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48
348화. 야수족 (2)
“쿠란!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야수왕을 뵙기 위해서였소!”
파윈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쿠란을 올려보았다.
“그게 정말이오?”
“그렇소. 부족장께 부탁을 드려 야수왕을 알현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오.”
“왕을 뵈려는 이유가 무엇이오?”
“당신도 아실 거요. 이분이… 어?”
“그건 내가 말하지.”
파윈이 뒤를 돌려고 할 때 백우진은 이미 그의 옆에 와 있었다.
“거, 검사님! 야수족의 언어도 하실 수 있습니까?”
“조금은.”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 덕분에 야수족의 언어도 이해하고 말할 수 있었다.
-하기는 뭘 해! 시스템이 다 해 주는 거잖아!
‘그게 그거지.’
-자동 번역 능력이면서 똑똑한 척하지 말라고!
“세이란 연합의 대표. 백우진이오.”
흑암의 분통을 무시하면서 쿠란을 올려보았다.
“세이란의 대표? 그곳의 대표는 에드거로 알고 있는데?”
“얼마 전에 바뀌었소.”
“대표가 그게 그리 쉽게 바뀌는 거요? 잠깐! 백우진? 분명 들어 본 이름….”
“쿠란! 이분이 린덴 성을 구해 내신 흑색의 검사이시오!”
“흑색의 검사!”
파윈의 말에 쿠란이 철책을 손으로 잡고 상체를 들이밀었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다, 당신이 정말 흑색의 검사 백우진이오? 홀로 불의 왕을 꺾은?”
“그렇소.”
백우진이 진중한 패기를 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 잠시만 기다리시오! 부족장께 알리고 오겠소!”
쿠란이 마른침을 삼키고서 철책 뒤로 사라졌다.
“여기까지 이름이 퍼지다니, 역시 검사님. 이름값은 어마어마하네요.”
“가주님이라면 당연한 일이지.”
무영객이 헉 소리를 냈고, 문주영은 덤덤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야수족 대부분이 흑색의 검사님을 알고 있을 겁니다.”
파윈이 동의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야수족들이 날 어떻게 아는 거지?”
“5년 전 검사님이 이프리트를 홀로 꺾었다는 소문이 대륙 전체로 퍼졌거든요. 야수족들과 왕래하는 상인들에 의해 여기에도 소문이 돈 거죠.”
“그랬군.”
이제야 쿠란이라는 남자가 자신을 확인한 후 당황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잘됐네요. 이곳에 야수왕이 있으니, 남방 깊숙한 곳까지 갈 필요 없겠어요.”
“그래. 시간을 아껴서 다행이야.”
“다만 왕을 만나기 위해서는 몇 번의 시험을 치러야 할 수도 있어요.”
“시험?”
“음, 시험이라기보다는 대련이라고 말하는 게 낫겠네요.”
파윈이 허공에 동그란 원을 그렸다.
“야수족은 무력을 가장 중요시하는 종족. 저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검사님의 이름값에 걸맞은 힘을 증명해야 할 거예요.”
“그럼 너도?”
“예. 저도 친분을 쌓기 위해서 많이 싸웠습니다. 아까 보았던 쿠란과도 2번은 겨뤘었죠. 물론 신나게 얻어터졌지만.”
파윈은 그때의 생각을 했는지 입맛을 다셨다.
-저 녀석 말이 맞다. 남방 놈들이 괜히 야수나 야만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야. 야수족은 강한 무력에 끌리는 본능을 가진 놈들이다.
‘그럼 다 패 버리면 되겠네.’
-다 팬다고?
‘단순하게 힘을 보여주기엔 그게 제격이잖아.’
백우진이 설영검의 검집을 톡톡 두드리고 있을 때 철책 위로 다시 쿠란의 얼굴이 나타났다.
“외장의 출입이 허가되었소. 들어오시오.”
되돌아온 쿠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철책의 중앙이 열리기 시작했다.
“역시 이름이 퍼지고 봐야 한다니까요. 저 혼자였다면 들어가지 못했을 겁니다.”
