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49
349화. 야수족 (3)
‘갑자기 드래곤이라니….’
백우진은 놀란 티를 내지 않은 채 최대한 자연스럽게 바닥에 앉았다.
-확실해. 놈과는 두 번 부딪쳤다. 외부의 오러는 다르지만, 내부에 숨겨 둔 드래곤 하트의 기운은 같아. 세르빅 마르카렉터. 그 도마뱀이다!
‘정말 맞아?’
-마르카란 이름. 세르빅 마르카렉터에서 따온 거잖아!
‘아!’
그 말을 듣자, 드래곤의 본명과 야수왕의 이름이 같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에이션트 드래곤이 여기서 왜 저러고 있는 건데?’
-이전에도 말했지만, 저놈은 유희에 미쳐 있다. 사자의 성을 만든 것도 언데드의 왕을 연기하기 위해서였잖냐.
‘그럼 이번에도….’
-그래. 남방을 통합한 왕이 되는 유희 중일 거다.
‘미친놈이네.’
이런 때에 왕이 되는 유희를 즐기다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럼 갑자기 본체로 변할 수도 있는 건가?’
-저놈은 유희에 미친 도마뱀답게 지금의 삶을 충실하게 살고 있을 거다. 정체를 알아차린 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드래곤의 모습은 드러내지 않겠지.
‘그렇군.’
백우진이 입맛을 다셨다. 잘하면 남방과 동맹만이 아니라, 드래곤을 이쪽으로 데리고 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왜 나를 보자고 한 거지? 흑색의 검사여.”
마르카가 손을 뻗자, 푸른 들소 부족장으로 보이는 여성이 술병을 건네주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부탁? 보자마자 부탁이라니 재밌군.”
그가 훌쩍 술을 마시고서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좋다. 무슨 부탁인지 말해 보도록.”
“저희와 동맹을 체결해 주십시오.”
“동맹?”
마르카가 술병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틀었다.
“무얼 위한 동맹인가.”
“카론 제국을 막기 위한 동맹입니다.”
백우진이 손가락을 들어 땅을 짚었다.
“제국의 군세는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언제라도 대륙 전체를 불태울 막강한 군대인 바. 힘을 합쳐 그들을 막아내야 합니다.”
“제국이라. 확실히 그들이 왔던 적이 있었지.”
“여기에 왔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우리와 붉은 범 부족에 흑귀와 기사들을 보냈었소. 자신들의 밑으로 들어오라고 하더군.”
대답은 마르카가 아니라 푸른 들소 부족장에게서 들려왔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전부 죽였다. 입가심도 되지 않는 놈들이었지.”
마르카가 주먹에 힘을 주어 술병을 깨뜨렸다. 나무로 다듬은 술병이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그 정도로 제국의 힘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놈들의 진정한 힘은 끊임없이 불어나는 흑귀들과 절대의 경지에 닿은 기사들, 그리고 강대한 신성력을 가진 신관들입니다.”
백우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제국의 위험함을 알렸다.
“그래 봐야 우리 앞에 무릎 꿇을 놈들이다. 숫자? 남방의 인간은 모두가 무인이다. 당연히 고수의 숫자도 부족하지 않아. 우리에게 동맹은 필요 없다.”
마르카는 동맹 생각이 없는지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그들의 진정한 무력은 생각 이상으로 강대합니다. 모두가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무너질 겁니다. 얼마 전에 린덴 성에도 괴물이 하나 나타나서 초토화를 시켰….”
“아, 그러고 보니 세이란의 대표라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그곳의 지배자는 에드거로 알고 있는데. 네가 먹어 치운 건가.”
마르카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자신을 넘어 자만이 담긴 얼굴이다.
“눈빛은 마음에 드는군. 좋다. 다른 곳과 동맹을 맺어 온다면 생각해 보지.”
“다른 곳이라면….”
“세이란은 먹었으니, 북방의 프레스톤, 중앙의 라멜룬과 동맹을 체결해 오도록.”
“음….”
“열흘 안에 돌아온다면 생각해 보지.”
백우진이 입맛을 다실 때 마르카가 조건을 추가했다.
-쯧, 멍청하긴!
‘알아서 판을 깔아 주는군. 드래곤이라고 해도 정보력은 떨어지는 모양이야. 미리 고생한 대가가 이렇게 돌아오네.’
