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인연의 검은 실
“크헉!”
알론소가 시뻘건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흐으, 아쉽군. 이렇게 더럽혀진 땅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곳에서 싸워 보고 싶었는데….”
“당신, 유만에게 세뇌된 게 아니었습니까?”
백우진은 표정의 변화가 없는 유만을 흘낏 보고서 입을 뗐다.
“후후, 그의 정신 지배는 나에게 통하지 않는 것 같더군.”
알론소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왜 이 사태를 막지 않은 겁니까!”
“공작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난 평생 검 한 자루만 바라보고 살았네. 융통성 없고, 겁 많은 늙은이지.”
“음….”
“아무리 황제 폐하께서 이상해졌다고 해도 난 그분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네.”
“설마 유만이 황제의 목숨을 인질로 잡고….”
“내가 바보 같겠지?”
알론소가 힘 빠진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피가 뿜어지는 가슴을 움켜쥔 채 무릎을 꿇었다.
“당시에는 그게 가장 옳았다고 생각했지만 얻어맞고 나니, 이제야 정신이 드네. 전부 내 실수였어. 어떻게 해서든 저 괴물을 막았어야 했는데….”
“알론소 공작….”
-왠지 이자의 기분을 알 것 같군.
“자네라면 저 괴물을 이길 수 있을 걸세. 전쟁이 끝난 후 나를 비롯한 귀족들은 죽여도 좋네. 다만 제국의 시민들은… 커헉!”
알론소가 손을 모을 때 머리 위에서 백광이 번쩍이며 그의 머리가 터져 버렸다.
치이이익!
떨어지는 혈우를 맞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유만이 손을 펼쳤고, 그 안에서 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저놈이!
“유만!”
“공작께서 평소보다 말이 많으시군.”
유만이 손을 털며 히죽였다. 백우진과 죽은 알론소 모두를 비웃는 미소였다.
“좋다. 당장에 네놈의 숨통을 끊어 주지.”
“내 숨통을 끊겠다? 아니지. 자네의 숨통이 끊어질 걸세. 바로 그곳에서.”
설영검을 손에서 놓고 이기어검을 운용하려 할 때 유만이 자신이 선 땅을 가리켰다.
“뭐?”
“알론소 공작과 전력으로 무를 겨뤘음에도 주체 못 할 정도로 힘이 넘치겠지? 특히 북명신공으로 얻은 기운들이 말이야.”
“그게 어쨌다는 거지?”
유만의 입에서 북명신공이라는 이름이 나왔음에도 놀라지 않았다. 세르빅에게도 들켰으니, 유만이 북명신공을 눈치채는 건 이미 예상했다.
“이런 거라네.”
유만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 울림이 끝나기도 전에 중단전에 쌓아 놓은 혼원벽력신기와 발록의 투기, 시리아의 오러, 수왕기의 기운이 증폭하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크헉!”
중단전이 찢어질 것처럼 아려 온다. 만약 금강불괴로 강화된 단전과 오러 통로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터졌을지도 모른다.
-백우진!
“나한테 무슨 짓을….”
백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다급하게 라사둠의 오러를 끌어 올려 중단전에 쌓인 오러들을 막으려 했지만, 가슴이 터질 듯한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버틸 수 있는 건가? 역시 괴물이로군.”
“커허헉!”
유만이 빙긋 웃으며 오른손을 펼쳤다. 손아귀에서 백광이 번쩍이며 중단전의 폭주가 가속화됐다.
쿠구구구!
중단전의 기운들은 폭발한 화산처럼 라사둠의 오러를 뚫고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북명신공의 상권을 익힌 자가 대륙에 나타난 건 4번. 그때마다 절대적인 힘과 능력을 보였지만, 단 한 번도 그 힘이 완성된 적은 없었지. 카인을 제외하곤 하권을 익힌 사람이 없었으니까.”
“크으윽….”
전신이 익을 것 같은 열기에 입을 열어 대꾸할 수도 없었다.
“그런 불완전한 무예를 가지고 내 앞에 나타나다니, 멍청한 짓이었어.”
“끄아아악!”
유만의 손아귀에 맺힌 백광이 진해질수록 북명신공으로 얻은 기운들이 날뛴다. 전신이 찢어질 듯 아려 오며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내, 내상! 백우진, 침착해라!
