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360
360화. 초월
-이게 인연의 검은 실인가….
흑암이 백우진의 앞에 선 현대의 능력자들을 보며 경이로운 목소리를 흘렸다.
‘백우진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전부 나타났어.’
어떤 싸움인지도 모르면서 백우진을 지키겠다고 실을 따라온 현대의 능력자들에게도, 저들을 끌어온 인연의 검은 실이라는 능력에도 감탄이 나왔다.
남녀 간의 연정이 이어진 운명의 붉은 실과 달리 인연의 검은 실은 그 사람이 쌓아 온 인연을 끌어오는 특성인 것 같았다.
“부가주님!”
백우진이 전장을 살피는 백천웅을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인지는 알고 오신 겁니까?”
“검은 실을 잡았을 때 네 고통이 느껴졌다. 그거면 충분해.”
백천웅이 자신을 돌아보며 인자한 미소를 그렸다.
“그렇다고 해도 천사와 싸울 줄은 몰랐지만. 허허.”
“저도 마찬가집니다. 다른 차원이라고 하기에 무언가가 있을 줄은 알았지만, 천사라니….”
“무기에 피를 칠했는데 저게 무슨 천사야. 악마랑 다를 게 없지.”
백은경은 백천웅과 백연휘의 말을 끊으며 코웃음을 쳤다.
“크윽! 백우진을 죽여! 지금 나타난 인간들을 모조리 찢어 버려라!”
유만이 자비로운 표정을 지우고 고성을 질렀다. 그의 지시를 들은 대천사와 천사들이 날개를 펼치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천사들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수직으로 하강하여 창과 칼을 내질러 왔다.
카바론의 신성력으로 불타는 칼이 백우진의 머리 위를 꿰뚫으려 할 때 백천웅이 한 걸음 내디디며 검으로 원을 그렸다.
검의 궤적을 따라 적색과 청색의 오러가 물감을 뿌린 것처럼 뒤섞이며 오행의 원을 그렸다.
콰아아아앙!
수십 마리의 천사들이 내리찍은 강맹한 공격은 백천웅이 세운 청홍의 벽을 뚫어 내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그 검술은….”
“네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준 덕분에 얻은 힘이다. 첫 실전이 널 지키는 싸움이라니, 재밌는 운명이야.”
백천웅이 뒤로 꺾은 검을 올려 치자, 그를 압박하던 천사들이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 나갔다.
후우우우웅!
상황을 지켜보던 대천사들은 백천웅이 검을 휘두른 순간의 틈을 노리고 쇄도해 왔다.
콰아아앙!
천사들이 좌측으로 밀어닥치려 할 때 막강한 권격이 터지며 대천사들이 곤죽이 되어 땅에 처박혔다.
흙먼지 속에서 철탑 같은 남자가 주먹을 털었다. 패력적가의 가주이자, 권황이라 불리는 사내. 적위진이다.
“나랑 비슷하구려.”
적위진이 세 손가락을 내민 형태의 주먹을 후려쳐 대천사의 머리를 깨뜨려 버렸다.
“나도 저 녀석 때문에 새로운 목표를 보았고, 꿈을 꾸었소.”
“좋은 아이지 않소?”
“물론이오.”
적위진이 백천웅과 눈을 마주치며 씩 웃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적연화가 밀어닥치는 천사들을 향해 전사경을 실은 패형권을 내질렀다.
그녀의 오러가 격노한 해일처럼 솟구치며 달려들던 천사들을 짓눌렀다. 천사들은 하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처박혔다.
“흑귀에 다크엘프까지! 네놈들이 전방을 노리던 흑막이었구나! 오랜만의 지휘다! 전방의 용사들은 내 뒤를 따르라!”
창왕 황병훈이 장창 위로 초승달처럼 거대한 강기를 세우며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창을 낫처럼 휘두르자, 짓쳐 들던 천사들의 목이 동시에 달아났다.
“총사령관님을 따르라!”
백연휘가 황병훈을 쫓으며 강기를 내뿌려 공중에서 신성력의 화살을 쏘아 내던 천사들을 격추시켰다.
“우와아아아!”
다크엘프와 목숨을 걸고 싸웠던 전방의 영웅들이 무기를 말아쥐고 전장으로 달려 나간다.
우우우우우!
그들의 뒤로 전방을 어둠을 가르던 뿔피리가 차원을 넘어 제국의 중심에서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아!
오러의 전열이 예리한 칼날처럼 세워진다. 전방의 영웅들은 하나가 되어 제국군과 흑귀가 만들어 낸 인의 장벽을 뚫어 버렸다.
