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44
344화. 무리안 (2)
백우진은 무리안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무영객과 문주영의 상태를 살폈다.
‘문주영….’
둘 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심각한 상처를 입었지만, 문주영이 특히 위중했다. 팔과 다리의 출혈, 그리고 복부의 구멍까지. 녀석의 호흡은 지금 당장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흑암.’
-알겠다.
흑암은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인벤토리를 열어 엘릭서와 정제된 마룡의 피를 꺼내 주었다.
“무영객. 이쪽으로 와라.”
“거, 검사님.”
무영객이 비틀거리면서 옆으로 다가왔다.
“투명한 액체는 문주영에게 먹이고, 붉은 병은 네가 마셔.”
“저,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 녀석 팔과 다리가 날아갔고, 배때기에 구멍도 뚫렸습니다. 여기가 한국이 아닌 이상….”
“괜찮아. 그거라면 살릴 수 있어.”
엘릭서에는 뜯겨 나간 육체에 대한 재생 능력이 있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무조건 살릴 수 있다.
“빨리 움직여!”
“아, 예!”
무영객은 마룡의 피를 마시지 않았다. 피가 흘러나오는 복부를 부여잡고 문주영에게 먼저 달려갔다.
“다 끝난 건가.”
무리안의 눈이 누런 살기로 번들거렸다.
“덤벼들 줄 알았는데 여유롭군.”
“여유를 부리는 건 네놈이겠지. 저런 쓰레기들에게 엘릭서와 마룡의 피를 사용하다니, 보물을 시궁창에 처박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네놈의 목만 따면 저 벌레들은 언제라도 다시 밟아 버릴 수 있다.”
“벌레에 쓰레기라. 그렇게 당하고도 말버릇을 고치지 못했군.”
백우진이 어둠이 일어선 대지를 밟으며 무리안의 앞에 섰다.
‘이놈….’
무언가가 변했다. 가진 기운이 강대해진 것만이 아니라, 육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차원의 틈에서 보았던 놈의 신체는 신관처럼 가냘팠지만, 지금은 무인이라도 된 듯 끝없이 단련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육체의 강인함은 자신보다도 위인 것 같았다.
“그때처럼은 되지 않아.”
“그래. 그때와는 다를 거다. 더 처참하게 밟아 주마.”
백우진과 무리안은 서로의 호흡이 들리는 거리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을 끌어 올렸다.
쿠구구구!
그저 힘의 발현만으로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무너진다. 대륙에 파멸이 다가온 듯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빠직!
중앙의 대지가 쪼개진 순간, 둘이 동시에 움직였다.
콰아아아아!
백우진이 빛살과 같은 속도로 설영검을 뽑았다. 새하얀 검날에 어린 흑왕탄의 기운이 무리안을 휩쓸었다.
무리안은 이전처럼 피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흑왕탄을 향해 백광으로 이루어진 광검을 내뻗었다.
‘빛의 검?’
마법이나 언령을 사용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놈이 선택한 건 빛의 검이었다.
‘그대로 베어 주마.’
설영검을 쥔 손에 힘을 더하며 무리안의 검을 올려쳤다.
콰아아앙!
흑왕탄과 광검이 격돌하며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위를 휩쓸었다.
“큭!”
무리안의 광검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반탄력에 절로 인상이 써졌다.
‘이 기운….”
신관장에게 끌려가기 전에 느꼈던 무리안의 파멸적인 기운이 놈의 광검에 어려 있었다.
“고작 그 정도로 놀라는 거냐!”
“그럴 리가.”
백우진이 밀려나는 설영검을 틀어 아래로 내리그었다. 짧은 공간과 반동을 이용하여 무령참을 운용하는 천재적인 발상이었다.
쿠구구구구!
공간을 찌그러뜨리는 막대한 중압이 무리안을 향해 쏟아졌다.
퍼어엉!
무리안은 광검을 올리며 초승달 같은 호를 그렸다. 기묘하게 꺾인 광검의 날이 무령참의 궤도를 차단했다.
무령참과 광검의 검력이 경합하며 기의 흐름이 뒤틀린다. 완벽에 가까운 수비.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무리안의 왼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주먹을 회전하면 내뻗는다. 강대한 기운에 회전까지 가미한 제대로 된 권격이었다.
“큭!”
