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57
357화. 신관장 유만
‘절대의 최상급에 오른 검사 둘이라….’
백우진은 제국이검 부랑가와 제국삼검 모이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설영검을 휘돌렸다.
‘몸을 풀기엔 딱 좋군.’
5개월 전에 싸웠던 제국사검 구렌 이후 잔챙이들만 상대했다. 저 둘이라면 나름 싸우는 맛이 있을 것 같았다.
우우우웅!
설영검 위로 치솟은 강기의 불길을 압축시키며 두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
“어딜!”
부랑가가 검극에 모은 검환을 쏘아 냈다. 축구공만 한 검환이 다섯 개로 늘어났다. 흐름을 보니, 환상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진짜였다.
막강한 기운이 뭉친 검환이 기묘한 궤도로 꺾어져 날아온다.
절대에 이른 검사라도 그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움직임. 자신을 죽음의 위기까지 몰았던 제논의 마스터 김남길을 한참이나 초월한 검환이다.
‘하지만 나도 그때와는 달라.’
백우진은 다채롭게 변하던 검환의 궤도가 한 선으로 이어진 순간 낙일참을 내리쳤다.
쩌어어억!
낙일참의 참격이 수직으로 떨어지며 다가온 검환을 모조리 갈라 버렸다.
“허억!”
검환을 날린 부랑가가 당황하여 입을 쩍 벌리는 게 보였다. 검환을 일검에 벨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터엉!
백우진이 쾌와 풍, 뇌의 만상보를 운용하며 발을 굴렀다. 사위가 빛살처럼 지나가며 경악한 부랑가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당황하여 방어를 준비하지 못한 그를 향해 설영검을 내리그었다.
후우웅!
새하얀 칼날이 부랑가의 머리를 쪼개려는 순간 옆에서 강기에 휩싸인 검이 가시처럼 튀어나왔다. 제국삼검 모이언의 검이었다.
쩌어어엉!
모이언의 검에 실린 기운이 강맹했지만, 못 이길 수준은 아니었다. 라사둠의 오러 위에 시리안의 오러를 휘감았다.
찌지지직!
예리함이 극에 달한 설영검이 모이언의 강기를 찢어발길 때 정신을 차린 부랑가가 검환을 담은 검을 찔러 왔다.
콰아아앙!
작은 크기의 풍벽검흔을 그어 부랑가의 검환과 모이언의 검강을 막아 낸 뒤 한 발 물러섰다.
“흐아앗!”
부랑가가 기합을 지르며 검극에 압축된 검환을 흩뿌렸다. 열 개의 검환이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곡선을 그리며 날아온다.
“또 검환이군.”
백우진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검환은 안 통해.’
부랑가의 검환은 강력하고, 빠르며, 궤도를 읽기 어렵지만, 낙일참과 흐름을 보는 눈이 있는 자신에겐 통하지 않는다.
치이이잉!
설영검을 빠르게 휘돌려 세 번의 낙일참을 내리쳐 쇄도해 온 부랑가의 검환을 모조리 찢어 버렸다.
부랑가를 향해 비뢰섬을 날리려고 한 순간 등 뒤에서 진득한 살기가 느껴졌다. 부랑가의 옆에 있었던 모이언의 기척이다.
쩌어엉!
급히 뒤를 돌아 모이언이 내리치는 검강을 쳐낸 후 수왕무 호령권으로 그의 심장을 노렸다.
“허억!”
갑자기 주먹이 날아올 줄은 몰랐는지, 모이언이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호령권의 권파에 모이언의 갑옷이 터질 때 놈의 몸이 번쩍이며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 기운을 따라 뒤를 돌아보니, 모이언은 어느새 부랑가의 옆에 붙어 있었다.
“궈, 권이라니….”
“저런 위력의 권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 크윽!”
부랑가가 입술을 깨물었고, 모이언은 식은땀을 흘리며 터져 나간 갑옷을 매만졌다.
-블링크 같은 건가?
‘그런 거 같아.’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이언은 순간이동이나 블링크처럼 갑작스럽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놈에게는 블링크 같은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근데 각자의 능력을 떠나서 예상외로 합이 잘 맞는군.’