-유희 중이니까, 알 수 있음에도 알려고 하지 않는 거다. 멍청한 도마뱀 놈.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불가능하다는 걸 알겠지?”
마르카는 흑암이 한심하게 보는 것도 모른 채 큭큭 웃었다.
“허약한 동쪽의 인간들과 동맹을 체결할 생각은 없으니, 돌아….”
“일주일.”
백우진이 마르카의 말을 끊으며 손을 펼쳤다.
“일주일 안에 그 두 곳과 동맹했다는 서류를 가져오겠습니다.”
“일주일이라고 했나?”
“예. 대신 제가 그 시간 안에 서류를 가져오면 부탁 하나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이 몸과 내기를 하자는 건가?”
“쫄리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쫄려? 크하하하! 좋다! 그 내기 받아들이지!”
마르카가 이를 드러내며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저놈 꼼짝도 못 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 줄까?
‘어떻게?’
-궁금하면 오늘 밤에 드라마 연속 재생.
‘콜.’
백우진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방의 야수족이 약속을 할 땐 영혼을 걸어야 한다. 드래곤 역시 영혼을 걸어서 약속을 맹세하지.
‘그 둘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거지?’
-그래. 넌 저 도마뱀의 정체를 알고 있으니, 저 내기를 야수왕 마르카가 아니라, 드래곤 세르빅 마르카렉터로 이을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긴장을 풀기 위해 숨을 고른 뒤 마르카를 보았다.
“야수왕.”
“뭐지?”
“남방의 부족은 약속할 때 영혼을 건다고 들었습니다. 그 맹세를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별걸 다 알고 있군. 좋다! 내 영혼을 걸고 약속하지. 키옌!”
“예!”
마르카의 부름에 푸른 들소 부족장 키옌이 고개를 숙였다.
“네가 공증을 하도록.”
“알겠습니다.”
“다만 네가 일주일 안에 그 두 곳과 동맹을 했다는 증거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세이란 연합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그래도 좋나?”
“물론입니다. 저도 영혼을 걸고 맹세하죠.”
-이제 저놈은 끝났군.
흑암이 자신감 넘치는 마르카를 보며 낄낄 웃었다.
‘제대로 걸렸어.’
백우진이 우측 가슴을 쓸어내렸다. 혹시 몰라서 동맹 서류들을 가져와 다행이었다.
-근데 왜 일주일이라고 한 거냐?
‘내가 무언가를 준비했을 거라 의심하지 않을 시간이 딱 일주일 정도니까.’
그 이하로 말했다면 마르카가 어떤 의심을 할 거 같아서 일주일이라고 했는데, 제대로 통한 것 같았다.
“그렇게 앉아 있을 여유가 있나? 일주일은 짧은 시간이다. 급할 텐데?”
“급하죠. 그래서….”
백우진이 씩 웃으며 흑전호포의 주머니에 넣어 둔 두 장의 서류를 꺼냈다. 첫 번째는 프레스톤, 두 번째는 라멜룬과 맺은 동맹 서류였다.
“미리 가져왔습니다.”
“무, 무슨!”
서류를 본 마르카가 눈을 부릅뜬 채로 벌떡 일어섰다.
“개소리하지 마라!”
“직접 확인해 보시죠.”
“제,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키옌이 다가와 동맹 서류를 살폈다. 서류를 본 지 10초도 지나지 않아, 그녀의 눈동자가 격하게 뒤틀렸다.
“서, 성주의 인장도, 서류의 상태도 거짓은 보이지 않습니다. 둘 다 지, 진짜입니다!”
“이 서류를 위조했다면 네놈은….”
마르카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동맹을 맺게 되면 바로 보일 거짓말을 왜 하겠습니까. 의심스러우면 그 두 곳에 연락을 해 보셔도 됩니다.”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네놈은 뭐야.”
“백우진입니다.”
“그걸 물어본 게 아니잖아! 이들과 어떻게 동맹을 이룬 거냐는 말이다!”
“몇 가지 도움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얻었습니다. 반년 정도 걸린 것 같군요.”
“네놈. 날 농락했군.”