파윈이 미소를 지으며 열린 문으로 걸어갔다. 백우진은 그 뒤를 따라가며 주먹을 매만졌다.
‘때려 부수고, 후려 패는 건 내가 또 잘하지.’
-무식한 놈….
**
‘짐승들이 많군.’
철책 내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사람이 아닌, 짐승들이다.
마을의 이름인 들소들과 사자, 호랑이, 늑대 같은 맹수만이 아니라, 처음 보는 동물들도 많았다.
송곳니가 양쪽 2개씩 돋아난 거대한 뱀이 졸린 듯 하품을 했고, 청색 바탕에 붉은 줄무늬를 가진 두더지가 그르렁거렸으며, 부리가 드릴의 날처럼 꼬여 있는 새도 있었다.
한국의 동물들이 여러 방식으로 진화한 듯한 짐승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가장 놀라운 건 이곳의 모두가 무인이라는 거지.’
푸른 들소 부족의 사람들은 전원이 오러를 가진 무인이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신장이 크고, 전신이 탄탄한 근육으로 덮여 있어서 가진 기운 이상으로 강해 보였다.
-말했잖냐. 여기는 다 잘 처먹어서 짐승이고, 인간이고 전부 크고 강하다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짐승들이 외부인인 우릴 보고도 으르렁거리지도 않아. 완벽하게 조련되어 있어.’
-부족마다 짐승을 다루는 비술이 있으니까.
‘비술?’
-야수족은 기본적으로도 강하지만, 혼이 닿은 짐승들과 함께 싸울 때 최고의 무력을 발휘한다.
‘짐승과 함께 싸운다고?’
백우진이 눈이 검은 산양을 보다가 흑암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 저들의 무예는 야수와 함께 싸우면서 완성된다. 야수무라고 하지.
‘오! 보고 싶은데?’
-겪게 될 거다.
‘그….’
흑암에게 대답하려 할 때 파윈과 쿠란이 걸음을 멈췄다. 그 앞에는 외부에 있던 철책과 비슷한 형태의 벽이 세워져 있었다.
“저 내장 안에 족장과 야수왕께서 계시오.”
쿠란이 뒤로 돌아 자신의 앞에 섰다.
“족장께서 당신이 정말 불의 왕을 꺾은 흑색의 검사인지 확인하라고 하셨소.”
“확인?”
“그렇소. 그걸 확인을 위해 당신은 나와 겨뤄야 하오. 정말 흑색의 검사라면 나 정도는 어렵지 않게 꺾을 수 있겠지.”
-봤지? 겪을 거라고 했잖냐.
‘그렇군.’
백우진은 투쟁심으로 가득 찬 쿠란의 눈을 보며 손가락을 풀었다.
“하겠소?”
“물론이오.”
“시원하니 좋군!”
고개를 끄덕이자, 쿠란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자세를 낮추는 걸 보니, 준비고 뭐고 없이 당장 싸우자는 것 같았다.
“가주님! 저쪽도 족장이 아니니까. 제가….”
“아니, 물러나 있어. 내 힘을 보여 달라잖아.”
나서려는 문주영을 뒤로 물리고, 앞으로 나섰다.
“그럼 가겠소!”
쿠란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왼손으로 뿔처럼 손날을 세운 채로 쇄도해 온다.
‘빠르군.’
백우진이 쿠란의 돌진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거칠지만, 속도와 힘을 중시한 보법이었다. 발놀림만 봐도 상당한 고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흐읍!”
쿠란이 뿔처럼 세운 손날로 목을 찔러 왔다. 손등을 올려 그의 공격을 쳐냈다.
후우웅!
쿠란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반탄력을 이용해서 허리를 돌린 뒤 주먹을 내지른다. 직선으로 뻗어 명치를 노리는 야성적인 투로였다.
뻐억!
오른발을 뒤로 빼서 주먹을 피해 낸 뒤 쿠란의 손목을 잡고 왼 주먹으로 그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크흑!”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강한 충격을 주었어도 쿠란은 조그만 신음을 흘렸을 뿐 물러서지 않았다. 무릎을 황소의 뿔처럼 세워 내뻗어 왔다.
퍼억!