백우진이 몸을 좌측으로 돌려 권격을 피해 냈다. 허공을 강타한 무리안의 권격에 공간이 터져나갔다.
빠지지지직!
권격의 여파를 견뎌 내며 뇌기를 휘감은 설영검을 십자로 그었다.
“뇌기 따위는 소용없다!”
무리안은 광검을 채찍처럼 휘어 쳐 비뢰섬의 뇌기를 갈랐다. 광검의 검격과 왼손의 주먹에서 뻗어 나오는 권격에 비뢰섬이 사정없이 찢어져 나갔다.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야.’
백우진이 무리안의 주먹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그저 힘에 따라 마구 휘두르는 손짓이 아니다. 놈의 검술과 권법은 정립된 투로를 가진 최상승의 무예였다.
뻐어어억!
무리안이 땅을 박찼다. 놈의 몸이 안개처럼 희미하게 변하며 사라진다. 발놀림 역시 무의 묘리가 가득 담겨 있었다.
눈을 깜빡할 수도 없는 찰나의 순간에 다가와 광폭한 기운이 담긴 광검을 내리친다. 힘과 속도의 균형이 완벽에 가까웠다.
치이이잉!
풍벽검흔을 그어 검격을 막아 낸 뒤 그 위를 뛰어넘어 낙성위화를 내리쳤다.
콰아앙!
무리안은 먼저 광검을 그어 별무리를 터트리고, 뒤이어 피어나는 검화를 주먹으로 뭉개 버렸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거침없는 방어이자, 공격이었다.
-이런 무력이라니! 언령 일변도가 아니었나?
‘모르겠어.’
예전의 무리안은 죽기 직전까지 언령과 신성력만을 사용했다. 신성력이 어린 검과 주먹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무리를 가지다니, 당황스러울 정도다.
‘제대로 봐야겠어.’
백우진은 흐름을 보는 눈과 초집중을 발동시키며 무리안의 모든 것을 관찰했다.
“어디까지 도망칠 셈이냐!”
“도망은 무슨!”
검제군림으로 땅을 쪼개며 설영검을 사선으로 그었다. 설영검에 휘감긴 광폭한 기운이 공간을 갈랐다.
쾅!
무리안이 쫙 펼친 왼손을 뻗었다. 거대한 장법이 떨어지며 검격을 막아섰다.
쿠구구구!
놈은 두 번째로 광검의 백광을 탄환처럼 쏘아 내서 자신이 만든 검격을 녹여 버렸다.
“크하하!”
무리안이 광소를 터트리고서 앞으로 내달려 온다. 두 배로 커진 광검을 양손으로 잡고 그대로 내리친다.
‘막는 것보다는!’
백우진이 머리로 떨어지는 무리안의 검격을 향해 광호섬을 올렸다.
치이이잉!
흘리기 위한 광호섬이었지만, 놈의 검격에 담긴 무의 묘리와 기운이 막대했다. 완벽하게 흘릴 수가 없어서 뒤로 내던졌다.
콰아아아앙!
검격을 맞은 대지 아래에 보이지 않는 구멍이 뚫려 버렸다. 맞았다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큰 피해를 입었을 공격이었다.
하지만 무리안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거리를 벌린 채 검격과 장법을 연속으로 쏘아 낸다. 가벼워 보이는 손놀림이지만, 그 안에는 무의 정수가 어려 있었다.
‘전부 달라.’
이미 보았던 검격과 장법이라 흘려 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놈의 공격은 매번 궤도와 그 기운이 달랐다.
“후우….”
백우진이 두 눈을 빛내며 쇄도해 오는 장법을 향해 내달렸다. 장법을 광호섬으로 흘리고, 뒤이어 날아오는 검격을 풍벽검흔으로 막아 냈다.
상체를 눕혀 세 번째 장법을 피한 뒤 광검을 위로 올린 무리안의 우측으로 짓쳐 들었다.
촤아악!
놈의 올라간 오른팔을 향해 낙일참을 그었다. 그 순간 무리안의 왼손바닥이 주먹으로 변하며 떨어지는 설영검의 검날을 튕겨 냈다.
쩌어엉!
설영검이 뒤로 밀려나고, 무리안이 다섯 걸음 물러섰다.
