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6
36화. 판이 깔리다 (2)
“판이라고 하신다면….”
백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판을 깐다니,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관측 된 적이 없는 3등급 던전이 발견됐다.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뜻이지.”
여기까지 들으니,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대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마나의 수준은 4등급이었으니, 던전 안에 보스도 있을 거다.”
“저보고 그곳에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백천화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방금 돌아온 아들에 대한 걱정 따윈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었다.
-괜찮은거 아니냐? 너라면 3등급 던전은 깰 수 있잖아. 보스가 있어봐야 4등급이고.
‘관측 되지 않은 던전은 능력자의 수준을 올려서 보내는 게 일반적이야. 여긴 4등급으로 쳐야하니까, 5등급 능력자를 보내는 게 맞는 거지.’
-흐음…
‘거기다 아버지가 판을 깔아준다고 했잖아. 저게 다가 아닐 거야.’
아버지는 평범한 사람과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
“네가 그 던전 공략에 참여한다고 소문을 낼 것이다.”
“아….”
-미친…
백우진과 흑암이 동시에 탄식을 내뱉었다. 이제야 백천화가 무슨 의미로 던전 공략에 가라는 건지 알아들은 것이다.
“지금 너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런 때에 네가 던전 공략을 한다는 소문이 돌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으냐?”
“백가를 누르고 싶어 하는 능력자, 길드, 가문들이 던전 공략에 참여하려 하겠죠.”
“그렇다. 그들이 널 방해하기 위해, 네가 정말 5등급 능력자를 쓰러뜨렸는지 파악하기 위해 혹은 널 공격하기 위해 던전 공략에 참여 할 것이다”
백천화는 희죽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 놈들도 생각이 있으니, 심하게 차이가 나는 능력자를 보내진 않을 거다. 네가 참여 자체를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너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직계나 제자들을 보내겠지.”
“그곳에서 모두를 제치고 보스를 잡아오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들보다 먼저 보스의 목을 따서 돌아 와라. 던전에 대한 정보는 아무도 없으니, 기회는 동등하다. 모두를 누르고, 백가 앞에 아무 것도 설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증명해보아라.”
“후우….”
백우진은 아주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네 아버지는 너보다 더 미친놈이었군.
‘좀 전에 쌍욕 나올 뻔했어. 정말 간신히 참았다.’
-방금 퇴원해서 돌아온 아들을 다시 사지로 보내다니…
흑암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아우라를 크게 키웠다. 백천화의 머리통을 뜯어보고 싶었다.
“지원은 어떻게 됩니까?”
“인원 지원은 없다. 장비는 5등급까지 가져 갈 수 있게 해주마.”
“….”
-문주영만 데려가라는 거군.
백우진은 헛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이러면 백선아가 가짜 임무를 보냈을 때랑 다를 게 없다. 아니, 그때보다 난이도가 높을 거다.
“하나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말해봐라.”
“제가 던전 안에서 죽거나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럼 그걸로 끝이다. 그 외에 무언가가 필요한가?”
몸서리 쳐질 정도로 차가운 대답이다.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이빨이 덜덜 떨렸다.
-으음…
‘내가 예전에 말했지. 백가의 가주는 저런 사람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저런 말을 하다니…
‘꺾어야해.’
-뭐?
백우진는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고, 주먹을 꽉 쥔 채로 고개를 들었다.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로 백천화를 노려보았다.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그를 꺾고, 가주에 오르겠어.’
백우진은 언제 화가 났냐는 듯 차분한 표정으로 바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무 받아들이겠습니다. 보스의 목을 따서 돌아오겠습니다.”
“임무에 대한 정보는 네 호위를 통해 보내주마.”
“감사합니다.”
백우진은 인사를 하고, 가주전의 밖으로 나갔다. 백천화는 나가는 백우진의 등을 끝까지 보고만 있었다.
“죽으면 어떻게 되냐라….”
백천화는 다시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아주 조금은 아쉬울 지도 모르겠군.”
**
“우진아!”
백우진이 거북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백위전으로 향할 때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어?”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주 가끔 마주치는 남자가 보였다. 그는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 남자는 누구냐?
‘백천웅.’
-또 네 형이냐?
‘미쳤어? 작은 아버지야! 백가의 부가주고. 눈 좀 씻고 다녀!’
-부가주라고? 그런데 왜 처음 보는 것 같지?
‘소집에 잘 오시지도 않지만, 오셔도 조용히 있다가 가셔서 제대로 못 봤을 거야.’
평소라면 인사를 해도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자신을 부르다니, 뭔가 이상했지만, 일단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부가주님을 뵙습….”
“하하하! 정말 수고 많았다!”
“끄윽!”
백천웅은 백우진이 고개를 숙이기도 전에,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그를 끌어안았다.
“자, 잠시 만요. 부가주님!”
백천웅은 몇 번이나 힘을 꽉 주고 나서야 백우진을 풀어주었다.
