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56
356화. 마지막 전쟁
대륙 연합이 만들어진 지 3달이 지났다.
연합군은 라멜룬에서 벌어진 첫 번째 전투를 시작으로 제국과 열 번에 가까운 대규모의 전투를 벌였고, 그 모든 전투에서 승리를 가져왔다.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제국의 영토 중간까지 밀고 들어갔으니, 완벽한 승리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승리에는 연합군의 강함과 기세도 있었지만, 총사령관이 된 백우진의 공이 그 무엇보다 컸다.
그는 스스로 말했던 대로 전장의 최전방에 서서 누구보다 강렬한 전투를 벌였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그 덕분에 연합군 병사들은 효과를 끝까지 누려 자신의 실력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연합군은 정점에 오른 병사들의 기세를 절묘하게 이용하여 3달 만에 제국의 주요 거점인 호엠하임 성마저 손에 넣었다.
“흐음….”
성문이 갈라지고, 성벽이 무너진 호엔하임 성을 백우진이 위아래로 살폈다.
호엔하임 성은 제국의 주요 영역이었지만, 제국군이 도망쳤기 때문에 지금은 연합군만 남아 있었다.
-호엔하임 성은 제국 수도와 라멜룬 시 중앙에 위치한 성이다. 이제 딱 절반을 먹은 거지.
흑암이 무너진 성벽의 잔해를 툭툭 건드린 후 날아왔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총사령관이 된 후 수시로 보는 게 대륙 전도였으니, 주요 성들의 위치는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었다.
-다만 고작 3달 만에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진격 속도가 정신이 나간 수준이야.
‘한 번도 지지 않았으니까.’
제국군과 밀고 밀리는 접전을 벌였다면 모르겠지만, 패배 없이 연승만이 계속되어 시간이 지체되는 일은 없었다.
자신이 이끄는 연합군은 말 그대로 불도저처럼 제국의 영역을 밀어 버렸다.
-네 지휘력도 대단하지만 진짜 사기는 완벽한 검의 지휘자다.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그 능력이 이렇게 빛을 발할 줄은 몰랐어.
흑암이 옅은 숨을 뱉어 냈다.
완벽한 검의 지휘자는 사용하기에 여러모로 까다로운 특성이다. 거의 발동되지 않아 된장처럼 묵힌 특성을 이렇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은 몰랐다.
‘대단한 놈이라니까.’
백우진의 특성은 항상 같이 있는 자신도 다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많았다. 그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하나를 제대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감탄만 나왔다.
-야. 그만 폼 잡고 들어가라. 다들 들어가서 쉬는데 뭐 하는 거야.
흑암은 마음과 다르게 툴툴거리며 백우진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들어가야지.”
“검사님!”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호엔하임 성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무영객이 달려 나왔다.
“저, 저기에 그게 있습니다.”
“그거? 그게 뭔데.”
“제국 놈들이 흑귀를 만드는 데 사용했던 백색 액체요! 신의 콧물인가 하는 요상한 거 있잖습니까!”
“신의 눈물?”
“아, 그거요! 눈물!”
무영객이 맞다며 턱을 흔들었다.
“그게 여기에 있다고?”
“그렇다니까요! 이쪽으로 오세요!”
무영객을 따라 호엔하임 성의 내부로 들어갔다. 그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서쪽 구석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깁니다. 다 여기에 묻혀 있었어요!”
무영객이 나무 뒤 수풀에 파 놓은 구덩이를 가리켰다. 구덩이 안에는 비어 있는 유리병이 가득했고, 유리병 내부엔 미량의 백색 액체가 남아 있었다.
“이거 맞죠?”
“잠깐만.”
백우진이 구덩이에 담긴 유리병을 들어 안에 담긴 액체를 살폈다.
-어때? 진짜냐?
‘냄새도, 점성도, 안에 든 시궁창 같은 기운도 같아.’
유리병에 든 액체는 인간을 흑귀로 만드는 신의 눈물이 분명했다.
“맞아. 신의 눈물이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내 눈을 절대 틀리지 않지!”