백우진은 손목을 휘돌려 쿠란의 무릎을 흘려 버린 뒤 팔꿈치로 그의 복부를 찍어 버렸다.
“크흐흐!”
쿠란이 튕겨 나가며 뒤로 굴러갔다. 그는 고통을 참는 듯 눈을 찡그리면서도 입가의 미소는 지우지 않았다.
“검조차 뽑지 않고 이 정도라니, 소문이 거짓은 아니군.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소.”
쿠란이 진각을 밟아 땅을 울리자, 좌측에 누워 있는 푸른 들소가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우리는 영혼을 나눈 친우들과 함께 있어야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소.”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쿠란과 푸른 들소의 전신에서 푸른 오러가 치솟았다.
강대하면서도 굳건한 오러지만, 정말 놀라운 건 오러의 강함이 아니다. 흑암과 자신처럼 들소와 쿠란의 오러가 연결되어 더욱 강한 기운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버런! 가자!”
쿠란이 움직이자, 들소가 끈으로 연결된 것처럼 동시에 움직인다. 양각. 쿠란과 들소가 우측과 좌측을 동시에 노려 왔다.
피잉!
백우진은 유와 풍의 만상보를 밟아 두 공격을 흘려 낸 뒤 주먹을 내갈겨 들소의 머리와 쿠란의 가슴을 후려쳤다.
쿠란과 들소는 오러가 흔들릴 정도로 강대한 충격을 받으면서도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피하기 어려운 각도를 찾아 가며 불도저처럼 밀어 왔다.
‘이런 방식이었군.’
-그래. 야수족들은 혼을 이은 짐승과 함께 싸우며 그 짐승의 특징을 얻게 된다. 저 녀석 같은 경우는 푸른 들소의 내구력과 속도, 돌진력을 이어받은 거지.
‘재밌는 전투법이야.’
오러를 이런 식으로 다루는 사람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 역시나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
‘야수왕이라는 남자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네.’
백우진은 쿠란의 투지 어린 눈빛을 보며 설영검의 검병에 손을 올렸다.
치리리링!
쿠란과 들소가 세 발자국 앞으로 다가온 순간 검을 뽑았다.
퍼어엉!
검에서 뻗어 나온 강맹한 기운이 터지며 쿠란과 들소가 뒤집힌 채 허공으로 날아갔다.
쿠아아앙!
쿠란과 들소를 덮은 푸른 빛이 사그라지며 둘은 철책을 깨부수며 떨어졌다.
“끄으윽….”
“꾸오오….”
쿠란과 들소는 충격을 이겨 내지 못하고 드러누운 채로 신음을 뱉어 냈다.
“쿠, 쿠란을 일격에?”
“주먹으로 사용했던 건 말 그대로 몸풀기였던 건가?”
“흑발에 검은 오러! 진짜 흑색의 검사였어!”
“그, 그 전설이 진짜였다니….”
쿠란의 이름을 외치며 구경하던 푸른 들소 부족원들이 경악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오래 걸리셨네요.”
“으흠!”
무영객은 헹 웃었고, 문주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자랑스러운 고갯짓을 했다.
“후우욱, 어떻게 졌는지도 모르겠군.”
쿠란이 손을 떨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이 정도면 됐소?”
“추, 충분하오. 절대적인 검술과 체술에 검은 오러까지 모두 확인했소. 손속에 여유를 둔 것에 감사드리오.”
어투는 투박했지만, 그의 목소리엔 진한 존경심이 어려 있었다.
“버런. 일어나라.”
쿠란이 버둥거리는 들소를 일으켜 세워 쉬고 있던 곳으로 보냈다.
조용히 자다가 불려와서 얻어맞고 돌아간다니, 소가 조금 불쌍했다.
“따라오시오. 족장와 야수왕께 안내해 드리겠소.”
**
백우진은 무영객과 문주영을 마을에 둔 채 쿠란을 따라 족장이 있다는 내장으로 들어갔다.
‘이 안이 진짜군.’
내장에 있는 부족민들과 짐승들은 외장에 있던 자들보다 훨씬 강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이 내장이라는 곳이 푸른 들소 부족의 정예 무인들이 모여 있는 곳 같았다.
