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41
341화. 주도권 (5)
-이 얍실한 놈….
흑암이 넋이 나간 시선으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처음에 그저 시원하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제대로 생각을 해 보니 소름이 끼친다.
‘전부 유도했어.’
백우진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성주들의 자극해서 듣기 원했던 말들을 스스로 내뱉도록 만들었다.
성주들은 지금도 백우진이 그 대사들을 꺼내도록 이끌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지독하다. 지독해!
이제 백우진의 술수를 보면 헛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거, 거짓이다!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어!”
에드거가 이를 악물며 서류를 가리켰다.
“세이란 연합의 대표라는 사람에게 서류를 보는 눈이 없을 줄은 몰랐군요.”
“이익!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을 거 아닌가! 프레스톤 성과 라멜룬과 연합이라니, 그건 어불성설을 넘어….”
“그럼 직접 연락해 보면 되겠군요. 프레스톤 성은 몰라도 라멜룬 시장과는 연락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이 안 된다고 한 거요! 라멜룬에는 로돈 의장이 있소. 그는 제국의 앞잡이로….”
“로돈은 실각했습니다.”
백우진이 손가락을 굽혀 아래를 가리켰다.
“로돈은 지금 감방에서 사형 선고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허!”
“어?”
“저, 정말인가?”
엎어져 있던 성주들이 창백한 얼굴로 일어섰다.
‘로돈이 감옥에 갔다고?’
에드거가 입을 떡 벌렸다.
‘그런 일이….’
로돈은 여우다. 어디든 달아날 구멍을 만들어 놓는 의심 많은 남자가 사형당할 위기라니, 라멜룬과 동맹을 했다는 것보다 더욱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 그 서류 이쪽으로 줘 보겠나?”
“얼마든지.”
백우진이 씩 웃으며 두 장의 서류를 테이블 위에 놓은 뒤 밀었다.
“음….”
에드거는 눈매를 좁힌 채로 서류에 찍힌 인장 부분을 확인했다. 성주들도 목을 빼꼼히 내밀어 함께 서류를 보았다.
“일단 인장 부분은 가짜로 보이지 않는군.”
에드거가 혀를 차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럼 인정하시는 겁니까?”
“아직이오.”
그는 오히려 정신을 차린 듯 숨을 내뱉으며 서류를 밀어 돌려주었다.
“바렉스 성주.”
“어….”
“불포르!”
“아, 예!”
불포르도 넋이 나가 있었기에 에드거가 2번이나 불러야 간신히 대답했다.
“라멜란 시와 통신구로 연결되어 있나?”
“한참 연락하지 않았지만, 할 수 있을 겁니다.”
“확인을 해 봐야겠소. 케론!”
에드거의 부름에 회의실 문이 열리고, 청색 갑옷을 입은 기사가 무릎을 꿇었다.
“라멜룬 시와 프레스톤 성에 통신을 시도해라. 정말 린덴 성과 동맹을 맺었는지 물어봐.”
“알겠습니다.”
기사는 고개를 숙인 후 바로 나갔다.
“동맹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제 안건대로 전선을 올리는 거겠죠?”
“…….”
에드거는 말없이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크하하하하!”
그는 상황에 맞지 않게 호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도로 의자에 앉았다.
“설마 그걸 믿은 거요? 그야 당연히 지나가는 농담 아니겠소. 흑색의 검사께서는 생각보다 어리숙하신 것 같소.”
“농담에 어리숙이라….”
백우진이 코웃음을 치며 쪼개진 테이블 위로 손을 올리고 에드거와 성주들을 내려보았다.
“지금 이곳은 성주들이 모여 중요한 회의를 하는 장소입니다. 여기서 그 누구보다 나이와 지위가 있으신 분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농담을 하시다니, 노망이라도 나신 겁니까?”
“끄윽!”
에드거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리숙하다고 놀리며 은근슬쩍 넘어가려다가 노망 소리를 들었으니, 속에서 열불 좀 터질 거다.
