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55
355화. 총사령관 (2)
“다음 없나?”
백우진이 손가락을 까딱였지만, 제국군에서 나오는 무인은 한 명도 없었다.
“괴, 괴물….”
“으아아악! 구렌님!”
“구렌님이 이, 일검에 당했다고?”
“말도 안 돼….”
제국군은 병사와 기사를 가릴 거 없이 넋이 나간 듯 눈동자를 떨며 뒷걸음질 쳤다.
-겁 먹었군.
흑암은 겁에 질린 제국군을 보며 혀를 찼다.
‘저런 반응이 나오는 건 불 보듯 뻔하긴 했지.’
선봉대의 지휘관 그것도 믿고 있던 제국십검 중 네 번째가 일검에 죽었으니, 정신 나가기 직전일 거다.
-이미 끝났어.
백우진은 다음 상대를 원했지만, 저기서 나올 다음이 누가 있겠는가.
제국군의 군기는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이미 전초전은 끝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저벅.
백우진이 구렌의 시체를 넘어 제군군을 향해 다가갔다.
“으허헉!”
“오, 온다!”
“놈이 움직였다!”
“흑귀를 보내고, 기사들은 대기! 병사들은 활을 준비해라!”
지휘권이 아예 망가지진 않았는지 당황한 와중에도 지시를 내리는 지휘관들이 있었다.
우우웅!
백우진은 초월에 닿은 기감을 펼쳤다. 찰나의 순간 라사둠의 오러가 사위로 퍼져나가며 전장의 모든 정보를 가져왔다.
‘백이 조금 넘는 정도인가?’
현재 군사와 흑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지휘관들의 숫자는 백 명 정도였다.
지휘관들의 위치와 기척을 피부에 닿을 정도로 확실하게 파악한 뒤 설영검을 뽑았다.
“난 전략도, 전술도 몰라.”
슬쩍 고개를 돌려 성벽 위에선 에드거를 보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뭘 해야 하는지는 알지.”
설영검의 칼날 위로 라사둠의 오러와 수왕기의 풍뢰를 동시에 운용했다.
빠지지직!
하늘의 벼락이 어린 듯한 검푸른 뇌전이 새하얀 칼날을 휘감았다.
콰아아아아!
백우진은 뒤로 젖힌 설영검을 하늘을 향해 내질렀다.
콰르르르릉!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비뢰섬이 하늘로 솟구친 후 낙뢰가 되어 떨어진다.
비뢰섬은 초고수들도 피할 수 없는 다채로운 궤도를 선보이며 지시를 내리던 지휘관들을 덮쳤다.
“끄아아악!”
“크허허헉!”
“사, 살려….”
수십 곳의 대지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백이 넘는 지휘관들이 모조리 쓰러졌다.
후우욱!
신관도, 기사 대장도 모두 숨이 끊어졌다. 뇌전이 폭발한 곳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으아아악!”
“지, 지휘관들이 전부 죽었어!”
“미쳤어! 미, 미쳤다고!”
“괴, 괴물….”
기사, 병사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뒤로 물러섰다. 지들끼리 먼저 가려다가 엉켜서 난리가 벌어졌다.
빠지지지직!
백우진이 다시 뇌전을 끌어올린 후 공성 병기들을 향해 두 번째 비뢰섬을 쏘아냈다.
콰아아아앙!
이제 막 소환된 충차, 공성탑, 투석기를 비롯한 공성 병기들이 비뢰섬에 갈라져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고, 공성 병기까지….”
“저 괴물을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마, 망했어….”
병사만이 아니라, 기사들과 신관마저 정신이 나간 듯 무기를 꼬나쥔 손을 덜덜 떨었다.
“끄으….”
“끼이익….”
“끄르륵!”
명령을 받고 달려오던 흑귀들조차 강대한 기파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로 멈췄다.
“숫자가 많다는 건 분명 장점이지만, 그 숫자를 이용하지 못하면 아주 큰 단점이 되어버리지.”
-잘 아는군.
“저들은 연합군을 하나로 만드는 훌륭한 교보재가 될 거야.”