-이 인간 뭐야!
‘나도 몰라!’
백우진이나 흑암이나 당황하고 있을 때 백천웅이 아주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정말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검사의 자세를 보여주었어.”
“아….”
백우진의 눈빛이 덤덤하게 변했다. 이제 백천웅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5등급 범죄자를 잡아 가문의 이름을 띄운 것을 말하려고 하는 걸 거다.
“다단계 길드에 잡힌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 내다니,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예에?”
가라앉았던 백우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아까 아버지 때와는 반대로 귀가 잘못됐나 싶었다.
“네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아무 관련도 없는 일에 앞장서서 나서다니, 제대로 된 검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주었구나.”
백천웅은 얼굴에 홍조를 띄운 채로 백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백우진을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해하고 있었다.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의로운 마음을 잊지 말거라. 무력에 못지 않게, 그 마음이 정말 중요한 것이다.”
“아, 네….”
“다음에 또 보자꾸나.”
백천웅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을 흔들고선 정원 쪽으로 사라졌다.
‘저 분이 저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줄은 처음 알았어.’
-전생에서는 아무 관계가 없었던 거냐?
‘난 계속 수련생 숙소에만 있었으니 만날 일이 거의 없었지. 거기다 내가 17살 때 가문을 나가셨을 거야.’
-가문을 나갔다고? 부가주가?
‘신검백가의 모든 권력은 가주에 몰려 있어. 저분은 직위만 부가주지, 아무런 세력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16살인지, 17살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백천웅이 조용히 떠나고 새로운 부가주가 임명되었던 게 기억이 났다.
-으음…
‘안타깝지만, 저 모습이 경쟁에서 패한 직계의 모습이지.’
-너도 경쟁에서 패하면 저렇게 된 다는 거냐?
‘그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지.’
백우진은 씁쓸하게 웃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한숨을 돌리며 쉬고 있을 때 문주영과 전준혁이 함께 찾아왔다.
“도련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문주영이 전준혁의 손에 들린 신검의 임무서를 뺏어서 내밀었다. 백우진은 덤덤한 표정으로 임무서를 받았다.
“별일 아니야.”
“별일이 아니라니요! 도련님은 방금 퇴원하셨잖아요!”
“괜찮아. 다친 곳은 전부 나았어.”
“아무리 그래도….”
전준혁과 문주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이 되었다. 백우진은 괜찮다는 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역시 여기로군.’
-네가 아는 곳이냐?
‘그래.’
-그나마 다행이군. 정보를 바탕으로 유리하게 갈 수 있겠어.
‘다만 반쪽짜리야.’
-뭐?
백우진은 임무서를 만지작거리며 혀를 찼다.
‘이 던전은 브레이크가 된 곳이거든.’
-브레이크?
‘던전 공략에 실패해서 내부의 몬스터가 밖으로 빠져나왔다는 뜻이지.’
백천화가 지정해준 던전은 전생에 브레이크가 되어 많은 인명피해를 냈던 던전이었다.
-그럼 내부에 대한 정보는 모른다는 뜻이냐?
‘그래. 몬스터가 뭔지는 알지만, 던전 내부에 대한 정보는 없지. 다만…’
-다만?
‘그 안이 어떨 지는 대충 예상할 수 있지. 미래에 그 던전에 그 던전이 몇 번 더 나왔으니까.’
백우진은 던전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물들을 생각해 보았다.
“거기다 이 던전에 배정된 사람은 저와 도련님뿐입니다. 이건 정말 너무한 처사입니다!”
“괜찮다니까.”
백우진은 임무서의 뒤에 던전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적었다.
“이것들을 장비고에서 대여해 가지고 와. 아버지의 이름을 팔면 다 줄 거야. 없는 건 사서 구해줘.”
“이 물건들은 뭐죠?”
“우리가 이번 던전을 먹어치우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이야.”
**
토은산의 초입에 노란색 구멍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직 열리지 않은 던전의 입구였다. 그 주변을 능력자들과 그들을 따라온 구경꾼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정말 오는 거야?”
“신검백가에서 확정 시켰잖아. 던전 공략에 백우진을 참여시키겠다고.”
“조용히 가도 모자를 판에 알아서 소문을 내다니, 그 집안은 정말 뭐지?”
“자신이 있는 거 아닐까?”
“자신이 있다고 해도 백우진은 16살이잖아. 소문대로 천재라고 해도, 그보다 강한 능력자는 수 없이 많아.”
“그 집안은 원래 그러잖아. 옛날에 백성현 때도 비슷했을 걸.”
“하긴, 백은경 때도 그런 일이 있긴 했지.”
일반적인 길드는 재능 있는 능력자를 어떻게든 보호하려고 한다. 하지만 신검백가는 그들의 직계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었다.