-저놈이 어떻게 나오려나?
‘글쎄.’
계속 농담이라고 하면 노망난 멍청이가 되고, 농담이 아니라고 하면 전선을 라멜룬으로 올려야 한다.
백우진은 에드거가 어떻게 움직일지 여유롭게 관찰했다.
“…그렇군. 내 실례를 했소. 흑색의 검사와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사과를 드리지.”
에드거가 피나도록 주먹을 쥔 채로 다시 일어섰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놈 생각보다 그릇이 크군.
아무리 선택지가 적다고 해도 부하급 성주에, 라이벌이 있는데 훨씬 어린 백우진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찌질하기만 한 남자는 아니었다.
-이제 어쩔 거냐? 저렇게 사과를 했으니, 다른 방법을….
‘예상했어.’
-예, 예상했다고?
‘그래. 이제 다음으로 넘어갈 때야.’
백우진이 능글맞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그 사과 받아들이죠.”
“고맙소.”
사과를 받아들이자, 성주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에드거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
그 눈빛은 한 번 자존심을 구겨 결국 승리했다는 표현 같았다.
“그럼 이 안건에 관해서 투표를 하죠.”
“좋소.”
다시 여유를 찾은 에드거가 고개를 끄덕이며 불포르를 바라보았다.
“으윽….”
불포르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슬금슬금 물러나서 백우진의 옆에 섰다. 어쩔 수 없지만 결국 이쪽으로 노선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흐, 흑색의 검사가 내놓은 전선을 라멜룬 시로 올리는 안건에 대해 투표하겠습니다. 동의하시는 분은 거수하여 주십시오.”
불포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렉터 프리드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다음은 불포르였다. 백우진과 실비아가 가장 마지막으로 거수했다.
“역시 4 대 4군.”
에드거가 비웃음을 갖추려는 듯이 양손을 모아 얼굴을 가렸다.
“어차피 이리될 일이었소. 시간만 낭비….”
“아뇨.”
백우진이 입꼬리로 호를 그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숫자를 잘못 세셨습니다.”
“뭐?”
“이 둘을 안 넣으셨군요.”
테이블 위에 올려둔 서류를 가리켰다.
“그, 그건….”
“이 둘도 저희와 동맹을 맺었으니, 투표권이 있습니다.”
“그런 헛소리가 대체 어디에 있나!”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들이 만든 규칙에.”
불포르에게 손짓을 하자, 그가 세이란 연합의 규칙이 적힌 책자를 가져왔다.
“여기 12조를 보시면 ‘어떤 성과 동맹을 하든 그곳은 세이란 연합의 동맹으로 정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즉, 라멜룬 시와 프레스톤 성은 린덴 성과 동맹을 했을 때부터 세이란 연합이 되어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는 거죠.”
“개소리를!”
에드거가 백우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이걸 왜 저놈이….’
12조는 렉터 프리드를 막기 위해서 넣은 조항인데, 이걸 저 망할 놈이 이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젠장….’
생각. 생각해야 했다. 어떻게든 저놈의 방식대로 일이 흘러가면 안 된다.
‘아! 그거!’
실비아의 옆에 앉아 있는 백우진을 보자, 번뜩이는 생각이 났다.
“흑색의 기사께서 준비를 잘해 왔지만, 한 가지 실수한 게 있소.”
에드거가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고개를 저었다.
“뭐죠?”
“대리인. 당신은 데플 린덴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섰소. 즉, 다른 동맹도 대리인이 필요했다는 말이지.”
“오오!”
“마, 맞네!”
“그겁니다!”
에드거의 말에 성주들이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리인 없이는 투표할 수….”
“아뇨. 틀렸습니다.”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양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프레스톤 성의 대리인도, 라멜룬 시의 대리인도, 린덴 성의 대리인도 전부 접니다.”
“그런 미친 소리가 어디 있소!”
“여기 있습니다. 의심스러우면 이것도 확인해 보시죠.”