-맞다. 내장이 내성, 외장이 외성이지. 야수족들 대부분이 내장에 진짜 병력들을 모아 놓는다.
‘실력만이 아니라, 투지도 좋아.’
외장의 부족민들이 자신에게 호기심을 가진 것과 달리 내장의 부족민들은 투쟁심을 흘려 댔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옆에 있는 짐승들과 함께 달려들 것 같았다.
“왕을 찾아오신 손님이다! 모두 경거망동하지 말도록!”
쿠란의 말에 슬금거리던 야수족들이 입맛을 다시며 주저앉았다.
‘통제되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만큼 현재의 왕에게 카리스마가 있다는 뜻이겠지.’
‘확실히 엄청난 기운이야.’
백우진이 바로 앞에 보이는 목제 건물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멀리서부터 느꼈던 절대적인 기운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흉폭한 기세는 예상대로 야수왕의 기운이었던 모양이다.
-이제 나도 느껴지는군. 어떻게 저 통제되지 않은 것들을 뭉쳤나 했더니, 절대의 중위를 지나는 막대한 기운이다.
흑암도 야수왕의 기운을 느끼고 헛바람을 뱉어 냈다.
-음, 잠깐. 저 기운….
“저 건물 앞에 서 있는 자들이 왕의 호위대요. 거친 자들이니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거요.”
흑암이 말을 하려 할 때 쿠란이 걸음을 늦춰 옆에 붙었다. 그가 손가락을 들어 올려 건물 앞에 선 흑의의 야수족들을 가리켰다.
“알겠소.”
백우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건물의 앞에 섰다.
“부족장님! 그를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전해라.”
부족장의 건물 내부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맑았지만, 그 안에는 거친 기세가 어려 있었다.
“들어가십시오.”
쿠란이 몸을 돌려 부족장의 집을 가리켰고, 문을 막고 있던 왕의 호위대가 일제히 길을 열어주었다.
“고맙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계단을 올라 부족장의 건물에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나, 나름 화려하게 만든 문을 열었다.
“음….”
백우진이 방에 앉아 있는 청년과 중년 여성을 보고 손가락을 살짝 떨었다.
‘강해!’
둘 다 강하지만, 중앙에 앉은 청년의 기운이 압도적이었다.
붉은 머리에 선이 굵은 야성적인 외모. 자신과 비슷할 정도로 젊지만, 그의 심장에는 상상을 초월한 강대한 기운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대가 불의 왕을 꺾은 흑색의 검사인가.”
청년이 빈 술병을 옆으로 던지며 입을 열었다. 묵직한 목소리가 탁한 주향과 함께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렇습니다.”
백우진은 덤덤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내가 남방의 왕 마르카다.”
광오할 정도의 어조와 목소리. 역시 이 청년이 남방의 왕이자, 야수왕이라 불리는 마르카였다.
젊어 보이는 나이지만, 그의 눈빛에는 패왕의 기세가 어렸다. 무예도, 기세도, 정신도 격을 넘은 절대자였다.
다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마르카의 신체 깊숙한 곳에는 그가 두른 폭력적인 오러보다 훨씬 거대한 기운이 잠재되어 있었다. 영약이나 영령 같은 것이 그의 몸에 어린 것 같았다.
“일단 앉지.”
-자, 잠깐만!
백우진이 마르카가 손짓한 장소에 앉으려고 할 때 흑암이 눈앞으로 튀어나왔다.
‘갑자기 뭐야!’
-저놈 인간이 아니다!
‘뭐?’
당황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눈동자조차 돌리지 않은 채로 되물었다.
-리치와 언데드들이 있었던 사자의 성 알지?
‘그야 당연히….’
-그럼 그 성을 만든 놈이 드래곤이라는 것도 기억나냐?
‘그것도 기억하고 있지. 그걸 왜 지금…. 서, 설마!’
-그래.
흑암이 검날을 떨며 말을 이었다.
-에이션트 레드 드래곤 세르빅 마르카렉터! 드래곤 중 최고의 별종이 바로 저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