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58
358화. 제국제일검
“전장을 감싼 이 빛들은 결계도, 진법도 아니네.”
신관장 유만이 양손을 펼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모두의 힘을 북돋아 주는 빛일 뿐이지.”
“개소리!”
백우진이 유만의 미소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마지막 전쟁까지 와서 양쪽에 힘을 주는 빛을 설치하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소리였다.
다만 아무리 보아도 전장에 깔린 장판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
‘이 문양과 빛은 대체 뭐지?’
-나도 모르겠다. 다만 인간에게 해가 되는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 순수한 마나의 향기만 흘러나온다.
‘나도 그렇게 보여.’
흑암의 말대로 바닥에 깔린 문양과 빛은 천사들이 소환된 백색 기둥과 다르게 카바론의 추잡한 신성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부수는 게 좋겠어.’
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유만의 미소는 무언가 불안했다. 설영검의 검신에 결계역장의 기운을 휘감아 문양이 새겨진 대지에 박아 넣었다.
콰아아아앙!
땅에 박힌 설영검의 칼날을 중심으로 묵직한 기운이 폭발하며 대지가 가뭄 난 논처럼 쩍 갈라졌다.
“음?”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대지가 갈기갈기 쪼개졌지만, 그 위에 깔린 백색 문양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말했잖나. 그건 진법도, 결계도 아니라고. 그저 선명한 빛. 어느 쪽에도 해가 되지 않을 걸세.”
“그니까 수상하다는 거야.”
차라리 제국군에 유리한 능력을 주는 문양이었다면 의심하지 않았겠지만, 양쪽 모두에게 힘을 준다고 하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수상히 여길 필요 없네. 카바론 주신께서는 자애로우신 분. 그분을 의심하는 자네들에게도 공평히 힘을 내려 주시는 게지.”
“카바론이 언제 주신이 됐지? 거기다 인간의 피로 신이 된 부정한 놈이 자애? 얼어 죽을 일이다.”
백우진의 코웃음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유만의 표정에 금이 갔다.
“헛소리! 카바론 님은 깨달음을 얻어서 스스로 하늘에 오르신 분이시다! 그런 되지도 않는 말을 어디서 들었나!”
“너희 자애로운 신에게 직접 물어봐. 깨달음을 얻어서 신이 됐는지, 인간의 피로 목욕을 해서 신이 됐는지.”
“그 주둥아리를 한 번만 더 함부로 놀린다면 당장에….”
유만이 눈을 붉게 물들이며 손을 펼치자, 그 손아귀에서 선명한 백광이 일렁였다. 무리안과는 격이 다른 막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니지. 내가 나설 차례가 아니야.”
그가 손을 도로 접고 뒤로 물러섰다.
“듣던 대로 도발 하나는 잘하는군. 그 도발에 어울려 주고 싶지만, 자넬 상대하기 위해서 준비한 사람이 있네.”
“뭐?”
“나오시오.”
유만의 손짓에 무너진 성벽 뒤에서 은빛 갑옷을 두른 노기사가 걸어 나왔다.
색이 빠진 적발에 허리춤에는 검은 장검이 덜렁거린다. 눈매는 날카로웠지만, 세월의 흔적으로 부드러워 보였고, 입매는 거석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노기사의 외모만 보아도 그가 뛰어난 무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가 풍기는 기세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까지 만났던 무인들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알론소 공작. 제국제일검.’
이전에 캐일락 시장에게 들었던 외모 그대로다. 저 남자가 바로 제국제일이자, 대륙제일검이라는 알론소 반 카르디엔 공작이었다.
“흑색의 검사가 젊다고 하여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엄청나군. 그 소문이 자네의 반의반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알론소가 주름진 노안을 좁히며 손을 펼쳤다.
“저런 위대한 검사와 싸울 기회를 주어 고맙소. 신관장.”
“카바론 님의 축복이 있길.”
알론소가 고개를 숙였고, 유만이 손을 모아 그 인사를 받았다.
“쯧….”
백우진이 유만과 알론소를 보며 혀를 찼다.
‘절대의 극….’
누가 나오든 빠르게 끝내려 했는데, 알론소는 얼마 전 자신처럼 절대의 극에 오른 무인이었다.
다만 그의 눈빛은 맑다. 다른 제국십검의 검사처럼 조종당하는 건지, 맨정신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유만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처음부터 전력을 발휘해서 단기전으로 끝내라.
‘그래야지.’
처음부터 신마를 발동시키고 기습해서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할 것 같았다.
“자네와 알론소 공작의 전투가 끝날 때까지 난 나서지 않겠네. 약속하지.”