“가, 가주님!”
“검사님! 조금만 기다리십쇼!”
“총사령관님!”
문주영과 무영객, 실비아가 이쪽으로 달려오려 했지만, 천사들에게 길이 막혀 다급한 목소리만 들려왔다.
“대, 대체 어떻게….”
“바닥의 문양은 말했던 대로 네게 해가 되는 게 아니야. 네가 가진 오러를 강화시켜 주는 빛이지. 다만 중단전의 오러만. 그것도 급속도로 키우는.”
-그, 그래서 중단전에 쌓은 북명신공의 기운만 커진 거였어.
‘네, 네가 예전에 말했던 그거인가….’
흑암이 이전에 경고했던 ‘중단전의 기운이 라사둠의 오러를 넘어선 위험한 상황’이 바로 지금이었다.
“자네가 알론소와 싸우는 동안 모여드는 마나에 내 의지를 조금 흘려 놓았네. 그 마나들이 지금 자네의 중단전을 증폭시키고 있는 게지.”
“끄으윽, 이, 이 정도 압박이면 네놈도 움직일 수 없을 텐데….”
“맞네. 자네의 기운을 폭주시키기 위해서는 나도 움직이지 못하지.”
“…난 아직 준비한 게 남았어.”
“뭐?”
“네놈들을 모조리 지워 버릴 비밀 병기가! 세르빅!”
백우진이 목청을 쥐어짜며 소리를 질렀다.
“하아, 할 수 없군.”
세르빅이 어느새 옆으로 이동해서 입에 물고 있던 연초를 던졌다.
“마지막 유희, 나름 잘 즐겼다.”
그가 피식 웃으며 눈을 감자, 바닥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콰아아아아!
하늘까지 솟구친 불길의 중심에서 길게 찢어진 눈동자가 번쩍였다.
불길이 반으로 갈라지며 루비처럼 붉은 비늘로 전신을 덮고, 첨탑 같은 한 쌍의 뿔을 세운 레드 드래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레드 일족의 고룡이자, 대륙에 남은 최강의 드래곤 세르빅 마르카렉터의 등장이다.
[크오오오오!]세르빅 마르카렉터가 하늘을 올려보며 포효를 내질렀다. 드래곤 피어가 만들어 내는 압도적인 기파에 전장의 모두가 멈춰 섰다.
“후후.”
하지만 유만은 세르빅의 등장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여유로운 웃음을 흘렸다.
“세르빅 마르카렉터. 저 별종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뭐?”
그가 빈 왼손을 튕기자, 허공이 사다리꼴로 갈라지며 세르빅의 크기에 못지않은 레드 드래곤이 튀어나왔다.
레드 드래곤의 눈은 흑귀처럼 흑백이 역전되어 있었고, 머리 위의 뿔이 세르빅과 달리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불카누스!]세르빅 마르카렉터가 레드 드래곤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부, 불카누스?’
-그놈이다! 무영객이 먹었던 마룡의 피를 뽑아낸 드래곤! 절대 죽지 않는 최흉의 마룡 불카누스! 저걸 준비해 놓았다니!
흑암이 검날을 부르르 떨며 불카누스를 노려보았다.
[캬아아아아!]불카누스가 공중으로 솟구치며 입가에 막대한 기운을 응집시켰다. 드래곤이 가진 최강의 공격 브레스다.
[젠장! 백우진! 난 저놈을 막아야 한다!]세르빅 마르카렉터가 불카누스를 따라 허공으로 떠오르며 마찬가지로 브레스를 준비했다.
찌지지지직!
두 고룡이 서로를 향해 브레스를 쏘아 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어마어마한 힘이 격돌하며 순간 파란 하늘이 적빛으로 내려앉았다.
콰아아아아아!
그 막대한 힘의 여파로 천공과 대지가 짓뭉개지기 시작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네.”
유만이 오른손을 빙글 돌리자, 천사들이 소환되던 백색 기둥이 확장됐다. 늘어난 기둥의 백광이 진해지며 날개를 네 장씩 단 거대한 천사들이 소환되었다.
“대천사. 일반 천사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일세.”
대천사들이 날아올랐다. 그들은 네 장의 날개로 빛살처럼 날아가 연합군의 기사와 병사들을 일격에 뚫어 버렸다.