마르카의 전신에서 범이 아가리를 벌린 듯한 끈적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제가 정말 당신을 농락하려 들었다면 일주일 동안 숨어 있다가 왔을 겁니다.”
“그럼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말한 이유는 무엇이냐.”
“다른 곳과 동맹을 체결해 오라고 말한 건 당신입니다. 놀라고 판을 깔아 줬는데, 즐기지도 못하면 안 되죠.”
백우진이 빙긋 웃었다. 다른 곳과 동맹을 먼저 이야기한 사람은 마르카다. 자신은 그가 말한 걸 이용했을 뿐이다.
“크하하하하!”
마르카가 이마를 쓸어 올리며 광소를 터트렸다. 기세가 담긴 그의 웃음에 건물 전체가 무너질 듯 흔들거렸다.
“내가 만든 판에서 논다? 맞는 말이군. 이 몸과 거래할 놈이라면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그의 눈동자에 담긴 분노가 호감이 되어 녹아내렸다.
-이, 이걸 이렇게 넘어간다고? 진짜 네놈의 혓바닥은….
흑암이 헛바람을 뱉어냈다. 마르카는 백우진의 혓바닥에 넘어가서 화는커녕 오히려 호감이 생긴 것 같았다.
“좋다! 이 내기는 내 패배다.”
마르카는 왕이라는 칭호를 가진 남자답게 시원하게 자신의 패배를 입에 담았다.
“하아! 또….”
푸른 들소 부족장 키옌은 그 모습이 익숙한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동맹을 체결해 주시는 겁니까?”
“아니. 그것과는 다르지. 난 ‘해 주겠다’가 아니라, ‘생각해 본다’고 했으니까. 만약 네가 부탁으로 동맹을 하자고 하면 또 다른 이야기지만. 어때? 부탁으로 동맹을 제안하겠나?”
마르카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뇨. 그건 다른 걸로 사용하겠습니다.”
백우진이 눈을 내리감았다. 그가 동맹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일부러 태클을 걸지 않았을 뿐이다.
“그걸 알고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건가? 더욱 마음에 드는군. 그렇지만 그냥 해 줄 수는 없지.”
마르카가 손을 풀듯 손목을 빙글 돌렸다.
“우리에게 대화는 입의 대화가 전부가 아니다. 무식하게 주먹을 부딪치는 몸의 대화도 필요하지.”
“겨뤄 보자는 뜻이군요.”
“역시 이해가 빨라. 맞다. 내 인정을 받는다면 마흔네 부족이 통합된 야수족이 너희의 힘이 되어 줄 거다. 해 보겠나?”
“물론입니다.”
백우진은 마르카의 흉폭한 눈빛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일어섰다.
“근데 인정 말고 당신을 꺾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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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은 푸른 들소 부족 모두가 모인 연무장 안에서 야수왕 마르카와 마주 섰다.
“우와아아아아!”
“마르카! 마르카!”
“야수왕! 야수왕!”
“아무리 흑색의 검사라도 야수왕께는 상대가 안 되지!”
“남방이 대륙 최강이라는 걸 증명해 주십시오!”
푸른 들소 부족들은 마르카의 승리를 확신하며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검사님! 힘내십시오!”
“가주님! 이기실 수 있습니다.”
문주영과 무영객이 뭐라 떠들었지만, 주변의 함성이 너무 커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쟤 나한테 진다고 본체로 현신하진 않겠지?’
-평범한 드래곤이라면 할 수도 있지만, 저놈은 유희에 미친 놈이다. 기절해도 변신하지 않을 거다.
‘그럼 문제없네.’
백우진이 자신감이 흐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뭐라고 했지? 이기면 어쩌겠냐고 했던가?”
마르카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다가왔다.
“그렇습니다.”
“이 땅을 먹어 치운 이후 그런 말을 한 자는 네가 처음이다. 정말이지 흥이 가시질 않게 하는군.”
그는 기분 나쁘기보다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훑어보았다.
“그 대답을 해 주마. 네가 날 꺾는다면 네 밑으로 들어가겠다. 그게 이 땅의 규칙이지.”
“왕!”
“야수왕!”
키예과 호위들이 고성을 질렀지만, 마르카는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신 네가 패한다면 평생 내 종으로 사는 건 어떤가.”
“좋습니다.”
“으음….”