유만이 싸울 의사가 없다는 듯 빙긋 웃으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인간의 입을 달고 개소리만 하는군.”
-저놈 무슨 꿍꿍이지?
‘저 위험한 놈을 놔두고 그냥 움직일 수는 없어.’
뒤를 돌아, 이쪽을 바라보는 세르빅에게 전음을 날렸다.
[유만이 움직이면 본체로 변해서라도 막아 주십시오.] [알겠다. 걱정하지 말도록.]세르빅이 고개를 끄덕였다. 건들거려도 말한 건 지키는 자다. 지금은 그를 믿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도 대비는 확실하게 해야 해.’
백우진이 손가락을 튕겨 정령계의 문을 열었다. 뒤쪽 공간이 네 방향으로 갈라지며 이그니스와 설빙, 레오, 크롬이 본체의 모습으로 현세에 나타났다.
[크오오오오!] [캬오오오!]이그니스와 설빙이 동시에 포효를 내지르며 웅대한 존재감을 펼쳤다.
“프, 플레임 드래곤만을 다룬다고 들었는데?”
“허, 사대정령을 모두?”
유만이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알론소가 헛웃음을 흘렸다.
“숨기는 건 많을수록 좋으니까.”
뒤를 돌아 정령들과 눈을 마주쳤다.
“이그니스, 설빙, 레오는 천사들을 상대하고, 크롬은 바닥에 새겨진 문양을 지워 줘.”
[크르릉!]
[캬우웅!]
[크오오오!]
이그니스와 설빙, 레오는 나중에 간식이나 준비하라는 듯 헤죽 웃고서 천사를 상대하기 위해 날아올랐고, 크롬은 바닥의 문양을 지우기 위해 발을 굴렀다.
“준비는 끝난 것 같으니, 시작하지.”
“알겠습니다.”
알론소가 망토를 뒤로 젖혔고,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바론의 힘을 받지 않았는데도 절대의 극에 오른 강자다. 다른 놈들처럼 생각하면 안 돼.
‘알고 있어.’
알론소의 무력은 초월에 닿기 전의 자신과 비슷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그 누구보다 강자임은 분명하지만, 유만과 바닥의 장판 때문에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콰아아아아!
백우진은 조급한 티를 내지 않은 채 라사둠의 오러를 극성으로 끌어 올려 신마를 발동시켰다.
설영검의 칼날 위로 다 타고 재가 된 듯한 회색 불길이 타오르며 절대적인 무력을 안겨 주었다.
“압도적인 검력이다! 말년에 자네 같은 강자와 싸울 수 있다니, 행운이야!”
알론소는 분명 다른 제국십검과 다른 느낌이지만, 봐줄 수는 없었다.
“가겠습니다.”
백우진이 라사둠의 오러와 혼원벽력신기를 동시에 운용하며 땅을 박찼다.
좁아지는 시야 사이로 장검을 세운 알론소의 들뜬 눈이 보인다. 그의 눈동자를 향해 흑왕탄을 내질렀다.
우우우웅!
알론소가 장검 위로 황금빛 강기를 불태워 흑왕탄의 중심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흑왕탄과 알론소의 검격이 격돌하며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사위를 휩쓸었다. 주변을 얼쩡거리던 천사들의 신체가 사정없이 터져 나갔다.
“크으, 뼈가 울리는구만!”
“빠르게 끝내 드리겠습니다.”
백우진이 설영검으로 알론소를 밀어붙이면서 왼손으로 흑암을 쥐어 그의 목을 내리쳤다.
“아직 즐기지도 못했는데 끝낼 수는 없지!”
알론소가 장검을 모로 눕혀 금빛 강기를 펼쳐 냈다. 그의 검을 덮은 강기가 부채꼴로 펼쳐지며 설영검과 흑암의 검격을 모조리 차단했다.
“전력으로 버텨 주겠네!”
선언 같은 말과 동시에 금빛 강기가 알론소의 장검과 그의 갑옷을 휘감았다. 금빛 파도가 그를 순환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번엔 내가 가지!”
알론소가 바닥을 쓸 것처럼 자세를 낮추며 짓쳐 들었다. 뻗어 올리는 검격이 사자의 송곳니처럼 날카로웠다.
챠앙!
백우진이 광호섬을 그어 알론소의 검을 흘려 낸 뒤 수왕무 운우장을 날렸다. 철판처럼 굳건한 장법이 알론소의 어깨를 내리쳤다.
터어엉!
운무장이 떨어지는 순간 알론소의 어깨 위로 금빛 강기가 방패처럼 치솟아 장법을 튕겨 냈다.
“내 칼폰스 오러는 살아 있거든. 공격도, 방어도 자유자재라네.”