“끄아아악!”
“버, 버텨!”
“고, 곧 총사령관님이… 커헉!”
“물러나지 마라!”
제국군을 압도하던 전황이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연합군은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려났다.
“제, 젠장!”
백우진이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중단전의 기운을 통제하려 했지만, 잡히질 않았다. 오히려 점점 커지며 역으로 라사둠의 오러를 압박해 왔다.
“대륙의 강자들을 모아와 준 덕분에 하나씩 처리할 수고를 덜었네. 고마운 일이야.”
“끄으으….”
“자네를 믿은 인간들이 절망하며 죽는 꼴은 어떤가?”
유만의 비웃는 입꼬리를 후려치고 싶었지만, 마음뿐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었다.
“제국의 영웅들은 들어라!”
유만이 천천히 몸을 돌려 전장의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에 신성력을 담았다.
“적군의 수장인 흑색의 검사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고, 카바론 님의 화신들이 우리를 돕는다!”
그의 신성한 목소리에 제국군의 얼굴이 광명을 찾은 듯 밝아졌다.
“카바론 님이 보내 주신 천사들과 함께 우리의 영토를 침범한 침략자를 죽여라! 마루툰 대륙의 모든 것이 카바론 님의 것이다!”
“우와아아아아!”
“카바론 님 만세!”
“침략자를 무찔러라!”
제국군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사기로 연합군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제기랄….”
백우진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성주들은 대천사와 천사들을 맞아 힘겨운 전투를 벌였고, 세르빅은 불카누스를 상대하느라 이쪽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정신을 집중해! 넌 이미 초월에 닿았다. 이 정도는 이겨 낼 수 있어!
‘지, 집중할 수가 없어….’
지금이 전장이 아니라면 차분하게 힘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초 단위로 비명들이 들려오는데 어떻게 침착하겠는가.
“으아아아악!”
“끄으으윽….”
“초, 총사령관님….”
“으윽!”
백우진이 피가 터지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연합군의 죽음이 눈에 비친다. 자신을 믿고 여기까지 따라온 생명들이 땅으로 가라앉는 게 생생히 느껴졌다.
후회스러웠다.
초월에 닿은 무력에 과신해 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움직였다. 모든 게 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저쪽에 신경 끄고 집중해! 지금은 그것밖에 없다!
‘으으!’
백우진은 하단전에 진동이 올 정도로 라사둠의 오러를 끌어 올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들을 살리고 싶었다.
극한의 고통을 참으며 라사둠의 오러를 순환시켰다. 하지만 돌고 돌아도 중단전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우우웅!
그래도 계속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오러의 순환을 이어 갔다.
제발!
통증과 불안을 참으며 염원을 담아 마흔네 번째의 회전을 이뤄 냈을 때 드디어 변화가 일어났다.
다만 그건 하단전도, 중단전도 아니었다. 상단전이 움직이고 있었다.
고오오오!
상단전이 라사둠의 오러에 호응하며 얇고 가느다란 검은 기운을 펼쳐 냈다.
투웅!
상단전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운이 심장을 북처럼 울리며 온 세상을 흑백으로 물들였다.
시간이 멈췄다.
자신을 비웃던 유만도, 천공에서 싸우는 두 드래곤도, 연합군을 학살하던 천사들의 무리도 모조리 굳어 버렸다.
-뭐, 뭐냐 이건?
“나도 모르겠어.”
대체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볼 때, 다시 심장이 고동쳤다.
‘아냐! 이건….’
심장이 아니다.
이건 영혼의 고동이다. 영혼을 울리던 검은 기운이 자신의 육체를 벗어나 외부로 뻗어 나갔다.
상단전에서 영혼을 거친 검은 기운들은 빛살이 되어 이 공간을 뚫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신화급 특성 인연의 검은 실이 발동됩니다.]검은 기운들이 빛이 되어 없어지자마자, 메시지가 올라왔다. 상단전과 영혼을 울린 그 기운이 바로 신화급 특성 인연의 검은 실이었다.
‘빛이 아니라, 실이었나?’
자신의 영혼 속에서 흩어져 나온 건 빛이 아니라, 실이었던 것 같다.
어디론가 사라졌던 실들이 누군가의 손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온기가 실을 넘어 영혼에 와 닿았다.