“하….”
백우진이 그리움이 드러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운 광경이군.
‘그러게.’
황병훈의 지휘와 뿔피리 소리를 들으니, 흑목을 베었던 때가 생각났다.
피이이잉!
무인들의 돌격을 보고 있을 때 우측에서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다크엘프의 화살이 쏟아졌다.
콰드드득!
의검대가 검을 들어 막기 전에 돌기둥이 솟구쳐 화살을 구겨 버렸다.
“다크엘프들은 내가 맡지.”
윤우민이 바람의 상급 정령을 날려 보내며 다크엘프가 있는 곳으로 뛰어올랐다.
“야. 기억해. 빚진 거다!”
정근호는 재차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그 뒤를 따라갔다.
-저놈은 여전하구만.
흑암은 정근호의 찌그러진 뒤통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유만.”
백우진은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밟고 선 유만을 보았다.
“어쩔 거지? 이대로 날 묶어 두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닐 텐데?”
“내가 이대로 끝날 것 같으냐!”
유만이 합장하듯 양손을 모았다. 그가 모은 손을 벌리자, 전장의 중심에서 빛의 기둥이 재점화되었다.
콰아아아!
그 기둥 속에서 더 짙은 신성력을 두른 대천사와 천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카바론 님의 축복엔 끝이 없다! 그분을 믿고 싸워라!”
“이야아아아아아!”
“카바론 님 만세!”
“적들을 섬멸하라!”
정신없이 물러나던 제국군은 끝없이 나타나는 천사들에게 환호하며 다시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분의 힘은 무한하다! 네놈이 무슨 기적을 벌여도 소용없어!”
유만이 자신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그의 손아귀에서 눈부신 백광이 번쩍이며 간신히 참고 있던 중단전의 고통이 심화되었다.
“크아아악!”
백우진이 가슴을 부여잡고 신음을 터트렸다. 명치 아래의 살을 그대로 도려낸 듯한 통증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몸의 절규가 그대로 들리는 것 같았다.
“우진아!”
“은인!”
백천웅이 다급하게 뛰어올라 유만을 향해 검을 내리쳤고, 검후가 이기어검의 방향을 돌려 유만에게 쏘아 냈다.
“소용없다!”
유만의 선언 같은 말과 함께 하늘이 열리며 백광이 그를 감쌌다. 그 빛에 닿은 백천웅의 검격과 검후의 이기어검이 힘을 잃고 땅으로 추락했다.
“저건….”
-유만의 힘이 아니라, 저 먼 곳에 있는 자의 힘이다. 지금은 막을 수 없어.
흑암의 말대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은 유만의 힘이 아니다. 카바론이 직접 현세에 개입하는 것 같았다.
“내겐 그분의 축복이 함께한다! 이 빛이 흡수된 순간이 너희들의 마지막이다!”
“크헉!”
유만이 광기 어린 웃음을 흘리며 중단전의 기운들을 더욱 자극했다. 중단전이 갈가리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터졌다.
“크흐, 좋다.”
백우진이 지독한 고통을 견디며 히죽였다.
“끝까지 가 보자.”
자신을 감싼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아까와는 다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키고 있으니, 폭주한 기운들을 안정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신력을 소모하는 정령들의 소환을 해제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후우….”
폐 깊은 곳에 독처럼 박혀 있던 탁기를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온 정신을 오러의 흐름에 집중해라. 고통을 이기는 것도, 초월의 길도 그곳에 있다!
‘알겠어.’
고개를 끄덕이고서 전신에 퍼진 기운을 살폈다.
‘끔찍하군.’
중단전은 바람이 가득 들어간 풍선처럼 팽창하고 있었고, 북명신공의 기운들은 제약을 벗어나 자신의 몸을 사정없이 헤집었다.
가장 중요한 라사둠의 오러는 중단전의 폭주와 유만의 압박에 오러 통로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러의 연결이 먼저야.’
여러모로 최악의 상황이지만, 흩어지고 갈라진 라사둠의 오러를 잇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그걸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연공의 기본. 호흡이다.
처음 마나를 느끼고, 오러를 쌓을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호흡에 집중했다.
숨을 들이쉬며 마나를 받아들이고, 숨을 내쉬면서 탁기를 배출한다. 그 간단한 행동을 신줏단지 대하듯 섬세하게 행했다.
유만의 압박과 일그러진 중단전의 기운이 돋아난 가시처럼 방해를 해 왔지만, 이 몸의 주인은 자신이다.