알론소가 씩 웃으며 몸을 날려 왔다. 손에 든 장검을 내리치고, 몸에 두른 강기로 압박을 해 온다.
캬갸갸걍!
백우진은 흑암으로 알론소의 검을, 설영검으로 갑옷을 두른 강기를 쳐냈다.
쾅! 콰아앙!
라사둠의 오러와 혼원벽력신기가 어린 검격으로 알론소의 전신을 덮은 강기의 물결을 터트렸다.
“크으!”
알론소가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이며 사정없이 뒤로 밀려났다.
-네 검격의 위력이 상승했다. 그것도 비교 안 되게….
‘오러가 넘쳐.’
백우진이 슬쩍 눈을 돌려 바닥을 보았다. 바닥에 깔린 문양 때문인지 전신에 힘이 넘치고, 오러가 폭발할 듯 흘러넘친다.
-저 장판 때문에?
‘유만의 말대로 힘을 주는 문양인 것 같아.’
-이상한 느낌은 없나?
‘아직 부정한 기운은 없어.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공중에 떠 있는 유만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자신과 알론소의 전투만을 지켜보았다.
‘역시 시간을 끌 여유는 없겠어.’
무언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라사둠의 오러 위로 발록의 투기를 덮으며 알론소를 향해 뛰어들었다.
치이이잉!
알론소가 목을 노리고 뻗어 오는 장검을 백빙의 관일극으로 밀어냈다.
‘지금!’
백빙의 서리에 알론소의 움직임이 늦어진 걸 이용하여 흑암을 내리쳤다.
쩌어엉!
알론소는 어깨 위로 도끼날 같은 강기를 만들어 흑암의 칼날을 막아 냈다.
샤아아악!
백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설영검과 흑암을 시간 차로 그어 알론소를 압박했다.
라사둠의 오러와 북명신공으로 얻은 오러들을 순환시키며 알론소의 칼폰스 오러를 짓눌렀다.
“크으!”
알론소가 버티지 못하고 정신없이 뒤로 밀려났다. 잘 정돈된 그의 적발이 풀어 헤쳐 나풀거렸다.
절대의 극에 오른 정신은 같았지만, 육체와 기 그리고 특성에 큰 차이가 있었다.
“젊은 친구는 당할 수가 없군. 그렇다면….”
알론소가 장검 위로 타오르는 강기를 회전시켰다. 금빛 강기가 용오름처럼 치솟았다.
거대한 강기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며 압축된다. 그의 금빛 강기는 조금의 틈도 없이 장검의 칼날을 휘감았다.
‘저건!’
백우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극한으로 압축된 강기를 보자, 위험하다는 경종이 뇌리를 울렸다.
크기는 작았지만,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강기가 담겨 있었다. 그대도 검을 내리친다면 전장에 있는 모두가 죽을 것이다.
“이게 내 최고의 검 무혼일세.”
알론소가 들어 올린 검을 내리친다. 평범해 보이는 장검에 세계를 반으로 가를 막강한 기운이 어렸다.
‘피할 수 없어.’
피했다간 뒤에 있는 연합군이 모조리 쓸려 나갈 거다. 무조건 막아야 했다.
치리리링!
백우진이 설영검을 위로 들고, 흑암을 우측 옆구리로 젖혔다. 극성의 라사둠의 오러를 두르고 설영검에 혼원벽력신기, 흑암에 수왕기를 얹었다.
‘신살 그리고 참마.’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검로 둘을 동시에 쏟아 냈다.
콰아아아아!
신살이 하늘을 가르고, 참마가 대지를 찢는다. 절대의 검로가 십자로 어우러지며 어마어마한 강기의 파동을 만들어 냈다.
쿠와아아아앙!
백우진이 만들어 낸 절대의 참격과 알론소의 마지막 검로 무혼이 맞부딪쳤다.
그 막대한 충격에 대지가 쪼개지고, 하늘이 내려앉았다. 두 사람의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빠득!
백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하단전과 중단전의 오러를 바닥까지 끌어 올리며 설영검과 흑암을 가속 시켰다.
촤아아아악!
끝까지 내리그은 두 검이 무혼의 금빛 강기와 장검을 갈라 버렸다.
“허어….”
찢겨 나간 강기의 틈새로 알론소가 경악 어린 탄식을 내뱉었다.
푸아악!
알론소의 갑옷을 덮은 칼론소 오러가 사그라들며 그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뿜어졌다.
“우와아아아!”
“제국제일검이 꺾였다!”
“총사령관님이 알론소 공작을 베었다!”
“우리의 승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백우진은 희망으로 가득 찬 연합군의 환호를 들으며 유만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네 차례다. 내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