백우진이 뇌기가 터지는 설영검을 들어 제국군을 겨눈 후 뒤를 돌아 성벽 위를 보았다.
-후후, 표정들 좋군.
‘그러게.’
절대를 넘어 초월에 닿은 무력을 본 병사와 성주들의 표정에는 극한의 경악과 경외가 담겨 있었다.
“성문을 열어라!”
그들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서, 성문을 열어!”
“성문을 열어라!”
자신의 포효에 자크와 병사들이 홀린 듯 성문을 열었다.
“저들은 너희들의 삶, 너희들의 땅, 너희들의 가족을 노리고 이곳에 왔다!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
“아….”
“문밖으로 나와라! 너희의 손으로 너희들의 것을 지켜라!”
“우와아아아아!”
지키라는 말을 끝내자마자, 성문에 가까이 있던 라멜룬의 기사들이 검을 뽑아 땅을 박찼다.
“으아아아아!”
“가자아아!”
“우리의 것을 지키자!”
프레스톤 성의 무인들이 백랑을 타고 달려 나왔고, 세이란 연합의 기사들은 쾌속의 보법을 밟았으며, 라인 숲의 엘프들이 장궁을 들어 올렸다.
“우리에겐 흑색의 검사가 있다!”
“제국 놈들을 쓸어버려라!”
“여태까지 당한 걸 모두 갚아주리라!”
병사, 기사, 무인 모두가 적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간직한 채 제국군을 향해 돌진했다.
“제, 젠장!”
“비키라고! 빨랑!”
“지휘관은! 조, 조장들은 어디 있어!”
반면 제국군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뒤로만 물러났다. 그들의 얼굴에는 이미 패배의 그림자가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
-네놈이 말빨이 좋은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지휘관의 역량이 있는 줄은 몰랐군.
흑암이 백우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볼 때마다 신기한 놈이야.’
좋은 지휘관은 만들 수 있지만, 특별한 지휘관은 타고 나야 한다. 전장을 움직임을 읽는 시각, 적의 약점을 파악하는 후각, 뛰어난 연설을 행하는 입까지.
백우진은 방금 그 세 가지를 모두 보여주었다. 그에게는 특별한 지휘관이 될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내가 가진 지휘관의 재능은 그게 아니야.”
-뭐?
백우진이 대답 없이 검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화아아아아!
검끝에서 피어난 장대한 서광이 검은 태양처럼 떠올라 연합군의 등을 비췄다.
[완벽한 검의 지휘자가 발동됩니다.]자신을 따르는 검사들의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특성 의 효과를 받은 연합군이 흑색 폭풍이 되어 제국군을 휩쓸기 시작했다.
다른 능력으로도 병사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지만, 완벽한 검의 지휘자는 실제 무력을 올려준다. 지휘관이 가진 최고의 재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완벽한 검의 지휘자….
“잊고 있었지?”
백우진은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연합군을 보며 빙긋 웃었다.
적들이 약해져 있다고 해도 이번 경험은 연합군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일단 전초전은 대승이군.”
**
에드거가 성벽 아래에 선 백우진을 내려다보았다.
‘백우진.’
그는 자신조차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제국사검 구렌을 상대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들었다.
백우진이 이길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구렌을 일검에 벨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인지를 초월한 괴물….’
절대의 상위. 자신과 동급의 상대가 일검에 심장이 갈라진 걸 본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백우진은 자신과 대련을 할 때도 한참 봐주고 있었다. 가진 무력의 끝이 무저갱처럼 보이질 않았다.
다음은 더 놀라웠다.
백우진은 총지휘관 구렌이 죽은 후 지시를 내리는 지휘관들을 파악한 뒤 뇌전의 검기로 한 번에 학살했다.
덕분에 지휘계통이 완전히 망가진 제국군은 오합지졸이 되었다.
‘거기다 연설까지 잘할 줄은 몰랐는데.’
백우진이 성문을 열고 한 연설에 그를 싫어하는 자신조차 심장이 뜨거워졌다.
짧지만 진심과 의지가 담긴 연설에 당장에 달려 나가 적들을 휩쓸고 싶은 기분이었다.