“한 명이 세 명의 대리인을 하는 건 말이 안 되오!”
“세이란 연합의 규정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습니다. 연합이 감정대로 움직이면 안 되죠.”
에드거를 놀리듯이 허공에서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이익! 당신….”
에드거가 살기를 담아 붉어진 눈으로 자신을 꼬나보았다.
-이, 이 상황을 예측했다고?
‘당연하지.’
흑암이 에드거를 농락하는 백우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또, 또라이야. 번개를 오지게 맞아도 너처럼 미치진 않을 거다.
에드거도 나름 괜찮은 반격을 했지만, 그건 백우진이 열어 놓은 사로일 뿐이었다.
모든 상황은 백우진의 손아귀에 잡혀 있었다.
“이, 인정할 수 없소!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돼!”
“그, 그렇소! 홀로 세 명의 대리인을 하다니, 누가 받아들이겠냐고!”
“이건 아니오!”
“으음….”
에드거와 세 성주는 붉어진 눈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불포르는 눈치를 보며 한 발 더 백우진쪽으로 다가갔다.
“제가 규정을 어기지도 않았는데 인정하지 못할 건 또 뭐죠? 이해되지 않는군요.”
“아무리 규정에 없다고 해도 이건….”
“그만!”
에드거 대신 퓨런 성주가 백우진에게 따지려고 할 때였다. 슈칸 성주가 반 토막 난 테이블을 가루로 만들며 일어섰다.
“추하다!”
그는 맹수 같은 눈으로 에드거를 굽어보았다. 작은 키에서 거대한 패기가 치솟았다.
“긴 세월 네놈과 호적수를 이뤘기에 미운 정으로 참으려 했지만, 이건 너무 추하다. 에드거!”
“닥쳐!”
“이 땅을 구하기 위해서 온 어린 손님에게 이리 추한 우김이라니! 네놈이 그러고도 천 년을 이어온 세이란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
“닥치라고 했잖아!”
에드거가 기세를 끌어 올렸다. 북풍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서늘한 기운이 회의장을 채웠다.
쿠구구구!
렉터 프리드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기운을 끌어 올렸다. 무거우면서도 강맹한 기운이다.
“나와라. 오늘 네놈을 죽여 그 추한 모습을 그대로 박제해 주지.”
“좋다! 네놈의 짧은 목을 베어 주마.”
“아아, 잠시.”
백우진은 두 절대자의 기운 사이를 자신의 안방처럼 들어갔다.
“이건 제 일입니다. 싸우려면 제가 싸워야죠.”
놀란 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자네?”
“물러나 주세요.”
부드럽게 웃자, 렉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대련을 할 거면 저와 해야죠.”
“너….”
“이번 안건은 대련의 승자가 원하는 대로 이루기로 하죠. 대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승복하기로.”
“좋다!”
에드거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다. 그에겐 이것 말고 방법이 없으니까.
“다만 이대로면 재미없으니, 내기도 하나 걸죠.”
“내기? 무슨 내기를….”
“전 이걸 걸죠.”
백우진은 불포르에게서 강탈한 ‘정제된 마룡의 피’를 꺼내 놓았다.
“마룡의 피라고 들어는 봤을런지.”
“히익! 저건! 내….”
불포르는 유리병에 든 붉은 액체를 보고 눈이 반쯤 돌아갔다.
“마룡의 피!”
에드거의 눈동자가 퍼렇게 번쩍였다.
‘두 번째 목숨이라 불리는 그 물건인가?’
정말 그 회복약이라면 최상급 영약 수준의 보물이다. 영롱한 붉은 빛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음….”
마룡의 피에서 눈을 돌려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느껴지는 기운은 절대의 초입. 지금의 자신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는 수준이다.
“좋소. 난 이걸 걸지.”
에드거가 욕심으로 빛나는 눈을 감추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검은 구슬을 하나 꺼냈다.