“넌 이걸 어떻게 찾은 거냐?”
뒤를 따라온 문주영이 무영객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제국 놈들 도망갈 시간이 부족했잖냐. 분명 귀한 물건을 숨겼을 거라고 생각해서 돌아다니다가 발견했지. 후후.”
“허….”
무영객이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히죽였고, 문주영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헛바람을 내뱉었다.
‘이 병들 전부에서 신의 눈물의 향이 나.’
백우진은 구덩이에 있는 모든 병을 확인했다. 그 지독한 향을 맡아 보니, 전부 신의 눈물이 담겨 있던 병이었다.
-놈들이 그 병에 담겨 있던 신의 눈물을 전부 사용했다는 거지. 그것도 이 성에 있던 인간들에게.
‘괜히 흑귀가 많은 게 아니었어.’
전쟁이 계속되며 제국의 기사와 신관, 병사의 숫자는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흑귀들은 여름철 모기처럼 처리하고 처리해도 끝없이 나타났다.
‘놈들은 일반인들을 계속 흑귀로 만들어 전쟁에 내보낸 거야.’
이렇게 평범한 성의 주민들조차 흑귀로 만들다니, 지독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놈들이다.
“미친놈들….”
백우진이 손아귀에 쥔 유리병을 바스러뜨렸다.
-인간의 종을 바꾸는 저주를 걸다니, 마족도 이 정도는 아닐 거다! 악마 같은 놈들!
흑암의 목소리에 더운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 모든 일을 벌인 카바론과 친구 사이였기에 더욱 화가 나는 것 같았다.
“이거 전부 태워 버려.”
“예!”
“알겠슴다.”
백우진의 지시에 문주영과 무영객이 유리병에 담긴 신의 눈물을 한곳에 모아 태우기 시작했다.
화르륵.
백우진은 유리병과 신의 눈물을 태우는 하얀 불길을 보며 두 눈을 빛냈다.
‘최대한 빨리 막아야 해.’
타국의 인간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흑귀가 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신관과 다크엘프 놈들이 더 이상 흑귀를 만들지 못하도록 최대한 빨리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분노를 가라앉히고, 감정을 조절해라.
불길을 보던 흑암이 몸을 돌려 눈앞으로 떠올랐다.
-지금의 넌 강해. 대륙 전체를 뒤져 봐도 너를 상대할 자는 없을 거다. 신관장이라는 유만이나, 제국일검 정도?
‘그렇겠지.’
-넌 나도 인정한 무력을 가졌지만, 지금 네 상태는 여러모로 불안해.
‘불안하다고?’
-그래. 넌 정신은 절대, 육체와 기는 초월에 닿은 이상 현상을 겪고 있다.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지.
흑암의 차분한 목소리에 분노로 타오르는 심장 박동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렇기에 감정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해서 힘이나 감정에 먹히면 주화입마에 걸릴 수도 있어.
“음….”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예에 관해서 흑암은 허튼소리를 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거기다 넌 북명신공이라는 희대의 기공마저 익히고 있잖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건 안전하잖아.’
-네 바탕이 되는 라사둠의 오러가 강하기 때문이다. 네가 조화를 시키지 못한 채로 그 기운들이 라사둠 오러보다 강해진다면 큰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매번 라사둠 오러에 집중하라고 한 거였군.’
흑암이 매번 카인의 오러 연공법을 수련하라는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맞다. 카인의 오러 연공법이 대성하여 정신마저 초월에 닿는다면 그 위험도 사라진다. 그래서 변화는 있냐?
‘실마리가 손끝을 스치긴 하는데 아직 잡히진 않아. 감질나서 죽겠어.’
백우진이 혀를 찼다. 절대의 끝에서 초월의 벽을 보고 있지만, 아직 넘을 수가 없었다. 실마리가 보일 듯 말 듯 해서 답답한 상황이다.
-그럴수록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혀라. 절대 조급해서는 안 돼.
‘웬일로 이런 순수한 조언을 하는 거냐?’
-난 원래 순수해! 그리고….