“저쪽에 있는 덩치는 광도문의 송지훈이야. 광도문은 이번 던전에 참여할 생각 없다고 했는데, 백우진이 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갑자기 끼어들었지.”
광도문은 신검백가에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길드고, 송지훈은 광도문주의 막내제자였다.
“송지훈이 백우진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보냈겠지. 두 길드의 사이는 좋지 못하니까.”
“불사조 길드의 서진환, 영웅 길드의 강훈도 왔군.”
구경꾼들이 입에 담는 사람들은 전부 나이가 20살 전후인 대형 길드의 기대주들이었다. 그들은 호위들과 함께 왔지만 호위는 위험한 순간이 아닌 이상 나서지 않을 거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백우진을 이겨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슷한 나이의 능력자가 백우진을 이겨야 신검백가의 이름을 누를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천재들을 보낸 것이다.
“패력적가의 막내 적연화도 왔네.”
“올해 3등급 중반에 올랐다고 하더군.”
“천재가 아닌 사람이 없군. 서러워서 못 살겠어.”
“그런 소리 말고 구경이나 해. 그게 이득이야.”
능력자들과 구경꾼들이 천재들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을 때 백가의 전투복을 입은 백우진과 문주영이 나타났다.
“저 녀석이 백우진인가?”
“백가 특유의 기세는 느껴지지 않는데.”
던전 앞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백우진에게 쏠렸다.
-다 너만 쳐다본다. 인기 많네.
‘인기는 무슨.’
-크크, 무슨 죄라도 지은 느낌이군.
‘죄라면 백가의 직계인 게 죄겠지.’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문주영과 함께 던전의 입구로 향했다.
“이봐요!”
백우진의 옆에서 적연화가 다가왔다.
“누구더라?”
백우진이 적연화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웃 거렸다.
“진짜 이인간이!”
적연화가 인상을 쓰며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아, 그 표정 보니까 생각나네. 오랜만이야.”
“하….”
적연화가 하늘을 올려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지 때문에 밤잠 새면서 수련했는데 만나자마자 성질을 긁는 소리를 해댄다.
“네가 오기엔 조금 강한 던전 아닌가?”
“다, 당신은 여전히 밉상이네요! 변하질 않는 군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으득, 두고 보자고. 누가 이기나!”
“내 상대가 보이질 않는데. 뭘 이긴다는 거지?”
“아, 진짜!”
적연화는 씩씩 거리며 백우진의 눈을 노려보았다. 당장 주먹을 후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넌 성격이 왜 그렇게 꼬여 있는 거냐? 오랜만인데 인사나 잘 해주지.
‘재밌잖아. 근데 많이 강해진 거 같은데.’
-너 정도는 아니지만 강해졌다. 밤을 새며 수련한 것 같군. 4등급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대단하네.’
백우진은 적연화의 뒤에 있는 적가의 무인들을 보았다. 그들의 실력은 5등급에서 6등급이다. 던전 내부에서 적연화를 보호해줄 충분한 실력이었다.
“할 말 없으면 간다.”
백우진은 어깨를 으쓱이고서 던전 앞으로 다가갔다. 적연화가 뒤에서 쫑알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고오오오.
백우진이 던전 앞으로 다가갈수록 그를 향한 시선과 기세가 강해졌다.
질시, 혐오, 살의, 동경, 흥미까지 부정적이고 긍정적인 감적의 편린들이 거센 기세를 타고 백우진에게 파고 들어왔다.
그 기세의 소용돌이 속에서 백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안가지.”
자신은 백천화의 시선과 기세를 견뎌낸 사람이다. 이런 기세 따위는 코웃음 치며 받아줄 수 있었다.
남들이 견제를 하건 말건 오후 산책을 나온 것처럼 천천히 걸어갔다.
“으음….”
“저, 저게 16살이라고? 미친!”
“괴물의 아들은 괴물이라는 건가….”
백우진에게 기세를 뿌리던 능력자들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그마치 수십 명이다.
수십 명이 기세의 벽을 만들었는데도 백우진은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크흠! 견제는 실패로군.”
“고작 기세로 막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니야.”
“5등급 범죄자를 잡았다는 게 아예 거짓은 아닌 모양이다.”
“음….”
백우진을 견제하려던 능력자들은 역으로 자신들의 멘탈에 금이 가버렸다. 안하느니만 못한 견제였다.
빠지지직!
백우진이 던전의 입구에 도착하자, 노란색이었던 입구가 검은색으로 변했다. 던전이 열린 것이다.
“열렸다.”
“들어가!”
던전의 입구가 개방되자마자, 능력자들은 경주를 하듯 입구로 몸을 던졌다. 백우진은 가장 뒤에서 여유롭게 입구로 들어갔다.
“뭐, 뭐지?”
“이게 던전이라고?”
먼저 던전에 들어간 능력자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눈은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던전의 형태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툭.
뒤늦게 내려온 백우진은 던전의 형태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떠냐?
‘예상대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