‘마지막 그 빛은….’
사실 가장 경악스러운 건 백우진이 마지막에 보인 서광이다.
그 검은 빛을 받은 검사들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제국군을 밀어버렸다.
특별한 지휘관은 병사들의 기세를 끌어올리지만, 저렇게 기세가 아닌 실제의 힘을 끌어내는 건 처음 보는 일이다.
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
“후우….”
에드거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았다.
데플과 세인, 렉트 프리드는 백우진을 따라 뛰어나갔고, 캐일락은 감격한 얼굴로 양손을 모았다.
자신과 한 몸이라고 봐도 되는 연합의 페이든, 틸리, 쿠탄 모두 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백우진의 등을 보고 있었다.
“끝났군.”
에드거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최강의 무력과 특별한 지휘력에 알 수 없는 능력까지. 모든 면에서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전처럼 가슴을 꽉 조이는 듯한 그 거북한 패배감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기분 좋은 패배감이 가슴을 채웠다.
‘남을 인정한 건 처음인가.’
동쪽의 왕으로 태어나 항상 떠받듬을 받아왔다. 그건 자신의 그릇을 작고 얇게 만들었지만, 바로 오늘 그 그릇이 깨지고 새로운 그릇이 만들어진 느낌이 들었다.
“인정하마.”
에드거가 주먹을 말아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내 위에 설 수 있는 남자다.”
**
신관장 유만이 카바론의 신상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을 때 대신전의 문이 열리고, 당황한 표정의 중년 신관이 들어왔다.
“신관장님!”
중년 신관은 허겁지겁 달려와 뒤돌아선 유만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요휀 신관. 무슨 일인가.”
유만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았다.
“라멜룬을 정벌하러 간 선봉이 꺼, 꺾였습니다. 제국사검 구렌과 지휘관들이 모조리 죽고, 수많은 병사가 포로로 잡혔습니다! 그들을 지원하던 물자마저 빼앗긴 최악의 상황입니다! 이걸 어찌해야 할지….”
“그렇군.”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최악의 상황이지만, 유만의 여유로운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구렌을 죽인 사람은 백우진이겠지?”
“마, 맞습니다. 단기접전을 겨뤘고 단 일검에 베었다고 합니다.
“구렌을 일검에? 또 강해졌군.”
유만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는 적이 강해졌다는 데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시, 신관장님?”
“이번 전쟁으로 백우진은 그들의 빛이 되었겠지. 밤이 아닌 대낮에도 볼 수 있는 찬란한 빛이.”
“그, 그럴 겁니다.”
“빛이란 건 말이다. 거대하고 찬란할수록 그 추락이 화려한 법이야.”
유만이 뒷짐을 진 채로 계단을 내려왔다.
“후발대의 출전을 취소하고, 본대는 천천히 뒤로 물려라.”
“시, 신관장님?”
“놈들을 제국의 코앞까지 들어올 수 있게 하도록.”
“보, 본대의 총지휘관은 제국이검입니다. 그라면 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도망치는 게 아니라, 끌어들이는 거다.”
“예?”
“단 한 명도 빠져나갈 수 없게 끌어들인 뒤 백우진이라는 빛을 바닥에 떨어뜨릴 거다.”
유만의 입가에서 그의 인상과 어울리지 않는 서늘한 미소가 피어났다.
“벌써 기대되는군. 그 빛이 떨어졌을 때 놈들의 표정이.”
**
연합군이 제국의 선봉대에게 대승을 거둔 지 6일이 지났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말했던 세르빅이 5일 만에 라멜룬에 도착한 덕분에 바로 오늘 연합군 간부 모두가 모인 회의가 열렸다.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동방과 북방, 남방의 지배자가 모두 모인 회의가.
“오자마자 왜 여기에 부른 거지? 난 책상머리에 앉는 게 취향이 아니야.”
전쟁을 놓쳐 불만이 쌓인 세르빅이 턱을 치켜들었다.