머릿속에서 방해물을 잘근잘근 끊어 내며 심신을 호흡으로 채웠다.
들숨에 의지를 담고, 날숨에 잡념을 날린다.
아기가 태어나 처음 숨을 쉬듯이 아주 느릿하게 호흡하며 호흡의 밀도를 높여 나갔다.
‘늘어나고 있어.’
호흡을 반복함에 따라 통제할 수 있는 라사둠의 오러가 조금씩 늘어난다.
한 번의 호흡에 오러가 손톱 하나만큼 움직인다. 두 번의 호흡에 오러가 새끼손가락 하나만큼 이동했다.
그 고양감을 느끼며 느리지만 정제된 호흡을 유지했다.
손가락 하나가 손 한 뼘이 되고, 팔이 되며, 길이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진다.
우우우우웅!
찰나처럼 짧고, 영겁처럼 긴 시간이 지나고 하단전에서부터 흘러나온 라사둠의 오러가 소주천을 이뤄 끊어진 흐름을 되찾았다.
유만의 신성력과 중단전의 기운에 막혔던 전신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온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라사둠의 오러가 순환하는 범위를 한 마디씩 늘리며 중단전의 기운을 압박했다.
이전에는 고통과 상황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고통을 흘리고, 외부 상황을 신뢰하며 오러의 움직임과 흐름을 조절했다.
‘됐어!’
섬세하면서도 끈기 있게 오러를 흘려 중단전을 제외한 모든 곳에 라사둠의 오러를 연결했다.
사냥개가 토끼를 사지로 몰아넣듯이 발버둥 치는 북명신공의 기운들을 압박하여 중단전으로 밀어 넣었다.
빠져나온 기운들이 중단전으로 되돌아갔을 때 라사둠의 오러를 둘러 중단전을 휘감았다.
‘크으으윽!’
유만이 발악하는 건지 중단전의 기운이 라사둠의 오러를 찢어 버릴 것처럼 솟구쳤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여기서 멈추면 아까와 똑같아.’
라사둠의 오러는 모든 무의 묘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오러. 자신을 믿고 유지한다면 절대 밀려나지 않는다.
‘지독하군.’
중단전이 폭주한 여파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다. 라사둠의 오러를 휘돌리며 호흡에 집중했다.
중단전의 기운들은 여전히 용암처럼 이글거렸지만, 라사둠의 오러는 단단한 벽이 되고 길을 막았다.
이제 선택할 때다.
이대로 중단전의 오러를 배출해 버릴지, 그 안의 힘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그리고 그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버릴 순 없어.’
흑암이 들었다면 욕망의 항아리라고 했을 선택이지만, 죽을 위기에 몰려놓고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라사둠의 오러 이상으로 불어난 북명신공의 기운들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유만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싶었다.
우우우웅!
백우진이 양의심공을 발동시켰다. 하단전과 상단전의 기운을 동시에 운용하여 중단전의 조화를 시작했다.
‘한번 해 보자고.’
**
“후우….”
문주영은 천사들의 장벽을 뚫고 간신히 백우진의 곁에 닿을 수 있었다.
‘와 줬구나.’
오랜만에 만난 의검대와 눈인사를 나눈 후 백우진을 노리던 천사의 창을 부러뜨리고 그의 심장에 칼을 박아 넣었다.
인간이나 생물을 찌른 느낌이 아니다. 물컹한 묵이나 젤리를 벤 듯 기묘한 타격감. 놈들은 예상대로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다.
촤아아악!
벌떼처럼 달려드는 천사들을 베어 버리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황병훈과 백연휘가 이끄는 전방의 무인들이 천사들과 제국군을 밀어 버리고, 적위진과 적가가 대천사들을 짓뭉갠다.
윤우민과 유니타스 길드는 정령과 소환수를 수족처럼 부리며 다크엘프와 흑귀들이 어떠한 방해도 할 수 없게 몰아붙였다.
협회, 아케인, 블랙마켓에서 나온 무인들 역시 오러의 장벽을 세워 제국군을 압박했다.
‘리치들까지 올 줄이야.’
리치들은 하늘 위에서 싸우는 두 드래곤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언데드들을 소환해 신관들과 흑백의 전쟁을 벌였다.
백우진이 이뤄 낸 기적으로 불리했던 전세를 재역전했지만, 아직 불안 요소는 크다.
빛의 기둥을 통해 천사들이 끝없이 불어나고 있지만, 연합군과 현대의 능력자들의 체력과 오러에는 한계가 있다.
