩니다. 사실 저희가 잡아서 마석만 드리고 싶지만, 직접 잡고 싶다고 하셔서 이렇게 준비해봤습니다.”
“허….”
단순히 던전만 준비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풀 서비스를 해줄지는 생각도 못했다. 정형운에게 생각이상으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것 같다.
“마석도 저희가 꺼낼 테니, 전투에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마스터가 시킨 건가?”
“그렇습니다.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언제라도 말씀해주세요.”
박성한은 무서운 인상과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까지 해주다니, 네가 정말 마음에 들었나본데.
‘그러게 말이야. 연기가 잘 통했나봐.’
-수많은 사람들을 등쳐먹은 정형운도 네게는 당해버리는군.
‘거머리들에게 가르쳐줘야지. 남에 눈에 피눈물나게 했으면 본인 눈에서도 피눈물이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진심이었다. 그런 놈을 편하게 살게 놔둘 수는 없다. 백우진은 몬스터를 몰아오는 홍인수를 바라보며 다짐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정형운.’
**
[가장 높은 기여도를 가진 채로 던전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퀘스트 진행 상황 20/20] [퀘스트 을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의 보상을 계산합니다.] [보상 700포인트와 타이틀‘20번의 실전을 경험한 자’가 지급되었습니다.] [타이틀‘20번의 실전을 경험한 자’의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씩 상승합니다.]“드디어 깼다!”
백우진은 11일 동안 던전 11개를 돌아서 결국 퀘스트를 완료했다.
-고작 2달 만에 이 퀘스트를 깰 줄이야. 진짜 정신나간 페이스였다.
‘나도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어.’
-네 잔머리의 승리다. 축하한다.
‘잔머리가 아니라 전략이라고 해줄래?’
-그래. 너 잘났다.
흑암은 박수를 치듯이 아우라를 일렁거렸다.
‘상태창.’
이름 : 백우진.
나이 : 16세.
타이틀 : 마검의 주인 외 6개.
등급 : 3등급.
기술 : 카인의 오러연공법(2단계), 라사둠의 오러(흑풍), 초집중(1단계), 흑왕탄(2단계), 무령참(1단계)
신체 : 36/100 (하급) (+5)
검술 : 36/100 (하급) (+14)
마나 : 36/100 (하급) (+11)
오성 : 35/100 (하급)
체력 : 36/100 (하급) (+11)
정신력 : 62/100 (상급) (+3)
포인트 : 1500 포인트.
-끝내주는군.
‘그러게 말이야.’
던전을 돌면서 정신력을 제외한 능력치들이 적게는 1에서 많게는 3까지 올라간 상태다. 실전 경험도 무지막지하게 쌓였다. 이번 퀘스트로 얻은 것들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정형운은 5등급, 손태웅은 4등급이다. 놈들과 싸우기 전에 모아놓은 포인트를 사용해라.
‘그래야지.’
백우진은 어떻게 포인트를 사용할지 이미 계산을 해놓았다.
‘검술, 신체, 마나를 5씩 올려서 3가지 능력치를 중급으로 만드는 게 제일이야.’
-그래. 지금은 그게 정답이다.
백우진은 능력치 3개를 전부 41까지 올렸다. 검술, 신체, 마나가 41이 되면서 뒤에 붙은 단계가 중급으로 변했다.
뿌드드득.
몸에서 뼈와 근육이 이동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신체가 변하는 것이다. 고통은 전혀 없고, 시원한 희열만이 느껴졌다.
화아악.
단전이 확장되며, 그 안으로 외부의 마나가 미친 듯이 흡입되었다. 단전이 1.5배는 커진 것 같았다.
“후….”
백우진의 입에서 희열감이 가득 담긴 숨이 흘러나왔다.
-이제야 좀 쓸 만해졌군.
‘이게 중급인가?’
중급, 그것도 3가지 능력치만 중급이 됐을 뿐인데도 세상이 달라보였다. 자신이 강해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백우진이 자신의 변화를 느끼고 있을 때 박성한이 다가와서 고개를 숙였다.
“이제 가셔야 할 곳이 있지 않습니까?”
박성한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출구를 가리켰다. 이제 이쪽이 약속을 지킬 때라는 뜻이었다.
“알아서 갈 테니, 보채지 마라.”
“하하,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박성한과 함께 던전을 나갔다.
“김지훈님.”
“오랜만이군.”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태웅이 다가와서 고개를 숙였다.
“가실 준비는 되셨습니까?”