“피곤하신 줄은 알지만, 중요한 회의입니다. 프레스톤 성, 린덴 성, 세이란 연합, 라멜룬, 야수족에 라인 숲의 엘프들까지. 많은 세력이 모였으니, 모두를 지휘할 총지휘관이 뽑아야 합니다.”
“음….”
캐일락 시장의 말에 다른 성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총지휘관? 그건 백우진이 하면 되잖아.”
“예?”
세르빅의 심드렁한 대답에 캐일락이 눈을 부릅떴다.
‘뭐지?’
동맹을 체결한 것과 백우진을 위로 보는 건 다른 일이다.
자그마치 남방의 왕이라 불리는 사람이 거리낌 없이 백우진을 총사령관으로 인정하다니, 생각도 못 한 일이다.
“남방에선 패한 자가 승자의 밑으로 들어간다. 난 백우진에게 패했으니, 그가 무얼 하든 따를 뿐이다.”
“허억!”
“패했다고?”
남방 전체를 먹어 치운 왕이 백우진에게 패했다는 말에 세이란 연합의 페이든 성주와 틸리 성주가 헛바람을 뱉었다.
“나를 제외하더라도 여기엔 백우진을 따르는 자들이 많을 텐데? 투표해봐야 의미 없지 않나?”
“맞습니다! 해보나 마나죠! 저랑 잘 통하시네요.”
세르빅이 어깨를 으쓱였고, 데플이 손을 들어 동의했다.
“그래도 저희는 연합이니, 투표는 해야 합니다.”
캐일락이 벌떡 일어나서 중앙으로 나왔다.
“이전의 회의 결과로 총사령관의 후보에 오른 사람은 백우진님과 에드거 성주님입니다. 먼저 백우진님이 총사령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거수하여 주십시오.”
캐이락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데플과 실비아, 세인, 세르빅, 렉터 프리드, 불포르가 손을 들어 올렸다.
“으음!”
“젠장….”
세이란 연합에 속한 페이든, 틸리, 쿠탄은 올라간 손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여섯! 과반수를 차지했으니…어?”
숫자를 세던 캐일락이 눈을 부릅떴다. 성주 중 절대 손을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손을 들고 있었다.
“에드거 성주?”
“서, 성주님!”
“당신이 왜….”
세이란 성주 에드거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세이란 연합의 성주들이 벌떡 일어섰다.
“그가 총사령관에 맞다고 생각하기에 거수했을 뿐이다.”
“음….”
백우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에드거와 눈을 마주쳤다.
‘달라졌군.’
-네가 이끈 전투를 보고 감화된 모양이다. 의외로 제대로 된 놈이었군.
흑암의 말대로 에드거의 눈동자에 끼어 있던 아집과 욕심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 담긴 건 순수한 열의와 인정이었다.
“저, 저도 동의하겠습니다!”
“저도요!”
손을 들지 않았던 세이란 연합의 세 성주가 동시에 손을 올렸다.
“여, 열 분이 동의하셨습니다! 만장일치로 연합군의 총사령관은 백우진 검사님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오오! 스승님!”
“축하드립니다!”
“잘 부탁한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캐일락이 고개를 끄덕이자,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축하를 보내왔다.
“감사합니다.”
백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와 눈을 마주쳤다.
기존의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세이란 연합의 세 성주는 여전히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에드거는 시원한 표정이었다.
“총사령관이 되었지만, 달라질 건 없습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가장 앞에서 누구보다 많이 싸우겠습니다.”
자연스레 피어나는 패왕의 기세를 등에 업고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은 절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우오오오!”
“알겠습니다!”
“물론입니다!”
“명령만 내려라. 그 어떤 목이라도 따오마.”
데플이 환호를 질렀고 실비아 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르빅은 이름만 말하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북쪽, 남쪽, 동쪽의 강자들을 모아놓고 왕을 해 먹다니, 너도 많이 컸군.
‘네가 키웠잖냐. 어쨌든 내부의 불안은 해결했네.’
문제를 일으킬 것 같았던 에드거가 마음을 고쳐먹었으니, 연합군 내부에서 문제가 일어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제 제국을 밀어버릴 차례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