마르카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 백우진을 보며 콧등을 찡그렸다.
‘이놈은 뭐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아.’
심리를 위축시키기 위해서 종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에도 저 인간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일말의 불안감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니, 처음 보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그럼 준비하라.”
마르카가 차가운 미소를 그리고서 팔을 늘어뜨렸다. 그의 어깨 위로 시퍼런 오러가 치솟았다.
레드 드래곤이라 당연히 붉은 오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사용할 수 있는 오러마저 바꾸다니, 흑암의 말대로 유희에 미친 드래곤다웠다.
“언제라도 오십시오.”
백우진이 무릎을 살짝 굽히며 설영검의 검병에 손을 올렸다.
쿠구구구!
라사둠의 오러와 마르카의 수왕기(獸王氣) 경합하며 검푸른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시작!”
키옌의 시작 선언에 마르카가 땅을 박찼다. 순간이동이라도 발동한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에 나타나 푸른 뇌전이 돋아난 주먹을 내리쳤다.
피부가 아려 올 정도로 살벌한 권격을 느끼며 흑왕탄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흑왕탄과 회전이 담긴 마르카의 주먹이 충돌하며 무시무시한 기파가 폭발했다.
막대한 충격파의 폭풍에 구경하던 푸른 들소 부족들이 모조리 튕겨 나갔다.
‘묵직해.’
백우진이 탁한 숨을 뱉어 냈다. 마르카의 권격은 강맹한 강기가 전부가 아니었다. 휘어진 투로를 이용하여 공격 방향을 흩뜨리고, 풍뇌의 기운으로 위력을 증폭시켰다.
풍뢰의 기운과 변화의 무리가 담긴 야성적이면서도, 정립된 기예였다.
“제법이구나!”
마르카가 우측으로 짓쳐 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내뻗은 주먹에 칼날처럼 날카로운 뇌기가 실렸다.
“흡!”
백우진이 쏘아지는 마르카의 주먹을 향해 무령참을 내리쳤다.
“걸렸어.”
마르카가 허리를 회전시켜 뇌전의 권격으로 무령참의 옆면을 노렸다. 하지만 이미 예상하던 바였다.
“알고 있었습니다.”
무령참에 변의 묘리를 휘감아 검로를 틀어, 설영검의 검면을 노리는 마르카의 주먹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앙!
빈틈을 노리는 공격의 허점을 때렸음에도 마르카의 주먹은 밀려나지 않았다. 그의 주먹에서 솟구친 푸른 뇌전이 회전하며 강렬한 전사력을 만들어 냈다.
화아아악!
백우진은 무령참의 기운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설영검을 뒤로 젖혔다가 내질렀다. 강기조차 녹일 겁화의 관일극이었다.
“흥!”
마르카가 허리를 활처럼 휘어 관일극을 피해 냈다. 흡사 용이 허공을 노니는 듯한 움직임이다. 그는 허공을 휘돈 후 떨어지며 주먹을 내리꽂았다.
콰아아아!
푸른 뇌전이 어린 마르카의 권격의 폭발에 허공이 일그러졌다. 그 막강한 권격을 향해 풍벽검흔을 그었다.
치이이잉!
무시무시한 오러가 작렬하는 권격에 의해 풍벽의 바람이 깨져 버렸다.
그 틈을 노리고 마르카가 달려든다. 뇌전을 담아 빠르면서도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움직임이다.
‘하지만….’
백우진이 두 눈을 빛냈다. 뇌기라면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의 난해한 움직임을 읽으며 설영검을 올려쳤다.
“큭!”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설영검의 검날에 마르카의 눈에 당황이 비쳤다. 그가 입술을 깨물며 전사경을 휘감은 권격을 내리쳤다.
우우웅!
설영검을 회전시켜 광호섬을 그었다. 마르카의 권격을 흘려 낸 후 검극을 내질렀다.
뻐어억!
마르카는 그 찰나의 순간에 손등을 내리쳐 설영검의 궤도를 틀어 냈다. 적의 공격을 끊는 절묘한 움직임이었다.
후우웅!
이번에는 손날이다. 마르카가 손날을 꼬아 내질렀다. 이전보다 더한 전사경과 뇌전이 담겨 공간이 갈라졌다.
콰아앙!
