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35
335화. 교역도시 라멜룬 (5)
[레전더리 특성 가 생성되었습니다.]특성 예측이 사라지고 불완전 예지가 생겼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예지?’
-이, 이게 여기서 왜 나와!
흑암이 돼지 멱 따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예지라니! 예지라니이이!
‘왜 또 난리야.’
-그럼! 난리 안 치게 생겼냐! 예측이 아니라 예지라고!
예지와 예측은 단 한 글자 차이지만, 하늘과 땅 수준으로 다른 특성이다.
-예측은 네놈의 잔대가리를 조금 더 뛰어나게 만들어 주는 수준이지만, 예지는 전혀 달라!
‘뭐가 어떻게 다른데?’
-넌 지금까지 네 적을 엿 먹일 때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해서 움직였지?
‘물론.’
-예지는 적이나, 상황에 관한 정보가 필요 없다. 아무런 정보가 없어도 미래의 한 장면을 볼 수 있는 씹사기 능력이라고!
흑암이 참지 못하고 고성을 질렀다.
‘예지까지 주다니, 정말 신이라도 만드는 건가?’
예지 능력은 오직 예언자만이 가지고 있다. 마루툰 대륙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현재 예지 능력이 있는 사람은 세 명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으어억!
저 망아지 백우진은 그런 무지막지한 특성을 가볍게 얻어 버렸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구역질이 나올 지경이다.
‘예지가 좋은 거야 나도 알지만, 이건 불완전이잖아.’
-그게 완전이었으면 레전더리급이 아니라, 신화급이었겠지! 불완전이라고 해도 네 주변의 상황이 나오기에 엄청난 도움이 될 거다. 이 욕심 많은 돼지 녀석아!
‘확인 좀 해 봐야겠네.’
백우진은 데플과 캐일락이 동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상태창을 켰다.
보기만 해도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특성과 능력치, 포인트를 살핀 후 불완전 예지를 눌러보았다.
[불완전 예지] 등급: 레전더리.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인 혹은 주변에 관한 미래를 볼 수 있다. 그 미래는 위기, 행운, 행복, 절망, 죽음 등 다양하며, 예지로 본 미래는 특성 보유자의 행동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다.
-끄어어억!
불완전 예지의 설명을 본 흑암이 거품을 물은 듯한 소리를 흘렸다.
불완전 예지는 예언자의 예지처럼 본인의 의지로 보는 건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선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저 사이코 시스템이 이 특성을 가만 놔두겠냐고!
백우진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챙겨 주는 시스템이 저 무지막지한 예지 능력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저걸 써 줄 게 분명하다.
‘허….’
백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예지를 봐도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불완전 예지는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다고! 시스템 이 악귀 같은 놈이 날 말려 죽이는구나!
흑암은 돈 잃은 노름꾼처럼 땅을 치며 꺼이꺼이 울었다.
‘대박….’
백우진은 흑암이 버둥거리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불완전 예지의 설명을 다시 읽어 보았다.
몇 번을 읽어도 똑같다.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설명. 그 엄청난 능력에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이게 제대로 발동만 되면….’
“동맹 감사합니다!”
불완전 예지를 어떻게 써먹을까 생각할 때 데플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사는 이쪽이 해야지. 그리고 우리도 손해는 아니야.”
캐일락은 데플의 뒤에 선 백우진을 보며 둥근 미소를 그렸다.
‘흑색의 검사 백우진.’
어제 다시 전설을 쓴 저 남자가 있는 한 적이 누구라도 동쪽 동맹은 질 것 같지 않았다.
‘특히 그 빛은 대단했지.’
마지막에 언덕 전체를 녹여 버린 그 검은 빛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데플에게 동맹을 제안한 이유는 그가 고마운 것도 있었지만, 백우진의 절대적인 무력과 협의 때문이었다.
“어? 스승님. 되게 기뻐 보이시네요? 하긴 생각도 없었던 라멜룬과 계약을 했으니까, 기쁠 만하죠.”
데플은 활짝 웃으며 백우진에게 다가갔다.
“그래. 아주 좋다.”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짙은 미소를 그렸다.
-예지…. 어어억! 예지이이이!
백우진과 데플이 서로를 보며 웃을 때 한 마검은 절규하고 있었다.
“아, 데플. 그거 혹시 아느냐?”
캐일락이 손가락을 튕기며 책상에서 일어섰다.
“그거요?”
“남쪽에 야만족들이 있는 건 알고 있지?”