백우진은 무리안의 주먹에서 느껴진 반탄력을 이용하여 몸을 회전시킨 뒤 앞으로 달렸다. 물러서는 무리안을 향해 겁화의 관일극을 내질렀다.
화르르륵!
새빨간 불길이 일어난 검극으로 무리안의 심장을 찌르려 할 때 놈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양손으로 가슴 앞으로 들어 올려 백색의 원을 만들어 냈다.
권사들이 검을 막을 때 사용하는 기예 경원이었다.
퍼어어억!
관일극은 놈이 만든 경원에 막혀서 그 이상 들어가질 못했다.
우우웅!
무리안이 왼손으로 경원을 유지한 채 오른손에 든 광검을 내리쳤다. 공격과 수비가 한 동작처럼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퍼어어엉!
다급하게 몸을 틀었지만, 무리안의 광검은 예상을 했다는 듯 자신을 추적해 왔다.
“칫!”
혀를 차며 어깨에 떠 있던 흑암을 잡아 놈의 광검을 막아섰다.
콰아아아아!
백색의 광검과 흑색의 마검이 부딪치며 일어난 회색 용오름이 천지를 휘감았다.
“두 번째 검이라, 이제 밑천이 드러나는구나!”
무리안이 이죽거렸다. 놈이 경원을 풀고 용오름을 돌파해 온다. 우레라도 된 듯 빠르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움직임이다.
우우웅!
놈이 다가오다 말고 허공에 광검을 내질렀다. 그 순간 심장 어림으로 보이지 않는 기운이 폭발하는 게 느껴졌다.
‘이 기운!’
등줄기로 돋아오르는 소름을 참으며 무리안의 기운이 터지려는 공간을 흑암으로 갈랐다.
퍼어어엉!
터지기 직전에 그 기운을 베었기 때문에 큰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검격의 여파를 설영검으로 지우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놈의 무예는….’
-정공이다. 검술도, 권법도, 장법도 전부 수백 년을 쌓아 온 정립된 무예들이다. 다만….
‘다만?’
-어디서 본 것만 같다. 꽤 친숙해.
‘나도 마찬가지야.’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암의 말대로 놈의 무예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절대의 극 수준이지만,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다.
“그걸 막다니.”
무리안이 이를 갈며 거침없이 허공을 갈랐다. 광검이 휘어질 때마다 급소 부근에서 놈의 기운이 터져 나왔다.
치이이잉!
흑암으로 풍벽검흔을 긋고, 설영검으로 겁화검형을 운용해 다가오는 모든 기운을 지워 버렸다.
“흐아아압!”
무리안이 오른손을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내뻗는다. 머리 부근으로 흉악한 기운이 쇄도하는 게 느껴졌다.
콰아아아앙!
흑암에 라사둠의 오러를 둘러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섬야의 기운이 폭발하며 무리안이 만들어낸 모든 검격을 지워 버렸다.
쿠구구구구!
어둠과 빛이 경합할 때 흑암을 쥔 손을 놓고 양의심공을 운용했다.
파아앙!
이기어검으로 흑암을 띄운 뒤 무리안의 심장을 향해 쏘아 냈다.
극리.
최속의 검로인 극리가 라사둠의 오러를 휘감은 채 공간을 갈랐다.
“크아아아!”
무리안이 주변의 빛을 광검으로 빨아들인 뒤 직선으로 내질렀다. 빛을 휘감는 광검에 막대한 기운이 모여들었다.
극리와 빛의 기둥이 격돌하며 압축된 기운이 폭발했다. 거대한 파동이 터지며 흑암과 무리안이 동시에 튕겨 나갔다.
“윽!”
흑암에게서 느껴진 반탄력에 절로 입술이 깨물어졌다.
“이기어검인가? 그럼 나도 꺼내야겠지.”
무리안이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한 뒤 가슴까지 들어 올렸다. 놈의 백포가 펄럭이면서 톱날처럼 갈린 칼날들이 등 뒤로 떠올랐다.
“가라!”
칼날들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각자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심장과 눈, 목 같은 급소를 노려왔다.
캬갸갸걍!
흑암을 이용하여 날아오는 칼날들을 모조리 튕겨 냈다.
흑암에 얻어맞은 칼날들이 터져 나가며 이리저리 흩어졌지만, 칼날을 재생시킨 뒤 다시 덤벼들었다.
‘이기어검과 비슷해.’