흑암이 검날을 배배 꼬며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이 여기까지 와서 힘을 쓰는 건 날 위해서잖냐.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돕고 싶을 뿐이다.
‘근데 날 돕고 싶은 거치고는 내가 뭘 얻을 때마다 난리를 치잖아.’
-그, 그거랑 이거는 다르지! 난 공짜를 싫어할 뿐이다! 넌 너무 공짜로 처먹어!
흑암은 부끄러운지 검날을 뻘겋게 물들인 채 펄떡 뛰었다.
‘알겠으니, 너도 좀 침착해 봐.’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흑암을 툭 밀었다.
‘사실 도와주는 게 아니지.’
흑암과 시스템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평생을 갚아도 모자라다. 두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이곳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에도 갈 수 있었다.
‘이젠 내 일이기도 하고.’
제국과 카바론의 악행에 분노한 건 흑암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본 놈들의 악행과 오늘 본 신의 눈물로 인해, 놈들은 절대로 남겨 둬서는 안 될 악인이라고 확실하게 결정을 내렸다.
‘기다리고 있어라. 카바론.’
**
백우진이 이끄는 대륙 연합군은 호엔하임 성을 정복한 이후에도 별 어려움 없이 제국의 영역을 밀고 들어갔다.
제국은 이전처럼 대규모 전쟁이 아닌 중소 규모의 전투를 벌였지만, 어떠한 수확도 없이 계속해서 밀려나기만 했다.
연합군은 물러나는 제국 본대를 압박하며 밀어붙인 끝에, 2달 만에 카론 제국의 수도 테네스에 도달했다.
“저게 테네스….”
백우진은 산처럼 솟구친 언덕 위에 서서 테네스를 굽어보았다.
수도를 둘러싼 높다란 성벽 내부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다채로운 형태의 건물들이 솟아나 있었다.
괜히 제국이 아닌지, 건물들의 숫자나 형태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도시보다도 거대하고 화려했다.
‘근데 저것들 전부 색이 같아.’
건물들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건물의 색은 오직 백색으로 통일되어 기괴함을 자아냈다.
-모든 건물이 하얀색이라니, 저 꼴은 대체 뭐지?
‘예전엔 안 그랬어?’
-당연하지. 여러 색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지금은 그저 징그러운데….’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대륙 그 어떤 도시보다 깔끔하고 화려한 도시가 하나의 색을 가진 것만으로 징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음, 색은 신경 쓰지 말고, 저기 끝에 있는 성 보이냐? 저게 황궁이다.
흑암이 수도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성을 가리켰다. 성은 축구장 몇 개를 합친 정도로 넓이가 어마어마했지만, 지금 자신이 선 언덕에 맞먹을 정도로 높이도 높았다.
‘그럼 그 옆의 황궁보다 더 크고 넓은 건?’
-나도 모르겠다. 원래 무신의 신전이 있었는데….
‘너도 모르는 걸 보면 저게 카바론 신전인 모양이군.’
백우진이 황궁 옆에 세워진 건물을 보며 두 눈을 빛냈다.
기둥은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았고, 양옆으로 아름다운 천사의 석상들이 세워졌으며, 외벽은 금을 바른 듯 제국의 건물 중 유일하게 금색으로 번쩍였다.
‘저게 신전이라니….’
황궁보다 더 높고 화려한 신전을 보자, 웃음만 나온다. 예상대로 제국의 황제는 카바론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것 같았다.
“총사령관님!”
백우진이 카바론 신전을 비웃고 있을 때 뒤에서 데플이 다가왔다.
“공성 병기의 설치가 끝났고, 전열이 완성되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수도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연합군이 각자 정해진 위치에 따라 전열을 갖춘 채 대기했고, 그 사이사이에는 공성 병기들이 세워져 있었다.
“수고했다.”
“아닙니다!”
데플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진격은 언제 하실 생각이십니까?”
“놈들이 나오면.”
“예? 저놈들이요?”
“그래.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나올 거야.”
백우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지가 흔들리며 제국의 거대한 성문이 천천히 열렸다.