“당연히 알죠.”
“그 백이 넘는 부족들이 하나로 통일됐다고 한다.”
“예에? 그 살벌한 놈들을 하나로 만들었다구요? 누가요?”
“그건 나도 모른다. 다만 기회가 된다면 남방에 가보는 것도 좋을 거다. 그들과도 끈을 만들어 놓는다면 제국을 압박할 힘이 하나 더 생기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캐일락의 말에 데플이 고개를 숙였다.
“바로 가는 거냐?”
“아뇨. 일단은 린덴 성에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 비워서요.”
“하긴 성주가 성을 몇 달간 비우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캐일락이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데플이 차분하게 그 손을 잡았다.
‘남쪽의 야만족?’
백우진은 두 사람이 악수하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짐승이나 괴물들을 사육하는 괴랄한 놈들이다. 거길 하나로 만들었다니, 대단한 놈이 나타났나 보군.
백우진은 흑암의 말을 들으며 대륙 전도의 극남쪽을 바라보았다.
‘나쁘지 않겠는데.’
**
백금색으로 번쩍이는 신의 석상과 당장이라도 날아올라 찬송을 부를 듯한 천사 석상이 어우러진 성당의 중심.
우우우웅!
은발의 중년인이 텅 빈 허공에 손을 뻗자, 그의 손아귀에서 신의 석상과 비슷한 빛이 번쩍이며 공간이 갈라졌다.
치이이잉.
열린 차원의 틈에서 누더기를 걸친 무리안이 튀어나왔다.
“허억! 허억!”
무리안은 금색 카펫에 무릎을 꿇은 채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들었느냐.”
“죄, 죄송합니다.”
무리안은 산발이 된 머리를 땅에 박고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무엇을?”
“그분의 힘을 사용한 게….”
“그게 아니다.”
은발의 중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 힘은 너에게 맡긴 것. 네 판단에 따라 사용해도 된다. 다만 적에게 농락당해 흥분한 상태에서 그 힘을 사용하는 건 너 자신에게도, 그분에게 큰 죄가 되는 일이다.”
“아….”
중년인의 다정한 목소리에 무리안이 감격한 눈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널 두 달간 그곳에 놔둔 건 죄를 묻기 위함이 아니라,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였다. 정신은 차렸느냐?”
“예.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무리안은 중년인의 말을 알아듣고 눈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럼 다행이구나.”
중년인이 부드럽게 손을 흔들자, 누더기 같았던 무리안의 옷이 재생되고, 검었던 그의 얼굴이 물로 씻은 듯 깔끔해졌다.
“네게 새로운 임무를 내려 주마.”
“임무라면….”
“너도 알고 있겠지? 그놈이 이 땅에 돌아왔다.”
“백우진.”
무리안이 서늘한 눈을 빛내며 백우진의 이름을 되뇌었다. 다만 이전처럼 분노에 가득 찬 상태가 아니라, 차가운 이성을 유지한 부르짖음이었다.
“확실히 정신을 차렸군.”
중년인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 개인의 힘으로는 놈을 이길 수 없습니다.”
“괜찮다. 네게 새로운 신탁이 내려왔으니까.”
“시, 신탁이?”
“그분께서 너를 직접 지목하셨다.”
중년인이 슥 고개를 돌려 신의 석상을 바라보았다.
“그 힘으로 놈에게 빚을 갚아 주고 오라고 하시더구나.”
“그 임무! 죽어서도 완수해서 돌아오겠습니다.”
무리안은 주먹이 부서지도록 움켜쥐었다.
“죽어서 돌아온다니, 그분의 은혜를 죄로 갚으려는 게냐.”
“죄, 죄송합니다! 다만 자신은 있습니다. 당장….”
“아니, 일단은 휴식이다. 몸과 정신을 완벽하게 회복해라. 그리고….”
중년인은 고개 숙인 무리안을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다만 목소리와 달리, 그의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네가 놈과 싸울 무대는 준비해 놨다. 이번에는 놈이 이성을 잃을 차례지.”
**
백우진은 시민들의 감사 인사와 환호성을 들으며 라멜룬 시를 떠났다.
“저희는 어딜 가든 환호를 받는군요.”
무영객이 깍지 낀 손으로 뒤통수를 감싸며 씩 웃었다.
“너 때문이 아니야. 가주님 때문이지.”
문주영은 헛생각하지 말라며 손을 저었다.
“아니거든! 내가 아니었으면 그 기사하고 다크엘프 놈들이 도시에서 행패 부려서 난리 났을 거라고!”