백우진이 질겁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부랑가와 모이언을 보며 픽 웃었다.
제국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검사들이라 당연히 각자 움직일 줄 알았지만, 두 사람은 연계적으로 움직였다.
-각도가 기묘한 검환으로 선공을 하고, 저 마법 검사 같은 놈이 뒤를 치는 걸 보면, 한두 번 합을 맞춰 본 게 아닌 것 같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흑암의 말대로 저들은 여러 번 함께 싸워 본 것 같았다.
“방심했다간 죽을지도 모르겠군.”
“그분의 말씀대로 뒤를 생각하지 않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랑가와 모이언이 숨을 깊게 들이켜며 심장에 맺힌 막대한 오러를 모조리 끌어 올렸다.
쿠구구구!
부랑가의 검극에 맺힌 검환의 오러가 배로 커지며 폭발하기 전 화산처럼 부글거린다.
‘기운 하나는 엄청나군.’
압축을 시켜도 저 크기라면 폭발했을 때 이 전장의 절반을 날릴 수도 있는 위력이다.
“죽어라!”
부랑가가 돌진해 오며 검환을 쏘아 냈다. 검극에 어린 네 개의 검환이 개화하며 순식간에 20개의 검환이 만들어졌다.
화악!
모이언은 부랑가가 검환을 날리자마자 전신을 백광으로 빛내며 사라졌다.
콰아아아아아!
백우진은 공간을 찢어발기며 날아오는 검환의 폭풍을 보며 빙긋 웃었다.
“너희가 2명이면 이쪽도 2명이서 싸우면 그만이야.”
머리 위에 뜬 흑암을 왼손으로 움켜쥐어 허공을 베었다.
우우웅!
검게 잘려 나간 공간이 비단처럼 펼쳐지며 자신을 노리던 스무 개의 검환을 모조리 휘감았다. 흑암의 네 번째 검 흑현금으로 검환을 먹어 치운 것이다.
검환을 녹여 버린 후 바로 좌측으로 몸을 돌렸다. 모이언이 강기로 타오르는 검으로 목을 노리고 있었다.
콰아아아!
백우진이 오른손으로 쥔 설영검에 무령참의 기운을 담아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초월에 닿아 하늘 아래 가장 무거운 참격이 된 무령참이 모이언의 검과 강기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끄으으윽! 어, 어떻게 이런 힘을!”
모이언이 무령참의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몸을 빼며 다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고오오오오!
백우진이 주변에 내뿌린 기감에 집중했다. 우측 스무 걸음 뒤에서 모이언의 기운이 느껴졌다.
설영검을 손에서 놓은 뒤 이기어검의 검로 극리를 운용했다.
파아아앙!
극리의 기운이 어린 설영검이 빛살이 되어 모이언의 기운이 흐르는 장소로 쏘아졌다.
화아아악!
극리가 그 공간에 닿기 직전, 하얀빛이 피어나며 모이언이 튀어나왔다.
“으어억!”
모이언이 쇄도해 오는 설영검을 보며 다시 순간이동을 사용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퍼어억!
최속의 검로 극리가 이미 모이언의 심장을 꿰뚫고 되돌아오고 있었으니까.
“끄으윽….”
모이언이 터져 나간 가슴을 움켜쥔 채 바닥에 쓰러졌다.
“모, 모이언! 이 악마 같은!”
부랑가가 양손을 모아 검을 쥐었다. 그가 든 검이 부러질 듯 휘청이며 어마어마한 기운이 치솟았다.
우우우웅!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팽창하던 부랑가의 강환이 극한으로 압축되어 하나의 선을 쏘아 냈다. 가진 기운을 모조리 쏟아부은 강환의 광선이었다.
무시무시한 폭발력이 담긴 기운이다. 자칫 잘못했다간 전장의 모두가 날아갈 위험한 기운. 저걸 막을 만한 가장 좋은 방법은 중화였다.
‘광선에는 광선이지.’