벌어지는 성문 사이로 금빛 갑옷을 입은 두 명의 기사가 나타났다. 전쟁을 치르며 마주쳤던 제국이검 부랑가와 제국삼검 모이언이다.
절대의 최상급에 오른 두 기사 뒤로 절대의 경지에 걸친 검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살아남은 나머지 제국십검이었다.
성문이 완전히 열리고 기사와 무인,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흑귀들은 마지막으로 등장해 가장 앞쪽에 서서 방패막이가 되었고, 그들을 조종하는 다크엘프는 군세의 사이사이에 서서 마법과 화살을 준비했다.
-놈들은 여전히 흑귀를 방패막이로 쓰는군.
‘그렇지.’
제국의 간부 놈들은 흑귀를 생명이 아닌, 그저 얼마든지 보충 가능한 괴물로만 생각하고 있을 거다.
“후우….”
저들의 악마 같은 모습에 분노가 타올랐지만, 억지로 내리눌렀다.
“가자.”
백우진이 제국군의 모든 것을 훑은 후 몸을 돌렸다.
“이제 끝을 낼 시간이야.”
**
‘그렇게 죽였는데도 줄질 않는군.’
백우진은 냉정한 눈으로 앞에 선 제국의 군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기세는 크게 떨어졌지만, 숫자는 여전했다.
아무리 가 있어도 적은 피해로 이길 수는 없다. 이제 각오를 다져야 한다.
뒤를 돌아 연합군과 눈을 마주쳤다. 바로 뒤에 선 문주영과 무영객, 데플과 성주들을 훑은 뒤 그 너머의 기사와 병사들을 보았다.
연합군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제국군과 제국십검을 보고도 겁먹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에 담긴 감정은 딱 하나다. 신뢰. 자신들에 대한 완벽한 신뢰만이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수고했다.”
백우진은 모두의 신뢰를 가슴에 담으며 천천히 입을 뗐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겨 왔지만, 그 밑에는 수많은 죽음이 깔렸다. 힘들고 어려운 감정과 시간을 거쳐. 바로 지금! 전우의 죽음을 빛내 줄 마지막 순간이 왔다!”
설영검을 느릿하게 뽑았다.
“우리는 적을 정복하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내 것을 지키기 위한 전쟁을 치렀다. 우리는 침략자가 아닌, 자신의 것을 지키는 수호자다!”
뽑은 설영검에 칠흑의 강기를 담아 천공을 찔렀다. 하늘에 뜬 태양이 그 검은 빛이 고개를 숙이듯 가라앉기 시작했다.
“제국이 다시는 우리의 것을 넘볼 수 없도록 하라! 제국이 다시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수 없도록 대륙의 기세를 보여라!”
“우오아아아아아!”
“연합군 만세!”
“백우진 만세!”
연합군 모두는 백우진을 따라 꼬나쥔 무기로 하늘을 찔렀다.
콰아아아아!
백우진과 연합군이 만들어 낸 막대한 군기 위로 장대한 서기가 내려와 모두의 검날을 검게 불태웠다.
“가자! 마지막 싸움이다!”
백우진이 땅을 박찼다. 불타오르는 강기 위로 수왕기의 뇌전을 휘감아 비뢰섬을 쏘아 냈다.
콰르르릉!
우레가 된 듯한 거대한 비뢰섬이 제국군을 가르려 할 때 허공에서 두 줄기 검강이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백색으로 번쩍이는 두 줄기의 강기에 비뢰섬이 대지 위로 녹아내렸다.
쿠웅.
사그라지는 뇌전 위로 제국이검 부랑가와 제국삼검 모이언이 앞으로 나섰다.
“당신의 상대는 우리요.”
“이제 자존심 따위는 챙기지 않는다.”
제국삼검 모이언의 칼날 위로 막강한 강기가 타올랐고, 제국이검 부랑가의 검극에 중첩된 강환이 선명한 빛을 발했다.
“하!”
백우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절대의 최상위에 오른 두 검사를 향해 서슬 퍼런 미소를 그렸다.
“너희 둘로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