“나랑 가주님은 그 기사들과 다크엘프를 때려잡았지만, 넌 도망만 쳤잖아.”
“으윽, 하지만 내 임무가 더 중요한….”
“형님들 그만 하세요.”
무영객이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문주영이 콧방귀를 낄 때, 데플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두 분 모두 스승님 못지않게 활약하셨어요. 그만 싸우세요.”
“커흠….”
“으음….”
한참 어린 데플 앞에서 싸우는 게 창피했던지 문주영과 무영객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매일 싸워 놓고 이제야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건가?
‘데플이 둘을 대하는 방법을 아는 거지.’
데플은 성주로서 여러 경험을 쌓았기 때문인지 두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데플 말이 맞다. 이번에 너희 셋 모두가 제 역할을 해 준 덕분에 라멜룬 시민들을 지킬 수 있었고, 동맹까지 이룰 수 있었다. 모두 수고했어.”
“오옥! 검사님이 칭찬이라니! 웬일이세요?”
“가, 감사합니다!”
무영객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히죽 웃었고, 문주영은 감동을 받은 듯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기분이 좋아진 무영객이 백우진의 옆으로 다가왔다.
“린덴 성으로 간다.”
“또 성이네요. 어? 그런데 린덴 성이면….”
“저희 집입니다.”
데플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어? 아! 너 성주였지!”
무영객이 손뼉을 치며 활짝 웃었다.
“거기 어때?”
“예?”
“성주면 부자겠네? 이런저런 보물 좀 쌓아 놨겠지? 보석이랑 영약, 무기들은? 분명 보고에 산더미처럼….”
“어, 그, 그게….”
무영객의 눈동자가 금색으로 반짝이는 걸 본 데플이 슬금 뒤로 물러났다.
따악!
문주영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서 무영객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가만히 좀 있어! 창피하지도 않냐?”
“으으….”
무영객은 뒤통수를 문지르며 문주영을 째려보았다.
-징한 놈들이라니까.
‘이젠 진짜 동료 같아서 보기 좋네.’
백우진은 세 사람을 보며 빙긋 웃었다. 프레스톤 성 때와 다르게 라멜룬에서는 셋 모두가 활약했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욱 정이 든 것 같았다.
‘여기서 린덴 성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지금 속도로 움직이면 대략 10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거다.
‘금방이겠네.’
린덴 성을 생각하자, 그곳에 있을 드워프 족장인 타이쿤과 풍요의 하이엘프 실비아가 생각났다.
오랜만에 그 둘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일단 타이쿤 님에게… 어?’
백우진이 말을 멈추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윽!’
-백우진?
‘자, 잠깐만….’
머릿속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기억들이 끼어드는 느낌이다.
[불완전 예지가 발동합니다.]예지가 발동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흐릿했던 기억의 파편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린덴 성?’
멀리서 린덴 성을 찍은 듯한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연속으로 떠오른다.
평화로워 보이는 린덴 성과 라인 숲에 백광으로 물든 공성 병기와 제국의 군대가 밀려온다.
군대는 세계수의 보호막에서 벗어난 린덴 성을 공성 병기로 밀어붙여 성벽과 성문을 깨부쉈다.
“헉!”
백우진이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린덴 성이 반파되는 장면을 끝으로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불완전 예지가 벌써 발동되다니. 대체 뭘 본 거냐?
‘린덴 성이 무너지는 모습.’
-어?
‘제국의 군대에 의해 린덴 성이 무너지고 있었어.’
입술을 깨물며 잡담을 나누는 문주영과 무영객, 데플을 불렀다.
“잡담은 거기까지.”
“예?”
“가주님?”
“느낌이 좋지 않아. 린덴 성까지 전속력으로 달린다!”
백우진이 세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땅을 박찼다.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했지?’
린덴 성이 무너지는 건 언제인지 모른다. 다만 자신에게 그 장면이 보였다는 건 빨리 가서 막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바꿔 주지. 그 미래!’
**
강철로 보강된 린덴 성의 성벽 위.
기사와 엘프 그리고 드워프들이 금방이라도 전쟁을 치를 것처럼 긴장 어린 표정으로 전열을 갖췄다.
“으음….”
“갑자기 제국의 공성 병기라니….”
“너, 너무 큰데?”
병사들은 멀리서 다가오는 백광의 군대와 성벽보다 높은 공성 병기들을 보며 침음을 삼켰다.
“쯧.”