백우진은 낙일참을 쳐올려, 심장을 노려 오는 마르카의 손날을 튕겨 낸 뒤 어깨로 그의 가슴을 찍어 버렸다.
치이익!
마르카는 충격을 받아 뒤로 쭉 밀려났음에도 신음 한 번 지르지 않았다.
“아직 멀었다.”
마르카가 굽힌 허리를 폄과 동시에 발을 놀렸다. 벼락처럼 좌우로 번쩍이며 주먹에 담긴 뇌전을 증폭시켜 내질렀다.
우우우웅!
뇌전이 어린 권격의 투로가 신기루처럼 변화하며 전신의 급소를 노려 왔다. 뇌와 풍, 절, 변의 묘리가 절묘하게 조화된 수왕무의 권격이었다.
화르륵!
설영검의 칼날에 겁화를 담아 내리쳤다. 이어서 우에서 좌, 그리고 사선으로 올려 마르카의 권격을 태워 버렸다. 연계 검로 겁화검형의 방어 운용이다.
“그래. 그 정도는 막아 줘야지.”
마르카가 시린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쫙 펼친 양손을 모아 자신을 겨누었다.
파직!
그가 손아귀에 압축시킨 어마어마한 뇌기를 탄환처럼 쏘아 낸다. 흡사 천공의 뇌룡이 불을 뿜는 것 같았다.
-수왕무 마광궁!
‘이건 위험해.’
뇌전의 광선이 만들어 내는 막대한 파동에 숨이 가빠 왔다. 뼈를 뒤트는 강대한 기파를 직시하며 설영검을 좌측으로 세웠다.
‘참마.’
양팔의 근육과 단전의 오러를 꽉 조인 채 설영검을 그었다. 마를 가르는 절대의 검로가 대기를 일자로 갈랐다.
콰아아아앙!
수왕무의 마광궁과 참마가 격돌하며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사위를 휩쓸었다.
쿠와아아아!
백우진이 네 걸음 물러섰고, 마르카는 여덟 걸음을 밀려났고, 야수족들 모두가 깃털처럼 날아갔다.
“소문 이상이다.”
마르카가 피가 맺힌 침을 뱉어 내며 피식 웃었다.
“내게 이긴다고 자신할 만한 무력이야. 하지만 이쪽은 아직 전력이 아니다. 라이안!”
그가 라이안이라는 이름을 외치자,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졌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집채만 한 적호가 허공을 날아오고 있었다.
콰아아앙!
이마에 두 개의 뿔이 달린 적호가 대지를 뭉개며 마르카의 앞에 내려섰다.
“너도 알고 있겠지. 야수족은 혼을 나눈 친우와 함께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이 녀석이 내 단짝이지.”
“크허허헝!”
적호가 울부짖자, 마르카와 적호의 전신에서 푸른 뇌전이 치솟았다.
빠지지직!
둘의 혼이 고동치며 점점 격한 뇌전이 타올랐다. 보이는 모든 것이 뇌전이 휘감겨 재로 변했다.
-뇌호! 그것도 적뇌호라니! 영물 중의 영물이다! 저 도마뱀 저런 걸 어디서 구한 거야!
흑암은 뇌전을 뿜어내는 호랑이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마르카가 적뇌호를 쓰다듬으며 수왕기를 끌어 올렸다. 그의 심장과 적뇌호의 뿔이 공명하며 둘의 기운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증폭되었다.
“생각해 봤는데….”
“음?”
“저도 있더군요. 파트너가.”
백우진이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등 뒤로 차원이 갈라지며, 붉은 용오름이 치솟았다.
화아아아!
이글거리는 용오름의 중심에서 핏빛 불길을 머금은 이그니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크오오오오!]이그니스가 포효를 내지르자, 사방을 휘감았던 푸른 뇌전이 모조리 녹아내렸다.
“그르르릉….”
“그, 그건!”
그 절대적인 화력에 적뇌호가 겁먹은 듯 뒤로 물러섰고, 마르카가 눈을 부릅떴다.
“이 녀석이 제 파트넙니다.”
백우진은 당황한 마르카를 보며 설영검을 휘돌렸다.
“2차전 시작하시죠.”
-이 치사한 놈! 네 건 생물이 아니잖아!
‘있는 건 써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