백우진이 회수한 설영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라사둠의 오러와 수왕기를 동시에 운용하여 검극에 선명한 흑청색 뇌전을 끌어 올렸다.
콰아아아아앙!
쌓아 올린 기운을 폭발시켜 일순간에 뇌전을 방출시켰다. 야수왕 마르카의 특기 수왕무 마뢰궁이다.
쿠와아아앙!
마뢰궁과 부랑가의 검환이 격돌하며 어마어마한 오러의 폭풍이 터져 나왔다.
“끄으윽!”
막상막하로 경합하던 두 기운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랑가의 표정이 굳어졌다.
찌지지직!
마뢰궁이 만들어 낸 뇌전의 화살이 검환의 광선을 찢어발기며 부랑가를 향해 밀어닥치고 있었으니까.
뿌드드득!
마뢰궁의 막대한 기운을 견디지 못한 부랑가의 검날이 유리 조각처럼 깨져나갔다.
“으아아악!”
그는 코앞까지 다가온 마뢰궁의 뇌전을 피해 좌측으로 몸을 던졌다.
콰아아아앙!
부랑가 대신 마뢰궁을 맞은 흑귀 수천이 한순간에 재로 변해 사라졌다.
“이, 인간이 아니야! 어떻게 저런 기운을….”
“어딜 가려고?”
“허억!”
부랑가가 겁먹고 물러나려 할 때 백우진이 그의 앞으로 짓쳐 들었다.
“끝은 내야지.”
부랑가가 부러진 검으로 압축된 검환을 던지려 할 때 흑암으로 낙일참을 그었다.
“끄으으윽, 너, 너….”
낙일참은 검환만이 아니라, 부랑가마저 베어 버렸다. 제국이검 부랑가의 목이 찬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와아아아아!”
“총사령관님이 승리했다!”
“적장의 목이 떨어졌다.”
“제국이검과 삼검이 죽었다! 우리의 승리다!”
격한 전투를 벌이던 연합군의 기사와 병사들이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 가뜩이나 높았던 연합군의 사기가 더욱 올라갔다.
“마, 말도 안 돼!”
“저 둘이 졌다고? 그것도 이렇게 빨리….”
“아, 악몽이다! 악몽이야!”
반면 제국군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을 보았다. 그들의 기세는 이미 바닥을 찍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스르릉.
백우진이 설영검을 검집에 넣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문주영과 데플은 제국십검 한 명을 합공하고 있었고, 무영객은 고수 다섯 명을 농락하며 도망만 쳤다.
성주들은 각자 실력에 맞는 검사들과 생을 건 격한 전투를 벌였다.
세르빅은 이미 한 명의 제국십검을 씹어먹고 다음 상대를 찾아 어슬렁거렸다.
기사와 병사들은 완벽한 검의 지휘자의 효과를 받아 압도적인 무력을 발해 제국군과 흑귀들을 밀어붙였다.
전반적으로 이기고 있었지만, 다크엘프들은 전장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마법과 궁을 이용하여 연합군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럼 내 할 일은….”
백우진이 흑암에 오러를 가득 밀어 넣은 채 허공을 그었다.
우우웅!
그 순간 활과 마법으로 연발하여 연합군을 휩쓸던 다크엘프들의 그림자 밑에서 시꺼먼 칼날이 솟구쳤다.
퍼어어억!
이전과는 격이 다른 암인의 속도에 다크엘프들은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심장이 꿰뚫린 채 숨이 끊어졌다.
“귀찮은 놈들의 제거지.”
백우진은 흑암과 설영검을 번갈아 쥐며 연합군에 피해를 주는 다크엘프와 신관, 마법사들을 모조리 베어 버렸다.
제국이검과 제국삼검이 죽은 이상 이 전장에서 자신을 막아설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제국제일검은 황제의 곁에 있겠지?’
-원래 제국제일검은 황제의 호위니까.
제국제일검은 황제의 호위이기에 절대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어.’
꼭두각시가 된 황제에겐 관심 없다. 그쪽은 놓아두고 유만만 처리하면 카바론에게 닿을 수 있을 거다.
“이제 끝을 내 볼까.”