그 중심에 선 드워프 족장 타이쿤이 길게 혀를 찼다.
“데플 녀석은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
프레스톤 성에 가서 동맹을 받아오겠다는 녀석이 벌써 3달째 소식이 없었다.
차라리 잡혔다면 구출대라도 조직하겠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데플 성주는 나중에. 일단 이쪽부터 생각해요.”
풍요의 하이엘프 실비아가 다가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긴 하군. 다만 저놈들 대체 어떻게 나타난 건지 모르겠어.”
타이쿤이 제국의 군대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찰대를 모두 피하고 나타났으니까.’
제국과 린덴 성 사이에 여행객이나 용병인 척하는 정찰대를 준비해 두었지만, 제국의 군대는 그들의 눈을 피해서 나타났다.
한두 명도 아니고, 저 많은 인원이 정찰대를 피해서 나타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지원이 오려면 한참 남았는데….”
제국의 군대가 어떠한 조짐도 없이 나타났기에 세이란 연합에 보낸 지원 요청이 닿기도 전에 저들이 쳐들어올 것이다.
“수비하는 것도 힘들어요. 방어는 데플 성주의 담당이었으니까요.”
실비아가 고개를 저었다. 기사들과 성벽 수비에 공을 들인 건 데플이다.
지원도 없고, 데플도 빠진 데다가, 정령의 하이엘프인 카잔도 잠시 세이란 연합에 가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물러날 수는 없지.”
“맞아요. 여기가 무너지면 라인 숲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세계수가 많은 성장을 이룬 건 사실이지만, 아직 어리다. 최대한 충격을 받지 않게 해야 한다.
실비아와 타이쿤은 싸우겠다는 의지를 다졌지만, 적들의 숫자와 하늘을 찌를 듯한 군기에 표정이 좋지 못했다.
쿠구구구!
공성 탑들이 오우거라도 된 듯 거침없이 밀려오고, 그 뒤로 성벽을 뚫기 위한 추차 두 대가 따라붙었다.
열 대 이상의 공성 병기가 린덴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움직였고, 제국 십 대 기사 중 하나인 마룬과 고위 신관들이 함께했다.
여러모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전원 전투 준비!”
“전투 준비!”
타이쿤은 심각한 표정을 숨기며 은빛의 망치를 들어 올렸다.
“쏴라!”
그의 지시에 라인 숲의 엘프들과 린덴 성의 궁사들이 마나가 담긴 화살을 쏘아 냈다.
콰아아아아아!
가지각색의 빛에 휘감긴 화살들이 떨어져 내릴 때, 중앙에 서 있던 백의의 신관 다섯 명이 양손을 모았다.
고오오오!
그들을 중심으로 백광이 우산처럼 펼쳐지며 쏟아지던 화살들을 모조리 튕겨 냈다.
쾅! 콰과과광!
화살에 이어 드워프들이 쏘아 낸 투석기의 돌무더기 역시 신관들의 방벽을 뚫어 내지 못하고 깨져 버렸다.
쿠구구구.
제국의 군대와 공성 병기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멈추지 않았다. 물밀 듯이 움직여 성벽으로 점점 다가온다.
“젠장! 저 망할 신관 놈들!”
타이쿤이 이를 악물었다. 이 정도 화살과 투석기를 막아 낸 것을 보니, 저 다섯은 최상급 신관이 분명했다.
“실비아! 이건 못 막는다!”
데플도, 카잔도, 세이란이나 슈칸 성의 지원도 없기에 저 군대를 막기엔 불가능에 가깝다.
“어쩔 수 없네요.”
실비아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물러나야 할 때다.
“전부 후퇴! 라인 숲으로 빠져나가세요.”
엘프들의 기운을 모아서 라인 숲의 방벽을 굳게 만드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전부 후퇴하라! 라인 숲으로….”
실비아의 수호엘프 루카가 손을 휘저을 때였다.
[크오오오오오!]천공을 울리는 포효와 함께 홍염을 두른 드래곤이 하늘을 갈랐다.
콰아아아아아!
드래곤의 등에 검은 코트를 휘감은 한 남자가 백색의 검을 뽑자, 백색의 검신에서 붉은 태양을 녹일 듯한 칠흑의 휘광이 솟구쳤다.
“아!”
“허억!”
실비아는 그 묵빛을 보고 넋이 나간 듯 전신을 떨었고, 타이쿤은 입을 쩍 벌렸다.
“녀석이 돌아왔다!”
“그분이 돌아오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