어떤 사람들은 실을 놓았고, 어떤 사람들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실을 꽉 말아 쥐었다.
[당신이 쌓아온 인연이 이 세계에 현신합니다.]두 번째 메시지와 함께 멈춰진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
백우진의 등 뒤로 칠흑의 빛이 솟구쳐 하늘과 땅을 덮었다. 밤이 찾아온 듯 모든 것이 꺼멓게 물들었다.
후우웅.
커튼처럼 펄럭이던 어둠 뒤로 수많은 인영이 비치기 시작했다.
“이, 이건 뭐야! 너 뭘 한 거야!”
백색 기둥을 지워 버린 검은 빛에 유만이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우우우웅!
어둠의 좌측 공간이 갈라지며 백발의 노검사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수없이 마주쳐 온 그 기운이다.
“서, 설마….”
백우진이 고통을 참으며 일어섰다.
“수련하러 간다고 하더니, 여기서 뭘 하는 게냐.”
“부가주님!”
백천웅이다. 백천웅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옆으로 다가왔다.
“우진이는 섣부르게 움직이는 녀석이 아닙니다. 분명 그 의미가 있겠지요.”
“그냥 사고뭉치야. 좀 강한 사고뭉치.”
백연휘와 백은경이 현검대와 멸검대를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의검대! 가주님을 수호하라!”
의검대주 홍남기의 우렁찬 목소리가 터지며 의검대가 자신의 앞을 막아섰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그 뒤로 척검대를 비롯한 백가의 정예들이 뛰어나와 부복했다.
콰아아아!
두 번째 공간이 갈라지며 익숙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가문 안에 박혀서 수련한다더니, 다른 차원까지 넘어가신 건가요? 여전하시군요.”
“적연화….”
“오랜만이에요.”
적연화가 반가운 미소를 그리며 손목을 돌렸다.
“이 빚을 갚아도 아직 하나 남았던가?”
“우진이가 아버지 목숨도 구했으니, 두 번 아닐까요?”
적가주 적위진과 적경훈이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자신의 뒤에 섰다. 그들의 옆에는 풍신단을 비롯한 적가의 정예들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다.
고오오오!
세 번째 차원의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바다 내음이 물씬 풍겨 왔다.
“이젠 차원도 옮겨 다니는 게냐? 따라가기 버겁구나.”
“어, 어르신!”
윤우민이 살갑게 웃으며 성큼 걸어 나왔다.
“협제는 원래부터 별종이었잖나.”
창왕 황병훈이 어깨에 창을 걸치며 키득거렸다.
“정말 네 녀석의 끝은 어디인지 모르겠다. 차원 이동이라니! 이제 따라가는 거 포기다. 포기!”
정근호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고, 그의 뒤로 나온 유니타스 길드원들이 손을 모아 인사를 보내 왔다.
“내 나라를 떠나 본 적도 없는데 다른 차원이라니….”
“오랜만에 뵙습니다. 은인.”
“이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네 번째 차원의 틈을 가르고 나온 사람은 검후다. 검각에 있을 검후와 검주들이 포권을 취해왔다.
검은 빛은 차원의 문을 차례로 열어 자신과 인연이 닿은 사람들을 불러왔다.
아케인의 수호대, 협회의 무인, 유진아와 블랙마켓, 일본에 있는 백협문, 흩어졌던 전방의 무인들, 사자의 성에 있던 리치들마저 소환되었다.
이 짧은 순간에 천 명이 넘는 현대의 강자들이 마루툰 대륙에 소환되었다.
“네게 시간이 필요하다더구나.”
백천웅이 뒤를 돌아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우린 그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적연화가 말아 쥔 주먹을 앞으로 내밀며 오러를 끌어 올렸다.
“저 하얀 놈들만 때려잡으면 되는 거죠?”
검후가 손끝을 올려 이기어검을 띄웠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 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윤우민이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정령을 소환했다.
“아….”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격한 감정에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았다. 전신에 파도 같은 전율이 일어났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저것들은 뭐 하는 놈들이야!”
유만이 피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고성을 내질렀다. 그가 얼굴에 두른 가면이 처음으로 깨져 나갔다.
“나도 몰랐지만, 이것도 내 안배인 모양이다.”
백우진이 두 눈에 흑색의 불길이 치솟았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끝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