백우진이 제국 수도의 성문을 향해 다가갔다.
“노, 놈이 온다!”
“백우진을 막아!”
“격철기사단! 성문을 수호하라!”
성벽 위에 선 제국의 지휘관들이 지시를 내리자, 좌측에서 싸우던 기사단이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너희들론 모자라.”
격철기사단이라고 불린 놈들의 수준은 꽤 높았지만, 제국십검으로 이루어진 기사단이 아닌 이상 자신을 막을 수는 없다.
달려드는 기사단을 향해 섬야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콰아아아앙!
섬야가 만들어 내는 어둠의 파도에 제국의 격철기사단이 고철처럼 찌그러져 튕겨 나갔다.
“끄으윽….”
“어억!”
“무, 무슨 이런….”
살아남은 격철기사단은 검을 쥔 손을 바르르 떨 뿐 그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못했다.
저벅.
백우진은 그들을 지나 제국 수도의 거대한 성문 앞에 이르렀다.
“고, 공격해라!”
“활과 마법을 날려!”
성벽 위에 선 지휘관과 신관들의 겁먹은 얼굴들을 보며 설영검의 검병을 움켜쥐었다.
쿠구구구!
자세를 낮춘 뒤 왼발을 앞으로 뻗으며 흑왕탄을 내질렀다.
빠드드득!
흑왕탄의 기운에 휘감긴 설영검이 검집을 부술 듯 튀어나오며 무시무시한 파동을 만들어 냈다.
콰아아아앙!
흑왕탄의 기파에 얻어맞은 성문이 가루가 되어 박살 나고, 옆에 붙은 성벽마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거뭇하게 피어나는 연기 뒤로 간신히 살아남은 지휘관들과 신관들의 표정이 보인다.
“으아아아악!”
“무, 물러나라!”
“내가 누구인 줄 알고!”
공포와 경악이 어린 눈빛. 어떤 생각도 없이 머릿속이 도망으로 꽉 찬 표정이다.
“그거 알아?”
백우진이 겁에 질린 제국의 간부들을 향해 다가갔다.
“너희들이 신의 눈물을 먹인 사람들도 지금의 너희 같은 표정을 지었을 거라는 거?”
“시, 신의 눈물?”
“네놈이 그걸 어떻게….”
“역시 아는군.”
시린 웃음을 지으며 도망치려던 제국 간부들의 길을 막았다.
-죽일 놈들….
“너희는 살 가치도 없어.”
“끄아아악!”
“커어억!”
겁화검형을 그어 지휘관과 신관들을 모조리 베어 버렸다. 원래라면 단숨에 목을 베지만, 저들에겐 그런 배려조차 필요 없었다.
“후….”
백우진이 무너진 성벽 위로 올라가 우뚝 선 카바론의 신전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저기로만 가면… 음?’
카바론 신전으로 가려 할 때 갑자기 뒤쪽에서 거대한 기운이 일렁였다. 느껴 본 적 있는 기운. 카바론의 신성력이다.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전쟁터의 중심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솟구치며 백의를 입은 남녀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처, 천사? 저거 천사 맞냐?
‘그렇게 보이긴 하는데….’
인세를 벗어난 듯한 아름다운 외모에 등 뒤에는 백색 날개를 달았다. 신화 속에 나오는 천사의 모습이었다.
콰아아아아!
천사들은 카바론의 강대한 신성력을 내뿜으며 연합군을 향해 검과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처, 천사다!”
“카바론 님이 천사를 내려보내 주셨다!”
“카바론 님이 우리를 축복하신다!”
꺼져가는 촛불 같았던 제국군의 기세가 급격히 치솟았다.
“으아악!”
“처, 천사라니! 이게 뭐야!”
“끄으윽!”
천사의 강림으로 제국군을 몰아붙이던 연합군이 역으로 쓸려나갔다.
“그냥 죽지는 않는다는 건가.”
백우진이 깊은숨을 내뱉고서 다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설영검을 올려쳐 병사를 찢으려던 천사의 검을 막아 냈다.
쩌엉!