“신체와 마나에 큰 효과를 내는 최상급 영약 ‘백경의 옥’이오. 이거라면 마룡의 피에도 모자르지 않을 거요.”
“백경의 옥?”
-저게 아직도 남았나?
‘뭔데?’
-저놈 말대로 뛰어난 영약이다. 쓰임새가 좀 다르지만 공청석유급은 되지.
“좋습니다.”
백우진은 공청석유급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군. 기다릴 거 뭐 있겠소. 바로 시작합시다.”
“으음….”
불포르가 에드거를 보며 슬쩍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에드거가 강한 건 잘 알지만, 백우진의 무력은 보이는 대로가 아니다.
‘저 새끼 사기꾼이야! 저건 끝 모를 괴물이라고! 제발 하지 마!’
에드거가 거절하고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구해 주길 바랐지만, 그는 마룡의 피에 빠져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저 마룡의 피도 사실 내 거… 헉!’
맹렬하게 고개를 젓다가 백우진과 눈을 마주쳤다. 살벌하면서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의 눈을 보자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가 씩 웃고서 연무장으로 내려갔다. 에드거와 성주들은 자신에게 관심도 주지 않고 그를 따라갔다.
“아….”
불포르는 홀로 남은 회의실에 주저앉아 머리를 들어 화려한 천장을 보았다.
“다 끝났다….”
**
백우진은 연무장에서 에드거와 마주 섰다.
“이 물건들은 내가 가지고 있다가 승자에게 넘겨주겠소.”
렉터 프리드는 자신이 넘긴 용의 피와 에드거가 건넨 백경의 옥을 들고 뒤로 물러섰다.
“에드거 성주님!”
“저 건방진 놈을 확실하게 밟아 주세요!”
“가볍게 꺾고 예정대로 술이나 마시러 갑시다!”
“세이란! 세이란!”
세 명의 성주와 세이란 연합의 기사들이 양손을 올리며 환호를 내질렀다.
“백우진 검사님! 꼭 이기세요!”
유일하게 실비아만이 목이 터져라,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일당백이군.
‘그러게.’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은 딱 한 명이지만, 수천 명의 응원보다 더 큰 힘이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대련을 시작하겠소. 안건의 방향도, 이 보물들도 모두 승자의 것이오!”
렉터가 무인의 기세를 피워올리며 손을 내리쳤다.
파앙!
그 순간 공기가 꿰뚫리는 소리가 터지며 에드거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치이잉!
백우진은 눈매를 좁히며 설영검을 뽑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베었다.
쩌엉!
쇳덩이가 찌그러지는 소리가 나며 검에 시퍼런 불길을 휘감은 에드거가 모습을 드러냈다.
찌지지직!
검과 검이 갈리며 시뻘건 불똥이 튀었다.
“소문이 허세만은 아니로군.”
에드거가 혀를 차더니, 뒤로 물러난 뒤 흐린 날의 햇살처럼 사라졌다.
‘빨라.’
눈 한 번 깜빡하는 사이에 시야에서 벗어나다니, 속도 하나는 발군이다.
-놈이 익힌 시리안 오러는 빠름으로는 대륙 제일이다. 속도에 중점을 두어서 파괴력이 부족하지만, 그걸 지독한 예리함으로 메우지.
‘예리함과 속도로는 제일이라는 뜻인가?’
-그래. 아무리 너라도 방심했다간 순식간에 베일 거다.
‘오케이.’
백우진이 슬쩍 웃었다.
-음? 표정이 왜 그러냐? 그 여우 같은 눈빛은….
‘아니야.’
손을 내젓고 앞에 설영검을 허리 위 중단에 두었다.
휘이잉!
연무장을 휘어치는 세찬 바람과 함께 등 뒤에서 시린 감각이 느껴졌다. 왼발을 축으로 오른발을 돌리며 검을 내리쳤다.
쩌어엉!
목을 노리고 검을 올려치던 에드거의 살기 어린 검날이 설영검에 막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대련인데 살기를 담으시는군요.”