“쉴 시간도 안 줘?”
“마스터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농담도 통하지 않는군. 알겠어.”
백우진은 한숨을 쉬며 손태웅의 차에 탔다.
“흠….”
창문 밖으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홍인수가 보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백우진은 11번의 던전을 깨면서 홍인수를 6번 만났다.
그를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다짐하게 되었다. 정형운 같이 약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놈을 가만히 놔둬선 절대 안 된다고.
“출발하겠습니다.”
차는 빠르게 달려, 처음 보는 장소에 도착했다. 정형운의 집으로 보이는 단독주택이었다.
“오랜만입니다.”
백우진은 정형운에게 예의를 차리며 고개를 숙였다.
“호, 이제 말을 놓지 않는 건가?”
“앞으로 평생 모셔야 될 분에게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크하하하! 내 선물이 마음에 들었나보지?”
정형운이 커다란 웃음을 터트리며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던전도 던전이지만, 다른 배려도 최고였습니다.”
“자네 때문에 꽤나 신경을 썼지. 자, 일단 앉게나.”
정형운이 상석에 앉았고, 백우진은 그 옆에 앉았다.
“앞으로 마스터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그럴 필요 있나? 형님이라고 부르게.”
“감사합니다. 형님!”
“하하!”
백우진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숙이자, 정형운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형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을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궁금한 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사람들을 잘 다루시는 겁니까? 무기력하면서도 절대 명령을 어기지 않더군요.”
“후후, 확실히 자네는 보는 눈이 있어.”
정형운은 턱수염을 만지며 말을 이었다.
“방법은 많아. 돈, 가족, 폭력, 협박, 약까지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해야지. 인간의 정신은 강한 것 같으면서도 유리처럼 약해. 특히나 집단이 되면 똑똑한 사람도 바보가 되어버리지.”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럼 혹시 홍인수라는 남자가 어떻게 길드에 들어오게 된 건지 알 수 있습니까?”
“홍인수? 그게 누구지?”
“얼마 전 마스터께서 정말 멍청하다고 하셨던 남자입니다. 동료를 빼내려다가 저희에게 발목이 잡히고, 찾아온 딸까지….”
대답은 손태웅에게서 들려왔다.
“아하! 그 놈이군!”
정형운은 손뼉을 치며 큭큭 거렸다.
“동료를 빼내려다가 억지로 길드에 가입한 멍청이 말하는 거지? 딸도 잡히고?”
“맞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홍인수는 동료를 구하려고 오지랖을 부리다가 이들에게 잡힌 것 같다.
“그 멍청이 딸을 데리고 협박을 하니까. 아주 벌벌 떨었다고 하더군. 근데 웃긴 게 뭔지 알아? 딸도 지 애비를 구하겠다고 우리 길드에 들어왔다는 거야. 그런 놈들이 있으니, 우리가 먹고사는 거지.”
정형운은 즐거움으로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죄악감이란 감정은 눈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었다.
그 웃음을 보는 순간 백우진의 머릿속에 있는 무언가가 뚝 끊어졌다.
“길드에 들어오자마자 부탁해서 미안하지만, 자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네. 협회의 수색반에 있는 이영현 과장을 죽여….”
백우진은 정형운의 말을 듣지 않고, 스마트 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지금 뭘 하는 건가? 어디에 전화를 거는 거지?”
“기다려.”
조금 전과 달리, 백우진의 목소리엔 무서울 정도의 한기가 흐르고 있었다.
백우진은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스피커를 켰다.
뚜루루루. 탁.
[도련님.]전화가 연결되고 문주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찾았나?”
“그걸로 어디까지 할 수 있지?”
정형운과 손태웅은 넋이 나간 얼굴로 전화기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단계 피해자들은 전부 구출 가능하고, 정형운도 잡을 수 있습니다. 협회의 관계자도 확실하게 잡아넣을 수 있습니다.]“수고했다.”
[도련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혼자가시지 마시고, 저랑 함께…]“이게 무슨!”
“너 이 새끼!”
정형운과 손태웅이 기겁하며 일어났을 때 백우진의 손에는 이미 무기가 잡혀 있었다. 흑색의 단검, 흑암이다 화아아악!
흑암의 검날에서 뻗어 나온‘학살의 섬야’가 대기를 찢어발기며 홍태웅과 정형운에게 쇄도했다.
콰아아아앙!
섬야의 이빨에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사방의 벽이 터져나갔다. 백우진은 휘연검을 꺼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뒤통수 맞는 기분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