저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거기다….’
문주영이 고개를 올려 공중에 뜬 유만을 보았다.
백천웅과 검후가 동시에 공격하고 있음에도 유만의 몸을 두른 빛은 꺼지질 않았다.
더욱 무서운 건 유만이 지금 기운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가주님을 압박하면서 저런 힘을 끌어모으다니, 저놈도 괴물이야.’
백우진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저런 기운을 만들어 내는 걸 보면 괜히 신의 축복을 받는다고 자랑한 게 아닌 것 같았다.
‘가주님….’
문주영이 뒤를 돌았다. 백우진은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가끔 전신을 부르르 떠는 걸 보면 전력으로 연공을 하는 것 같았다.
‘당신밖에 없습니다.’
이 난장판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백우진뿐이었다.
‘버티자.’
문주영은 백우진을 노리는 천사와 다크엘프, 신관들의 공격을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백우진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좋지 않아.’
전장을 지배하던 전방의 무인들의 기세도 차츰 가라앉았고, 유만을 압박하던 백천웅과 검후의 날카로움도 줄어들었다.
전장에서 부상자들도 속출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기적처럼 벌어진 이 대규모 소환도 아무런 이득 없이 사라질 것 같았다.
“젠장! 끝까지 지켜! 절대 길을 열어 주지 마라!”
백은경이 밀물처럼 쏟아지는 천사들을 베어 버리며 소리를 질렀다.
“저놈들에게 신검백가의 저력을 보여라! 가주를 수호… 아!”
백은경이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외치며 검사들을 격려할 때 유만을 휘감았던 빛이 그의 심장으로 스며들었다.
“너희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끝났다.”
“크헉!”
“끄윽….”
유만이 파리를 쫓듯 손을 털자, 달려들던 백천웅이 땅에 처박히고, 이기어검을 조종하던 검후가 피를 토했다.
우우우우웅!
그의 손아귀에서 눈을 뜰 수조차 없을 막대한 백광이 솟구쳤다.
백우진을 압박하면서 중첩시킨 카바론의 신성력이 그의 손아귀에서 태양처럼 이글거렸다.
“아아….”
문주영이 이빨을 덜덜 떨며 검을 내렸다. 저 거대한 힘 앞에선 어떠한 저항도 무의미했다.
저게 터진다면 이 땅의 모두가 죽게 될 것이다.
“가주님!”
문주영이 피나도록 주먹을 쥐며 백우진을 부르짖었다.
“백우진! 언제까지 잘 거냐!”
“일어나세요!”
백은경과 적연화도 입술을 씹으며 백우진을 불렀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저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이라는 것을.
“놈은 폭주한 기운을 억제하느라 너희들의 목소리를 들을 여력이 없어. 이제 끝을… 음?”
유만이 중첩시킨 기운을 터트리려 할 때 백우진의 등 뒤로 칠흑의 광휘가 솟구쳤다.
우우우우.
일몰의 그 순간처럼 사위가 꺼멓게 내려앉고 어둠이 스멀스멀 퍼져 나갔다.
“이, 이게 무슨!”
유만이 만들어 낸 광대한 빛조차 백우진이 피워 낸 어둠에 잡아먹혀 사그라졌다.
두웅.
백우진이 눈을 떴다. 그의 안광에 어린 묵색의 벼락이 유만을 꿰뚫었다.
“뭐야….”
유만이 가슴을 움켜쥐며 뒤로 물러섰다.
‘저, 저놈 대체 뭘 한 거야!’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공포. 놈의 두 눈을 보자, 인간일 적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아니야. 아니라고!”
유만은 자신이 겁에 질렸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카바론이 내려 준 신성력을 다시 끌어 올렸다.
‘인정할 수 없어!’
이 힘이라면 백우진이 아니라, 무신이라도 죽일 수 있다.
쿠우우우우!
양손에 모은 파멸적인 신성력으로 모든 것을 지우려 할 때 백우진이 손을 들어 올렸다.
“무슨 짓을… 허억!”
그가 손을 내리자, 몸이 통제력을 잃고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 이놈!”
버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신성력도, 마나도, 근육조차 말을 듣질 않았다.
콰아아앙!
천공에 서서 인간을 굽어보던 유만이 대지를 밟고, 무릎을 꿇었다.
“유만.”
백우진이 경악으로 몸을 떠는 유만에게 다가가 서늘한 미소를 피워 냈다.
“그게 네 위치다.”