“살기라니, 이 정도는 기본이오.”
“그런 것 치고는 진지한 얼굴인데요.”
“착각이오!”
에드거가 기합을 내지르며 더 강렬한 살기와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의 검에서 솟구친 강기가 톱날처럼 회전하며 라사둠의 오러를 가르기 시작했다.
-저 오러의 회전이 바로 시리안 오러의 특징 중 하나다. 회전을 이용해서 예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리지.
‘괜찮은데?’
백우진이 씩 웃고서 예검의 묘리를 더 짙게 운용했다.
끼기기깅!
예검과 예검이 마주하며 유리가 잘게 조각나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놈!”
회전하던 강기를 짓눌러 버리자, 에드거가 인상을 찌푸리며 멀찍이 물러섰다.
촤아악!
그가 검을 좌에서 우로 베었다. 공간이 다섯 줄기로 갈라지며 뼈를 시리게 만드는 서늘한 검격이 쏟아졌다.
‘정검도 뛰어나군.’
그의 검격에는 빠름과 예리함만이 아니라, 노리는 곳을 정확하게 맞추는 정확함도 있었다.
빠지지직!
백우진은 하단으로 내린 설영검을 십자로 그으며 검극에 뭉친 묵뢰의 비뢰섬을 풀어 냈다.
쾅! 콰과과광!
에드거의 강기의 파편과 비뢰섬이 맞부딪치며 연무장 전체가 뇌전의 강기로 뒤덮였다.
“흐읍!”
에드거가 땅을 박차고 검을 든 오른손을 세차게 휘둘렀다. 그의 어깨에서부터 손목이 일자로 펼쳐지며 섬뜩한 검격이 타올랐다.
뻐어억!
광풍의 관일극을 내찔러 에드거의 검로를 틀어 버린 후 무릎으로 그의 몸통을 찍었다.
“크윽!”
에드거는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가 그 반동을 이용해서 돌진해 왔다.
캬아앙!
백우진은 목을 노리는 에드거의 검격을 막고, 그의 하단을 노렸다.
에드거는 구름처럼 신묘한 발놀림을 흘려 설영검을 피해 낸 뒤 가슴을 찔러 왔다.
쩌엉!
설영검의 검면으로 그의 검격을 비틀어 낸 뒤 낙성위화를 그었다.
콰과과광!
별무리가 떨어지는 강대한 검격과 꽃처럼 피어나는 화려한 변화가 이어졌지만, 에드거는 쾌검을 연속으로 그어 그 모든 오러를 끊어 버렸다.
쩡! 쩌저정!
백우진과 에드거는 근접 거리에서 서로의 목을 가르기 위한 검격을 수도 없이 퍼부었다.
-으음….
흑암은 백우진의 전투를 보며 검날을 갸웃거렸다.
‘이놈 또 뭘 하려고….’
백우진은 전력이 아닌, 어중간한 기운을 펼치며 에드거와 많은 검격을 나누었다. 평소 그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칭! 치이잉!
싸움이 점점 격해지면서 서로의 몸에 피가 흐르지 않는 예리한 상흔이 생겼다.
“흐합!”
에드거가 제비처럼 몸을 숙인 채로 회전하여 완벽한 기습을 찔렀다.
캬아앙!
신묘한 검격이었지만, 백우진은 설영검을 세워 어렵지 않게 막아 냈다.
“예상했… 헉!”
수비를 예상한 에드거가 다음 공격을 펼치려다 말고 기겁을 하며 눈을 부릅떴다.
-미, 미친!
흑암도 너무 놀라 검날이 창백하게 변했다.
우우우웅!
백우진이 든 설영검에서 시퍼런 오러가 피어나며 에드거의 그것처럼 세차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치이이잉!
파도처럼 몰아치는 푸른 오러에서 공간을 찢어발길 듯한 전율적인 예기가 뿜어져 나왔다.
-북명신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