이기어검에 비해 위력은 약하지만, 자유로운 투로는 그에 못지않았다. 흑암 때문에 약해 보이지만 9등급에 이른 고수라도 죽일 수 있는 위력과 궤도였다.
“아직 멀었다!”
무리안이 손을 쫙 펼치자, 이전보다 2배는 많은 칼날이 솟구쳤다. 대충 세어 봐도 20개에 가까운 숫자다.
치이이잉!
칼날들은 동시가 아니라, 시간 차를 두고 움직였다. 기괴한 방향으로 꺾이면서도 현묘한 움직임으로 공격해 왔다.
“크아압!”
무리안이 광검을 꼬나쥔 채로 백색 칼날과 함께 돌진해 왔다.
‘암인.’
암인을 운용하자, 돌고래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듯이 흑암이 위로 솟구쳤다.
치이이잉!
톱니바퀴가 움직이는 기이한 소리와 함께 무리안과 놈이 만든 칼날의 그림자에서 흑색 칼날이 튀어나왔다.
캬아아앙!
그림자에서 치솟은 어둠의 칼날들이 백색의 칼날을 막아섰고, 백우진은 그 틈을 이용해 무리안을 향해 신살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
무리안은 신살의 강대한 기운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대지의 선을 따라 광검을 그었다.
회색빛의 기둥과 백광의 기둥이 어우러지며 하늘이 일그러지고, 대지의 축이 뒤틀렸다.
쿠구구구!
힘과 힘. 무의 묘리가 격돌하는 정면 승부에서 백우진과 무리안이 동시에 밀려났다.
우우웅!
다만 무리안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왼손으로 주먹을 쥐어 앞으로 내뻗었다. 정밀한 투로의 권격과 암인에 맞아 흩어졌던 백색 칼날을 동시에 던져 냈다.
백우진은 허공에서 반달처럼 돌아 땅에 내려섰다. 설영검을 이기어검으로 띄우고, 흑암을 손에 쥐었다.
우우웅!
설영검으로 풍벽검흔을 그어 무리안의 백색 칼날들을 방어하고, 흑암을 든 손을 뒤로 젖혔다.
‘암극!’
스스로가 화살이 된 듯 땅을 박차고 무리안의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고개를 틀어 놈의 권격을 회피한 뒤 묵색의 불길로 뒤덮인 흑암을 내질렀다.
퍼어어억!
바람 빠진 공에 칼을 박아넣는 듯한 감각이다. 무리안이 다시 경원을 사용해서 암극을 막아 낸 것이다.
“그 힘은 어디서 얻은 거지?”
백우진이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듯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네놈을 죽이기 위한 힘이다.”
무리안이 광검을 들어 올리며 더 짙은 백광을 끌어 올렸다.
“네놈의 심장을 뚫고, 머리를 깨부수기 위해 빌려 온 힘이다!”
“빌려?”
절대의 극에 오른 무력을 빌려오다니, 말이 되질 않았다.
“그래. 그 모습! 그 흔들리는 눈을 보고 싶었다. 당황하는 꼴이 마음에 드는구나! 허나 이미 늦었다!”
“그런 판단은 너무 이른데?”
“이르다? 여전히 주제를 모르는군. 네놈의 검은 내게 닿지 못한다! 이 힘은….”
“역시 넌 무인이 아니야.”
백우진이 차게 웃으며 설영검을 검집에 넣었다. 예상대로다. 잘 녹아들었지만, 저 무력은 놈의 것이 아니고, 놈은 무인이 아니다.
“포기하는 건가?”
“아니, 이제 시작이다.”
놓지 않은 검병을 꽉 쥐며 두 번째 흑왕탄을 쏘아 냈다.
“소용없다!”
무리안이 코웃음을 치며 흑왕탄을 향해 광검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지금까지 수없이 부딪친 설영검과 광검의 격돌이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크으윽!”
무리안이 피가 뚝뚝 흐르는 가슴팍을 부여잡고 뒷걸음질 쳤고, 그의 광검은 반으로 갈라진 채 흩어지고 있었다.
“네 수준은 모두 파악했다.”
백우진이 신마의 기운 위로 시퍼런 강기가 회전하는 설영검을 들어 올렸다.
“지금부터 지옥을 보여 주마.”
그의 등 뒤로 천랑성이 장대한 빛을 내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