천사의 칼날이 뒤로 튕겨 나갔을 때 설영검을 역으로 휘둘러 놈의 목을 베어 버렸다.
화아아악!
목이 잘린 천사의 몸은 하얀 가루로 화해 사라졌다.
콰아아아!
백우진이 설영검과 흑암을 동시에 들어 라사둠의 오러를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천사들을 강림시킨 백색 기둥에 못지않은 검은 기둥이 치솟으며 전장에 선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그대로 흑암의 세 번째 검 흑살을 운용해 공격해 오는 천사 셋을 베어 버렸다.
화아악.
흑암에 의해 몸이 갈라진 천사들은 회색 연기로 변하며 허공에 녹아내렸다.
“들어라!”
백우진이 땅을 구르며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포효했다.
“이들은 천사가 아니라, 적이 만들어 낸 조잡한 인형일 뿐이다! 물러서지 말고 싸워라!”
강기 어린 검을 들어 올려 병사들을 격려할 때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전더리 특성 가 신화급 특성 으로 진화합니다.] -가, 갑자기?흑암과 설영검으로 만들어 낸 칠흑의 기둥이 사방으로 벌어지며 모든 연합군의 등에 그 빛을 흩뿌렸다.
“우와아아아아아!”
“싸워라!”
“우리에겐 총사령관님이 있다!”
이젠 검사만이 아니라, 궁사, 창병, 마법사, 방패병 할 것 없이 자신을 따르는 모든 병사와 기사, 무인들의 전신에 검은 빛이 어렸다.
연합군은 솟구치는 기운과 끌어 올린 기세로 용기백배하여 제국군과 천사들을 미친 듯이 밀어붙였다.
“크하하하하! 재밌구만! 이게 전쟁이지!”
세르빅 마르카렉터는 천사 다섯을 곤죽으로 만들고 다음 희생자를 찾고 있었다.
-가, 갑자기 신화급이라니….
‘육 개월 동안 써 왔으니, 진화할 때도 됐지.’
백우진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전쟁 내내 완벽한 검의 지휘자를 발동시켰으니, 그 능력이 진화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제 끝을 내야겠어.’
천사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저걸 막으려면 카바론 신전에 있는 유만과 결착을 지어야 한다.
다시 카바론 신전으로 움직이려 할 때, 천사들이 나온 빛의 기둥이 확장되며 전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 빛을 받은 대지 위로 금박을 입힌 듯한 알 수 없는 문양들이 번쩍이며 무지막지한 기운을 터트렸다.
콰아아아아아!
피 튀기는 전장과 어울렸던 검은 먹구름이 갈라지며 하늘에서 은발의 중년인이 내려온다.
그가 입은 백의에는 황금 수실이 물결처럼 어렸고, 머리에는 황금과 백금이 어우러진 관을 썼으며, 오른손에는 천사의 날개를 뭉친 것 같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천사를 부리는 신과도 같았다.
“저 사이비가 유만이군.”
-확실히 그 기운이다.
“그래.”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만의 기운을 마주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차원을 넘어서 봤지만, 그때와 같은 기운이다.
“시, 신관장님이다!”
“신관장님이 나오셨다!”
“신관장님이 천사를 강림시켜 적군을 물리치신다!”
제국군은 바로 앞에서 연합군의 칼이 날아옴에도 신관장을 향해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
유만이 백색 신성력을 태양처럼 펼치며 백우진을 굽어보았다.
“유만.”
백우진은 밤처럼 시꺼먼 기운을 망토처럼 두른 채 대지 위에 서서 유만을 올려보았다.
고오오오오!
제국군은 유만의 백광을, 연합군은 백우진의 흑광을 받았다.
그 모습은 흡사 천신과 마신이 전쟁을 치르는 듯했다.
“널 위한 선물이다. 받을 준비는 됐나?”
유만이 바닥에 깔린 백색 장판을 가리키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결계인지, 진법인지는 모르지만….”
백우진은 백광이 번쩍이는 바닥을 내려보며 씩 웃었다. 그 웃음은 마왕의 미소처럼 서늘하게 공간을 잠식했다.
“나한테는 통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